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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 정덕현
, 게스트 없어도 보여줄 건 많다 모두가 잠든 옥순봉의 새벽. 카메라는 뜬금없이 부지런한 꿀벌 치타와 함께 여름꽃 탐방을 떠나자고 제안한다. 양봉을 위해 만들어 놓은 벌집이 그저 꿀만을 얻기 위함이 아니었다는 건 그 많은 꿀벌들에게 ‘치타’라는 이름을 지어줄 때부터 이미 예고됐던 일이다. 카메라는 먼저 벌집을 부지런히 드나드는 치타를 보여준 후, 옥순봉을 부감으로 찍어 곳곳에 자라나 있는 다양한 야생화들의 분포를 CG로 그려 넣는다. 그리고 소개되는 꽃들. 계란프라이 모양이라 ‘계란꽃’이라고도 불린다는 개망초를 보여주며, ‘옹심이 꽃다발의 주역’이라는 자막이 추가된다. 뒤뜰에 핀 봉선화, 앞문에 핀 홑왕원추리. 홑왕원추리는 밤에 잎을 움츠렸다 새벽에 다시 피는 부지런한 친구. ‘꽃말은 기다리는 마음’이란..
의 한 끼가 그저 재미에 머물지 않는 까닭 의 오프닝은 여지없이 세끼 하우스에 푸릇푸릇 올라오는 청보리에서부터 시작한다. 올봄 그 텅 빈 밭을 갈아 업고 뿌려놓은 청보리는 이제 훌쩍 자라서 바람에 한들한들 흔들리며 보는 이들의 마음까지 설레게 만든다. 꽃을 열심히 기어오르는 개미 한 마리를 따라가면서 카메라는 묻는다. 무엇 때문에 그렇게 오르고 있냐고. 카메라가 다시 답한다. 그것은 아마도 ‘삼시세끼’ 때문일 거라고. 지난 가을에서 겨울까지 가 좀체 보여주지 못했던 장면들이 봄에서 여름으로 넘어가며 보여지고 있다. 이 장면들은 가 진짜 보여주고픈 것들이었을 것이다. 같은 여행 버라이어티들이 결코 잡을 수 없었던 장면들. 그저 지나치는 시선으로는 볼 수 없는 것들. 자연과 생명이 가진 힘. 시간의 흐름에 ..
, 너무 많은 손님은 본질을 흐린다 tvN 는 누가 뭐래도 최고의 예능프로그램이 되었다. 케이블 채널에서도 무려 10%대의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는데다가 화제성 또한 매회 끊이질 않는다. 가 가진 위상을 가장 잘 드러내고 있는 건 게스트다. 이서진과 옥택연이 강원도 정선의 이 집에 와서 불 피우고 밥 해먹던 그 소소한 첫 회를 떠올려 보라. 물론 그 때도 윤여정과 최화정이 게스트로 찾아왔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이서진과 함께 했던 드라마 의 인연이 깔려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사정이 달라졌다. 이 산골에 콕 박혀 아무 것도 안할 것만 같은 예능 프로그램에 최지우, 박신혜가 온데 이어 지성, 보아 그리고 김하늘까지 찾아왔다. 는 이제 연예인이라면 꼭 한 번 출연하고픈 그런 프로그램이 되었다. 하지만 이렇게 되면..
의 건강한 공기, 그 반은 옥빙구 덕 ‘아무 것도 안하고 싶다. 이미 아무 것도 안하고 있지만 더 격렬하게 아무 것도 안하고 싶다.’ 유해진이 나온 한 광고 카피는 의 정서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 정선의 ‘세끼 집’은 그래서 어린 나이에 데뷔해 쉴 새 없이 뛰어온 아이돌 조상인 보아 같은 인물에게는 그 자체로 휴식이 된다. 그 흔한 콩나물국 하나를 끓여도 그렇게 맛있을 수가 없고, 몇 주간 벌들이 모아온 꿀을 채취하면 마음마저 달달하게 녹아내린다. 밥 한 끼 지어 먹는 일이 이토록 즐거운 일이었던가. 아무 것도 안 해도 되는 곳. 세끼 집이 도시인들에게 로망이 되는 이유다. 그런데 아무 것도 안하고 생활한다는 건 사실 불가능한 일이다. 누구든 조금씩 일을 하고 있지만 그것이 일처럼 느껴지지 않을 뿐. 때..
직장인들에게 특히 가 주는 로망이란 ‘하루쯤 아무 것도 안하고 저런 산골에 푹 파묻혀 삼시세끼나 챙겨먹으면 얼마나 좋을까.’ 나영석 PD는 과거 회의를 하다가 문득 떠오른 이런 생각에 를 만들게 됐다고 한다. 그리고 이 마음은 아마도 지금 현재 직장인들에게도 하나의 로망처럼 다가오는 일일 것이다. 일주일 내내 과중한 업무에 시달리는 아빠들이나 워킹맘들은 그래서 를 본다. 거기에는 일조차 즐거움이 되는 시간이 있으니까. 나영석 PD는 이 에서 유일하게 업무지시를 내리는 상사다. 그런데 그 업무라는 게 고작 점심으로 다슬기 비빔국수를 해먹으라는 거다. 물론 이 정도의 업무에도 이서진은 툴툴거린다. 때론 “쓸 데 없는 짓을 하고 있다”고 그러기도 하고 때론 “자꾸 이상한 걸 시켜?”라고 상사(?)를 질책하기도..
나영석 PD가 밝힌 기획의 원칙, ‘뚝심’ 나영석 PD에게 물었다. 프로그램을 제작할 때 반드시 지키는 원칙이 있다면 그게 뭐냐고. 그랬더니 대뜸 돌아온 답변은 “뚝심”이다. 이게 무슨 말인가 싶었다. 그런데 얘기를 들어보니 그 이유를 잘 알 수 있었다. “처음 기획을 할 때는 모든 게 각이 서 있기 마련이잖아요. 흔히 말하듯 엣지가 세워져 있다는 거죠. 그런데 이 사람 얘기 듣고 또 저 사람 얘기 듣고 이건 된다 이건 안된다 하다보면 그 각이 닳아버리는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나중에는 아주 둥글둥글해서 밋밋한 이야기가 되어버리죠. 그러니 조언을 듣더라도 본래 기획에서 갖고 있던 그 세워진 각을 끝까지 밀고 나가는 뚝심이 필요하다는 겁니다.” 그러고 보면 라는 프로그램이 실제로 제작되었다는 것 자체가 그..
관찰카메라가 투덜이들을 좋아하는 까닭 SBS 에서 조재현은 투덜이 아빠다. 귀차니즘의 대가(?)답게 집에서는 거의 런닝셔츠같은 차림에 소파, 침대와 껌딱지다. 딸 혜정이 뭘 하자고 하면 일단 “그걸 왜 하냐?”고 투덜대고는 결국은 그걸 하게 된다. 늘 투덜대고 퉁명스럽게까지 보이지만 그건 그의 겉모습일 뿐이다. 그는 다만 겸연쩍은 행동을 하기가 쑥스러운 것뿐. 대부분의 아빠들이 이렇지 않을까. 에 조재현이 있다면 tvN 에는 원조 투덜이 이서진이 있다. 그 역시 이 시골 살이에서 뭐든 귀찮아하는 귀차니즘의 대가다. 에서 혜정의 역할은 나영석 PD다. 나PD가 이틀 후 아침 메뉴로 갈릭 바게트를 얘기하자 이서진은 “난 못 알아 들었어”라며 황당해했다. 하지만 이틀 후 그는 스스로 만든 화덕에서 잘 구워진 ..
만재도에 차승원 정선의 박신혜 어촌편에 차승원이 있었다면 정선편에는 박신혜가 있었다. 곱창집 딸답게 맛난 곱창, 대창 구이를 맛보게 해주더니, 들깨 미역국, 송사리 튀김, 파전에 이어 박신혜표 초간단 샤브샤브까지 선보였다. 이서진은 연실 “넌 왜 못하는 게 없냐”고 보조개를 만들었고, 김광규는 못 먹는다는 날계란에 샤브샤브를 맛나게도 먹었다. 옥택연은 시키지도 않은 소주로 만든 모이토를 선보였다. 게스트인지 호스트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끝없이 일을 하는 박신혜는 주변 사람들도 일을 하게 만드는 묘한 매력을 선보였다. 다들 멍하게 앉아 있는 그들에게 한숨 한 번 쉬어주고 눈빛 한 번 날리기만 해도 남자들은 알아서 재게 몸을 놀렸다. 괜히 그러고 있으면 안 될 것 같은 묘한 기분을 만들었던 것. 박신혜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