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한 권으로도 제대로 놀 줄 아는 <1>

 

이젠 계획이 틀어져도, 책 한 권만 있어도 충분히 재밌을 수 있다? <12> 제주도편이 보여준 건 오히려 계획에서 틀어질 때 이 여행 버라이어티는 훨씬 더 재밌어진다는 것이었다. <12>은 본래 우리나라 최남단인 마라도가 최종 목적지였지만 풍랑 때문에 배를 탈 수 없게 되자 마라도가 멀리 보이는 하모 해수욕장에서 복불복을 했다.

 

'1박2일(사진출처:KBS)'

작년 갑작스런 기상악화로 섬에 들어가지 못했을 때 출연자들로부터 플랜 B가 없다고 비난받았던 제작진들은 나름 준비한 해녀복을 챙겨 입고 이른바 해녀 올림픽 3종 경기를 했다. 바람이 쌩쌩 부는 해수욕장에서 해녀복을 입은 출연자들은 코끼리코를 하고 달리기, 멀리 뛰기 그리고 바닷물에 살짝 앉아 손뼉으로 상대방 넘어뜨리기를 했다. 지극히 단순한 복불복이지만 해녀복을 챙겨 입은 출연자들은 그 모습만으로도 웃음을 주기에 충분했고, 바람 부는 해수욕장은 훌륭한 배경이 되어주었다.

 

이 날의 압권은 점심식사가 끝난 후 저녁 숙소를 놓고 벌인 낚시잡지로 하는 낚시(?) 복불복이었다. 어린 시절 누구나 한 번쯤은 해봤을 책 페이지를 넘겨 거기 나온 물고기수로 승패를 확인하는 이 복불복은 물고기 한 마리당 숙박비 5천 원을 두고 벌어졌다. 어찌 보면 어린 아이 장난 같은 이 복불복 게임은 그러나 의외의 팽팽한 긴장감과 반전으로 큰 웃음을 주었다.

 

차태현이 펼친 페이지에 구름처럼 몰려드는 자리돔떼가 나오자 낭패한 유호진 PD는 깜짝 놀라 쓰러졌고, 오히려 출연자들에게 봐달라며 가격을 흥정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책 페이지를 열어 확인하는 단순한 복불복은 실제 낚시보다 더 흥미진진해졌다. 특히 압권은 마지막 주자로 나선 정준영이 유호진 PD를 상대로 일종의 속임수 기술(?)을 쓴 것. 마치 엄청난 물고기떼 페이지를 연 것처럼 꾸며 5만 원을 받아냈지만 사실 페이지에는 물고기가 한 마리도 없었다.

 

낚시는 예능 프로그램의 금기 중 하나다. 그냥 생각하기에는 낚시만큼 드라마틱한 소재가 없을 것 같지만 실제로는 한없이 기다리는 게 대부분일 수밖에 없어 지루해지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과거 <12>에서도 낚시를 소재로 한 적이 있었지만 정작 물고기를 잡는 것으로 재미를 만들지는 못했다. 낚시가 재밌을 수 있는 건 낚시TV 같은 곳에서 꽤 긴 시간을 할애해 전문가들이 투입됐을 때 이야기다. 버라이어티처럼 호흡이 짧은 형식에서는 그리 좋은 소재가 아니라는 것.

 

하지만 복불복으로 실내에서 펼쳐진 <12>의 잡지책 낚시는 그 어떤 낚시 소재의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발견하기 힘든 재미들이 쏟아졌다. 그것이 가능했던 것은 이 복불복이 낚시 그 자체에 집중하기보다는 출연자들과 제작진 사이의 밀고 당기는 게임에 더 집중했기 때문이다. 어떻게든 힘든 숙소를 제공하려는 제작진과 어떻게든 좋은 숙소를 얻으려는 출연자들 사이의 팽팽한 대결구도가 만든 흥미진진함.

 

이제는 책 한 권으로도 충분히 재밌어지는 <12>은 그래서 지난 1년 간 얼마나 제자리를 잡았는가를 가늠할 수 있게 해준다. <12>은 물론 여행이 주요소재지만 재미의 백미는 출연자와 제작진 사이의 복불복 대결이다. 강하게 밀어붙이면서도 어딘지 정감이 가는 유호진 PD는 이제 출연자들과의 밀고 당기기를 해낼 수 있을 만큼 제대로 자신만의 캐릭터를 잡아가고 있다. 시즌3에 새롭게 투입된 김주혁, 정준영, 김준호도 마찬가지. <12>은 이제 계획에서 벗어나도 또 어떤 소소한 복불복을 해도 충분히 재미를 줄 수 있는 프로그램이 되었다.

 

유호진 PD의 몰카는 왜 특별할까

 

<12> 유호진 PD가 또 멤버들에게 당했다. 1주년을 맞아 미스에이 수지를 데려오라는 미션에 엉뚱하게도 <개그콘서트>의 개그우먼 이수지를 부른 출연자들은 그녀에게 유호진 PD를 전화로 속여달라고 요청했다. ‘황해에서 보이스피싱을 했던 그 경험(?)이라면 충분히 그를 속일 수 있을 거라는 것. 실제로 그녀는 수지의 소속사인 JYP 엔터테인먼트 매니저를 사칭해 유호진 PD에게 항의전화를 했고 거기에 그는 깜박 속아 넘어갔다.

 

'1박2일(사진출처:KBS)'

나중에 목적지에 도착해 그 날의 미션을 정산하면서 차태현을 통해 자신이 속았다는 걸 알게된 유호진 PD는 특유의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황당해했다. 출연자들은 유호진 PD가 당하는 모습을 보며 즐거워했다. <12>은 이명한 PD부터 나영석 PD 그리고 최재형 PD 등을 거치면서 PD들이 출연자들에게 당하는 모습을 여러 번 연출해왔다. 그런데 역시 당하는 PD로서의 백미는 유호진 PD. 이상한 일이지만 그가 당할 때면 오히려 그만의 매력이 묻어난다.

 

사실 유호진 PD라는 존재가 처음 알려진 것도 <12> 시즌1에서 신입PD로 들어온 그가 강호동에게 몰래카메라를 당했던 순간부터였다. 마치 싸움이 벌어진 것 같은 장면을 연출한 강호동과 다른 출연자들 사이에서 유호진 PD는 어쩔 줄 몰라 하는 모습을 보여줘 큰 웃음을 선사했다. 그간 <12> 시즌3PD로서 메가폰을 잡게 되었다는 소식에 시청자들이 반색한 건 그 때의 그 기억이 새록새록 떠올랐기 때문이다.

 

도대체 유호진 PD의 무엇이 그가 당하는 일종의 몰래카메라를 이토록 특별하게 만드는 것일까. 그것은 아마도 몰래카메라를 통해 그에게서 보이는 어떤 빈 구석이 인간적인 모습으로 다가오기 때문일 것이다. 사실 PD라는 위치는 무언가를 지시내리는 의 입장에 서기 마련이다. 따라서 출연자에게 더 집중하고 애정을 갖기 마련인 시청자들에게 자칫 잘못하면 그 갑의 지시는 탐탁찮게 다가올 수도 있다.

 

하지만 유호진 PD는 다르다. 물론 PD라는 위치에 있기 때문에 단호하게 미션의 결과에 따라 복불복 벌칙을 수행시키는 모습을 보여주지만, 몰래카메라를 통해 드러나는 모습은 그런 단호함과는 사뭇 다른 인간적인 냄새가 묻어난다. 또한 그가 프로그램을 걱정하고 출연자들을 걱정하는 그 마음이 묻어난다. 1주년을 맞아 출연자들끼리 촬영하라고 카메라를 건네주고도 마치 강가에 내놓은 아이를 보듯 그것이 못내 불안해 미행을 붙이는 것에서도 그런 마음은 묻어난다.

 

유호진 PD<12>의 수장으로 앉힌 서수민 PDPD의 자질 중 가장 중요한 게 무엇이냐는 질문에 인성이라고 말하며 유호진 PD의 따뜻한 성품을 얘기한 적이 있다. 독하게 PD로서 뭔가를 밀어붙여도 그에게서는 인간미가 묻어난다는 것이다. 서수민 PD의 이 말은 현재의 예능 프로그램들에서 중요한 시사점을 얘기해준다.

 

요즘처럼 제작진들까지 드러날 정도의 리얼로 가는 예능 환경에서 PD의 성품이나 성향은 프로그램에도 고스란히 드러나기 마련이다. 어찌 보면 콘텐츠에 대한 호감은 바로 그걸 만드는 이의 성품에서 비롯되는 일일 수 있다. 나영석 PD표 예능에 그의 깐족대길 좋아하면서도 인간미 넘치는 속내가 드러나듯, 유호진 PD<12>에도 그만의 소시민적이면서도 따뜻한 정이 느껴진다. 왠지 모르겠지만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하는 유호진 PD의 그 성품. 바로 그것이 어쩌면 <12> 새로운 시즌의 1주년을 부활로서 받아들이게 한 진짜 요인인지도 모른다.

 

여행지 강박 버리자 <1박2일>이 얻은 것

 

서울 이 거대한 도시가 기적처럼 잠드는 1년 중 단 하루 설날. 빌딩과 인파 속에 숨겨졌던 낯선 서울의 얼굴을 찾는 단 하루의 마법 같은 시간여행.’ <12> 서울편은 이런 자막과 함께 지금껏 우리가 늘 봐왔던 차와 인파로 북적대는 서울이 아니라 텅 빈 낯선 서울의 모습을 보여주며 시작한다. 익숙함에서 낯설음을 찾는 것. <12> 서울편으로 보여주려 한 것은 여행이 가진 이 마법적인 힘이었다.

 

'1박2일(사진출처:KBS)'

대학로에 있는 가장 오래된 다방 학림다방, 장충동에 있는 가장 오래된 빵집 태극당, 연지동에 있는 가장 오래된 사무실 대호빌딩, 중랑천에 있는 가장 오래된 다리 살곶이 다리, 그리고 서울 한 복판에 있는 정동의 배재학당, 서울시립미술관, 중명전과 구러시아공사관. 이 오래된 공간들은 무심코 지나치며 살아왔던 우리들에겐 그다지 큰 의미를 주지 못했던 게 사실이다. 그것은 시간과 흔적이 어떤 의미인지 실감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12> 출연자들이 찍은 자신들의 사진과 그 똑같은 공간에서 찍은 부모님들의 사진이 오버랩 됐을 때 그들은 비로소 실감할 수 있었을 것이다. 시간과 공간이 어떤 의미를 갖는 것인가를. 1967년 초여름 김주혁의 부모님이 데이트를 하던 명동성당에 2014년 겨울 김주혁이 서 있다는 것. 1973년 봄 차태현의 부모님이 신혼여행 사진을 찍었던 남산 팔각정에 2014년 겨울 차태현이 서 있다는 것. 그리고 1978년 봄 김종민의 아버님이 사진을 찍은 창경궁에 2014년 겨울 김종민이 있다는 것.

 

공간이 사실은 그 시간의 추억들을 켜켜이 쌓아놓고 있다는 걸 <12> 출연자들은 물론이고 그걸 바라보는 시청자들 또한 느낄 수 있지 않았을까. 그러니 그들이 그날 하루 지나온 공간들이 주는 느낌 또한 새로워질 수밖에 없다. 학림다방에서 얼마나 많은 이들이 음악을 들었을 것이며, 데이트 온 연인들이 태극당의 빵을 먹었을 것이며, 거의 100년이 된 대호빌딩이 얼마나 많은 이들을 품었을 것인가. 5백년도 넘은 조선시대 지어진 그 살곶이 다리 위로 얼마나 많은 이들이 걸어갔을 것이며, 정동의 그 역사적 현장 속에는 또 얼마나 많은 아픔들이 서려있을 것인가.

 

그날 하루 명동에서 시민들과 함께 환희를 연출한 김주혁과 데프콘이나, 남산의 케이블카를 타기 위해 버스킹을 했던 차태현과 정준영, 그리고 창경궁에서 때 아닌 쓸쓸한 보스 연기를 했떤 김준호와 김종민은 시간이 한참 흐른 뒤 이 곳을 다시 찾아 그 때의 기억과 추억을 되살릴 지도 모를 일이다. 시간의 기억들은 기둥 위에 새겨진 낙서처럼 공간에 흔적을 남긴다. 우리가 갔던 그 길을 우리가 알던 그 분들도 똑같이 걸어갔다는 것은 얼마나 가슴 뛰게 만드는 일인가.

 

처음부터 특별한 장소는 없다. 추억이 그곳을 특별하게 만드는 것 뿐.’ 자막으로 드러낸 것처럼 이번 서울 시간 여행 편은 그래서 <12>의 새로운 출사표처럼 보인다. 새로운 공간과 여행지에 대한 강박을 벗어나는 일은 여행에 깊이를 더하는 일이다. 공간 그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공간을 잊지 못하게 만드는 사람들과 그 사람들과 함께 했던 기억, 추억들이 더 중요하다는 것. 유호진 PD의 여행관이 투영된 <12>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는 이유다.

나영석, 신원호, 유호진PD까지, 그들의 성공 비결

 

최근 예능계에 단연 돋보이는 제작라인은 이른바 <해피선데이> 라인이다. tvN의 이명한 CP는 그 뿌리나 마찬가지다. 초창기 KBS <12>의 야생을 살려놓고 나영석 PD에게 바톤을 이어준 후, 신원호 PD를 통해 <남자의 자격>을 런칭시켰다. 이들은 지금 현재 모두 CJ로 이적해 이른바 이명한 사단으로 활동하고 있다.

 

 

'응답하라1994(사진출처:tvN)'

나영석 PD는 이적 후 첫 프로그램인 <꽃보다 할배>로 적시타를 치더니 배낭여행 연작 프로젝트인 <꽃보다 누나>는 첫 회에 10% 시청률을 넘기며 훌쩍 펜스를 넘기는 홈런을 날렸다. 신원호 PD 역시 첫 작품인 <응답하라 1997>을 성공적으로 끝내더니 후속작인 <응답하라 1994>도 우려와 달리 10%에 육박하는 시청률을 내며 화제몰이를 이어가고 있다.

 

그런가 하면 <12> 초창기에 몰래카메라로 만들어진 식당에서 폭주하는 강호동을 막기 위해 안간힘을 쓰기도 했던 유호진 PD 또한 최근 화제의 인물로 떠올랐다. 새로 <12> 시즌3의 메가폰을 잡자마자 시청률이 반등하면서 옛 영광을 재현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기대감을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도대체 이들에게 무슨 특별한 점이 있어서 이런 승승장구가 가능해질까.

 

가장 첫 번째 이유로 지목되는 건 이들 뒤에 서 있는 이우정 작가라는 존재다. 사실 이들 프로그램의 전면에 거의 PD가 등장하고 있기 때문에 시선이 거기에만 집중되지만 실제로 프로그램을 움직이는 이는 이우정 작가라고도 볼 수 있다. 그도 그럴 것이 <12>, <남자의 자격>, <꽃보다 할배>, <꽃보다 누나>, <응답하라 1997>, <응답하라 1994> 모두 이우정 작가가 뒤에서 든든하게 작가로서 지켜냄으로써 가능했던 콘텐츠들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콘텐츠의 성패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 역시 작가의 영역이라는 걸 말해주는 대목이다. 상품으로 치면 기획과 스토리에 해당하는 것.

 

하지만 여기서 한 차원 더 들어가 보면 이우정 작가를 비롯한 이른바 이명한 사단이 가진 콘텐츠에 대한 특별한 접근방식을 만나게 된다. 이것을 단 한 마디로 표현하기는 어렵지만 이들이 모두 집중하고 있는 것은 인물의 심리. 여행지나 특별한 상황 속에서 인물이 느끼는 감정 상태의 미묘한 변화를 이들을 섬세하게 잡아내는 능력이 탁월하다. 이것은 대본을 써서 되는 문제가 아니라 현장에서 발견하는 눈을 통해서만 가능한 일이다.

 

나영석 PD의 일련의 예능 프로그램들이 주는 특별함은 그래서 발견이다. 그것은 인물의 발견일 수도 있고 여행지의 발견일 수도 있으며 때로는 여행 그 자체의 발견일 수도 있다. <꽃보다 할배><꽃보다 누나>에서 가장 두드러진 발견은 할배누나로 지칭되는 인물군들의 재발견이다. <꽃보다 할배>가 어르신들의 새로운 면을 배낭여행을 통해 재발견했다면 <꽃보다 누나>는 남자들이 잘 몰랐던 여성들의 새로운 면을 재발견하고 있다. 재발견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열린 자세다. 특히 후반작업에 강점을 보이는 나영석 PD는 오히려 현장의 돌발적인 상황들에 더 집중할 수 있는 여유를 갖고 있다. 그래서 그는 열린 자세로 현장에 들어가 거기 벌어지는 일들이 어떤 스토리텔링을 가능하게 할 것인가를 늘 고민한다.

 

반면 신원호 PD는 드라마적 상황 속에서 만들어지는 인물의 심리를 영상 안에 그 정서적인 느낌까지 묻어나게 연출하는 능력이 탁월하다. 예를 들어 <응답하라 1994>에서 정우와 바로가 비오는 날 가겟집 평상에 앉아 소주를 마시는 장면이 그렇다. 이 장면에서 정우는 발을 쭉 뻗어 떨어지는 빗물에 적시며 술을 마시는데 이런 감각적인 연출은 보는 이들에게 단순한 정보가 아니라 정서를 전달한다. 똑같은 대사라고 해도 전화기 앞에 머뭇거리는 손이나, 감기로 아픈 병상에서 느끼는 그 특별한 정서 같은 것들이 묻어나면 전혀 다른 느낌을 전해주기 마련이다. 누구나 한 번쯤 경험했을 감각적인 느낌들을 잡아내기 때문에 그의 연출로 포착되는 인물들은 훨씬 더 몰입이 가능해진다.

 

<12> 시즌3 혹한기 입영 캠프에서 선보인 유호진 PD의 이른바 야생 5덕 테스트복불복은 PDMC들 간의 팽팽한 대결의식이 바탕에 깔려있었기 때문에 단순한 구덩이 하나를 파놓고도 50여 분의 방송분량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결국 인물들의 외부에 벌어진 사건이 아니라 그 내부에서 일어나는 심리적 변화에 천착하는 제작방식이 이들의 예능을 특별하게 해주는 이유가 된다는 점이다.

 

이명한 PD는 그간 웃음을 주는 것만을 오로지 목적으로 했던 예능 프로그램에 이른바 스토리텔링의 중요성을 강조했던 PD이기도 하다. 그는 웃음만이 아니라 눈물, 감동, 놀라움 등등 다양한 감정을 유발할 수 있는 예능 프로그램을 꿈꾸었다. 그러다 보니 그의 예능은 다큐와도 맞닿게 되었고, 현재는 드라마적인 극적 요소도 갖추면서 이 장르 간 벽을 해체시키고 있다. <해피선데이> 제작 라인들의 승승장구는 그저 우연이 아니다. 이들은 스토리텔링이라는 기본 서사를 바탕으로 장르적 차이가 붕괴되고 있는 현재 콘텐츠의 변화 지점을 정확히 짚어내고 있다.

 

이른바 이명한 사단의 승승장구는 우리네 일반인들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많다. 타인을 섬세하게 바라보고 거기서 특별함을 발견해내는 능력은 어쩌면 사회생활을 하는 이들에게는 가장 중요한 덕목이기도 할 것이다. 또한 정해진 룰에만 안주하기보다는 새로운 영역에 과감하게 뛰어들어 이질적인 것들 사이에 놓여진 벽을 해체하는 실험적인 도전정신 또한 융복합의 시대에 반드시 필요한 덕목일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자신의 눈으로 세상을 섣불리 규정짓기보다는 열린 자세로 세상을 발견하겠다는 그 자세는 창의적인 정신의 기본전제가 될 것이다. 2014년은 <꽃보다 누나>가 여성들을 재발견한 것처럼 당신이 재발견되는 꽃보다 당신의 해가 되기를. 훗날 응답하라 2014’로 기억 될 멋진 한 해가 되기를.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