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도>, 예능 위의 예능임을 또다시 입증하다

 

이들이 이토록 재미있는 친구들이었던가. <무한도전> ‘식스맨은 물론 다섯 명으로 유지하기 어려운 이 프로그램이 여섯 번째 멤버를 찾기 위한 자구책으로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식스맨에 대한 검증과정이 진행되면서 이제 누가 최종 멤버가 될 것인지는 그다지 중요한 일이 아닌 것처럼 되어버렸다. 이미 다섯 명으로 압축된 광희, 홍진경, 강균성, 장동민, 최시원이 누가 돼도 괜찮을 법한 저마다의 캐릭터를 확고히 보여줬기 때문이다.

 

'무한도전(사진출처:MBC)'

욕망의 폭주기관차광희는 아이돌에 걸맞지 않는 솔직하고 재치 있는 입담으로 다시금 주목되었고, ‘장동민은 역시 박명수와는 다른 거친 매력(?)을 선보였으며, ‘변신의 여왕홍진경은 갖가지 민속춤을 개인기로 장착해 스스로 표현하듯 자웅동체(?)’의 매력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신 돌+I’ 강균성은 특유의 모창 개인기를 바탕으로 다중인격 캐릭터의 진수를 보여주었고, ‘미국 리액션최시원은 동작과 표정 하나만으로도 그만이 할 수 있는 캐릭터를 선보였다.

 

이들 다섯 명 이외에도 8인의 후보에 올랐던 유병재, 서장훈, 전현무 역시 확고한 자신들의 영역이 있다는 것을 검증 과정을 통해 드러내주었다. 어딘지 어눌한 캐릭터를 갖고 있는 유병재는 즉석 상황극에 능한 모습이었고, 서장훈은 일단 그 큰 키가 예능에 적합한 그림을 만들어주었다. 전현무는 역시 발군의 혀를 가진 MC능력자라는 것이 확인되었다. 이들은 더 이상 2차 검증에는 참여하지 않지만 이미 자신들의 존재감을 확실히 만든 것만은 사실이다.

 

<무한도전>식스맨을 뽑는 미션과정을 통해 사실상 국내 예능계의 기대주들을 하나하나 끄집어내 보여주었다는 사실이다. 여기에 <무한도전> 특유의 캐릭터화 능력이 덧붙여지니 금상첨화였다. 단 몇 회 출연한 것만으로도 식스맨 후보로 오른 인물들은 저마다의 캐릭터를 더욱 공고히 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었다.

 

사실 유병재가 <SNL>을 통해 조금 웃긴 인물이라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지만 어눌한 듯 하면서도 때로는 상대방을 공격함으로써 억눌린 서민 정서를 대변하는 캐릭터라는 것은 <무한도전>을 통해 좀 더 구체화된 느낌이다. 강균성이 대세인 건 알았지만 그 신 돌+I적인 다중인격 캐릭터가 확고해진 것도 <무한도전> 덕분이다. 의외의 병맛 웃음을 계속 만들어낸 홍일점 홍진경의 매력도 빼놓을 수 없는 식스맨의 성과다.

 

결국 식스맨을 통해 <무한도전>이 꺼내 놓은 건 우리 예능의 다양한 가능성들이다. 최시원을 덧붙이니 갑자기 우리 예능이 글로벌해지고, 강균성이나 유병재 같은 새로운 얼굴들이 등장하니 우리 예능은 새로운 활력이 생겨난다. 발군의 진행능력에 독특한 자신만의 개인기 영역을 가진 전현무나, 거친 욕을 해도 매력이 생기는 장동민 같은 인물에 대한 조명은 이들이 왜 지금 현재 우리 예능의 중추적 역할을 하고 있는가를 다시금 확인시켜 주었다.

 

<무한도전> ‘식스맨<무한도전>만의 식스맨을 뽑는 자리가 아니라 우리 예능의 새얼굴들을 선보이는 자리였다. 코트 바깥에서 식스맨으로 벤치를 지키고 있던 그들을 코트 안으로 끌어들여 마음껏 기량을 발휘하게 한 것. 이를 통해 우리 예능의 숨은 잠재력도 새롭게 확인할 수 있었다. ‘식스맨특집은 실로 <무한도전>이 왜 예능 위의 예능인가를 증명해준 시간이 되었다.

 

대중들이 다중이 강균성에 빠져든 까닭

 

화장실 급한 JYP, 갓 태어난 박정현, 하동균의 모창을 한다면서 갑자기 왜 이러셩하며 저팔계로 넘어가고, 정인을 흉내 내다 꼬부랑 할머니의 모습을 연출한다. 요즘 예능 대세로 불리는 강균성에게는 확실히 지금껏 우리가 봐왔던 예능인들의 개인기와는 사뭇 다른 무언가가 숨겨져 있다.

 

'비정상회담(사진출처:JTBC)'

사실 성대모사나 모창 같은 개인기라는 것 자체가 현재의 예능에서는 공룡화되어가는 과거의 유물이다. 그런데 이 강균성의 개인기는 다르다. 보면 볼수록 또 다른 개인기를 자꾸 보고 싶게 만든다. 그것은 강균성의 모창은 기존 우리가 봐왔던 여타의 개인기들과 달리 반전요소가 들어 있기 때문이다.

 

그는 똑같은 걸 흉내 내려 하지 않고 심지어 비슷하지 않은 것도 있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흥미로워진다. 우리가 늘 봐왔던 <K팝스타>의 심사위원으로 앉아 있던 JYP화장실이 급하다라는 수식어를 덧붙였을 때 나오는 독특한 지점은 우리가 보지도 상상하지도 못했던 것들이다. 누군가의 모창이 비슷한 점을 강조한다면 강균성의 모창은 비슷한 듯 보이지만 다른 점을 강조한다.

 

여기서 돋보이는 건 강균성이라는 인물이 보여주는 다층적인 모습이다. 그가 다중인격으로 불리는 건 짧은 순간에도 계속해서 색다른 모습들이 보여지기 때문이다. 그는 차분해 보이다가도 갑자기 특유의 음하하하하-”하는 웃음과 함께 어딘지 악동 같은 느낌으로 돌변하는가 하면 난데없이 팔굽혀펴기를 하는 듯 보이더니 특유의 음란(?)’한 동작으로 좌중을 어리둥절하게 만든다.

 

그의 다중인격적인 모습은 모창과 어우러질 때 독특한 쾌감을 선사한다. 우리가 생각한 연예인의 이미지를 모창을 통해 무너뜨릴 때 그 권위적 요소들이 해체되어 버린다. 그가 조현아를 흉내 냈을 때 대중들이 느낀 건 통쾌함이었다. 모사는 근본적으로 원본의 권위를 해체하는 힘을 지녔다. 강균성은 본능적으로 그 힘을 인지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JTBC <학교 다녀오겠습니다>에서 강균성은 때 아닌 언니 포스로 앉아 여고생들에게 남자아이돌들에 대한 칭찬을 늘어놓았다. “샤이니는 정말 실력이 좋다”, “빅스 정말 착하다고 자신이 봤던 그들의 실체를 얘기하고는 갑자기 거기 앉아 있는 여고생들의 외모를 추켜세웠다. ‘눈이 예쁘니 쌍꺼풀 수술 하면 안된다거나 마치 코를 세운 것처럼 높다는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강균성을 언니 캐릭터로 만들어주었다.

 

그런데 이 다중인격에 대해서 왜 대중들은 비난이 아닌 열광을 쏟아내는 걸까. 사실 최근 들어 다중인격은 대중문화 콘텐츠의 한 트렌드를 이루기도 했다. MBC <킬미힐미>SBS <하이드 지킬 나> 같은 드라마가 동시간대에 다중인격을 소재로 다뤘다는 건 우연치고는 흥미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물론 다중이는 KBS <개그콘서트>의 박성호가 일찍이 캐릭터화해 웃음의 코드로 선보인 바 있다.

 

그러고 보면 <무한도전> 식스맨 특집에 후보로 나온 유병재 역시 강균성과 비슷한 다중심리를 보여준 바 있다. 그는 식스맨이 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가 곧바로 하고 싶다는 얘기를 반복하며 종잡을 수 없는 심리상태를 보여줘 웃음을 주었다. 겉으로 하는 행동과 마음의 소리가 달라지면서 생겨나는 이 균열은 보는 이들에게 반전과 공감의 웃음을 자아내게 해준다.

 

최근 들어 대중문화 전반에서 다중인격을 소재로 한 콘텐츠들이 많아지고 이를 캐릭터화 하는 인물들이 나오고 있는 건 현대인들이 가진 불안 심리를 상당부분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여기에는 다중인격을 바라보는 달라진 시선도 한 몫을 차지한다. 다중인격은 그저 비정상의 이상한 성격이 아니라 어찌 보면 솔직한 모습이라고 여겨지는 것이다.

 

불안한 현실 속에서 다중인격은 그 누군가의 특정한 이상 징후가 아니라 사회 전반에 나타나는 징후처럼 받아들여진다. 일관된 자아를 유지하기가 좀체 어려운 현실에서 한 가지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 오히려 가식처럼 여겨진다는 점이다. 그래서 강균성의 다중인격에 열광하는 대중들의 마음을 들여다보면 지금 현재 우리 사회가 가진 불안 정도를 가늠하게 된다. 강균성의 다중인격은 그 불안심리에 대한 공감이고, 나아가 권위적인 사회에 대한 도발과 해소의 욕구이기도 하다.

 

 

<무도> 식스맨, 흥미롭지만 남는 아쉬움

 

이미 방송 시작 전부터 화제부터 논란까지 벌어졌던 MBC <무한도전>식스맨’. 그 첫 방송에는 기대만큼 남는 아쉬움도 많았다. 첫 회에 식스맨 물망에 오른 이들은 장동민, 김영철, 전현무, 데프콘, 광희, 주상욱이었다. 이밖에도 예고편에 등장한 인물들은 이서진, 유병재, 강균성, 홍진경, 홍진호 같은 인물들이었다.

 

'무한도전(사진출처:MBC)'

여기 등장한 후보들은 이미 예능 프로그램에서 어느 정도 인지도를 쌓은 인물들이다. 장동민이나 전현무, 데프콘 같은 인물은 이미 대세라고 표현될 정도로 갖가지 예능 프로그램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고, 유병재나 강균성 같은 인물은 새롭게 등장했지만 역시 타 프로그램에서 발군의 활약을 통해 자신만의 캐릭터를 만든 존재들이다.

 

사실 식스맨은 <무한도전>의 필요에 의해 진행되는 기획이다. 길에 이어서 노홍철이 음주운전으로 하차하게 되면서 남은 다섯 명으로는 여러 미션들을 수행하는데 있어서 한계를 만들기 때문이다. 여섯 명은 되어야 팀을 나눌 수도 있고, 두 명씩 짝을 지어 미션을 수행할 수도 있다. 하지만 다섯 명은 어딘지 애매하다.

 

노홍철을 복귀시키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논란이 나왔지만, <무한도전>이 그런 무리수를 쓸 이유는 전혀 없어 보인다. 유재석은 이런 논란을 의식한 듯 절대 그런 의도가 아니라는 것을 밝히며 선을 그었다. 필요에 의해 진행되는 기획이고, 기존 멤버를 복귀시키려는 의도가 아예 없다면 이제 남은 건 어떤 인물이 식스맨이 되어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이다.

 

하지만 먼저 첫 방송에 나온 인물군들을 보면 각각 자기만의 영역을 가진 후보들이 분명하지만, 그것이 <무한도전>과 잘 어울릴까 하는 의구심을 남기기에 충분하다. 사실 자기만의 영역을 갖고 있다는 것은 <무한도전> 고유의 분위기와 부딪칠 가능성이 있다. 자기 색깔을 내다보면 <무한도전>과 마찰이 생기고, 그렇다고 <무한도전>에 맞춰주다 보면 자기 색깔이 흐려질 수 있다는 점이다.

 

물론 이미 바깥에서 만들어져 들어온 새로운 캐릭터가 <무한도전>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해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무한도전>의 팬들이 원하는 것인지는 알 수 없다. <무한도전>이 독특한 것은 거기 출연자들이 거의 무명에서부터 시작해 성장해오는 과정들을 팬들과 함께 공유했다는 점이다. 그런 멤버들 속에 새로운 인물이 들어와 분위기를 바꿔 나간다면 그건 자칫 논란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또한 잘 나가는 예능인들 중에서 한 명을 뽑아 식스맨으로 넣는 건 <무한도전>의 색깔과도 맞지 않는 일이다. 잘 나가는 이들이 저희들끼리 이리저리 모여 잘 나가는 건 <무한도전>이 그리는 세상이 아니다. 그들 역시 잘 못나갈 때 평균 이하로 시작해 지난한 노력을 통해 지금 현재의 최고 위치에 올라왔던 것이 아닌가. 그러니 식스맨은 여러 모로 잘 나가는 예능인을 뽑기보다는 오히려 예능에서는 존재감이 없거나 신인에 해당하는 인물을 들이는 것이 합당하지 않을까.

 

<무한도전> 식스맨이 패러디하고 있는 영화 <킹스맨>에서 애거시라는 청춘은 멋진 스파이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인물로 시작했다. 다만 스파이로서의 자질과 가능성을 갖고 있었을 뿐이다. 마찬가지로 <무한도전> 식스맨은 그런 자질과 가능성이 있으되 대중들에게는 아직까지 예능인으로서 자리하지 못한 인물군에서 나오는 편이 훨씬 의미가 있을 것이다. 그렇게 막내로 들어와 조금씩 성장해가는 과정을 보여줄 때, 그 인물은 실제로 <무한도전>의 멤버가 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무한도전>의 기존 멤버들이 그러했던 것처럼.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