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원하고 싶지만 응원할 수 없는 <탑밴드2>의 문제

 

<탑밴드2>에 대한 대중들의 지지율은 상당히 높은 편이다. 프로그램을 보지 않는 사람이라도 그간 홀대받았던 밴드들이 지상파에 대거 등장한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환영받을 만하다고 여긴다. 실제로 방송 출연은 없었지만 밴드 활동 그 자체만으로 많은 팬들을 확보하고 있는 팀들이 <탑밴드2>에 대거 참가했다. 피아, 트랜스 픽션, 슈퍼키드, 몽니, 네미시스, 내 귀에 도청장치, 프리다칼로, 예리밴드 등등. 한 팀 한 팀의 면면을 보면 이것이 오디션 프로그램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다.

 

 

'탑밴드'(사진출처:KBS)

<탑밴드>에 대한 지지는 시즌1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낮은 시청률에도 불구하고 시즌2가 가능했던 것은 다름 아닌 이 대중들의 지지 덕분이었다. 공영방송으로서 소외된 밴드 문화를 소개한다는 그 명분이 좋았고, 참가하는 밴드들이 만들어낸 화제도 풍성했다. 그래서 시즌2는 제작진들에게 숙제를 남겼다. 지지율만큼 시청률이 따라오게 해줘야 한다는 것. 그래서 '악마의 편집'도 불사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하기도 했다.

 

방송에서 보기 힘들었던 밴드들이라는 훌륭한 자원들과, 밴드 문화를 살린다는 좋은 명분, 심지어 '악마의 편집'을 한다고 해도 공감해주는 지지도까지, <톱밴드2>는 거의 모든 걸 갖춘 것이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결과는 시청률 2%대. 기대에 한참 못 미치고 있다. 왜 이런 결과가 나온 걸까.

 

먼저 '악마의 편집'을 내세웠던 그 연출이 얼마나 주효했는가를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사실 제작진 말대로 '악마의 편집'이 갖는 빠른 화면 전개나 좀 더 자극적인 상황을 보여주는 연출은 효과가 있을 수 있었다. 하지만 '악마의 편집'이 과연 효과적으로 활용되었는지는 미지수다.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악마의 편집이란 그저 자극적인 상황 자체만을 염두에 두고 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그 편집을 통해 거기 참가하는 출연자들의 캐릭터가 만들어질 수 있을 때 비로소 힘을 발휘한다. 하지만 <탑밴드2>의 악마의 편집은 이 프로그램의 주인공들인 출연자들이 아니라 심사위원들에서 주로 벌어졌다.

 

트리플 토너먼트를 하는 과정에서 신대철과 김경호의 대립이 두드러졌다. 사전 기자간담회를 통해서 김광필EP는 심사 중 심사위원이 뛰쳐나가는 상황까지 벌어졌다고 말하기도 했다. 물론 그들이 그렇게 대립하는 이유는 당연하다. 거기 참가한 밴드들이 너무나 출중해서 누구 하나를 선택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식의 악마의 편집은 시선을 밴드들이 아니라 심사위원쪽으로 집중하게 만든다. 좀 더 밴드들을 부각시킬 수 있는 효과적인 편집으로서의 '악마의 편집'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또 하나의 문제는 밴드에 열광하는 마니아층이 아닌 일반 시청자들에게 여전히 밴드 문화란 낯설다는 점이다. 즉 <탑밴드>의 존재의의는 마니아층들만이 아닌 일반 대중들에게 밴드 문화의 저변을 알린다는데 있다. 하지만 <탑밴드2>의 '거두절미하고 토너먼트로' 이어지는 연출방식은 일반 시청자들에게는 불편하게 느껴질 수 있다. 물론 밴드 마니아들에게 피아라는 존재는 출연 그 자체만으로 흥분되는 일이지만, 일반 대중들에게는 그저 오디션 참가자의 하나로밖에 인식되지 않는다. 피아 같은 좋은 밴드의 필모그라피를 좀 더 다양한 스토리텔링으로 알려줄 수는 없었던 것일까.

 

사실 밴드 음악이라는 것 자체가 그다지 쉬운 것은 아니다. 밴드 음악을 이해하고 제대로 감상하려면 각 악기들이 내는 소리의 특장점이나 주법 같은 것들을 알아야 하고, 또 그 어우러짐을 들을 수 있어야 한다. <탑밴드> 같은 좋은 취지의 프로그램이 밴드 문화를 제대로 이해시키려면, 일반인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게 교육적인 차원으로 접근할 필요도 있었다. 예를 들어 유명한 베이스 주자 하나를 데려다놓고 베이스 기타가 갖는 매력을 한껏 보여준다면, 대중들은 밴드 오디션에서 베이스가 갖는 힘을 제대로 느낄 수도 있을 것이다.

 

결국 모든 오디션이 다 그렇지만, <탑밴드2> 역시 성공하기 위해서는 오디션이 주는 서바이벌 그 자체보다 음악이 주는 감동이 우선해야 한다. 오디션은 결국 이 밴드 음악을 더 집중해서 듣기 위해 만들어진 장치일 뿐이 아닌가. '악마의 편집'도 좋지만 우선 밴드 음악을 즐길 수 있게 대중들을 선도하는 편집적인 장치들이 필요하다.

 

이 교육적인 장치(?) 중 가장 중요한 역할을 맡은 건 결국 심사위원들이다.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심사위원은 마치 참가자들의 음악을 듣고 심사하는 일만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대중들에게 그 음악을 어떻게 들어야 하는가 하는 포인트를 일러주는 역할도 하는 것이다. 하지만 <탑밴드2>에서의 심사위원들은 감상 포인트를 알려주기보다는 자신들의 밴드 성향을 드러내고 부딪치고 고집을 부리는 모습만 보이고 있다. 안타까운 일이다.

 

시청률이 고작 2%에 불과하고, 프로그램이 효과적으로 제작되지 않았다고 해도 여전히 <탑밴드2>에 대한 지지율은 높다. 이유는 첫 회에 출연해 '봉숙이'를 부른 후 단박에 화제에 오른 장미여관 같은 팀에서 찾아질 수 있다. 지지율은 다름 아닌 밴드들이 스스로 내뿜고 있는 매력에서 비롯되고 있다. 대중들은 이 매력적인 밴드들을 응원하고 싶다. 이것은 프로그램이 2%의 시청률이라도 고무적인 일이다. 그 매력을 부가시킬 수 있는 오디션 방식이나 편집방식 혹은 심사방식을 고민해야 할 때다.


오디션 프로그램 심사위원을 위한 멘토링

'위대한 탄생'(사진출처:MBC)

“위대한 탄생을 통해서 만들어지는 드라마를 사랑하는 분들이 유독 많은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위대한 탄생은 음악을 통한 오디션 프로그램이다.” 이은미가 백청강을 심사한 후 한 발언이다. 짧은 발언이지만 이 속에는 이은미가 오디션 프로그램을 어떻게 생각하는가가 잘 담겨져 있다. 에둘러 표현했지만 이은미는 이 발언을 통해 '위대한 탄생'이 드라마가 아니라 음악을 평가하는 오디션임을 강조했다.

사실 '위대한 탄생'이 그저 기획사 같은 곳에서 가수지망생들을 뽑는 오디션이라면 이 말은 틀린 게 없다. 하지만 '위대한 탄생'은 그런 오디션이 아니라, 이 과정이 TV로 방영되는 오디션 프로그램이다. 이 둘은 확연히 다르다. 즉 일반적인 오디션에서 후보자를 뽑는 당사자는 심사위원이지만, 오디션 프로그램은 그 형식상 후보자를 뽑는 당사자가 심사위원이 아닌 투표에 참여하는 일반인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은미의 이 발언은 (드라마를 사랑하는) 일반인들의 선택을 꼬집은 것이고, 자신이 이 프로그램을 통해 하고 있는 '음악을 통한 오디션' 심사가 정당한 것임을 밝힌 것이다. 소신을 밝힌 것이기 때문에 그것이 잘못됐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이은미의 생각과 그 소신 있는 발언이 대중들과 공감하지 못하는 부분은 안타까운 일이다. 이렇게 되면 결국 오디션 프로그램 속에서 그녀의 심사와 평가가 대중들의 투표에 영향을 주기 어렵고, 때론 정반대의 결과로만 흘러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실제 오디션에서 심사위원은 말 그대로 심사하는 사람이지만,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심사위원이라는 존재는 대중들의 인식에 의해 새로운 의미를 부여받는다. 즉 오디션 프로그램의 심사위원은 평가자이면서도 대중들의 가이드 역할을 하며 나아가서는 대중들의 감정이입 포인트가 되기도 한다. 즉 심사위원의 독설은 대중들의 반감을 갖게 만들기도 하지만 공감 가는 독설은 대중들을 속 시원하게 한다. 이때 심사위원은 대리충족을 시켜주는 대변자 역할이 되기도 하는 것이다.

오디션 프로그램의 심사위원 역할이 늘 대중들과의 관계 속에 놓이기 때문에, 여기서 심사위원은 사실상 이 오디션 프로그램이 흘러가는 방향(어쩌면 스토리)을 읽어야 한다. 대중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도 간파해야 한다. 이것은 대중들의 생각에 휘둘린다는 얘기가 아니다. 그들의 생각을 알아야 거기에 맞게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고 그것으로 소기의 성과를 달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부분에서 비교점으로 생각해야할 인물이 '슈퍼스타K'에서 독설가였지만 많은 대중들의 공감을 불러 일으켰던 심사위원 이승철이다. 그는 도대체 어떻게 했기에 이은미와는 사뭇 다른 결과를 만든 걸까. 이승철은 우선 '슈퍼스타K'의 흐름 전체와 거기서 심사위원의 역할을 정확히 이해하고 있었다. 즉 초반 경쟁자들의 수가 많을 때는 이를 걸러내기 위해 거침없는 독설을 내뿜었다. 지적도 발성문제에서부터 음정문제까지 구체적이었다. 때론 지나치다 싶은 독설 때문에 그걸 바라보는 대중들과의 대립적인 관계가 형성되기까지 했다.

하지만 후반부로 가면서 10여 명으로 경쟁자들이 좁혀졌을 때 이승철은 완전히 다른 모습을 보여주었다. 구체적인 지적은 피했고(사실 이 단계에 올라온 경쟁자들에게 이런 지적은 큰 의미가 없다) 오히려 그토록 까칠하던 그가 칭찬을 아끼지 않음으로써 무대에 선 경쟁자들에게 권위를 나누는 모습이었다. 이러한 변화 지점에서 대중들은 심지어 일종의 카타르시스를 얻기도 했다. 이것은 단순히 대중들을 의식한 인기발언이 아니다. 이승철은 이 지점부터 심사위원의 역할은 심사하는 것 자체가 아니라, 거기 무대 위에 선 경쟁자들을 돋보이게 하는 것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는 얘기다.

보통 기획사에서 치러지는 오디션과 TV로 방영되는 오디션 프로그램이 다른 점 중에 또 한 가지는 그 심사위원 역시 재평가된다는 점이다. 즉 이승철은 '슈퍼스타K'를 통해 가수로서의 자신의 권위를 다시 세웠고 대중들은 이를 수긍했다. 하지만 이은미의 경우는 어떤가. 사실 '위대한 탄생'의 심사위원으로 서기 전까지 이은미는 우리들에게 '맨발의 디바'였다. 가창력 하면 떠오르는 인물. 오로지 노래 그 자체로 대중들을 쥐고 흔드는 카리스마. 그런 것이 이은미의 아우라였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위대한 탄생'을 거치면서 그녀는 어딘지 대중들과는 동떨어져 혼자 달려가는 독선적인 이미지를 덧씌우게 되었다. 이것은 분명 이은미의 진정한 모습이 아닐 것이다. 하지만 '위대한 탄생'이라는 드라마 속에서 이은미는 지금 그 악역이 되어가고 있다. '위대한 탄생'이라는 드라마를 이해하지 못한 결과치고는 가혹한 일이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