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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친구’의 따뜻한 해피엔딩, 모두가 제 자리로

“나만 모르는 내 마음을 봤어요. 진혁씨랑 같이 있던 시간들.. 다 웃고 있어. 내가 그렇게 행복하게 웃는 줄 몰랐어.” 눈 내리는 날 오래된 놀이터에서 진혁(박보검)을 다시 만난 수현(송혜교)은 그렇게 말했다. 진혁이 필름카메라로 찍었던 수현의 일상들. 까르르 웃던 순간들. 수현은 그 사진을 보고 드디어 알았다. 그것이 자신의 진짜 모습이라는 걸. 


늘 무표정하게 속마음을 숨긴 채 아무렇지 않은 듯 버텼고, 타인이 아프기보다는 자신이 참는 쪽을 선택해 살아왔지만 그건 진짜 자신이 아니었다. 수현은 어쩌면 진혁을 통해 진짜 자신을 마주하는 것이 두려웠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진혁에게 이별을 통보했지만, 그는 사랑을 선택했다. “당신은 이별을 해요. 난 사랑을 할게요.” 그 사랑은 결국 수현이 진짜 자신을 찾을 수 있게 해줬다. 

tvN 수목드라마 <남자친구>가 전한 해피엔딩은 모두가 본인이 진짜 원하던 제 자리로 돌아가는 것이었다. 수현이 원한 건 소소한 일상의 행복이었다. 태경그룹 김화진 회장(차화연)은 수현의 눈빛이 늘 불편했다고 털어놨다. “말도 행동도 순종적이었지. 하지만 말야. 그 눈빛이 늘 마음에 걸렸어. 뭐랄까. 차수현 눈엔 태경의 힘, 가치, 위엄. 이런 것에 대한 선망이 없었어.” 수현은 진짜 자신이 아닌 누군가를 위한 자신으로 살아왔던 거였다. 

그런 수현에게 진짜 모습을 찾아준 진혁은 “그렇게 웃고 살라”고 말했다. 수현과의 사랑을 반대했던 엄마에게, “그것 또한 사랑”이라며 자신은 두 개의 사랑을 모두 지킬 거라고 했던 진혁은 결국 말대로 사랑을 지켰다. 엄마는 수현을 찾아와 사과했고, 수현은 자신이 진혁과 헤어지려 한 것이 그와 똑같은 두려움 때문이었다는 걸 얘기함으로써, 그것이 모두 사랑하는 마음에서 비롯된 거라는 걸 확인시켰다. 

수현의 어머니 진미옥(남기애)은 검찰에 출두해 조사를 받음으로써 김화진 회장과의 악연을 정리했고, 차종현(문성근)은 죄에 대한 대가를 치렀다. 하지만 모든 게 홀가분해진 얼굴들이었다. 교도소 면회실에서 차종현의 얼굴은 그 어느 때보다 밝았다. 수현이 비로소 자신의 삶을 찾았다는 사실이 그를 행복하게 했다. 

다소 소소한 이야기처럼 보였지만 <남자친구>가 다루려 했던 멜로는 우리가 봐왔던 멜로들과는 정반대의 흐름을 담았다. <남자친구>라는 제목에서 느껴지듯 남녀 구도를 바꿔놓았고, 멜로를 통한 신데렐라식의 신분상승 구도를 뒤집어 평범한 일상으로 내려오는 과정을 담았다. 성장 판타지보다는 일상의 소중함이 새로운 가치가 되어가는 지금의 트렌드를 담은 멜로였다. 

물론 그 과정에서 과거의 멜로 구도 이야기에서 등장하던 클리셰들(이를테면 반대하는 엄마들 같은)이 아쉬움을 남기기도 했지만, 전체적으로 가슴을 따뜻하게 해주는 마음이 느껴지는 드라마였다. 특히 극적인 이야기보다는 깊이 있게 담겨지는 감정선이 중요했던 이 드라마에 생동감을 불어넣은 건 다름 아닌 송혜교와 박보검이었다. 두 사람의 깊은 감정 연기가 있어 같은 장면도 남다른 공기 같은 걸 느낄 수 있었다. 마치 동화 같고 오래된 필름 같은 따뜻한 장면들로 연출해낸 박신우 PD의 공 또한 빼놓을 수 없다. 

하루가 멀다 하고 드라마들이 쏟아져 나오는 요즘, 그래서인지 드라마들은 갈수록 독해져간다. <남자친구>는 그런 현재의 상황을 염두에 두고 보면 정반대로 걸어감으로써 오히려 기억에 남는 드라마가 되었다. 천천히 감정들을 하나하나 만나는 과정들이 주는 ‘느림’과 ‘아날로그’의 따뜻한 정서랄까 그런 게 느껴졌다. 그리고 그건 어쩌면 정신없이 경쟁적으로 살아가는 우리가 잊고 있던 진짜 우리가 아닐까.(사진:tvN)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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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친구’ 송혜교·박보검 연애담 속 긴장감이 유지된다는 건

서점에서 저 멀리 자신의 남자친구 김진혁(박보검)을 바라보는 차수현(송혜교)은 그가 보내는 미소에 미소로 화답한다. 하지만 한참을 쳐다보는 그의 눈에는 마치 샘물이 솟아나듯 조금씩 눈물이 차오른다. 금방이라도 떨어질 듯한 눈물. 차수현은 헤어지려 마음먹는다. 

tvN 수목드라마 <남자친구>의 이 한 장면은 그리 대단한 극적 이야기를 담고 있지는 않다. 하지만 차수현의 눈에 조금씩 차오르는 눈물이 먹먹하게 느껴진다. 거기에는 말로는 다 담아내기 어려운 이 비극적인 여인의 아픈 삶의 정체가 담겨져 있어서다. 

차수현에게 김진혁의 어머니가 찾아와 눈물로 “미안하다”며 “헤어져 주세요”라고 간곡히 요청할 때 차수현의 눈에 차오르던 눈물은 그 말에 대한 서운함보다 자신의 처지에 대한 슬픔이 더 컸을 게다. 평범한 일상의 행복이 깨지는 걸 원하지 않는다는 그 말은 다른 말로 하면 차수현에게는 도저히 그 평범한 일상의 행복이 허락되지 않는다는 말처럼 다가온다.

차수현은 그런 삶을 그저 운명처럼 받아들이며 살아왔다. 정치인 아버지 차종현(문성근)의 딸로 살았고, 태경그룹 정우석(장승조) 대표와 정략적인 이유로 결혼했으며, 이혼 후에도 태경그룹의 손아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삶을 살았다. 그에게 남자친구 같은 소소한 일상은 허락된 적이 없었다. 

그래서 차수현이 포장마차에서 그를 너무나 잘 아는 친구이자 비서인 장미진(곽선영)에게 “진혁씨는 모든 게 처음”이지만 자신은 결혼도 했었고 세상 사람들이 다 안다고 말했을 때, 장미진이 그에게 “너도 처음이잖아. 너도 첫사랑이잖아.”라고 말하며 함께 눈물 흘리는 장면은 더 절절하게 다가온다. 그는 결혼도 했었지만 누굴 사랑한 적은 없었다.

차수현은 “정말 헤어지기 싫다”고 장미진에게 말하지만, 혼란스럽다. 자신에게 한 번도 허락된 적 없던 일상의 행복. 그런 그에게 다가온 김진혁이라는 소소한 일상의 행복. 하지만 자신과 가까워지면 자신이 겪었던 그 일상이 없는 삶으로 김진혁과 그 가족들까지 끌어들일 거라는 걸 알고 있는 차수현으로서는 고민스럽고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남자친구>는 그래서 마치 차수현과 김진혁이라는 두 사람이 만나 어느 쪽 삶을 향해 걸어갈 것인가를 들여다보는 드라마 같다. 차수현이 살아왔던 소소한 일상의 행복이 지워진 삶인가 아니면 김진혁이 살아왔던 그 소소한 일상의 행복으로 채워진 삶인가. 차수현의 삶이 김진혁의 삶을 덮어버릴 것인가 아니면 김진혁의 삶이 차수현으로 하여금 그 일상 없는 삶으로부터 벗어나게 할 것인가.

그저 차수현과 김진혁의 연애담만을 보여주는 것처럼 보이지만, <남자친구>가 어떤 긴장감을 유지하는 건 바로 그 이면에 담긴 일상의 소중함에 대한 갈등이 있어서다. 하지만 이미 차수현의 아버지 차종현이 “내려 놓는 삶”을 살겠다 결심하고 행동에 옮기고 있는 것처럼, 이 드라마가 하려는 이야기는 어느 정도 정해져 있다. 차수현은 과연 모든 걸 내려놓고 잃었던 자신의 일상을 되찾을 수 있을까. 결혼을 하거나 연애가 이뤄지는 것만큼 중요한 이 드라마가 엔딩에 담아야할 내용이 아닐 수 없다.(사진:tvN)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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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친구’, 정통 멜로 이끄는 송혜교·박보검의 섬세한 감정 연기

사실 tvN 수목드라마 <남자친구>에는 극적인 사건이 별로 등장하지 않는다. 동화호텔 대표 차수현(송혜교)과 호텔 홍보팀 신입사원 김진혁(박보검)이 연인사이라는 게 사건이라면 가장 큰 사건이다. 두 사람의 만남이 구설수에 오르고 김진혁의 그 ‘평범한 삶’이 깨지게 되는 것. 그래서 그걸 보다 못한 차수현이 잠시 동안 거리를 두자고 말하고, 그렇게 먼 거리에서 서로를 그리워하다 속초의 어느 바닷가 앞에서 만나 서로를 끌어안는 장면이 한 회의 분량이다. 

그 다음 회도 헤어지고 만나는 그 과정이 거의 한 회 분량으로 되어 있다. 물론 차수현을 곤란하게 만들기 위해 직원을 시켜 잘못된 메일을 쿠바로 보내게 만드는 최진철(박성근)의 계략이 있고, 그로 인해 쿠바에 동화호텔을 세우려는 계획이 엇나가게 되며, 이를 바로 잡기 위해 쿠바로 가는 김진혁과 차수현의 이야기가 전개된다. 하지만 쿠바까지 날아가 문제를 해결하는 이야기보다 더 설레는 건 만나기만 해도 구설에 오르는 이 곳을 벗어나 이역만리에서 두 사람이 나누는 키스다. 

이건 <남자친구>라는 드라마가 갖고 있는 정통 멜로의 색깔이다. 사건들로 흘러가기보다는 김진혁과 차수현이라는 두 인물의 감정에 집중한다. 회사 내에서 정치적인 사건들이 벌어지지만 그 사건들보다 드라마가 더 집중하는 건 그 일을 겪는 차수현의 심경이고, 김진혁을 속초로 발령 내는 사건이 벌어지지만 그것보다 드라마가 초점을 맞추는 건 그렇게 멀리 떨어져 있어 더 애틋해지는 두 사람의 관계다. 

그래서 속초의 동화호텔에서 일하는 김진혁이 유명 잡지의 기자인 줄 모르고 그 아이가 잃어버렸다는 인형을 찾기 위해 몇 시간을 노력한 일이 미담이 되어 기사화되는 어찌 보면 드라마의 이야기로서는 소소한 사건이 이 드라마에서는 꽤 크게 느껴진다. 큰 사건은 없지만 차수현과 김진혁이 잘 됐으면 하는 바람이 점점 커지고, 그래서 그렇게 인정받는 모습에 내 일처럼 기분이 좋아지는 것. 

복잡하고 많은 사건을 채워 넣지 않는 대신, 그 여백을 채우는 건 시 같은 글귀가 만들어내는 감정 선이다. 속초의 바닷가 앞에서 김연수의 소설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을 읽는 장면이 그렇다. 파도가 몰려오는 그 바닷가에서 차수현을 만나 끌어안은 김진혁은 그 소설의 글귀를 속삭인다.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 널 생각하는 것은 나의 일이었다.”

이런 장면은 내부순환로 교각에 전시된 김환기 화백의 그림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를 보며 그 시구가 들어있는 김광섭의 <저녁에>라는 시를 읽는 대목에서도 등장한다. ‘저렇게 많은 중에서 별 하나가 나를 내려다본다. 이렇게 많은 사람 중에서 그 별 하나를 쳐다본다.’ 이 시구는 쿠바에서 정원의 주인을 기다리다 문득 하늘의 별들을 본 김진혁이 다시 읊조리는 대사가 된다. 그건 떨어져 있어도 연결되어 있는 차수현과 김진혁을 에둘러 표현하는 글귀다. 

사실 큰 사건이 벌어지지 않기 때문에 밋밋해질 수 있지만, <남자친구>는 그 빈 공간을 차수현과 김진혁 두 사람이 갖는 설렘과 아픔과 기쁨 같은 감정들로 채워 넣는다. 시구들은 그 감정선을 깊게 해주는 역할을 하고, 아마도 작가는 이런 감수성이 지금의 사회에서는 중요한 경쟁력이 된다고도 생각하는 것 같다. 결국 쿠바에서 정원 주인을 만나 오해를 풀고 다시 호텔 사업을 할 수 있게 만든 건, 비행기에서 내내 안 되는 스페인어로 꾹꾹 눌러 쓴 편지에 담긴 진심이었다. 

차수현과 김진혁 두 사람의 감정선이 드라마의 전체를 이끌어가는 동력의 전부처럼 느껴지는 이 작품에서 이를 연기하는 송혜교와 박보검의 진가가 보인다. 사실 이 두 사람의 섬세한 감정 연기가 아니라면 이만한 설렘이 가능했을까. 과장되게 말해 두 사람을 보는 것만으로도 이 드라마를 찾아보게 된다는 말이 그저 허튼 소리로만 들리지 않는다.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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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9.01.12 03:23 0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피의 쉴드를 치고 계시네요 ㅎㅎㅎㅎㅎㅎㅎ 이렇게까지 하기도 힘든데 ㅎㅎㅎㅎㅎ

'남자친구'가 담은 직진하는 사랑과 지켜주는 사랑

“저 돈 좀 있습니다”라며 당돌하게 모두가 듣는 자리에서 차수현(송혜교)과 자신의 관계를 드러낸 김진혁(박보검)은 현실을 잘 모른다. 그도 그럴 것이 그는 이제 사회 초년생으로 하나하나 현실을 겪으며 시행착오를 통해 조금씩 그것이 만만찮다는 걸 알아가는 중이다. 그가 다소 엉뚱하게도 “돈 좀 있습니다”라고 말한 건, 스캔들로 포장된 관계 때문에 차수현이 처한 곤혹스런 상황에서 잠시 동안 두 사람만의 기억 속으로 그를 이끌어내기 위함이다. 그 말은 쿠바에서 차수현이 처음 김진혁에게 “돈 좀 있어요?”라고 물었던 그 질문에 대한 답이기도 하니까. 맥주 한 병을 마실 수 있는 돈. 그거면 사실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해질 수 있었던 기억. 그래서 그 순간 차수현은 만만찮은 현실 때문에 눈물이 차오르면서도 입가에는 미소가 피어날 수 있었다.

tvN 수목드라마 <남자친구>가 담아낸 이것은 김진혁의 사랑법이다. 그는 서툴고 현실을 모른다. 하지만 그걸 굳이 부정하거나 숨기려 하지 않는다. 차수현에게 솔직하게 자신은 사랑을 “책으로 배웠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차수현을 통해 그 책으로 배운 사랑을 몸소 느끼기 시작했다고 고백한다. 현실을 아는 사람이라면 이렇게 무모하게 차수현 같은 존재에게 직진할 수 없었을 게다. 가진 것의 차이나 회사 내에서의 관계 같은 것들이 도저히 넘을 수 없는 벽으로 여겨져 시도조차 하지 못했을 테니.

하지만 아무 것도 가진 게 없어 보이는 김진혁은 동화호텔의 연말 행사로 가면무도회 콘셉트의 파티를 기획하면서 거기에 차수현과 가졌던 추억을 더해 넣는다. 쿠바의 어느 뒷골목에 자리한 라틴 댄스를 추는 곳에서 두 사람이 함께 춤을 추었던 추억. 그러고 보면 가면무도회도 그 시간만큼은 공적인 얼굴을 숨기고 솔직한 자신의 모습으로 즐기라는 김진혁의 천진한 상상이 더해진 것처럼 보인다. 그 곳은 동화호텔의 공적인 행사 자리지만 차수현과 김진혁은 두 사람만의 사적인 추억 속에서 만나 첫 키스를 나눈다.

김진혁의 사랑법은 그래서 흔히 말하는 현실(공적인 의미가 강한)을 살짝 벗어나 진정한 자신과 마주하게 만드는 사랑이다. 무수히 많은 이름을 가진 관계들이 존재하지만 사랑은 두 사람만이 공유하는 경험과 기억으로 충분하고, 또 그래야 한다고 김진혁은 믿는 것 같다. 그러면서 김진혁 또한 현실을 조금씩 알아간다. 속초로 발령이 난 사실이 그 현실을 말해준다. 하지만 그걸 되돌리려는 차수현을 막으며 자신이 스스로의 힘으로 다시 돌아오는 걸 봐달라고 한다. 그는 현실을 모른 채 무모하게 이 사랑에 뛰어들었지만, 사랑이 깊어지면서 조금씩 현실을 실감하고 그 속에서 성장해간다.

김진혁이 현실을 몰라 그 순수함으로 직진하는 사랑이라면 정우석(장승조)의 사랑법은 정반대다. 현실을 너무나 잘 아는 정우석은 자신과 함께 있는 것이 차수현을 불행하게 만들 거라는 걸 알고는 가짜 불륜까지 만들어 이혼을 함으로써 그를 놓아준다. 정우석의 마음을 알고 있는 그의 어머니 김화진(차화연)은 그래서 다시 아들과 차수현을 재결합시키려 하지만 정우석은 그래선 안된다는 걸 알고 있다. 그것은 다시 차수현을 불행하게 할 것이기 때문이다.

정우석은 이것을 ‘오빠의 마음’이라고 말했다. 사랑하지만 현실적으로는 거리는 두어야 상대방이 행복해질 수 있는 그 관계 속에서 ‘지켜주는 것’이 그가 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멀리서 바라보며 차수현을 곤혹스럽게 만드는 김화진의 행동들을 정우석이 막고 있는 건 그래서다.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그가 말했을 때 차수현은 그 진짜 의미를 알지 못한다. 그만큼 정우석은 차수현을 지키기 위해 거리를 두고 있었기 때문이다.

<남자친구>는 물론 차수현과 김진혁의 사랑을 담은 드라마지만, 정우석이라는 인물의 사랑법 또한 빼놓을 수 없는 면면이 있다. 다소 동화적인 느낌을 주는 차수현과 김진혁의 사랑과 대비되는 현실의 무게가 드리워진 그의 사랑 또한 주목되는 면이 있어서다. 과연 차수현과 김진혁의 현실을 뛰어넘는 사랑은 어떻게 될까. 이를 위해 정우석은 또 어떤 자신만의 사랑의 방식을 보여줄까.(사진:tvN)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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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친구’, 송혜교, 박보검이 웃을 때마다 가슴이 아린 건

“부모잖아. 엄마고 딸이잖아.” tvN 수목드라마 <남자친구>에서 차수현(송혜교)은 그녀를 찾아와 영부인이 되고 싶다는 자신의 욕망을 드러내며 다짜고짜 “쥐죽은 듯 살라”고 말하는 진미옥(남기애)에게 그렇게 말한다. 하지만 그런 차수현에게 진미옥은 차갑게 대꾸한다. “관계가 중요해? 난 가치가 중요해. 쓸모 있는 자식으로 살아.”

이 말은 차수현의 숨을 턱턱 막히게 만든다. 관계보다 가치. 그건 부모자식 간의 관계로 모든 것이 허용되고 용서되기도 하는 보통의 관계와는 너무나 다른 차수현과 엄마의 관계를 잘 말해준다. 부모 자식이라도 가치가 없으면 필요 없다는 말이고, ‘쓸모’가 있어야 자식도 자식이라는 말이다. 차수현은 차 안에서 그 말을 떠올리며 깊은 한숨을 내쉰다. 

좀체 웃지 않고 무표정을 가장하고 있는 얼굴. 하지만 그 얼굴은 사실 애써 눈물을 참고 있는 얼굴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 어두운 얼굴 속에 담긴 속내를 읽어내는 한 사람이 있다. 바로 김진혁(박보검)이다. 그는 그 얼굴을 보고는 어떤 메시지를 보내야 차수현을 위로할 수 있을까를 고민한다. ‘무슨 일인지 모르겠지만 힘내세요’라고 적으려던 김진혁은 대신 ‘거봐요. 모델보다 더 예쁠 거라고 했잖아요. 봄입니다.’라고 보낸다. 그 문자 메시지 하나에 차수현은 살짝 미소를 짓는다.

전에 김진혁이 생일선물로 준 립스틱을 왜 바르지 않냐고 물었을 때 차수현은 봄에 어울릴 것 같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러자 김진혁은 이렇게 말한다. “릴케라는 시인이요. 쌀쌀한 도시에서도 서로 손을 잡고 나란히 걷는 사람들만이 봄을 볼 수 있게 된다고 했거든요.” 그 말을 듣고 차수현이 바르고 나온 립스틱 이야기로 김진혁은 그의 겨울 같은 얼굴에 봄을 피어나게 한다. 

차수현은 관계보다 가치가 중요하다는 엄마를 통해 알 수 있듯이 쌀쌀한 겨울 같은 세상에 홀로 던져져 있다. 정치인 아버지 때문에 자신의 삶을 살아온 적이 없고, 팔려가듯 결혼을 했으며 결국 이혼했지만 여전히 아버지의 정치 생명을 쥐고 흔드는 재벌가 시댁의 손아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관계보다 가치가 중요한 엄마는 자신의 욕망을 채우기 위해 재벌가 시댁에 딸을 다시 팔려고 한다. 

호텔 체인의 대표로서 모든 걸 다 가진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가진 게 하나도 없는 인물이 바로 차수현이다. 그것은 자신이 스스로 결정해 살아가는 삶이 허용되지 않아서다. 제 아무리 많이 갖고 있으면 뭐하나. 누군가를 진심으로 좋아하는 일조차 할 수 없는 처지라면. 차수현의 얼굴이 항상 무표정하지만, 그 무표정 속에서 마치 울기 직전까지 참고 있는 아이 같은 얼굴을 발견하게 되는 건 그래서다. 

회사 로비에서 차수현이 만나는 김진혁을 스캔들의 주인공처럼 몰아세우며 공개적인 해명을 요구하는 상황에서, 김진혁이 나서서 두 사람의 관계를 공개했을 때 차수현의 얼굴은 기쁨과 슬픔이 교차하는 복잡한 모습을 보여준다. 금방이라도 눈물이 떨어질 듯한 눈이지만, 입은 이렇게 나서준 김진혁에 대한 기쁨으로 미소가 피어난다. 그 장면은 엄마와는 달리 가치보다 관계를 더 중요하게 여기는 차수현과 김진혁의 마음을 드러낸다. 

하지만 어디 세상이 그런가. 사람을 가진 것과 태생과 스펙으로 구분해 가치를 매기고, 겉보기에 그 가치가 등가로 매겨지는 사람과의 만남이 아니라면 그것을 부적절한 관계로 매도하기 마련이다. 이제 썸을 타기로 한 차수현과 김진혁은 그런 차가운 겨울의 시선들 속에 서 있다. 관계가 공개적으로 알려진 후 회사에서도 그들을 바라보는 시선은 비뚤어져 있고, 차수현의 전 시어머니인 김화진(차화연)은 이 관계를 저들이 생각하듯 대표의 가치를 등에 업고 이용하려는 젊은 사원의 다른 의도가 있는 행동으로 치부한다. 

차수현은 본래부터 웃을 일이 없는 세상 속에 있었고, 김화진으로부터 모욕적이고 폭력적인 대우를 받은 김진혁은 차수현이 살아왔던 그 세상을 실감하게 된다. 두 사람은 결코 웃을 일이 없는 이 냉혹하고 쌀쌀한 겨울의 세상 깊숙이 들어와 있지만, 그럼에도 두 사람만의 시선이 마주칠 때는 미소를 띠운다. 어찌 보면 숨 막힐 듯한 현실 속에서 한숨으로 버텨왔던 차수현은 겨우 김진혁 앞에서 잠시라도 숨을 쉴 수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래서 이들이 웃을 때는 가슴이 아려온다. 

내부순환도로 교각에 붙여진 김환기 화백의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라는 작품을 보며 그 작품의 모티브가 된 김광섭 시인의 ‘저녁에’라는 시구를 김진혁은 조용히 읊조린다. “저렇게 많은 중에서 별 하나가 나를 내려다본다. 이렇게 많은 사람 중에서 그 별 하나를 쳐다본다.” 그러자 화답하듯 차수현이 시구의 뒷부분을 이어준다. “이렇게 정다운 너 하나 나 하나는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그 시는 모든 만남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가를 말하고 있다. 가치 따위가 아니라 모든 관계들이. 그래서 그 시구 절 앞에서 다시 만나 썸 타기로 한 두 사람은 겨울의 현실 속에서도 아프지만 기쁜 봄날의 미소를 피워낸다. 

봄은 시간이 지난다고 그저 오는 게 아니고 또 기다려서 맞는 게 아니라고 이 드라마는 말하고 있다. 봄이 오면 화사한 색감의 립스틱을 바르겠다던 차수현은 김진혁을 통해 화사한 립스틱을 바르는 일로 봄이 올 수 있다는 걸 알게 된다. 우리의 진정한 관계들이 그러하지 않을까. 스스로 선택한 삶과 거기서 만나게 되는 진정한 관계들. 그 속에서만이 아무 의미 없어 보이는 겨울 같은 우리네 삶을 봄으로 만들어줄 수 있을 것이니.(사진:tvN)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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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8.12.15 11:22 jglory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시각이 너무 감동입니다^^

‘남자친구’ 박보검의 순수직구는 어째서 뭉클하게 다가올까

“오늘부터 1일이에요.” 김진혁(박보검)의 그 한 마디는 순간 차수현(송혜교)을 살짝 놀라게 만든다. 하지만 김진혁은 그 말이 차수현과의 1일이 아니라, 자신이 처음 사온 감자떡 이야기라고 말하며 해맑게 웃는다. “감자떡이랑 저랑 1일이라고요.” 쿠바에서 자신이 차수현에게 들려준 노래가 라디오에서 흘러나오자 그것이 차수현이 신청한 곡이라고 직감한 김진혁은 그 밤 골뱅이집 형의 트럭을 빌려 밤새 속초로 달려간다. “고마운데 여기 왜 왔어요”라고 묻는 차수현에게 김진혁은 말한다. 

“음악이 너무 좋아서 잠이 깼어요. 라디오에서 우리 같이 들었던 음악이 나오더라고요. 있잖아요. 대표님 우리는 무슨 사이가 맞을까요? 저도 오는 내내 생각해봤어요. 회사 대표님에게 이렇게 할 일이냐. 나름 책임감 있는 장남으로 자랐고 군대도 갔다 와서 철부지는 아닌데 왜 달려갈까. 우리 사이가 좀 애매하더라고요.” 그렇게 말하자 차수현은 그 ‘우리’라는 표현이 못내 걸린다. 굉장히 가까운 사이임을 드러내는 단어가 아닌가. 그래서 그 표현을 지적하려 하자 김진혁의 거침없는 한 마디가 흘러나온다. “보고 싶어서 왔어요. 보고 싶어서. 그래서 왔어요.”

tvN 수목드라마 <남자친구>에서 김진혁과 차수현이 나누는 대화를 듣다보면 단어 하나하나에 얼마나 이들이 신경 쓰고 있는가를 짐작할 수 있다. 그저 툭툭 내뱉는 말이 아니라, 단어 하나에도 저마다의 배려와 의미를 담고 있다. 그냥 “여기 왜 왔어요?”하고 묻는 게 아니라 “고마운데 여기 왜 왔어요?”라고 묻는 차수현의 질문은 그 감정의 뉘앙스가 너무나 다르다. “오늘부터 1일이에요”라고 감자떡을 빌어 농담처럼 전하는 말 속에는 착한 사회 초년생 순둥이로만 보였던 김진혁이 의외로 할 말은 다 하고 때론 말 몇 마디로 남다른 문학적 정감을 더해주는 표현을 통해 상대방의 마음을 움직일 수도 있는 당당한 연애술사(?)라는 걸 드러낸다. 

두 사람이 나누는 대화를 매개하듯 나태주 시인의 ‘그리움’이라는 시가 담겨지는 건 두 사람이 이 관계에서 서로에게 느끼는 감정의 섬세함이 문학적인 지점에 닿아있다는 걸 말해준다. ‘가지 말라는데 가고 싶은 길이 있다. 만나지 말자면서 만나고 싶은 사람이 있다. 하지 말라면 더욱 해보고 싶은 일이 있다. 그것이 인생이고 그리움 바로 너다.’

사람의 진면목은 그 외적인 조건을 통해서는 알 수가 없다. 사실 한 회사의 대표인 차수현이 실상은 이혼을 했어도 여전히 재벌그룹 시댁의 손아귀에서 아무 것도 저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이 없는 인물이라는 걸 그 안을 들여다보지 않으면 어찌 알 수 있을까. 대권을 꿈꾸는 정치인 아버지를 둔 탓에 어려서부터 사적인 삶을 거의 살지 못한 차수현은 결혼도 그렇게 정략적으로 하게 됐고 이혼도 했지만 그 아버지를 볼모로 삼는 시댁 때문에 자신이 선택한 삶을 살아가지 못한다. 

이건 쿠바의 어느 거리에서 길거리 곳곳을 다니며 사진을 찍던 김진혁이라는 청년에게도 똑같이 해당되는 이야기다. 청과물집 아들로 건실하게 살아왔고, 이제 겨우 차수현이 대표로 있는 회사에 신입사원으로 입사하게 된 신출내기지만 그는 어딘지 모든 일에 당당하고 때론 대담한 모습을 보여준다. 이처럼 외적인 조건들을 뛰어넘는 면면이 드러나는 건 다름 아닌 그들이 섬세하고 조심스럽게 선택해서 꺼내놓는 말을 통해서다. 

이 드라마의 인물들이 말에 섬세하고 예민하다는 건 장미진 비서(곽선영)가 차수현이 걱정되어 김진혁을 찾아와 나누는 대화 속에서도 드러난다. ‘장난 같은 호기심’이라는 장비서의 표현에 김진혁은 가만히 생각하다 그에게 달려가 말한다. “장난 같은 호기심 아닙니다. 사람이 사람을 마음에 들여놓는다는 거 아주 잠깐이더라도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김진혁은 “좋아하게 됐다”는 말을 “보고 싶어서 왔어요”라고 말하고, “사람이 사람을 마음에 들여놓는다”는 표현으로 말한다. 그 조심스럽지만 정제된 말 표현 속에 이 사람이 가진 섬세한 감수성과 남다른 배려가 묻어난다. 

사람의 진면목은 따로 있고 그건 그가 하는 말과 행동에 의해 드러난다는 건 그래서 어쩌면 이 멜로드라마가 하려는 진짜 이야기처럼 보인다. 이른바 ‘공적인 삶’이라는 건 그 외적인 것에 맞춰 보여주는 가식들이다. 이 드라마에서 쌍벽을 이루는 악역을 자처한 그 인물들은 바로 차수현의 어머니 진미옥(남기애)과 그의 전남편 정우석(장승조)의 어머니 김화진(차화연)이다. 그들은 겉면으로 드러나는 조건들로 사람을 판단하고 함부로 재단하는 이들이다. 

그들의 가식이 갖고 있는 폭력적인 면면들을 들여다보면 볼수록 아직도 차수현을 신경 쓰는 정우석이 다른 여자가 있다며 이혼을 한 것이 어쩌면 차수현을 그 지옥 같은 가식의 세계로부터 벗어나게 해주려는 선택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정우석 역시 우리가 흔히 상투적으로 떠올리는 그런 재벌2세는 아니라는 것이다. 그가 하는 말과 행동은 불행한 결혼생활을 했을 차수현을 그가 일부러 놓아준 건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하게 만든다. 

이런 가식의 세계로 옭아매는 진미옥이나 김화진 같은 인물에 가장 간단하면서도 명쾌하게 대결하는 인물이 다름 아닌 김진혁이다. 차수현으로부터 이 호텔사업을 빼앗으려는 야망을 갖고 있는 최진철(박성근) 이사가 일부러 스캔들을 만들고 그걸 해명하라고 종용할 때, 해맑은 얼굴로 자신이 그 스캔들의 주인공임을 드러내며 “저 돈 좀 있습니다. 오늘은 제가 살 테니까 저랑 라면 먹으러 가시죠”하고 묻는 대목은 이 대결구도에 균열을 만들어낸다. 공적이고 가식적인 세계에서 수군대던 스캔들은 그렇게 그들의 순수한 관계를 드러내는 순간 무색해진다. 사람이 사람을 만나는 일이 뭐가 잘못된단 말인가 하고 김진혁은 그 해맑은 얼굴로 묻고 있는 중이다. 

‘그냥 당신 인생을 살아요. 거기서 더 다가오지 말아요.’라고 생각하는 차수현에게 김진혁은 ‘나는 선택했습니다. 당신이 혼자 서 있는 그 세상으로 나서기로 결정했습니다. 나의 이 감정이 뭐냐고 묻지 마세요. 아직은 나도 모릅니다. 지금의 나는 당신을 외롭게 두지 않겠다는 것. 그것입니다.’라고 속으로 다짐한다. 그 순간 공적인 삶이라는 허울로 가식의 세계 속에 홀로 서 있던 차수현에게 진짜 순수한 마음이라는 것이 닿는다. 그건 차수현에게 눈시울이 붉어지지만 미소가 피어나는 일이다. 하지 말라고 해도 하고 싶어지는.(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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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로 틀 뒤집기, ‘남자친구’ 박보검과 송혜교 역할이 바뀌었다는 건

처음 입사한 회사에서 첫 회식을 하고 술에 취해 버스정류장에 앉아 있는 진혁(박보검)을 야근을 하고 늦게 퇴근하다 보게 된 대표 차수현(송혜교)이 보고는 차를 돌린다. 그냥 지나치려다 멈춰서 경적을 울리자 깜짝 놀라 깨어난 진혁이 술에 취해 꼬인 혀로 대표를 반가워한다. 대표는 차에 진혁을 태워 데려다주는데, 술 취한 진혁은 혼자 가는데 졸릴 것 같다고 주머니에서 안주로 가져왔던 오징어를 꺼내 굳이 대표의 입에 물려주고 차에서 내린다. 혼자 차를 몰고 가던 대표는 입에 오징어를 문 채 미소를 짓는다.

평범한 시퀀스지만 tvN 수목드라마 <남자친구>의 이 장면은 익숙한 듯 낯설다. 익숙한 건 우리가 그토록 멜로드라마에서 많이 봐왔던 신데렐라, 캔디와 실장님, 대표님의 흔한 장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장면이 낯설기도 한 건 그 남자와 여자의 역할이 뒤바뀌어 있어서다. 이 드라마에서는 진혁이 평범한 서민의 삶을 살면서도 밝고 건강한 캔디이고, 수현은 호텔체인의 오너로서 모든 걸 가진 듯한 특별한 삶을 살지만 웃을 일이 별로 없는 대표님이다. 

<남자친구>는 단지 성 역할 설정만 바꿔놓은 게 아니라, 그 클리셰들이 그려내던 풍경까지 모두 바꿔놓았다. 이를 테면 신입사원들에게 환영사를 하는 자리에서 진혁이 있다는 걸 알게 된 수현이 비서에게 신입들의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달라고 하고, 이를 통해 진혁의 자기소개서를 읽은 후 거기 등장하는 오래된 놀이터에 갔다가 거기서 진혁을 만나는 장면 같은 것도 우리가 많이 봐왔던 신데렐라 이야기의 남녀를 바꿔놓은 버전이다. 

인형 뽑기를 하는 장면도 그렇고, 술 취해 진혁이 실수한 대목을 계속 물고 늘어지며 장난을 치는 수현의 모습이나, 주말에 휴게소에 가서 라면이나 먹자고 제안하는 대목도 그렇다. 그 주말 데이트에 멋진 차를 끌고 나와 진혁을 태우고 가는 장면도 그렇고. 이런 세세한 대목들까지 모두 기존의 여성 신데렐라 클리셰를 뒤집고 있다는 건 다분히 의도적이라고 볼 수 있다. 늘 힘 있고 능력 있으며 심지어 지위까지 있는 캐릭터로 그려지는 남성이 리드하고 힘은 없어도 밝고 맑고 건강한 여성캐릭터가 따르곤 하던 연애방식을 이 드라마는 정반대로 담아낸다. 

그러고 보면 <남자친구>라는 제목 또한 예사롭지 않게 다가온다. 과거의 흔한 멜로드라마의 틀이었다면 ‘여자친구’라는 제목이 더 어울렸을 게다. 연애의 대상으로서 여성을 지목하는 우리네 성 고정관념이 그런 제목을 더 자연스럽게 여기게 했던 시대였으니. 하지만 이 드라마는 정반대로 ‘남자친구’라는 제목을 달고 연애의 대상으로서 남성을 지목하고 있다. 주체는 당연히 여성이 된다. 

이렇게 보면 단순히 이 드라마를 ‘남자 신데렐라’ 이야기가 아니냐고 말할 수 있을 게다. 하지만 이렇게 성 역할을 바꿔놓은 대목만을 통해 이 드라마가 남성판 신데렐라 이야기를 재연하고 있다고 단언하기는 어렵다. 왜냐하면 이 드라마가 하려는 이야기가 그 흔한 신데렐라의 멜로를 통한 신분상승을 담을 것 같지는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 이 드라마는 성공한 삶이 갖는 화려함보다는 소소한 일상의 소중함을 더 큰 가치로 내세우고 있어서다. 그래서 수현이 진정으로 원하는 건 자신이 하는 일에서의 성취와 성공이 아니다. 데드 마스크처럼 공식적인 일정 속에서 살아가다 잠시라도 숨통을 트일 수 있는 일상의 틈입 속에서 비로소 수현은 잊고 있었던 듯한 웃음과 표정이 살아난다. 그 일상의 틈입을 가능하게 해주는 인물이 바로 진혁이다. 

그래서 진혁에게 수현이 처음 제안한 데이트는 우리에게는 너무나 소소하게 보이는 휴게소에서 라면 먹기다. 그것 하나 하기가 쉽지 않은, 화려해 보여도 속은 텅 비어있는 그 삶에서 수현은 탈출하고 싶어 한다. 하지만 두 사람이 나란히 앉아 라면을 먹는 장면을 누군가 사진에 담고, 그것이 대서특필되면서 그 소소한 일상을 나누는 일조차 쉽지 않다는 걸 수현은 알게 된다. 심지어 그건 진혁의 일상까지 파괴시킬 수 있는 일이다. 

<남자친구>는 단지 성 역할만 남자와 여자를 뒤집어 놓은 게 아니다. 그걸 통해 전하려는 메시지도 바꿔 놓았다. 화려한 성공보다는 소소한 행복을, 부유하고 힘 있는 공적 생활보다는 가난해도 가슴을 뛰게 하는 사적인 삶을 가치로 세웠다. 이건 그래서 ‘신데렐라’ 이야기 자체도 뒤집는다. 수직상승하는 성공의 꿈이 아니라, 평범한 삶을 공유하려는 행복의 꿈을 담고 있어서다.(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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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남자친구’가 박보검과 송혜교의 멜로로 말하려는 건

캐스팅만으로 드라마가 이만한 화제가 됐다는 건 박보검과 송혜교에 대한 관심이 얼마나 큰가를 잘 말해준다. tvN 수목드라마 <남자친구>는 첫 방송으로 8.7% 시청률(닐슨 코리아)을 기록하며 역대 tvN 수목극 첫 회 최고 기록을 만들었다. 

실제로 <남자친구>의 첫 회 방송은 온전히 쿠바의 이국적인 풍광과 그 속에서 돋보이는 송혜교와 박보검을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시선을 잡아끌었다. 워낙 햇볕이 좋고 색감이 좋은 쿠바의 말레콘 비치에서 바라보는 석양 속에, 나란히 앉아 있는 송혜교와 박보검의 모습은 한 장의 화보처럼 보였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런 비주얼 뒤에는 이들이 엮어갈 이야기가 어떤 것인가를 예감케 하는 포석들이 존재했다. 차수현(송혜교)이 재벌가 자제와 결혼했다 이혼한 이혼녀이고 그 후 동화호텔을 성공적으로 이끌어낸 대표라는 사실이 짧지만 속도감 있게 이야기에 전제를 깔았다. 정치인이었던 아버지의 딸로 살았고, 재벌가에 입성한 며느리였다가, 이제는 이혼해 성공한 사업가로 살고 있는 차수현은 꽤 오랫동안 사적인 일상이 없는 삶을 살았다. 

그가 쿠바에 호텔 사업을 하기 위해 갔다가 우연히 김진혁(박보검)을 만나 보내게 된 1박2일 간의 일들이 굉장한 ‘모험’처럼 다가오는 건 그래서다. 엽서에 담겨진 말레콘 비치의 석양에 이끌려 무작정 홀로 길을 나섰다가 가방을 소매치기 당하고 앞서 먹었던 수면제 기운에 위험한 상황에 직면했을 때 김진혁은 그의 어깨를 내어주었다. 

차수현이 나중에 다 돈으로 갚겠다며 김진혁에게 요구하는 것들은 대단한 것들이 아니다. 함께 맥주 한 잔을 마시는 것이고, 길거리에서 파는 샌들 하나를 사서 신는 것이며, 배고픔을 달래줄 한 끼 간단한 식사를 하는 것이다. 모이면 어디서든 춤을 춘다는 쿠바 사람들이 추는 살사 춤 속에 슬쩍 들어가 함께 춤을 추는 정도만 해도 그에게는 일상의 모험이 된다. 

차수현이 김진혁에게 이끌리는 건 자신이 살던 세계의 사람과는 너무나 다르기 때문이다. 김진혁은 소소한 일상의 소중함을 중요한 가치로 삼는 청년이다. 차수현이 탄 차가 그가 앉아 있던 테이블을 들이받아 상처 입은 카메라를 굳이 새 것으로 바꿔주겠다고 하지만 거기 담겨진 추억까지 살 수는 없다며 그걸 거부하는 인물. 사람의 손때와 흔적들이 아름다움으로 피어나는 쿠바의 풍광은 그래서 김진혁이 소중히 여기는 일상과 어울리는 면이 있다. 그 곳에서 두 사람이 만나게 되는 것도.

결국 <남자친구>는 차수현과 김진혁의 멜로를 그릴 게다. 그렇다면 그 멜로는 우리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할까. 과거 신데렐라 이야기를 담던 멜로들은 왕자님에 천거되어 신분상승을 이루는 신데렐라를 담곤 했다. 하지만 <남자친구>는 오히려 거꾸로 된 상황을 이야기하려는 것 같다. 남자 신데렐라 이야기가 아니라, 이 남자친구가 갖고 있는 일상과 소소함 속으로 화려해보이지만 실상은 황량한 성공으로 치장된 삶에 지친 차수현이 빠져드는 이야기. 

하지만 이들이 간절히 원하는 소소한 일상을 세상은 가만히 놔둘까. 이미 공적인 얼굴을 갖게 된 차수현에게 이런 일상이 허락될까. 심지어 그가 다가옴으로써 김진혁의 일상까지 파괴되어 가는 건 아닐까. 이 긴장감이 <남자친구>가 멜로를 통해 담아내려는 특별한 이야기가 되지 않을까.(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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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함도’, 이런 판을 만들어준 류승완 감독에게 박수를 

지난해 송혜교는 미쓰비시 자동차 회사의 중국 광고 모델을 거절했다. 미쓰비시는 다름 아닌 최근 개봉한 <군함도>의 실제 모델인 하시마섬(군함도라 불림)에서 탄광을 운영했던 ‘전범기업’이다. 최근에 송혜교의 공개 연인인 송중기는 <군함도>를 찍었다. 그는 기자 간감회에서 송혜교 광고 거절 사실을 언급하며 마음으로 박수를 보냈다고 했다. 

사진출처:영화<군함도>

아마도 <군함도>를 보고 나오는 관객들의 마음이 마치 송중기가 송혜교에게 마음으로 박수를 보냈던 그 마음이지 않을까. 결코 제작환경이 녹록치 않은 작품이다. 군함도 실제 크기의 2/3에 해당하는 초대형 세트를 제작했고 적지 않은 배우들과 엑스트라들이 참여했다. 실제를 방불케 하는 탄광 내에서의 혹독한 환경을 그대로 재현하기 위해 조명과 각도까지 세심하게 배려한 흔적이 역력하다. 

황정민, 소지섭, 이정현, 송중기 등 원톱을 해도 충분히 가능한 배우들이 이 영화 하나에 기꺼이 모이게 된 것도 그저 우연이라 보기 어렵다. 거기에는 물론 류승완 감독에 대한 신뢰가 그 기반이었을 테지만, 그것보다도 다름 아닌 군함도라는 실제 우리네 역사의 아픈 생채기를 다시금 복원한다는 그 뜻이 주는 무게감도 적지 않을 것이다. 

MBC <무한도전>이 대중들에게 아직 널리 알려지지 않았던 이 군함도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을 때 우리를 공분하게 만든 건 그 곳이 근대화의 상징처럼 포장되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관광객들의 관광 상품이 되고 있었다는 점이다. 물론 유네스코측은 그 곳의 역사적 사안들을 공개하라고 요구했지만 지금껏 이는 묵살되어오고 있다. 

어른은 물론이고 여자, 아이들까지 동원되어 탄광 속에서 사투를 벌였던 그 역사적 사실이 묻히고 있는 현실 속에서 <군함도>라는 영화 한 편이 주는 가치는 빛날 수밖에 없다. 아시아는 물론이고 세계로 뻗어나가는 한류스타들의 해외에서의 입장을 떠올려보며 선뜻 선택하기 쉽지 않은 작품이었을 테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했던 건 ‘전쟁의 참혹함’이 그렇게 묻히고 사라지는 사안의 중대함이 아니었을까. 

<군함도>는 실제 현실이 아마도 더 참혹했을 영화다. 하지만 자극은 오히려 사안을 제대로 바라보지 못하게 만드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그래서 류승완 감독은 영화가 너무 자극적으로 흐르지 않게 하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그렇게 희석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참혹한 상황들을 바라보는 건 괴롭기 그지없다. 

그렇지만 그 괴로움을 털어내기 위해 괜한 판타지로 채색할 수도 없는 일이다. 그래서 <군함도>는 있는 사실을 재현하는데 충실한 한편, 조선인들의 탈출기라는 가상의 이야기를 덧붙였다. 살아남기 위한 사투와 그 안에서 엮어지는 휴머니즘, 그리고 무엇보다 친일에 대한 엄중하고 날선 비판의식을 세웠다. 

현재의 촛불집회를 연상시키는 장면들을 집어넣어 당대의 군함도에서 있었던 이야기가 그 때 그 곳의 특정한 사건이 아니라 지금 현재에도 한번쯤 반추해 봐야할 사안이라는 여운도 남겨뒀다. 괜한 반일 감정을 부추기는 영화라기보다는 전쟁이라는 상황 속에서 벌어지는 지옥도를 끄집어냄으로써 ‘반전 영화’의 방향성을 확실히 드러냈다. 

영화는 결코 즐거울 수 없고 통쾌함을 느낄 수도 없으며 또 그래서도 안 된다. 이것은 일종의 전쟁으로 인해 희생된 분들을 위한 진혼곡에 가깝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래도 영화를 보며 우리는 묵직한 울림을 느낄 수 있다. 특별한 이야기를 하지 않더라도 이역만리에 끌려 온 한 소년의 “고향으로 가고 싶어요”라는 외침 하나에 모든 것이 다 들어있기 때문이다. 

송혜교는 광고를 거부했고 송중기는 그런 그녀에게 마음의 박수를 보내며 <군함도>에서 열연을 보였다. 그리고 이제 객석에서 그 고통의 역사를 공유하며 우리들도 그 대열에 참여하고 있다. 무엇보다 이런 판이 가능하게 해준 류승완 감독에게 진심어린 박수를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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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 내내, 드라마는 콩 볶는 중

 

월화드라마 대전에서 SBS <닥터스>KBS <뷰티풀 마인드>의 성패를 가른 건 무얼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로 지목되는 건 바로 멜로다. 공교롭게도 같은 의학드라마 장르지만 <닥터스>는 멜로가 있고 <뷰티풀 마인드>는 멜로가 없다. 그것도 <닥터스>의 멜로는 손발이 오글거릴 정도로 대사나 행동들이 적극적이다.

 

'닥터스(사진출처:SBS)'

<닥터스>에서 수술은 그 보조자를 누구로 하느냐 마저 멜로적인 구도로 그려진다. 혜정(박신혜)이 홍지홍(김래원)의 수술에 보조로 들어가기로 하자 서우(이성경)는 질투를 하며 자신도 들어가겠다고 요구한다. 또 혜정에게 마음을 조금씩 빼앗기고 있는 정윤도(윤균상)는 아예 대놓고 혜정에게 자신의 수술에 들어오라고 요구하며 자신의 속내를 드러낸다.

 

이처럼 <닥터스>에서는 대부분의 사건과 상황들이 멜로로 귀결된다. 부모의 정을 받지 못하고 살아와 홀로 서려하고 누군가에게 기대지 못하는 혜정이 성장해가는 과정은 다름 아닌 홍지홍과의 멜로를 통해서다. 또한 그녀가 의사라는 전문가로서 성장하는 과정 역시 홍지홍, 정윤도, 서우와 엮어지는 멜로적 관계와 무관하지 않다. 향후 아마도 이어질 현성병원의 후계 구도를 두고 벌어지는 쟁탈전 역시 어떤 식으로든 혜정과 홍지홍의 멜로를 강화시킬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보면 <닥터스>의 성공은 의학드라마의 전문성도 물론 깔려 있지만 다름 아닌 멜로드라마의 달달함 덕분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KBS <태양의 후예>가 지상파의 시청률 기록을 세울 수 있었던 원동력도 결과적으로 보면 멜로다. 유시진(송중기)과 강모연(송혜교) 그리고 서대영(진구)과 윤명주(김지원)가 전쟁, 재난 상황 속에서 그려낸 멜로의 힘은 모든 이슈를 빨아들일 만큼 강력했다. <태양의 후예>가 끝나고 난항을 겪던 수목드라마에 다시 두 자릿 수 시청률을 만들며 화제를 모으고 있는 KBS <함부로 애틋하게> 역시 그 힘은 멜로에서 나온다. 이 드라마는 중국에서 최단기간 4천만뷰를 넘어서며 벌써부터 <태양의 후예>의 뒤를 이을 작품으로까지 지목되고 있다.

 

그토록 주말극에 힘을 실으려 노력했던 SBS가 그나마 성과를 가져온 작품은 <미녀 공심이>. 가족드라마도 복수극, 장르물도 아닌, 어찌 보면 평이해 보이기까지 한 멜로드라마가 이토록 강력한 힘을 발휘할지 누가 알았으랴. 안단태(남궁민)와 공심이(민아)의 알콩달콩한 사랑이야기에 시청자들은 일주일의 피로를 녹이는 중이다.

 

tvN이 월화드라마라는 새로운 편성시간대에 자리를 잡을 수 있었던 것도 멜로의 힘이다. <치즈 인 더 트랩>으로 그 가능성을 확인한 tvN 월화드라마는 <또 오해영>으로 엄청난 성과를 가져왔다. 시청률은 물론이고 화제성도 단연 높았던 <또 오해영>은 확실하게 tvN 월화드라마 브랜드를 구축해냈다. 이어진 <싸우자 귀신아>가 첫 회에 4%를 넘기는 좋은 성적을 거둔 건 이제 믿고 보는 tvN 드라마에 대한 시청자들의 신뢰가 생겼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 <싸우자 귀신아> 역시 외피는 공포물에 코믹을 섞었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달달한 멜로라는 점이다. 귀신을 보는 능력을 가진 박봉팔(옥택연)이 기억을 잃어버린 귀신 김현지(김소현)와 가까워지는 이야기. 박봉팔과 엎치락뒤치락하다 입을 맞추게 되면서 과거의 기억을 살짝 떠올리게 된 김현지는 그 기억을 되살린다는 이유로 그와 다시 입을 맞추려 한다. 코믹 공포물이 멜로로 귀결되어 가는 증거다.

 

이제 의사가 나와도 귀신을 만나도 그 귀결은 멜로다. 사실 과거 같으면 기승전멜로라는 수식은 비판적인 의미가 더 강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사정이 그렇지 않다. 과거 기승전멜로드라마가 비판받았던 건 멜로로 귀결돼서가 아니라 그 과정들인 기승전이 너무 디테일과 전문성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병원에서 멜로 하는 드라마가 문제가 아니라 그 병원의 의사들이 보여주는 디테일한 상황들이 문제였다는 것. 하지만 <닥터스> 같은 드라마가 보여주듯 요즘은 멜로로 귀결된다 해도 그 안에 병원의 디테일을 놓치지 않는다.

 

물론 모든 드라마가 멜로로 귀결되는 것이 드라마 다양성의 차원에서 긍정적이라고만 말하긴 어렵다. 하지만 이처럼 멜로에 집중되고 그것이 계속해서 대중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는 건 그것이 가진 사회적 의미를 들여다보게 만든다. 도대체 무엇이 이러한 멜로 중독을 만들고 있는 걸까.

 

지금의 시청자들이 조금치의 무거움이나 답답함을 견디지 못한다는 건 이미 여러 드라마들의 성패를 통해 확인된 바 있다. 이제 드라마는 더 이상 작품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대중들의 마음을 어루만지고 위로해주고 때로는 답답한 현실을 잊게 해주는 기능을 가진 어떤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러니 보다 직접적인 즐거움을 원하게 되는 것이고, 여성 시청자들이라면 단연 멜로가 주는 달달함을 원하게 되는 것.

 

이것은 거의 멜로 중독에 가깝다. 직장인들이 하루의 피곤을 맥주 한 잔으로 털어버리듯, 이제 하루를 살아낸 시청자들은 멜로 한 편으로 잠시 현실을 벗어난 판타지의 세계로 빠져들고 있다. 그런데 그 중독의 대상이 하필이면 멜로라는 점을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결국 사람냄새가 나는 장르의 총아가 바로 멜로가 아닌가. 지금의 대중들이 어디에 갈급하고 있는가가 이 멜로 중독이라는 증상에 고스란히 투영되어 나타나고 있다.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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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6.07.16 02:33 신고 BlogIcon 해안_99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드라마 닥터스 너무 좋아합다 ^^

  2. 2016.07.16 16:50 신고 BlogIcon 쭌강사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뭔가 빠져들게 만드는 것! 그 중 하나가 멜로이기 때문에 드라마가 더 빛이 난다고 생각됩니다.^^

  3. 2016.07.16 21:52 신고 BlogIcon 령령이맘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전 갠적으로 씨그널 같은 드라마를 더 좋아해용

  4. 2016.07.17 12:14 신고 BlogIcon tributton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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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2016.07.18 09:23 BlogIcon 조혜진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글 너무 좋네요 좋은 지적이에요 이 나라 국민들 멜로로의 현실도피 심각한 현실 ,불쌍하네요
    퍼갔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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