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윤정, 굳이 아픈 가족사를 공개해야만 했나

 

몇 주간 장윤정이라는 이름이 인터넷 검색어 순위에서 빠지질 않는다. <힐링캠프>에 출연하기 전부터 여의도 증권가 찌라시로 유출된 사전 인터뷰 내용은 한바탕 인터넷을 뜨겁게 달궜다. 자신이 10년 간 번 돈을 어머니와 남동생이 모두 날려버렸다는 이 자극적인 이야기는 세간의 관심을 온통 그녀가 출연하기로 예정된 <힐링캠프>에 집중시켰다.

 

'힐링캠프'(사진출처:SBS)

<힐링캠프>에 출연한 장윤정은 예상 외로 차분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돈은 그다지 중요한 게 아니라고 했고, 오히려 뿔뿔이 흩어지게 된 가족이 안타깝다고 했다. 그녀는 가족들에 대한 애틋한 마음을 전했고, 이제 앞으로 결혼해 가족을 꾸리게 될 도경완 아나운서와의 핑크빛 러브스토리와 도경완 아나운서의 월급으로 살 거라는 소박한 이야기도 전해주었다.

 

사전에 터진 논란에 비하면 너무나 깔끔한 방송이었다. <힐링캠프>의 힘이 그 정도로 컸었는지는 모르겠으나, 장윤정은 이 프로그램에 출연하기 전과 후의 이미지가 완전히 달라졌다. 돈을 몽땅 날리고 빚까지 남겼음에도 불구하고 그건 큰 문제가 아니며 오히려 흩어지는 가족을 걱정하는 모습은 장윤정이 효녀이며 그 누구보다 가족을 생각한다는 걸 대중들에게 각인시켰다. 또 행사 여왕으로서 그녀에게 달라붙어 있던 돈 이미지도 이제는 소박한 한 여인의 이미지로 바뀌었다.

 

하지만 <힐링캠프>가 방영된 후 케이블 채널에서는 장윤정의 이야기와는 사뭇 다른 남동생과 어머니의 인터뷰가 흘러나왔다. 모 회사를 운영하는 남동생은 “미니홈피에 어머니와 함께 자살하라는 악플들로 가득 차 있다”며, 누나의 돈을 자신이 사업으로 날려먹었다는 이야기는 오해라고 주장했다. 어머니 역시 인터뷰를 통해 33년 간 키운 딸이 비수를 꽂았다고 말했다.

 

장윤정 측에서는 여기에 공식적인 대응을 하지 않겠다고 밝혔지만 인터넷은 남동생과 어머니에 대한 비난 여론만 더 커지고 있다. 무언가 복잡하게 얽힌 가족사가 있다는 추정들과 그로 인해 각종 루머들만 쏟아져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사실 따지고 보면 이건 장윤정의 개인 가족사일 뿐이다. 거기에 대해 그다지 관심이 없던 이들에게 장윤정과 가족 간에 얽힌 복잡한 이야기들은 이제 피로감마저 느끼게 한다. 도대체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먼저 의문이 드는 점은 이미 증권가 찌라시를 통해 가족사에 대한 이야기들이 유포된 상황에서 장윤정이 <힐링캠프> 출연을 강행한 것이 과연 적절했는가 하는 점이다. 유포된 내용의 진위를 파악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장윤정만 혼자 나와 “그 내용이 다 사실”이라고 밝히는 것은 자칫 위험한 일이기 때문이다. 가족으로 얽혀있기 때문에 또 장윤정이 시종일관 가족을 보듬는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장윤정만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 그다지 문제가 없을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다르다.

 

이것은 가족 간의 이야기이면서도 그 안에 피해자와 가해자가 들어가 있다. 장윤정이 피해자이면서도 괜찮다고 말한다고 해서 가해자의 죄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즉 결과가 보여주듯이 장윤정이 방송에서의 어떤 모습을 보여주는 것과는 전혀 상관없이 이 한쪽만의 이야기를 경청하는 방송은 그 자체로 다른 쪽에게는 공격이 될 수 있다. 결과적으로 화살의 표적이 되고 있는 남동생과 어머니의 입장은 전혀 고려되지 않은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실제로 장윤정이 피해자이고 남동생과 어머니가 잘못한 점이 있을 수 있다. 아니면 정 반대로 남동생과 어머니 말처럼 이것이 전적으로 잘못 전달된 오해일 수도 있다. 그 진실이 무엇인지는 당사자들조차 파악하기 어려운 경우도 많다. 가족 간에 생긴 마찰이란 때로는 양자의 입장이 모두 이해되는, 그저 오해에서 비롯된 일일 때도 많지 않은가. 진실이 무엇이든 그것은 결과적으로 가족들 간의 문제이고 그 안에서 해결되어야 할 문제이다.

 

중요한 것은 이렇게 어느 한 쪽이 피해자가 되고 어느 한 쪽이 가해자가 될 수 있는 상황에서 어느 한 쪽만의 이야기를 집중시키게 하는 방송 프로그램의 문제다. 한쪽이 진심을 토로한다는 미명 하에 쏟아낸 아픈 가족사가 다른 한쪽에게는 대중들의 집중적인 비난의 표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미스테리로 남는 건 그토록 가족 걱정을 하는 효녀인 장윤정이 왜 굳이 아픈 가족사를 공개했는가 하는 점이다. 그것이 가족을 궁지로 몰아넣을 수 있다는 것을 그녀는 진정 몰랐을까.

<남격> 폐지 논의, 과연 소재고갈 탓일까

 

<남자의 자격(이하 남격)>이 4년여 만에 폐지 논의에 들어갔다고 한다. 전투기 조종에서부터 마라톤, 그리고 하모니 같은 초창기 <남격>이 보여주었던 참신한 기획들과 호평을 떠올려보면 어쩌다 이렇게 초라한 처지에 몰리게 되었는가가 의아할 정도다. 항간에는 소재 고갈과 시청률 저조가 그 원인이라고 하지만, 그것이 진정한 폐지 논의의 원인일까.

 

'남자의 자격'(사진출처:KBS)

지난 주 있었던 윤형빈 혼수 논란은 어찌 보면 현재 <남격>이 이런 상황에 몰리게 된 근본적인 원인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사실 멤버 결혼을 축하해주기 위해 동료들이 선물을 하는 것은 그다지 잘못된 일이라고 할 수는 없다. 다만 이러한 사적인 일이 공적인 방송을 통해 나가게 될 때는 거기에 합당한 이유와 근거가 있어야 했을 것이다. <무한도전>이 하하의 결혼에 즈음해 했던 축의금 콘셉트의 특집에서 막판에 기부라는 선택을 한 것은 바로 그런 이유 때문이다.

 

그러한 공적 기능이 없다면 왜 시청자들이 그들만의 사적인 일들을 굳이 봐야한단 말인가. 게다가 혼수 물품으로 몇 백만 원 운운하는 것은 예능의 주요 시청자라고 할 수 있는 서민들의 감정을 건드린 것과 다르지 않다. 윤형빈 혼수 논란은 그래서 그것을 방송 소재로 하겠다고 결정한 제작진의 실수 차원에 머물지 않는다. 그것은 <남격>이 대중들과의 공감대에서 실패하고 있다는 얘기이기 때문이다.

 

<남격>이 초창기 그토록 인기를 끌 수 있었던 것은 이 중년의 아저씨들에 대한 공감대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안되는 몸이지만 그래도 젊은이들의 춤을 배우려 했고, 술 담배와 스트레스에 찌들어 관리하지 못했던 몸을 관리하려 했으며, 젊은 시절 갖고 있었으나 어느새 현실 때문에 지워버린 꿈에 다시 도전해보기도 했다. 그들의 도전은 중년 시청자들은 물론이고 젊은 세대들에게도 공감대를 주었다. 심지어 귀여운 아저씨들의 이미지까지 생겼으니 말이다.

 

하지만 아저씨 예능의 가장 큰 도전은 그 아저씨 이미지에 대해 대중들이 갖기 마련인 호불호에서 생겨난다. 즉 아저씨가 진짜 아저씨처럼 보일 때, 매력이 사라진다는 점이다. 초창기 <남격>은 무언가 아저씨와는 어울리지 않는 새로운 도전들을 통해 이 위험성을 상쇄시켰지만, 차츰 언젠가부터 이 도전의 이미지가 사라지면서 아저씨는 부정적인 이미지의 아저씨로 전락하기 시작했다.

 

<남격> 합창단을 무려 3년에 걸쳐 했던 것은 이런 이미지가 만들어지는 가장 큰 원인이 되었다. 첫 번째 합창단 이야기에 물론 엄청난 관심을 받았지만 그것을 매년 반복하는 것은 어딘지 <남격>의 매너리즘처럼 보였다. ‘죽기 전에 해야 할 101가지’라는 <남격>의 부제를 떠올려 보면 합창단 콘셉트가 이렇게 반복할 만큼 어울리는 소재인가 의구심이 생겨난다. 결국 ‘죽기 전에 해야 할’이라는 절박감을 똑같은 아이템을 반복함으로써 날려버린 결과가 생긴 셈이다.

 

무언가 굵직한 아이템들이 시도되지 않고 그저 소소한 아이템에 머물게 될 때 <남격>의 아저씨들은 그래도 여전히 아이 같고 순수하며 열정만은 청춘인 그 매력을 잃어버리게 된다. ‘죽기 전에 해야 할 일이 이렇게 없냐’는 네티즌의 비판적인 시선은 그래서 생겨날 수밖에 없다. 나이 들어가는 것을 하나의 배수진처럼 치고 마치 ‘버킷리스트’를 작성하고 실행하는 비장함이 살아있을 때 <남격>은 제 빛을 발할 수 있다.

 

<남격>의 폐지 논의는 그간의 흐름들을 볼 때 당연하다고 여겨지지만 그래도 남는 아쉬움은 있다. 즉 <남격>이 포착해 놓은 중년 아저씨들이라는 훌륭한 세대적 포인트가 못내 아깝게 여겨지기 때문이다. 혹시 진짜 초심으로 돌아가 자격 있는 아저씨들의 때론 땀의 진정성을 느낄 수 있고 때론 여전히 귀엽게까지 다가오는 그 매력을 볼 수 있는 <남격>을 기대할 수는 없는 일일까. 그러기에는 이미 너무 늦어버린 걸까.

아이유, 국민여동생 이미지 벗어나야

 

슈퍼주니어 은혁과 함께 찍은 셀카 사진이 SNS를 통해 유포되면서 아이유의 국민여동생 이미지는 큰 타격을 입었다. 귀여운 외모에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당찬 모습의 그녀가 “나는요 오빠가 좋은 걸-”하고 노래를 부를 때 삼촌 팬들은 열광했었다. 하지만 이 야릇한 사진 한 장은 그 모든 이미지와 판타지를 깨버렸다. 아이유와 아이유 소속사로서는 엄청난 손실이 아닐 수 없다.

 

'아이유'(사진출처:로엔엔터테인먼트)

하지만 이미 벌어진 일이고 또 언젠가는 벌어질 일이다. 국민여동생이라는 이미지가 언제까지고 계속될 수는 없는 일이니까. 누구나 성장하기 마련이다. 따라서 성장하고 있는(또 해야 하는) 연예인에게 국민여동생이란 이미지는 족쇄가 되기도 한다. 물론 아이유는 그 이미지를 통해 많은 팬덤을 형성하고 그를 통해 이익을 얻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장기적으로 보면 그렇게 굳어져버린 이미지는 아이유에게는 결국 독이 되기 마련이다.

 

영원히 팬들에게 국민여동생으로 남기 위해서는 그 어린 나이에 성장이 멈춰야 한다. 이미지적으로 말하면 이미지가 변질되기 전에 은퇴를 해야 한다는 말이다. 그래야 영원히 아이유는 국민여동생으로 봉인될 수 있다. 하지만 이건 너무 가혹한 일이다. 아이유는 한 명의 아티스트로서 많은 가능성과 장점을 가진 가수이기 때문이다.

 

셀카 사진이 이미 SNS를 통해 유포되었을 때 소속사가 “아이유 집으로 은혁이 병문안 와서 찍은 사진”이라고 진실 공방으로 대응한 것은 잘못된 방식이다. 이미지란 사실 그 자체가 아니라 ‘믿고 싶은’ 어떤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소속사가 봐야 했던 것은 그것이 진실이냐 아니냐가 아니라 대중들이 뭘 믿고 싶어하는가 하는 그 정서다.

 

이것은 SNS 시대에 언제고 터질 수밖에 없는 수많은 연예인들의 이미지 논란에서 반드시 먼저 생각해야 할 문제다. 타블로와 티아라 사태가 일파만파 번졌던 것은(그리고 여전히 그 불씨가 남아있는 것은) 바로 이 대중정서를 읽지 않고 사건에 대한 진실공방에만 억울해하고 매달렸기 때문이다. 이미지로 벌어진 사건은 사실 진실과 그다지 큰 관계가 없다.

 

아이유는 스스로도 자신이 국민여동생이라는 틀에 갇혀 있는 것을 버거워했을 수 있다. 하지만 어쩌랴. 그것이 대중들이 그녀에게 기대하는 이미지인 걸. 과거 문근영이 국민여동생이라는 타이틀 때문에 겪은 성장통은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덧입혀진 그 이미지를 벗어던지기가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를 잘 말해준다.

 

그 사진의 진위가 어떻든 셀카 사진 한 장으로 생겨난 이 아이유 이미지의 균열은 그녀에게는 어쩌면 새로운 성장의 기회가 될 지도 모른다. 많은 이들이 그녀가 나이에 비해 어른스러운 면모를 가졌고 털털하면서도 개념 발언을 많이 한다고들 한다. 통기타 하나 들고 앉아 자신이 만든 곡을 담담히 불러내는 싱어 송 라이터로서도 그녀는 충분한 가능성을 갖고 있는 가수다. 그간 너무 ‘여동생’의 이미지를 부여한 가사에서 탈피해 그녀가 진짜 하고 싶은 이야기가 담겨있는 그런 노래를 부르는 아이유는 기대하면 안 되는 일일까. 이번 일을 성장의 기회로 삼아야 아이유는 더 롱런할 수 있을 것이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