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미래 (21)
주간 정덕현
‘무도’ 미래예능연구소, 어째서 미래가 잘 안보였을까이건 현 예능에 대한 고도의 비판인가 아니면 그저 안이한 기획의 결과인가. MBC 예능 프로그램 이 새로이 시작한 ‘미래예능연구소’ 특집은 한 공간에 11명의 피실험자들을 모아놓고 주어진 미션을 수행하며 그들을 관찰하는 콘셉트로 시작했다. “미래의 웃음을 연구한다”는 기치를 내걸었지만 특별한 그 실험 상황 속에서 저마다 드러내는 본능과 속내를 관찰하는 쪽에 더 무게중심이 실렸다. 별것도 아닐 수 있는 이름 대신 사용될 1번부터 11번까지의 등번호를 선택하는 과정에서부터 출연자들은 신경전을 벌였다. 그것이 향후 서열이 될 수도 있다는 예상 때문이었다. 서열을 정하기 위해 한바탕 벌인 닭싸움에서는 연합과 배신이 계속 이어졌다. 이른바 땅꼬마 유니언으로 연합..
‘내일 그대와’, 결국 신민아·이제훈 멜로에서 승부 봐야만일 tvN 의 후속작이 아니었다면 어땠을까. 새로 시작한 는 여러모로 부담감을 갖고 시작할 수밖에 없었다. 물론 장르적 특징은 다르지만 과거와 현재를 넘나드는 시간 판타지 역시 유사한 지점을 갖고 있고 또 그 시간을 뛰어넘는 멜로라는 소재의 유사점은 가 의 그늘을 쉽게 벗어날 수 없게 된 이유들이다. 하지만 첫 회만 두고 보면 는 확실히 와는 다른 드라마다. 시작부터 유소준(이제훈)은 스스로 ‘시간여행자’임을 밝힌다. 그게 어째서 그렇게 됐는지 이유는 밝히지 않는다. 하지만 미래의 어떤 시간을 여행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그는 그래서 자연스럽게 송마린(신민아)과 관계를 맺는다. 멀지 않은 미래, 그는 자신과 그녀가 함께 사고로 죽어가는 모습을 보게..
의 질문, 미래를 위해 과거를 덮어도 될까? 모든 진실이 드러났다. 유혜정(박신혜)의 할머니 강말순(김영애)의 죽음은 분명 진명훈(엄효섭)의 과실이 있었다. 진명훈도 그걸 인정했고 유혜정에게 사과를 했다. 하지만 유혜정은 더더욱 분노할 수밖에 없었다. 그 사과라는 것이 단 한 톨의 진심도 들어가 있지 않은 말뿐인 사과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뒤늦게 드러난 진실로는 법적으로 진명훈을 단죄할 수 있는 길이 없었다. 이미 시효가 모두 지나버린 사건들이고, 당시 유혜정의 아버지가 합의금을 받았다는 사실은 이런 과실을 문제 삼지 않겠다는 뜻도 들어 있었기 때문이다. 진실이 밝혀졌지만 합당한 처벌이나 진심어린 사과가 이어지지 않는 현실. 유혜정은 그 앞에서 분노할 수밖에 없었다. 물론 멜로라는 색깔을 전면에 갖고 있..
, 미래를 걱정하는 분들을 위한 위로 “저는 단기기억상실증을 갖고 있는 도리입니다.” 애니메이션 는 너무나 작고 깜찍하게 생긴 물고기 도리의 이런 말로 시작한다. 도리는 바로 직전 자신이 한 이야기조차 깜박 깜박 잊어버린다. 그래서 한 이야기를 또 하고 또 한다. 그런 도리를 부모들은 참을성 있게 대하며 한 편으로는 용기를 준다. 밖에서 놀다가 집을 찾아오는 일이 쉬울 리 없지만, 도리의 부모는 조개껍질을 표식으로 그걸 따라 오다보면 집으로 올 수 있다고 도리에게 알려준다. 너무나 작은 존재인 도리가 살고 있는 바다는 그 끝을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로 어마어마하게 넓다. 그러니 커다란 스크린에 작은 도리가 부모를 잃어버린 채 홀로 어둠 속에 있는 장면은 고스란히 그 막막함을 관객들에게 전해준다. 게다가 도..
, 로맨틱 코미디의 또 다른 진화 남자와 여자가 만나고 서로에게 빠져들지만 둘 사이를 가로막는 장애가 등장한다. 그 장애는 연적이 되기도 하고 부모가 되기도 하며 때로는 너무 다른 빈부 격차가 되기도 하고 아주 가끔씩은 사회적 편견이 되기도 한다. 달달하고 웃긴 코미디로 시작하지만 중반 이후로 흘러가면서 조금씩 무거워지고 심지어 비극을 향해 달려가기도 하는 흐름을 보인다. 해피엔딩이냐 새드엔딩이냐에 대한 논의들이 오갈 때 드라마는 적당한 수준에서 타협하며 끝을 마무리한다. 그 많은 로맨틱 코미디들이 보여줬던 공식들이다. tvN 역시 이 틀에서 크게 벗어났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그 전개과정은 사뭇 다르다. 남자와 여자가 만나지만 그것은 인연이 아닌 악연으로 시작하고 그 악연이 다름 아닌 ‘같은 이름..
김래원, 그가 의사이자 교사인 이유 의사는 환자를 치유하고 교사는 세상을 치유한다. 아마도 SBS 월화드라마 에 딱 어울리는 말이 아닐까 싶다. 이 의학드라마에서 주인공인 홍지홍(김래원)은 교사이면서 의사다. 본래는 의사였지만 자신의 실수로 환자가 죽게 된 후 병원을 떠나 교사가 되었다. 하지만 홍지홍은 말한다. 의사나 교사가 그렇게 다른 직업은 아니라고. 병든 환자를 치유하는 일이 의사가 하는 일인 것처럼, 병든 세상을 치유하는 건 다름 아닌 교사가 하는 일이다. 진정한 선생님은 희망 없고 좌절하는 학생들에게 다시 일어설 수 있는 동기를 부여하고 꿈을 꾸게 만든다. 유혜정(박신혜)은 그렇게 홍지홍이라는 교사에 의해 구원받는 학생이다. 엄마의 죽음과 아빠의 재혼 그리고 버려져 할머니의 품에서 자라는 그녀..
미래는 바뀔 수 있다...의 사랑론 미래는 바뀔 수 있다. 종영한 드라마 에서 그토록 많이 들었던 그 목소리가 tvN 월화드라마 에서도 들려온다. 물론 이 과거를 고쳐 미래를 바꾸는 설정이 판타지를 통해서였다면, 은 도경(에릭)이 갖고 있는 미래를 보는 능력 혹은 기시감을 통해서다. 도경은 이미 본 미래와 다른 말과 행동을 선택함으로써 그 미래를 바꾸게 됐다. 길거리에서 우연히 마주쳤을 때 기시감 속에서 도경은 오해영(서현진)에게 “미안하다. 아는 척해서”라고 속내를 숨긴 채 말하고 있었지만, 그는 실제로는 “신발 바꿔 신어. 발소리 불편하게 들려”라는 말로 슬쩍 자신의 걱정하는 속내를 드러냈다. 상처받지 않기 위해 항상 속내를 감추며 살아왔던 도경이 변화를 선택했다는 걸 보여준다. 도경이 변화하자 그 ..
의 미래병원, 우리 사회의 자화상 “병원이 이 모양인데 무슨 희망이 있습니까?” 119 구급대원이 응급환자를 구조해 왔지만 대량수혈이 필요한 환자는 받지 않는다는 게 방침이라는 의사에게 구급대원은 그렇게 말한다. 지진으로 정상적인 운용이 어려운 병원이라지만 환자를 길거리에서 죽어가게 만든다는 건 의사로서 아니 인간으로서는 비상식적인 일이다. 그래서 의사가 내세우는 건 이른바 ‘병원의 방침’이다. 그 결정은 자신이 내리는 것이 아니라 병원이 내리는 것이라 치부하는 것이다. JTBC 드라마 의 이 구급대원이 던지는 질문은 마치 우리 사회에 대한 질문처럼 다가온다. 이 드라마에서 미래병원(이름에 미래를 붙인 건 의도적이었을 게다)은 우리 사회를 상징하는 것만 같다. 즉 병원이 이 모양인데 무슨 희망이 있냐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