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계일주4’, 기안84가 18살 셰르파에게 감동한 까닭

태계일주4

“너네 존경스럽다. 존경스러워.” MBC 예능 <태어난 김에 세계일주4(이하 태계일주4)>에서 기안84는 네팔의 젊은 셰르파들에게 진심어린 존경의 마음을 표했다. 30킬로에 달하는 짐을 이마에 메고 가파란 산길을 오르내리는 일을 하는 아이들. 이제 겨우 스무살, 열여덟살인 라이와 타망은 그 길을 하루에도 서너 번 정도 왔다갔다 한다고 했다. 

 

에베레스트 시작점인 마을 루클라의 한 식당에서 소년 셰르파들을 만난 기안84는 그들과 함께 짐 나르는 걸 해도 되겠냐고 물었고, 결국 고행 길을 자청하게 됐다. 머리 끈에 의지해서 30킬로 무게의 짐을 짊어지고 오르는 산길. 기안84는 중심조차 잡기 힘든 그 일을 이 어린 소년들은 묵묵히 별 힘든 내색도 없이 하고 있었다. 

 

배달 1회에 버는 돈은 1500루피. 한화로 1만5천원 정도다. 그런데 식당에서의 한끼 식사가 500루피 정도 한단다. “밥 먹고 나면 돈이 안남잖아.” 기안84가 그렇게 말하자 소년은 “그래도 배는 불러요.”라고 말했다. 이들의 삶이 그토록 힘겨운 일을 하면서도 얼마나 소박한지를 잘 말해주는 장면이다. 돈 많이 벌면 하고 싶은 일이 “부모님 즐겁게 해드리고 행복하게 사는 것”이라는 소년들이다. 

 

<태계일주4>는 그 시작을 뭉클한 감동의 이야기로 열었다. 지금껏 <태계일주>가 기안84 특유의 날것의 웃음과 재미를 먼저 보여줬던 것과는 다른 시작이다. 하지만 이번 여행지가 ‘차마고도’라는 극한의 오지라는 점과, <태계일주>는 주마간상식의 여행이 아니라 그들 삶 깊숙이 들어가는 여행이라는 점은 왜 이런 시작을 했는가를 공감하게 한다. 먼저 그들의 진짜 삶을 보여주는 것이 일종의 예의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태계일주4>의 첫 회는 현지에서의 우연한 만남과 그들과 나누는 정으로 겉으로는 기안84 특유의 유쾌함이 가득 했지만 보는 내내 먹먹함이 있었다. 순박하고 밝은 표정의 소년 셰르파들의 얼굴을 보는 것만으로도 먹먹해졌다. 12살, 13살부터 시작했다는 그 일이 그들이 감당하기에는 너무나 무거운 삶의 무게처럼 다가왔기 때문이다. 

 

“풍경이 아름답잖아요. 히말라야 산도 그렇고. 들기 전엔 몰랐는데 막상 하니까 땅만 보고 가는 거야 내가.” 기안84는 일일 셰르파 체험을 온몸으로 한 소회를 그렇게 전했다. 짐을 잔뜩 짊어지고 오르면서 기안84는 소년들에게 이걸 하니 하늘을 못보는게 아쉽다고 말한 바 있다. “그냥 앞만 보고 걸어가야 되고, 걸어간 걸로 돈 벌어서 그걸로 가족들 먹고 살고..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느낌인데 당장 앞만 보고 가는 삶이 셰르파의 삶이 아닌가 싶습니다.”

 

여행을 떠나는 데는 여러 가지 목적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어쩐지 요즘의 여행이란 즐거움과 재미로만 가득 채워지는 느낌이다. 여행을 소재로 하는 프로그램들도 대부분 어떻게 하면 재밌을까만 고민하는 경향이지 않은가. 그러다보면 정작 현지가 소외되는 일이 생긴다. 그 곳에 사는 사람들의 삶이 그저 재미를 위한 배경으로 치부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보면 기안84가 먼저 네팔의 셰르파들의 삶을 비록 하루지만 직접 경험해 전해주면서 이 여행의 문을 연 건 <태계일주4>의 진정성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어쩐지 그래서 <태계일주4> 첫 회의 주인공은 기안84가 아닌 저 소년 셰르파들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앞으로 펼쳐질 4인방이 뭉쳐 떠나는 차마고도의 여행은 즐거움과 재미도 가득할 테지만, 이러한 진심을 잃지 않는 태도가 이 여행에 기꺼이 동승하고픈 마음을 불러 일으킨다. 기안84의 <태계일주>가 각별한 여행 예능으로 다가오는 근본적인 이유다. (사진:MBC)

‘더 인플루언서’가 꺼내 보여준 인플루언서들의 민낯

최근 넷플릭스에서 흥미로운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내놨다. ‘더 인플루언서’가 그것이다. 77인의 인플루언서들이 한 자리에 모여 특정 미션을 수행하며 끝까지 살아남는 이야기를 담았다. 그런데 그 과정을 보면 이들이 어떻게 성공했고 살아남았는가가 엿보인다. 

더 인플루언서

관심으로 생존하라

넷플릭스 오리지널 예능 ‘더 인플루언서’의 포스터에는 ‘관심으로 생존하라’는 문구가 들어가 있다. 이 한 줄이 사실상 이 서바이벌 프로그램의 정체성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유튜브, 틱톡, 인스타그램, 아프리카TV 등 소셜 플랫폼에서 내로라하는 인플루언서 77인이 한 자리에 모여 끝까지 살아남는 1인을 뽑는 프로그램이다. 인플루언서들은 각자의 구독자수에 비례해 3억원이라는 총상금 액수를 나눈 수치가 ‘몸값’으로 찍히는 목줄을 차고 한 자리에 모인다. 그리고 시작된 서바이벌. 그건 소셜 플랫폼에서 구독자와 조회수를 두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이들의 삶을 보다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축소판처럼 보인다. 

 

77인이 저마다 ‘좋아요’ 15명, ‘싫어요’ 15명씩 투표하는 첫 번째 미션부터가 예사롭지 않다. 우리 같은 보통의 상식으로 본다면 ‘좋아요’를 얼마나 많이 받고 ‘싫어요’를 적게 받느냐가 이 미션의 관건이 아닐까 생각하게 된다. 즉 ‘좋아요’ 수에서 ‘싫어요’ 수를 빼서 누가 더 많은 수를 얻느냐가 이 미션의 승리자일 거라 여겨진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가고 그걸 이러한 서바이벌 게임을 많이 제작해옴으로서 브레인 중의 브레인이라고 불리는 진용진은 정확히 꿰뚫어본다. 결국 관심을 얼마나 많이 끄느냐가 관건인 인플루언서들에게 ‘좋아요’든 ‘싫어요’든 많이 받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른바 무플보다는 악플이 낫다는 이 관점은 실제로 이 미션의 진짜 목표가 된다. 그걸 간파한 이들은 이제 ‘좋아요’가 아닌 ‘싫어요’를 받으려 애쓰는 모습을 보인다. 처음 구독자수가 많아 가장 많은 상금을 가진 이들이 ‘싫어요’의 타깃이 되었지만, 진용진의 이 생각이 전파되면서 이제는 ‘싫어요’를 요구하는 이상한 풍경들이 생겨난다. 치열하게 ‘싫어요’를 받아낸 장근석과 빠니보틀은 그래서 이 미션에서 나란히 1,2위를 차지한다. 

 

‘관심으로 생존하라’는 그 문구가 사실상 이 서바이벌의 색깔이라는 걸 이 첫 번째 미션이 드러낸다. 재미있는 양질의 콘텐츠가 인플루언서들의 경쟁력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것이 착각에 불과하다는 걸 이 미션은 말해준다. 그보다는 어떻게든 더 많은 관심을 끌 수 있는 것이야말로 이 세계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이라는 것이다. 

 

‘마이 리틀 텔레비전’ 그 후 9년

2015년 MBC에서 방영됐던 ‘마이 리틀 텔레비전’은 이러한 인플루언서들의 세계가 이미 도래하고 있다는 걸 보여준 전조였다. 물론 ‘마이 리틀 텔레비전’은 지상파에서 방영된 예능 프로그램으로서, 인터넷 방송으로 넘어가는 그 과도기의 겹쳐지는 부분이 상당부분 담겨진 예능이었다. 거기에는 김구라, 초아, 홍진영 같은 연예인들이 참여했지만 동시에 이말년이나 황재근, 차홍, 정샘물 같은 인플루언서적인 파워가 느껴지는 비연예인들도 참여했다. 스튜디오에 꾸려진 여러 방들에 들어가 저마다 인터넷 방송을 하고 가장 시청률이 높은(평균 시청률과 최고 시청자수로 계산) 출연자가 우승을 하는 프로그램이었다. 

 

그로부터 9년이 지난 현재 ‘마이 리틀 텔레비전’을 박진경 PD와 함께 연출했던 이재석 PD가 기획, 연출한 ‘더 인플루언서’는 그간의 시간만큼 변화된 콘텐츠의 환경을 보여준다. 일종의 ‘마이 리틀 텔레비전’의 넷플릭스 버전처럼 보이는 이 프로그램은 이제는 소셜 플랫폼에서 유명해져 많게는 연간 수십 억의 수입을 얻게 된 인플루언서들의 달라진 위상을 보여준다. 두 번째 미션으로 치러진 라이브 방송 미션을 보면 그 위상을 실감하게 된다. 가장 많은 시청자를 확보해야 살아남을 수 있는 이 미션을 위해 몇몇 인플루언서들은 이제 거꾸로 연예인들을 섭외하고 있으니 말이다. 대도서관은 배우 설인아를 섭외했고, 준우는 가수 에일리를 섭외했다. 무엇보다 이 거꾸로 뒤집어진 영향력을 말해주는 건 장근석이 초보 크리에이터로 참여해 그 누구보다도 열심히 도전에 뛰어들고 망가지는 걸 두려워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줬다는 사실이다. 연예인들에게도 인플루언서는 이제 하나의 워너비가 되고 있는 현실을 말해준다. 

 

콘텐츠보다 관심이 더 앞서는 현실

그런데 막상 ‘더 인플루언서’에서 여러 미션들을 통해 살아남는 생존자들을 보니 그것이 콘텐츠의 경쟁력이라기보다는 오로지 ‘관심’이 우선이라는 걸 확인하게 된다. 예를 들어 라이브 방송 미션에서 진용진은 콘텐츠를 보여주는 게 아니라 뭔가 문제가 생겼다는 뉘앙스를 풍기거나, 자신의 수익을 공개한다거나 하는 식의 관심 끌기에 집중했다. 장근석이 매운 음식들을 땀을 뻘뻘 흘려가며 먹방을 하고, 뷰티 크리에이터인 이사배가 분장에 가까운 화장술을 보여주는 콘텐츠로서의 방송과는 너무나 다른 것이었다. 결과는 영알남(영어 알려주는 남자)이나 차홍처럼 콘텐츠로 승부하는 이들은 탈락하고, 진용진은 살아남았다. 또 벼랑 끝에 몰려 넷플릭스 욕을 하는 것으로 시간을 채운 장지수는 끝내 살아남은 것도 마찬가지였다.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은 이른바 시쳇말로 ‘어그로’를 끄는 것이었다. 

 

이런 미션 방식과 결과들은 그 후에도 계속 이어졌다. 2인1조 팀전으로 치러진 피드 사진 미션에서도 평가단 100인의 시선을 가장 오래 머무르게 하는 건 사진의 내용이 아니었다. 궁금증을 자극하는 모습이나 글귀들이 더 높은 주목도를 낳았고, 인플루언서들은 살아남기 위해 더 자극적인 사진을 시도하기도 하고 나아가 아예 사진이 아닌 글귀로만 채워진 피드도 올라왔다. 또 SNS를 통해 최대한 많은 댓글을 받는 미션에서도 선물 공세를 한다거나, 고양이 사진을 올리고 이름을 다는 이벤트를 하는 등의 시도들이 이어졌다. 댓글을 유도하기 위한 이들의 노하우가 드러나긴 했지만 그것이 자연스러운 콘텐츠를 통해 주고받는 소통이라는 댓글 본연의 기능하고는 거리가 멀어 보였다. 

 

마지막 최종 라운드에 올라온 오킹, 장지수, 빠니보틀 그리고 이사배 중 끝까지 살아남은 이사배와 오킹의 대결에서 결국 오킹이 3억원 상금의 주인공이 된 사실은 인플루언서들에게 콘텐츠만큼 중요한 게 관심을 유도하는 노하우라는 걸 확인시켜준다. 화장법을 알려주는 콘텐츠로 승부한 이사배는 즉각적인 관심을 불러 일으키는 오킹의 선거전을 방불케 하는 방송과 먹방, 즉석 소개팅 등에 고배를 마실 수밖에 없었다. 

 

또한 ‘더 인플루언서’는 우승자가 된 오킹이 그간 인기만큼 크고 작은 논란의 주인공이고 최근에도 코인 관련 논란을 일으켰던 장본인이라는 점에서도 들여다볼 지점이 있다. 이것은 인플루언서가 되기 위해 논란의 중심에 서는 것조차 그다지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 이 세계의 높은 영향력에 비해 갖는 낮은 책임감을 말해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이건 상대적으로 연예인들보다 이들의 영향력이 낮다는 전제 하에 가능한 이야기지만, 최근 방송이 이제 유튜브 같은 소셜 플랫폼으로 헤게모니가 넘어가고 있는 상황에서는 더 이상 적용되기 어려운 일이 되고 있다. 실제로 피식대학이 지역 비하 논란으로 순식간에 많은 구독자들의 이탈을 경험한 건 영량력이 높아진 이들에게도 그만한 책임을 요구하게 된 현실을 잘 말해준다. 

 

엄청난 관심을 받고, 그것이 돈으로 환산되어 천문학적인 돈을 벌기도 해서 부러움을 사지만 ‘더 인플루언서’를 통해 보는 그들의 세계는 살아남기 위해 어떻게든 관심을 끌어야 하는 SNS 시대의 씁쓸한 현실이다. 인플루언서는 그 극단화된 사례지만, 이런 일들은 우리 같은 보통 사람들에게도 똑같이 벌어지고 있으니 말이다.(글:시사저널, 사진:넷플릭스)

‘더 인플루언서’, 몸값 놓고 한 판 붙는 신개념 서바이벌

더 인플루언서

“싫어요 순위를 공개합니다.” 그리고 공개된 순위표에는 77명의 참가자 중 1위 자리에 장근석의 이름이 적혀 있다. ‘아시아 프린스’ 장근석이 ‘싫어요’ 순위 1위라고? 그런데 2위 자리에 빠니보틀이 있다는 사실도 놀랍다. 도대체 이 서바이벌은 뭐길래, ‘싫어요’와는 전혀 상관없을 것 같은 이들조차 이렇게 많은 ‘싫어요’ 버튼을 받은 걸까. 

 

이것은 넷플릭스 예능 ‘더 인플루언서’라는 신개념 서바이벌의 독특한 색깔을 잘 보여준 첫 번째 미션이다. 첫 미션은 참가자 77명이 저마다 ‘좋아요’ 15명, ‘싫어요’ 15명씩 투표하는 것. 상식적으로 보면 ‘좋아요’를 많이 받고 ‘싫어요’를 적게 받는 것이 이기는 게임처럼 보이지만, 역시 브레인 중의 브레인인 진용진은 이 미션의 진짜 목적을 꿰뚫어 본다. 결국 관심을 얼마나 많이 끄느냐가 관건인 인플루언서들에게 ‘좋아요’든 ‘싫어요’든 많이 받는 것이 더 중요하고, 그래서 이 미션 또한 둘다를 합산한 것이 최종결과가 될 거라는 것이다. 이른바 ‘싫어요’도 관심이라는 것. 

 

진용진은 정확히 이 미션을 간파했다. 그래서 처음에는 팔로워가 많은 수치대로 상금이 책정되어 가장 많은 상금을 갖고 있는 이들이 ‘싫어요’의 타깃이 되었지만, 진용진의 이 생각이 전파되면서 이제는 ‘싫어요’ 좀 달라고 찾아다니는 이상한 풍경이 연출되었다. 장근석과 빠니보틀이 ‘싫어요’ 순위 1,2위를 차지하게 된 건 바로 그런 이유였다. 결국 이들은 ‘좋아요’와 ‘싫어요’를 합산한 결과로 무난히 1라운드를 통과했다. 

 

이 미션이 보여주는 것처럼, ‘더 인플루언서’는 유튜브, 틱톡, 아프리카TV 등을 통해 막강한 구독자들을 확보하고 있는 인플루언서들 77명이 한 자리에 모여 주어진 미션에서 생존해 최종 1인이 되는 서바이벌 프로그램이다. 일단 섭외부터가 만만찮다. 빠니보틀은 물론이고 진용진, 오킹, 대도서관, 장지수 같은 유명 스타급 인플루언서들은 물론이고, 코스프레 최강자로 불리는 마이부, 틱톡으로 유명한 시아지우, 유튜버들의 유튜버로 추앙받는 이사배 등등 유명하다는 인플루언서들을 모두 한 자리에 모았다. 

 

그리고 총 상금 3억원을 이들이 갖고 있는 구독자수에 비례하게 나눠 저마다 다른 몸값으로 서바이벌이 시작됐다. 평소 많은 구독자수를 갖고 있어 몸값이 높은 게 좋은 것 같지만, 그건 자칫 다른 출연자들의 타깃이 될 수 있는 일이 되기도 한다. 결국 이 서바이벌의 최종 목표는 몸값을 높이는 게 아니라, 마지막까지 살아남아 총 상금 3억원을 가져가는 것이다. 

 

미션은 우리가 인플루언서들의 영상을 통해 경험했던 그들의 경쟁력을 확인할 수 있는 것들로 제시된다. 첫 번째 미션으로 제시된 ‘좋아요’, ‘싫어요’ 수치를 놓고 벌이는 게임은 인플루언서에게 가장 중요하다 여기는 ‘관심’을 끄는 힘을 알아보는 것이었다면, 두 번째 미션인 전후반으로 나누어 치러진 라이브 방송 미션은 가장 많은 시청자를 확보해야 살아남는 방식으로 인플루언서의 라이브 능력을 보는 것이었다. 그리고 세 번째 미션으로 사진을 올려 얼마나 많은 이들의 시선을 잡아끄느냐를 보는 미션 역시 인플루언서들이 사진 한 장으로 자신을 어필하는 능력을 보는 것이다. 

 

인플루언서들의 서바이벌을 다루는 것이지만, 두 번째 미션 같은 라이브 방송을 보다 보면 이 프로그램을 연출한 이재석 PD가 과거 박진경 PD와 함께 했던 ‘마이 리틀 텔레비전’이 떠오르기도 한다. 물론 그 때보다 스케일을 엄청나게 키운 방식으로 치러지지만 ‘더 인플루언서’가 시청자들과의 소통을 통해 살아남으려 안간힘을 쓰는 모습은 때론 웃음을 주기도 하지만 때론 그 처절함에 뭉클한 눈물이 나기도 한다. 

 

많은 서바이벌 프로그램들이 나오고 있지만 인플루언서들이 자기 존재감을 몸값으로 내세워 맞붙는 서바이벌은 새로운 면이 있다. 자극적인 맛이 있지만 동시에 이들이 그런 인플루언서가 되기까지 있었을 치열한 노력들이 이 과정에서 엿보이는 면이 있다. 4회까지 공개되었지만 향후 어떤 미션들이 등장할지 또 거기서 누가 끝까지 살아남아 최종 생존자가 될지 못내 궁금하다. 그 끝에 이르러 어쩌면 우리는 관심이 생존처럼 되어버린 현 시대의 자화상을 여운으로 마주하게 될 지도. (사진:넷플릭스)

MBC ‘태어난 김에 세계일주3’, 갈수록 세지는 생리얼, 생고생, 찐행복의 향연

MBC <태어난 김에 세계일주3>가 돌아왔다. 이번엔 아프리카 마다가스카르다. 시즌2의 여행지였던 인도도 쉽지 않은 여행이라 여겨졌지만, 이번도 만만찮다. 기안84가 전면에서 이끄는 생리얼 여행기. 이번에는 어떤 이야기들이 담겼을까. 

태어난 김에 세계일주3

돌아온 <태어난 김에 세계일주3>, 이젠 어엿해진 폼

MBC <태어난 김에 세계일주3(이하 태계일주3)>가 돌아왔다. 지난 시즌2가 끝난 지 약 4개월만이다. 지금에서 돌아보면 올 한 해 MBC 예능은 <태계일주>가 열고 닫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작년 말 첫 방송을 내보내고 좋은 반응을 얻었던 <태계일주>는 시즌2에서 덱스가 합류하면서 제대로된 진용을 갖추게 됐다. 그리고 돌아온 시즌3는 보다 어엿해진 폼으로 이제는 당연한 듯 기안84, 빠니보틀 그리고 덱스가 보다 단단한 팀워크로 뭉쳐졌다. 어언 1년 사이에 출연자 구성이 완성된 느낌이다. 

 

여행지를 보면 시즌1이 남미를, 시즌2가 인도를 그리고 이번 시즌3는 아프리카를 선택했다. 이미 해외여행도 일상이 되어버린 현재라고 해도, 여행자들이 쉽게 선택하는 선택지들은 아니다. 이건 <태계일주>의 의도된 선택이다. 보다 낯선 곳으로 보다 깊숙이 들어가보는 게 이 여행 프로그램의 차별점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시즌1에서는 아마존강 정글에 사는 현지인의 집에서 하루를 보내기도 하고, 볼리비아 산속에서 만난 포르피와의 진한 우정을 피우기도 했다. 시즌2에서는 갠지스강 바라나시에서 현지인들과 함께 운동을 하기도 하고, 결혼식장에 초대되어 여흥을 즐기기도 했다. 시즌3 역시 마찬가지다. 시작부터 벨로수르메르까지 홀로 들어간 기안84가 거기서 만난 원주민 청년 예르페, 플로라와 함께 작살낚시를 하기도하고 그들 집에 초대받아 그들의 삶 그대로의 하룻밤을 보내기도 했다. 이처럼 <태계일주>는 익숙한 여행지보다는 낯선 곳을 찾아가고, 그것도 멀리서 바라보는 여행이 아니라 아예 그들의 삶 깊숙이 들어가는 여행을 보여주고 있다. 

 

시즌3를 보면 이제 시즌2로부터 하나의 구성 형식이 만들어졌다는 걸 실감하게 한다. 그것은 먼저 기안84가 혼자 더 야생적인(?) 체험을 한 후, 빠니보틀과 덱스를 만나 함께 여행하는 형식이다. 이렇게 구성한 이유는 첫 회에 이 프로그램의 백미라고 할 수 있는 ‘생리얼’을 기안84의 ‘나홀로 여행’을 통해 먼저 전면에 보여준 후, 동생들이 합류한 후의 달라지는 여행의 양상을 보여주기 위함이다. 앞부분이 어딘가 날 것의 여행이면서도 외로운 느낌을 준다면, 동생들과 함께 하는 여행은 그 자체로도 행복한 느낌을 선사한다. 시청자들 입장에서는 ‘생리얼’ 여행의 묘미가 재미있긴 하지만, 그것만 반복되면 자칫 보기 힘들어지는 지점을 풀어줄 수 있는 형식이다. 당근과 채찍을 적절히 오가는 구성이랄까. 

 

기안84라 가능한 반전의 서사

역시 <태계일주>는 기안84라는 독특한 인물의 힘에서 나온다. 이번 시즌3에서도 그는 원시의 바다에서 원주민들과 함께 작살낚시를 하고 싶다는 버킷리스트를 내세움으로써, 마다가스카르 여정의 출발지점인 벨로수르메르까지 가는데만 며칠이 걸리는 수고를 들였다. 에티오피아까지 12시간, 거기서 마다가스카르까지 5시간, 그 곳 수도 안타나나리보 공항에서 모론다바로 경비행기를 타고 가서 또 배를 타고 벨로수르메르까지 가는 머나먼 여정이 펼쳐진 것. 

 

하지만 지루할 수도 있는 여정 자체가 흥미롭게 된 것 역시 기안84 덕분이었다. 갑작스레 폭우가 쏟아져 안타나나리보 공항에서 비행기를 탈 수 없게 되자 근처 숙소에서 머물게 됐을 때도 그는 굳이 폭우 속에 길거리로 나와 현지인들이 파는 라면을(빗물이 다 들어간) 먹는 모습을 보여줬고, 모론다바에서 벨로수르메르까지 가는 배를 기다리면서도 현지인이 바닷가 근처에서 파는 음식을 현지인들도 놀랄 정도로 게걸스럽게 먹어치우는 광경을 보여줬다. 

 

누가 현지인이고 누가 여행자인지 분간이 가지 않는 역전된 상황을 보여주는 건 기안84 특유의 색다른 여행기의 특징이다. 벨로수르메르에서 만난 원주민 청년들과 바다 한가운데로 나가 꿈꾸던 작살낚시를 시도하지만 물 속 깊숙이 들어가지도 못하고 지쳐버린 모습을 보여준다거나(그걸 하러 그 먼 곳까지 갔다는 사실이 웃음을 만든다), 근처 섬에서 잡은 물고기로 요리를 해먹을 때 즉석에서 회를 쳐 초고추장을 찍어 먹는 모습으로 원주민들을 오히려 놀랍게 만드는 모습이 그렇다. 

 

또 굳이 마다가스카르 MZ들을 만나고 싶다고 해서 야밤에 불빛도 없는 곳을 배를 타고 가 그곳 주민들의 진수식 파티에 참석했을 때도 그들이 놀랄 정도로 흥에 겨워 춤을 추는 기안84의 모습이 등장했다. 또 해변에서 덱스와 운동을 하다가 사람들이 운집해 있는 걸 보고 찾아간 곳에서 말 한 마디 잘못해 그 곳 원주민들과 권투시합을 벌이게 된 상황도 그렇다. 뭐든 도전해 보려하고 또 자신이 강하다는 걸 증명해 보이려 하는(물론 그렇지 않다는 걸 발견하기도 하지만) 기안84가 있어 이런 여행의 새로움과 반전들이 벌어진다. 

 

올해 MBC 연예대상 과연 이견 없이 기안84일까

사실 이런 생리얼형 여행기는 유튜브 여행 크리에이터들이 시도해 최근 주목받고 있는 방식이다. 그 대표주자가 바로 빠니보틀이다. 그의 인도 여행기는 그간 지상파나 케이블 같은 여행 프로그램이 보여주지 못했던 보다 깊숙한 그들의 진짜 삶을 포착해냄으로서 유튜브 구독자들을 열광케 했다. 또 특유의 소통력으로 우연히 만난 현지인들과 가까워지고 그렇게 나누는 찐 교감은 그 리얼함으로 여행 콘텐츠의 새로운 길을 열어주었다. 그가 곽튜브나 원지 같은 동료 여행 크리에이터들과 함께 김태호 PD가 연출한 <지구마불 세계여행> 같은 프로그램을 하게 됐던 것 역시 이처럼 달라진 여행 예능의 트렌드를 그들이 선도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지상파 같은 보다 정제된(?) 프로그램을 내놓은 플랫폼의 경우 여행 크리에이터들의 날것 그대로의 여행만으로는 어딘가 부족한 면이 있었다. 그건 지금껏 지상파나 케이블을 통해 봐왔던 여행 예능들이 주던 어떤 안정감과 밀도있는 여행기에 대한 관성이 남아 있어서다. 그런 점에서 기안84는 이 여행 크리에이터들이 하는 ‘생리얼’ 여행과 동시에 기성 여행 예능이 가진 안정감이나 밀도 같은 것들을 균형있게 채워줄 수 있는 대안적 인물로 떠올랐다. 그는 <나 혼자 산다> 같은 프로그램을 통해 지상파 예능의 결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으면서도, 동시에 진심에서 우러나는 ‘야생’에 대한 욕구를 드러낸다. 날 것의 생리얼, 생고생 그리고 찐행복을 어떻게 기성 여행 예능의 안정감 속에 안착시킬 수 있는가를 본능적으로 알고 있다고나 할까. 

 

물론 그건 본인이 의도적으로 연출했다기보다는 그의 성향 자체를 드러낸 것에 가깝다. 이미 <나 혼자 산다>에서도 가끔 등장했던 그의 여행기가 독특한 성향들을 보여줬던 것처럼 말이다. 그런 점에서 보면 기안84는 이제 레거시 미디어에서 뉴미디어로 옮겨가고 있는 현 과도기적 방송의 트렌드 속에서 그 다리 역할을 하는 인물처럼 보인다. <태계일주>는 그래서 기안84라는 인물이 중심일 수밖에 없다. 이 과도기적 인물이 진심을 드러냄으로써 독특한 색깔이 만들어진 여행 예능이기 때문이다. 

 

섣부른 예측이지만 이미 많은 이들이 올해 MBC 연예대상은 이견 없이 기안84라고들 말한다. 과연 그렇게 될 지는 알 수 없지만, 적어도 그가 방송의 과도기를 표징하는 인물이라는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그 시대적 의미만으로도 연예대상감은 충분하다 생각되는. (사진:MBC, 이 글은 매일신문에도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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