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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밤’이 거둔 성취와 남는 아쉬움

 

<봄밤>은 MBC가 9시 드라마 편성을 시도한 첫 작품으로 꽤 괜찮은 성적을 냈다. 3%대에서 시작해(닐슨 코리아) 8%대 시청률까지 냈으니 말이다. 게다가 화제성도 좋았다. 소소하고 담담한 일상 멜로의 틀 안에서도, 사회비판적 코드들이 만들어내는 극성이 분명히 존재했다. 제목은 달달하기만 할 것 같은 ‘봄밤’이지만, 결코 달달하게만 흘러가지는 않았다.

 

이렇게 된 건 <봄밤>이 멜로라는 소재를 가져와 사실은 속물적이고 시대착오적이며 심지어는 범죄적인 엇나간 인물들을 적나라하게 끄집어냈기 때문이다. 물론 전면에 보이는 건 이정인(한지민)과 유지호(정해인)의 보고만 있어도 눈 호강을 하게 되는 멜로지만, 이들을 둘러싼 사회적 편견 가득한 인물들은 우리네 사회의 현실적인 부분을 충분히 건드리고도 남았다.

 

두 사람 사이에서 사랑이 아닌 승부욕과 ‘집착’을 보이는 권기석(김준한)은 그 사회비판적 시각을 담아내는 대표적인 인물이다. 그가 보여주는 권력적인 관계들은 심지어 남녀 사이라는 사적인 관계 속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누군가를 사랑하기보다는 결코 지는 걸 용납할 수 없는 엇나간 집착. 그것은 자신이 유지호 같은 비혼부에게 밀린다는 걸 받아들일 수 없는 비정상적인 집착이었다.

 

이를 둘러싼 부모 세대의 이야기는 그래도 자식들의 행복을 더 빌어주려는 진정한 어른들과 자식의 행복은커녕 그 결혼조차 자신의 입지로 바라보려는 속물적인 어른들의 대비로 그려졌다. 이정인의 엄마 신형선(길해연)이 전자라면 그 남편이자 이정인의 아빠인 이태학(송승환)은 후자였다. 여기에 권기석의 아버지 권영국(김창완) 같은 갑을관계로 세상을 바라보는 인물이 가세하면서 이 대결구도는 팽팽해졌다.

 

즉 이정인과 유지호가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어난 봄밤에 만나 서로 사랑에 빠지게 되는 달달한 멜로는 이런 외부적 상황들과 대결하게 된다. 시청자들은 이들의 멜로가 이뤄지길 바라면서 동시에 그들을 힘겹게 만드는 외부적 상황들이 얼마나 비뚤어져 있는가를 자연스럽게 들여다보게 된다.

 

사실 드라마 초반 <봄밤>은 안판석 감독과 김은 작가 그리고 정해인과 꽤 많은 안판석 라인 배우들(?)의 출연으로 전작이었던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의 또 다른 버전이 아니냐는 우려가 많았다. 실제로도 유사한 지점들이 있었다. 일상 현실 연애를 담고 있다는 것과, 그 안에 우리 사회의 현실을 담아내는 방식이 그것이다.

 

하지만 <봄밤>의 종영에 이르러 생각해보면 이것은 어찌 보면 안판석표 멜로라고 봐도 되지 않을까 싶다. 아주 현실적인 일상 연애를 특유의 섬세한 연출로 담아내면서 동시에 그 위에 어떤 사회적 메시지를 얹어 넣는 그런 멜로. 그저 남녀 간의 사랑이야기에 매몰되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랑 속에 치열한 대결의식을 담아내는 방식. 그것이 안판석표 멜로라고 볼 수 있다.

 

그렇지만 한편으로는 남는 의구심도 분명히 있다.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에 이어 <봄밤>까지는 어떻게 몰입해서 본다고 해도 또 비슷한 멜로가 나온다면 과연 시청자들이 반색할 수 있을까. 이제 안판석 감독 같은 장인이 만든 조금은 야심이 엿보이는 그런 작품을 보고 싶은 마음이 더 크다.(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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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용 혹은 위계, ‘봄밤’이 그리는 두 세계의 대비

 

이정인(한지민)의 엄마 신형선(길해연)이 유지호(정해인)의 엄마 고숙희(김정영)의 손을 꼭 잡았다. 그 잡은 두 손에는 특별한 말을 하지 않아도 전해지는 마음들이 있었다. 고숙희의 눈에서 흘러내리는 눈물에는 아이가 있어 자신의 삶을 거의 포기하듯 살아가고 있던 아들이 다시 사랑하는 사람이 생겼다는 사실에 대한 기쁨과, 그럼에도 신형선이 가졌을 부담에 대한 미안함, 그러면서도 그걸 받아들이고 자신의 손을 잡아준 그에 대한 고마움 같은 것들이 복합적으로 담겨져 있었다.

 

MBC 월화드라마 <봄밤>이 짧게 보여준 이 장면은 이 드라마가 그리고 있는 너무나 상반된 두 개의 기성세계를 보여준다. 그 한 세계는 자신의 마음과 달라도 이를 이해하려 하고 포용하려는 세계다. 신형선은 그 세계를 대변하는 인물. 그는 딸 이정인이 만나고 있는 유지호에게 아이가 있다는 사실이 힘겹지만 그래도 “미안하다”며 눈물 흘리는 딸을 꼭 껴안아줬다. 그 역시 이런 사실을 받아들이기 힘든 보통의 엄마지만, 딸을 사랑하는 마음이 더 컸고 그러니 그 힘겨운 선택을 한 딸의 입장을 이해하고 끌어안아주게 되었던 것.

 

도대체 어떤 남자일까 궁금해 유지호가 일하는 약국을 찾아와 살피다, 우연히 인근 카페에 들어온 신형선은 거기서 고숙희와 약사 왕혜정(서정연)이 나누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 아들을 걱정하며 또 그런 아들과 만나는 이정인에 대한 좋은 마음을 드러내는 그 대화를 들은 신형선은 버스정류장에 홀로 앉아 눈물을 찍어내고 있는 고숙희에게 다가가 자신이 이정인의 엄마라며 손을 내민다. 그들은 특별한 이야기를 나누지 않는다. 다만 같은 엄마로서 서로를 이해한다. 그래서 손을 잡는 것만으로도 그 마음이 전해진다.

 

반면 드라마는 의도적으로 이 엄마들의 가슴 먹먹해지는 만남과 대비되는, 소원해져 서로 얼굴을 보고도 그냥 지나쳐 버리는 이태학(송승환)과 권영국(김창완)의 관계를 병치한다. 정년을 앞두고 있어 이사장인 권영국과의 관계를 돈독히 하기 위해 딸 이정인과 그에게 집착하는 권영국의 아들 권기석(김준한)을 내놓고 밀어줬던 이태학이었다. 하지만 집으로 날아온 이정인과 유지호의 다정한 한 때를 사찰한 사진들과 그 사진들이 아마도 권영국이 보냈을 거라 판단하는 이태학은 더 이상 그런 장밋빛(?) 미래는 없을 거라는 걸 알게 된다. 목적의식이 사라진 세계. 그들이 맺고 있는 모종의 거래 관계는 그것으로 차갑게 식어버린다.

 

<봄밤>은 다른 입장에 있지만 서로의 손을 잡아준 신형선과 고숙희의 인간적인 관계와, 서로를 이용하고 거래하는 이태학과 권영국의 권력과 연계된 거래 관계를 대비한다. 또 권력과 폭력을 통해 관계를 유지하고 이끌어가려는 권기석과 남시훈(이무생)의 ‘범죄적 세계’와, 이에 맞서는 이정인, 이서인(임성언), 이재인(주민경) 그리고 신형선의 연대를 대치시킨다.

 

그래서 드라마는 초반부터 별 사건이 벌어지지도 않는 것처럼 보였지만, 그 갈등과 대립의 요소들이 사실은 일상 속 깊이 들어와 있어 잘 보이지 않았던 것뿐이라는 걸 드러낸다. 차츰 갈등이 표면화되면서 평온해 보였던 일상에 담겨진 폭력적이고 권력적인 세계의 민낯이 보이기 시작하는 것. 하지만 동시에 그에 맞서는 포용하고 이해하려는 세계의 만만찮은 대결구도가 그려지면서 <봄밤>은 흥미진진해졌다.

 

달라도 손을 잡고 이해하려는 엄마들과, 타인의 입장이나 고통은 들여다보지도 않고 무조건 이기기 위해 ‘부정한 방법’들까지 동원하며 자신의 이익만을 먼저 추구하는 이들의 세계. 그 팽팽한 대결구도에는 <봄밤>이라는 달달한 멜로를 소재로 담담히 이야기를 풀어가는 드라마가 제기하는 만만찮은 문제의식이 담겨있다.(사진:MBC)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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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밤’ 집착하는 김준한, 이걸 사랑이라 부를 수 있을까

 

“정인이 아버님 퇴임 후에 무슨 자리 주실 거예요? 시원하게 한 자리 해주세요.” MBC 월화드라마 <봄밤>에서 권기석(김준한)은 아버지 권영국(김창완)에게 그렇게 요구한다. 이미 유지호(정해인)에게 마음이 기운 이정인(한지민)을 되돌리기 위해 치졸하게도 정인 아버지의 퇴임 후 자리를 마치 거래하듯 내세우기 위함이다.

 

그러자 아버지 권영국은 그런 아들의 상황을 꼬집듯 되묻는다. “왜 니 능력으로는 여자를 못잡겠어?” 그 말투에서 그 역시 아들과 다를 바 없는 인물이라는 게 드러난다. 여자를 잡니 마니 하는 말이나, 그것을 ‘능력’이라 말하는 태도가 그렇다. 이들은 남녀가 만나 사랑하는 것도 마치 사냥감이라도 포획하듯 말하고 있다. 언제든 능력만 있으면 여자는 잡을 수 있다는 듯이.

 

이에 권기석은 대놓고 속내를 드러낸다. “뭐 좀 부정한 방법을 써서라도 이기기만 하면 되죠. 아버지 특기잖아요.” 그가 그렇게 속내를 드러내는 이유는 아버지나 자신이나 다 마찬가지 인간이라는 걸 더 이상 숨길 필요가 없어서다. 그들은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는 ‘부정한 방법’까지 동원한다. 심지어 사람의 마음을 얻는 일도 그렇다. 그렇게 하는 짓거리를 그들은 ‘사랑’이라 부른다.

 

하지만 이 게임처럼, 마치 사냥하듯 능력에 따라 사람을 잡고 못 잡는 문제로 치부하는 이들은 그것이 어렵게 된 걸 인정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 그건 제 능력이 딸린다는 걸 말해주는 것이니까. 그래서 상대방이 보통이 아닌 사냥감인 양 말한다. “만나보고 인정하셨죠? 맞아. 정인이 걔 쉽게 잡히는 애 아니에요. 이정인이니까 내가 이런 꼴 보이고 있는 거지 제가 딴 놈들에 비해서 이렇게 처지거나 그런 놈 아니에요. 저 그래서 더 못 놓겠어요. 억울하게 모자란 놈 될 순 없잖아요.”

 

그런데 아들의 그런 자기변명과 토로에 아버지 권영국은 귀 기울이지 않는다. 그것보다는 자신에게 ‘부정한 방법’ 운운하며 말한 아들의 말이 더 거슬린다. 그는 아들과의 대화에서도 그걸 들어주기보다는 이기려고 한다. 그래서 엉뚱하게도 “내가 부정한 방법으로 세상을 살았다고 생각하냐?”고 되묻는다.

 

하지만 아들은 더 이상 아닌 척 하지 말자며 자신 또한 아버지처럼 살 거라고 말한다. “엄마 닮아서 싫으셨죠? 나 진짜 이제 아버지처럼 살게요. 정인이 아버지 밀어주세요. 나머진 제가 알아서 하겠습니다.” 그는 이제 이정인을 얻기 위해 주변인들을 동원하고 흔들려고 한다. 그는 이정인이 유지호 부자와 함께 있는 사진을 의도적으로 이태학(송승환)에게 보낸다.

 

<봄밤>은 점점 그 달달한 멜로의 이야기가 아니라, 찌질하고 속물적인 남자들의 폭력적인 집착을 그리고 있다. 첫째 딸 이서인(임성언)이 남편 남시훈(이무생)에게 부부강간에 상습적인 폭행을 당했다는 걸 알면서도 “참으며 살라”는 아버지 이태학의 속물근성이 그렇고, 그런 짓을 저지르고도 이서인이 아이를 가졌다는 사실을 오히려 자신에게 유리한 쪽으로 이용하려는 남시훈의 폭력성이 그렇다. 여기에 결코 질 수 없다는 승부욕을 사랑이라 착각하며 집착하는 권기석과 그 아버지 권영국의 치졸함이 더해진다.

 

도대체 이들은 사랑을 뭐라 생각하는 걸까. 마음대로 위계와 돈, 권력에 의해 언제든 포획할 수 있는 사냥 정도로 생각하는 걸까.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는 ‘부정한 방법’까지 서슴지 않고 쓰는 이들의 행태는 그래서 단지 사적 관계의 차원을 넘어서 갑질 하는 가진 자들의 오만이 느껴진다. 이걸 사랑이라 부를 수 있을까. 또 그런 집착으로 이들이 얻어가는 건 도대체 뭘까. 설마 성취욕?(사진:MBC)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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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밤’ 송승환, 가정폭력 당한 딸에게 참고 살라는 아빠

 

아무리 드라마라고 해도 뭐 이런 몰상식하고 천박한 아빠가 다 있나. MBC 수목드라마 <봄밤>에서 이태학(송승환)은 이 드라마 최악의 인물로 그 실체를 드러냈다. 고등학교 교장으로 이제 정년을 앞두고 있는 그는 딸들의 행복이나 앞날보다 자신의 위신과 입장을 먼저 밝히는 천박함으로 시청자들마저 창피한 어른의 모습을 보였다.

 

둘째 딸 이정인(한지민)이 4년 간 사귀었던 권기석(김준한)과 헤어지려 하자 딸의 입장은 상관하지도 않고 “결혼하라”고 나서고, 이미 딸이 이별을 통보한 권기석을 만나 “뭐든 팍팍 밀어주겠다”며 결혼을 독려한다. 그 이유는 권기석의 아버지 권영국(김창완)이 자신이 일하는 학교 재단 이사장이기 때문이다. 정년퇴직 후 학교 재단에서 일해 볼 생각이 없냐는 권영국의 제안에 이태학은 반색하고 어떻게든 딸과 권기석을 결혼시켜 그 관계를 이어가려 한다.

 

하지만 이미 정인은 마음이 돌아선 지 오래다. 그래서 이태학에게 이미 돌이킬 수 없다는 뜻을 전하지만 “마음은 언제 변할지 모른다”는 말로 일축하고, 심지어 자신을 위해서라도 마음을 돌리라고 딸에게 종용한다. 조선시대도 아니고 딸을 정략결혼시키려는 이 자를 과연 아빠라고 부를 수 있을까.

 

더 심각한 건 첫째 딸 이서인(임성언)이 사위 남시훈(이무생)에게 당했던 가정폭력을 알면서도 “참고 살라”고 하는 이태학의 면면이다. 남시훈이 이서인을 상습적으로 폭행했다는 걸 딸로부터 듣게 된 엄마 신형선(길해연)은 분노에 벌벌 떨며 사위를 찾아가 뺨을 올려붙이지만, 어찌된 일인지 아빠인 이태학은 무덤덤하고 심지어 차분한 모습을 보인다.

 

물론 뒷일이 걱정되어 일부러 이태학을 찾아와 무릎 꿇으며 그 폭력이 술기운에 한 번 있었던 일일 뿐이라고 변명하는 그 말을 그대로 믿었기 때문이지만, 그래도 굳이 딸 이서인과 남시훈을 함께 앉혀놓고 그런 일에 이혼하면 결혼생활을 유지할 부부가 어디 있냐며 참고 살라고 말한다. 결국 이서인은 아이가 있다며 그런데 그 아이가 폭행에 의해 생긴 아이라고 말했지만, 그래도 이태학은 자신의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그건 딸을 생각해서 한 말과 행동들이 아니었다. 그걸 정확히 보게 된 이태학의 아내 신형선은 집으로 돌아와 그를 질타했다. “생판 모르는 남이 서인이 같은 일 당했다는 걸 봐도 부들부들 떨려야 정상이야. 당신이 얼마나 나를 실망시킨 줄 알아? 어쩜 그렇게 야비할 수가 있어. 내 새끼가 맞았는데 가정폭력 피해자가 됐는데도 행여나 누가 알까 무서워서 입 틀어막을 생각이었던 거 내가 모를 줄 아냐? 이혼이 뭐가 창피해. 자식보다 남의 시선이 무서운 천박한 부모가 부끄러운 거지.” 시청자들의 마음을 제대로 대변해주는 속 시원한 일갈이었다.

 

하지만 이태학은 그런 이야기를 듣고도 전혀 동요하지 않고 오히려 정인의 결혼을 서두르라고 했다. 그것은 언니인 서인이 이혼이라도 하게 되면 그것이 정인의 결혼에도 영향을 미칠지 모르기 때문이었다. 결국 신형선은 참지 못하고 “야 이태학. 네가 진짜 인간이냐?”하고 소리쳤다.

 

안판석 감독의 전작이었던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에서는 속물근성을 드러내는 어른으로 김미연(길해연)이 최고의 악역을 자처했지만, 이번 <봄밤>에서는 그 역할을 이태학이 차지하고 있다. 두 작품 모두 결혼을 두고 이를 반대하는 이들을 악역으로 내세웠지만, 이들이 표징하는 건 속물적이고 천박한 세상과 전혀 어른답지 못한 어른들이다. 심지어 부부강간을 당한 딸에게 “참고 살라”니. 이게 어디 어른, 아니 부모가 할 말인가.(사진:MBC)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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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밤’, 평범한 정해인이 이토록 판타지로 보이는 건

 

MBC 수목드라마 <봄밤>에서 유지호(정해인)는 약사다. 물론 약사라고 하면 안정된 직장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굉장히 부유한 삶을 사는 인물은 아니다. 자기 약국을 운영하는 약사가 아니라 고용된 약사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젊은 나이에 결혼해 아들까지 있지만 아내는 사라져버렸다. 홀로 아이를 키우는 비혼부다. 그러니 유지호라는 남자 주인공은 기존의 멜로드라마 공식 안에서 보면 어떤 판타지적 존재라고 결코 말하긴 어렵다.

 

하지만 이토록 평범하고 속물적인 시선으로는 결혼에 결격사유까지 가진 유지호라는 인물이 보면 볼수록 판타지로 다가온다. 그렇다고 그가 무언가 특별한 말과 행동을 보이는 것도 아니다. 다만 지극히 상식적이고 타인의 입장을 배려하는 말과 행동을 보일 뿐이다. 좋아하는 마음이 있어도 적절한 선을 항상 유지하고 자신이 좋아하게 되면 상대방이 겪을 심적 고통이나 어려움을 생각한다.

 

그래서 처음에는 거리를 두려하고, 친구로 남자고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런 그에게 이정인(한지민)은 자꾸만 끌린다. 거리를 두려는 그에게 다가가려 하고, 급기야 “큰 일 났다. 사랑한다.”고 고백하기도 한다. 그 고백 한 마디에 유지호는 눈물을 참지 못한다. 지금껏 아이를 홀로 키워오며 사랑이라는 건 아예 접어놓고 살던 그에게 누군가 자신의 모든 걸 알고 있으면서도 사랑한다고 말하는 대목에 어찌 감정이 울컥하지 않을까.

 

놀랍게도 유지호라는 지극히 평범한 인물이 판타지적 존재로 시청자들의 가슴을 설레게 만드는 건, 이 드라마에 등장하는 너무나 찌질하고 위선적이며 심지어 폭력적이기까지한 남자들 때문이다. 이정인이 오래 사귀어왔던 남자친구 권기석(김준한)은 사실상 무덤덤해진 관계였고 그래서 헤어질 생각까지도 했었지만, 이정인이 다른 남자를 만난다는 느낌이 드는 순간부터 집착하기 시작한다. 그것은 사랑이 아니라 집착이고, 누군가에게 지기 싫어하는 마음일 뿐이지만 그는 그걸 인정하지 않는다.

 

게다가 이정인이 만나는 인물이 비혼부인 유지호라는 사실을 알고는 그의 속물근성과 비열함이 바깥으로 튀어나온다. 은근히 아이가 있다는 사실을 약점으로 떠벌리고 그건 유지호에게는 상처가 된다. 그는 다른 인물도 아니고 유지호에게 이정인이 마음을 주고 있다는 사실에 더 분노한다. 그건 사랑이 아니라, 사랑조차 승패로 보는 그의 속물적인 사고방식에서 나오는 행동들이다.

 

이정인의 언니 이서인(임성언)의 남편 남시훈(이무생)은 더 심각하다. 그는 별거 중인 이서인의 집을 무단으로 들어와 ‘부부강간’을 하는 인물이다. 게다가 은행에서 일하는 권기석에게 접근해 당장 어려워진 치과의 확장을 위한 대출을 요구한다. 은근히 그와 이정인 사이를 자신이 엮어줄 것처럼 부추기며. 헤어져 달라는 이서인의 요구조차 들어주지 않는 이 인물은 찌질하다 못해 폭력적인 인물이다.

 

이정인의 아버지 이태학(송승환)도 마찬가지다. 그는 이제 은퇴를 앞두고 있어 자신의 딸 이정인에게 이사장인 권영국(김창완)의 아들 권기석과 결혼하라고 요구한다. 이정인이 권기석과 헤어졌고 다른 남자를 만난다는 이야기에 뭐가 부족해서 그러냐고 묻는 이태학은 딸의 행복 따위는 생각하지 않는 인물이다. 그저 자신의 입지와 위신이 걱정될 뿐. 이런 인물을 아버지, 어른이라 부를 수 있을까.

 

이런 찌질한 남자들을 주변인물로 두고 비교해 보면, <봄밤>이 지극히 보통의 평범한 사랑이야기를 다루고 있고 그 속에서 유지호 같은 평범해도 상식적이고 배려심 넘치는 인물을 주인공으로 한 것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그것은 굉장한 부나 지위 혹은 성공을 거둔 남자들을 멜로드라마의 주인공으로 세웠던 시대에서 이제는 평범해도 상식적이고 배려심 넘치는 남자가 더 큰 판타지로 다가오는 시대에 들어섰다는 걸 보여주기 때문이다. 유지호는 우리 시대의 달라진 이상적인 남성상을 잘 보여주는 인물이 아닐 수 없다.(사진:MBC)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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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밤'이 대사 없이도 내밀한 마음을 드러내는 방식

 

도서관에서 유지호(정해인)에게 아들 유은우(하이안)와 함께 슬쩍 빠져나가라는 이정인(한지민)의 말에 유지호는 발끈한다. 마침 도서관을 찾은 이정인의 남자친구 권기석(김준한)을 피해 나가라는 뜻이었지만, 유지호는 아들 은우까지 그렇게 죄라도 지은 양 피해가야 한다는 걸 받아들이고 싶지 않다. 자신은 어떤 취급을 받아도 좋지만 그 누구라도 아들이 그런 취급을 받게 하는 건 용서하지 않겠다는 것.

 

그 말은 이정인의 가슴에 콕 박힌다. 그래서 결국 찾아온 권기석에게 “미안하다”며 유지호의 뒤를 따라간다. 그것은 자신이 유지호를 만나고 있다는 사실을 남자친구가 알게 되더라도, 자신의 마음이 유지호를 향하고 있다는 걸 보여주는 대목이다. 권기석은 그런 사실을 직접 듣지는 않았지만 그 상황만으로도 모든 걸 파악한다. 그래서 이정인에게 뭐라 한 마디 하지 않고 그 자리를 떠나버린다.

 

이것은 MBC 수목드라마 <봄밤>이 인물들의 감정과 생각을 드러내는 방식이다. 특이하게도 이들은 대사로 그 속내를 드러내지는 않는다. 대신 이들은 어떤 행동을 한다. 그 행동들은 그들의 속내를 담아낸다. 직접적인 대사가 아닌 이런 방식으로의 감정 전달은 <봄밤>의 이야기를 거칠지 않고 세련되게 만드는 이유다. 게다가 대사로 꺼내놓지 않는 갈등 국면은 그렇기 때문에 더 긴장감을 주기도 한다.

 

무엇보다 이런 대사가 아닌 행동으로 처리되는 감정표현이 가진 중요한 효과는 유지호와 이정인 사이의 멜로를 더 깊이 있게 만든다는 점이다. 그렇게 다툰 후 이정인은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며 유지호에게도 또 남자친구에게도 전화통화를 하는 일이 두려운 이유를 밝힌다. 유지호는 더 이상 만나지 말자고 할까봐 전화 하는 게 두렵고, 남자친구는 전화가 올까봐 두렵단다.

 

하지만 마침 그 때 유지호가 전화를 하고 그렇게 만난 두 사람이 공원을 걸으며 나누는 이야기에서는 서로에 대한 절절한 마음이 느껴진다. 자신의 잘못 때문에 눈치를 보는 이정인은 무슨 할 말이 있어서 온 게 아니냐고 묻고, 유지호는 그게 아니라 “보고 싶어서 왔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이정인은 슬쩍 자신의 핸드폰에 붙여진 공룡스티커를 유지호에게 보여준다. 그건 도서관에서 급히 나가던 유지호의 아들 은우가 준 스티커다.

 

그 작은 공룡스티커 하나에 수백 마디의 대사로도 채워지지 않을 이정인과 유지호의 마음이 담긴다. 유지호는 먹먹해져 벤치에 앉아 고개를 숙이고, 그런 유지호를 이정인은 쪼그리고 앉아 올려다본다. 그들의 눈은 이미 촉촉해져 있다. 특별한 부연설명이 대사로 등장하지 않는 장면이 시청자들의 가슴에는 더더욱 깊이 다가온다.

 

공룡스티커 한 장이지만, 그것은 유지호가 아들이 있다는 사실을 담고 있는 것이고, 그걸 자신의 핸드폰에 붙였다는 건 이정인이 그것조차 받아들이며 유지호를 사랑하겠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두 사람의 앞날이 결코 쉽지만은 않다는 걸 그들은 알고 있다. 그래서 두 사람의 눈은 촉촉이 젖어 있지만 그럼에도 서로 미소를 띠운다.

 

물론 톡톡 튀는 대사 중심으로 흘러가는 멜로드라마가 주는 묘미도 분명히 있다. 하지만 <봄밤>처럼 대사로 직접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이 묻어나는 특별한 행동들로 채워지는 멜로의 묘미는 더 깊이 있게 다가온다. 별 사건이 벌어지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마치 숨은그림찾기 하듯, 작은 행동들 하나에서도 내밀한 마음의 소리가 들리는 드라마가 바로 <봄밤>이다.(사진:MBC)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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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밤’, 특별한 일도 없었는데 이토록 애틋해진 건

 

“왜 피하는데요. 우리가 뭘했는데. 지호씨하고 내가 뭐라도 했냐고.” MBC 수목드라마 <봄밤>에서 이정인(한지민)은 유지호(정해인)에게 그렇게 말한다. 연락도 없이 무작정 이정인이 일하는 도서관에 왔던 유지호는 마침 그 곳에 그의 남자친구인 권기석(김준한)이 나타나자 도망치듯 자리를 피했다. 그러자 이정인이 유지호에게 전화를 걸어 그렇게 되물었다.

 

그런데 이 질문은 새삼 둘 사이에 무슨 일이 있기는 했는가를 생각하게 한다. 이정인의 말대로 그들은 우연히 약국에서 지갑을 안 가져와 돈도 지불하지 않고 숙취해소약을 먹은 게 인연이 되어 알게 됐고, 마침 권기석의 후배인 유지호가 그와 농구경기를 하는 걸 이정인이 보러오면서 함께 술자리를 하게 됐다.

 

그러면서 두 사람 사이에는 자신들도 모르는 어떤 자력 같은 게 만들어졌다. 괜스레 유지호가 일하는 약국 앞을 이정인이 서성이기도 하고, 아이를 데리고 이정인이 일하는 도서관을 유지호가 굳이 찾아가기도 한다. 그렇다고 두 사람이 마주 앉아 무언가 깊은 이야기를 나눈 것도 별로 없다. 다만 불쑥 이정인이 유지호에게 남자친구가 있다고 말했고 유지호가 이정인에게 아이가 있다고 말했을 뿐이었다.

 

액면으로만 보면 별 일도 벌어지지 않은 사이. 그래서 시청자들에 따라서는 <봄밤>의 이야기가 너무 지지부진한 것처럼 보일 지경이다. 특별한 일이 벌어진다기보다는 두 사람의 일상들이 교차되고 그들이 만나도 그리 극적인(?) 대화나 행동이 이어지지도 않는다. 일상적 대화와 만나고 헤어짐의 연속. 그러니 이정인이 화를 내듯 “우리가 뭘했는데”하고 되묻는 건 마치 시청자들의 마음을 대변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 드라마의 묘미는 바로 그 이정인이 “우리가 뭘했는데”라고 되묻는 그 말 속에 담긴 진짜 의미를 읽어내는데 있다. 그 말은 달리 해석하면 “뭘 하고 싶다”는 욕망이 담긴 말이기도 하다. 또한 굳이 무언가 극적인 말이나 행동을 해야 애틋한 감정이 만들어지는 건 아니라는 걸 돌려 말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이미 그런 말 속에는 이정인의 흔들리는 감정이 담겨 있으니 말이다.

 

그래서 자세히 이들이 무엇이 끌렸던가를 다시금 생각하게 된다. 그건 특별한 말이나 행동이 아니라, 어떤 일들을 대할 때 드러나는 태도나 삶의 자세 같은 것이 아니었을까. 첫 만남에서 숙취해소 드링크를 마개를 따서 주고, 지갑을 놓고 왔다고 하자 오히려 몇 만 원을 더 챙겨주던 지호에게서 이정인은 자신도 모르게 끌렸을 지도 모른다. 그의 아버지가 자식들에게 해온 배려 없는 결혼 강권의 상황들을 염두에 두고 보면 이정인이 지호의 행동들에 담긴 배려를 남달리 보게 됐을 거라는 짐작을 하게 한다.

 

이정인이 남자친구가 있다는 말에, 유지호가 자신은 애가 있다고 말하는 대목에서도 유지호가 이정인에게 끌렸던 건 그게 뭐 대수냐는 태도가 아니었을까 싶다. 비혼부라는 늘 사회적 편견 속에서 살아가는 유지호가 아닌가. 아이를 그 누구보다 사랑하지만 그가 굳이 아이를 부모님댁에 맡기고 살아가는 건 그런 편견 때문이었을 가능성이 높다. 그런 그에게 그게 뭐 잘못된 일이냐고 말하는 이정인에게서 유지호의 마음은 흔들렸을 게다.

 

이미 서로에 대한 호감이 선을 넘을 것인가 말 것인가를 두고 갈등을 일으키는 그 과정들 속에서 약국에서 만나게 된 두 사람이 마음을 확인하는 장면은 흥미롭다. 이렇게 서로에게 빠져버린 것이 자신 탓이 아니라는 걸 변명하듯 말다툼을 하던 끝에 이정인이 “겨우 이럴 거면서 도서관에 왜 찾아왔어”라고 말하고 돌아서려 할 때 유지호는 드디어 속마음을 드러낸다. “보고 싶어서.” 그리고 진심을 털어놓으려고 “나는...”을 반복하는데 마침 약국 문 앞 공사현장에서 들려오는 소리 때문에 말을 잇지 못한다. 그 예기치 못한 상황에 이정인은 웃음이 터진다.

 

사실 이 상황에서 유지호의 말이 뭐 그리 중요할까. 이미 그 말을 잇지 못하는 그 상황 속에 그의 마음이 이정인에게 전달되었는데 말이다. 이것은 <봄밤>이 보여주는 멜로의 풍경을 압축해서 보여준다. 보기에는 별 일도 벌어지지 않았고 별 말도 오고가지 않았다. 하지만 그런 별 거 없는 일들과 말들 속에서 마음이 오고간다. 그리고 굳이 표현되지 못한 말은 그만큼 더 애틋해지고 더 깊어진다. 말하지 않아서 일이 벌어지지 않아서 더 애틋해지는 감정들. 그것이 사랑이 피어나는 과정이라는 걸 <봄밤>은 보여주고 있다.(사진:MBC)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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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해 보여도 흥미진진한 '봄밤'의 멜로

 

MBC 수목드라마 <봄밤>의 멜로는 보는 맛이 있다. 물론 처음에는 너무 일상적인 멜로가 아닌가 여겨지기도 했다. 또 전작이었던 JTBC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의 잔상이 눈을 가렸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자꾸만 들여다보자 이 멜로 어딘가 다르다. 보통의 멜로에서 늘상 벌어지는 사건들처럼 보이지만, 그 안을 들여다보면 인물의 심리와 감정변화에 대한 섬세한 시선이 느껴진다.

 

예를 들어 정인(한지민)이 동생과 함께 기석(김준한)의 농구시합을 보러갔다가, 거기서 경기를 벌이는 지호(정해인)를 보게 되고, 그들이 다 같이 뒷풀이를 하게 되는 에피소드가 그렇다. 그건 어떤 멜로에서도 자주 등장하던 시퀀스지만, 이 장면에서 가게 바깥에 있는 화장실을 가기 위해 나온 정인이 마침 거기서 아들과 전화통화를 하는 지호를 보게 되는 상황이 들어가면서 둘 사이에 묘한 관계가 생겨나는 지점이 그렇다.

 

두 사람은 이미 아는 사이고, 정인이 지호에게 친구가 되자고까지 얘기했던 사이다. 그래서 정인의 남자친구인 기석 모르게 둘이 잠깐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은 둘 사이에 내밀한 관계를 구성한다. 게다가 아들과 전화통화를 하며 술 안마셨다 거짓말을 하는 지호의 이야기를 슬쩍 엿 듣고는 “거짓말이 싫다”고 농담 반 섞어 말한 정인이 막상 남자친구에게 거짓말을 하는 대목은 흥미롭게 다가온다. ‘거짓말의 공유’라는 그 상황 하나만으로 정인과 지호의 내밀한 관계가 만들어지는 것이니 말이다.

 

술을 마시고 몇몇이 함께 간 노래방에서 정인의 감정 변화는 더 흥미롭다. 어쩌다 지호와 같은 노래를 신청하게 된 정인은 내심 기쁜 마음을 드러내지만, 갑자기 아들이 아파 전화를 받고 나가버리자 혼자 노래 부르다 중간에 끊어버리는 정인에게서는 그를 걱정하는 마음이 묻어난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온 정인에게 동생 재인(주민경)이 마치 화가 난 듯 말이 없어진 것에 대해 “안 좋은 일 있냐”고 묻는 대목도 상당히 의도적이다. 그것으로 정인의 지호를 생각하는 마음을 은근슬쩍 담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정인이 지호에게 친구가 되자고 하고, 지호는 “그럴 수 없다”고 하다가 결국 “친구하자”고 하는 장면도 표면적으로는 별거 아닌 대화처럼 보이지만 인물들의 심리를 섬세하게 담아내는 대목이다. 즉 정인은 지호에게 “친구가 별거냐”고 말하지만,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동생 재인이 정인의 친구와 길거리에서 만나고 있는 걸 보고는 의외로 보수적(?)인 모습을 드러낸다. 집으로 돌아와 재인에게 그 친구를 만난 걸 따져 묻는 것. 하지만 “친군데 어떠냐”고 오히려 말하는 재인을 통해 드라마는 정인이 말과는 달리 남녀 사이의 ‘친구’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는 걸 보여준다.

 

이밖에도 <봄밤>은 그저 스쳐 지나치지 않고 그 말과 행동의 의미들을 곱씹어보면 새록새록 그 숨겨진 감정들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섬세한 표현들을 발견할 수 있다. 정인이 자신이 일하는 도서관에서 우연히 한 아빠와 같이 온 아이를 바라보는 장면도 그냥 허투루 들어간 게 아니다. 그건 스토리상 없어도 되는 장면이지만, 그 아이를 통해 정인이 아이가 있는 지호를 떠올리는 것으로 그 끌리는 마음을 보여주는 장면이기 때문이다. 지호의 차 안에서 공룡스티커가 붙어있는 걸 본 정인이 아이와 함께 온다는 소식에 공룡책을 찾는 대목도 그렇다.

 

사실 우리가 현실적으로 겪는 사랑이란 굉장히 특별하고 드라마틱한 이야기를 담고 있어서 우리의 마음을 사로잡는 건 아닐 것이다. 어찌 보면 아주 평범한 일상들이 지나치고 있었지만, 그것들에 투영되는 우리의 감정들이 달라지기 때문에 우리는 사랑에 빠져 그 일상적 상황들을 특별하게 느끼게 되는 것일 게다. <봄밤>은 그런 점에서 액면의 드러나 있는 사건보다 그 사건이 야기하는 미묘하고 섬세한 감정변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너무나 일상적인 사건들만 담고 있어 심지어 평이해 보이는 드라마를 보며 우리가 의외로 설레게 되는 건 바로 이런 섬세함을 담아내는 디테일들 때문이다.(사진:MBC)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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