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도>의 인물 발굴 프로젝트, 식스맨부터 바보전쟁까지

 

MBC <무한도전> ‘특별기획전에서 하하와 광희가 내놓은 아이템 바보전쟁에는 KBS <12>의 터줏대감이라고 할 수 있는 대표바보 캐릭터 김종민이 나와 하하와 이른바 바보 대결을 벌인다. <무한도전>은 이 대결을 마치 KBSMBC의 대결처럼 그려낸다. 중간 중간에는 <12>에서 김종민이 퀴즈대결에서 눈을 부라리고눈을 부랄이고라고 써서 시청자들을 포복절도하게 만들었던 장면이 자료화면으로 삽입된다.

 


'무한도전(사진출처:MBC)'

방송사 간의 자료화면 제공이 이제는 그리 낯선 일도 아닐 것이지만 이 장면이 특별하게 다가오는 건 <무한도전>이 타 방송사의 프로그램을 자연스럽게 껴안는 모습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기 때문이다. 과거 식스맨 프로젝트에서 결국 식스맨이 됐던 광희를 떠올려보라. 광희가 나왔을 때 <무한도전>은 공공연히 그가 출연했던 <스타킹>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놓곤 했다.

 

물론 자료화면 제공 정도야 필요에 의해 쓰는 것이겠지만 <무한도전>이 생각하는 타 방송사의 예능 프로그램과 출연자에 대한 생각은 그 이상이다. <무한도전>은 언젠가부터 방송사와 상관없이 모든 예능 프로그램들을(심지어 같은 시간대 대결하는 <스타킹>조차) 하나의 동료로 생각하는 태도를 보여준다.

 

이번 바보전쟁에는 역시 <12>부터 <인간의 조건>까지 주로 KBS에서 활약해온 은지원도 들어가 있다. <나 혼자 산다>에서 게스트로 출연해 예능인으로서의 가능성을 보인 후 SBS <썸남썸녀>에서 확실한 자기 캐릭터를 드러냈던 심형탁의 출연은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벌써부터 예능계의 월척을 낚았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과거 못친소특집도 그렇고 식스맨 프로젝트도 그러한 것처럼 이번 바보전쟁도 큰 틀로 보면 <무한도전> 식의 새 인물 발굴 프로젝트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예능 프로그램들은 방송사별로 쏟아져 나오고 있지만 대개가 비슷비슷한 인물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고, 새 인물은 가뭄에 콩 나듯이 나오는 게 현실이다. 물론 <무한도전>이 발굴하는 인물들이 완전히 신인이라고 하기는 어렵지만 그래도 여기 나옴으로써 확고한 자기 입지를 만들어내곤 했다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좀 더 크게 바라보면 <무한도전> 가요제도 비슷한 성격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저 가수들 몇 명을 초빙해 가요제를 꾸리는 것이 아니라 어찌 보면 지금 현재의 가요계를 가요제라는 형식으로 정리해내면서 거기 소외된 인물들도 발굴해내는 방식이 <무한도전> 가요제가 가진 진면목이다. 물론 아는 사람들은 이미 알고 있는 실력자들이지만 상대적으로 덜 알려졌던 밴드 혁오 같은 인물들이 발굴될 수 있었고, 하다못해 박명수와 함께 했던 유재환 같은 새 얼굴이 주목받을 수 있었다.

 

<무한도전>예능 위의 예능이라고 부르는 건 그래서일 것이다. <무한도전>이 보는 판은 보통의 예능이 그려내는 판보다 훨씬 크다. 프로그램과 방송사라는 장벽으로 구획되기보다는 다 같은 예능의 종사자라는 시각으로 바라보기 때문에 <무한도전>이 무언가 프로젝트를 하고 나면 프로그램 하나의 성공이 아니라 예능 전체의 결실처럼 여겨지게 된다는 것. 이것은 또한 소소하게 시작해도 항상 판이 커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강호동에게 약간의 시간을 줘야 하는 이유

 

강호동이라는 이름은 육중하다. 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안다고 잠시 예능을 떠나있는 동안이 오히려 강호동의 이름을 더 육중하게 만들었다. 기대감만 더 커진 셈이다. 하지만 그가 복귀했을 때 바로 이 육중한 기대감은 강호동은 물론이고, 강호동이 출연하는 프로그램에게마저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맨발의 친구들'(사진출처:SBS)

<스타킹> 8.5%, <무릎팍 도사> 5%, <달빛 프린스> 4%, <우리동네 예체능> 7.5%, <맨발의 친구들> 4.7%. 강호동이 출연한 프로그램의 시청률은 낮아도 너무 낮다. 그래서 항간에는 강호동이 한 물 갔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강호동 출연 프로그램의 낮은 시청률이 오롯이 강호동만의 잘못일까.

 

먼저 <스타킹>과 <무릎팍 도사>의 시청률 추락은 강호동과는 그다지 상관이 없다. <스타킹>은 이미 강호동이 있던 시절에도 내리막을 걷던 프로그램이다. 각종 오디션 프로그램들이 쏟아지면서 일반인 스타를 찾던 <스타킹>은 차별성을 잃어버렸다. 제 아무리 놀라운 재주를 가진 일반인들이 나와도 마치 동네 경연 같은 느낌을 주게 된 것. 화려하고 한 가지 종목에 집중되어 더 전문화된 오디션 프로그램들의 영향이다.

 

<무릎팍 도사>는 강호동의 트레이드마크나 다름없는 토크쇼지만, 연예인 토크쇼 트렌드가 지나버린 지금 사실상 그 누가 맡아도 어려운 프로그램이 되었다. 발군의 유재석도 <놀러와>의 추락을 버텨내지 못했듯이. <스타킹>과 <무릎팍 도사>의 추락은 이런 변화하는 트렌드를 읽지 못하고 그저 강호동이라는 MC에 기대보려 했던 방송사들의 패착인 셈이다.

 

그렇다면 새롭게 런칭한 프로그램들은 어떨까. 일찌감치 폐지된 <달빛 프린스>는 새로운 시도는 좋았지만 책이라는 소재의 한계를 쉽사리 뛰어넘지 못했다. 무엇보다 강호동과는 소재적으로도 잘 맞지 않는 옷이었다. 오히려 이것이 기획 포인트라고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이 갖고 있는 정적인 분위기는 강호동의 동적인 장점을 살려내기는 무리였다.

 

<우리동네 예체능>은 복귀한 강호동으로서는 가장 효과를 발휘하고 또 기대해볼만한 프로그램이다. 시청률이 7% 대에서 오르락내리락 하고 있지만 반응도 좋은 편이고, 확장가능성도 많은 프로그램이다. 동네 스포츠의 다양함은 물론이고, 동네의 숨은 고수들은 거의 무한대로 많다. 여기에 조달환이나 이병진처럼 미친 존재감들이 가세하면서 끊임없는 추동력을 만들어낸다.

 

4연승을 하면 동계올림픽에 가고 싶다는 소원은 동네 스포츠에서 국가대표 스포츠까지를 아우르겠다는 야심마저 보인다. 무엇보다 든든한 조력자 이수근과 합이 잘 맞는 강호동은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예능과 체육이라는 옷을 제대로 찾아 입은 셈이다. 주말에 훨씬 어울리는 아이템을 주중에 편성시킨 것이 하나의 오점처럼 보이지만 그것마저 역발상으로 뒤집을 수 있다면 전체적으로 침체된 주중 예능의 기폭제가 될 가능성도 있다.

 

<맨발의 친구들>은 그 맨발로 뛰겠다는 의지는 좋으나 포인트를 잘못 잡았다. 이미 <런닝맨>이나 <정글의 법칙>을 통해 해외로케 예능의 가능성을 제대로 본 것은 맞지만 중요한 것은 거기에 우리네 대중의 정서를 담지 못했다는 점이다. <런닝맨>의 해외로케는 정규적인 것이 아니고 가끔 나가는 데다 예능 한류가 주는 자긍심이 있다. 또 <정글의 법칙>은 어떤 정글이라는 공간이 주는 고생에 대한 의미화가 분명하다. 거기에는 환경과 공존의 의미가 있다.

 

<맨발의 친구들>이 추구한 것이 없는 건 아니다. 이 프로그램은 이문화 교류라는 기치를 내걸었다. 베트남이나 인도네시아에 가서 그들과 똑같이 하루를 살아보는 체험은 그들과 맨발로 부딪치는 문화교류라는 의미를 찾아내려 하지만, 대중들에게는 그만큼 절절하게 다가오지 않는다. 눈물 나는 진짜 생고생이 아니라면 해외로케는 서민들에게는 그 자체로 배부른 얘기로 여겨지고 있다는 것이다. 더 힘겨워진 현실 때문이다.

 

하지만 앞서 얘기했듯이 <맨발의 친구들>은 그 의지가 나쁜 건 아니다. 따라서 이를테면 체험을 국내로 돌리고 진정으로 어려운 삶을 살거나 문화적으로든 나이로든 빈부의 격차로든 서로 섞이기 어려운 서민들 속으로 들어간다면 새로운 가능성을 찾을 수도 있을 것이다. 결국 중요한 것은 맨발의 진심이 아니겠는가.

 

문제는 강호동을 세우고 새롭게 런칭한 예능 프로그램에 대한 조급증이다. 한때 <1박2일>로 40%가 넘는 시청률 기록의 사나이인 그에게 시청률 4%, 5%는 일찌감치 ‘글렀다’는 속단을 불러온다. 하지만 <1박2일>도 처음부터 40%는 아니었다는 것을 상기해보라. 강호동에 대한 막연한 기대감이 만들어내는 조급증은, 될 프로그램도 안 되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강호동은 여전히 육중하다. 그리고 그 육중한 몸을 더 열심히 놀리고 있다. 부담은 몇 배다. 프로그램이 안 되면 오로지 그 탓이 자신에게 온다는 걸 스스로 알고 있어서다. 또 자신 때문에 프로그램에 대한 관대함도 상대적으로 적다는 것 또한 알기 때문이다. 조금만 기다려보자. 그에게도 어느 정도의 시간은 필요하다. 중요한 것은 그가 그 어느 때보다 열심히 죽을 힘을 다해 맨발로 뛰고 있다는 점이다. 그것만이 그 육중함을 이겨낼 유일한 방법, 바로 진정성을 끌어낼 수 있는 길이라는 걸 그는 알고 있다.

강호동이 가져올 예능 변화 가능성

 

드디어 강호동이 돌아온다. 강호동은 SM엔터테인먼트 계열사인 C&C(이하 SM C&C)와 전속계약을 체결하면서 방송 복귀를 공식화했다. 이로써 방송3사의 가을개편을 통해 강호동이 출연하는 프로그램을 볼 수 있게 된 셈이다. 잠정 은퇴 선언 당시 논란이 됐던 세금 문제도 이미 무혐의 처분을 받았고, 그렇다고 해도 어쨌든 그로 인해 생긴 논란에 대해서 그 정도면 충분히 자숙의 기간을 가졌다고도 볼 수 있다. 무엇보다 예능 전반에 그의 공백이 너무 크게 느껴지는 상황이다. 강호동의 복귀시기로서는 호기임에 분명하다.

 

'강호동'(사진출처:MBC)

하지만 강호동의 복귀는 방송3사 예능에 큰 변화를 예고한다. 그간 갑작스레 잠정은퇴를 선언함으로써 생겨난 커다란 공백으로 방송3사의 예능이 휘청했던 것을 생각해보면 그의 복귀가 가져올 변화를 가늠할 수 있다. 벌써부터 방송3사의 ‘강호동 모시기’ 작전은 시작된 상황이다. MBC는 강호동의 잠정은퇴로 잠정(?) 폐지되었던 ‘무릎팍도사’를 그가 돌아온다면 되살리겠다고 공식 발표한 상황이고, KBS는 ‘1박2일’은 물론이고 새로운 프로그램의 가능성까지 열어두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한편 유독 강호동에게 공을 들여옴으로써 SBS 복귀설까지 나왔던 SBS는 강호동의 복귀에 맞춰 새로운 예능 프로그램을 타진해왔던 중이었다.

 

물론 의리를 중시 여기는 강호동이 어느 한 방송사만을 선택하진 않을 것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주말 예능’이다. 사실상 주말 예능이 그 방송사의 예능을 대표하는 상징적인 의미가 있기 때문에 어떤 방송사가 강호동의 주말 예능을 꿰차게 될 것인가는 초미의 관심사가 아닐 수 없다. MBC는 공식적으로 ‘무릎팍 도사’를 내세우고 있는 상황이고, ‘일밤’의 대표주자는 여전히 ‘나는 가수다2’이기 때문에 강호동이 새롭게 프로그램을 맡을 것으로 여겨지지는 않는다. KBS의 ‘1박2일’ 역시 PD 작가를 포함한 멤버 교체가 대거 이뤄진 상황이라 강호동이 복귀하기는 쉽지 않을 듯 보인다. SBS 역시 마찬가지다. 주말 예능에 이미 ‘정글의 법칙’과 ‘런닝맨’이 자리를 잡고 있는 상황이라 빈 자리를 찾기가 어렵다.

 

주말 예능이 이처럼 방송3사의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는 사실은 강호동으로 하여금 어느 하나를 선택하기 어렵게 할 가능성도 높다. 따라서 일요일보다는 토요일 저녁의 예능 프로그램이 강호동으로서는 훨씬 수월한 선택이 될 수도 있다. MBC는 ‘무한도전’이 자리하고 있어 강호동이 들어갈 틈이 없고, KBS는 ‘불후의 명곡2’가 자리를 잡고 있지만 그 전 프로그램으로서 ‘청춘불패2’는 성적이 저조한 편이다. 가을개편을 통해 그 자리에 새로운 신설 프로그램이 가능할 수도 있다. SBS는 애초에 강호동이 ‘스타킹’을 했던 전적이 있고, 그가 빠져나간 후 직격탄을 맞은 ‘스타킹’이 여전히 있는 셈이라 이 프로그램에 복귀하던지 아니면 개편 후 강호동을 위한 새로운 예능 프로그램이 들어간다고 해도 명분이 괜찮은 셈이다.

 

어쨌든 어떤 방송사가 됐든 프로그램 하나씩은 할 것으로 보이며 그 프로그램은 주말예능으로서 버라이어티 하나, 주중 예능으로서 스튜디오물 두 개 정도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어떤 방송사로 복귀할 것인가 만큼 중요한 것은 강호동 복귀로 인해 생겨날 예능가의 변화다. 지금껏 강호동과 유재석 투톱 체제를 유지해왔던 예능가에서 강호동이 빠져나감으로써 큰 변화가 생겼던 것이 사실이다. 유-강 체제를 공고히 했던 리얼 버라이어티쇼 트렌드가 흔들렸고 토크쇼들은 하향평준화되어 버렸다. 유재석도 살리기 힘든 프로그램이 생겨났다. 하지만 강호동 복귀로 다시 생겨날 유-강 투톱 체제는 강호동뿐만 아니라 유재석에게도 좋은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강호동과 유재석은 서로 경쟁하면서 동시에 하나의 트렌드를 선점하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강호동이 복귀한다고 해서 과거처럼 유-강 체제가 이어진다는 장담을 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그간 새롭게 부상한 MC들이 자리하기 때문이다. ‘힐링캠프’로 주가를 올리고 있는 이경규, ‘불후의 명곡2’, ‘강심장’ 또 최근에는 19금 개그로 대세가 되어버린 신동엽, ‘정글의 법칙’으로 새로운 예능을 구축하고 있는 김병만이 최근 주목되는 대표적인 MC들이다. 강호동이 어떤 예능 트렌드를 선택할 것인가는 그런 점에서 중요하다. 그가 선택하는 방향으로 예능의 트렌드의 중심축이 옮겨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흥미로운 건 강호동이 SM C&C와 전속계약을 맺었다는 사실이다. SM C&C는 매니지먼트는 물론이고 프로그램 제작사로서도 야심을 갖고 있는 회사다. 이것은 강호동이 그간 관심을 갖고 있던 방송사에 예속되지 않고 예능 프로그램을 직접 제작하고 납품하는 제작사 개념의 예능을 예고하게 만든다. 만일 이것이 이뤄진다면 다양한 형태의 콘텐츠들이 생산될 가능성이 높다. 또 그간 방송사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었던 예능인들의 새로운 위상이 만들어질 가능성도 생긴다. 결국 콘텐츠가 중심이 될 수밖에 없는 시대에 제작사 개념의 예능은 새로운 흐름을 예감하게 한다.

 

강호동 복귀 선언이 이뤄졌지만 시청자들이 강호동을 볼 수 있는 건 가을 개편이 지난 후가 될 것이다. 방송3사가 서로 앞 다퉈 러브콜을 보내고 있지만 어떤 방식으로 프로그램에 복귀하게 될 지는 강호동 본인만이 알고 있다. 하지만 그것이 어떤 것이든 그의 복귀가 가져올 파장이 어마어마하다는 것은 분명하다. 그의 메가톤급 복귀의 파장은 과연 어떤 결과로 이어질 것인가. 귀추가 주목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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