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마스터’, 음악장르는 달라도 저마다 감동을 준다는 건

클래식과 국악, 재즈, 뮤지컬, 대중가요, 밴드음악. 어찌 보면 우리는 이런 서로 다른 장르의 음악들과 그 음악들이 서는 무대가 저마다 다르다고 생각해왔다. 실제로 클래식 공연을 보러가면 느껴지는 건 숨조차 크게 내쉬지 못하는 진중함 같은 것이었고, 국악 공연하면 먼저 떠오르는 건 마당 같은 널찍한 공간에 둘러 앉아 그 절창의 목소리에 빠져드는 관객의 모습이었다. 또 재즈라면 어딘가 바 한 구석에 앉아 있어야 될 것 같은 기분이 들고, 뮤지컬이라면 감동적인 공연무대의 한 장면을 떠올린다. 이런 다른 느낌은 대중가요나 밴드음악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tvN <더 마스터-음악의 공존>은 이렇게 전혀 다른 무대를 떠올리는 음악 장르들이 한 무대 위에서 펼쳐지는 게 가능하고, 또 그렇게 다른 장르들이라고 해도 똑같은 관객들이 저마다의 감동을 받을 수 있다는 걸 보여준다. ‘음악의 공존’이라는 부제는 그저 그럴 듯한 수사가 아니라 이 프로그램이 도전적으로 시도하는 음악의 새로운 가치지향을 드러내준다.

매회 하나의 주제를 갖고 6명의 각 장르 마스터들이 자신들이 준비한 무대를 보여주는 <더 마스터>는 첫 회 첫 무대부터 놀라운 감동을 선사한 바 있다. 클래식의 마스터 임선혜가 들려주는 ‘울게 하소서’는 이미 일반 대중들도 잘 알고 있는 곡이지만 자유자재로 구사되는 고음과 특히 한 음 한 음 낼 때마다 저마다의 색깔이 다르게 느껴지는 음색을 통해 클래식의 묘미가 무엇인가를 제대로 보여줬다. 그리고 임선혜는 ‘사랑’을 주제로 한 2회에서 패티김의 ‘이별’을 담백하게 불러 클래식도 충분히 친숙한 장르라는 걸 확인시켜줬다. 

국악 마스터인 장문희는 2회에서 ‘하늘이여’라는 곡을 통해 아이를 잃은 엄마의 마음을 절절하게 표현해 관객들을 눈물짓게 만들었다. 국악 특유의 한이 서린 그 목소리가 가진 힘이 제대로 느껴지는 무대였다. 최백호는 ‘사랑 그 쓸쓸함에 대하여’를 불러 특유의 쓸쓸한 목소리에 관객의 귀를 집중시켰다. 대중가요가 갖는 대중적인 정서를 최백호다운 무대로 보여줬던 것.

<더 마스터> 2회에서 그랜드 마스터가 된 최정원은 에디뜨 피아프의 ‘사랑의 찬가’를 한 편의 뮤지컬을 보는 것처럼 소화해냈다. 실제 사랑했던 연인의 갑작스런 죽음에 대한 애도를 담은 이 곡을 대사까지 담아 &#47583; 연기하듯 해석해낸 것. 뮤지컬이 가진 장르적 매력을 가장 잘 보여준 무대였다. 

밴드 마스터인 이승환이 부른 자신의 곡 ‘내게만 일어나는 일’은 발라드지만 록 코러스와 하모니를 만들어 웅장하고 스펙터클한 무대를 선사했고, 재즈 마스터 윤희정의 ‘서울의 달’은 폭풍 성량을 가진 그 목소리에 재즈 특유의 다양한 변주를 보여줌으로써 재즈가 가진 자유로움을 잘 표현해냈다. 

매회 관객들의 가장 많은 표를 얻은 이를 선정해 그랜드마스터를 뽑지만 그건 그래서 전혀 순위적인 의미를 갖고 있지는 않다. 다만 다양한 장르들의 저마다 다른 색깔들 중 그 날의 무대에서 인상 깊었던 한 무대를 선정하는 것 뿐. 무엇보다 이 다양한 장르들이 한 무대에서 공연되는 것 자체가 자연스럽게 다가온다는 점은 <더 마스터>가 이미 성취한 음악 다양성의 가치를 잘 드러내준다. 흔히 음악하면 저마다 떠올리는 한두 가지의 장르들. 그 편견을 깨는 것은 물론이고 <더 마스터>는 저마다의 장르가 얼마나 색다른 음악의 매력을 드러내주는가를 감동적인 무대를 통해 설득시키고 있다.

‘무도’ 정준하, 할리우드에서도 극찬 받은 까닭

정준하 대상 밀어주기 프로젝트는 힘을 발휘하는가. 최근 <무한도전>에서 정준하의 존재감이 예사롭지 않다. 역시 ‘정준하 대상 밀어주기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진행된 ‘LALA랜드’ 특집에서도 단연 돋보인 건 정준하였다. 물론 다른 멤버들보다 상대적으로 연기 경험이 있는 그였기 때문에 그랬을 수 있지만, 그가 보여준 연기는 기대 이상이었다. <하우스 오브 카드>에서 더그 스탬퍼 역할을 맡고 있는 마이클 켈리가 “판타스틱한 배우다. 완벽했다. 재밌으면서도 희극적으로 접근하지 않았다”고 한 말은 진심이었다. 

'무한도전(사진출처:MBC)'

<하우스 오브 카드>의 한 대목을 가져와 보인 연기에서 정준하는 다른 멤버들과는 달리 진심을 얹은 연기를 선보였다. 이에 감명을 받은 마이클 켈리는 다소 어려운 주문을 던졌다. 그것은 연설 도중 소변이 마려운 설정을 연기하되 ‘코미디적인 연기’가 아닌 정극으로 소화해내 달라는 것이었다. 정준하는 과장 없이 그 연기를 소화해냈고 마이클 켈리는 바로 자신이 원했던 것이 그런 연기라며 극찬했다. 

흥미로웠던 건 정준하의 그런 면이 어쩌면 지금의 예능이 요구하는 것과 부응하는 면이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의 예능은 그저 웃음을 위한 웃음으로서의 희극적인 접근들만을 요구하지 않는다. 때로는 진지함으로 웃음은 아니더라도 재미를 줄 수 있는 것을 요구하기도 하는 것. 물론 정준하만큼 희극적인 것들(개인기 같은)을 많이 보여준 인물도 없다. 하지만 때때로 이런 정극적인 분위기를 드러내주는 의외의 재미를 줄 수 있다는 것. 

최근 들어 정준하가 자꾸 주목되는 건 그가 꽤 오래도록 <무한도전>을 함께 해왔지만 상대적으로 중심에 선 적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중앙’에 서는 것을 꿈꾸며 ‘정중앙’이라고 별명을 붙였을까. 그는 다른 멤버들이 <무한도전>을 통해 한층 올라간 위상 속에서도 어쩐지 여전히 과거 그대로의 그 캐릭터(어딘지 모자란 듯한)를 유지하는 느낌이 강하다. 늘 맞고 당하는 캐릭터로서 웃음을 주지만 어딘지 짠한 느낌으로 ‘평균 이하’의 정서를 담아내는 인물로 그려지는 것. 

바로 이런 점들 때문일 것이다. 정준하는 어쩌다 보니 그 캐릭터로 인해 <무한도전>의 향수어린 초창기 시절의 면면을 여전히 자극하는 인물이 되었다. 아마도 그런 캐릭터가 있었기 때문에 ‘정준하 대상 밀어주기’ 프로젝트가 연간 프로젝트로 세워질 수 있지 않았을까. 알다시피 지금 현재 <무한도전>에서 이른바 연간으로 이뤄지는 장기 프로젝트는 사실상 없다. 그러니 정준하 대상 밀어주기 프로젝트가 주목되고, 그 주인공인 정준하가 주목될 밖에.

정준하는 실제로 조금은 과소평가된 인물이다. 연기도 진지하게 해낼 줄 알고, 뮤지컬 경험도 있는 인물이다. 하지만 지금껏 계속 <무한도전>의 한 자리를 채워줘 왔음에도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캐릭터 자체가 ‘받아주는 역할’에 가까웠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정준하 대상 밀어주기 프로젝트에 대한 시청자들의 지지 역시 그 어느 때보다 크다. 

다음 주에 방영 예정인 <프로듀스101>을 패러디한 특집에서도 역시 정준하를 중심으로 세워둔 분량이 등장함을 예고하고 있다. 어떤 방식인지는 몰라도 나영석 PD와 한동철 PD가 직간접적으로 이를 위해 방송에 참여한다고 한다. 포스트에는 “정준하 슈퍼스타 만들 사람 나야 나-”라는 문구가 들어 있다. 그를 빛내 줄 PD를 참여시킨다는 것. 확실히 정준하는 <무한도전>의 정중앙으로 들어오고 있다.

‘팬텀싱어2’, 왜 시즌1보다 실력자들이 늘었나 보니

듣는 귀가 달라져서일까. 아니면 진짜 실력자들이 쏟아져 나와서일까. JTBC 오디션 프로그램 <팬텀싱어2>는 시즌1보다 훨씬 많은 실력자들이 눈에 띈다. 이태리에서 날아온 세계적인 바리톤 김주택이나 독일에서 온 베이스 바리톤 김동현, 청량하고 매력적인 목소리를 가진 조민규, 무대장악력이 놀라웠던 권성준 그리고 ‘팬텀 오브 더 오페라’를 남녀 파트를 넘나들며 불러 듣는 이들을 소름 돋게 했던 강형호가 등장한 첫 회는 그래서 시작에 불과했다는 생각이 든다. 

'팬텀싱어2(사진출처:JTBC)'

건강한 목소리를 전해준 농부 테너 정필립, 뮤지컬 가수지만 생계를 위해 제주도 호텔 가수로 활동하고 있는 신명근, 전직 씨름선수였다가 성악을 하게 됐다는 안세권, 자유로운 영혼이라고 스스로를 밝히고 어딘지 어눌한 면이 있었지만 놀라운 완성도의 노래를 들려준 조민웅, 늘 형의 그늘 아래 있었다고 했지만 또 다른 매력을 보여준 박상돈의 동생 박상규, 야성미에 연기력까지 돋보인 개성파 보컬 이정수, 단단한 실력파 뮤지컬 조형균 등등. 출연자들 하나하나가 예사롭지 않다. 

특히 안세권 같은 성악가의 노래는 성악을 모르는 일반인이 듣기에도 너무나 잘 한다는 생각이 들게 했다. 성량도 풍부한데다 힘도 좋고 고음까지 쭉쭉 치고 나가는 그 목소리에 심사위원인 윤종신은 가요를 하는 입장에서도 듣기 좋은 소리라고 극찬했다. 또 조진웅과 외모도 닮고 이름도 비슷해 실제 형제가 아닌가 착각하게 했던 조민웅이 들려준 차이코프스키의 노래는 러시아 가곡의 매력을 전해주기에 충분했다. 물론 그 말뜻은 잘 와 닿지 않지만 왠지 모를 러시아 특유의 감성 같은 것들이 묻어났다. 

이태리는 물론이고 독일에서 음악활동을 하는 현역 성악인이 참여하고, 한 때는 성악가였지만 시골 농부로서 살아가는 사람이나 뮤지컬 배우를 꿈꿔왔지만 현실을 위해 호텔에서 노래를 부르는 사람, 박상돈처럼 실력이 충분하지만 어쩐 일인지 레스토랑을 경영하고 있다는 동생 박상규, 그리고 덕후로 시작해 실력자가 된 사람이나 그들을 보며 꿈을 키워가는 대학생까지. 도대체 이 많은 실력자들이 어디 숨어 있다가 갑자기 나타나게 된 걸까. 

아마도 그건 <팬텀싱어> 시즌1이 일종의 물꼬를 터준 덕분이 아닐까 싶다. 사실 음악에 있어서 성악가나 오페라 가수 그리고 뮤지컬 배우만큼 실력자들이 없다. 물론 뮤지컬은 최근 몇 년 간 대중화되면서 그 저변이 넓어졌지만 성악이나 오페라를 하는 이들은 아직까지 일반 대중들과의 접점이 많이 없었다. 실력은 충분하지만 그 실력을 일반 대중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무대가 없었던 것. 

시즌1이 대성공을 거두게 되면서 이들에게는 <팬텀싱어2>가 꿈의 무대로 인식되었을 것이다. 누구보다 실력자들이지만 보다 많은 대중들에게 다가갈 수 없었던 그들이 자신들의 음악을 제대로 들려준다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흥분되는 일이겠나. 무엇보다 이 무대는 우리가 잘 몰랐던 성악이나 오페라 같은 세계를 대중들에게 알려준다는 좋은 취지가 있었다. 그러니 세계적인 실력자도 또 그들을 보며 꿈을 키워왔던 아마추어도 모두 함께 할 수 있는 무대가 될 수밖에.

어째서 이토록 놀라운 실력에 감성까지 더해 우리의 귀까지 고급지게 만들어주는 음악을 어째서 우리는 잘 모르고 지내왔을까. 그것은 아마도 흘러나오는 음악들이 다양한 장르를 포괄하고 있기보다는 특정 장르에 편중되어 그 부류의 음악들만 대중들에게 전해진 탓이 아닐까 싶다. <팬텀싱어2> 같은 그 어떤 장르보다 실력자들이 넘치지만,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한 이들을 위한 무대가 더더욱 필요한 이유다.

오디션은 끝물? <팬텀싱어>는 오디션이 아니다

 

분명 노래에 점수가 매겨지고 누군가는 합격하며 누군가는 탈락한다. 그러니 그 형식적 틀이 오디션 프로그램이라는 건 누구나 다 아는 일이다. 하지만 JTBC <팬텀싱어>는 오디션 프로그램이라는 생각이 잘 들지 않는다. 누가 붙고 누가 떨어지는가에 대한 관심보다 큰 건 이번에는 저 조합의 중창단이 어떤 노래를 들려줄 것인가에 대한 기대감이 더 크기 때문이다.

 

'팬텀싱어(사진출처:JTBC)'

드디어 본격적으로 4중창단이 꾸려져 첫 선을 보인 <팬텀싱어>의 시청률이 4.4%(닐슨 코리아)로 반등하게 된 건 그런 이유다. 고훈정, 이준환, 이동신, 손태진이 구성한 울트라 슈퍼문팀이 꾸릴 무대에 대한 기대감은 이 방송을 꾸준히 봐온 시청자들이라면 그 누구보다 클 수밖에 없다. 지금껏 전체를 잘 리드해온 고훈정이라는 리더십, 들을 때마다 알 수 없는 슬픔이나 경건함을 부여하는 이준환의 카운터테너 목소리에, 굵직한 남성미가 돋보이는 이동신과 감성 가득한 울림이 있는 손태진의 조합이라는 걸 시청자들은 그간의 무대를 통해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건 혼자 솔로로 부르며 자기 기량을 뽐내는 그런 무대가 아니다. 감기에 심하게 걸려 목소리 자체가 나오지 않는 이준환군을 배려하기 위해 당일 날 곡 구성 자체를 전부 바꿔 부르는 장면은 그 자체만으로도 감동적이다. 그래서 그렇게 서로를 배려한 마음들이 노래의 하모니를 통해 전달되는 장면을 보며 가사의 의미는 잘 몰라도 어떤 경건한 느낌에 바다 같은 심사위원이 눈물을 떨어뜨리는 건 공감가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탈락 위기에 몰렸다가 다시 팀을 꾸리게 되어 한 팀이 된 류지광, 김현수, 정휘, 최경록의 하이브리드 팀 역시 마찬가지다. 예쁜 음색을 가졌지만 다소 불안한 음정들이 있는 정휘의 경우 네 명이 함께 부르며 서로 빈 구석을 채워주자 오롯이 자신의 장점만을 잘 드러내는 모습을 보여줬다. 이문세의 집으로를 리메이크해 부른 이 팀의 노래는 그 누구보다 하모니의 정석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백형훈, 윤소호, 고은성, 권서경으로 구성된 빈센트 권고호 백작 팀은 역시 꽃미남 팀이라는 별칭에 걸맞게 시선을 집중시켰지만, 막상 노래가 시작되자 엄청나게 몰아치는 강렬한 무대로 좌중을 압도시켰다. 유슬기, 백인태, 곽동현, 박상돈으로 구성된 인기현상 팀은 셀린 디온의 ‘I Surrender’를 절정의 고음의 향연으로 만들어냈고, 박유겸, 오세웅, 이벼리, 기세중의 8890 팀은 김경호의 아버지를 진솔한 마음으로 불러 심사위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압도적인 실력들 하나하나가 모여 자기 실력을 뽐내기보다는 타인과 하모니를 이루는 그 무대들은 더 이상 심사위원들의 심사의 대상이 아니었다. 심사위원들은 어떻게 이런 무대에 점수를 매기냐며 힘겨워 했고 결국 4중차 오디션 끝에 떨어진 네 명으로 인해 눈물바다가 된 무대를 보며 그 안타까움에 역시 눈물을 훔쳤다.

 

<팬텀싱어>는 그래서 오디션을 뛰어넘었다. 이 오디션을 표방한 프로그램에 오디션은 없었고 또한 평가를 위한 심사도 있을 수 없었다. 다만 남은 것은 각각의 서로 다른 음색들이 모였지만 그것이 한 마음으로 한 목소리를 내는 장면과, 그 장면을 보며 관객은 물론이고 시청자 그리고 심사위원까지 한 마음이 되는 기적 같은 순간들이다. 오디션의 목적이 당락을 앞세운 자극이 아니라 더 좋은 하모니의 광경을 선사하는 것이라는 걸 보여줬던 것. 금요일이면 이제 귀호강 시간으로 자리한 <팬텀싱어>는 제목에 걸맞게 어느새 우리의 마음을 사로잡는 유령 같은 오디션이 되었다. 다음 금요일을 못내 기다리게 만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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