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빵생활’, 감방만 비춰도 갑질 세상이 보이네

본래 영상은 프레임 안의 이야기만을 담는 것이 아니라고 했던가. tvN 수목드라마 <슬기로운 감빵생활>을 보면 이 이야기가 실감난다. 이 드라마의 카메라가 포착하고 있는 건 거의 90% 이상이 감방 안이다. 그러니 어딘가 답답할 법도 하고, 이야기도 한정적일 것 같지만 <슬기로운 감빵생활>은 전혀 그렇지 않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이 감방 안에 거의 카메라를 드리우고 있는 드라마가 이토록 다채롭고 세상 바깥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것에 놀라게 된다. 

그 비밀은 감방 안에 들어오게 된 인물들에게서 나온다. 저마다 독특한 캐릭터를 가진 인물들은 저마다의 사연을 갖고 있고 그 사연은 그들이 감방에까지 들어오게 됐다는 사실에서 사회적 함의를 갖기 마련이다. 이를 테면 주인공인 제혁(박해수)이 감방에까지 들어오게 된 사연 자체가 그렇다. 정당방위가 과잉방어가 되고 그래서 감방에 들어와 야구 은퇴 선언까지 하게 된 스타 프로야구선수. 겉보기엔 화려해보이지만 그것을 얻어내기 위해 죽을 만큼 열심히 노력해온 그는 ‘꿈을 위해 죽을 만큼의 노력을 요구하는 사회’의 한 면을 보여주는 인물이다. 

물론 제혁은 성공한 인물이지만 그렇게 노력을 아무리 해도 성공은커녕 계속 갑질을 당하고 억울하게 감방생활을 하는 이들도 있다. 고박사(정민성)가 그런 인물이다. 건설회사 재무팀 과장으로 지내다 자신은 저지르지도 않은 배임 횡령죄로 감방에 들어왔다. 그의 가족을 챙겨주겠다는 회사의 제안을 받아들여 그 문제들을 홀로 책임지게 된 것. 하지만 회사의 갑질은 감방에 들어왔다고 해서 끝나지 않았다. 회사에 문제가 또 터지자 그것마저 고박사가 떠안으라는 편지가 날아온 것. 없는 자는 더 핍박받는 우리 사회의 고구마 현실을 고박사라는 캐릭터는 그대로 보여준다. 

사병을 때려 숨지게 했다는 누명을 쓰고 감방에 들어오게 된 유대위(정해인) 역시 마찬가지다. 그가 있던 부대에서 백이 있다는 이유로 계급과 상관없이 마음대로 폭력을 행사해온 오병장은 박일병을 때려죽인 후 부대원들을 협박해 그에게 누명을 씌운 것. 유대위는 군대라는 조직에서조차 권력자의 백이 우선하는 사회의 면면을 드러내는 인물이다. 군대가 저 정도이니 사회는 오죽할까. 고박사는 유대위 같은 인물은 그래서 사회생활이 감방생활과 별반 다를 바 없다는 걸 보여준다. 어찌 보면 감방생활이 더 따뜻하게 느껴질 정도.

하지만 제 아무리 현실이 ‘감방생활’이어도 ‘슬기롭게’ 대처해나가는 것으로 이 힘겨움을 버텨낼 수 있다고 말하는 드라마가 바로 <슬기로운 감빵생활>이다. 자신이 그 정도로 쉬운 인물이었다는 걸 절감한 고박사는 그래서 면회를 온 도부장에게 반격을 가한다. 스스로 회사의 비리를 털어놓게 하고 그 내용을 감청해 오히려 도부장을 협박한 것. 또 유대위의 형 유정민(정문성)은 끊임없이 당시의 부대원들을 찾아다닌 결과 증인을 찾아낸다. 사실 당시의 중대원 전부가 오병장이 박일병을 죽인 걸 목격했던 것. 

물론 이건 드라마가 가진 다소 판타지적인 해결이지만, 그래도 이들의 감방생활이 어딘가 우리네 사는 모습과 그리 다르지 않다고 여긴 시청자들로서는 잠시나마 시원한 느낌을 가졌을 게다. 어찌 보면 어딘가 소외되어 있어 더더욱 서로의 처지를 이해하고 그래서 갑질하는 세상에 함께 머리를 맞대 일격을 가하는 그 이야기에서 시청자들은 은밀한 동지의식 같은 걸 갖게 된다. 

<슬기로운 감빵생활>은 프레임 안에 담긴 감방 이야기를 통해 프레임 바깥의 세상을 이야기하는 드라마다. 거기에는 갑질하는 세상의 부조리한 현실들이 담기고, 그것들이 우리가 사는 세상이라는 공감대를 불러일으킨다. 그리고 드라마의 방식으로 답답한 고구마 세상에 한 방의 사이다를 날리며 갑질 세상에 핍박받는 을들을 위로한다. 시청자들이 감방 이야기에 이토록 공감하고 매료될 수 있는 이유다.(사진:tvN)

매력 캐릭터 전시장 된 ‘감빵생활’, 신원호 PD의 장기

“뜰기로운 감빵땡활” 아마도 tvN <슬기로운 감빵생활>의 문래동 카이스트(박호산)가 이 드라마의 제목을 발음하면 이렇지 않을까. 잘생긴 중년의 분위기를 풍기는 이 인물이 그 외모와는 완전히 다르게 혀 짧은 소리를 낼 때마다 빵빵 터진다. 그래도 밖에서는 한 가닥 했던 인물처럼 보이지만 그의 혀 짧은 소리 때문일까. 어쩐지 이 캐릭터는 귀엽게 느껴진다. 그가 몇 마디 대사를 하는 것만으로도 딱딱할 수 있는 감방 분위기는 한층 가벼워진다. 이러니 이 인물에 매력을 느낄 수밖에 없다.

마약 복용으로 들어온 일명 해롱이 한양(이규형)은 늘 몽롱한 얼굴로 제혁(박해수)의 무릎을 베고 누워 그를 올려다보곤 한다. 서울대 약대 출신이지만 늘 해롱해롱하는 얼굴은 마치 어린 아이 같다. 하지만 정신이 풀려 있는 상태라도 그는 상당한 지적 능력을 갖고 있다. 크로스워드 퍼즐을 하는 그가 맞추는 문제들이 그가 인텔리라는 걸 알게 해준다. 교도소에서 벌어진 도전 골든벨에서 감기약을 먹고 출전한 그가 골든벨을 울리는 장면은 반전 캐릭터의 매력을 드러낸다. 그를 면회 오는 애인이 남자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동성애자로서의 어떤 처연함 같은 느낌이 더해진 이 캐릭터에게 이상하게 마음이 끌린다.

배임, 횡령죄로 감방에 들어온 고박사(정민성)는 일상이 고소장이나 항의문을 쓰는 것이다. 무언가 처우가 잘못됐거나 시스템에 문제가 있는 걸 그냥 보고 넘기지 못한다. 목공반에서 반장이 교도관과 결탁되어 권력을 휘두르자 그는 반장을 수감자들의 투표로 직접 뽑자고 제안하고 제혁을 후보로 추대해 선거운동에 돌입한다. 적폐청산을 외치며 공정선거를 추구하는 고박사의 노력으로 제혁은 결국 반장으로 추대된다. 어딘지 꽉 막혀 있고 곧이곧대로만 추구하는 답답함이 있지만 이 캐릭터가 시청자들의 마음을 끄는 건 바로 그 점 때문이다. 원칙을 지키는 바른 인물에게서 느껴지는 선한 매력.

중대원을 무자비하게 폭행해 사망에까지 이르게 만들었다는 죄로 감방에 들어오게 된 유대위(정해인)는 등장부터 모두를 긴장하게 만들었다. ‘악마 유대위’라 불리며 어딘지 분노에 가득차 있고 폭력적인 인상을 풍기는 인물. 하지만 갑자기 심장발작을 일으킨 교도관을 심폐소생술로 살려내면서 어딘지 그가 누명을 썼다는 느낌을 주었고, 결국 그것은 실제로 밝혀졌다. 중대 고참이 저지른 일을 중대원들을 협박해 그에게 뒤집어씌웠던 것. 군인으로서의 딱딱함이 몸에 배어있지만 억울한 누명을 쓴 채 삶 자체가 파괴된 이 인물에 대해 마음이 가는 건 당연한 일이다. 진실이 밝혀지고 마음을 조금씩 열어갈 그에 대한 기대감이 생겨나는 이유다.

문래동 카이스트부터 유대위까지 <슬기로운 감빵생활>에는 제혁 말고도 숨은 주인공들이 넘쳐난다. 그들이 저마다 미친 존재감을 보이며 매력적인 면면을 드러내는 방식은 ‘반전 캐릭터’를 통해서다. 감방에 들어왔다는 사실이 주는 어떤 선입견과 편견 같은 게 있기 마련이지만, 알고 보면 저마다의 사연이 숨겨져 있고 그것이 풀어질 때마다 그들의 진면목이 드러나면서 일종의 반전 효과가 만들어지는 것. 그러고 보면 주인공인 제혁 역시 반전 캐릭터였다는 걸 알 수 있다. 슈퍼스타 프로야구 선수의 화려함만 보였지만 의외로 감방에 잘 적응하고 또 야구에 대한 애증을 갖고 있었다는 사실이 조금씩 밝혀지면서 시청자들은 그의 캐릭터에 점점 빠져들 수 있었다. 

한정된 공간과 그 공간에서 살아가는 따뜻하고 매력적인 인물들. 이건 신원호 PD가 일관되게 해온 그만의 드라마 작법이다. <응답하라> 시리즈 역시 하숙집이나 골목길 같은 특정 공간을 중심으로 거기 살아가는 여러 인물들의 매력들로 시청자들을 매료시켰던 드라마다. <슬기로운 감빵생활>은 그 공간을 감방이라는 곳으로 옮겨왔고, 그 안에도 사람이 산다는 것을 무수한 반전 매력의 캐릭터들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이것은 매번 그의 드라마가 새로운 배우들을 발굴해냈던 이유이기도 하다. <응답하라 1997>의 정은지와 서인국이 그랬고, <응답하라 1994>의 정우, 유연석, 김성균 같은 배우들이 그랬으며, <응답하라 1988>의 라미란, 안재홍, 류준열, 김선영, 고경표, 박보검, 최무성, 유재명, 이동휘 등이 그랬다. 아마도 <슬기로운 감빵생활>도 이런 많은 미친 존재감의 배우들이 나올 것 같다. 박해수를 비롯해 박호산, 이규형, 정민성, 정해인 등등 벌써부터 매력이 철철 넘치는 배우들이 발견되고 있으니.(사진:tvN)

헛된 판타지보단 아픈 현실 공감...드라마가 달라졌다

슈퍼스타 프로야구 선수의 화려한 삶에서 1년 실형을 받고 감방생활을 하게 된 제혁(박해수)은 참고 참았던 속내를 털어냅니다. “세상에 나만큼 인생이 꼬인 놈 있으면 나와 보라 그래!” tvN 드라마 <슬기로운 감빵생활>은 제혁이 지내는 감방생활을 다루죠. 거기에 드라마가 전가의 보도처럼 다루던 판타지 따위가 있을 리 없습니다. 그들은 보통 이하의 삶에 처해있기 때문에 굉장한 욕망을 판타지로 갖지 않습니다. 그저 좀 더 따끈한 물에 라면을 끓여먹을 수 있다면 그보다 행복한 일이 없다고 여기며 하루하루를 살아가죠. 

사실은 재벌가의 딸이라는 ‘출생의 비밀’ 이야기를 듣고 덜컥 그 집으로 들어간 지안(신혜선)은 그게 지옥의 시작이었다는 걸 몰랐습니다. 재벌가의 화려한 삶은 고사하고 실은 그것이 동생 지수(서은수)의 자리였다는 걸 알게 된 그는 양가 어디로도 갈 수 없는 처지가 되어버리죠. 보통의 드라마, 그것도 주말극에서 ‘출생의 비밀’이라면 당연히 따라붙는 ‘신데렐라’ 이야기 따위가 이 KBS 주말드라마 <황금빛 내 인생>에는 없습니다. 지안은 이 지옥과 추락을 겪으며 자기 앞에 놓인 목재를 다듬고 가구를 만드는 일에서 오히려 더 큰 행복을 느낍니다. 가족의 포근함? 삶이 수저 색깔에 따라 달라지는 현실 속에서 가족은 순간 지옥이 되어버립니다.

의사 남편에 그럭저럭 잘 살아왔던 삶이었습니다. 치매를 앓아도 좋았던 기억이 있는 시어머니와 망나니 동생이라도 지지고 볶으며 살아주는 올케가 있어 그런대로 버텨낼 수 있는 삶이었죠. 그래서 이제는 남편의 은퇴에 맞춰 시골에 내려가 살 꿈에 부풀어 있었는데 갑자기 말기암이랍니다. tvN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은 1996년도에 방영된 드라마지만 하필이면 지금 왜 리메이크된 것일까요. 그것은 헛된 판타지보다는 아픈 현실을 공감해내려는 시대적 정서가 바탕에 깔린 선택은 아니었을까요.

JTBC 새 월화드라마 <그냥 사랑하는 사이>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드라마는 붕괴된 건물에서 살아남은 사람들과 그 가족의 이야기를 담습니다. 트라우마를 벗어나지 못해 정상적으로 살아가지 못하는 그들이 서로 만나 그 아픔을 보듬고 어루만지며 상처를 이겨내고 해결해가는 이야기죠. 거기에 막연한 판타지 같은 것들이 들어앉을 자리는 없습니다. 그들이 원하는 사랑도 그래서 대단한 삶의 욕망을 건드리는 그런 사랑이 아닙니다. ‘그냥 평범한 사랑’을 하는 것도 벅찬 그들에게는 그래서 ‘그저 사랑하는 사이’가 되는 일조차 엄청난 사건이니 말이죠.

우연의 일치인지는 모르지만 최근 방영되는 드라마들 중 다수가 ‘성장 곡선’을 그리는 막연한 판타지가 아닌 한껏 추락한 삶이 보통을 추구하는 현실 공감을 내세우고 있습니다. 물론 기획은 훨씬 전에 이뤄진 작품들이겠지만 이미 그 때부터 우리가 갖고 있는 현실정서는 그리 녹록치 않았던 게 틀림없죠. 그저 열심히 살아도 점점 추락하는 삶, 제 아무리 노력해도 벗어날 수 없는 삶, 그러다 한 순간 아픈 병이 닥치고 사고로 깊은 트라우마를 남기는 삶. 그것이 우리가 겪어내고 있는 지금의 현실이라는 인식이 이들 드라마 속에는 무의식적으로 담겨져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더 이상 헛된 환상의 이야기에 쉽게 마음을 주지 못합니다. 그건 내 이야기가 아니라 저편 다른 세상에서 살아가는 이들의 이야기처럼 느껴지는 것이죠. 대신 망가진 삶 속에서 어떻게 하면 이를 버텨내고 보듬고 위로하고 그저 보통의 일상으로 돌아갈 것인가를 다루는 현실적인 이야기에 마음을 빼앗기기 시작합니다. 드라마 몇 편이 드러내는 이 같은 현실 정서는 그래서 못내 아픕니다. 우리는 성장을 꿈꾸는 게 아니라 ‘정상화’ 혹은 ‘그저 보통’을 꿈꾸는 삶을 살고 있다는 것이니까요. 과연 이 추락하는 삶에도 날개는 있을까요.(사진:tvN)

‘감빵생활’, 공간은 감방이어도 이야기는 종합선물세트

우리는 감방을 소재로 하는 콘텐츠에 갖는 편견들이 있다. 그 좁은 공간에서 벌어지는 일이니 어딘지 답답할 것 같고 이야기도 수감자들 사이의 대결구도 같은 감방 소재의 장르 안에 머물 것 같다는 것들이다. 하지만 tvN 수목드라마 <슬기로운 감빵생활>을 보면 이것이 한낱 편견이었다는 걸 새삼 확인하게 해준다. 감방이야기가 이토록 다양한 감정들을 건드리고 인간군상들의 이야기로 확장될 수 있다는 걸 이 드라마가 보여주고 있어서다. 

주인공 제혁(박해수)이라는 인물이 보여주는 건 어떤 쓸쓸함과 아픔, 슬픔 같은 것들이다. 겉보기에는 슈퍼스타 프로야구 선수로 추앙받던 그가 굉장히 행복할 거라고만 여겨왔지만, 그는 자신의 생일날 교도소에서 차려준 특별한 야구 이벤트(?)에서 자신이 그간 얼마나 힘들었는가를 토로한다. 교통사고에 재활치료만 한 줄 알았던 그가 사실은 위암 투병까지 해왔다는 것. 포기하고 싶었지만 어쩔 수 없이 등 떠밀려 버텨온 자신을 사람들은 ‘노력의 아이콘’으로 추앙했지만 정작 자신은 너무나 힘들어 야구를 하고 싶지 않았다고 말하는 그의 울분은 시청자들에게 먹먹함을 주었다. 

하지만 이 드라마가 제혁 같은 ‘세상 제일 재수 없는 놈’이라 스스로를 말하는 인물이 보여주는 슬픈 정서만을 담지는 않는다. 같은 감방에서 지내는 문래동 카이스트(박호산) 같은 인물은 진지한 얼굴에서 나오는 혀 짧은 소리로 등장할 때마다 웃음을 준다. 그는 그저 진지한 연기를 하는 것이지만 이 캐릭터의 코믹한 설정 하나로 그건 웃음으로 전화된다. 마약을 복용하다 들어온 한양(이규형)은 그 해롱거리는 정신상태가 마치 아기 같은 느낌을 주어 오히려 귀엽게 느껴진다. 제혁의 무거운 이야기 속에서 이런 캐릭터들이 공존하면서 생겨나는 긴장과 이완은 그래서 이 드라마에 다양한 감정들을 균형 맞춘다.

장기수(최무성)와 장발장(강승윤)의 이야기는 <슬기로운 감빵생활>이 얼마나 다차원적으로 인물들을 들여다보고 이를 통해 시청자들로 하여금 다양한 감정을 불러일으키는가를 확인시켜주는 증거다. 처음에는 어딘지 살벌한 느낌을 주었지만 차츰 장발장이 부르듯 ‘아버지’ 같은 자애로운 인물로 다가오는 장기수. 조폭 시절부터 엮인 장발장과의 관계 속에서 어떤 부채감 같은 걸 갖고 있는 장기수는 출소를 앞둔 장발장이 자신이 살기 위해 그를 무고한 사실에도 그저 그의 어깨를 툭툭 쳐준다. 장기수는 그래서 이 감방이야기가 가진 어떤 훈훈한 정서를 만들어낸다. 

하지만 장발장의 이야기는 조금 다르다. 그는 제 버릇을 고치지 못하는 인물이다. 출소가 얼마 남지 않았지만 작업을 나가서도 도둑질을 하는 인물. 그리고 감방 검사에서 시계를 찼다는 사실이 문제가 되자 그게 자기 것이 아니라 장기수의 것이라 거짓말을 하는 인물이다. 장기수와의 관계에서 마치 부자 같은 따뜻함이 느껴지지만 결국은 자기 버릇을 그대로 드러내는 장발장에게서 느껴지는 건 어떤 반전의 감정이다. 물론 그가 그렇다는 걸 이미 알고 있으면서도 그의 어깨를 두드려준 장기수는 생각보다 더 큰 인물이다. 그가 했던 행동이 무엇을 바라고 한 것이 아니라 모두 “자기 편하자고 한 일”이라는 것.

그러면서 감방 이야기에서 빠지지 않는 부정과 그로 인해 사필귀정으로 돌아가는 이야기 또한 이 드라마는 빼놓지 않는다. 동료들의 등을 처먹는 작업반장이 가구 만드는 대회에서 1등한 우승자의 상금을 가로채려 한 것이 결국 발각되는 에피소드는 시청자들에게 어떤 통쾌함 같은 걸 선사한다. 

추락하는 삶에 대한 통찰을 보여주는 제혁이라는 인물과 그 속에서도 웃음을 주는 카이스트나 한양 같은 동료의 이야기, 인간적인 먹먹함과 인간은 변하지 않는다는 섬뜩함을 동시에 안겨주는 장기수와 장발장 이야기 그리고 감방이야기에서 빠질 수 없는 위기와 반전의 이야기까지. <슬기로운 감빵생활>은 마치 종합선물세트 같은 다양한 감정을 경험하게 해주는 이야기들을 한 작품 속에 담아내고 있다. 감방이라는 공간이어서 어딘가 한정될 것 같은 이야기들이 아니라, 감방이어서 더 다채로울 수 있는 이야기와 감정을 담아내는 역발상. 이것이 <슬기로운 감빵생활>이 웬만한 시청자들을 모두 빨아들일 수 있는 저력이 아닐까.(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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