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조2’, ‘몸값’, ‘텐트 밖은 유럽’... 진선규가 하면 되는 이유

몸값

이런 날이 분명 올 줄 알았다. 이른바 진선규의 전성시대. 영화, 드라마, 예능까지 종횡무진이다. 그는 올해 썰렁했던 극장가의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690만 관객이라는 흥행을 거둔 영화 <공조2:인터내셔날>에서 과거 <범죄도시>의 빡빡 밀고 나왔던 위성락 캐릭터와는 상반되게 터벅머리를 하고 나와 살벌한 악역으로 눈도장을 찍었다. 

 

마침 tvN에서 방영된 <텐트 밖은 유럽>은 여러모로 <공조2>와 공조한 예능 프로그램의 색깔이 짙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해진, 진선규, 박지환, 윤균상이 유럽 텐트 여행을 하는 그 광경만으로도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그 중에서도 단연 주목되는 인물은 진선규였다. 유해진이야 여러 차례 여행 예능 등을 통해 그 서글서글하고 아재미 가득한 매력을 선보인 바 있지만, 진선규가 보여주는 의외의 케미와 순수미는 이 프로그램에 상승효과를 만들었다. 최고 시청률 5.5%(닐슨 코리아)를 기록하며 이 프로그램은 성공을 거뒀다. 

 

흥미로운 건 <공조2>에서의 그 살벌한 면모와 <텐트 밖은 유럽>에서의 그 소년 같은 선하디 선한 진면목이 완전히 다른 사람 같은 느낌을 줬다는 점이다. 그는 tvN <유퀴즈 온 더 블럭>에 나와서 “어떤 게 진짜에요?”라는 말이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말이고 그것이 연기에 대한 자신의 가치관이라고 말한 바 있다.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몸값>은 바로 이러한 진선규의 가치관을 있는 그대로 실감할 수 있는 작품이다. <몸값>에서 사각 팬티 하나 걸치고 무너진 건물 속에서 이리 뛰고 저리 뛰며 생존과 욕망 사이를 넘나드는 다양한 감정들을 폭발적으로 풀어내는 그의 모습은 마치 날개가 달린 새처럼 자유로워 보였다. 원 테이크로 찍어 그 모든 대사들을 다 외워서 한 번에 쏟아내야 하는 그 어려움을 마치 즐기듯이 광기의 에너지로 풀어낸 연기는 아마도 오랜 무명 연극 시절을 거친 경험에서 가능했으리라 짐작된다. 

 

최근 방영된 tvN 월화드라마 <연예인 매니저로 살아남기>에서 두 번째 에피소드 주인공으로 등장해 이희준과 미친 케미를 보여주는 연기 또한 주목할 만하다. 과거 캐스팅이 엇갈리면서 갈등하게 된 두 사람이 자신들을 발탁해준 메소트엔터 대표의 장례식장에서 또다시 캐스팅 문제로 싸우지만, 장지에서 대표가 생전에 좋아했던 노래를 부르면서 처음엔 싸우다가 차츰 화음을 맞춰가는 대목은 짧은 장면 안에 다양한 감정변화를 담아냈다. 

 

악역을 할 때는 살벌한 소름을 만들고(공조2, 범죄도시), 예능에서는 한없이 순수하고 맑은 모습을 보여주며(텐트 밖은 유럽, 유퀴즈 온 더 블럭), 미친 욕망과 광기의 존재에서부터(몸값), 다양한 감정을 자유자재로 넘나들며(연예인 매니저로 살아남기) 나아가 깊은 내면 연기까지 선보이는(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 이런 다채로운 면면을 지금 진선규는 마치 숨 쉬듯이 자연스럽게 넘나들고 있다. 

 

그건 아마도 보이지 않는 엄청난 노력이 밑바탕된 것이겠지만(그와 함께 연기한 전종서는 <몸값> 촬영 2개월 전 리허설 때부터 대사를 모두 암기해 왔다고 인터뷰 한 바 있다), 그보다 더 중요한 건 그의 변함없는 태도가 아닐까 싶다. 그는 쌀이 떨어질 정도로 가난한 시절을 보냈고 지금은 이제 가격표 안보고 물건을 살 정도로 살만해졌지만 여전히 그것을 하나의 과정으로 보고 있었다. “저기 멀리 있는 좋은 배우라는 목표를 향해서 5년 전보다 조금 더 가고 있는 상태”라고 말하고 있는 것. 이러니 진선규의 전성시대는 앞으로도 계속 이어지지 않겠나 싶다. 앞으로 5년 후도 또 그 후에도.(사진:티빙)

‘악의 마음’, 김남길만큼 중요한 진선규의 존재감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

“프로파일러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아요? 빌딩이 높아질수록 그림자가 길어진다고 했습니다. 잘 들으세요. 머지않아 우리도 미국처럼 인정사정없는 놈들 나타납니다. 얘네들은 동기가 없어요. 그럼 어떻게 해야 돼 우리도 그런 놈들 미리미리 대비를 해야 될 거 아닙니까?”

 

SBS 금토드라마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에서 국영수(진선규)는 아직 프로파일러도 또 과학수사의 개념도 잘 모르던 시절 형사들에게 그렇게 외친다. 세기말에서 2000년대로 넘어오던 시절, 국영수의 이 외침은 왜 프로파일러가 필요해졌는가를 잘 말해준다. 실제로 당시에는 영웅파니 지존파니 막가파니 하는 강력사건들이 등장해 ‘엽기적인’이라 표현되었던 잔혹한 범죄들이 고개를 들던 시기였다. 

 

국내 1호 프로파일러인 권일용 교수의 실제 이야기를 소재로 한 원작 논픽션을 드라마화한 이 작품에는 그를 모델로 그려낸 송하영(김남길)이라는 인물이 주인공이다. 하지만 당대에 실제 범죄행동분석팀을 만든 건 그가 아니라 그에게 이 새로운 길을 제안한 윤외출 경무관이다. 그를 모티브로 창조된 인물이 국영수다. 

 

송하영이 하고 있는 일들, 이를테면 이미 범인이 특정되어 심지어 유죄 판결까지 난 사건에도 미심쩍은 부분들을 끝까지 파고 들어 증거를 통한 진실을 찾아내려는 그의 행동들이 프로파일러라는 길로 꽃을 피울 수 있게 해준 인물. 국영수는 모두가 반대하는 범죄행동분석팀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 주장하고, 그래서 송하영을 적임자로 발견해낸다. 

 

“야 너 그 프로파일러라고 들어봤어? 우리 식으로는 범죄행동분석관인데 프로파일러한테 필요한 자질이 다 있다 너한테는. 일단은 지금처럼 포기하지 않는 것. 거기에 열린 마음. 직관, 상식, 논리적 분석력. 사적 감정 분리까지 두루 필요한데 그런 건 둘째 치고 내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감수성이거든. 에.. 뭐 타인에 대한 감수성이라고 이해하면 될라나? 사람의 마음을 분석하는 일이니까.”

 

그렇게 프로파일러의 길을 제안하며 국영수는 송하영에게 초콜릿 두 봉지와 존 더글라스가 쓴 <마음의 사냥꾼>이라는 책을 선물한다. 이 책은 25년 간 FBI에서 저자가 범죄수사 분석방법과 프로파일링을 개발해 살인사건을 해결하는 행동분석 수사기법을 다룬 책이다. 존 더글라스는 우리에게는 넷플릭스 시리즈 <크리미널 마인드>로 잘 알려진 인물이다.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은 그래서 우리 식의 <크리미널 마인드> 같은 소재적 뉘앙스를 담고 있다. 프로파일링의 선구자로 불리는 존 더글라스의 이야기가 <크리미널 마인드>라면 국내 1호 프로파일러인 권일용 교수와 이 부문의 또 한 명의 선구자인 윤외출 경무관의 이야기가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인 셈. <마음의 사냥꾼>이라는 책은 그 접점을 만들어 준다. 

 

여기서 드라마적으로 중요한 인물은 당연히 주인공인 송하영이다. 악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이유에 대한 그의 진심이 이 인물을 통해 제대로 구현되어야 시청자들이 공감하고 몰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송하영은 좀체 웃지 않는다. 표정변화도 거의 없다. 시종일관 진지하고 오로지 범인이 왜 그런 일들을 벌였는가를 애써 들여다보려 하는데 집중한다. 이 진지함이야말로 이 드라마가 그저 흔한 자극적인 범죄수사물을 훌쩍 넘어서는 가장 큰 미덕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드라마 수용자들인 시청자 입장에서 보면 송하영의 시종일관 진지한 모습은 자칫 무겁게 느껴질 수 있다. 그 진지함은 당연하지만 그걸 보는 것이 힘겹게 느껴질 수 있는 것. 그런 점에서 송하영에게 이 길을 열어주고 팀을 꾸려 나가는 국영수의 존재감이 얼마나 중요한가가 느껴진다. 그는 사건 앞에 진지하지만 또한 술에 취하기도 하고 적당히 농담도 건네는 인간적인 면모도 갖추고 있다. 그래서 송하영과 함께 서 있으면 그 진지함의 무거움을 국영수라는 인물이 조금은 편안하게 풀어준다. 

 

국영수가 송하영에게 이 길을 제안하면서 <마음의 사냥꾼>이라는 책과 더불어 초콜릿 두 봉지를 건네는 장면은 그래서 의미심장하다. 국영수는 송하영의 프로파일러로서의 남다른 면모를 높이 치지만 동시에 이 일이 얼마나 힘든 일인가도 이해하고 있다. 그래서 초콜릿 두 봉지에 그 마음을 담아 전할 정도로 따뜻한 인물이다. 

 

진선규라는 배우의 진가가 주인공 역할인 김남길만큼 돋보이는 건, 누군가의 삶과 죽음 앞에 서게 되는 이 국영수라는 인물이 가진 진정성과 더불어 또한 인간적인 면모까지 더해내는 진실성까지 연기해내고 있어서다. 그가 있어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이라는 무거울 수밖에 없는 이야기에 숨통이 트인다. 또한 진짜 선구자의 길이라는 것이 대단한 영웅서사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어찌 보면 자기 위치에서 제대로 일을 하려는 평범해 보이는 인물들에 의해 만들어진다는 걸 이 배우는 연기로 보여주고 있다. (사진:SBS)

SBS 금토드라마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이 담은 프로파일러 탄생기

최근 몇 년 간 범죄스릴러는 드라마의 한 분파를 형성할 만큼 쏟아져 나왔다. 이 작품들을 통해 프로파일러라는 범죄 분석 전문가를 우리는 익숙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은 바로 그들의 탄생 과정을 흥미롭게 담아내고 있다.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

우리에게 익숙한 강압수사의 그늘

1993년에 제작되어 큰 인기를 끈 강우석 감독의 영화 <투캅스>에는 강압적으로 용의자의 진술을 받아내기 위해 베테랑인 조형사(안성기)가 자기 스스로를 마구 때리는 장면이 등장한다. 마치 심문 과정에서 형사가 용의자에게 맞은 것처럼 꾸밈으로써 겁을 집어먹은 용의자가 진술을 털어놓게 하는 수법이다. 이 장면은 수사에서 폭력이 자주 벌어지고, 그런 일들을 그리 문제로 받아들이지 않았던 90년대 당시의 분위기를 반영하고 있다. 당대만 해도 형사들이 등장하는 영화에서 버티는 범인에게 진술을 강요하며 주먹질을 하는 장면은 흔하게 등장했다. 

 

2003년 방영된 봉준호 감독의 <살인의 추억>에서는 이러한 폭력적이고 강압적인 수사를 풍자적으로 담아낸다. 육감으로 수사하는 형사 박두만(송강호)은 연쇄살인범을 어떻게든 잡겠다는 일념으로 동네 양아치들을 잡아다 족치며 자백을 강요한다. 바보 용의자 백광호(박노식)는 향숙이를 좋아해 연쇄살인범으로 오인되고 처절할 정도로 고문당하는 모습으로 관객들에게 연민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그만큼 우리에게 과학수사라는 개념은 2000년대 넘어서야 비로소 어느 정도 생겨난 일이다. 이전에는 강압수사 장면들이 마치 당연하다는 듯 범죄물에 등장할 정도로.

 

SBS 금토드라마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은 바로 그 강압수사에서 과학수사로 넘어가는 시점을 그린다. 동부경찰서 강력반 반장 박대웅(정만식)은 그 강압수사의 표본 같은 인물. 살해된 후 옷이 벗겨진 여성의 범인으로 그의 애인 방기훈(오경주)를 체포한 그는 그를 폭력을 동원한 강압수사로 범인으로 만들어버린다. 그런 그에게 방기훈이 범인이 아닐 수도 있다고 주장하는 송하영(김남길)에게 그는 이렇게 말한다. “저런 새끼들 인간 아니야. 인간 아닌 새끼들은 매질이 제일 빠르고 쉬워.” 그는 심지어 방기훈을 당시 세간을 공포에 몰아넣은 성폭행 살인범인 ‘빨간 모자’ 사건의 범인으로 몰아세운다.

 

아직 프로파일링 같은 과학수사의 개념이 자리 잡지 못했던 시절, 박대웅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남다른 감수성을 가진 송하영은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증거를 찾기 위한 수사를 계속한다. 사건이 벌어진 집 현관에 숫자로 가족구성원을 일일이 표시해놓은 걸 발견한 송하영은 그런 사실을 쉽게 알 수 있는 배달원을 탐문 수사하고, 방기훈이 범인을 지목된 사건 현장에서도 신원을 알 수 없는 지문을 발견한다. 그리고 범인의 마음을 읽어내기 위해, 감옥에 있는 연쇄 성폭행범인 양용철(고건한)을 찾아가 조언을 듣는다. 결국 가택침입죄로 끌려온 조강무(오승훈)가 진범이라는 사실을 송하영은 심리적인 압박을 통해 밝혀낸다. 강압수사가 만들어내는 제2, 제3의 피해자들을 막기 위해 과학수사가 절실하다는 걸 드라마는 박대웅과 송하영의 대결구도를 통해 그려낸다.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에 담긴 진정성

강압수사가 아닌 과학수사의 필요성을 전제하고, 우리네 사법 현실에서 드디어 프로파일링이라는 개념이 탄생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는 사실은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의 색다른 관전 포인트를 만든다. 보통의 범죄스릴러들이 잔혹한 범인들이 만들어내는 공포와 공분을 화력으로 삼아 그들을 추적해 잡는 과정의 카타르시스를 담는다면, 이 드라마는 그 과정이 과연 과학적이었고 증거에 근거했으며 나아가 합법적인 방식으로 이뤄졌는가에 대한 질문을 더한다. 

 

물론 이 드라마가 보여주는 사건들 역시 엽기적이고 보기 불편할 정도의 끔찍함을 보여준다. 그것은 드라마가 상정하고 있는 세기말과 2000년대의 실제 범죄들이 점점 잔혹해졌던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 우리도 서구에서처럼 아무런 이유 없이 살인 자체의 자극을 즐기는 연쇄살인범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던 것. 실제로 이런 범죄양상의 변화들 때문에 프로파일링 개념의 과학수사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받아들여진 이유가 되기도 했다. 과거처럼 원한 관계 같은 걸 아무리 들여다봐도 범인을 찾기가 어려워진 것이다. 

 

대신 필요해진 건 그 ‘악의 마음’을 읽어내는 일이다. 국내 1호 프로파일러 권일용의 실제 경험들을 바탕으로 쓴 동명의 논픽션을 원작으로 하고 있는 이 드라마는, 그래서 tvN <유퀴즈 온 더 블럭>이나 <알쓸신잡> 등을 통해 잘 알려진 권일용 교수의 진심이 묻어난다. 방송을 통해 누구보다 피해자의 아픔을 공감하면서 어떻게든 범인을 잡겠다는 일념으로 과학수사를 절실하게 공부하고 현장에서 활용해온 권일용 교수가 아닌가. 창작된 이야기로 ‘인물, 기관, 지명, 사건 등은 실제와 관련이 없습니다’라는 사전고지로 시작하는 드라마지만, 송하영이라는 가상의 인물에서 권일용 교수의 그림자가 겹쳐지는 건 당연한 일이다. 

 

이 같은 과학수사에 대한 열망이 고스란히 투영된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의 진정성은 그래서 이 범죄스릴러가 자극보다 공감을 더 불러일으키는 이유이기도 하다. 살벌한 범죄가 전개되지만, 그보다 과학적인 방법을 총동원해 어떻게든 진범을 잡겠다는 의지에 더 몰입하게 되는 것이다. 

 

더할 나위 없는 미친 연기의 향연

연기는 단지 표현이 아니라, 실제 상황에 대한 분석과 해석에 의해 나오는 것이다. 따라서 연기의 몰입감은 연기자가 사전에 얼마나 그 역할을 제대로 들여다봤는가와 비례하기 마련이다. 그런 점에서 이미 논픽션 원작을 통한 인물 분석이나 권일용 교수와의 교감이 충분했을 디테일한 캐릭터와 사건이 구현된 이 작품의 대본은 연기자들의 연기를 더 빛나게 만드는 중요한 요인이 됐을 성 싶다. 

 

주인공 송하영 역할을 연기하는 김남길은 <열혈사제>의 그 흥분 가득한 과장 캐릭터와는 너무나 다른 디테일한 연기를 보여준다. 끈질기게 포기하지 않고 범인을 추적하면서, 피해자의 아픔을 공감하고 나아가 범죄자의 마음까지 읽어내는 감수성의 소유자가 바로 송하영이다. 심지어 양용철 같은 범죄자의 도움을 청하고 그래서 면담을 통해 그의 이야기에 몰입하지만 동시에 그는 자신과 범죄자 사이에 명확한 선을 긋는 인물이기도 하다. 김남길의 차분하지만 내적 열정이 가득한 연기를 통해 구현된 송하영이라는 인물의 이런 면모는 그가 얼마나 제대로 된 방식으로 진범을 잡고 싶어 하는가를 잘 표현해낸다. 

 

여기에 이제 직접 범죄행동분석팀을 만들어 송하영에게 날개를 달아줄 국영수 팀장 역할의 진선규나, 만만찮은 카리스마가 예상되는 윤태구 역할의 김소진 같은 배우도 기대되는 대목이다. 이들을 통해 당대 과학수사가 피어나고 빛을 발하는 그 과정 속에서 강력범죄를 해결하려 애쓴 형사들의 마음도 전해지지 않을까. 

 

물론 워낙 많은 범죄스릴러를 접해와서인지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에 등장하는 범죄의 사례들이 새롭게만 느껴지지 않는 면은 분명히 있다. 하지만 범죄 사례보다 더 중요한 관전 포인트가 그 범죄를 저지른 악의 마음은 물론이고 이를 수사해가는 형사들의 절실한 마음까지 읽어가는 것이란 점에서 이 특별한 범죄스릴러가 주는 기대는 그 어느 작품보다 높다. (글:매일신문,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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