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 역대급 궁금증 유발 드라마, 도대체 범인은?

 

어느 시골마을에서 벌어지는 연쇄살인과 실종사건. 20년 전 그 사건들 속에서 사라져버린 여동생을 지금껏 추적하고 있는 형사. 그 속은 얼마나 문드러졌을까. 어떤 장소에서 20년 전 사라졌을 당시 여동생과 비슷한 나이 또래의 여자만 봐도 동생이 보일 정도니, 이 이동식(신하균)이라는 형사가 제정신일 리가 없다.

 

JTBC 금토드라마 <괴물>은 이렇게 대놓고 이동식이 범인이 아닐까 하는 궁금증을 몽글몽글 피워댄다. 물론 대놓고 그가 범인처럼 보이는 장면들이 나오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단정 짓기도 애매하다. 스릴러의 장면들이란, 누군가의 상상이 들어가기도 하고 때론 환영이 보여지기도 한다. 이동식 정도의 제정신일 리 없는 형사의 시선이라면 더더욱 그렇지 않은가.

 

2회에 다시 터진 만양슈퍼 주인인 강진묵(이규회)의 딸 강민정(강민아) 실종 상해 사건은 곧바로 20년 전 사건을 다시 수면 위로 올린다. 그런데 이 강민정이 실종되고, 손가락 열 개가 잘려진 채 나란히 전시(?)된 사건의 용의자로 드라마는 자꾸만 이동식을 지목한다. 그리고 실제로 맨 마지막 장면에는 그 손가락을 평상 위에 올려놓은 손과 그 인물이 이동식이라는 걸 보여주며 끝을 맺는다.

 

그렇다면 이동식이 범인이라는 것인데, 어딘지 그래도 미진한 의문점들이 넘쳐난다. 그 장면들은 다양한 추정들을 가능하게 하기 때문이다. 실제 강민정의 상해범이 이동식일 수 있지만 그것이 단지 상해인지 아니면 살인인지 단정할 수 없고, 그가 강민정 실종사건의 범인이라 하더라도 과거 20년 전 사건 역시 그가 저질렀다 단정하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그는 이제 20년이나 지나 사람들 머릿속에서 점점 잊혀 가는 그 사건을 다시금 사회에 꺼내놓기 위해 이 일을 벌였을 수도 있다. 물론 그런 일 자체가 없었고 단지 미칠 듯 사건에 집착하다 보니 그런 착각이나 환영을 떠올렸을 수도 있고...

 

하여간 명확하지가 않다. 그리고 이것은 <괴물>이라는 드라마가 시청자들에게 미끼를 물게 하는 방식이다. 어쩌다 첫 회를 본 시청자들은 이미 그 미끼 하나를 문 셈이고, 매회 또 하나씩의 미끼가 물리면서 이제는 더 이상 빠져나가기 어렵게 되어버렸다. 경찰대 수석 졸업자에 차기 경찰청장감으로 얘기되는 아버지 한기환(최진호)의 아들로 이 파출소와는 너무나 어울리지 않는 한주원(여진구) 경위는 바로 이 이동식을 자꾸만 용의자로 보게 만드는 인물이지만, 그 역시 어딘가 의심스러운 과거를 갖고 있다.

 

동네 갈대밭에서 발견된 백골시신이 한때 한주원이 함정수사를 벌이려다 사라져버린 인물이라는 게 드러나고, 근처에서 발견된 핸드폰에서는 한주원과의 통화기록이 나온다. 한주원은 자신은 모르는 일이라 발뺌하지만, 그는 어딘지 숨기는 구석이 있어 보인다. 무엇보다 그의 아버지 한기환이 과거 그 이 곳에 부임해 있었고 20년 전 벌어진 이동식 여동생 실종사건을 빠르게 종결시킨 것 역시 어딘가 의심스러운 면이 있다. 그래서 한주원이 계속 이동식을 범인을 몰아가는 게 오히려 그를 더 의심스럽게 만든다. 그는 현재 추적하고 있는 연쇄살인범으로 이동식을 용의자로 생각하고 이곳까지 들어온 것이지만, 거기에는 또 다른 숨겨진 이유가 있는 게 아닐까.

 

보통 '미끼를 던지는' 스릴러들이 가진 동력은 마치 늪처럼 무언가 단서라 생각한 것이 또 다른 미끼가 되어 계속 시청자들을 벗어나지 못하게 하는 데 있다. <괴물>은 바로 이런 의심의 순간들을 이동식과 한주원이라는 그 속을 알 수 없는 인물들을 통해 계속 끄집어낸다. 드라마가 매회 부여하고 있는 부제목들은 그 미끼가 무엇인가를 잘 드러내준다. 첫 회 '나타나다', 2회 '사라지다', 3회 '웃다' 같은 무표정한 느낌의 제목들은 그 행위를 한 인물들을 계속 의심하게 만든다.

 

20년 만에 마을에 다시 나타난 이동식과 한주원이 그렇고, 사라진 이유연과 함정수사에 투입됐다 사라진 여인 그리고 다시 사라진 슈퍼 딸 강민정 역시 이동식과 한주원을 의심하게 만든다. 또 이들이 보여주는 다소 그 속내를 알 수 없는 웃음은 기괴한 느낌마저 자아내며 보는 이들을 소름 돋게 한다. 이러니 의심은 더욱 깊어질밖에. 의심이 깊어지는 만큼 우리가 문 미끼들은 더욱 공고하게 우리를 잡아끄는 동력과 몰입감을 만들어낸다.

 

<괴물>은 이런 드라마다. 도대체 누가 괴물일까는 결국 드러나겠지만, 그 과정에서 모두가 의심되는 상황들을 겪으며 어쩌면 어디에나 있는 괴물을 드러내는 그런 드라마. 이미 우린 미끼를 물었다. 신하균과 여진구가 슬쩍 짓는 웃음 하나에도.(사진:JTBC)

‘트랩’의 묵직한 질문, 당신은 사냥감의 삶을 살아가는가

“너넨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 줄 아니? 남조선은 하나의 커다란 사냥터고, 너는 그냥 사육되는 사냥감에 불과하다.” OCN 드라마 <트랩>에서 한 조선족 출신 청부살인자는 자신을 붙잡아둔 형사들에게 그렇게 말한다. 우리는 그 속에 살고 있어서 잘 보이지 않지만, ‘외부인’인 그의 시선에는 우리가 사는 세상이 그렇게 보이더라는 것. 그리고 이건 아마도 이 드라마가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이야기를 통해 보여주려는 한국이라는 지옥도의 풍경일 게다. 


<트랩>은 그 제목처럼 덫에 대한 이야기고 사냥에 대한 이야기다. 거기에는 사냥꾼이 있고 사냥감이 있으며 미끼도 존재한다. 그렇다면 도대체 누가 사냥꾼이고 누가 사냥감이며 미끼는 또 누구인가. 처음 드라마는 그 사냥감이 바로 국민앵커로까지 불리는 유명 언론인이자 이제는 정치를 하려는 강우현(이서진)인 것처럼 보여준다. 어느 날 산장에 가족이 함께 갔다가 알 수 없는 사냥꾼들에게 ‘토끼몰이’를 당했다는 것. 아이는 사체로 발견되고 아내는 실종되었으며 강우현 또한 온 몸에 만신창이가 된 상태로 구조된다. 

하지만 이건 일종의 트릭이었다. 그 사건은 강우현의 진술 내용을 보여준 것이었기 때문이다. 결국 드라마는 강우현이라는 인물의 말대로 그가 피해자라는 걸 믿게 만들어놓지만, 후반부에 이르러 그것이 모두 그의 자작극이었다는 사실을 소름끼치는 반전으로 드러내준다. 강우현은 사이코패스였고, 대한민국 사회를 쥐락펴락하는 권력자들에게 다가가기 위해 아내 신연수(서영희)마저 이용하다 결국 죽였으며 증거를 인멸하기 위해 아이까지 죽이며 자작극을 벌였던 것. 

여기서 중요한 건 그 권력자들이 대한민국 사회를 어떤 방식으로 움직이는가 하는 점이다. 그들은 우리 사회를 커다란 사냥터로 만들고 보통 사람들을 사육시키며 필요에 따라 사냥감이 되는 걸 그저 버티며 살아가게 만드는 그런 인물들이다. 강우현은 피해자가 아니라 바로 그들 같은 사냥꾼의 삶을 선택한 사이코패스다. 놀라운 건 이 인물은 저 친일파의 자손을 위시해 공고한 권력의 카르텔을 형성하고 있는 조폭과 정치인과 경제인 의사 그리고 법조인들보다 더 영악하다는 점이다. 

권력의 카르텔의 얼굴마담 격으로 세워졌던 기업인 홍원태(오륭)를 왜 강우현으로 교체해야만 하느냐는 친일파 3세(이시훈)의 질문에 카르텔의 머리격인 김의원(변희봉)은 그가 이미 그 자격을 충분히 증명했다며 이렇게 말한다. “한 개인이 단 한 건의 사건으로 대한민국 전체를 덫으로 몰아넣었죠. 정의, 신뢰, 동정, 연민이란 우리가 도저히 만들 수 없는 아주 교묘한 미끼로 말이죠. 그만한 사냥꾼이 어디 있겠습니까?”

실제로 강우현은 정치 행보를 본격화하며 나선 TV토론에서 정의를 묻는 질문에 자신이 사지로 몰아넣은 프로파일러 윤서영의 절규어린 이야기를 그대로 이용하며 그 뱀의 혀로 대중들을 설득시킨다. “그렇게 옳은 일을 하는 사람들이 왜 그렇게 힘들어야 되는 거냐구요 왜?” 항상 옳은 일을 하는 사람들이 더 힘들게 살아가야 되는 현실을 개탄했던 윤서영의 그런 질문을 교묘하게 강우현이 대중들을 격동시키는 소재로 이용하는 것. 그는 말한다.

“제 정의는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것입니다. 작전정당이냐구요? 작전 필요하면 하겠습니다. 언론인 출신이 사실과 진실을 호도한다구요? 네 저 언론인 출신 맞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정치인입니다. 전 앞으로도 제 일에 모든 감정을 쏟아서 할 예정입니다. 국민들의 분노, 좌절, 슬픔, 고통 제가 다 안고 가겠습니다. 옳은 일을 위해서 싸우는 평범한 사람들이 그런 감정을 느끼지 않게 것. 이게 제가 생각하는 정의에 대한 정의입니다.” 그리고 그의 TV 토론을 보던 친일파 재벌은 “새 시대 백년반도의 왕이 나왔구나!”하고 강우현의 언변을 경탄한다. 

<트랩>의 엔딩은 속 시원한 사이다가 아니다. 물론 고동국(성동일) 형사가 저 권력의 사냥꾼들과 강우현을 대결하게 만들고, 그 과정에서 권력자들을 제거하며 강우현은 ‘트랩’이라는 탄저균에 중독시켜 해독제를 찾아 나서게 만드는 복수를 하지만, 그것이 우리가 이 드라마를 통해 봐온 커다란 사냥터가 된 우리네 사회의 진면목이 주는 씁쓸함과 끔찍함을 지워내지는 못해주기 때문이다. 

대신 우리는 이 드라마를 통해 중대한 질문 하나를 화두처럼 갖게 됐다. 과연 나는 누군가의 사냥감이 아닌 나로서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가. 도처에 숨어 있는 권력의 사냥꾼들이 헌팅그라운드를 조성하고 그 안에서 미끼에 따라 이리 뛰고 저리 뛰며 살아가고 있는 건 아닌가. 늘 힘들지만 문제의 근원을 찾기 보다는 그냥 원래 사는 게 그렇다며 포기하며 살아가고 있는 건 아닌가. 누군가 던져주는 거짓 희망이라는 미끼에 휘둘리는 건 아닌가. 

제 혀를 잘라 뱀의 혀로 만들어 놓고 끔찍하게 웃는 강우현이라는 인물의 거짓말은 그래서 많은 걸 생각하게 한다. “평범한 서민들은 너무나 힘들고 어려운 문제들이 많아서 그 답을 일일이 찾을 시간이 없다고. 먹고 자고 그저 버티면서 어떻게든 되겠지 하고 믿으면서 그저 견디는 수밖에 없다고. 그건 잘못된 생각입니다. 버티고 견디는 게 아니라 모든 사람이 희망을 가지고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 게...” 어쩌면 저들은 거짓희망을 얘기하면서 평범한 서민들은 늘 그렇게 사냥감일 뿐이라고 생각하는 지도 모른다. <트랩>의 강우현의 실체가 더더욱 소름끼치게 다가온 건 그래서다.(사진:OCN)


흥행돌풍 ‘겟아웃’, 무엇이 국내 관객들의 발길을 이끌었나

사실 영화 <겟아웃>이 우리네 대중들에게 알려진 건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그런 영화가 있다더라는 정도였지만 이렇다 할 홍보가 진행된 게 없었기 때문이다. 약 50억 정도가 들어간 해외영화이니 화려한 할리우드 영화와 비교해보면 저예산이라고 볼 수 있고, 그것도 공포 스릴러를 장르적 특징으로 갖고 있다는 점은 여러모로 국내 흥행에는 이점이 있다고 보기도 어려웠다. 

사진출처:영화 <겟 아웃>

하지만 막상 영화가 국내에 개봉하자 <겟아웃>은 폭발적인 반응을 일으켰다. 개봉 이틀만에 <불한당>을 제치고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했고 “놀랍다”, “소름끼친다”는 반응들이 이어지면서 입소문을 타고 있다. 여기에 이미 북미 지역에서 놀라운 반응을 얻고 있다는 소식과 비평 포털사이트인 로튼토마토 평점이 무려 99%를 차지했다는 사실은 이 입소문에 기름을 끼얹었다. 무언가 대단한 작품이라는 것, 그리고 충격적인 전개의 영화라는 것이 국내 관객들이 <겟아웃>에 관심을 갖게 만드는 중요한 요인이다. 

게다가 ‘미국판 <곡성>’이라는 표현은 국내 관객들의 호기심을 자아내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무언가 끔찍한 사건들이 벌어지지만 그럼에도 눈을 돌릴 수 없을 만큼 강렬한 에너지를 만들어낸 <곡성>과 비교되면서, <겟아웃>에 대한 궁금증은 더 커졌다. <곡성>이 일종의 호기심과 궁금증이라는 미끼를 던져 관객들을 확 끌어당긴 것처럼 <겟아웃> 역시 막연히 그런 놀라움과 충격이 선사하는 즐거움을 줄 수 있을 거라는 믿음감이 생긴 것. 

그렇다면 실제 <겟아웃>은 어떨까. <곡성>과 비교될만한 에너지를 가진 영화일까. 물론 <겟아웃>이 다루는 이야기의 공포는 미국의 인종차별주의를 연원으로 하고 있어 <곡성>이 갖고 있는 무속신앙적인 세계의 공포와는 조금 다르다. 하지만 외지인에 대해 느끼는 공포감이 그 밑바탕에 깔려 있다는 점은 <곡성>과 <겟아웃>이 충분히 비교될만한 지점이다. 

워낙 충격적인 후반부의 전개는 사실상 스포일러가 영화 자체를 망가뜨릴 수 있어 설명하기가 어렵다. 하지만 <겟아웃>의 이야기 전개 속에 등장하는 시각이 주는 공포감이나 그를 통해 미국 사회에 여전히 깔려 있는 인종차별적 시선들이 그 충격적인 후반부의 장면들 속에 하나하나 녹여져 있다는 사실은 이 영화가 얼마나 촘촘하고 치밀하게 이야기와 영상을 구성해냈는가를 잘 보여준다. 

사실 공포 스릴러의 하나로 봐도 충분히 전율이 느껴질만한 작품이다. 하지만 그 공포 속에 <겟아웃>은 겉으로는 호의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괴물처럼 그 기저를 어슬렁거리는 타자에 대한 공격성이나 지배욕 같은 걸 끄집어낸다. 그리고 그것은 또한 흑인으로서 살아오며 제 의지로 움직일 수 없고 다만 그 끔찍한 일들을 바라보고만 있었던 그들이 그 트라우마를 이겨내는 과정이기도 하다. 스릴러를 충분히 즐기고 나면 그 남는 메시지의 여운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아마도 인종차별이라는 소재는 국내 관객들에게 미국인들만큼 강렬하게 다가오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타자에 대한 배타성으로 이 문제를 바라보면 우리들 역시 쉽게 영화 속 이야기에 몰입될 수 있다. <곡성>처럼 미끼를 던지는 영화지만, 역시 <곡성>처럼 기꺼이 그 미끼를 물고 싶은 영화, 바로 <겟아웃>이다.

무한상사의 도전, 시청자들은 기꺼이 미끼를 물었다

 

예능이 이래도 되나? <무한도전>무한상사가 아예 작정하고 웃음기 쪽 뺀 스릴러로 돌아왔다. 이미 예고됐던 대로다. <시그널>의 김은희 작가가 대본을 쓰고 장항준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출연자들도 예사롭지 않다. 김혜수, 이제훈은 물론이고 김희원, 전석호, 손종학, 전미선 같은 자기 색깔이 확실한 배우들이 참여했으며 심지어 <곡성>으로 국내에도 팬층을 확보하고 있는 쿠미무라 준이 함께 했다. 여기에 <무한도전>‘5분대기조가 되어가고 있는 지드래곤까지. 사실 기획만으로도 무한상사는 끝난 게임이다.

 

'무한도전(사진출처:MBC)'

그래서였을까. ‘무한상사는 기존의 즉석 상황극을 통한 콩트 코미디적인 요소들을 완전히 들어내고 긴장감 100%의 스릴러를 선보였다. 어두침침한 회사 사무실에서 홀로 무언가를 보고 있던 유재석이 누군가에게 쫓기고 있다는 걸 의식하고 도망치는 몇 분 동안의 시퀀스는 <무한도전>이라면 조금 풀어놓고 웃을 준비를 하고 있던 시청자들을 잔뜩 긴장시켜 한 편의 영화 속으로 끌어들이기에 충분했다.

 

이 첫 장면을 위해 유재석이 며칠을 뛰고 또 뛰며 재촬영을 했던 것이 이해가 되는 대목이다. 어떤 면에서 무한상사<무한도전> 시청자들에게는 이미 갖고 있는 잔상과 이미지가 존재한다. 물론 레미제라블을 직장 버전으로 패러디한 뮤지컬 형식도 있었고, 액션을 시도한 적도 있었지만 그래도 어쨌든 시청자들에게 무한상사는 코미디로 자리하고 있다. 그러니 코미디에서 진짜 스릴러로 넘어가는 그 장벽을 넘기 위해서는 앞부분에서 확실한 긴장을 만들어내는 게 필수적이다. 유재석의 추격전은 그런 심리적 장벽을 뛰어넘기에 충분했다.

 

그 극점은 가까스로 회사를 빠져나온 유재석이 허무하게도 달려드는 차량에 치이는 장면이다. <무한도전>, 그것도 무한상사의 구심점이라고 할 수 있는 유재석의 이런 충격적인 사고 장면은 이야기를 되돌려 그가 왜 그런 일을 당하게 됐는가에 대한 궁금증을 증폭시킨다. 영문을 알 수 없는 어떤 일들이 뒤에서 진행되고 있고 그래서 오르골을 받은 직장 동료들이 하나씩 의문의 죽음을 맞는 과정이 이어지고 마치 <곡성>의 한 대목을 끌어온 듯 쿠니무라 준이 무한상사에서 사고를 겪은 이들의 사진을 들여다보는 장면은 시청자에게 확실한 미끼를 던졌다.

 

프로 연기자들의 연기야 명불허전이지만 그들과 함께 호흡을 맞추는 <무한도전> 멤버들의 연기는 또 하나의 도전이다. 연기가 어색하다는 걸 스스로 밝힌 박명수나 광희조차 이 작품에서는 웃음기 뺀 진지함을 보여주고 있다. 자연스러운 연기를 보여주는 건 역시 연기 경험이 있는 정준하와 하하다. 특히 정준하는 특유의 바보스럽고 어눌한 모습으로 어딘지 짠하면서도 웃음을 주는 연기를 선보인다. 그는 이 무한상사에서 벌어지고 있는 사건들에 의문을 제기함으로써 그걸 추적해 나가는 것으로 사실상 극의 중심에 서 있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무한상사에서 의외의 발견은 유재석의 연기다. 그저 웃음 주는 콩트 코미디만 능한 줄 알았지 이처럼 정극에서도 의외의 단단한 연기를 보여줄지는 몰랐다. 앞부분의 긴장감을 확실히 만들어놓은 장본인이고, ‘무한상사특유의 상황극적인 웃음 속에서 한 순간에 팀원들을 긴장하게 만드는 유부장 역할로서 그는 괜찮은 몰입감을 보여주고 있다.

 

물론 본격 스릴러 영화나 드라마만큼의 짜임새나 기상천외한 반전의 이야기를 무한상사가 보여줄 것이라 기대하는 건 너무 과한 일이다. 하지만 예능 프로그램인 <무한도전>이 이처럼 웃음기 쪽 뺀 스릴러에 도전하고, 거기에 실제 현업에 있는 작가, 감독, 배우들이 기꺼이 호응해줬다는 사실은 충분히 의미 있고 박수 받을 만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로써 <무한도전>은 예능에 또 하나의 영역을 확장해냈다. 그 도전만으로도 시청자들은 기꺼이 무한상사가 던지는 미끼를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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