‘무도’, ‘보고 싶다 친구야’ 특집에 담긴 특별한 느낌

우연의 일치였을까. 아니면 의도된 기획이었을까. MBC 예능 <무한도전>이 보여준 ‘보고 싶다 친구야’ 특집은 이제 시즌 종영을 앞두고 있어서인지 그 제목이 달리 보였다. 마치 향후 시즌을 종영한 후 시청자들이 느낄 이 친구들에 대한 그리움을 제목에 담은 것처럼 다가왔다.

오랜 절친을 다시 만나는 기획처럼 보였지만, 이 특집의 앞에서 생략된 목적어가 있었다. 그것은 ‘새로운 모습을 보고 싶다 친구야’ 였던 것. 그래서 각 출연자들의 절친들이 SNS로 단톡방을 열어놓고 이들의 새로운 모습을 연출하기 위한 아이디어를 내고 그 지시대로 출연자들이 실행하는 것이 이번 미션의 내용이 되었다. 

그래서 이 SNS로 뭉친 이른바 ‘랜선 친구들’은 출연자들에게 동대문에 가서 그들이 원하는 대로 봄에 맞는 스타일링을 하는 미션을 내렸다. 농민의 난 스타일로 유재석이, 황진이 스타일로 조세호가, 건달 콘셉트로 하하가, 그리고 나머지 출연자들은 씨름부 3인방으로 변신했다. 그 모습 그대로 호텔의 ‘딸기 뷔페’에서 식사를 한 후, 그 추운 날씨에 한강 고수부지에서 씨름을 하고 심지어 월미도까지 가 디스코팡팡을 타는 갈수록 혹독해지는(?) 미션을 수행해야 했던 것.

이 코너가 준 웃음의 핵심은 ‘몸 개그’였지만 역시 <무한도전>답게 거기 담겨진 남다른 의미도 찾아볼 수 있었다. 그건 SNS라는 익명의 공간에서 내려지는 지시가 갈수록 혹독해지고, 지시를 내리는 이들은 깔깔 웃고 있지만 정작 이를 실행하는 출연자들은 굉장히 힘겨워하는 모습을 보였다는 점이다. 그건 SNS가 가진 익명의 폭력을 풍자하는 것처럼 느껴지지기도 했지만, 동시에 <무한도전>에 시청자들이 바라는 ‘새로움’이라는 것이 말은 쉽지만 실제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얼마나 힘겨운 노력을 필요로 하는가를 보여주고 있었다.

13년 동안 그 ‘새로운 재미’를 위해 달려왔고, 그걸 위해서라면 뭐든 감수해온 그들이지만 또한 그들이 얼마나 지쳐 있을까를 생각해볼 수 있는 장면들이었다. 그래서 마지막에 이르러 ‘랜선 친구들’에게 역공을 하기 위해 직접 지상렬의 집을 방문해 저녁을 먹으며 나누는 이야기들은 이들에게 주는 작은 위로처럼 보였다.

SNS가 아닌 진짜 오프라인에서 얼굴을 대면하고 만나는 그 시간은 그 자체로 빵빵 터지는 즐거움의 연속이었다. 특히 오랜만에 <무도>에서 보게 된 지상렬은 특유의 저승과 이승을 오가는 놀라운 멘트들로 하루 종일 고생했던 출연자들을 웃게 만들었다. 이어 찾아온 남창희는 단톡방에서의 남다른 재능을 인정받아 ‘랜선계 유재석’이 되어 프로그램을 마무리 짓는 메인MC 역할을 해보였고 김제동 역시 모임에 합류해 즐거운 시간을 보여줬다.

사실 새로움에 대한 강박이 뭐가 그리 중요할까 싶은 특집이 아니었나 싶다. 그것보다는 그저 보는 것만으로도 반가운, 어느새 시청자들에게도 오랜 친구처럼 남아있는 이들이 그간 피곤했다면 조금 쉬었다 다시 그 반가운 얼굴을 보여주길 바랄뿐이다. 특별한 새로움을 찾지 않아도 그저 모이기만 해도 이렇게 재밌는데 더 바랄 게 무엇일까.(사진:MBC)

‘무도’, 각각의 특집이 한 편처럼 이어질 수 있었던 까닭

매회 다른 특집들이 펼쳐지지만 최근 MBC <무한도전>을 보면 그 각각의 특집들이 물 흐르듯 이어지는 느낌이다. ‘토토가3’가 17년 만에 H.O.T.를 위한 특별한 무대를 만들었을 때, <무한도전> 멤버들도 ‘We are the future’ 커버댄스 무대를 준비했다. 하지만 공연 당일 무대에서 지나친 열정과 자만(?)으로 춤으로 추다 넘어져 자책하던 하하는 제발 한 번만 더 기회를 달라고 애원했다. 

그런데 바로 그 우연적 사건(?)이 이어지는 특집과 자연스런 연결고리를 만들어주게 됐다. 그것은 바로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셀럽파이브와의 만남으로 이뤄진 특집이다. 송은이, 신봉선, 김영희, 김신영, 안영미가 그 멤버로, 일본 고등학교 댄스팀인 TDC의 칼군무를 재연하고, 노래에 뮤직비디오까지 만들어 화제가 된 인물들이 바로 셀럽파이브. H.O.T. 커버댄스를 준비했던 <무한도전> 멤버들과 셀럽파이브의 춤 대결은 그래서 자연스럽게 연결되었다. 

딱딱 떨어지는 칼군무와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나이의 개그우먼들의 조합. 이 언발란스함이 주는 웃음은 셀럽파이브가 가진 가장 큰 강점이지만, <무한도전>에서는 이들의 또 다른 면을 발견하게 해줬다. 그건 역시 <무한도전>의 특성답게 이들이 얼마나 놀라운 도전을 했는가 하는 점과 숨은 노력을 포착해냈다는 점이다. 

이들은 놀랍게도 아이돌들이 한다는 1.5배속 노래에 맞춰 딱딱 맞는 춤을 추었고, 그 영상은 실제 1.5배속으로 돌린 장면과 거의 같았다. 게다가 심지어 중간에 음소거를 시키고 이어진 춤에서도 여전히 틀림없이 딱 맞아 떨어지는 칼군무를 보여줬다. 이들이 얼마나 이 무대를 위해 노력을 했는가를 보여준 대목이었다. 

흥미로운 건 셀럽파이브에서 송은이를 ‘개그계의 안경선배’로 소개하고, 같은 멤버인 안영미를 “영미!”라고 부르는 장면을 연출하면서 자연스럽게 장안의 화제로 자리 잡은 평창 동계올림픽 컬링팀, 이른바 컬벤져스의 이야기를 끄집어냈다는 점이다. 그래서 문재인 대통령이 동계올림픽을 위해 노력해온 <무한도전>에 대한 감사인사를 했다는 점을 먼저 전제하고, 그간 동계스포츠의 저변을 넓히기 위해 해왔던 일련의 도전들(컬링부터 스키점프, 봅슬레이 등)을 끄집어내 보여줬다.

그리고 그런 경험들을 밑바탕 삼아 컬벤져스에게 도전장을 던지는 또 다른 특집을 예고했다. 컬벤져스와의 대결이 그것. 셀럽파이브의 ‘안경선배’ 송은이가 불렀던 “영미!”가 이제 진짜 그 장본인들의 출연으로 이어지는 대목이었다. <무한도전>에 살짝 얼굴을 보여주며 그 도전장을 받아들이는 컬벤져스의 모습은 그래서 시청자들의 기대감을 한껏 높여주었다.

‘토토가3’에서부터 ‘셀럽파이브’ 그리고 ‘컬벤져스’로까지 각각의 특집이 이렇게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이어지게 된 건 그러나 우연이 아니다. 그것은 ‘노력’과 ‘도전’이라는 공통분모가 이 일련의 특집들 사이를 촘촘히 이어주고 있어서다. ‘토토가3’의 무대를 위해 남다른 노력을 했던 H.O.T.와 <무한도전> 멤버들, 칼군무를 선보이기 위해 춤을 추고 또 추었던 ‘셀럽파이브’ 그리고 무관심 속에서도 한 치의 오차도 없는 경기를 위해 남다른 땀과 눈물을 흘렸을 컬벤져스들. 

각각의 이야기지만 ‘도전’이라는 코드 하나로 묶여지며 이어지는 특집들. 아마도 <무한도전>이 그 오랜 세월 무수한 아이템을 시도하면서도 흐름이 끊어지지 않고 이어졌던 건 바로 이런 연결고리들 때문이 아니었을까. 그리고 이건 앞으로도 <무한도전>에 팬들이 기대하는 점일 게다.(사진:MBC)

‘무한도전 토토가3’, HOT가 소년으로 팬들은 소녀로

“1주일 뒤 팬들은 소녀로 돌아가고, H.O.T. 멤버들은 소년으로 돌아가는 시간이 되길 바랍니다” HOT의 막내 재원이 툭 던진 이 말은, 아마도 MBC 예능 <무한도전> ‘토토가3’ 특집으로 HOT 완전체가 무대에 올랐을 때 그 장면을 가장 압축적으로 표현한 말이 아닐까. 이건 한 마디로 시간을 되돌리는 마법 같은 여행일 것이다. 무려 17년을 기다려온 팬들이라면 더더욱.

이미 2015년부터 재결합이 타진되어 왔지만 쉽지 않았던 HOT 완전체의 무대. 그걸 성사시킨 건 다름 아닌 <무한도전>이라는 프로그램이 있었기 때문이다. 서로 마음은 있지만 나서기는 쉽지 않은 재결합이 아닌가. 하지만 이미 ‘토토가’ 특집을 두 차례 해왔던 그 경험이 있고, 신뢰가 있기 때문에 HOT도 쉽지 않은 마음을 열고 즐겁게 한 무대에 설 수 있었을 게다. 

오랜 만에 여의도 MBC 공개홀에서 한 명씩 HOT 멤버들이 모이고, 오랜만의 모임이라 낯설어하다가 차츰 말문이 터지고, 노래방 미션을 할 때 기억이 가물가물하던 춤과 랩과 노래가 되살아나는 그 일련의 과정들은 마치 우리네 기억 저편에 소중하게 보관해뒀던 젊은 날의 한 때를 다시금 되살리는 시간처럼 보였다. HOT는 물론 팬들에게는 그들의 청춘 그 자체처럼 다가올 수 있을 게다. 아니 굳이 팬이 아니라도 그 노래를 젊은 날 들었던 분들이라면 누구나.

‘토토가3’ 특집은 17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너무 멀리 각자의 길을 간 이들이 다시 만나 서로 이야기를 나누는 그것만으로도 감동적일 수밖에 없었다. 여전히 감미로운 목소리로 노래하는 강타와 스웨그 넘치는 노래와 랩 그리고 유머감각을 보이는 문희준, 혼자 안무를 틀려도 남달리 열심히 노력하고 무엇보다 완전체가 모였다는 것만으르도 눈시울이 붉어진 토니, 아직도 춤 실력이라면 그 누구에게도 빠지지 않는 우혁과, 어딘지 허당기 가득하지만 귀여운 모습에 웃음이 터지게 만드는 재원까지. 이들과 오랜 만에 노래와 춤과 이야기로 나누는 소통이라니.

그리고 그 무대를 완성시킨 건 다름 아닌 팬들이었다. 방청신청을 한 팬들에게 HOT 멤버들이 직접 전화를 걸어 당첨소식을 알리는 장면에서 팬들은 저마다 그 감격을 전해 오히려 HOT 멤버들을 울컥하게 만들었다. “너무 오래 기다렸어요”라는 팬의 말 한 마디에 더 이상 말을 더하지 않아도 느껴지는 마음이 절절히 느껴졌다.

아마도 그 때는 HOT 팬으로서 소녀였던 그 분들은 이제 저마다 자기 위치로 돌아간 어른들이 되었을 게다. 그래서 각자의 일상 속에서 그 나이만큼의 삶을 살아내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전화통화만으로도 그들은 어느 새 17년의 세월을 뛰어넘고 있었다. 그 때 “오빠”하고 외치던 그 목소리는 여전히 떨리고 앳되게 들렸다. 

이건 <무한도전> ‘토토가’ 특집이 가진 감동의 실체가 아닐 수 없다. 긴 세월이 흘러도 무대 하나로 시간을 훌쩍 되돌려 그 젊은 날의 한 때로 돌아간다는 것. 그리고 그것이 가능해질 수 있는 것이 당대의 스타와 팬들이 지금 다시 소통하는 거라는 사실은 이 특집이 가진 뭉클함의 실체다. 물론 다시 꾸려진 무대에서 HOT와 팬들이 함께 노래를 부르는 그 순간이 이 감동의 절정을 보여줄 것이지만. 그들이 소년으로 돌아오자 팬들은 소녀로 돌아가는 그 순간.(사진:MBC)

'무도', 김태호 PD 하차선언 아쉽지만 이해되고 기대되는 이유사실 MBC <무한도전>처럼 한 프로그램을 10여년 넘게 계속 한다는 건 여러모로 무리가 가기 마련이다. 물론 40년 가까이 하는 KBS <전국노래자랑> 같은 프로그램이 있지만, 그건 같은 포맷을 반복하고 있는 것이니 <무한도전>과는 상황이 다르다. 매번 새로운 아이템을 도전해왔고, 그 도전들이 다른 예능 프로그램들에게 영향을 줘왔던 프로그램이다. 그만큼 공력이 많이 들어가기 마련이다.

김태호 PD가 하차 의사를 밝힌 건 아쉬운 일이지만 그래서 이해되는 면이 있다. 그토록 시즌제를 외쳐왔고 휴지기와 재충전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얘기해왔지만 받아들여진 적이 별로 없었다. 물론 딱 한 번 재충전의 시간을 가진 바 있고, 때때로 파업이 오히려 휴지기를 만들어주기도 했었지만 김태호 PD가 원한 건 그런 종류의 일시방편적인 해법이 아니었다. 시즌제를 통해 좀 더 다양한 것들을 시도해보고 싶어 했고, 그 역시 새로운 프로그램을 하고 싶어 했다.

가끔 나눈 전화통화를 통해 직접적인 언급은 없었지만 김태호 PD는 <무한도전>을 해나가는 일이 예전보다는 쉽지 않아졌다는 걸 은연 중에 드러내곤 했다. 가장 큰 건 출연자들이 나이 들어가고 또 가정을 꾸리다보니 ‘도전’에도 나름의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었다. 아무래도 체력이 다를 수밖에 없고, 한 집안의 가장이니 무작정 하고 싶다고 아무 도전이나 다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이건 자연스러운 상황이고 팬들이라면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일이지만 <무한도전>이 앞으로 계속 나아가려면 새로운 팬들 또한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양세형과 조세호 같은 젊은 피가 간절했던 것이고, 그들의 수혈을 통해 기존 멤버들과의 새로운 시너지를 만들려 시도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 큰 건 김태호 PD가 가질 수밖에 없는 창작자로서의 답답함일 게다. 연출자들은 결국 새로운 걸 시도하고 싶어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무한도전> 하나를 계속 해오면서 다른 시도는 원천적으로 불가능했다. 특히 트렌드에 민감한 예능 프로그램의 창작자가 10년 넘게 한 프로그램에 머물며 그저 매주 돌아오는 방송일에 맞춰 방송분량을 채워 넣는 작업을 한다는 건 자칫 소모적인 일이 될 수 있다.

리얼리티 예능의 시대가 도래하면서 캐릭터쇼의 시대를 구가했던 <무한도전>의 틀이 한계를 보이는 것도 무시할 수 없는 일이다. 이미 리얼리티쇼에 익숙해진 시청자들은 점점 일정한 캐릭터를 갖고 상황극을 보여주는 캐릭터쇼가 식상해질 수밖에 없다. 생화를 이미 본 사람은 조화로 만족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사실 거꾸로 생각해보면 김태호 PD 같은 가능성이 무한한 연출자를 <무한도전>에 계속 묶어두는 일은 어쩌면 예능 전체로 보면 손실일 수 있다. <무한도전>이 아닌 새로운 형태의 프로그램으로 새로운 인물들과 작업하는 김태호 PD가 그의 무한한 가능성을 입증하는 모습이 더더욱 기대되는 건 그래서다.

물론 아직 모든 것이 확정된 일들은 아니지만, 김태호 PD의 <무한도전> 하차는 당장은 아쉽지만 향후에는 긍정적인 결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실상 <무한도전>의 제작에 있어서 김태호 PD는 전반에 걸쳐 관여하고 있지만 많은 후배 PD들이 실질적으로 연출을 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미 <무한도전>은 어느 정도 협업 시스템을 갖추었다는 것.

김태호 PD가 <무한도전>에 드리우는 상징적인 의미가 크지만, 그럴수록 그가 원하는 더 큰 바다로 나갈 수 있게 해주는 게 여러모로 예능계 전체에도 또 시청자들에게도 이로운 일이 될 수 있다. 그의 하차가 아쉽지만 그래도 그가 어떤 새로운 도전을 시작할지 벌써부터 기대되는 건 그래서다.(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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