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찾사>도 빠질 수 없다, 민심 담은 풍자 개그

 

대통령이 인마. 한 나라의 대통령이 제 아무리 친하다고 사적인 감정으로 청와대를 마음대로 출입을 시켜 인마? 그건 절대 안 되는 거여. 그거는.” 아마도 마침 채널을 돌렸는데 이 대사를 듣게 됐다면 SBS <웃찾사>가 현 시국에 대해 직격탄을 날리는 줄 알았을 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이건 내 친구는 대통령이라는 한 코너에서 청와대 구경 좀 하자는 친구 김진곤의 말에 대통령 역할인 최국이 안된다며 던진 대사일 뿐이다.

 

'웃찾사(사진출처:SBS)'

물론 이런 콩트 설정을 통해 이 코너가 풍자하려는 이야기는 굳이 설명 하지 않아도 아이부터 어른까지 모르는 이가 없을 게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를 에둘러 풍자한 것. 신랄한 풍자는 계속 이어진다. 게이트볼 구장 지으려는데 돈이 모자란다며 사장님들한테 돈 좀 모아서 도와달라는 김진곤의 말에 최국은 또 발끈한다.

 

아주 큰일 날 소리하고 있어 지금. 대통령이 어떻게 대기업을 상대로 모금을 해가지고 게이트볼 구장을 만들어 이 자식아. 그건 대통령이 해서도 안 되고 할 수도 없는 일여 인마. 세상에 그런 대통령이 어딨어?” 최순실이 나서서 대기업들을 상대로 엄청난 자금을 모았던 현 정황이 결국은 대통령의 책임이라는 뉘앙스가 이 대사 속에는 담겨져 있다.

 

게다가 지난 12일 광화문 광장에 모인 100만 촛불의 이야기가 역시 개그의 소재가 된다. 같이 온 친구가 엄청난 돈을 벌었다고 소개하면서 김진곤은 그가 광화문 옆에서 양초를 판다고 했다. 그러면서 슬쩍 던져 넣는 수십 만 개가 팔린댜. 이래도 되나 싶게 팔린댜.”라는 대사 속에는 은근한 촛불에 대한 지지가 담겨 있다.

 

피날레는 최국이 자신의 심정을 담은 노래를 부르는 것으로 채워진다. 김범수의 지나간다를 개사해 최국은 마치 지금 현재 대통령의 심정을 대변하듯 노래한다. “지나간다. 이 고통은 분명히 끝이 난다. 내 자신을 달래며 하루하루 버티며 꿈꾼다. 이 상황의 끝을.” 그리고 노래 너무 못부른다는 친구의 한 마디에 빼놓을 수 없는 국민 유행어를 덧붙인다. “음치란다. 이러려고 내가 대통령이 됐나? 자괴감이 드네?”

 

살점이라는 코너는 영화를 소재로 이야기를 하면서 현 시국의 문제를 풍자로 담아냈다. 김구라 흉내를 내는 박종욱의 진행으로 이어진 이 코너에서 황현희는 한국인이 뽑은 100선의 영화를 이야기 하며 시류를 반영해 제목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한다. <아가씨><말 타는 아가씨>, <미녀는 괴로워><그녀는 괴로워><검사외전><검사 외저래>로 바꿔야 된다는 것. 그저 말장난 개그처럼 보이는 내용들도 시국이 담기자 더 의미심장한 웃음으로 바뀐다.

 

황현희와 함께 나온 김정환은 영화를 소개한다면서 시국을 환기시키는 기묘한 방식의 풍자 개그를 던진다. <킹스스피치>왕인데 연설을 잘 못해 그래서 얘가 연설하는 걸 도와주고 고쳐주는내용이라고 하고, 애니메이션 <라푼젤>공주가 성 안에 갇혀 있어요. 외부랑 단절되어 있어요. 유일하게 왔다 갔다하는 게 마녀예요라고 설명한다. 또 영화 속 명대사라며 <테이큰>에서는 니가 누군지 모르겠지만 내 딸만은 건드리지 마라.”라는 대사를 또 <광해>에서는 뭐라구요? 왕이 두 명이라구요?”라는 대사를 소개한다. 짐짓 본인은 모른 척 하지만 이를 듣는 박종욱과 황현희가 이건 안 된다며 화들짝 놀라는 장면들이 관객들을 빵빵 터트린다.

 

사실 <웃찾사>의 이런 풍자개그는 이전부터 계속 있어왔다. 이를테면 <LTE뉴스>가 그렇고, <뿌리 없는 나무>, <역사 속 그날> 같은 코너들이 그렇다. <내 친구는 대통령> 같은 코너 역시 훨씬 이전에 만들어졌다 내려진 것이지만 이번 시국에 맞춰 부활했다. <LTE뉴스>도 다시 부활할 것이라고 한다.

 

물론 지금의 시국이 워낙 국민적 관심을 끌어 모으고 있기 때문에 과거의 코너들까지 되살리고 있는 상황이지만, 이런 방식은 <개그콘서트> 역시 시도해볼만한 일이 아닐까 싶다. 한 때 꽤 많았던 현실 공감과 직설적인 시사 풍자 코너들이 부활한다면 그간 상대적으로 힘이 약해졌던 <개그콘서트> 역시 어떤 새로운 전기가 마련되지 않을까. 한번쯤 참고해볼만한 점이 아닐 수 없다

금요일로 간 <웃찾사>, 다시 잊혀질까 두렵다

 

SBS <웃찾사>는 일요일 시간대로 들어오면서 활력을 되찾았었다. 물론 시청률이 대단히 잘 나왔던 건 아니다. 하지만 코너들의 화제성은 훨씬 높아졌고, 무엇보다 그 시간대가 개그 프로그램이 편성되는 시간으로 인지되고 있다는 점에서 그 상징성은 컸다.

 


'웃찾사(사진출처:SBS)'

과거만 못하다 해도 개그 프로그램의 터줏대감 역할을 해온 KBS <개그콘서트>와 걸쳐진 시간대에 편성된다는 건 그것만으로도 대결구도를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웃찾사>로서는 유리한 위치였다. 시청자들은 <개그콘서트>가 오래도록 왕좌를 지켜왔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새롭게 기지개를 켜고 있는 <웃찾사>를 지지하는 마음도 컸다.

 

하지만 이 모든 기대감은 갑작스레 일요일에서 금요일 밤으로 편성시간이 바뀌면서 된서리를 맞았다. 편성시간이 바뀐 줄 모르는 시청자들은 일요일 밤에 사라져버린 <웃찾사>가 의아했을 것이다. 금요일 밤, 그것도 1125분에 편성된 <웃찾사>는 과거 이리 저리 편성에 휘둘리다 점점 시청자들의 기억에서 사라져버렸던 그 전철의 악몽을 떠올리고 있을 지도 모르겠다.

 

도대체 왜 이렇게 때만 되면 <웃찾사>는 홀대받는 느낌일까. <개그콘서트>가 그토록 오랜 시간 개그 프로그램으로서의 시청률과 화제성을 모두 가져갔던 데는 그만한 투자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물론 시간대의 변경이 <개그콘서트>라고 없었던 건 아니다. 하지만 그래도 <개그콘서트>는 편성 시간을 지속적으로 유지하면서 그 시간대를 장악해왔던 것이 사실이다.

 

이미 헤게모니를 잡고 있는 <개그콘서트>와 대결한다는 건 물론 쉬운 일이 아니다. 게다가 그 시간대는 주말드라마들과의 한 판 승부도 피할 수 없다. 이미 2,30%의 시청률을 늘 확보하고 있는 MBC 주말드라마들은 알다시피 <개그콘서트>의 가장 큰 위협이었다. 하지만 이런 시기에 <웃찾사>가 들어온다면 <개그콘서트>와 함께 경쟁하며 그 시간대를 다시 개그 프로그램을 보는 시간으로 바꿔놓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SBS는 주말드라마를 신설하는 것으로 편성 전략을 바꿨다. 토요일과 일요일에 김수현 작가의 <그래 그런 거야>를 편성한 것. 시작부터 막장과의 전쟁을 선포하는 등, 이 편성은 여러모로 MBC 주말드라마를 겨냥한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이 편성 변경의 결과는 아직까지 그다지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그래 그런 거야>가 조금씩 시청률을 회복하고는 있지만 아직도 6%대다. 시청률도 시청률이지만 반응 또한 그리 좋은 것만은 아니다.

 

토요일 그 시간대에 있었던 <동상이몽, 괜찮아 괜찮아>는 그나마 나은 편이다. 월요일 밤 시간대는 훨씬 더 주목도가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늦은 밤보다 토요일 저녁 시간이 이 프로그램의 성격과 더 어울려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동상이몽>은 청소년과 부모가 함께 보는 프로그램이 아닌가.

 

가장 아쉬운 것은 역시 <웃찾사>. 과거 비슷한 편성변경으로 나락에 빠진 경험이 있는 <웃찾사>로서는 악몽이 재현되는 느낌이다. 주말 시간대에 대한 고민이 충분히 이해가 되면서도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개콘>의 대항마로 떠오른 <코빅>, <웃찾사>

 

<개그콘서트>10%대 이하의 시청률로 떨어졌다는 사실은 이미 어느 정도는 예고됐던 일이다. 시청률이 지속적으로 하락했으며 화제성도 현저히 떨어지고 있어 이미 여러 차례 위기론이 등장했었기 때문이다. 새로운 굵직한 간판스타 개그맨이 배출되지 않은 점도 그렇다. 세대교체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는 건 <개그콘서트>처럼 소비 속도가 빠른 예능에는 치명적인 일이 되었다.

 


'개그콘서트(사진출처:KBS)'

하지만 이를 부정적으로만 보기는 어렵다. 즉 지금껏 <개그콘서트>가 독점하듯 코미디 프로그램의 대명사처럼 자리한 것이 코미디 전체에도 그리 바람직한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것은 또한 <개그콘서트>에도 결과적으로는 좋은 일이 아니다. 어떤 식으로든 긴장감을 갖고 서로 경쟁하는 체제를 갖는 것이 코미디 전체의 생명력을 강하게 만들 수 있을 것이다.

 

과거 공개 코미디 전성시대에 <개그콘서트><웃음을 찾는 사람들> 그리고 <개그야>가 삼국지를 이룬 것처럼, <개그콘서트>가 주춤하는 사이 새롭게 부각되고 있는 <웃찾사><코미디 빅리그>는 이제 새로운 개그삼국지를 만들어가고 있는 중이다.

 

주말로 시간대를 옮겨 본격적으로 <개그콘서트>와 대결을 벌이고 있는 <웃찾사>역사 속 그날이나 뿌리 없는 나무같은 오래도록 자리한 코너는 물론이고 최근 급성장하고 있는 남자끼리’, ‘불편한 복남씨’, ‘내 친구는 대통령같은 코너들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웃찾사>가 배출한 개그맨들에 집중도도 높아졌다. “재훈 재훈으로 유행어를 만든 남자끼리의 이은형이나 배우고 싶어요에 이어 이야로 새로운 개그의 영역을 열어가는 안시우, ‘백주부TV’에서 빅마마 분장으로 나와 주목을 끌고 있는 홍윤화 등이 그들이다.

 

<코미디 빅리그>는 케이블이라는 플랫폼이 가진 장점을 잘 발휘해 조금은 강한 코미디들이 시도되면서 꽤 탄탄한 마니아층을 확보해왔다. 하지만 최근 들어 여기서 배출된 이국주나 박나래, 장도연 같은 개그우먼들이 예능에서 맹활약하면서 일반 시청자들에게도 조금씩 그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코너들도 꽤 탄탄하다. ‘여자사람친구의 망가지는 걸 두려워하지 않는 장도연의 연기나, ‘중고나라에서 매번 새로운 인물로 깜짝 분장을 하고 나타나 큰 웃음을 주는 박나래, ‘깝스의 황제성이나 깽스맨의 양세형 그리고 작업의 정석같은 코너에서는 개그맨 뺨치는 관객들이 매주 등장하는 등 그 웃음의 강도도 역시 높다.

 

<웃찾사><코미디 빅리그>가 이처럼 최근 들어 그 프로그램의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는 건 어쩌면 절대강자로 군림하던 <개그콘서트>가 조금씩 내준 자리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개그콘서트>에 위기론이 자주 언급되는 건 이제는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 되고 있다. 하지만 이 위기를 새로운 경쟁력을 만들어내는 기회로 활용한다면 <개그콘서트>는 물론이고 <웃찾사><코미디 빅리그>까지 새로운 개그의 전성기를 불러올지도 모른다. 공개 코미디가 경쟁시스템을 바탕으로 세워진 것처럼, 이제 개그 프로그램들 역시 새로운 경쟁 체제 하에서 상생의 길을 찾을 수도 있을 것이니.



<런닝맨>, 새로운 변화를 준비 중이라면

 

<런닝맨>이 무언가 달라지고 있다. 아직까지 그것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말하긴 어렵다. 이제 그 변화가 시작되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단지 이벤트성으로 한두 번 새로운 시도를 한 것인지 확인되려면 조금 더 두고 봐야 알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런닝맨(사진출처:SBS)'

‘100 vs 100’ 콘셉트로 시도된 지지난 번 아이템은 실로 무리하다 싶을 정도로 그 새로운 의욕을 느낄 수 있었다. 액션배우, 씨름선수, 프로레슬러, 유도선수, 태권도단으로 꾸려진 100명의 적수들과 출연자들이 즉석에서 모은 친구들과 100명이 대결을 벌인다는 시도는 금세 그것이 엄청난 혼돈을 가져온다는 걸 보여줬다. 유재석이라는 발군의 MC가 있지 않았다면 자칫 어려운 손님들을 모셔놓고 병풍들만 잔뜩 만들 수 있는 위험성이 있었다. 물론 유재석은 역시 위기에도 강한 면모를 보여줬지만.

 

하지만 이 ‘100 vs 100’ 콘셉트는 확실히 지금껏 <런닝맨>이 해왔던 방식과는 조금 다른 모습이 들어있었던 게 사실이다. 늘 해왔던 패턴들인 게스트가 출연하고 그들이 함께 게임을 하는 모습은 같았지만, 많은 인원들이 모이게 되자 의외로 잘 알려지지 않은 인물들이 소개되었다는 점이다. <런닝맨> 패턴 안에서 점점 대중들의 시선에서 멀어진 가장 큰 건 게스트 홍보성 프로그램이라는 시각 때문이었다. 이런 시각 안에서 이들이 벌이는 놀이 한 판은 저들만의 놀이가 되어버린다.

 

물론 이미 중국에서는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고 국내에서도 그 존재감을 확실히 만들어온 <런닝맨>이 게스트를 데려왔을 때 홍보는 어쩔 수 없는 따라붙는 일이 될 수 있다. 하지만 그 홍보가 시청자들이 보기에도 고개가 끄덕여질만한 대상에게 이뤄지는 것과 이미 유명한 스타들을 초빙해 그 후광효과를 가져가려는 것과는 사뭇 다를 수밖에 없다. 물론 스타들 역시 방송을 통해 홍보효과가 있으니 윈윈이라고 말할 수 있지만, 여기서 중요한 건 방송사 좋고 스타들 좋은 일이 과연 시청자들에게도 좋은 일인가 하는 점이다.

 

그런 점에서 보면 이번 <웃찾사> 팀과의 개그 레이스 미션은 그 게스트가 알게 모르게 고생하는 개그맨들이라는 점에서 시청자들의 공감을 사기에 충분했다. ‘100 vs 100’처럼 이번 콘셉트 역시 우리가 잘 몰랐던 <웃찾사>의 개그맨들의 면면들을 한바탕 함께 어우러지는 게임을 통해 알 수 있었고, 나아가 그들의 고충까지도 이해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것은 이제 어느새 최고의 위치에 오르게 된 <런닝맨>이 그저 그 패턴의 반복에만 머물 것이 아니라 갖게 된 위치만큼 낮은 곳에 있는 이들에게 나눠줄 수도 있다는 걸 확인한 순간이 아닐 수 없다. 어찌 보면 놀이와 웃음보다 먼저 <런닝맨>에게 필요한 건 그들이 그렇게 게임을 하며 즐기는 것에 대한 공감대가 아닐까 싶다.

 

물론 <런닝맨>이 초창기에 보였던 많은 모습들은 일과 놀이에 대한 우리의 편견을 깨주기에 충분했다. 일터로만 여겨지는 공간에서 이름표 떼기 같은 놀이를 하는 모습은 그 자체로 통쾌한 면이 있었다. 하지만 이제 그 틀을 어느 정도 깨버리고 제 위상을 세운 <런닝맨>이 해야 될 일은 놀이가 해줄 수 있는 또 다른 역할들이 아닐까.

 

힘겨운 현실이라고 한다. 그러니 그 힘겨움 속에서 웃음을 잃고 감히 놀이를 즐길 여유조차 없는 이들이 실로 많을 것이다. <런닝맨>은 이제 그런 사람들과 그런 공간을 찾아가 보는 건 어떨까. 잘 나가는 스타 연예인들을 데려와 그들끼리의 놀이에 몰두할 일이 아니다. 이미 한참 멀리도 달려왔지만 <런닝맨>은 아직도 달리지 않은 곳이 더 많이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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