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케이투> 지창욱, 임윤아에겐 라면 송윤아에겐 우산

 

도대체 라면 한 봉지가 뭐길래 그토록 어둡던 그녀가 아이처럼 좋아하는 걸까. tvN 금토드라마 <더케이투>에서 CCTV로 고안나(임윤아)를 보는 김제하(지창욱)의 마음은 아련해졌을 게다. 마음만 먹으면 뭐든 먹고 싶을 걸 먹을 수 있는 그녀지만 라면 한 봉지에 반색하는 모습은 어딘지 짠한 느낌을 준다. 그래서 김제하는 그녀가 라면을 끓이기 위해 냄비를 꺼내고 물을 받고 가스 불을 켜는 그 과정들을 지켜보며 그것조차 잘 하지 못하는 그녀를 안타깝게 바라본다.

 

'더 케이투(사진출처:tvN)'

한밤 중 지붕 위에서 그녀를 찾아온 아기 고양이에게 먹이를 나눠주는 모습 또한 김제하에게는 애틋하게 다가왔을 게다. 거기에는 어린 시절부터 지금껏 바깥세상과 격리된 채 살아온 그녀의 쓸쓸함 같은 것이 묻어난다. 아기고양이마저 그를 부르는 어미를 찾아갈 때 고안나는 그래서 참았던 눈물이 흘러내린다. 죽은 엄마와 자신을 버린 아빠. 그녀는 돌아갈 곳이 없기 때문이다.

 

이런 감정을 느끼는 김제하는 그래서 고안나의 보디가드 임무를 띠고 있는 것이지만 그 직업적 선을 넘어선다. 보호 감시 하는 차원을 넘어서 그녀에 대한 보호본능을 느끼게 된다. 그녀가 한 번 더 웃는 모습을 보기 위해 저녁을 먹기 위해 부엌에 오는 시간에 맞춰 라면을 끓일 수 있게 준비해둔다. 김제하의 보디가드 임무가 고안나와의 멜로로 이어지는 순간이다.

 

반면 김제하와 최유진(송윤아)의 관계 또한 일반적인 보디가드의 차원을 넘어서게 되었다. JB그룹 최회장의 장례식장에 가는 최유진의 보디가드로 나선 그는 그녀가 위기상황에 몰린 것을 직감하고는 저 스스로 그녀를 구하기 위해 나선다. 우산 하나를 들고 들어가 경호원들을 제압하고 불을 질러 스프링클러가 터져 나오자 모두가 도망쳐 나왔지만 혼자 그 물줄기 속에서 망연히 서 있는 최유진은 자신의 외로운 상황(심지어는 남편마저 자신의 편이 아닌)을 절감한다.

 

김제하는 그녀를 구하기 위해 경호원들을 제압했던 그 우산으로 이제 물길 속에 흠뻑 젖어버린 최유진을 씌워준다. 최유진은 생각한다. 자신이 명령하지도 않았는데 저 스스로 생각하고 행동한 김제하가 사냥개가 아니라 늑대였다고. 그래서 아마도 자신이 그를 길들일 수 없을 거라고. 사방에서 터져 나오는 스프링클러의 물줄기처럼 온통 주변이 적들뿐인 그녀의 삶에서 김제하의 우산은 그래서 그저 경호의 차원을 넘어선다. 자신을 보호해주는 남자로 느껴지게 되는 것. 우산의 보디가드 액션이 멜로의 감정으로까지 변해가는 지점이다.

 

물론 많은 보디가드 설정의 콘텐츠들이 액션이 멜로로 넘어가는 그 아슬아슬한 순간들을 포착해왔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더케이투>가 흥미로운 건 그 경호의 대상이 고안나와 최유진 두 사람으로 나뉜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 두 사람은 결코 화해할 수 없는 대결구도를 가진 인물들이다. 고안나를 그렇게 세상에서 없는 인물처럼 살게 한 인물이 다름 아닌 최유진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그 보디가드의 액션과 멜로의 중간에 서 있는 김제하는 어느 순간 선택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임무의 차원이 아니라 사적인 감정을 느끼는 고안나와, 단순한 경호대상과 경호원의 관계를 넘어서는 더 큰 제안을 할 것으로 보이는 최유진 사이에서 그가 어떤 결단과 행동을 할 것인가는 실로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그는 어느 쪽에 더 마음을 주게 될까. 고안나의 쓸쓸한 라면일까 아니면 사방이 적인 최유진의 마음마저 흔드는 우산일까.

 

그 중심에는 역시 지창욱이라는 배우가 가진 다채로운 연기의 결이 바탕이 되고 있다. 드라마 시작부터 매회 거의 영화 같은 액션을 선보이고 있는 그지만, 두 여자 사이에서 무심한 듯 만들어지고 있는 멜로 역시 지창욱이라는 배우를 통해 더 절절해지고 있다. 액션이 멜로로 이어지고 그것이 대결구도를 갖게 되는 <더케이투>의 독특한 이야기 구조. 지창욱의 존재감이 두드러지는 이유다

<추노>감독과 <용팔이> 작가가 지창욱을 만났을 때

 

드라마에서 액션을 기대하게 되다니. 이건 마치 한 편의 영화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것 같다. tvN 금토드라마 <더 케이투>의 곽정환 감독이 제대로 물을 만났다. 첫 회부터 지하철 격투신과 고층 건물에서의 고공 액션을 선보이고 2회에서는 홀로 무수한 경호원들을 뚫고 적진에 뛰어들어 벌이는 맨주먹 액션을 보여주더니 3회에서는 도심을 질주하는 자동차 액션의 끝을 보여줬다. 이 정도 되면 4회에서는 무엇이 나올까 자연스럽게 기대될 수밖에 없다.

 

역시 <추노>를 연출한 곽정환 감독의 저력이 돋보인다. 한 시간 내내 주인공이 달리고 싸우고 차를 질주해 나가는 그 일련의 액션들이 물 흐르듯 흘러간다. 그러니 시작했는가 하면 벌써 끝이다. 영화처럼 극장에서 보는 것이 아닌 드라마에서 이런 몰입감을 느끼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보통 드라마를 즐기는 것이 스토리에만 치중해 있었다면 <더 케이투>는 액션 역시 기대하며 보게 만드는 드라마다.

 

물론 이런 곽정환 감독의 액션 연출을 든든히 지지해주고 있는 건 장혁린 작가의 필력과 지창욱의 액션 연기다. 액션 연출이라는 것은 그저 몸과 몸이 부딪치고 차량이 질주하는 것만으로 이뤄지는 건 아니다. 거기에는 그런 액션을 추동하는 심리적이고 감정적인 상황들이 받쳐줘야 한다. 3회는 인물들의 감정적 변화들이 요동치며 액션의 흐름을 흥미롭게 만들었다.

 

자신과 관계된 무고한 사람들을 죽이려 했던 최유진(송윤아)을 홀로 찾아 들어가 총을 겨눈 김제하(지창욱)는 그 장소에서 최유진의 실체를 찍은 동영상이 24시간 후에 자동으로 메일로 발송되게 함으로써 자신을 함부로 죽일 수 없게 만들었다. 그리고 최유진을 인질로 해 그 곳을 빠져 나왔지만 오토바이를 탄 의문의 사내들의 추격을 받으며 전복된 차량에서 오히려 그녀를 구해냈다. 최유진은 이 일로 김제하에 대한 남다른 마음을 갖게 됐다.

 

테러를 겪은 최유진이 이 상황 자체 또한 자신의 남편인 장세준(조성하)의 정치적 입지를 위해 이용하는 대목 역시 흥미로운 장면이었다. 최유진은 기자들 앞에 나서는 장세준의 옷매무새를 마치 아내를 위해 잠 못 이룬 사람처럼 고쳐주었고 장세준은 기자들 앞에 나와 눈물의 정치 쇼를 보여줬다. 아내가 겪은 사건에 분노하며 테러와의 전쟁을 선포한 것.

 

액션의 볼거리가 어마어마하지만 그 액션들이 그저 일회적인 볼거리로 휘발되지 않고 인물의 감정과 동력으로 묶이게 되는 건 거기에 깔려 있는 스토리들이 그만큼 탄탄하게 받쳐주기 때문이다. 여기에 이 액션들을 마치 제 옷 입은 듯 척척 잘도 소화해내는 지창욱 같은 배우가 있으니 금상첨화다. <더 케이투>라는 영화 같은 액션 드라마가 가능하게 된 건 이 연출, 대본, 연기가 삼박자를 이뤘기 때문이다.

 

<추노> 이후 그다지 큰 성공작을 선보이지 못했던 곽정환 감독도, <용팔이>로 연출자에 대한 남다른 갈증을 갖고 있던 장혁린 작가도 그래서 이번 <더 케이투>는 남다른 작품으로 기억될 듯싶다. 정치와 액션이 뒤섞인 사회성 짙은 작품에 능숙한 장혁린 작가와 일찍이 액션 연출에 있어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했던 곽정환 감독의 만남. 그 시너지가 제대로 터졌다.

반칙 외모에 연기까지 겸비한 중년 여배우들

 

SBS 새 월화드라마인 <미세스캅>의 여주인공은 김희애다. 그녀의 나이 48. 50줄을 몇 년 남기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의 반칙(?) 외모의 소유자인데다, 그간 쌓여온 연기 공력은 한 마디로 넘사벽이다. 게다가 김희애 특유의 그 우아함은 심지어 이 드라마의 설정 상 하수구에 빠지기도 해야 하는 상황 임에도 불구하고 가려질 수 없었다고 연출자인 유인식 PD는 밝히기도 했다.

 


'미세스캅(사진출처:SBS)'

그녀는 <밀회>에서는 이제 20대 후반인 한참 나이 어린 유아인과 연인 관계를 연기한 적도 있다. 무려 20년 나이 차를 훌쩍 뛰어넘는 멜로 연기인 셈이다. 하지만 그게 하나도 어색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그것이 가능했던 건 철저한 자기 관리로 이제 30대라고 해도 믿어지는 외모에, 실제 극중 주인공인 것처럼 완벽하게 빙의되는 그 연기력이 바탕이 됐기 때문이다. 그런 그녀이니 이제 <미세스캅>에서 형사 같은 거친 역할을 한다고 해도 신뢰가 갈밖에.

 

김희애라는 배우의 이런 나이를 뛰어넘은 연기는 이제 드라마에 캐스팅되는 중견 여배우들의 상징처럼 되어있다. 나이가 들어도 잘 관리하기만 하면 오히려 더 깊은 연기를 보여줄 수 있고 또 시청자들에게도 신뢰를 준다는 점에서 이들 중견 여배우들은 선호된다. 게다가 지상파 드라마의 주 시청층인 중년 여성들에게 이 나이를 잊은 듯한 중견 여배우들은 그 자체로 하나의 로망을 주기도 한다. 드라마의 여자 주인공들이 중년인 이유 역시 이 주 시청층과 무관하지 않다.

 

현재 방영되고 있는 KBS <어셈블리>의 여주인공 송윤아의 나이는 42세고 MBC 주말극 <여자를 울려>의 여주인공 김정은은 41세다. SBS 주말극 <너를 사랑한 시간>의 하지원은 37세지만 상대 남자 역인 이진욱은 33세이고 심지어 윤균상은 28세다. KBS 월화드라마 <너를 기억해>의 여주인공 장나라도 35세로 6살 나이가 적은 서인국과의 멜로 라인을 그리고 있다. 새로 시작하는 수목드라마인 <용팔이>의 여주인공 김태희도 35세로 상대역인 주원은 27세다.

 

앞에서 말한 대로 드라마 여배우들 대부분이 중년의 나이인 것은 그만한 이유가 있고 그것은 납득할만한 일이다. 하지만 이렇게 되다보니 신인 여배우들은 좀체 보이지 않는다. 과거 김희애도 송윤아도 김정은도 하지원도 장나라도 김태희도 모두 20대 시절 연기를 했었다. 그 때는 물론 미숙한 점도 많았다. 모두가 지금처럼 안정감 있는 연기를 보여주지는 못했다는 것이다.

 

김태희 같은 경우는 연기력 논란을 꼬리표처럼 달고 다니기도 했다. 최근 <용팔이> 제작발표회에서도 이 연기력 논란이 또 지적됐다. 하지만 그녀는 의외로 담담하게 기자의 당혹스런 질문에 답을 하는 여유를 보여주었다. 그녀도 이제 나이가 들었다는 얘기다. 여자 연기자에게 있어서 나이가 들었다는 건 양날의 칼이다. 그것은 삶의 경험치에 따라 연기의 해석력도 깊어진다는 뜻이지만 다른 하나는 여주인공의 자리에서 조금씩 밀려날 수도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하지만 지금의 드라마 제작의 경향을 보면 나이와 여배우의 상관관계는 그리 딱 맞아 떨어지는 건 아닌 듯 보인다. 나이 들어도 여전히 주인공 자리를 꿰차고 있는 중견 여배우들로 오히려 신인 여배우들이 설 자리가 없어진 게 그 현실이다. 이건 해당 여배우들에게는 좋은 일이지만 새로 연기의 세계에 들어서는 신인들에게는 암담한 현실임에 틀림없다. 무엇보다 지금 당장의 드라마들은 어떻게 꾸려진다고 하더라도 향후 10년 이후를 내다본다면 그것은 자칫 여배우 기근 현상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김희애처럼 반칙 외모에 나날이 깊어지고 넓어지는 연기까지 갖춘 배우가 있다는 건 축복받을 일이다. 하지만 동시에 젊은 배우들이 설 자리를 마련하는 일은 우리네 드라마 업계의 새로운 숙제로 다가오고 있다. 특히 신인 여배우들의 경우는 심각하다. 지속가능한 드라마 한류를 이어가기 위해서 이 문제는 결코 무시하고 넘어갈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이것은 마치 우리네 취업시장이 안고 있는 두 가지 문제를 고스란히 닮아있다. 즉 경험이 풍부한 고령의 경력자들을 계속 끌어안으면서도 동시에 새로운 청춘들을 산업현장으로 캐스팅하는 일. 드라마 캐스팅 현장에서도 발견되는 세대 간에 벌어지는 기회의 문제는 우리 사회가 지금 해결해야하는 당면 과제로 다가오고 있다



<어셈블리>의 진상필, 진상이 상필이 되기까지

 

도대체 누가 누구에게 배워야하는 걸까. KBS <어셈블리>에서 진상필(정재영)은 집권당인 국민당의 백도현(장현성)에 의해 보궐선거에 기획 공천되어 당선된 초보 국회의원이다. 조선소 용접공으로 살아오다 정리 해고되어 복직투쟁 하는 과정에서 정치적으로 이용가치가 있는 인물이 되었지만 본래 국회와는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다. 그래서 진상필은 이 바닥에서 정치 베테랑으로 잔뼈가 굵어온 최인경(송윤아)에게 도움을 청한다. 그녀의 전략을 통해 압도적인 표차로 당선된 진상필은 그녀를 자신의 선임보좌관으로 끌어들인다.

 


'어셈블리(사진출처:KBS)'

국회의원이지만 현실을 모르는 진상필은 마치 돈키호테 같다. 국민당은 의원들에게는 노란자위 분과인 예산위에 배치시켜 허수아비로 그를 활용하려 하지만 몰라서 무식한 이 의원은 거꾸로 국민당의 뒷통수를 친다. 국민당이 내놓은 추경 예산안을 결국은 국민의 빚이라며 반대하고 나선다. 그 과정에서 최인경은 그녀답지 않게 마음이 흔들린다. 본래 백도현의 지시에 따라 진상필을 허수아비로 세워야하는 것이지만, 의외로 이 바보 같고 우직스런 믿음을 보여주는 의원의 뜻에 동참하게 되는 것.

 

<어셈블리>는 진상필이라는 정치 무식자가 조금씩 정치를 알아가며 성장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따라서 정치 현실을 잘 모르는 그에게 최인경은 정치 스승이나 마찬가지다. 그녀에게서 실질적인 정치 현실을 배워나가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상황은 가끔씩 역전된다. 즉 최인경 역시 정치에 욕망을 가진 인물로 정치 바닥에서 조금씩 성장해왔지만, 그러면서 점점 잃어가는 것이 있었다는 점이다. 그것은 진상필이 갖고 있는 순수한 믿음 같은 것이다. 정치라면 오로지 국민을 위한 선택이어야 한다는 그 믿음.

 

실로 이 정치판은 국민을 위한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밥 그릇 싸움이 치열하다. 국민당의 원조보수이자 반청파(반청와대파)의 거두인 박춘섭(박영규)정치란 머릿수 싸움이라고 말하는 인물이다. 그래서 그에게 정치는 주고받는 거래와 같다. 추경예산을 추인하는 과정에서 국민당의 친청파(친청와대파)인 백도현과 거래를 한다. 추경 예산안을 밀어주는 대가로 자신 쪽 반청파 의원들이 얻어갈 것이 무엇인지를 묻는 인물. 같은 여당이지만 반대쪽에 서 있는 백도현 역시 마찬가지다. 그는 언뜻 젊은 정치인의 모습을 보이지만 그 역시 계파 정치의 거래와 대결의 한쪽 축을 차지하고 있는 인물이다.

 

국민당과 영 어울리지 않는 진상필이 거기 들어오게 된 것도 결국은 이 박춘섭과 백도현의 거래에 의한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부터 돈키호테적인 반전이 일어난다. 진상필이 의외의 심지를 갖고 있는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당을 얘기하는 대표에게 무슨 여기가 봉숭아학당이냐고 일침을 날린다. 중징계를 받을 위기에서도 굽히지 않던 진상필이지만 그는 길거리에서 시위하는 노동자의 모습을 보며 마음을 고쳐먹는다. 국민을 위한 정치라는 대의를 실현시키기 위해서는 결국 힘이 필요하다는 걸 깨닫게 된 것. 그는 백도현을 찾아가 무릎을 꿇는다.

 

이것은 어찌 보면 진상필의 성장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뭐 하나 정치 현실을 모르고 순수한 열정만을 내세우던 그가 한 발짝 현실로 다가선 것이니 말이다. 하지만 그 성장은 불안한 것이기도 하다. 누구는 처음부터 계파정치에 빠지고 싶었겠는가. 대의를 얘기하며 하나하나 타협하다보니 결국은 그 깊은 수렁 속에 빠져 애초의 초심이나 순수 따위는 잃어버리는 상황에 직면하게 되는 것이 아닌가. 그러니 진상필의 이런 행보는 성장이면서 퇴보처럼 보이기도 한다. 즉 현실적으로 성장이지만 본래 갖고 있는 순수성으로 보면 퇴보인 것.

 

진상필을 보좌하는 최인경은 그래서 어쩌면 거꾸로 그를 통해 새로운 성장을 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즉 정치 현실 깊숙이 들어와 있는 최인경이 잃고 있던 그 국민을 향한 열정을 진상필을 통해 배우게 되는 것.

 

<어셈블리>가 그저 정치를 주마간산식으로 다루는 것이 아니라 본격적으로 다루고 있다는 걸 잘 보여주는 것이 바로 이 진상필과 최인경의 관계다. 겉으로 보면 진상필이 최인경에게 배우는 것 같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거꾸로 최인경이 진상필을 통해 배우는 것 역시 있다는 걸 알게 된다. 이 현실과 이상의 상보적인 관계는 어쩌면 우리가 정치에 진저리를 치고 손가락질을 하면서 사실은 잘 들여다보지 않으려던 것인지도 모른다.

 

아버지의 죽음 때문에 진상필에게 복수하기 위해 그 밑으로 들어온 김규환(택연)은 국회를 인간쓰레기들 사는 쓰레기장이라고 말한다. 그것은 아마도 지금의 대중들에게는 그리 틀린 말도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만들지도 모른다. 사실 정치가 제대로 기능하고 있는 모습을 과연 우리네 대중들이 본 적이 있던가. 하지만 그걸 바꾸기 위해서라도 그 안의 생리를 들여다보고 관심을 갖는 일이 필요하다고 이 드라마는 말하고 있다. 진상필과 최인경이라는 서로가 서로에게 배워야하는 관계를 통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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