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게임', 신념 위해 희생은 필요하다?

 

“나는 흔히 말하는 베이비부머 세대야. 성장에 너무도 익숙했던 세대. 매해 8에서 10퍼센트씩 성장했고 일자리는 널렸었고. 채과장은 엑스세댄가? 20대 때 IMF를 겪었을 것이고 30대 때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었겠네. 어려서는 풍요로웠지만 이후 경제는 곤두박질치고 취업마저 힘들었을 첫 세대. 외환위기 때 마이너스 6% 이후로도 잘해봐야 성장률이 2내지 3%였던 세대. 이게 대한민국 경제가 오늘날 받아 든 성적이야. 누구 잘못일까?”

 

tvN 수목드라마 <머니게임>에서 허재 금융위원장(이성민)은 채이헌 과장(고수)에게 그렇게 화두를 던진다. 채이헌은 경제부총리 김호중(박지일)으로부터 허재를 끌어내리라는 지시를 받았고 그래서 그 일에 공공연하게 나서던 차였다. 허재는 대놓고 채이헌에게 자신이 가진 생각을 신념인 양 드러낸다.

 

“한강의 기적? 기적 따위는 없었어. 국민들의 피가 있었을 뿐이지. 그 피의 대가로 쌓아올린 경제야. 그 경제가 IMF 때 와르르 무너졌다고. 그런데도 정신을 못 차렸어. 왜? 빌어먹을 경제학자들이 권력자들의 밑을 닦기에 바빴으니까. 원하는 대로 이론 만들어주고 그 이론으로 국민들의 눈을 가리고 속였으니까. 진작 뜯어내고 망치질 했어야했는데 그걸 못했으니까.”

 

허재는 채이헌의 아버지인 채병학(정동환) 교수와 경제 정책을 두고 치열한 대립을 했고, 결국 벼랑 끝에서 우발적으로 채교수를 밀어 사망케 했던 인물이다. 채병학이 주장하던 정부의 개입보다는 시장에 맡기라는 시장주의에 반발했던 것. 하지만 그 과정에서 채병학을 사망케 한 사실은 허재가 가진 생각과 신념이 옳다고 해도 그가 이를 실행해나가는 과정이 얼마나 위험한가를 잘 보여준다. 그는 기적 따위는 없었다며 누군가의 피와 희생이 있어야 경제를 되살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

 

<머니게임>에서 금융위원장이 된 허재가 가장 먼저 한 것은 정인은행의 BIS 비율을 조작해 악명 높은 해외 펀드인 바하마에 매각시킨 일이다. 하지만 이건 시작에 불과했다. 정인은행과 거래하는 부실기업들을 파산 매각 하는 등의 정리에 들어간 것. 그 과정에 개입한 바하마의 코리아 지사장 유진한(유태오)은 정인은행장을 허수아비로 내세워 우진조선해양을 파산시키고 이를 중국 측에 팔아 막대한 이득을 얻으려 한다. 만일 이렇게 되면 우진조선해양이 국내에서 개발한 레이더 기술 또한 유출될 위기에 놓이게 되는 것.

 

허재 금융위원장은 진작에 도려냈어야 할 썪은 살로 우진조선해양 같은 그룹을 지목하고 파산으로 인한 희생을 감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그 과정이 치러야 하는 희생이 너무나 크다. 이혜준(심은경) 사무관이 어린 시절 겪었던 것처럼 바하마가 개입해 파산한 은행 때문에 연쇄 도산하는 기업들도 생겨나고 견디다 못한 서민들 중에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도 했다. 제 아무리 소신이 분명하다 하더라도 이런 희생을 정당화할 수 있을까.

 

허재 같은 관료가 더더욱 위험한 건 부패한 관료라기보다는 자기 확신에 가득 차 있다는 점 때문이다. 그는 누군가를 죽이거나 죽음으로 몰아넣으면서도 자신이 하는 일이 정당하다는 확신에 차 있다. 만일 이런 인물이 정부의 고위 관료로 앉게 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머니게임>은 제목에 담긴 것처럼 ‘게임’ 같은 수준의 문제를 다루는 게 아니다. 누군가의 삶 전체가 송두리째 뽑힐 수 있는 그런 결정들이 오가는 세계의 심대한 문제들이다.

 

허재가 자신의 소신을 밀어붙이기 위해 나준표(최병모) 같은 라인을 만들고 바하마를 끌어들이며, 위기에 몰리면 상대의 약점을 찾아내 끌어내리는 그런 일련의 방식을 쓰고 있고 그것이 심지어 먹힌다는 건 이 드라마가 그리는 정부의 시스템이 얼마나 취약한가를 잘 보여준다. 누군가의 소신은 저마다 존중받아 마땅하지만 그것들이 어떤 제동장치나 안전장치 없이 마구 농단될 수 있는 시스템이 가진 위험성. 허재 같은 시한폭탄을 앞에서 막아내려는 이혜준(심은경) 사무관 같은 인물이 너무나 연약하게만 느껴진다.

 

‘이 드라마에 등장하는 인물, 기관, 사건은 실제와 관련이 없습니다.’ 드라마 시작에 자막으로 등장하는 이 문구가 사실이길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 허재 같은 위험천만한 관료나, 그의 농단이 마음대로 먹히는 시스템이 현실이라면 서민들의 각자도생은 얼마나 허탈한 일이겠나.(사진:tvN)

‘골목식당’ 레트로치킨집, 백종원이 기꺼이 돕는 이유 알겠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고 했던가. 백종원은 스스로 준비된 자를 돕는다.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 홍제동 문화촌의 레트로 치킨집이 그 사례다. 16년 간이나 그 자리에서 그 가게를 물려받아 그 때 전 주인으로부터 배운 대로 지금껏 변함없이 닭을 튀겨온 고풍스럽지만 잘 정돈되어 있는 그 가게는 그 집 사장 부부를 고스란히 닮아있었다. 오래됐지만 청결하고 늘 준비되어 있는 집.

 

백종원이 다른 가게와 달리 기꺼이 솔루션을 제공하기 시작한 건 그런 이유였다. 인수받은 그대로 16년을 하루 같이 해온 그 성실함이 기꺼이 돕고픈 마음을 갖게 해서다. 이렇게 열심히 노력하고 있지만 무언가를 잘 몰라서 어려움을 겪는 가게를 돕고 그걸 통해 골목상권도 살리는 게 이 프로그램과 백종원의 취지가 아닌가.

 

백종원은 일단 오래된 튀김기부터 바꿔야 된다고 첫 방문에서 이야기했고, 사장님 부부는 공장까지 다녀왔다고 말했다. 그 말에 백종원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튀김기 하나 바꾸는데도 그렇게 발품을 팔고 알아보러 다니는 사장님 부부에게서 연세는 있지만 여전한 열정과 성실함이 묻어났기 때문이다.

 

백종원은 레트로 치킨집이 가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일종의 실험을 해보였다. 다른 집보다 큰 11호 닭을 쓰는데도 포장 했을 때 양이 적다는 손님들이 있다는 것. 백종원은 기존 20조각으로 냈던 닭을 30조각으로 주문해 튀겨보기로 했다. 기존 20조각과 30조각을 나눈 걸 각각 물반죽으로 튀김옷을 입혀 튀겨낸 두 가지 치킨과 30조각에 물반죽을 하고 바삭함을 살리기 위해 가루를 섞어 튀겨낸 치킨 세 가지를 놓고 비교했다.

 

확실히 눈으로 보기에도 20조각으로 나눈 걸 튀긴 것과 30조각으로 나눈 걸 튀긴 것 사이에는 양의 차이가 있어보였다. 게다가 보다 잘게 조각내니 한 입에 먹기도 편해졌고 튀김옷도 더 많이 들어가 간도 좋아졌다. 여기에 가루를 섞어 튀겨낸 건 바삭함이 훨씬 더 좋았다. 아마도 보통의 사장님들이었다면 당연히 30조각을 낸 것에 바삭함을 살리기 위해 가루를 넣은 치킨을 선택하지 않았을까.

 

하지만 의외로 사장님 부부는 두 번째 것인 30조각을 내고 물반죽만 한 치킨을 선택했다. 이유는 분명했다. 가루까지 더한 치킨은 손이 더 많이 간다는 것. 물론 그것만이 이유는 아닐 듯 싶었다. 레트로 치킨집이라고 이름 붙여놓은 것처럼 기존 물반죽 치킨으로 본래의 맛을 지키면서도 보다 나은 양과 맛을 내기 위해 업그레이드된 것이 사장님 부부가 선택한 치킨이었기 때문이다.

 

그 선택에는 사장님 부부의 장사 철학이 은근히 묻어났다. 그건 굉장한 욕심을 부리기보다는 자신들이 감당할 수 있는 선택을 하는 것이고, 새로운 걸 자꾸 더하기보다는 문제점을 개선하면서도 본래 해왔던 그 맛을 지키겠다는 소신이었다. 이러니 백종원으로서도 이의가 있을 수 없었다. 백종원은 선선히 사장님 부부의 선택을 받아들였다.

 

백종원이 두 번째 방문 만에 곧바로 솔루션을 내주고 그 선택에도 선선히 동의하게 된 건 사장님 부부가 가진 열정과 소신 그리고 성실함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이 레트로 치킨집은 방법을 잘못 알고 있었을 뿐, 이미 준비된 가게였고 그러니 그 솔루션을 기꺼이 내줄 수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번 편의 다른 두 가게를 들여다보면 어째서 백종원이 솔루션을 내주기보다는 미션을 주는 지가 쉽게 이해된다. 모자가 함께 운영하는 감자탕집은 의욕 자체가 없어 보였다. 특히 아들은 가게 앉아 태블릿PC나 모바일을 보고 있었고 백종원이 내준 직접 마장동에 가서 고기를 떼와 연습을 하라는 말을 잘못 이해한 채 집에 있는 냉동 고기로 연습을 하고 있었다. 한 손을 주머니에 넣은 채 요리하는 모습에서는 전혀 의욕을 발견할 수 없었다.

 

결국 백종원은 아들을 앉혀 놓고 이럴 거면 외식업 하지 말라고 말했다. 자신이 하는 장사를 사랑하지 않으면 절대 할 수 없는 게 외식업이기 때문이었다. 한참 동안의 꾸지람을 듣고 난 아들은 백종원이 떠난 후 빈 가게에 앉아 눈물을 흘렸다. 그 눈물 흘린 아들을 엄마는 다독이며 자신도 울었다. 아들은 자신이 어떤 상태인가를 확실히 알게 됐다며 의욕을 보였다. 백종원의 일갈이 어떤 변화를 만들어내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팥칼국숫집의 경우는 의외의 문제들이 많았다. 그 중에서 가장 큰 문제는 이야기를 들으려 하지 않고 무언가 지적을 할 때마다 변명을 늘어놓는 거였다. 문제점을 알려 줘도 고쳐지지 않는 상황. 백종원으로서는 난감할 수밖에 없었다.

 

준비된 가게와 이제 마음을 다잡은 가게가 있다면 여전히 누군가의 말을 듣지 않는 가게도 있다. 당연히 준비된 가게에 먼저 마음이 갈 수밖에 없고 또 그런 집이어야 솔루션을 줘도 변함없이 그게 유지될 수 있을 것이다. 요리 실력이나 장사 노하우보다 장사에 대한 소신이나 열정, 태도가 더 중요하다는 걸 <백종원의 골목식당>은 보여주고 있다.(사진:SBS)

'골목' 포방터 돈가스집의 소신, 이거야말로 최고의 솔루션

 

“내가 못먹는 건 손님들한테도 드릴 수가 없어요. 이거 맛있는 부위인데 버려야 되요. 제 기준에서는 저는 못먹겠어요. 그래서 손님한테 주기가 미안해요. 그래서 다 벗겨내요.”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에 오랜만에 등장한 포방터 시장 돈가스집 사장님은 한 수 배우러 온 원주 미로예술시장 에비돈집 사장님들에게 그렇게 말했다.

 

돈가스집 사장님이 그렇게 말하며 ‘못 먹는 부위(?)’를 잘라내고 남은 등심은 아주 작아져 있었다. 그걸 본 에비돈집 사장이 “로스(손실)가 많다”고 하자, 그래도 “과감하게” 버려야 한다고 돈가스집 사장님은 말했다. 방송이 나간 지 꽤 됐지만 포방터 시장 돈가스집은 여전했다. 사장님의 소신이 여전했고, 맛이 여전했으며, 당연히 그 새벽부터 찾아온 손님들로 문전성시를 이루는 모습 또한 여전했다.

 

돈가스집에서 아예 따로 마련해놓은 대기실에는 새벽부터 온 손님들로 북적였다. 하지만 돈가스집 사장님은 하루 정확히 35팀만 받고 있었다. 그래서 아쉽게 35팀에 속하지 못한 손님은 발길을 돌려야 했다. 사장님은 연실 죄송하다며 미안한 마음을 표현했지만, 그래도 소신은 굳건했다. 미안해도 대신 그날 오신 손님들께 최선을 다하는 게 보답하는 길이라고 했다.

 

35팀만 받는 이유는 돈가스를 하나 만들어도 들어가는 정성이 남달랐기 때문이다. 먹을 수 있는 분위만을 선별해내고, 하나하나 연육작업을 한다. 그는 튀기는 기름도 그냥 식용유가 아니라 개발 중이라고 했다. 백종원 대표에게 자문을 구해 테스트 중이라고 했다. 이러니 그가 튀겨내는 돈가스가 맛있을 수밖에 없었다.

 

포방터 시장 돈가스집의 얼음공주로 불리는 안사장님은 여전히 흔들림 없는 홀서빙을 홀로 해내고 있었다. 홀서빙을 에비돈집 사장에게 가르치며 실수하는 부분에는 “정신 놓지 말라”며 다잡았고, 밥 추가해달라는 손님에게 퍼준 밥을 다시 푸라며 “온정을 담아 더 주세요”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포방터 시장 돈가스집 사장님이나 그 안주인의 모습은 그저 장사를 하는 게 아니라 정성을 다하는 모습이었다. 그런 집의 돈가스니 맛이 없을 수가 있을까. 3시 반에 영업이 끝나고 드디어 돈가스 맛을 본 에비돈집 사장님들은 “그냥 다른 음식”이라고 했다. 또한 사장님은 자신이 백종원 대표에게 얼마나 큰 도움을 받았는지 뼈저리게 깨닫고 있다고 했다. 나중에 방송 찍고 나서도 전화하고 놀러오라며 “필요한 거 있으면 알려 드리겠다”고 한 건, 자신 또한 큰 도움을 받았던 경험 때문일 게다.

 

“다른 집에 가서도 음식 드셔보세요? 이 돈을 내고 먹을 가치가 있는지 의문이 드는 음식들이 있잖아요. 저희는 이제 음식을 파는 사람들이이까 손님들이 저희 거 등심까스 7천 원, 치즈까스 8천 원을 내고 드실 때 이 돈이 아깝지 않다고 생각하시게끔 하고 싶다. 이런 마음으로 하거든요. 사장님은 내가 음식을 내놨을 때 돈 받고 팔기 부끄럽지 않은지 항상 생각하셔야 돼요.” 돈가스집 안주인의 이 한 마디는 잘 되는 집의 비결이 어디에 있는가를 정확히 짚어주었다. 흔들리지 않는 소신과 이를 지켜내기 위한 정성어린 노력. 그 이상의 비결이 있을까.(사진:SBS)

‘골목식당’ 백종원, 식당 살리기 넘어 사람 살리기로

골목 상권을 살리는 걸 넘어서서 이제 그 곳 사람들까지 살린다? 홍은동 포방터시장을 찾아간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은 지금까지 이 프로그램 보여줬던 것과는 또 다른 이야기를 담았다. 그간 이 프로그램이 해왔던 스토리텔링방식을 보면 백종원이 찾아와 식당의 문제점들을 발견하고, 그걸 끄집어내 비판한 후, 미션을 부여하면서 조금씩 솔루션을 제공해 변화해가는 식당의 모습을 담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번 포방터시장에서 집중한 건 식당 그 자체라기보다는 그 식당을 운영하는 사람들에 대한 것이었다. 

첫 번째로 찾아간 막창집은 사랑꾼 노부부의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지는 그런 곳이었다. 물론 장사는 부진한 상황이었고, 백종원이 주력 메뉴가 뭐냐고 물었을 때도 “주력은 없다”고 겸손하게 답했지만, 그 곳의 애교 많은 아주머니는 여러 식당일을 하며 어깨 너머로 배운 요리 실력이 있었다. 백종원은 자신이 시킨 막창을 먹으며 “잘 삶아졌다”고 칭찬했고, 단 한 가지 소스 개발만 하면 문제가 없을 거라 말해 노부부를 환하게 웃게 만들었다. 너무 기분이 좋은 아저씨가 아주머니에게 볼 뽀뽀를 했을 정도로.

하지만 두 번째 찾아간 돈가스집은 어딘지 부부 사이에 냉랭한 기운이 감돌았다. 무언가를 물어도 잘 대꾸하지 않는 남편은 요리에만 집중하고 있었고, 홀 서빙을 맡은 아내는 손님이 와도 사근사근한 모습이 아니었다. 무뚝뚝한 아내가 남편에게 뭐라고 잔소리를 하는 모습은 가게 분위기마저 싸한 느낌을 만들었다. 

그렇지만 백종원이 찾아간 돈가스집은 역대급의 반전을 보여줬다. 등심카츠와 치즈카츠 그리고 카레를 시킨 백종원은 그 음식들을 먹어보더니 “진심으로 일본에서 먹은 돈가스보다 더 맛있다”고 극찬했고, 심지어 “솔루션 할 필요 없다”며 이런 퀄리티에 이런 가격이라면 “돈가스 끝판왕 해도 된다”고까지 말했다. 

알고 보니 돈가스집의 사장님은 무려 17년 동안이나 이런 저런 음식점에서 일하며 노하우를 가진 분이었다. 하지만 너무나 그 일들이 고생스럽고 힘들어 아내는 우울증까지 앓고 있었다. 무뚝뚝하고 어두운 표정 속에는 그런 내막이 있었던 것. 아내는 남편이 그 고생을 하면서 자신이 현실적인 타협을 하자고 했을 때 고집을 꺾지 않은 걸 잘했다고 얘기해주었고, 남편은 그 이야기를 들으며 눈물을 뚝뚝 흘렸다. 백종원의 극찬 한 마디는 이 부부가 그간 겪어왔던 어려움, 심지어 우울증까지 날려버릴 듯한 힘으로 다가왔다.

그렇지만 이 날 마지막으로 찾아간 홍탁집은 보는 이들마저 분노하게 만들었다. 어머니는 쉴 새 없이 주방에서 몸을 놀리며 일을 하는데, 아들은 전혀 일을 도와주지 않고 있었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아들은 부엌에서 식재료들이 어디 있는지도 모르고 있었다. 무려 4년을 같이 일했다고 하지만 사실상 어머니가 대부분의 일을 하고 있었고 아들은 적극적으로 일을 하지 않고 있었던 것. 

이를 한 눈에 알아차린 백종원은 먼저 어머니와 면담을 가졌다. 몇 마디 이야기 속에서도 아들을 걱정하는 어머니의 마음이 느껴졌고, 그럼에도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아들에 대한 원망 또한 느껴졌다. “왜 이렇게 눈물이 나죠?”하고 말하며 눈물을 뚝뚝 흘리는 어머니에게 백종원은 “걱정하지 마세요. 이제 눈물 안 흘리게 해드릴게요.”라는 약속을 했다.

가게를 살리는 게 문제가 아니고 아들을 살려야 하는 게 이 가게의 더 큰 숙제였다. 아들과 면담을 가지며 백종원은 조목조목 그가 어떤 잘못을 했는가를 지적했다. “엄마가 무슨 죄를 지어서 고생하고 우셔야 하냐”며 “당신은 죄를 지었다”고 말하는 백종원 앞에 아들은 고개 숙이고 수긍할 수밖에 없었다. 한 때는 중국에서 큰돈을 만지는 모종의 ‘수출’ 관련 사업을 했다는 아들은 그 과거의 기억에서 벗어나오지 못하고 있었다.

가게가 잘 되고 안 되고는 단지 음식 맛 때문만은 아니다. 또 가게가 잘되는 것 자체가 사업을 하는 이들의 궁극적인 목표는 아닐 것이다. 결국은 행복하자고 하는 일이 아닌가. 제아무리 손님이 많이 오고 돈을 많이 번다고 해도 가족에 문제가 있다면 결코 그것이 행복으로 돌아올 수는 없는 일이다. 

이번 홍은동 포방터시장편은 그래서 가게를 살리는 솔루션이라기보다는 그 가게를 운영하는 사람들을 살리는 솔루션을 담아내고 있다. 백종원의 극찬과 분노어린 일갈은 과연 이들과 이들이 운영하는 가게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까. 새로운 이 이야기가 어떻게 흘러갈지 자못 궁금해지는 대목이다.(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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