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연예대상', 김숙 대상에 축하와 응원 이어지는 이유

 

<2020 KBS 연예대상>의 대상은 김숙에게 돌아갔다. 대상후보로는 김숙과 함께 김종민, 샘 해밍턴 가족, 이경규, 전현무가 올랐다. 아마도 김숙은 이번에도 대상이 자신과는 상관없다 여겼을 게다. 그래서 대상으로 김숙이 호명됐을 때 그는 진짜로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그런 김숙의 마음이 촉촉한 눈물과 함께 전해진 수상소감에 고스란히 담겼다.

 

"진짜 상상도 못했고 아까 수상소감 미리 이야기하라고 했을 때 장난처럼 제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편하게 이야기했었는데 이렇게 큰 상을 주셔서 KBS에 너무나 감사합니다. 사실 여기 딱 섰을 때 이곳이 25년 전에 공채로 들어올 때 처음 상을 받은 곳이거든요. 25년만에 이렇게 큰 상을 받게 돼서 너무너무 감사하고 사실은 저는 그렇게 생각했어요. 나는 (후보에 오른 것만으로도) 대상을 받은 거나 다름없다."

 

그는 "상복이 없다"고 이야기했고 이번 대상을 통해 그것이 "큰 상을 받으려 지금까지 그랬나 보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어찌 김숙이라고 상에 대한 욕심과 아쉬움이 없었을까. 빈손으로 돌아갈까 가족들에게도 이야기하지 않았다는 말 속에는 그 소회가 담겨 있었다. 그는 "코로나 때문에 힘드신 의료진, 자영업자들, 힘겹게 살고 있는 모든 분들에게 영광 돌리고 조금이라도 더 웃음 지을 수 있는 방송 만들어가겠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사실 김숙에게 대상을 수여한 프로그램들은 생각만큼 뜨거운 프로그램이라 말하긴 어렵다.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가 주말시간대에 자리를 잡은 프로그램이긴 하지만, 그건 김숙만큼 관찰카메라에 등장했던 여러 인물들의 비중도 컸다. <옥탑방의 문제아들>은 나름 괜찮은 프로그램이긴 하지만 시청률과 화제성은 다소 떨어지는 프로그램이다. 

 

그럼에도 김숙에게 대상이 돌아가고, 거기에 대해 이견보다는 축하와 응원이 이어지는 건 이 상이 그런 몇몇 프로그램에서의 활약만이 아니라 지금껏 25년 간 꾸준하고 성실하게 김숙이 해온 노력들에 대한 의미 또한 들어있기 때문이다. 

 

지난 6월 방영됐던 <다큐 인사이트 – 다큐멘터리 개그우먼>이라는 프로그램에서 김숙은 그간 개그우먼으로 살아오며 쉽지 않았던 시간들을 술회한 바 있다. 1995년 <B사감과 요조숙녀>로 송은이와 처음 코너를 만들어 활동할 때 개그맨들 사이에서 김숙은 "재능 있는데 같이 나랑은 뭘 해야 되는지 모르겠어."하는 그런 후배였다고 한다. 그는 개그 프로그램의 엔딩크레딧이 오를 때 무대에 설 수 있던 개그우먼이었다. 스무 살에 방송국에 들어와 그렇게 7년을 무명생활 했다. 

 

그때 송은이는 김숙과 함께 아이디어를 짜며 "숙아 나는 네가 너를 했으면 좋겠어. 네가 다른 캐릭터를 연기하지 말고 그냥 김숙을 하면 어때?" 하고 제안했다고 했다. 그것이 김숙을 스타덤에 올렸다. <개그콘서트> 봉숭아학당의 '따귀소녀'로 주목을 끌었고, SBS <웃찾사>에서는 '난다김'이라는 캐릭터로 활약했다. 하지만 그 후 리얼 버라이어티 시대가 오면서 김숙은 물론이고 개그우먼들이 설 자리는 점점 줄어들었다. 

 

하지만 송은이와 다시 의기투합한 김숙은 팟캐스트를 통해 스스로 설 자리를 마련했다. 그리고 2015년 <송은이와 김숙의 비밀보장>을 시작으로 다양한 프로그램에서 맹활약하며 주목받는 개그우먼이 됐다. 사실 받아도 벌써 받았어야 하는 대상이었다. 최근 KBS와 MBC에서 각각 최우수상을 받은 바 있지만 대상은 여전히 쉽지 않았다. 그런 점에서 이번 대상은 의미가 남다르다. 자신이 처음 발을 디뎠고 어려움을 이겨내며 개그우먼으로 섰던 그 무대에서 드디어 받아낸 대상이기 때문이다. 꾸준히 노력해온 그 시간들의 가치를 인정한 것. 김숙의 대상에 축하와 응원이 가득이 이유다.(사진:KBS)

'다큐 인사이트' 이성미부터 박나래까지, 개그우먼의 자리를 만든 이들

 

최근 개그우먼들이 과거에 비해 조금 늘어났고 또 비중과 위상도 높아진 건 사실이다. 박나래가 MBC 연예대상 대상을 받고, 넷플릭스에서 <농염주의보> 같은 19금 스탠드업 코미디로 호평을 받고 있고, 이영자 역시 최근 몇 년 간 전성기를 구가한 바 있다. 또 송은이가 만들어낸 팟캐스트부터 시작해 비보라는 방송사 설립으로 만들어진 새로운 판을 통해 김숙, 김신영, 안영미 등이 주목받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이런 변화가 최근 들어 성 평등 사회에 대한 높아진 사회의 요구와 달라진 성인지 감수성과 관련이 있다고 말한다. 실제로 종영한 KBS <개그콘서트>가 그 긴 시간 동안 해왔던 개그 코너들을 들여다보면 달라진 감수성을 실제로 알아볼 수 있다. 과거 개그우먼들의 역할은 보조적인 캐릭터에 머무르기 일쑤였고, 외모를 활용하는 경우들이 많았지만 최근 들어서는 그런 성 역할 구분이나 외모 개그 같은 요소들은 개그 무대에서 사라져버렸다.

 

KBS <다큐 인사이트>가 '개그우먼'을 화두로 가져와 담아낸 짧은 개그우먼의 역사는 그러나 지금의 변화가 시대가 달라져 그저 생겨난 게 아니라는 걸 보여준다. 이들은 끊임없이 세상의 편견에 맞섰고, 아예 무대에서 배제되자 새로운 무대를 만들었다. 이 짧은 다큐멘터리는 그들이 어떻게 지금의 시대를 만들었는가를 보여준다.

 

개그우먼들은 일단 성비에서부터 개그맨들 사이에 한두 명 들어가 있을 정도로 적었고, 그들이 맡는 역할 또한 어느 정도 정해져 있었다. 조금 센 모습을 보이면 순식간에 '비호감'으로 치부되기도 했던 시절. 김미화가 <쇼비디오자키> '쓰리랑부부'에서 했던 순악질여사 캐릭터로 큰 인기를 끌고 1990년 KBS 코미디 대상까지 받은 건 실로 사건이 아닐 수 없었다.

 

하지만 그로부터 30년 가까이 지난 최근에 와서야 개그우먼들이 자기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는 건 우리네 사회가 가진 성 차별적 시선들을 잘 말해준다. 2006년도에 '연인'이라는 코너로 큰 인기를 끌었던 김지민은 그와 함께 "개그우먼이 왜 예쁜 척 하냐"는 악플 세례를 받았다고 밝혔고, 박나래 역시 너무 캐릭터가 세다는 평가를 받으면서 비호감 낙인이 찍히기도 했다.

 

초창기에는 코미디로 주가를 날렸고 버라이어티 시절에는 진행능력을 인정받아 MC로도 승승장구했던 송은이가 결국 팟캐스트 같은 대안을 찾아내게 된 것 역시 남자들로만 구성된 버라이어티쇼가 쏟아져 나오면서 설 무대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당시 개그우먼들은 그래서 찾아주지 않는 지상파를 떠나 MBC 에브리원 <무한걸스> 같은 시도를 했고 아예 비보 같은 회사를 설립해 그들만의 방송을 만들었다.

 

물론 지금도 여전히 개그우먼들이 설 무대는 많지 않은 게 사실이다. 하지만 김숙이 말하듯 시대가 바뀌어 물을 만난 게 아니라, 이들이 나서서 얘기했기 때문에 시대가 바뀌었듯이, 앞으로도 이들은 계속 안주하지 않고 일을 벌일 거라고 했다. 그런 부단한 노력들이 더해져 비로소 지금 같은 변화가 생긴 것이니.(사진:KBS)

‘밥블레스유’, 유쾌한 수다만으로도 포만감이 느껴지는 먹방

최근 대세 먹방러로 자리한 이영자, 입담만큼 먹는 것까지 우아한 최화정, 개그우먼이라는 본업보다 ‘새싹PD’가 더 잘 어울리는 대세 기획자 송은이 그리고 어느 자리에서건 위 아래 눈치 보지 않고 비집고 들어와 빵빵 터트리는 대세 개그우먼 김숙. 이렇게 네 사람이 모였다는 것만으로도 올리브TV <밥블레스유>는 기대감이 넘친다. 

이미 사적으로도 오랜 우정을 쌓아왔기 때문에 처음 만나 케미를 만들어가는 그런 과정 따위는 필요 없다. 그래서 포스터 촬영을 하러 모인 자리에서 이들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케미를 보여준다. 먹이사슬로 표현한 이들의 서열은 ‘최화정〉이영자〉송은이〉김숙’이지만 먹는 데 있어서, 또 빵빵 터지는 멘트를 던지는데 있어서 서열 따위는 없다. 

이들은 먹는 모습도 남다르다. 이영자의 말대로 최화정은 국밥을 먹어도 이태리 레스토랑에서 먹는 우아한 느낌을 주지만, 이영자는 이태리 요리를 먹어도 국밥 먹듯이 한다. 위경련이 있어 첫 방부터 잘 먹지 못하는 김숙에게 “양이 부족하다”며 먹지 말라고 하고, 그나마 챙겨온 죽을 돌려가며 뺏어먹는 모습은 이들의 남다른 식탐이 만들어낼 깨알같은 재미들을 기대하게 만든다.

하지만 <밥블레스유>는 오랜 우정으로 다져진 이들의 케미에서 나오는 유쾌한 먹방만을 보여주는 프로그램은 아니다. 시청자들의 사연을 받아 그 사연에 걸맞는 음식을 제시해주는 쌍방향 소통 먹방이다. ‘진상고객들이 상담 전화할 때 화내고 소리쳐서 스트레스 받는다’는 사연에 최화정은 제대로 된 ‘엄마의 가정식’을 권하고 이영자는 그런 음식이 ‘자존감을 높여주는 음식’이라고 설명한다. 또 최화정은 소고기뭇국 같은 게 마음까지 따뜻해지는 음식이라고 소개하고, 김숙은 그 뭇국에 오도독거리는 무말랭이 하나 얹어 먹으면 절로 스트레스가 풀릴 거라고 말한다. 

살짝 선보인 것이지만 <밥블레스유>는 그래서 고민에 맞는 먹방을 소개한다는 점에서 ‘푸드테라피’라는 새로운 영역을 제시한다. 물론 그들의 제안이 100% 맞는 건 아니지만, 그들 나름대로 경험을 더해 던져놓는 푸드테라피는 그저 듣는 것만으로도 유쾌한 기분을 준다. 마치 고민마저 꼭꼭 씹어 먹어버리는 듯한 그런 느낌이다.

여성 출연자들이 주축이 된 예능 프로그램들을 점점 찾아보기 어려운 현실에 이렇게 네 명의 여성들이 한 자리에 모여 있다는 사실이 주는 의미는 크다. 프로그램 제목을 고민하면서 <맛있는 녀석들>에 대항하는 <맛있는 ×들>은 어떠냐고 농담하는 김숙의 발랄함이 남다르게 느껴지고, 여성, 남성 그리고 제3의 성인 ‘먹성’이 있다는 재치 있는 이야기에 성차 역시 씹어 먹어버리는 통쾌함마저 느껴진다.

흔한 먹방이 아닐까 들여다본 시청자들이라면 <밥블레스유>의 다른 지점들이 눈에 띌 것이다. 가장 먼저 자기 색깔이 뚜렷한 네 여성들의 빵빵 터지는 입담에 빠져들게 되고, 그러면서 남다른 맛 표현이 더해진 먹방에 주목하게 된다. 먹다 먹다 고민까지 씹어 먹는 먹방, 유쾌한 수다를 듣다보면 포만감까지 느껴지는 먹방이라니.(사진:올리브TV)

‘무도’, 각각의 특집이 한 편처럼 이어질 수 있었던 까닭

매회 다른 특집들이 펼쳐지지만 최근 MBC <무한도전>을 보면 그 각각의 특집들이 물 흐르듯 이어지는 느낌이다. ‘토토가3’가 17년 만에 H.O.T.를 위한 특별한 무대를 만들었을 때, <무한도전> 멤버들도 ‘We are the future’ 커버댄스 무대를 준비했다. 하지만 공연 당일 무대에서 지나친 열정과 자만(?)으로 춤으로 추다 넘어져 자책하던 하하는 제발 한 번만 더 기회를 달라고 애원했다. 

그런데 바로 그 우연적 사건(?)이 이어지는 특집과 자연스런 연결고리를 만들어주게 됐다. 그것은 바로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셀럽파이브와의 만남으로 이뤄진 특집이다. 송은이, 신봉선, 김영희, 김신영, 안영미가 그 멤버로, 일본 고등학교 댄스팀인 TDC의 칼군무를 재연하고, 노래에 뮤직비디오까지 만들어 화제가 된 인물들이 바로 셀럽파이브. H.O.T. 커버댄스를 준비했던 <무한도전> 멤버들과 셀럽파이브의 춤 대결은 그래서 자연스럽게 연결되었다. 

딱딱 떨어지는 칼군무와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나이의 개그우먼들의 조합. 이 언발란스함이 주는 웃음은 셀럽파이브가 가진 가장 큰 강점이지만, <무한도전>에서는 이들의 또 다른 면을 발견하게 해줬다. 그건 역시 <무한도전>의 특성답게 이들이 얼마나 놀라운 도전을 했는가 하는 점과 숨은 노력을 포착해냈다는 점이다. 

이들은 놀랍게도 아이돌들이 한다는 1.5배속 노래에 맞춰 딱딱 맞는 춤을 추었고, 그 영상은 실제 1.5배속으로 돌린 장면과 거의 같았다. 게다가 심지어 중간에 음소거를 시키고 이어진 춤에서도 여전히 틀림없이 딱 맞아 떨어지는 칼군무를 보여줬다. 이들이 얼마나 이 무대를 위해 노력을 했는가를 보여준 대목이었다. 

흥미로운 건 셀럽파이브에서 송은이를 ‘개그계의 안경선배’로 소개하고, 같은 멤버인 안영미를 “영미!”라고 부르는 장면을 연출하면서 자연스럽게 장안의 화제로 자리 잡은 평창 동계올림픽 컬링팀, 이른바 컬벤져스의 이야기를 끄집어냈다는 점이다. 그래서 문재인 대통령이 동계올림픽을 위해 노력해온 <무한도전>에 대한 감사인사를 했다는 점을 먼저 전제하고, 그간 동계스포츠의 저변을 넓히기 위해 해왔던 일련의 도전들(컬링부터 스키점프, 봅슬레이 등)을 끄집어내 보여줬다.

그리고 그런 경험들을 밑바탕 삼아 컬벤져스에게 도전장을 던지는 또 다른 특집을 예고했다. 컬벤져스와의 대결이 그것. 셀럽파이브의 ‘안경선배’ 송은이가 불렀던 “영미!”가 이제 진짜 그 장본인들의 출연으로 이어지는 대목이었다. <무한도전>에 살짝 얼굴을 보여주며 그 도전장을 받아들이는 컬벤져스의 모습은 그래서 시청자들의 기대감을 한껏 높여주었다.

‘토토가3’에서부터 ‘셀럽파이브’ 그리고 ‘컬벤져스’로까지 각각의 특집이 이렇게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이어지게 된 건 그러나 우연이 아니다. 그것은 ‘노력’과 ‘도전’이라는 공통분모가 이 일련의 특집들 사이를 촘촘히 이어주고 있어서다. ‘토토가3’의 무대를 위해 남다른 노력을 했던 H.O.T.와 <무한도전> 멤버들, 칼군무를 선보이기 위해 춤을 추고 또 추었던 ‘셀럽파이브’ 그리고 무관심 속에서도 한 치의 오차도 없는 경기를 위해 남다른 땀과 눈물을 흘렸을 컬벤져스들. 

각각의 이야기지만 ‘도전’이라는 코드 하나로 묶여지며 이어지는 특집들. 아마도 <무한도전>이 그 오랜 세월 무수한 아이템을 시도하면서도 흐름이 끊어지지 않고 이어졌던 건 바로 이런 연결고리들 때문이 아니었을까. 그리고 이건 앞으로도 <무한도전>에 팬들이 기대하는 점일 게다.(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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