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 ‘싱어게인3’, 다시 부른다는 취지가 주는 이 오디션의 특별함

JTBC <싱어게인3>는 그 제목에 ‘다시 부른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오디션 프로그램이라는 서바이벌에서 ‘다시’라는 말은 어딘가 어울리지 않아 보인다. 단 한 번의 기회를 살려야 살아남는 게 오디션이 아닌가. <싱어게인3>의 어떤 차별점이 이 오디션을 돋보이게 할까. 

싱어게인3

유정석의 ‘질풍가도’와 <싱어게인3>의 만남

‘나는 응원을 부르는 가수다.’ JTBC <싱어게인3>에 등장한 74호 가수는 자신을 그렇게 먼저 소개했다. 그러면서 그 이유로 자신이 부른 애니메이션 OST가 ‘응원가’로 사용되고 있다는 걸 들었다. 야구장과 농구장 같은 각종 스포츠 응원가로 유명하다는 것. 심사위원들은 무슨 곡일지 궁금해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래서 ‘나는 응원을 부르는 가수다’라는 의미는 실제 응원가로 쓰이고 있어서이기 때문인 줄 알았다. 하지만 거기에는 또 다른 깊은 이유가 있었다. 개인사정으로 노래를 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안 좋은 생각을 하셨던 분이 제 노래를 듣고 생각을 바꿨다”는 그런 글들을 굉장히 많이 받았다고 했다. 그 때 자신도 좀 힘들 때였는데 그 글들이 위로가 됐다는 거였다. 즉 그가 자신을 소개하는 글귀로 써 놓은 ‘응원’은 야구장만이 아니라 삶이 힘든 분들이 힘을 얻게 되는 그런 응원의 의미도 담겨 있었다. 그 응원이 그가 <싱어게인3>에 나오게 된 이유이기도 했다. 

 

그리고 시작된 무대. “한 번 더 나에게, 질풍 같은 용기를-” 그 첫 소절만으로 충분했다. 유정석이 부른 ‘질풍가도’로 알려진 이 곡을 모두가 바로 떠올렸다. 애니메이션 <쾌걸 근육맨 2세>의 OST였지만 야구장에서 더 많이 울려 퍼져 익숙해졌던 그 노래였다. 규현 심사위원은 이 곡이 <싱어게인>의 주제가로 쓰여도 좋을 것 같다고 했는데, 실제로 “한 번 더 나에게, 질풍 같은 용기를-”이라는 가사는 이 프로그램에 출연한 모두의 심장을 울리게 만드는 면이 있었다. 모두가 한번 더 용기를 내서 나온 무대가 아닌가. 이 순간은 그래서 <싱어게인3>의 상징 같은 장면으로 남았다. 그리고 그 응원의 ‘질풍가도’는 대중들에게도 질풍처럼 번져나갔다. 유튜브에 올라온 영상이 무려 796만 조회수를 기록했고 유정석을 응원하는 댓글이 2만1천개가 넘게 붙었다. 

 

그런데 유정석의 ‘질풍가도’와 <싱어게인3>의 만남은 이 오디션 프로그램이 갖는 차별점과 가치를 다시금 되새겨주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즉 이 프로그램은 무대 하나로 당락이 결정되는 오디션이지만, ‘다시 부른다’는 취지가 더해져 있다. 자신들의 인생의 무대에서 저마다의 이유로 노래를 부르지 못하게 됐거나, 이름이 알려지지 않아 아르바이트를 하며 무명 가수로 살아가거나 혹은 이름이 잊혀진 가수가 됐거나 하는 이들에게 ‘다시’ 주어진 무대라는 것이다. 실제로 현실은 ‘질풍가도’의 가사처럼 ‘한 번 더’ 기회를 주는 경우가 드물다. 오디션 서바이벌이 사실상 우리의 실제 현실이라는 거다. 그래서 <싱어게인>에 등장한 유정석은 그 ‘한 번 더’가 갖는 이 프로그램의 응원과 위로의 의미를 ‘질풍가도’라는 곡을 통해 보여준 면이 있었다. 대중들이 반색한 이유다. 

 

이번에도 넘쳐나는 숨은 실력자들

오디션 프로그램의 성패는 얼마나 많은 개성의 실력자들이 출연하는가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그런 점에서 <싱어게인3>은 그 오디션의 취지 자체가 다양한 숨은 실력자들을 끌어모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는 점이다. 조편성을 보면, ‘찐무명’도 있지만 ‘재야의 고수’ 같은 이미 다운타운에서는 유명한 가수들도 있고, ‘슈가맨’이나 ‘OST조’처럼 얼굴은 낯설어도 노래만 들으면 단박에 기억나는 가수들도 있다. 심지어 타 오디션 참가자들을 묶어 놓은 ‘오디션조’는 그 오디션에서 1등을 했던 가수들까지 참가했다. 그 면면을 보면 특유의 허스키 보이스로 이미 다운타운에서는 유명가수인 김마스타, 국카스텐 하현우와 함께 이른바 4대 천왕 출신인 김길중, 신촌블루스 보컬 강성희 같은 재야의 고수는 물론이고,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 OST로 잘 알려진 가수 소수빈, ‘질풍가도’의 유정석 같은 OST로 유명한 가수들도 있다. 또 <팬텀싱어> 시즌1 우승팀 포르테 디 콰트로의 김현수, <슈퍼밴드>에 출연했던 홍이삭, 임윤성, 오디션 프로그램 <새가수> 우승자 류정운, <보컬플레이> 우승자 임지수 등등 타 오디션 프로그램에 나왔던 가수들도 다수다. 

 

사실 이런 실력자들이 찐무명들과 한 무대에 올라 경연을 벌인다는 건 오디션 프로그램으로서 공정하지 않다고 여겨질 수 있는 대목이다. 하지만 <싱어게인>의 출연자들이나 이를 바라보는 시청자들 모두 이 부분을 그다지 불편하게 여기지 않는다. 그것은 이들에게 적어도 무대에 설 기회를 제공하고 ‘다시 부른다’는 그 취지가 이 모든 것들을 허용하게 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찐무명이라고 해서 우승이 요원한 일도 아니다. <싱어게인> 시즌1의 우승자 이승윤은 실제로 ‘찐무명조’로 출연했던 가수다. 

 

<싱어게인>이 가진 ‘다시 부른다’는 콘셉트는 무명 가수들에게 다시 무대에 설 수 있는 기회를 준다는 의미도 있지만, 또한 실력자들을 모을 수 있는 장치도 되어준다. 다시 부른다는 건 이미 불렀다는 의미다. 즉 이미 데뷔한 가수이고 그래서 자기 노래가 하나 이상은 있는 것이 참가자격이 된다. 이 오디션은 그래서 아마추어들의 그것과는 다르다. 이미 프로들이고 그래서 실력은 갖추고 있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무명이 된 가수들이다. 예를 들어 신촌블루스의 강성희 같은 가수는 이 블루스를 좋아하는 이들에게는 유명가수다. 그럼에도 그가 무명가수를 자청하고 나온 건 ‘블루스’라는 장르를 좀더 대중적으로 알릴 수 있는 기회도 된다. 무대에 서는 자세는 더 진지하고 절박할 수밖에 없다. 

 

무명을 유명으로 만드는 시간

오디션 프로그램은 대부분 최후의 승자를 뽑는 걸 목표로 세운다. <싱어게인>도 다르지 않다. 하지만 그 목표에만 집중하는 게 아니라 그 과정의 무대들 하나하나에 공을 들이는 것이 여타의 오디션 프로그램들과 다른 지점이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여기 나온 가수들이 그간 무명의 세월 속에서 해온 노력들에 대한 예우가 당연해지기 때문이다. 이러한 색채를 극명하게드러내는 건 심사위원들의 심사다. 이들은 엄밀한 심사를 하면서도 표현에 있어서 극도의 조심스러움과 예우를 담는다. 김이나 심사위원이 문학에 가까운 표현으로 가수들의 목소리와 무대를 해석해낸다면, 규현이나 이해리 같은 심사위원들은 찐 팬에 가까운 리액션을 심사에 담는다. 또 백지영이나 윤종신 심사위원은 가창력에 대한 부분들을 좀더 분석적으로 해석해 그 가수의 매력을 설명해줌으로서 시청자들이 받은 감동이 어디서 온 것인가를 깨닫게 해준다. 여기에 이번에 처음으로 심사위원으로 합류한 임재범은 많은 말 대신 한두 마디의 ‘촌철살인’으로 참가한 가수들을 먹먹하게 만들기도 하고 활짝 웃게 만들기도 하며 때론 더 정진하게 만들기도 한다. 

 

심사는 그래서 <싱어게인3>에서는 당락을 결정하는 시간만이 아니라, ○○가수라고 달고 나온 무명가수들을 유명가수로 만들어가는 시간의 의미도 담겨 있다. 심사위원의 심사들은 그래서 이들 가수들의 서사가 되기도 한다. 그 서사는 오디션이 뒤로 갈수록 쌓이고 쌓여 어엿한 팬덤을 확보한 가수들로 이들을 변모시킬 것이다. 과연 이번 시즌3에는 얼마나 많은 이들이 유명가수로서의 서사를 갖게 될까. 다시 부르는 그들을 통해 얻는 위로와 그래서 하게 되는 응원이 교차되는 특별한 오디션이 지금 펼쳐지고 있다. (매일신문)

오디션은 끝물? <팬텀싱어>는 오디션이 아니다

 

분명 노래에 점수가 매겨지고 누군가는 합격하며 누군가는 탈락한다. 그러니 그 형식적 틀이 오디션 프로그램이라는 건 누구나 다 아는 일이다. 하지만 JTBC <팬텀싱어>는 오디션 프로그램이라는 생각이 잘 들지 않는다. 누가 붙고 누가 떨어지는가에 대한 관심보다 큰 건 이번에는 저 조합의 중창단이 어떤 노래를 들려줄 것인가에 대한 기대감이 더 크기 때문이다.

 

'팬텀싱어(사진출처:JTBC)'

드디어 본격적으로 4중창단이 꾸려져 첫 선을 보인 <팬텀싱어>의 시청률이 4.4%(닐슨 코리아)로 반등하게 된 건 그런 이유다. 고훈정, 이준환, 이동신, 손태진이 구성한 울트라 슈퍼문팀이 꾸릴 무대에 대한 기대감은 이 방송을 꾸준히 봐온 시청자들이라면 그 누구보다 클 수밖에 없다. 지금껏 전체를 잘 리드해온 고훈정이라는 리더십, 들을 때마다 알 수 없는 슬픔이나 경건함을 부여하는 이준환의 카운터테너 목소리에, 굵직한 남성미가 돋보이는 이동신과 감성 가득한 울림이 있는 손태진의 조합이라는 걸 시청자들은 그간의 무대를 통해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건 혼자 솔로로 부르며 자기 기량을 뽐내는 그런 무대가 아니다. 감기에 심하게 걸려 목소리 자체가 나오지 않는 이준환군을 배려하기 위해 당일 날 곡 구성 자체를 전부 바꿔 부르는 장면은 그 자체만으로도 감동적이다. 그래서 그렇게 서로를 배려한 마음들이 노래의 하모니를 통해 전달되는 장면을 보며 가사의 의미는 잘 몰라도 어떤 경건한 느낌에 바다 같은 심사위원이 눈물을 떨어뜨리는 건 공감가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탈락 위기에 몰렸다가 다시 팀을 꾸리게 되어 한 팀이 된 류지광, 김현수, 정휘, 최경록의 하이브리드 팀 역시 마찬가지다. 예쁜 음색을 가졌지만 다소 불안한 음정들이 있는 정휘의 경우 네 명이 함께 부르며 서로 빈 구석을 채워주자 오롯이 자신의 장점만을 잘 드러내는 모습을 보여줬다. 이문세의 집으로를 리메이크해 부른 이 팀의 노래는 그 누구보다 하모니의 정석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백형훈, 윤소호, 고은성, 권서경으로 구성된 빈센트 권고호 백작 팀은 역시 꽃미남 팀이라는 별칭에 걸맞게 시선을 집중시켰지만, 막상 노래가 시작되자 엄청나게 몰아치는 강렬한 무대로 좌중을 압도시켰다. 유슬기, 백인태, 곽동현, 박상돈으로 구성된 인기현상 팀은 셀린 디온의 ‘I Surrender’를 절정의 고음의 향연으로 만들어냈고, 박유겸, 오세웅, 이벼리, 기세중의 8890 팀은 김경호의 아버지를 진솔한 마음으로 불러 심사위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압도적인 실력들 하나하나가 모여 자기 실력을 뽐내기보다는 타인과 하모니를 이루는 그 무대들은 더 이상 심사위원들의 심사의 대상이 아니었다. 심사위원들은 어떻게 이런 무대에 점수를 매기냐며 힘겨워 했고 결국 4중차 오디션 끝에 떨어진 네 명으로 인해 눈물바다가 된 무대를 보며 그 안타까움에 역시 눈물을 훔쳤다.

 

<팬텀싱어>는 그래서 오디션을 뛰어넘었다. 이 오디션을 표방한 프로그램에 오디션은 없었고 또한 평가를 위한 심사도 있을 수 없었다. 다만 남은 것은 각각의 서로 다른 음색들이 모였지만 그것이 한 마음으로 한 목소리를 내는 장면과, 그 장면을 보며 관객은 물론이고 시청자 그리고 심사위원까지 한 마음이 되는 기적 같은 순간들이다. 오디션의 목적이 당락을 앞세운 자극이 아니라 더 좋은 하모니의 광경을 선사하는 것이라는 걸 보여줬던 것. 금요일이면 이제 귀호강 시간으로 자리한 <팬텀싱어>는 제목에 걸맞게 어느새 우리의 마음을 사로잡는 유령 같은 오디션이 되었다. 다음 금요일을 못내 기다리게 만드는.

경쟁 뛰어넘는 하모니, <팬텀싱어>가 주는 위로

 

3중창의 미션을 끝내고 순위에 따라 살아남은 네 팀들은 탈락 위기에 처한 두 팀 6명 중 한 명씩을 골라 4중창 팀을 만들어야 한다. JTBC <팬텀싱어>의 남성 4중창단을 만드는 궁극적인 목표가 점점 가시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하지만 이렇게 4중창 팀을 꾸리는 과정은 어찌 보면 잔인해 보인다. 6명 중 선택받은 네 명은 4중창 팀에 각각 들어가 다시 노래할 수 있지만 남은 두 명은 탈락 위기에 처하기 때문이다.

 

'팬텀싱어(사진출처:JTBC)'

결국 마지막 두 명으로 남은 이들은 김현수와 류지광. 그들은 물론 아쉬움이 남지만 마음은 이미 접은 상태였다. 하지만 그 때 마지막 반전이 일어났다. <팬텀싱어>는 남은 두 사람을 탈락시키기보다는 이미 예선전에서 탈락한 이들 중 두 사람을 다시 구제해 또 하나의 4중창단을 만들기로 했던 것. 이 사실이 발표되자 김현수와 류지광의 얼굴은 환해졌고, 또한 소식을 들은 살아남은 다른 4중창단 출연자들도 모두 기립해 박수를 치며 진심으로 기뻐했다.

 

물론 이런 선택들, 즉 탈락 위기에 있는 출연자를 구제해주는 풍경이 완전히 새롭다고 말하긴 어렵다. 이미 패자부활전의 형태로 오디션 프로그램들이 종종 써오던 선택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팬텀싱어>의 이 선택이 다르게 느껴졌던 건 거기 담겨진 진심어린 환영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그 순간 경쟁자라는 것도 잊었고 심사위원과 출연자라는 위치도 잊고 기꺼이 그들의 부활을 반겼다. 어째서 이런 정경이 가능해졌던 걸까.

 

그 첫 번째는 <팬텀싱어>라는 프로그램이 오디션 형식의 서바이벌 구조를 갖고 있다고 해도 도대체 서바이벌이라고는 생각하기 힘들 정도의 무대를 선사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동신과 곽동현이 부른 카루소나 백인태, 유슬기가 부른 소월에게 묻기를’, 고은성, 권서경의 ‘Musica’, 손태진, 김현수의 꽃이 핀다’, 박상돈, 유슬기, 백인태의 ‘Quando I'amore diventa poesia’, 이동신, 고훈정, 이준환의 ‘Luna’ 등등. 하나하나가 공연 무대라는 착각이 들 정도의 완성도를 보여줬다. 심사위원들은 물론 심사를 하지만 그 압도적인 무대에 그저 감상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다.

 

그러니 이러한 실력자들을 탈락시키기보다는 차라리 그들을 다시 모아 한 팀을 더 부활시키는 선택이 합리적이라 여겨질 수밖에 없다. 그건 심사위원도 원하는 일이고 시청자들도 원하는 일이며 심지어 거기 경쟁자로 나서 있는 출연자들도 원하는 일이다. 경쟁은 경쟁이지만 그 자체보다 더더욱 새로운 무대를 보고픈 욕망이 더 커졌기 때문이다.

 

두 번째로 탈락자 구제의 훈훈한 풍경이 기꺼이 받아들여지게 된 까닭은 이 프로그램이 표방하고 있는 것이 결국은 경쟁이 아닌 하모니이기 때문이다. <팬텀싱어>의 독특한 구조는 윤종신이 말하듯 혼자 기량으로 잘 한다고 해서 살아남는 오디션과는 사뭇 다르다. 그것보다는 함께 어우러지고 타인의 목소리를 들으며 배려함으로써 만들어내는 절정의 하모니가 당락을 결정한다는 점이다.

 

서바이벌의 구조가 진행될수록, 솔로에서 듀오로, 듀오에서 트리오로 이렇게 한 단계씩 하모니의 강도를 높이는 것도 독특한 형식이다. 이렇게 되면 경쟁과 하모니의 균형이 점점 만들어진다. 위로 올라갈수록 경쟁해야 하지만 동시에 하모니 역시 더 중요해진다. 이런 특징은 떨어뜨리기보다는 함께 한다는 의미를 심지어 경쟁자들에게도 심어주기에 충분하다. <팬텀싱어>의 훈훈한 정경이 가능해진 까닭이다.

 

그러고 보면 <팬텀싱어>은 그간 오디션 프로그램들이 보여준 풍경과는 상당히 궤를 달리하는 스토리들을 보여주고 있다. 그건 이 오디션의 궁극적 목적이 실력의 우위를 가리는 것이 아니라 남성 4중창단이라는 완벽한 하모니를 만들어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기려 하기 보다는 배려하는 오디션이고 자신의 기량만을 뽐내기보다는 타인의 기량을 드러내게 해주는 오디션. <팬텀싱어>에서만 볼 수 있는 이런 풍경은 살벌한 경쟁적 현실 속에 놓여진 대중들을 그 자체만으로도 위로해주는 힘이 아닐까

<슈스케>의 부활, 관건은 역시 출연자

 

아마도 잠시 채널을 돌리다 어 슈퍼스타K?” 했던 분들이 많았을 게다. 그만큼 이번 <슈퍼스타K 2016>은 과거에 비해 그다지 대대적인 홍보를 하지 않았다. 언제 시작하는지도 모를 정도로 슬그머니 시작하게 된 건 지금의 <슈퍼스타K>가 처한 상황을 잘 말해준다. 확실히 오랜 시즌을 거듭한 것도 있지만 이제는 오디션 트렌드가 한 물 지나간 요즘, <슈퍼스타K>는 이제 뜨거운 아이템은 아니다.

 

'슈퍼스타K2016(사진출처:Mnet)'

그런데 그렇게 우연히 채널을 돌리다 걸린 <슈퍼스타K 2016>에서 지리산에서 왔어요라며 자신을 소개한 한 소년이 시선을 잡아끈다. 시즌3 때부터 출전했지만 2차 예선에서 떨어졌다는 김영근이라는 소년. 영 노래 잘 할 것 같지 않은 모습인데다 시골스러움이 묻어나는 어눌함이 오히려 시선을 끄는 건 오디션이 반복되면서 이른바 오디션 준비생들이 그토록 많아졌기 때문일 게다.

 

그런데 이 소년 준비한 곡이 예사롭지 않다. 샘 스미스의 ‘Lay me down’. 무반주로 웅얼대는 듯한 시작 부분은 역시 어울리지 않는다는 느낌이었지만 고음으로 치고 올라가는 부분에서 알 수 없는 소름이 돋는다. 분명 소울이 가득한 목소리의 울림이지만 그 소울은 길이 말한 것처럼 듣도 보도 못한영근이만의 것이다. 그러고 보니 지리산 소년이라는 자막이 그 목소리와 너무나 딱 어울린다. 아직 다듬어지진 않았지만 그래서 더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그의 목소리.

 

그러려니 했던 심사위원들의 눈이 번쩍 떠진 건 당연한 일이다. 그래서 샘 스미스의 팝송이 주는 어떤 느낌 때문이 아닐까 의심스런 심사위원은 우리 노래를 한 곡 더 청해 듣기로 한다. 시청자가 원하는 바다. 그런데 웬 걸? 영근이가 부르는 윤종신의 탈진은 그 소울에 가사가 주는 맥락까지 얹어져 더 마음을 쥐고 흔든다. 잠깐 채널을 돌리다 만나게 된 <슈퍼스타K 2016>. 채널을 돌리지 못하게 된 건 영근이 같은 출연자 덕분이다.

 

<슈퍼스타K 2016>은 심사위원도 방식도 많이 바꾸었다. 가장 눈에 띄는 건 출연자가 노래할 때 오른쪽 하단에 시한폭탄이 돌아가듯 시간이 뚝뚝 떨어진다는 점이다. 노래를 들으며 심사위원이 버튼을 누를 때마다 시간이 더해져 노래를 더 들을 수 있다. 하지만 아무도 버튼을 누르지 못하면 반주가 끊기고 자동 탈락된다. 아마도 훨씬 더 긴장감을 조성하기 위해 만든 시스템일 게다.

 

심사위원들도 인원이나 구성이 바뀌었다. 용감한 형제는 예전 <위대한 탄생>에서 했던 심사에 있어서도 어떤 긴장감을 이끌어내는 심사위원으로 이번에 역시 새로 참여한 FNC 엔터테인먼트 한성호 대표와 때때로 각을 세운다. “똘끼가 장난이 아니다”, “미쳤다같은 거침없는 발언으로 <슈퍼스타K><쇼미더머니>처럼 만드는 인물이다.

 

마치 보스처럼 앉아 참가자들을 동생 대하듯 얘기하는 길은, 리액션에 있어서 거침없고 솔직한 에일리와 마치 삼촌-조카 같은 분위기를 만들어내고 김범수나 김연우는 보컬에 집중한다. 거미는 노래와 노래 부르는 사람의 소울에 깊게 빠져드는 모습을 보여준다. 영근이가 노래할 때 그녀는 그 친구에게 노래가 어떤 위안을 줬을 지까지를 미루어 짐작한다. 울컥해지는 건 그래서다.

 

하지만 이런 심사위원 구성과 오디션 방식의 변화들이 제아무리 달라졌다고 해도 역시 <슈퍼스타K>를 주목시키는 건 출연자다. 지리산 소울을 단박에 보여준 영근이나, 4차원의 가벼움을 보여주다가 갑자기 노래를 할 때는 놀라운 연주 실력과 그루브를 보여준 18세 소년 김예성, 버클리 음대 출신으로 시원시원한 가창력으로 귀와 눈을 번쩍 열리게 만든 이지은 같은 보물들이 <슈퍼스타K 2016>을 새삼 기대하게 만들었다. 역시 <슈퍼스타K>의 부활의 관건은 보물 같은 출연자들에 달렸다는 걸 여실히 보여준 무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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