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사랑의 콜센타’와 젊고 싶은 ‘트롯신’의 차이

 

홍진영이 부산에서 거는 전화인 양 숨겨 게스트로 출연한 TV조선 <사랑의 콜센타>에는 시청자들의 불만 섞인 원성이 쏟아졌다. 이유는 명백했다. 시청자들이 원한 건 <미스터트롯> 톱7과 함께 하는 시간이자 무대이지 뜬금없이 몰카 설정으로 게스트를 출연시키는 그런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시청자들은 한 번이라도 더 톱7의 무대를 보고 싶어 한다. 물론 다음 주 예고된 것처럼 레인보우 같은 <미스터트롯>이 배출한 또 다른 트로트 스타들을 보는 일은 반가운 일이지만.

 

이렇듯 <사랑의 콜센타>는 온전히 <미스터트롯>이 이끌어낸 팬덤을 위한 시간으로 자리했다. 스튜디오 예능으로서 시청률이 평균적으로 20%(닐슨 코리아)를 웃돈다는 사실은 놀라울 정도지만, <미스터트롯>이 해낸 신드롬을 생각해보면 당연하다 여겨질 정도다. 임영웅은 애초 예고된 대로 <미스트롯>의 송가인 열풍을 그대로 재연하고 있지 않은가. 특유의 차분한 그의 목소리를 듣는 것만으로도 위안과 위로를 얻고 있으니.

 

<미스터트롯>이 만든 트로트 열풍은 때 아닌 트로트 소재 프로그램들의 특수를 가져왔다. <사랑의 콜센타>는 그 대표적인 프로그램으로 자리했다. 그런데 이 프로그램이 이렇게 큰 성공을 거두고 있는 건 단지 <미스터트롯>의 후광효과 때문만은 아니다. 마침 코로나19로 인해 방콕할 수밖에 없는 시청자들을 ‘전화 연결’이라는 다소 예스러운 방식으로 끌어안은 점이 주효했다.

 

마치 라디오 방송을 TV 버전으로 옮겨놓은 듯 보이는 <사랑의 콜센타>는 톱7이라는 트로트 신예들의 무대로 꾸며지지만, 그렇다고 트로트에만 국한하는 건 아니다. 임영웅과 홍진영이 ‘그대 안의 블루’를 듀엣으로 부르는 것처럼 트로트는 아니어도 1980~90년대의 감성을 공유하는 이들이 함께 공감할 수 있는 곡들도 노래한다. 물론 ‘Despacito’ 같은 최신 팝송도 임영웅이 부르면 색다른 느낌으로 전해진다.

 

즉 <사랑의 콜센타>는 지금의 시청자들이 장르적으로도 열려 있고 옛 노래건 최신곡이건 상관없이 좋으면 함께 즐기는 그 폭넓은 공감대를 톱7이라는 젊은 트로트 가수들을 통해 자연스럽게 소화해내고 있다. 그래서 <사랑의 콜센타>는 대놓고 옛 감성의 틀과 형식을 가져오고 또 주요 레퍼터리로 트로트를 소화하면서도 젊은 느낌을 준다. 이 지점은 시청자들이 트로트를 들으면서도 자신은 아직 젊다는 걸 확인하게 해주는 중요한 포인트가 아닐 수 없다.

 

반면 트로트 열풍을 타고 만들어진 SBS <트롯신이 떴다>는 해외 트로트 버스킹이라는 콘셉트로 화제를 모으며 한 때 15.9%의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지만 갈수록 힘이 빠지더니 최근에는 9%대로 추락했다. 이유는 여러 가지다. 코로나19가 가장 큰 악재가 됐다. 이 프로그램의 핵심 콘셉트인 해외 트로트 버스킹이라는 걸 시도할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스튜디오에서 전 세계를 모니터로 연결하고 진행하는 랜선 버스킹을 시도했지만, 생각보다 그만한 감흥이 잘 느껴지지 않는다. 결국 버스킹이 주는 묘미란 노래하는 이들과 이를 듣는 낯선 이들 사이에 벌어지는 공감이라고 볼 수 있는데, 랜선 버스킹은 그런 감흥을 느끼기가 어려웠다.

 

하지만 이런 랜선 버스킹 같은 시도가 가진 약점보다 더 큰 문제는 여기 등장하는 이른바 ‘트롯신’들의 무대가 별다른 새로움을 보여주지 못한다는 점이다. 만일 버스킹이었다면 현장에서의 긴장감이나 돌발상황들이 같은 노래라도 다른 느낌으로 전해질 수 있었을 게다. 하지만 베트남에서 했던 무대들을 보면 첫 무대만 버스킹이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이었지 나머지는 해외 순회공연에 가까웠다. 현지인들과 출연자들은 무대와 객석으로 분명히 나눠져 있었다. 이러니 버스킹의 묘미가 살아날 수가 없었다.

 

랜선 버스킹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랜선으로 연결해 놓았다고는 하지만 가수는 무대에서 노래했고 그저 무수한 모니터들 속에서 관객들이 무대를 바라볼 뿐이었기 때문이다. 그 사이를 연결해주는 고리를 전혀 느낄 수가 없었다. 랜선 무대라는 게 새로운 도전으로 여겨지지만, 그건 이제 중견가수들인 출연자들에게 그리 자연스럽다는 느낌을 주기가 어렵다. 이 정도의 아우라를 가진 트롯신들이 젊게 소통하려는 그 자세는 좋아 보이지만, 너무 과한 느낌은 시청자들에게도 어색하게 다가온다.

 

<사랑의 콜센타>는 굳이 나이 들어 보이려 옛 감성을 가진 무대를 가져왔지만 그것은 그저 레트로라기보다는 뉴트로로 보인다. 젊은 가수들이 옛 노래를 향수하는 게 아니라 옛 감성을 힙한 느낌으로 끌어왔다고나 할까. 반면 <트롯신이 떴다>는 젊어 보이려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뉴트로라기보다는 레트로로 보인다. 렌선 콘서트까지 시도하고 있지만 그 무대가 너무 앞서 나가 있어 자연스럽게 다가오지 않는 면이 있어서다.

 

<트롯신이 떴다>에서 원로급인 남진이 나와 무대에서 노래를 하면 후배 가수들은 끝없이 상찬을 쏟아놓는다. 하지만 그런 저들 스스로 하는 상찬보다 <사랑의 콜센타>에서 임영웅이 차분히 노래를 부를 때 전화 저편에서 들려오는 팬의 감동이 더 마음에 닿는 건 왜일까. 나이 들어 보이려 하는데도 젊어 보이고 젊어 보이려 애쓰는 데도 나이 들어 보이는 아이러니. <사랑의 콜센타>와 <트롯신이 떴다>의 희비가 엇갈리게 된 이유가 아닐까.(사진:TV조선)

‘미스터트롯’, 왕좌에 누가 앉든 부족함이 없다는 건

 

애초에 이렇게 쟁쟁한 후보들이 등장할 줄 그 누가 알았으랴. 이제 본격적인 트로트 ‘왕좌의 게임’이 시작됐다. TV조선 <미스터트롯> 준결승에 오른 14인의 면면을 보면 아직도 오리무중이다. 저마다 색깔이 다른데다 만만찮은 실력자들이 포진되어 있기 때문이다.

 

14인 중에서 역시 가장 많은 분포를 차지하는 건 프로가수들이다. 임영웅, 영탁, 장민호는 물론이고 신동부로 소개된 김희재, 김수찬도 프로가수들이다. 여기에 이찬원 같은 경우 대학생이지만 신동부로 소개됐을 만큼 프로가수라 볼 수 있고, 정동원 역시 나이는 어리지만 현역 활동 중인 트로트가수다.

 

장르만 다를 뿐 가수나 다름없는 이들도 만만찮다. ‘파파로티’로 이름 난 테너 김호중이 그렇고 뮤지컬가수 신인선, 다양한 오디션에 출연했을 정도로 모델이자 가수로 활동해온 류지광, 국악인 강태관, 아이돌그룹 로미도의 메인보컬 황윤성 그리고 태권 트롯을 선보인 나태주도 영화배우이자 가수가 직업이다. 방송 전까지 상하차 아르바이트를 했다는 김경민만 그 직업이 다를 뿐이다.

 

이처럼 준결승에 올라온 14인은 저마다 자기만의 음악적 역량을 기본적으로 갖추고 있는 인물들이다. 게다가 갈수록 더해가는 오디션의 긴장감은 확실한 왕좌의 주인을 예측하기 이렵게 만든다. 예를 들어 김호중 같은 경우, 애초 막강하고 안정적인 무대로 그 누구도 꺾을 수 없을 거라 여겨졌지만, 팀 미션 2차전 에이스 전에서 의외로 긴장하고 감정이 올라와 음정이 불안해지는 결과를 낳기도 했다.

 

반면 인기투표 순위 1위를 다투고 있는 임영웅은 안정적이면서도 능수능란한 가창력으로 정통 트로트의 맛을 선사한다는 점에서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로 떠올랐다. 하지만 정동원처럼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듣는 이들의 심금을 울려버리는 타고난 트로트 신동이 어떤 반전의 이야기를 써내려갈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영탁의 탁배기 가창과 김희재의 끼 넘치는 무대는 물론이고, 매번 신선한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무대를 선사해 ‘신인선한 아이디어’라는 말을 만들고 있는 신인선이나, ‘진또배기’를 특유의 흥 넘치는 민요가락처럼 불러내는 청국장 보이스 이찬원도 주목할 만하다. 트로트계의 BTS로 불리며 남다른 경륜의 카리스마를 자랑하는 장민호나 댄스가 돋보이는 흥 넘치는 끼쟁이 김수찬도 만만찮다.

 

물론 준결승과 결승에서 어떤 변수가 생겨날지 알 수 없는 상황이지만, 후보들의 면면으로 그 가능성과 의미를 되새겨 본다면 임영웅의 경우 이 프로그램의 취지와 가장 걸맞는 정통 트로트를 구사하는 인물로서 강력한 우승 후보라고 볼 수 있고, 김호중의 경우는 트로트의 스펙트럼을 넓히는 차원에서 충분한 우승 후보의 자격을 갖추고 있다 말할 수 있다.

 

또 이찬원 같은 젊지만 확실한 자기 색깔과 민요가락처럼 흥 넘치게 풀어내는 트로트 스타일이나 정동원처럼 나이는 어려도 정통 트로트의 맛을 그 누구보다 잘 소화해내는 신동 같은 인물들은 트로트의 신세대를 구성한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후보들이다. 한 마디로 그 어느 누구를 딱 하나 집어 말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다만 14인 모두가 색다른 트로트의 맛을 선보이며 트로트라는 장르의 저변을 넓히는데 부족함이 없었다는 점에서 우승과 상관없이 왕관을 씌워주고픈 마음이 크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건 아마도 이 프로그램의 결과를 바라보는 시청자들의 마음일 것이다.(사진:TV조선)

씨름, 트로트 그리고 뮤지컬까지... 오디션 2.0의 시대

 

오디션 시대는 지나갔다? 지난해 오디션 조작 사건이 터지면서 오디션 프로그램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생겼던 게 사실이다. 또 오디션 프로그램이 갖는 경쟁적 틀은 더 이상 시청자들이 원하지 않는다는 인식의 변화도 생겨났다. 그래서 오디션 형식은 이제 끝났을까.

 

그것이 섣부른 속단이었다는 걸 증명하듯 오디션 형식을 가져온 프로그램들이 그 건재함을 드러내고 있다. KBS <씨름의 희열>과 TV조선 <미스터트롯>은 단적인 사례다. 하지만 오디션 형식을 가져왔다고 해도 이들 프로그램들이 과거의 오디션과 같다고 보기는 어렵다. 거기에는 이 프로그램들만의 독특한 진화가 엿보이기 때문이다.

 

<씨름의 희열>은 씨름이라는 민속 스포츠를 소재로 예능 프로그램에 담으면서 그 형식으로 오디션 프로그램을 차용하는 신선한 시도를 실험했다. 선수들을 캐릭터화하고 그 특장점을 오디션에서 자주 봐왔던 짤막한 영상으로 스토리텔링화한 후, 씨름판의 대결로 이어 붙였다. 그러자 우리가 명절 때 주로 봐왔던 씨름 중계방송과는 사뭇 다른 그림이 나오기 시작했다.

 

마치 무대 밑에서 노래하는 가수의 스토리를 들려준 후 그걸 기반으로 부르는 노래를 감상할 때의 느낌이 다르듯, 씨름 선수들도 그 스토리가 더해지면서 경기가 훨씬 재미있어졌다. 여기에 마치 심사를 하듯 코멘트를 달아주는 중계와 해설이 더해지고 여러 대의 카메라로 정교하게 찍혀진 경기 영상들이 슬로우 모션으로 경기를 정밀중계하면서 씨름은 훨씬 박진감 넘치는 스포츠로 변모했다.

 

오디션 형식을 차용하면서 씨름선수들이 아이돌처럼 스타화하는 팬덤 현상도 가속화되었다. 말미에 치러진 관객들이 직관하는 경기는 그래서 아이돌에 열광하는 팬들의 풍경을 재연시켰다. 관객이 사라졌던 씨름이란 종목이 오디션이라는 형식을 차용하면서 얻은 큰 성과다. 비록 코로나19로 인해 쓸쓸한 무관중 결승전을 벌여야 했지만 이 성과는 향후 여타의 비인기 종목으로 치부되던 스포츠를 소재로 하는 다양한 예능 프로그램으로 시도될 수도 있다는 여지를 남겼다. 같은 스포츠라도 보는 관점을 달리해줌으로써 달라질 수 있다는 걸 오디션 형식을 차용한 <씨름의 희열>이 보여줬기 때문이다.

 

TV조선 <미스터트롯>은 종편 역사상 최고의 시청률인 30%대를 넘겨버렸다. <미스터트롯>이 몰려든 참가자들을 추리고 추려 101명을 세웠다는 건 꽤 의미심장하다. 그건 마치 Mnet <프로듀스101>의 트로트 버전을 떠올리게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디션 조작논란으로 추락한 <프로듀스> 시리즈와 달리 <미스터트롯>은 고공행진을 거듭하며 모든 세대가 찾아보는 오디션 프로그램으로 성장했다.

 

이렇게 될 수 있었던 건 무엇보다 트로트라는 장르가 그간 그다지 주목받지 못했던 현실과 무관하지 않다. 따라서 <미스트롯>으로 그 성공기를 들여다본 많은 실력 있는 지망생들이 몰려들었고 타 장르에서도 지원이 잇따랐다. 이렇게 되자 프로그램은 자연스럽게 오디션이면서도 경쟁을 그리 강조할 필요가 없어졌다. 실력자들이 만들어내는 다양한 무대를 선보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차고 넘쳤기 때문이다.

 

트로트 같은 지금껏 주목받지 못했던 장르를 오디션 형식으로 담았을 때 그만한 시너지가 생긴다는 건 이미 JTBC가 <팬텀싱어>나 <슈퍼밴드>를 통해 입증해보인 바 있다. 뮤지컬, 성악이나 밴드 뮤지션들이 주목받게 되는 자리인 만큼 오디션 형식은 그들이 설 수 있는 무대를 제공한다는 의미만으로도 환영받고 응원 받았다. 이런 경향은 최근 tvN <더블캐스팅>이 뮤지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역할을 하지만 ‘병풍’으로 불리곤 하던 앙상블을 하는 뮤지컬가수들의 오디션으로 이어지고 있다. 즉 음악 오디션 프로그램의 경우, 아이돌이나 K팝 가수를 뽑는 것 이외에 그간 소외됐던 분야를 가져온다면 여전히 환영받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결론적으로 이야기하면 오디션 시대는 끝나지 않았다. 이전까지 경쟁을 중심으로 합격이냐 불합격이냐를 드라마틱한 스토리텔링으로 세우던 트렌드가 오디션 1.0 시대의 풍경이었다면, 지금은 경쟁보다는 상생을 목적으로 형식적으로 오디션을 차용하는 오디션 2.0 시대가 열렸다고 볼 수 있다. 향후 어떤 장르와 소재가 이 형식을 타고 등장할지 주목해볼 일이다.(사진:KBS)

트로트의 진가 보여준 ‘미스터트롯’, 패밀리가 떴다

 

마치 인생 전체를 담아낸 뮤지컬 한 편을 보는 것만 같았다. 10분 남짓의 짧은 시간에 이어진 노래 한 곡 한 곡이 우리네 삶의 희노애락을 담았다. TV조선 <미스터트롯>에 기부금 팀미션으로 김호중이 이찬원, 고재근, 정동원과 함께 꾸린 팀 ‘패밀리가 떴다’는 그 날 무대의 주제를 ‘청춘’으로 잡았다. 10대의 정동원, 20대 이찬원, 30대 김호중과 40대 고재근까지, 다양한 연령대를 갖춘 이들은 고민 끝에 정동원이 낸 ‘청춘’이라는 키워드에 맞춰 무대를 구성했다.

 

이 날 무대가 보다 특별하게 다가온 건 정동원이 조부상을 당하는 비보가 공연 전 보여졌기 때문이다. 정동원은 <미스터트롯>에 나오게 된 이유에 대해 할아버지에게 자신이 TV에 나오는 걸 보여드리고 싶어서라고 한 바 있다. 이제 열세 살에 빈소를 지키고 있는 정동원을 위로해주기 위해 <미스터트롯> 출연자들이 조문을 했다. 먼저 찾아온 ‘패밀리가 떴다’팀은 물론이고 다른 출연자들도 무려 6시간을 달려 하동에 있는 빈소를 찾았다.

 

뭉클했던 건 이들이 정동원과 나누는 대화 속에 담겨진 따뜻함이었다. 슬프지 않냐고 묻는 남승민에게 슬픈 데 참고 있다는 정동원은 울면 할아버지가 더 안 좋아한다고 말했고, 장민호와 영탁은 할아버지가 살아계실 때보다 백 배는 응원해주실 거라며 이번에 더 열심히 해야겠다고 말해주었다. 장민호는 동원이에게 이렇게 말했다. “삼촌들이 엄청 응원할게 동원이. 끝까지. 동원이 다 커서 어른이 될 때까지. 좋지. 동원이 스무 살 넘을 때까지 삼촌들이 응원해줄게. 그 뒤로는 네가 아마 우리를 지켜줘야 될 거야.”

 

한 사람의 생의 끝자락을 들여다본 터였기 때문이었을까. 이들이 무대에 올라 오프닝으로 부른 ‘백세인생’의 가사 하나하나가 가슴에 콕 박혔다. “칠십 세에 저 세상에서 날 데리러 오거든-”하는 그 가사가 관객들을 순식간에 몰입시켰다. 그리고 이어진 정동원이 부르는 김창완의 ‘청춘’은 열세 살 감성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처연한 느낌마저 주었다. “언젠간 가겠지 푸르른 이 청춘-”으로 이어지는 가사의 구슬픔이라니.

 

‘고장난 벽시계’는 고장도 없는 세월의 야속함을 경쾌한 트로트 리듬으로 전했다. 슬픔이나 비감을 오히려 한바탕 흥으로 풀어내는 트로트의 맛이 느껴졌다. 그리고 이어진 ‘다함께 차차차’ 역시 근심 따위 훌훌 털어놓고 한 바탕 놀아보는 것이 우리네 삶이라는 걸 노래를 통해 전해주었다. 우리네 삶의 가장 아름다운 순간인 청춘을 예찬하는 김수철의 ‘젊은 그대’ 역시.

 

하지만 역시 압권은 엔딩으로 부른 ‘희망가’였다. ‘이 풍진 세상을 만났으니 너의 희망이 무엇이냐-’로 시작하는 그 노래는 마치 인생의 끝자락에서 주마등처럼 지나가는 삶의 순간들을 되돌아보는 듯한 헛헛함과 쓸쓸함 그리고 이를 관조하듯 긍정하는 것처럼 들렸다. 마지막 스포트라이트 속에서 정동원이 ‘희망가’를 전하며 그 무대의 시작과 끝을 장식했다.

 

김호중의 테너와 트로트 창법을 넘나드는 목소리에 빠져들고, 진또배기로 한 바탕 한을 흥으로 바꿔내는 이찬원의 노래는 우리네 민요가락이 가진 새삼스러운 맛을 느끼게 해주었다. 록커답게 콕콕 찔러대는 고음을 선사하는 고재근에 나이가 무색할 정도로 슬픔을 가득 담은 목소리로 노래하는 정동원까지 그 4인4색의 목소리 또한 우리네 인생의 사계처럼 다채로웠다.

 

이 무대가 한편의 뮤지컬처럼 담아냈듯이 우리네 삶의 기쁨과 슬픔을 한과 흥으로 풀어내는 것. 그것이 트로트의 진가가 아닐까. 장윤정 마스터가 정동원에 해준 말은 그래서 더 의미심장했다. “어렸을 때부터 지냈던 환경 때문에 슬픔이 자꾸 많아지다 보면 어른들이 말하는 한이라는 게 생기고, 근데 아이한테 한이라는 표현을 하는 데는 미안함도 있고 그렇긴 한데 그런 아이들이 노래로 위로를 받고 관객의 박수를 받아서 치유를 할 수 있다면 동원이가 계속 그 무대에서 노래를 할 수 있도록 우리 어른들이 기회를 계속해서 줘야 한다고 생각했어요.”(사진:TV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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