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금밤’ 나영석 PD의 숏폼 실험, 무엇이 달랐을까

 

나영석 PD의 새로운 예능 실험은 무엇이 달랐을까. tvN <금요일 금요일 밤에>는 기존 예능 프로그램들처럼 1시간에서 길게는 1시간 반이 넘는 그런 분량을 이어 보여주지 않는다. 대신 숏폼 형태로 6개의 코너를 16분에서 20분 정도 분량으로 나누어 보여준다. 각각의 코너는 ‘내 친구네 레시피’, ‘신기한 과학나라’, ‘당신을 응원합니당’, ‘신기한 미술나라’. ‘체험 삶의 공장’으로 연계성이 전혀 없는 그저 각각의 프로그램처럼 보인다.

 

분량이 짧아지면서 스토리텔링도 좀더 짧으면서도 효과적인 방식으로 바뀌었다. 이를테면 ‘내 친구네 레시피’에서 홍진경이 김영철을 만나 그 모친의 집을 방문해 음식을 먹고 레시피를 전하는 그 과정은 코너가 짧다는 사실이 하나의 스토리텔링이 되었다. 말 많기로 유명한 김영철에게 말을 더 많이 하면 어머님의 분량이 없어진다며 바로 집으로 향하고, 그 집에서는 서로의 이야기를 듣지 않고 각자의 이야기만 계속 늘어놔 목소리가 얽히는 과정들이 코믹하게 전개됐다.

 

‘이서진의 뉴욕뉴욕’이나 이승기가 출연한 ‘체험 삶의 공장’도 마찬가지다. 분량이 짧아서 많은 구구절절한 도입부는 툭 잘라버리고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는 스토리텔링을 보여줬다. 뉴욕에 대뜸 나영석 PD와 도착해 어딜 갈 거냐고 묻고 뜬금없이 “뉴욕은 차이나타운”이라고 말하는 이서진을 따라 중국 음식을 먹으러 가는 엉뚱한 전개가 웃음을 줬다. 짧지만 최근 KBS에서 방영되었던 정해인이 뉴욕을 걷는 <걸어보고서>와 비교해 보면 확실히 재밌고 임팩트가 있다는 걸 확인할 수 있다. 캐릭터가 확실하고 목적성이 분명한데다 엉뚱함까지 있어서인데 이렇게 되는 데는 짧아야 하는 분량이 한 몫을 하고 있다고 보인다.

 

‘체험 삶의 공장’도 사실 긴 분량으로 하면 다소 부수적인 내용들이나 토크가 채워져야 하겠지만 분량이 17분 내외 정도라 이승기가 꼬막을 채취하고 공장으로 옮겨 삶아 가공한 꼬막들을 선별해 포장하는 그 일련의 과정이 빠르게 진행됐다. 이승기도 반갑지만 그 현장에서 만난 사장님과 사모님의 남다른 친화력이 구수한 재미를 만든다. 자기 분량보다 그들의 분량이 더 많을 거라는 이승기가 마지막에 참회의 시간을 갖는 부분 역시 분량 이야기로 웃음을 주었다.

 

분량이 짧아지면서 6개의 코너가 들어갈 수 있게 되자 성격이 다른 코너들도 병치되었다. ‘신기한 과학나라’와 ‘신기한 미술나라’가 야외가 아닌 실내에서 김상욱 교수와 양정무 교수가 각각 전하는 전문적인 정보가 주는 재미에 은지원, 송민호, 장도연이 던지는 엉뚱한 질문이 절묘한 교양과 예능의 균형을 만들어낸다.

 

한편 ‘당신을 응원합니당’은 박지윤 아나운서와 한준희 축구 해설가가 진행하는 코너로 꿈의 무대에 오른 선수들이 아니라 꿈을 향해 노력하는 선수들을 찾아가 그들을 조명하는 이야기로 연예인이 아닌 보통 사람들의 면면을 담아낸다는 점에서 공감을 만들었다. 이 날 출연한 초등부 유도선수인 최민지 선수와 강민구 선수는 경기가 두려워서 또 경기에서 져서 우는 일이 더 많은 귀여운 모습으로 시청자들을 그 매력에 빠뜨렸다. 결국 둘 다 경기에서 졌지만 ‘잘했다’ 응원해주는 선배들과 코치의 모습이 따뜻하게 그려졌다.

 

이처럼 <금요일 금요일 밤에>는 짧은 분량을 가진 6개의 코너로 나영석 PD는 그 형식적 실험을 통해 지금까지 해왔던 예능 방식을 넘어서려는 도전을 보여주고 있다. 물론 이러한 숏폼 형식이 나오게 된 건 최근 유튜브가 대중적인 영상 소비 방식으로 자리하게 된 것과 무관하지 않다. 유튜브에서 짧지만 선별적인 영상들을 찾아보는 것처럼, 이를 tvN이라는 플랫폼에 맞게 시도하고 있는 것.

 

<금요일 금요일 밤에>는 여러 모로 MBC가 주말시간을 채워왔던 <일요일 일요일 밤에>를 패러디한 것처럼 보인다. 즉 <일요일 일요일 밤에>가 열었던 버라이어티쇼를 지금 현재의 트렌드에 맞게 변형했다고나 할까. 버라이어티한 재미를 선사하지만 스튜디오에서 벌어지는 쇼가 아니라 현장으로 나가고 그 분량을 유튜브 시대에 맞는 숏폼 형식으로 채워 넣은 것. 첫 시작이라 아직 낯설긴 하지만 분명 매력적이고 흥미로운 실험인 것만은 분명하다.(사진:tvN)

‘트랩’의 묵직한 질문, 당신은 사냥감의 삶을 살아가는가

“너넨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 줄 아니? 남조선은 하나의 커다란 사냥터고, 너는 그냥 사육되는 사냥감에 불과하다.” OCN 드라마 <트랩>에서 한 조선족 출신 청부살인자는 자신을 붙잡아둔 형사들에게 그렇게 말한다. 우리는 그 속에 살고 있어서 잘 보이지 않지만, ‘외부인’인 그의 시선에는 우리가 사는 세상이 그렇게 보이더라는 것. 그리고 이건 아마도 이 드라마가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이야기를 통해 보여주려는 한국이라는 지옥도의 풍경일 게다. 


<트랩>은 그 제목처럼 덫에 대한 이야기고 사냥에 대한 이야기다. 거기에는 사냥꾼이 있고 사냥감이 있으며 미끼도 존재한다. 그렇다면 도대체 누가 사냥꾼이고 누가 사냥감이며 미끼는 또 누구인가. 처음 드라마는 그 사냥감이 바로 국민앵커로까지 불리는 유명 언론인이자 이제는 정치를 하려는 강우현(이서진)인 것처럼 보여준다. 어느 날 산장에 가족이 함께 갔다가 알 수 없는 사냥꾼들에게 ‘토끼몰이’를 당했다는 것. 아이는 사체로 발견되고 아내는 실종되었으며 강우현 또한 온 몸에 만신창이가 된 상태로 구조된다. 

하지만 이건 일종의 트릭이었다. 그 사건은 강우현의 진술 내용을 보여준 것이었기 때문이다. 결국 드라마는 강우현이라는 인물의 말대로 그가 피해자라는 걸 믿게 만들어놓지만, 후반부에 이르러 그것이 모두 그의 자작극이었다는 사실을 소름끼치는 반전으로 드러내준다. 강우현은 사이코패스였고, 대한민국 사회를 쥐락펴락하는 권력자들에게 다가가기 위해 아내 신연수(서영희)마저 이용하다 결국 죽였으며 증거를 인멸하기 위해 아이까지 죽이며 자작극을 벌였던 것. 

여기서 중요한 건 그 권력자들이 대한민국 사회를 어떤 방식으로 움직이는가 하는 점이다. 그들은 우리 사회를 커다란 사냥터로 만들고 보통 사람들을 사육시키며 필요에 따라 사냥감이 되는 걸 그저 버티며 살아가게 만드는 그런 인물들이다. 강우현은 피해자가 아니라 바로 그들 같은 사냥꾼의 삶을 선택한 사이코패스다. 놀라운 건 이 인물은 저 친일파의 자손을 위시해 공고한 권력의 카르텔을 형성하고 있는 조폭과 정치인과 경제인 의사 그리고 법조인들보다 더 영악하다는 점이다. 

권력의 카르텔의 얼굴마담 격으로 세워졌던 기업인 홍원태(오륭)를 왜 강우현으로 교체해야만 하느냐는 친일파 3세(이시훈)의 질문에 카르텔의 머리격인 김의원(변희봉)은 그가 이미 그 자격을 충분히 증명했다며 이렇게 말한다. “한 개인이 단 한 건의 사건으로 대한민국 전체를 덫으로 몰아넣었죠. 정의, 신뢰, 동정, 연민이란 우리가 도저히 만들 수 없는 아주 교묘한 미끼로 말이죠. 그만한 사냥꾼이 어디 있겠습니까?”

실제로 강우현은 정치 행보를 본격화하며 나선 TV토론에서 정의를 묻는 질문에 자신이 사지로 몰아넣은 프로파일러 윤서영의 절규어린 이야기를 그대로 이용하며 그 뱀의 혀로 대중들을 설득시킨다. “그렇게 옳은 일을 하는 사람들이 왜 그렇게 힘들어야 되는 거냐구요 왜?” 항상 옳은 일을 하는 사람들이 더 힘들게 살아가야 되는 현실을 개탄했던 윤서영의 그런 질문을 교묘하게 강우현이 대중들을 격동시키는 소재로 이용하는 것. 그는 말한다.

“제 정의는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것입니다. 작전정당이냐구요? 작전 필요하면 하겠습니다. 언론인 출신이 사실과 진실을 호도한다구요? 네 저 언론인 출신 맞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정치인입니다. 전 앞으로도 제 일에 모든 감정을 쏟아서 할 예정입니다. 국민들의 분노, 좌절, 슬픔, 고통 제가 다 안고 가겠습니다. 옳은 일을 위해서 싸우는 평범한 사람들이 그런 감정을 느끼지 않게 것. 이게 제가 생각하는 정의에 대한 정의입니다.” 그리고 그의 TV 토론을 보던 친일파 재벌은 “새 시대 백년반도의 왕이 나왔구나!”하고 강우현의 언변을 경탄한다. 

<트랩>의 엔딩은 속 시원한 사이다가 아니다. 물론 고동국(성동일) 형사가 저 권력의 사냥꾼들과 강우현을 대결하게 만들고, 그 과정에서 권력자들을 제거하며 강우현은 ‘트랩’이라는 탄저균에 중독시켜 해독제를 찾아 나서게 만드는 복수를 하지만, 그것이 우리가 이 드라마를 통해 봐온 커다란 사냥터가 된 우리네 사회의 진면목이 주는 씁쓸함과 끔찍함을 지워내지는 못해주기 때문이다. 

대신 우리는 이 드라마를 통해 중대한 질문 하나를 화두처럼 갖게 됐다. 과연 나는 누군가의 사냥감이 아닌 나로서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가. 도처에 숨어 있는 권력의 사냥꾼들이 헌팅그라운드를 조성하고 그 안에서 미끼에 따라 이리 뛰고 저리 뛰며 살아가고 있는 건 아닌가. 늘 힘들지만 문제의 근원을 찾기 보다는 그냥 원래 사는 게 그렇다며 포기하며 살아가고 있는 건 아닌가. 누군가 던져주는 거짓 희망이라는 미끼에 휘둘리는 건 아닌가. 

제 혀를 잘라 뱀의 혀로 만들어 놓고 끔찍하게 웃는 강우현이라는 인물의 거짓말은 그래서 많은 걸 생각하게 한다. “평범한 서민들은 너무나 힘들고 어려운 문제들이 많아서 그 답을 일일이 찾을 시간이 없다고. 먹고 자고 그저 버티면서 어떻게든 되겠지 하고 믿으면서 그저 견디는 수밖에 없다고. 그건 잘못된 생각입니다. 버티고 견디는 게 아니라 모든 사람이 희망을 가지고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 게...” 어쩌면 저들은 거짓희망을 얘기하면서 평범한 서민들은 늘 그렇게 사냥감일 뿐이라고 생각하는 지도 모른다. <트랩>의 강우현의 실체가 더더욱 소름끼치게 다가온 건 그래서다.(사진:OCN)


‘트랩’, 이서진은 ‘예능의 덫’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최근 들어 이서진 하면 먼저 드라마나 영화 같은 작품보다는 예능 프로그램을 먼저 떠올리게 되는 건 어쩔 수 없는 사실이다. 물론 이서진은 2003년 방영됐던 <다모>로 스타덤에 오른 후 지금껏 연기를 쉰 적은 없었다. 2007년 <이산>, 2011년 <계백> 같은 대작 사극에 출연했었고, 2014년에는 <참 좋은 시절>로 KBS 주말극에 등장하기도 했다. 2016년 <결혼계약>으로 MBC 연기대상에서 특별기획부문 남자 최우수연기상을 받기도 했으며, 특히 지난해 그가 출연했던 영화 <완벽한 타인>은 500만 관객을 동원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서진 하면 예능이 먼저 떠오르게 된 건 이른바 ‘나영석 사단’으로 불리며 출연해왔던 일련의 예능 프로그램들이 모두 대박을 터트렸기 때문이다. 과거 <1박2일>에서 나영석 PD와 맺은 인연이 이어져, <꽃보다 할배>, <삼시세끼>, <윤식당> 시리즈로 이서진은 새로운 전성기를 구가했다. 특유의 툴툴대면서도 할 건 또 제대로 다 하는 그의 캐릭터는 나영석 사단의 예능 프로그램을 좋아하는 시청자들을 늘 미소 짓게 만드는 중요한 요인이었다. 

그러던 그가 <완벽한 타인>에 이어 OCN 주말드라마 <트랩>으로 돌아왔다. <완벽한 타인>이야 코미디물인데다가 원 톱이 아니라 유해진, 조진웅, 염정아, 김지수, 송하윤, 윤경호 등등 여러 배우들이 함께 출연한 것이니 이서진에게 큰 부담은 아니었을 게다. 하지만 본격 스릴러 장르물인 <트랩>은 다르다. 이 7부작 무비드라마에서 이서진은 작품의 중심이 되는 중대한 역할을 맡았다. 

국민앵커로 불리며 사직한 후에도 대중과 후배들의 존경을 한 몸에 받고 있는 인물 강우현이 바로 이서진이 해내야 하는 역할. 드라마는 그가 아내 신연수(서영희)와 아들 강시우(오한결)와 함께 어느 산장에 가게 되면서 의문의 사냥꾼들에게 ‘토끼몰이 사냥’을 당하게 되는 상황에서 시작한다. 아내와 아이의 생사조차 알 수 없는 상황 속에서 온몸에 부상을 당한 채 병원에 실려 온 강우현은 자신이 산에서 겪었던 일들을 힘겹게 털어놓지만 동시에 그 충격으로 인한 히스테리 증상을 보이기도 한다. 

흥미로운 건 강우현이 그리 호락호락한 인물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는 공수특전여단에서 장교로 복무한 인물. 강우현을 덫에 빠뜨린 산장지기 마스터 윤(윤경호)을 오히려 공격하며 “너 사람 잘못 건드렸어”라고 말하는 대목은 그의 만만찮은 반격이 이어질 거라는 걸 예감케 했다. 실제로 그는 아내와 아들을 붙잡고 있는 사냥꾼들과 석궁과 총 그리고 맨주먹으로 사투를 벌이기도 했다. 

하지만 <트랩>이 제목에 담아놓은 ‘덫’은 산장에서 벌어진 미스터리한 사냥만을 의미하는 건 아닌 듯 보인다. 어딘가 의심스러운 주변인물들이 하나 둘 등장하면서 그를 둘러싼 숨겨진 거대한 덫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가 운영하는 아나운서 아카데미에 최대투자자인 홍원태(오륭)가 그렇고, 비서지만 어딘지 숨기는 구석이 있어 보이는 김시현(이주빈)이 그렇다. 심지어 아내 신연수도 어딘가 의심스러운 느낌을 준다. 국민 앵커라는 위치가 만들어냈을 것으로 보이는 위협요소들이 강우현을 둘러싼 덫으로 다가온다.

그러니 어딘지 부드럽고 신뢰가 가는 인물이었다가 하루아침에 덫에 걸려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치는 인물로의 변신을 이서진은 연기해야 한다. 투박하게 이어지는 액션과 가족을 잃고 절규하는 모습에서 느껴지는 절박함 같은 감정들은 결코 쉬운 연기라 보긴 어렵지만 이서진에게는 좋은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이런 정도의 연기 도전이어야 우리가 늘 이서진하면 떠올리던 예능의 잔상을 떨쳐낼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작품은 이서진에게 어찌 보면 예능의 덫(?)으로부터 탈출하기 위한 안간힘처럼 보이는 면이 있다. 과연 이서진은 이 도전을 성공시킬 수 있을까. 1999년 데뷔한 이서진이 예능과 연기 사이의 시험대에 올랐다.(사진:OCN)


시즌제 위에서 펄펄 나는 나영석 사단, 여행 위에 쓴 예능사

vN 예능 <알쓸신잡3>는 국내가 아닌 해외로 영역을 넓혔다. 이전 시즌에서 슬쩍 나왔던 해외편에 대한 이야기를 나영석 PD는 놓치지 않았다. 한 프로그램의 지나가듯 던져진 작은 이야기로부터 또 다른 프로그램이 기획되고 만들어지는 건 나영석 사단의 중요한 제작방식 중 하나다. <꽃보다 할배>에서 농담처럼 나왔던 이서진의 요리 이야기가 발단이 되어 <삼시세끼>가 만들어졌고, <신서유기>에서 비롯되어 <강식당>이 등장하는 방식이다.

<알쓸신잡3>는 그 여행지 선정부터가 야심이 넘쳐난다. 그리스에서 피렌체를 거쳐 독일로 가는 그 여정은 서양사를 조금 들여다본 본들이라면 그냥 선택된 것이 아니라는 걸 알아차릴 수 있다. 민주주의와 자본주의를 근간으로 하는 서양문명의 발상지라고도 얘기되는 그리스가 고대 문명의 문화사를 들여다볼 수 있는 곳이라면, 피렌체는 중세를 지나 르네상스가 꽃핀 시기를 볼 수 있는 곳이다. 아직 방영되진 않았지만 독일은 여러모로 근현대로 넘어오는 역사들을 포함하지 않을까. 이렇게 보면 고대부터 현대까지 이르는 그 흐름을 여행지를 통해서 어느 정도 훑어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반응도 좋다. 조금 진지한 지식 수다지만, 들으면 들을수록 빠져들고 그간 피상적으로 알고 있던 지식들이 현장의 화면들과 자료 화면들이 더해져 흥미진진하게 이야기되니 더 깊은 지적 쾌감을 준다. 무엇보다 시즌1을 성공시킨 유시민, 김영하 작가가 전체 프로그램을 끌고 가는 이야기꾼으로서의 놀라운 면모를 이어가고, 여기에 새롭게 투입된 김진애 교수와 김상욱 박사의 진솔한 건축, 미술 그리고 과학 이야기가 흥미진진하게 더해진다. 그저 웃고 떠드는 예능 프로그램에 지친 분들이라면 지식의 즐거움을 느끼게 해주는 <알쓸신잡3>에 푹 빠져들 수밖에 없다.

그러고 보면 새로 시작한 <신서유기5>는 <알쓸신잡3>와는 정반대의 결을 가진 예능 프로그램이다. ‘바보들의 행진’이라고 할 법한 무식함이 갖가지 게임과 퀴즈로 이어지고, 여지없는 폭풍웃음을 만들어낸다. 물론 그 무식함이 과해 논란의 소지를 만든다는 아슬아슬함이 존재하지만, 그래도 요즘처럼 사건도 많고 사고도 많은 시기에 아무 생각 없이 웃고 싶은 분들에게 <신서유기5>의 ‘무조건 웃기기’ 콘셉트는 그 자체로 기능하는 바가 있다 생각된다.

이번 시즌의 콘셉트는 ‘귀신 분장’이다. 그래서 처녀귀신, 저승사자, 가오나시, 강시 등등으로 분장한 출연진들이 그 모습 그대로 홍콩 시내를 활보하며 게임을 하고 음식을 먹는 장면들은 마치 ‘분장실의 강선생님’을 보는 듯한 웃음을 준다. 게다가 매번 이어지는 퀴즈와 게임들은 그 놀랍고도 기상천외한 답변으로 이미 <1박2일> 시절부터 지금까지 변함없는 웃음을 주는 아이템이다.

현재 순항중인 <현지에서 먹힐까>도 지난 시즌인 방콕편에 비해 이번 중국편이 단연 화제성에서나 시청률에서 성공적이다. 물론 <현지에서 먹힐까>는 이제 나영석 사단에서 벗어나 있지만 <신혼일기>에서부터 그 사단 아래 성장했던 이우형 PD의 독립 프로그램이다. 그러고 보면 나영석 PD가 당시 후배들과 함께 작업하겠다고 공언한 후, 함께 했던 PD들인, <윤식당>의 이진주 PD, <알쓸신잡>의 양정우 PD 그리고 <현지에서 먹힐까>의 이우형 PD가 모두 제 자리를 잡았다고 볼 수 있다. <신서유기>의 신효정 PD는 본래부터 자기 색깔을 확고히 갖고 있던 PD이고.

이번 <현지에서 먹힐까> 중국편이 이우형 PD에게 큰 의미가 있는 건, 이 프로그램의 관건이 어느 나라에서 어떤 음식을 할 것인가 만큼, 누가 그것을 수행할 것인가라는 걸 확연히 보여줬다는 점이다. 이연복 셰프는 온전히 이 프로그램의 중심에 섰고, 그의 성공철학을 들여다보는 것만으로도 시청자들의 시선을 집중될 수밖에 없었다. 향후 새로운 시즌을 계획한다면 누구를 중심에 세울 것인가에 성패가 달려있다는 걸 이제 제작진들은 공감할 수 있을 게다.

시즌3를 하고 있는 <알쓸신잡>, 시즌5에 도달한 <신서유기>, 시즌2에 안착한 <현지에서 먹힐까> 또 호평과 시청률을 모두 가져갔던 시즌2 <윤식당>까지를 보면, 이제 나영석 사단의 시즌제는 제대로 자리를 잡고 잘 돌아가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애초 <1박2일>을 하다 tvN으로 오게 된 나영석 PD가 다른 것도 아니고 ‘여행’이라는 아이템 하나에 집중하겠다고 했던 뜻을 이제야 알 것 같다. 모두가 여행이라는 소재 위에 쓴 다양한 형태의 예능 프로그램들이 아닌가. 그렇게 나영석 사단은 시즌제 위에서 여전히 펄펄 날고 있다.(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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