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이병헌 (36)
주간 정덕현
‘미스터 션샤인’, 흥미진진한 악역들의 대결이 말해주는 것드라마의 반은 악역들이 끌고 간다고 했던가. tvN 주말드라마 도 예외는 아니다. 일본군 츠다 역할의 이정현이 잠깐 등장했지만 강렬한 인상을 남기고 사라진 후 호평을 받았던 건 악역 한 명의 힘이 얼마나 큰 역할을 하는가를 잘 보여준다. 하지만 진짜 뒷목 잡게 만드는 악역들은 에 넘쳐난다. 그 대표격은 아무래도 을사5적 중 거두로 지목되는 이완용을 모델로 한 듯 보이는 이완익(김의성)일 게다. 조선인이지만 리노이에 히로아키로 불리는 친일파. 역관으로 시작했지만 국가와 국가 사이에서 자신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인물. 심지어 고종(이승준)마저도 계략으로 엮어 자신을 외무대신으로 세우게 만들 정도로 비상한 두뇌를 가진 악역이다. 이완익 같은 악역이 지금에..
‘미스터 션샤인’이 다루는 개화기, 그 독립의 의미“우리 모두는 그렇게 각자의 방법으로 격변하는 조선을 지나는 중이었다.” tvN 주말드라마 의 첫 회에 들어간 이 내레이션은 개화기라는 시대적 상황과 그 상황 속에서 저마다 투쟁하는 삶을 살아온 인물들의 이야기를 이 드라마가 할 거라는 걸 예고한다. 제국주의 열강들이 조선의 빗장을 열고 침탈해 들어오는 그 시기와, 그래서 의병의 길을 가는 이들의 이야기는 이들이 원하는 그 길이 ‘조선의 독립’이라는 걸 알게 해준다. 하지만 그것 만이었을까. 그들이 원한 독립은 진정 조선만이었을까.이 부분은 우리네 개화기를 다루는 콘텐츠들이 항일 투쟁의 역사에 집중하다보니 종종 놓치고 있는 지점이다. 개화기와 일제강점기를 시대적 배경으로 삼는 콘텐츠들은 마치 그것만이 정답..
‘미스터 션샤인’ 변요한과 김민정, 어른 없는 세상의 청춘들부모는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그렇다면 무조건 나를 낳아주신 부모의 뜻에 따라야 하는 걸까. 심지어 잘못된 길을 가고 있다고 하더라도? 그렇지 않을 게다. 나이가 많다 해도 어른다운 행동을 보이지 못하는 이들을 어른이라고 부르지 않듯이, 잘못된 일을 저지르고 있는 부모라면 그 길을 막아서고 저항하는 것이 진정 후대가 할 수 있는 부모를 위한 일이 아닐까. tvN 주말드라마 에 등장하는 김희성(변요한)과 쿠도 히나(김민정)가 취한 삶의 자세가 그렇다. 그들은 자신들의 부모가 하는 일들이 잘못되어 있다는 걸 알고 거기에 반기를 든 자식들이다. 김희성의 아버지 김안평(김동균)은 비겁한 기회주의자다. 그의 조부 역시 독하디독한 악덕 지주였다..
‘미스터 션샤인’의 독특한 정조는 문학적 코드에서 나온다김은숙은 문학적 코드들을 작품 속에 담는 걸 즐기는 작가다. 에서 길라임(하지원)에게 사랑을 느끼는 김주원(현빈)이 읽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대표적이다. 김주원은 독백을 통해 자신이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증후군에 걸린 것이 분명하다’며 자꾸만 끌리는 길라임에 대한 혼란스러운 마음을 이 문학적 코드를 활용해 드라마에 담아낸 바 있다. 또 그 작품에서는 길라임을 향한 김주원의 마음이 그의 서재를 채운 시집의 제목을 통해 다뤄지기도 했다. ‘너는 잘못 날아왔다(김성규), 나의 침울한 소중한 이여(황인숙), 우연에 기댈 때도 있었다(황동규), 가슴 속을 누가 걸어가고 있다(홍영철), 아무렇지도 않게 맑은 날(진동규)’의 문구가 그것이다. 문학작품이..
‘미스터 션샤인’, 눈물 났던 당대 의병들의 숭고한 선택들“작금의 조선에 조선의 것이 없다.” 구동매(유연석)에게 붙잡힌 이름 모를 아무개, 의병은 칼날이 자신의 목줄기에 닿아 있는 와중에도 의연함을 잃지 않는다. 구동매는 그 의연함이 궁금하다. 자신을 돈이 되는 일에 목숨을 걸지만, 이들은 도대체 무엇 때문에 자신의 목숨을 거는 걸까. 그래서 묻는다. 그 이유를. 그러자 이 아무개가 조선의 사정들을 줄줄이 읊어 놓는다. 열강들이 수탈해간 조선의 모든 것들을 이야기한다. “그래서 하는 것”이란다. “이런 나라라도 빼앗기지 않으려고.” 다른 이를 발고하면 살려주겠다는 제안을 해놓은 구동매는 적이 당황한다. 그 아무개는 “내게 단 한 명의 이름도 듣지 못할 것”이라며 스스로 칼날을 목으로 당긴다. 가까스로 ..
‘미스터 션샤인’의 멜로는 어떻게 대의와 어우러졌나역사왜곡 논란으로 시끄럽지만 역시 김은숙 작가의 멜로는 절묘한데가 있다. tvN 주말드라마 의 총을 사이에 두고 벌어지는 멜로가 그렇다. 유진초이(이병헌)와 고애신(김태리)의 첫 만남은 일본과 야합하는 미국인을 저격하는 현장에서다. 그들은 복면을 한 채 같은 표적을 향해 총을 겨눴고, 저격이 끝난 후 도주하다 서로의 눈이 마주쳤다. 그건 상대방이 누구인가를 살피려는 긴장감 넘치는 순간이면서, 동시에 이 두 사람이 첫 만남을 갖게 되는 순간이다.그 사건을 조사하게 된 유진은 애신을 불러 면담을 하게 되고, 이미 서로의 정체를 들킨 그들은 손바닥으로 서로의 하관을 가린 채 그 눈빛을 교환한다. 그건 애신이 동지인 줄 알았던 유진이 미국인이라는 그 정체를 확인..
‘미스터 션샤인’, 인물들의 사적 복수는 공적 투쟁으로 이어질까“우리 모두는 그렇게 각자의 방법으로 격변하는 조선을 지나는 중이었다.” 어쩌면 tvN 주말드라마 을 관통하는 이야기의 핵심은 이 내레이션 속에 들어 있지 않았을까. 의병들의 항일투쟁사를 다루는 이 드라마는 그래서 많은 인물들이 어떻게 그 뜨겁고 의롭지만 외로운 의병의 길을 걷게 되었는가를 이야기한다. 누군가는 노비의 아들이었고, 누군가는 노비보다 못한 백정의 아들이었으며, 누군가는 차별받던 아녀자의 몸이었고, 누군가는 아비에게 일본인에게 팔려갔던 여인이었다. 어찌 보면 조선이라면 이를 갈만큼 원한이 깊은 인물들이지만, 그들은 어떻게 의병의 길을 걷게 되는 걸까. 반면 양반으로 태어나 호의호식하고 백성들의 고혈을 빨던 고관대작들은 어째서 조선..
'미스터 션샤인' 진구·이시아·김지원·윤경호 죽음에 담긴 의미tvN 주말드라마 이 드디어 대장정의 깃발을 올렸다. 신미양요 때 미국으로 넘어갔던 유진 초이(이병헌)는 스페인 전쟁에서 공을 쌓은 후 다시 조선으로 돌아오게 됐다. 미국인의 신분으로. 의병 부모를 잃고 홀로 할아버지댁에 맡겨진 고애신(김태리)은 부모를 그대로 빼닮아 사냥꾼인 장승구(최무성)로부터 총포술을 배우며 요인 암살자가 되었다. 낮에는 명망 높은 사대부가의 딸이었지만.같은 요인을 암살을 하는 자리에서 유진 초이와 고애신은 복면 쓴 서로의 얼굴을 보게 됐고, 길거리에서 우연히 지나치며 풍겨 나오는 화약 냄새에 서로에게 정체를 들켰다. 미국인의 신분으로 저격사건을 수사하는 척 하면서 유진 초이는 고애신과 다시 만나게 되고, 그 자리에서 서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