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예능 MC, 이제 살 길은 비지상파다

 

MBC <별바라기>에 출연중인 샤이니의 키는 우리 딱 한 번만 5% 넘어보자잉하고 말한 적이 있다. 지금 현재 <별바라기>의 시청률은 3% . 헨리와 써니가 출연한 효과인지 지난 2%대에서 그나마 1% 올라온 성적이다. 하지만 여전히 3%대로 동시간대 꼴찌인데다 목표치가 5%라는 얘기는 안타까움마저 느껴진다. 강호동이라는 스타 MC의 이름이 무색하기 때문이다.

 

'별바라기(사진출처:MBC)'

KBS <우리동네 예체능>도 시청률 4%대에 전전하다 최근 5% 시청률에 도달했지만 강호동이라는 이름 석 자를 떠올려보면 초라하게만 여겨진다. 물론 시청률만이 모든 걸 말해주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진짜 이제 강호동의 시청률 목표는 5%가 된 듯하다. 복귀 이후 이렇다할 존재감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강호동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상황은 강호동만이 아니다. 최근 스타 MC들은 모두 과거의 영광이 꺾인 지 오래다. <무한도전>이라는 레전드를 여전히 하고 있는 유재석은 예외다. 그 역시 주중 예능 프로그램에서 4%에서 6% 시청률을 내고 있지만 그의 인기나 존재감은 단지 프로그램 안에서만의 평가에 머물지 않는다. 철저한 자기관리의 표본으로서 유재석은 여전히 독보적이다.

 

하지만 한때 예능의 달인이었던 이경규도 최근 들어 별다른 존재감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고, 신동엽이나 김구라 같은 토크의 달인들도 지상파 시청률 성적은 그다지 높지 못하다. 이것은 어쩌면 전체적인 지상파 예능의 몰락이기도 하고 또한 스타 MC 예능 트렌드의 추락이기도 하다. 이제는 일반인들이 참여하거나 반 일반인들(연예인 가족 같은)이 참여해야 그나마 어느 정도의 시청률을 가져간다.

 

지상파 예능이 이렇게 된 데는 기존 방식인 스타 MC 중심의 예능 트렌드를 좀체 벗어내지 못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즉 지상파 예능의 추락과 스타 MC들의 추락은 서로 공조하며 벌어진 면이 있다는 것이다. 최근 몇몇 파일럿 프로그램들이 정규화 했다 추락한 원인은 바로 이것이다. 이효리의 <매직아이>가 그렇고, 강호동의 <별바라기><우리동네 예체능>이 그렇다. 스타 MC를 세우면 달라진 트렌드 속에서도 옛 습관(스타를 중심으로 풀어가는)이 나오기 마련이다.

 

이 와중에 주목해야 할 인물은 신동엽과 김구라다. 여타의 스타 예능 MC들과 사뭇 다르게 이들은 일찌감치 지상파든 케이블이든 종편이든 상관없이 종횡무진 다양한 예능 프로그램들을 시도해왔다. 그러다 보니 지상파가 옛 트렌드에 묶여 있을 때 케이블과 종편이 시도한 참신한 형식들의 예능에 이들은 쉽게 적응했다. 지상파에서 고전을 면치 못한다고 하더라도 케이블이나 종편에서는 자기 존재감을 확실히 세운 이들은 그래서 아무런 위기설이 나오지 않게 되었다.

 

tvN<SNL 코리아>JTBC<마녀사냥>으로 신동엽은 19금 예능의 새로운 트렌드를 열었고, JTBC <썰전> 같은 프로그램으로 김구라는 시사와 비평이 접목된 새로운 예능 트렌드를 만들었다. 사실 어찌 보면 강호동의 존재감이 점점 사라지게 된 것은 그를 받쳐줄만한 참신한 지상파 예능이 부재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제 스타 MC가 출연한다고 해서 시청자들이 보던 시대는 지났다. 참신한 콘텐츠가 우선이고 그 다음이 MC가 되었다.

 

그런 면에서 보면 강호동은 지상파에서 5% 시청률을 내려고 안간힘을 쓸 게 아니라, 비지상파로 가서 똑같은 5% 시청률을 노리는 편이 훨씬 효과적이다. 지상파 5%와 비지상파 5%의 어감은 이렇게 다르다. 게다가 비지상파들이 최근 들고 나온 일련의 참신한 예능 형식들은 오히려 지상파들이 배워야 할 덕목들이다. 강호동 역시 이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

 

많은 이들이 강호동의 추락을 과거 잠정은퇴 선언을 했던 그 세금 문제의 여파가 여전히 남아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과연 그럴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현재 그가 얼마나 파괴력 있고 영향력 있는 프로그램을 하고 있는가이다. 결국 연예인의 이미지는 프로그램을 통해 만들어지기 마련이다. 그런 점에서 강호동은 이제 결단을 내려야 할 시기에 도달해 있다.

 

지상파의 굴레를 벗어나 새로운 판에서 다시 입지를 마련할 것인가 아니면 지상파를 끝까지 고수할 것인가. 이 문제는 물론 스타 MC들과 공조해온 지상파 예능들의 문제이기도 하다. 지상파는 언제까지 기득권을 주장하며 옛 트렌드에만 머물 것인가. 이제 시청률에서조차 지상파와 비지상파의 경계가 사라지고 있는 상황이다. 변화의 바람은 일찍부터 불고 있었다. 다만 그걸 인정하고 싶지 않았을 뿐.

 

이경규는 왜 유재석처럼 방송에 임하지 않았을까

 

이경규는 자타공인 예능의 달인이다. 콩트 코미디에서부터 버라이어티쇼로 넘어오는 시기에도 이경규는 늘 전면에 서 있었고, 버라이어티쇼에서도 몰래카메라나 이경규가 간다같은 캠페인형 공익 예능이라는 새로운 트렌드를 줄곧 주도해왔다. 리얼 버라이어티라는 새로운 트렌드가 생겼을 때 잠시 주춤하는 듯 보였지만 이경규는 <남자의 자격>이라는 리얼 버라이어티쇼로 다시 화려하게 부활하기도 했다.

 

'힐링캠프(사진출처: SBS)'

그런데 그런 이경규가 요즘 잠잠해 보인다. 방송을 안해서가 아니다. 지금도 SBS <힐링캠프>, <붕어빵>KBS <풀하우스>를 하고 있다. 중요한 건 존재감과 임팩트다. 과거 <남자의 자격>을 했을 때만큼의 이경규 존재감은 어느 프로그램에서도 잘 나오고 있지 않다. <붕어빵>이야 이미 육아 예능이 나오는 시대에 그 트렌드가 그리 뜨거운 프로그램이라고 할 수 없고, <힐링캠프> 역시 토크쇼의 황혼 시대를 맞아 점점 고개를 숙이고 있다. <풀하우스>는 종편에서 열풍처럼 만들어지고 있는 집단 토크쇼의 KBS버전처럼 보이는 프로그램이다. 그 어느 것도 지금 트렌드에서 벗어나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경규가 출연하는 프로그램도 점점 사라지고 있다. tvN<화성인 바이러스>가 종영했고 JTBC에서 새로 시작한 <한국인의 뜨거운 네모> 역시 단 10부로 마감했다. 과거의 이경규를 생각해보면 이런 식의 종영은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최근 방송 현실은 과거처럼 기다려주지 않는다. 실적이 나오지 않으면 가차 없이 잘라내는 것이 요즘 방송의 흐름이다.

 

사실 이경규에게 가장 아쉬운 건 종영된 <남자의 자격>이라는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이 좀 더 유지되고 진정성을 살려냈다면 이경규는 충분히 새로운 전성기를 맞이할 수 있었다. <무한도전>의 유재석을 떠올려보라. 유재석은 자신이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성실하게 방송에 임하기만 한다면 아마도 <무한도전>과 함께 행복하게 늙어갈 것이다. <무한도전>의 아저씨판처럼 보였던 <남자의 자격>도 충분히 이경규를 그렇게 만들어줄 수 있었다.

 

그렇다면 이렇게 된 가장 큰 원인은 무엇일까. 무엇보다 이경규 자신의 책임이 가장 크다고 보인다. 이경규 하면 먼저 떠오르는 것이 날방의 이미지. 방송을 하다가 재미없으면 빨리 끊으라고 보내는 사인은 이경규의 캐릭터 중 하나다. 물론 이것은 캐릭터화 되면서 웃고 넘어가는 느낌을 만들지만 사실 제작진들에게는 심각한 사안이다. PD가 멀쩡히 있는데 출연자가 커트를 날리는 것만큼 당황스런 일이 있을까. <남자의 자격>을 처음 연출했던 신원호 PD는 그래서 초반에 이를 두고 상당한 신경전을 벌였다고 토로한 바 있다.

 

다행스럽게도 <남자의 자격> 초반에는 이경규 스스로도 위기의식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상당 부분 PD의 입장을 따르는 편이었다고 한다. 그렇지만 신원호 PD가 나가고 <남자의 자격>이 자리를 잡는 순간부터 방송은 어딘지 방만하게 촬영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이것을 모두 이경규의 책임이라 말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가장 어른으로서 조금은 솔선수범하는 자세였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유재석이 <무한도전> 위기론이 나올 때마다 보여주는 것처럼.

 

사실 50이 넘은 나이에 현역으로 여전히 예능의 중심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이경규의 대단함을 말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쉬움을 말하는 것은 이렇게 뛰어난 MC가 향후 60에도 70에도 계속 현역으로 활약하는 모습을 보고 싶기 때문이다. 많은 이들이 증언하는 걸 들어보면 이경규 만큼 프로그램 장악 능력이 뛰어난 MC도 드물다는 것이다. 이것은 어찌 보면 예능 MC의 힘이 점점 약화되는 요즘 더더욱 필요해진 덕목일 것이다.

 

하지만 한 가지 남는 문제가 있다. 그것은 진정성의 문제. 요즘 같은 리얼리티 시대에 진정성은 하는 것처럼 보이는것만으로는 충족되지 않는다. 예민한 시청자들은 이제 그것이 진짜인지 아니면 진짜처럼 보이는 것인지를 단박에 눈치 챈다. 그런 점에서 이경규에게 시급한 것은 이미지라도 날방의 느낌을 진정으로 날려버리는 적극적인 자세가 아닐까 싶다.

 

지금까지 계속 해서 변화해온 예능의 흐름을 들여다보면 거기 분명한 이경규의 자리가 보인다. 하지만 그것이 과거의 전설로 남기보다는 현재 진행형으로 앞으로도 계속되기를 기대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과거에 만들어진 관성을 과감히 벗어버리고 뛰어넘으려는 고통이 반드시 따를 것이다. 하지만 그것을 넘어서기만 한다면 이경규는 진정한 우리 예능의 기둥으로 추앙받을 자격이 충분할 것이다.

 

<무도>, 기부금보다 귀했던 유재석의 마음

 

죄송하다. 내가 사고를 내지 말았어야 했다. 내 잘못이다. 내가 차를 고장 내서 그렇다.” 유재석의 이 말이 왜 그렇게 큰 울림으로 다가왔을까. <무한도전> 스피드레이서 특집에서 유재석은 결전을 이틀 남기고 난 사고 때문에 갑자기 다른 차량으로 대회에 나가게 되었다. 하지만 엔진에 문제가 생겨 가속이 되지 않는 바람에 달리고 싶어도 달릴 수 없는 처지에 놓이게 됐다.

 

'무한도전(사진출처:MBC)'

무려 5개월 간의 준비기간이다. 그 긴 시간을 부단히도 노력하고 달려온 유재석이 아닌가. 그를 가르쳐주던 프로들도 이제 가르칠 입장이 아니라고 할 정도로 일취월장한 그였다. 그런데 결전의 문턱에서 만난 의외의 사고로 달릴 수 없는 차량을 모는 그는 얼마나 안타까웠을까. 그런 그가 남 탓이 아닌 자기 탓을 하며 죄송하다”, “괜찮다를 반복하는 모습은 보는 이들을 뭉클하게 만들었다.

 

사고로 인해 달리지 못하는 자신이 가장 고통스럽고 안타깝겠지만 그것이 자기 혼자만의 준비가 아니었다는 것을 그 누구보다 잘 아는 그였기 때문이다. 차와 함께 동고동락한 정비사들이나 그에게 레이싱을 가르쳐준 프로 선수들, 그리고 이 대회를 위해 방송을 준비해온 <무한도전> 제작진들, 또 스폰서가 되어주겠다고 그가 약속했던 나눔의 집의 할머니들까지 그는 떠올렸다. 그러니 어찌 자신의 안타까움이 우선이겠는가.

 

이미 대회의 결과는 우리가 알고 있다. 멤버 전원 완주 실패. 그래서 예고편에 잠깐 등장한 멤버들의 눈물바다는 아직 보지 못했어도 미루어 짐작 가는 바가 있다. 지금까지 장기 프로젝트를 하면서 그들이 쏟았던 눈물을 떠올려 보라. 그것은 한계 이상으로 자신을 내던진 이들이 프로젝트가 끝났을 때 느낄 수밖에 없는 회한과 아쉬움과 자기 위안 같은 것들이 뒤범벅된 감정일 것이다. 스피드 레이서 특집은 오랜만에 장기 프로젝트를 통해 <무한도전> 특유의 진심을 드러낼 참이다.

 

예능이 그저 저들끼리 웃고 까불고 하는 것이 아니라 온몸으로 부딪치고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것이라는 걸 <무한도전>은 그간의 장기 프로젝트를 통해 보여주곤 했다. 흉내 내는 것이 아니라 진짜 도전하는 것. 그 진심을 확인했기 때문에 시청자들은 결과와 상관없이 그들의 도전에 아낌없는 박수를 쳐주었던 것. 사실 <무한도전>의 도전은 그래서 성공보다는 실패에서 그 가치가 더 빛나기 마련이다. 불가능해 보여도 일단 부딪쳐보고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그 정신.

 

우승도 아닌 완주도 못한 유재석이 경기가 끝나고 나눔의 집을 찾아가는 그 마음은 어땠을까. 아마도 할머니들과의 약속에 대한 아쉬운 마음이 그를 나눔의 집으로 인도하지 않았을까. 그가 기부한 2천만 원이라는 돈의 액수보다 더 귀한 건 그가 이번 대회를 통해 보여준 마음이다. 약속을 지키려는 마음, 잘 안된 일에 남 탓을 하기 보다는 자기 잘못이라고 스스로 책임지는 마음. 지금의 리더라고 하는 이들에게서 좀체 발견할 수 없었던 그 마음.

 

박명수에게서 광대의 기질을 느낄 때

 

마치 찰리 채플린이 <독재자>라는 영화를 통해 세상의 독재자들을 희화화했듯이 <무한도전> 선거특집의 박명수는 선거에 즈음해 벌어지는 온갖 정치인들의 행태들을 풍자하는 듯 보였다. 선거에 목적이 있는 게 아니라 유재석 저지를 목표로 하고 있다는 발언으로 네거티브 선거 운동에 대한 뾰족한 풍자를 보여주었고, 수박 한 통을 사면서도 가격을 깎는 모습이나 그걸 들고 선배 한무를 찾아 선거운동 청탁을 하는 장면도 예사롭지 않았다.

 

'무한도전(사진출처:MBC)'

흥미로운 건 박명수가 자신을 ‘MBC의 성골로 캐릭터화 했다는 점이다. MBC의 순수혈통, MBC의 가족, MBC의 상징으로 자신을 내세운 박명수는 후배들을 챙기는 모습을 캠페인 영상으로 내보냈지만, 공개된 메이킹 필름 속에서는 후배들에게 명령하고 호통 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정치인들의 거짓 이미지를 에둘러 비판했다.

 

자신의 지지율이 별로 없어 당선 가능성이 사라지자 노홍철과 유재석을 오가며 자신의 이득만을 챙기는 철새 정치인의 모습을 연출해 보여주었고, TV 토론회에서는 갑자기 유재석 지지를 선언했다가 이를 철회하고 시민 논객으로 둔갑하기도 했다. 난데없이 스튜디오에서 전화연결을 해 토론회에 참여하다 진행자인 정관용과 대립하는 모습으로 웃음을 주기도 한 그는 갑자기 정관용의 팬을 자처하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이번 선거 특집을 통해 보여준 박명수의 모습은 한 마디로 망가짐에 대한 두려움이 없고 거침이 없다는 것이다. 그는 정치인들의 거드름을 희화화시키기도 했고 성골을 자처하며 관계를 내세우는 정치인들의 유착을 풍자하기도 했으며, 거짓 이미지 정치와 철새 정치인들을 비판하다가 나중에는 시민논객으로 변신하는 등 끊임없는 변화를 보여주었다. 이 변화의 과정에서 그가 보여준 정치 풍자의 폭은 입체적으로 다양해질 수 있었다.

 

이것은 유재석이 기본에 충실하자고 외치고 노홍철이 투명성을 강조하며 또 정형돈이 소탈한 서민적 이미지를 계속 보여주고 하하의 의리를 내세우는 그 일관된 모습과는 사뭇 다른 행보다. 박명수는 당선에 대한 의지보다는 오히려 자신을 정치인의 희화화된 모습으로 한없이 망가뜨려 풍자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이것이 가능한 것은 박명수가 지금껏 일관되게 해왔던 캐릭터 때문이다. 그는 1인자를 꿈꾸는 모습을 보여준 적이 있지만 결코 1인자가 된 적은 별로 없었다. 게다가 유재석처럼 늘 긍정적이고 바른 이미지를 보여준 적도 없다. 호통치고 때로는 부정적인 이미지를 구사하면서 욕을 먹으며 웃음을 주는 캐릭터가 바로 박명수라는 것.

 

바로 이 웃음을 주기 위해 기꺼이 욕먹는 캐릭터라는 지점은 박명수가 풍자와 패러디를 소재로 했을 때 그 누구보다 더 빛을 발하는 이유가 된다. 박명수의 의도적인 부정적 이미지는 정치인 풍자 같은 경우에 있어서 더 자연스럽고 강력하게 다가온다. 그것이 박명수의 진짜 모습인지 아니면 정치인 풍자인지가 애매해질 정도로 자연스러워질 때 풍자의 강도도 높아진다는 점이다.

 

박명수가 선거 후보자에서 시민의 대표를 자처하고 나섰을 때 순간적으로 정치인과 보통 사람들 사이의 경계가 해체된다. 정치인이라고 특별할까. 박명수의 지극히 세속적이고 현실적인 모습은 그래서 선거 후보자 같은 캐릭터 설정의 이면으로 드러날 때 일종의 폭로의 쾌감을 선사한다. 박명수는 그 희화화를 통해 말하고 있는 듯하다. 잘난 사람들이라고 다를 바 없고, 오히려 못한 경우가 더 많다고.

 

본래 예전부터 광대가 대중들에게 웃음을 주는 기제는 그 낮은 자세였다. 대중들보다 더 낮은 위치를 보여줌으로써(이를 테면 바보 같은) 보는 이들에게 우월감을 심어주는 것. 하지만 여기서 광대가 상황을 뒤집는 경우도 있다. 때때로 임금 흉내를 내며 희화화할 때다. 대중들은 그 순간 임금을 다른 존재로 여겨지게 만들어 놓은 시스템이 무너지며 광대와 동질화되는 쾌감을 느낀다. 박명수가 때로는 유재석보다 더 멋지게 느껴질 때가 바로 그 때다. 그가 광대의 기질을 드러낼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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