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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해줘>, ‘좋아요누를 수밖에 없는 66색 매력

 

영화 <좋아해줘>의 제목은 페이스북의 좋아요에서 따왔다. SNS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좋아요의 의미는 남다르다. 그것은 의례적인 클릭이기도 하지만, 때로는 진심어린 관심의 표명이기도 하고 나아가 애정어린 시선이 되기도 한다. 물론 그 많은 마음의 표현들 중 선택할 수 있는 게 좋아요하나밖에 없다는 건 SNS가 가진 한계지만 어쨌든 디지털 시대에 우리는 이 연결고리를 통해 먼저누군가를 만나기도 한다.

 


사진출처 : 영화 <좋아해줘>

정통 로맨틱 코미디의 장르문법에 충실한 <좋아해줘>의 이야기는 저 옴니버스식 구성으로 다채로운 사랑의 양상을 담아내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러브 액추얼리>식을 따르고 있다. 세 커플이 등장하고 그들의 이야기는 병렬적으로 구성되다가 함께 겹쳐지기도 한다. 전형적인 로맨틱 코미디 장르 서사를 따르고 있지만 SNS라는 소재가 뻔하지 않은 재미를 선사한다.

 

한류 스타 노진우(유아인)과 스타작가 조경아(이미연), 천재적인 재능을 가졌지만 장애를 가진 작곡가 이수호(강하늘)와 연애고수지만 마음이 따뜻한 신입 PD 장나연(이솜), 나이들었지만 어딘지 어리바리한 스튜어디스 함주란(최지우)과 그녀와 동거하게 되는 자칭 연애전문가이자 요리사 정성찬(김주혁). 이들의 멜로는 저마다의 방식으로 SNS를 활용한다. 노진우는 조경아의 SNS 사진을 통해 그녀에게 점점 빠져들고, 이수호와 장나연은 SNS로 밀당을 한다. 함주란은 정성찬이 코치하는 대로 SNS에 사기 사진(?)을 올려 관심있는 남자의 주목을 끌려한다.

 

SNS를 통해 벌어지는 멜로의 이야기가 가진 참신함이 존재하지만 무엇보다 이 영화에 몰입하게 만드는 건 이들 6명의 배우들이 마치 진짜 자신들의 모습인 양 보여주는 6색의 매력이다. 유아인은 역시 톱스타답게 허세로 똘똘 뭉친 캐릭터지만 미워할 수 없는 귀여움과 박력을 겸비한 매력을 선보이고, 이미연은 여전히 젊은 세대에게도 어필하는 털털한 매력을 한껏 뽐낸다. <동주>에서 확연히 느낄 수 있었던 그 진정성이 느껴지는 눈물 연기가 매력적인 강하늘과 <마담 뺑덕>과는 전혀 다른 순수하고 따뜻한 매력을 드러내는 이솜의 연기도 돋보인다. 또한 <12>과 일련의 나영석 PD 예능에서 각각 빛났던 김주혁과 최지우의 빵빵 터지는 로맨틱한 웃음 역시 빼놓을 수 없다.

 

사실 이 영화에서 아쉬운 것은 개봉 시기다. 만일 이 영화가 연말 크리스마스 시즌 정도에 개봉되었다면 어땠을까. 훨씬 더 추운 겨울을 따뜻하게 해주는 영화가 되지 않았을까. 하지만 알다시피 작년 한 해 동안(심지어 연말까지) 극장가를 달군 장르들은 사회극적인 요소가 가미되어 있는 일종의 복수극들이었다. <베테랑>에서부터 <내부자들> 그리고 <검사외전>까지. 이런 상황이니 로맨틱 코미디 같은 가벼운 멜로물이 설 자리가 없었던 것.

 

하지만 꽤 오랫동안 극장가에서 복수와 분노로 들끓는 영화들에 조금 지쳐 있다면 <좋아해줘> 같은 마음까지 밝아지는 편안한 영화가 쉼터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저 면면을 보기만 해도 좋아요를 눌러주고 싶은 배우들이 저마다의 매력을 톡톡 터트리며 그간 무거웠던 우리네 감성을 가볍게 털어주는 듯한 유쾌함이 절로 느껴지는 영화다

Posted by 더키앙

중요하지 않다 해도 강력한 힘 발휘하는 <응팔> 멜로

 

<응답하라1988>에서 덕선(혜리)의 남편이 누구일까에 대한 궁금증은 이제 최고조에 올랐다. 좁혀진 대상은 택이(박보검)와 정환(류준열). 심지어 네티즌 수사대(?)가 장면 속에 있는 소품들까지 체크해가며 누가 미래의 남편일지에 대한 추론을 내놓을 정도다. 스포일러가 쏟아지는 것 때문에 제작진들이 곤란해진 입장이라고 하지만 이 정도의 호기심과 궁금증이라면 스포일러가 나오지 않는 게 이상할 정도다.

 


'응답하라1988(사진출처:tvN)'

소개팅남에게 바람맞고 가벼운 차림으로 나오다 쌍문동 골목 친구들의 눈에 띠어 그대로 이승환 콘서트장에 가는 길이라고 둘러댄 덕선(혜리)은 추운 날씨에 콘서트장 앞에서 벌벌 떨며 친구 자현(이세영)을 기다렸다. 그 사실을 뒤늦게 안 정환이 콘서트장을 향해 달려가는 장면은 이제 그가 드디어 덕선에게 고백을 하는가 하는 기대감을 자아내게 만들었다.

 

하지만 먼저 도착한 건 택이. 그는 승부사답게 그 날의 대국에 최초로 기권패를 당하면서까지 덕선이 있는 콘서트장을 향해 달려갔다. 뒤늦게 택이가 먼저 온 사실을 안 정환은 운명을 탓하며 돌아서야 했다. 택이가 미래의 남편일 지도 모른다는 이 장면은 미래의 덕선(이미연)이 남편이 인터뷰를 싫어한다는 이야기를 꺼내면서 역시 택이가 남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갖게 만들었다. 이미 인터뷰를 싫어하는 택이의 에피소드가 나왔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만화책 좀 그만 보라는 미래의 덕선의 이야기는 또 그 남편이 정환이 아닐까 하는 추측을 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드라마 마지막에 이르러 친구들끼리 모인 자리에서 정환은 반지를 꺼내놓고 덕선에게 의외의 사랑고백을 했다. “원래 졸업할 때 주려고 했는데 이제 준다. 나 너 좋아해. 매일 같이 너네 집에서 한 시간 넘게 기다리고 너 독서실에서 올 때까지 걱정돼서 한 숨도 못 잤다. 내 신경은 온통 너였다.” 하지만 이 고백은 동룡(이동휘)에게 이제 됐냐 XX? 이게 네 소원이라며?”하는 말 한 마디로 농담처럼 뉘앙스가 바뀌었다. 결국 친구들과 덕선이 모두 웃고 넘어가는 에피소드로 끝나 버렸다.

 

드라마 시작 전 시청자들은 또 남편 찾기콘셉트의 이야기를 <응답하라1988>에서도 할 것인가에 대해 궁금해 했다. 그 때 신원호 PD는 물론 <응답하라1988>의 이야기는 가족에 대한 것이지만 재미 요소로서 남편 찾기는 빠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드라마가 시작되기 전까지만 해도 시청자들은 남편 찾기콘셉트가 이제는 식상하다고 생각했던 것.

 

하지만 결말에 이르자 신원호 PD가 말했던 것처럼 남편 찾기콘셉트의 힘이 서서히 드러나기 시작했다. 그것은 택이와 정환. 두 캐릭터에 대한 애정이 그 어느 때보다 더 강렬하게 시청자들에 어필하고 있다는 뜻이다. 누구 하나를 조연이나 악역으로 만들지 않고 둘 다 덕선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고는 서로 배려하는 모습은 두 캐릭터에 대한 호감과 안타까움을 동시에 키워놓았다.

 

물론 그간 <응답하라1988>이 다룬 건 멜로만이 아니었다. 부모와 자식 간의 사랑과 형제, 남매, 자매 간의 애정. 또 친구들 사이의 우정 등이 다양한 캐릭터들의 조합을 통해 보여지면서 드라마에 훈훈한 정을 느끼게 했다. 하지만 역시 뒤로 갈수록 강력한 한 방은 덕선의 미래 남편에 대한 궁금증으로 집중되는 양상이다. 심지어 과열 양상까지 띠는 상황. 이러니 신원호 PD가 말했듯 이 재미요소를 버릴 수는 없는 일이었을 게다



Posted by 더키앙

<꽃보다 누나>가 그렸던 고 김자옥의 면면들

 

그녀는 우리에게 <꽃보다 누나>로 남았다. 폐암 투병 끝에 별세한 배우 김자옥. 그것이 그녀의 마지막 모습으로 각인된 것은 어쩌면 서둘러 떠난 그녀에게도 좋은 기억이었을 것이다. “너는 행복했으면 좋겠다고 진심을 담아 말해 이미연을 눈물 흘리게 했던 그 모습은 이제 마치 그녀의 유언처럼 우리에게 남았다. 모두를 축복하고 그녀는 떠난 것이다.

 

'꽃보다 누나(사진출처:tvN)'

그러고 보면 그 때 당시 그녀가 왜 그렇게 여유 있는 모습을 보였던가가 이제야 이해가 된다. 여행길에서 모두가 당황해하거나 길을 찾아 헤맬 때도 전혀 개의치 않던 모습. 심지어는 모두가 걱정할 때 느긋하게 벤치에 누워 그 짧은 시간조차 아깝다는 듯이 즐기던 그 모습은 생전에 그녀가 대했던 삶의 치열함을 말해줬던 것은 아니었을까.

 

죽음을 가까이 두고 살아간다는 건 그래서 어쩌면 진짜 삶에 가까워지는 일인지도 모른다. 여행 중 발견한 작은 일에도 아이처럼 좋아하던 그녀의 모습은 마치 삶의 소중함을 그 누구보다 잘 알았던 분의 진심이 담겨 있었을 것이다. 때론 귀여운 소녀처럼 깔깔 웃기도 하고, 갑자기 떠오르면 어디서든 춤을 추기도 하는 그런 자유로움이 삶을 대하는 남다른 태도에서 기인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꽃보다 누나>에서 그녀는 죽음을 생각했던 과거를 술회하기도 했다. 암 수술을 한 게 전이가 되면서 이렇게 죽는 것인가하고 생각했다는 것. 그녀가 항암치료를 받았고 또 공황장애를 겪고 있었다는 것은 <꽃보다 누나>의 특별한 여행을 통해 알려졌다. 겉으로 늘 밝게 웃고 주변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드는 행복바이러스였던 그녀의 몰랐던 아픔이었다.

 

하지만 여행을 통해서 그녀가 보여준 건 아픔이 아니라 오히려 행복이었다. 그녀와 함께 손을 꼭 잡고 걷던 김희애와 그녀에게 팔짱을 끼며 살갑게 다가왔던 이미연을 기억할 것이다. 떠나기 전날까지도 두렵고 힘겨워했던 그녀의 모습은 여행 중 어디에서도 발견하기 힘들었다. 그렇게 그녀는 <꽃보다 누나>로 우리 기억 속에 남았다.

 

공주는 외로워를 부르며 짐짓 공주병인 척 우리에게 웃음을 주었지만, 사실 그녀의 병이 암이었다는 것을 알게 된 지금은 그 웃음의 의미가 새롭게 다가온다. 누군가에게 행복감과 즐거움을 느끼게 해준다는 것. 또 누군가를 웃게 해준다는 것은 어쩌면 그녀의 삶에서 가장 소중한 일이었을 것이다.

 

왜 저렇게 급하게 저러지? 결국 다 될 건데...” 그녀는 <꽃보다 누나>에서 막 급하게 사는 사람들에 대해 이런 이야기를 남겼다. 이 한 마디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만든다. 무엇 때문에 그렇게 하루하루를 다급하게 살아가는가. 또 무엇 때문에 발을 동동 구르는가. 결국 시간이 지나면 다 될 것인데 말이다. 그렇게 그녀는 그녀의 말대로 다 이루고 떠나갔다. 우리에게 <꽃보다 누나>의 기억으로 남은 채.

 

Posted by 더키앙

<누나>, 이승기가 발견시킨 김희애와 이미연

 

나영석 PD<꽃보다> 시리즈는 배낭여행 프로젝트라는 부제가 붙어 있지만 여행만큼 중요한 것이 인물의 재발견이다. <꽃보다 할배>가 재발견시킨 것은 어르신들이었다. 어딘지 고압적이고 권위적일 것만 같던 어르신들이 아이처럼 순수해지고, 심지어 청춘들에게 소통의 손길을 내밀었을 때 대중들은 반색했다. 어르신들이 귀요미처럼 여겨지게 되는 순간 세대 간의 벽은 무너졌다. 여기서 짐꾼 이서진은 어르신들의 사랑을 독차지하며 세대 간의 소통을 대변하는 역할을 해주었다.

 

'꽃보다 누나(사진출처:tvN)'

그렇다면 <꽃보다 누나>가 재발견시킨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누나로 지칭되는 여자들이다. 여기서 중요해지는 인물은 이승기다. 그는 누난 내 여자니까-”를 외치며 뭇 여성들의 마음을 사로잡았지만 김자옥이 여행 전 사전미팅에서 말한 것처럼 여자를 잘 모르는동생이다. 대표로 한 사람이 드라이기를 챙겨가자고 하자, 누나들은 그럼 줄 서서 기다려야 하니?”하고 일제히 그에게 핀잔을 줄 정도로.

 

터키 공항에 내린 지 한 시간 만에 이승기는 윤여정의 말처럼 별 쓸모없는 애가 되어버린다. 숙소까지 갈 교통편을 찾기 위해 이리 뛰고 저리 뛰며 땀을 뻘뻘 흘리기는 하지만 그다지 성과는 없는 이승기가 짐꾼에서 으로 강등되는 순간, 그러나 누나들의 존재감과 캐릭터는 살아나기 시작했다. 윤여정은 특유의 센 이미지와 함께 유창한 영어로 똑 부러진 문제해결능력을 선보였고, 김자옥은 어떤 상황에서도 결코 초조해하지 않는 초긍정의 성격을 드러냈다.

 

무엇보다 새로운 면모를 드러낸 두 인물은 김희애와 이미연이다. 김희애는 사실상 자신이 다 찾아놓은 교통편을 은근슬쩍 이승기의 공으로 돌려놓는 모습을 통해 지혜로운 여성의 한 면을 보여주었다. 그것은 또한 모성애에 가까운 모습이기도 했다. 마치 아이를 키우는 엄마가 사실은 자신이 해놓은 일이지만 아이가 스스로 한 것처럼 느끼게 해주기 위해 한 발 물러서 멀리서 바라만 보고 있는 그런 모습.

 

이미연은 특유의 급한 성격을 보여주면서도 동시에 주변 인물들을 살뜰히 챙기면서 동시에 이승기의 부족한 면을 채워주려는 든든한 누나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틀째 여행에서 사전답사를 가는 이승기를 따라가면서 등을 토닥여주기도 하고, 함께 윤여정과 걸어갈 때는 친근하게 손을 꼭 잡고 걷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팽이에 정신 팔린 이승기가 뿔뿔이 흩어진 누나들 때문에 멘붕을 겪는 사이에도 이미연은 누나처럼 그를 챙겨주기도 했다.

 

이승기는 이 과정에서 삼룡이가 되어버렸지만, 바로 그 빈 구석이 누나들의 여성성을 끄집어내주고 있다는 점은 어쩌면 <꽃보다 누나>의 캐스팅이 의외의 효과를 만들어내고 있다고 보여진다. 여자를 잘 모르는이승기가 여자에 대해 하나씩 알아가는 이야기는 <꽃보다 누나>의 핵심적인 재미이자 의미이기 때문이다. 시청자들은 이승기라는 시점을 통해 여배우들의 진짜 얼굴을 발견하면서 동시에 여성성을 재발견하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이다.

 

그래서 결국 이 여행은 이승기의 성장담과 여배우들의 배우가 아닌 여성으로서의 발견을 동시에 그려낸다. 이승기와 여배우들이 서로를 알아가는 과정은 그래서 중요하고, 그 시작점으로서의 이 된 짐승기는 최적의 캐릭터가 되는 셈이다. 센 이미지 뒤에 숨겨진 섬세함과 세심함을 보여주는 윤여정과, 나이와 상관없이 여전히 소녀 같은 김자옥, 우아함과 지혜로움을 동시에 드러내주는 김희애, 그리고 털털하면서도 붙임성 좋은 사근사근함을 보여주는 이미연까지. 이승기의 빈 구석은 그녀들의 현명함을 끄집어내주는 동인으로 작용한다.

 

저마다 스크린과 TV를 통해 배우로서의 페르소나를 가진 네 명의 여배우들을 재발견한다는 것. 그리고 그를 통해 여성성의 특별함을 경험한다는 것은 그 자체로 흥미롭고 즐거운 일이다. 보호본능처럼 그 여성성을 끌어내게 만드는 이승기의 허당기는 윤여정이 눈물을 쏟을 만큼 큰 웃음을 주는 <꽃보다 누나>의 핵심적인 재미이기도 하다. 그러니 <꽃보다 할배>에서 이서진이 중요했던 만큼, <꽃보다 누나>에서 이승기는 단연 주목되는 인물이다. 비록 누나들의 구박을 받고 있지만 바로 거기서부터 이 예능의 동력이 생겨나고 있으니 말이다.

Posted by 더키앙

김희애에 이미연, 게다가 이승기까지 실패할 수 없는 섭외

 

나영석 PD의 섭외력은 실로 놀랍다. <꽃보다 할배>를 잇는 두 번째 배낭여행 프로젝트에 섭외된 여배우들이 윤여정, 김자옥, 김희애, 이미연이란다. 윤여정이나 김자옥이야 가끔 토크쇼 등에서 존재감을 보여줬던 여배우들이지만 김희애에 이미연이라니. 드라마에서 카리스마를 보여주던 여배우들이지만 거의 예능에 맨얼굴을 드러내지 않던 그들이 아닌가.

 

'나영석PD(사진출처:CJ E&M)'

나PD의 섭외력은 단지 섭외를 잘 한다는 그런 의미만이 아니다.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섭외된 이들에 대해 대중들이 갖는 기대감을 정확히 알고 있다는 점이고, 또한 이들의 조합이 주는 기대감 역시 꿰고 있다는 점이다. 이것은 이미 <꽃보다 할배>에서도 보여진 적이 있다. 배낭여행을 이순재, 신구, 박근형, 백일섭이 함께 떠난다는 사실은 그 명배우들의 면면만으로도 기대감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그들이 짧게 보여준 이른바 ‘일섭다방’에 대한 폭발적 반응은 사실상 본방 전에 이미 승부를 끝낸 것이나 마찬가지 결과를 가져왔다.

 

이것은 배낭여행 프로젝트 2탄으로 떠나는 여배우들도 마찬가지다. 윤여정이 누군가. ‘여배우’라고 하면 딱 떠오르는 얼굴이 아닌가. 김기영 감독에서부터 김수현, 인정옥, 노희경 작가, 최근에는 임상수 감독까지 페르소나로 여겼던 배우. 김수현 작가는 그녀 특유의 툭툭 끊어지는 대사와 독설에서 밉지 않은 중년여자 캐릭터를 발견해냈고, 노희경 작가는 그녀에 대해서 “막말조차 정이 묻어나는 위안이나 쓸쓸한 인생에 대한 정의”로 만들어버리는 배우라고 했다. 그 윤여정이 페르소나를 벗고 맨 얼굴을 드러낸다는 것.

 

김희애가 <내 남자의 여자>에서 보였던 독한 카리스마는 또 어떻고. 아마도 이 카리스마는 배낭여행을 통해 보여지는 새로운 면모와의 비교영상만으로도 큰 웃음을 선사할 수 있을 것이다. 또 “내가 조선의 국모다”를 외쳤던 <명성황후>의 이미연의 이미지 역시 예능에서의 보다 극적인 반전을 보여줄 것이라 여겨진다. 김자옥은 이 낯선 조합에 안정감을 주는 캐스팅이다. 이미 시트콤 등을 통해 편안한 웃음을 선사한 적이 있는 배우가 아닌가.

 

여기에 여배우들의 짐꾼으로 이서진의 바톤을 이어받는 이승기라는 좋은 느낌의 청년은 이미 <꽃보다 할배-디렉터스 컷>에 짧은 등장만으로도 엄청난 반응을 만들어냈다. ‘좋은 여행’을 떠날 것이라 생각하고 있는 이승기를 걱정하는 이서진의 모습은 그의 여배우들과의 여행이 그다지 순탄치만은 않을 것을 예고하면서 더 높은 기대감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나PD의 이러한 섭외력은 이서진의 섭외 비하인드 스토리에서 나왔던 것처럼 평상시에도 주의 깊게 관찰함으로써 원석에서 보석을 볼 수 있는 특유의 감각에서 나온다. 이미 예능에서 보석으로 드러난 인물들을 피하는 것도 그의 섭외의 한 방법이다. 제아무리 유명한 출연자 후보라고 해도 이미 너무 많이 방송을 통해 소비된 인물은 아무래도 대중들의 기대감이 적기 때문이다.

 

또한 지금껏 보지 못했던 낯선 조합을 만드는 것도 그의 섭외가 빛나는 이유 중 하나다. <꽃보다 할배>의 성공은 국민배우들을 배낭여행이라는 낯선 환경과 엮는 순간부터 이미 예고됐던 것이다. 우리나라의 여배우로서 한 존재감을 갖고 있는 이들이 떠나는 배낭여행은 국민배우들과는 또 얼마나 다른 재미를 선사할 것인가.

 

나PD의 섭외가 예능에 낯선 인물과 낯선 조합으로 꾸려지는 이유는 그가 연출하는 예능의 특징이 ‘발견의 예능’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많은 준비를 하기보다는 돌발적인 상황들을 현장에서 진두지휘하며 포착해내고 발전시킴으로써 지금껏 보지 못한 면들을 재발견하게 해주는 것. 본방 전에 이미 승부를 끝내는 섭외. 실로 그의 예능이 힘을 발휘하는 이유의 대부분은 여기서 비롯된다고 말할 수 있을 게다.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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