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영실>, 송일국으로서도 KBS로서도 중대한 도전인 이유

 

KBS <슈퍼맨이 돌아왔다>의 일등공신은 누가 뭐래도 송일국과 삼둥이 부자다. 애초에 예능과 잘 어울리지 않을 것 같던 송일국이지만 삼둥이 앞에서 남다른 교육방식으로 아빠 역할을 제대로 해내면서 오히려 우려는 기대로 바뀌었다. 관찰카메라의 특성상 예능을 잘 모르는 편이 더 진정성 있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가 되었던 것. 삼둥이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송일국에 대한 인기도 덩달아 올라갔다.

 


'장영실(사진출처:KBS)'

그 송일국과 삼둥이가 이제 <슈퍼맨이 돌아왔다>에서 하차한다고 밝혔다. 여러 차례 하차를 하느냐 마느냐를 두고 오락가락하는 입장 번복이 있었지만 내부적으로는 하차 수순을 차근차근 밟아왔던 것으로 보인다. 그럴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장영실>이라는 사극의 주인공으로 캐스팅 되었으니 말이다. 드라마와 예능을 병행한다는 건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것도 노동 강도가 높은 사극이라면 더더욱.

 

이미 캐스팅이 되는 순간부터 어느 정도는 결정된 사안이라고도 볼 수 있다. KBS 입장에서는 <슈퍼맨이 돌아왔다><장영실>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것이 가장 좋은 그림이라고 여겼을 수는 있다. 하지만 물리적으로 안 되는 건 안 되는 일이다. 잘못 하다가는 두 마리 토끼를 다 놓칠 수도 있으니 말이다.

 

어쨌든 송일국은 <슈퍼맨이 돌아왔다>를 포기하고 <장영실>을 선택했다. 개인적으로는 예능이 아닌 드라마를 선택한 것이고, 본인의 본업인 연기자로 돌아가겠다고 선포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중요한 건 이 선택에서 송일국이 소기의 성과를 가져갈 수 있을까 하는 점이다. 그렇다면 예능에서의 송일국이 아닌 연기자로서의 송일국으로서 그 가능성은 어떨까.

 

우려와 기대가 공존하는 것이 사실이다. 송일국은 <주몽>에서 가장 강력한 존재감을 드러낸 이후 거의 10년 가까이 연기자로서 그다지 주목할 성과를 보이지 못했다. <로비스트>는 블록버스터 드라마라는 기치를 내건 작품이었지만 별 성과가 없었고, <바람의 나라>도 사극이었지만 성공적이지 못했다. <신이라 불리운 사나이>는 심지어 그 막장스러움에 비아냥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본인은 심각한데 보는 사람은 웃기는 드라마가 되었다.

 

이런 사정은 영화도 마찬가지다. 최근에 그가 연쇄살인범으로 나왔던 영화 <타투>는 졸작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송일국의 연기자로서의 성취는 사실상 약 10년 전 사극인 <해신><주몽>에 있을 뿐, 그 이후에는 주목할 만한 연기가 거의 없었다는 것이다.

 

혹자들은 송일국이 작품을 보는 눈이 없다고들 말한다. 운이 없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작품을 보는 눈도 연기자의 중요한 덕목 중 하나라고 본다면 송일국의 연기자로서의 능력은 그다지 출중해 보인다고 말하긴 어렵다. 그나마 사극이 현대극보다는 훨씬 나았다는 점이 그가 <장영실>을 선택한 것에 어떤 일말의 기대를 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결국 <장영실>은 송일국에게는 연기자로서의 가능성을 확실히 보여줄 수 있는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장영실이라는 인물은 지금의 대중들에게도 분명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그러니 그의 이번 작품 선택은 나쁘지 않았다고 여겨진다. 다만 남은 건 그 인물을 얼마나 연기로 잘 그려낼 수 있을까 하는 점이다.

 

이건 송일국 개인의 문제를 넘어서 KBS로서도 중요한 일이 된다. 만일 <장영실>을 통해 송일국이 어떤 성과를 만들어낸다면 <슈퍼맨이 돌아왔다>라는 KBS로서는 중요한 예능 프로그램에서의 하차가 좋은 선택으로서 평가받을 수 있겠지만, 만일 그렇지 못한다면 낭패가 아닐 수 없다. 말 그대로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잃게 되는 것일 테니 말이다.



의드, 고구려 사극, 한류드라마

이른바 대박 드라마의 계보를 잇는 드라마들의 성적표는 어떨까. 공교롭게도 수목드라마에 포진된 방송3사의 드라마들이 모두 계보의 한 끝을 쥐고 있어 주목을 끈다. 의학드라마의 계보를 이은 ‘종합병원2’와 고구려 사극의 계보를 잇는 ‘바람의 나라’ 그리고 한류드라마의 계보를 이어보려는 ‘스타의 연인’이 그것이다.

대박 드라마의 계보를 이어보려 하고 있지만 이상하게도 이들 드라마들의 성적표는 그다지 좋지 않다. ‘종합병원2’는 의드의 원조격인 ‘종합병원’의 시즌제 드라마로 등장했지만 작년 30%대의 시청률을 기록했던 ‘뉴하트’의 절반 정도에 머무는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다. ‘바람의 나라’는 그 원작인 김 진의 만화가 고구려 열풍을 일으킨 주역이지만, 고구려 사극 중흥기를 만든 ‘주몽’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시청률에 머물고 있다. 한편 ‘겨울연가’를 꿈꾸는 ‘스타의 연인’은 채 10%에도 못 미치는 부진을 보이고 있다.

계보를 잇는 드라마들이 가진 공통점은 방영 전까지 다른 드라마에 비해 더 관심과 기대를 모을 수 있다는 점이다. ‘종합병원2’는 ‘종합병원’의 이재룡이 또다시 메스를 들었고, 당시 이 작품으로 최고의 작가 반열에 오른 최완규 작가가 펜을 드는 것으로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종합병원’이 방영되었던 14년 전과 지금은 상황이 그만큼 많이 변화했다. ‘하얀거탑’과 ‘외과의사 봉달희’ 그리고 ‘뉴하트’에 이르기까지 의드는 계보를 이어가며 그만큼 발전해왔고, ‘종합병원2’는 결국 그 14년의 공백을 채우지 못했다. 변호사이자 의사인 주인공 정하연(김정은)을 새로운 캐릭터로 내세웠지만, 서로 입장차가 부딪칠 수밖에 없는 의사사회와 변호사 사회 사이에 선 인물의 갈등상황은 새로운 재미보다는 주인공에 대한 매력도를 떨어뜨렸다.

‘바람의 나라’는 김 진 원작이 갖는 무게감에 재작년 ‘태왕사신기’까지 이어져온 고구려사극의 대박 신화, 게다가 ‘해신’을 연출한 강일수 PD 그리고 ‘주몽’의 주인공 송일국까지 한껏 기대감을 높여주었다. 하지만 너무 늦게 제작되어서일까. 아니면 이제는 더 이상 고구려 사극에 대한 판타지가 사라져서일까. ‘바람의 나라’는 현재 20%에 가까운 시청률을 끌어 모으고는 있지만(이것도 사극, 그것도 고구려 사극으로서는 낮은 수치가 아닐 수 없다), 상대적으로 별 주목을 받고 있지 못하고 있다.

‘스타의 연인’은 ‘겨울연가’의 작가 오수연과 배우 최지우가 함께 만드는 것만으로도 제2의 ‘겨울연가’를 기대하기에 충분했다. 초반부터 일본을 배경으로 하는 장면들은 이 작품이 한류의 부활을 애초부터 기획하고 있었음을 말해주는 대목이다. 하지만 바로 이 한류를 예고하는 점이 오히려 이 드라마의 발목을 잡는 족쇄가 되었다. 지나치게 일본을 겨냥한 듯한 초반 설정은 국내 시청자들에게 그다지 호감을 주지 못했다. 또한 ‘겨울연가’가 촉발시킨 한류기획형 드라마들이 가져온 우리네 드라마의 불황은 ‘스타의 연인’의 한류 냄새에 선입견으로 작용한 점이 있다.

작금의 방송3사 수목극이 겪는 시청률 난항이 의미하는 것은 물론 이들 드라마들의 완성도나 작품성을 얘기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이제 더 이상 과거의 계보에 기대는 것으로 대중성을 확보하려는 시도는 오히려 그 기대가 부메랑처럼 실망으로 다가오거나, 오히려 불필요한 선입견으로 작용하기도 한다는 점이다. 반 토막 난 수목극은 계보드라마의 한계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익숙한 캐릭터들, 코드들이 지배하는 드라마 세상

불황기에 접어든 지금, 드라마 제작은 이제 살얼음판을 걷는 것처럼 조심스러워졌다. 실험적인 시도는 사라져버렸고, 과거 익숙했던 코드들이 성공 방정식처럼 끼워진 드라마들이 양산되고 있는 상황이다. 거기에는 신데렐라들이 넘쳐나고, 신파극 속 운명에 처한 눈물겨운 주인공들이 우글거리며, 과거의 옛 영광을 끝없이 되돌아보기도 한다. 드라마 속의 익숙함은 새로움을 잡아먹고 있고, 현실의 고단함은 피로한 새로움보다는 중독적인 익숙함에 더 빠져들게 만든다.

월화극, 넘쳐나는 신데렐라들과 신파 속 주인공들
방송3사의 월화극을 이끌고 있는 '에덴의 동쪽'은 시대극을 표방하고는 있지만 전형적인 신파극의 코드들을 모두 내장하고 있다. 거기에는 숨겨진 출생의 비밀이 있고, 전형적인 복수극이 있으며, 절절한 가족극이 있다. 이 상황 속에 던져진 인물들은 운명이라는 말이 클리셰가 되어버린 시대에 운명을 남발하며 피눈물을 흘린다. 신파극의 틀 속에서 중독적인 시선으로 드라마에 빠져보면 그 운명의 질곡은 눈물을 쏙 뽑아내게 만들지만, 만일 그 밖에서 이 드라마의 지나치게 과장되고 거창한 대사들을 들어본다면 어쩌면 실소가 나올 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이 중독적 상황을 제시하는 드라마는 불황을 타고 고공행진을 하고 있는 중이다.

'에덴의 동쪽'을 맹추격하고 있는 후발주자 '꽃보다 남자'는 그 안에 신데렐라의 극단을 코드로 탑재하고 있다. 서민들이 들어갈 수 없는 신화고등학교에 들어가 부유층에서도 초부유층의 자제들인 F4와 이러 저리 얽히는 멜로 이야기 속에는 강력한 신데렐라 판타지를 자극하는 코드들이 넘쳐난다. 무엇보다 이 리메이크 드라마는 수차례 드라마화되고 영화화된 작품으로 이미 중년층들에게까지 익숙한 드라마이다. 익숙한 스토리는 보는 이들에게 이미 판타지에 빠질 준비를 하고 보게 해주는 힘을 발휘한다. 한편 '떼루아'는 와인 드라마를 표방하고 있지만 전형적인 트렌디 드라마 구조로서 씩씩한 신데렐라 이야기를 변주한다. 이 드라마의 핵심은 와인과 인생 같은 것이 아니라, 와인 레스토랑에서 종업원으로 일하는 우주(한혜진)가 어떻게 주인인 강태민(김주혁)과 가까워지고 또 성공하느냐에 맞춰져 있다.

수목극, 아, 옛날이여를 외치는 드라마들
'베토벤 바이러스'와 '바람의 화원'이 완성도를 갖고 각축을 벌이던 수목극의 풍경은 어느새 시들해져 버렸다. '베토벤 바이러스'의 후속으로 등장한 '종합병원2'는 의학드라마의 효시라는 '종합병원'을 후광으로 업었으나 그다지 빛을 발하고 있지 못하다. 그 문제는 정하윤(김정은)같은 캐릭터에 대한 매력도가 떨어지는데다가, 에피소드 드라마의 형식 상 각각의 에피소드들이 지리멸렬하게 흩어지는데서 오는 집중력 부재에서 비롯된다. 중간에 '종합병원'에 힘을 불어넣어 주었던 독사 오욱철이 투입되기도 했으나 그다지 효과를 만들지는 못했다.

'바람의 나라'는 고구려 사극의 부활을 외치며 나온 사극. 대박 고구려 사극이었던 '주몽'의 주인공인 송일국이 무휼 역으로 등장했지만, 오히려 그것은 '주몽'과의 변별력을 만드는데 걸림돌로 작용하면서 득보다 실이 더 많은 선택이 되었다. 김 진 원작의 '바람의 나라'가 사실 고구려 열풍의 진원지였던 점을 생각해보면 너무 늦게 만들어진 '바람의 나라'의 어려움은 억울한 점이 있다 할 것이다.

한편 '스타의 연인'은 한류의 부활을 외치며 등장한 드라마다. 한류의 신호탄을 알렸던 '겨울연가'와 코드를 같이 하면서 동시에 그 연장선 위에서 새로운 한류를 세우려는 이 드라마는 그러나 잘 짜여진 대본과 뛰어난 영상 연출에도 불구하고 그다지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한류드라마(특히 멜로 코드의)에 대한 막연한 선입견이 작용한 점이 클 것이다. 이처럼 현재 수목드라마는 모두 과거의 영광에 집착하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 되고 있다. 하지만 전체적인 시청률이 눈에 보일 정도로 떨어지는 수목극의 상황은 '아 옛날이여'만 외치는 드라마들의 한계를 보여준다.

이처럼 주중드라마들은 모두 익숙한 코드들로 무장하고 시청자들의 중독적 시청을 유도하고 있다. 드라마 자체가 본래 중독적인지라 그것을 가지고 뭐라 할 수는 없겠지만, 그렇다고 매번 똑같은 것에 중독되는 상황이 유쾌한 것은 아니다. 이른바 최근 창궐하는 막장드라마의 탄생은 바로 이 중독적인 드라마들의 마지막 선택의 한 예가 될 것이다. 양적인 것(시청률)에만 치중하여 익숙한 코드들만을 끄집어내는 작금의 드라마들. 그 질은 점점 하향평준화 되어가고 있다.

퓨전사극, 팩션... 상상력이 역사를 앞지르다

사극은 이제 역사책을 들춰보기보다는 역사의 빈 자리를 찾아다닐 지도 모르겠다. 2008년도에도 여전히 퓨전사극의 바람은 거셌다. 상반기를 주도한 ‘이산’과 ‘왕과 나’는 기존 왕 중심의 사극에서 ‘나’ 중심의 사극으로 위치이동을 실험했다. ‘이산’은 정조를 다루되, 왕으로서의 정조가 아닌 이산이라는 이름을 가진 한 사람으로서의 정조를 다루었고 ‘왕과 나’는 왕 중심이 아닌 김처선이라는 내시의 눈을 빌어 역사를 바라보았다.

이러한 시점의 위치이동은 대중들의 달라진 역사에 대한 의식을 반영한 것이었다. 왕조중심의 역사만이 정사로서 인정받는 시선에서 벗어나, 다양한 관점의 역사에 대한 관심이 그만큼 높아진 탓이다. 확실히 달라진 점은 과거라면 사극의 역사왜곡이라는 논란이 불거져 나왔을 상황이지만, 올 들어 이 같은 논란은 상당히 잦아들었다는 점이다. 그만큼 사극이 이제는 역사와 동격의 의미에서 점점 벗어나 하나의 드라마로서 굳어가고 있다는 방증이다.

그런 면에서 ‘쾌도 홍길동’과 ‘일지매’는 아예 소재 자체를 허구에서 끌어들여 무거운 역사의 갑옷을 진즉에 벗어 던지고 상상력을 향해 달려갔다. 무희들이 테크노를 추며, 상투 대신 장발을 멋지게 늘어뜨리고 선글라스를 낀 주인공이 하늘을 날아다니는 ‘쾌도 홍길동’은 젊은 시청층을 사극 속으로 끌어들였다. 사실적인 묘사가 아닌 표현주의적인 연출을 보여주면서 ‘쾌도 홍길동’은 사극 역시 모던해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한편 ‘일지매’는 서양류의 영웅담을 우리 식으로 해석한 사극이다. 자신만의 아지트를 갖고 가면으로 얼굴을 가린 채, 탐관오리들의 창고를 털어 배고픈 서민들에게 나눠주는 모습은 가히 한국형 슈퍼히어로를 떠올리게 했다. 촛불시위를 연상케 하는 장면들을 통해 사극 속에서 현 시대의 담론까지 담아내는 모습은, 이제 사극이 어떤 옛 이야기를 넘어서 지금 트렌드에 어디까지 근접할 수 있는가를 보여준 사례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하반기에 들어 화제를 일으킨 ‘바람의 화원’은 점점 새로운 영역으로 넓혀져 가는 사극소재의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작품이었다. 고미술을 소재로 하면서도 팩션만이 갖는 추리적인 기법을 활용해 예술적인 성취는 물론이고, 재미까지 끌어낸 ‘바람의 화원’은 올 사극 중 가장 실험적이면서 가장 완성도가 높은 작품으로 꼽을 수 있을 것이다. 신윤복 신드롬까지 일으키며 사회적 파장이 컸던 만큼, 남장여자로 표현된 신윤복에 대한 학계의 반발도 거셌던 작품이다.

안타까운 건, 주말 사극 불패 신화를 이어갔던 KBS 대하사극의 고전이다. ‘대왕 세종’은 여타의 사극들과는 다르게 본격 정치사극을 표방하고 나왔지만 시청자들의 외면을 받았다. 스펙타클한 장면들에 익숙한 시청자들의 눈에는 이 작품이 갖는 심리 게임적인 요소들이 어렵게 다가갔을 수가 있다. 게다가 방영 중간에 시청시간대와 채널을 옮기는 바람에 시청률은 더 곤두박질쳤다. 하지만 작품성으로만 본다면 역시 KBS 대하사극다운 진지한 면모를 보여준 작품이라 하겠다.

또한 ‘바람의 나라’는 그 스케일에 비해 화제를 이끌어내지 못하고 있다. 김진 원작의 ‘바람의 나라’는 사실 고구려 사극의 원조격. 하지만 이미 여러 번 반복된 고구려 사극들로 인해 이 사극은 안타깝게도 뒤늦은 사극의 트렌드로 치부되고 있다. 아직은 그 향방을 예단하기는 어려운 상황이지만, 어쨌든 ‘바람의 나라’가 말해주는 것은 이제 사극도 어떤 트렌드를 타기 시작했다는 점일 것이다.

올 한 해의 사극들을 통틀어 판단할 수 있는 것은 이제 정통사극은 더 이상 찾아보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점이다. 퓨전사극의 등장으로 역사보다는 상상력에 더 기대는 사극들이 나온 지는 꽤 되었지만 올해처럼 다양한 소재로 실험적인 시도가 이루어진 적은 일찍이 없었다고 보여진다. 이것은 이제 사극의 흐름이 온전히 역사와 결별해 어떤 그 시대의 트렌드와 조우하는 상상력을 만날 것이라는 것을 예감케 하는 사건이다. 사극, 이제 더 이상 정통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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