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극 난무하는 시대, ‘법사’가 선택한 새로운 길

법대로 사랑하라

층간소음, 아동학대, 성폭력, 학교폭력. 소재만 봐도 그 사안의 심각함을 누구나 체감할 게다. 신문 사회면에 등장할 때마다 대중들의 뒷목을 잡게 만드는 사건들. 하지만 끝나지 않고 계속 터져 나오는 사건들. 그래서일 게다. 현실이 해결해주지 않는 이 사건들이 드라마 속으로 들어와 속 시원한 해결을 보여주기 시작한 것은. 

 

사회 문제와 사건들을 소재로 가져온 장르물들이 쏟아져 나오고, 이를 복수극 형태로 시원시원한 사이다를 던지는 드라마들이 많아졌다. 심지어 법이 해결해주지 않는 사건을 사적 복수의 형태로 해결하는 드라마들도 적지 않아졌다. 이런 시대에 KBS 월화드라마 <법대로 사랑하라>는 조금 다른 길을 선택한다. 저 심각한 사안들을 가져오고 그 사안들에 대한 판타지 사이다를 제공하긴 하지만, 그 방식이 다르다.

 

이 드라마는 변호사가 출연하고 있고 그래서 법을 다루고 있지만 법정 안에서의 싸움을 그리진 않는다. 그렇다고 법 바깥에서 사적 복수를 취하지도 않는다. 대신 사안이 발생한 그 서민들의 삶 속 깊숙이 들어가 ‘실질적인 해법’이나 도움이 되는 길을 모색한다. 로펌에서 나와 로(Law) 카페를 차려 법원에 가지 않고 해결책을 찾아주는 김유리(이세영)라는 인물은 그렇게 탄생한다. 그는 저 심각한 사안들을 겪는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같이 울어주며 실질적인 해결방법을 찾아준다.

 

층간소음 문제 때문에 미칠 지경이 된 한 사내가 극단적인 선택까지 하려는 상황이 발생했을 때, 그것이 이웃 간의 에티켓 문제가 아니라 건설사의 부실시공이 문제라는 걸 찾아내고 이를 해결하는 김유리와 김정호(이승기)의 첫 번째 에피소드는 이 드라마가 여타의 법정드라마 혹은 법 밖의 복수극과는 사뭇 다른 길을 걸어갈 것이라는 예고에 가까웠다. 법적 대응을 해봐야 소송비용을 빼고 실질적으로 아파트 주민들이 얻어갈 것이 없을 거라는 걸 간파한 이들은 각자 다른 집에서 악기를 연주해도 하나로 어우러지는 이른바 ‘층간소음 밴드’ 영상을 SNS에 올림으로써 브랜드 이미지 추락에 직면한 건설사의 합의를 얻어낸다. 

 

지속적으로 벌어진 아동학대 때문에 아이가 밤마다 거리로 도망쳐 나와 돌아다니고 김유리가 운영하는 로카페에 까지 들어오게 된 사건도 가해자인 부모를 처벌하는 것보다는 피해자인 아동의 이야기를 김유리와 김정호가 들어주고 새로운 보금자리를 찾아주는 해결책을 보여줬다. 게다가 김유리는 해당 관청에서 이런 신고에 대해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에 항의하지만, 해당 공무원 역시 보호 아동이 갈 수 있는 곳이 없다는 현실적인 토로를 함으로써 아동학대 문제와 연관된 아동보호시설의 부족까지 꼬집기도 했다. 

 

5회에 등장한 가사도우미 성폭력 사건은 흥미롭게도 ‘적극적 동의(Yes means Yes)’에 대한 이야기를 김유리가 김정호에게 동의 없이 키스한 대목을 통해 풀어냄으로써 이 법적인 사건과 드라마 속에 부지기수로 등장했던 이른바 ‘동의 없는 키스들’에 대한 비판을 달달한 멜로와 엮어 풀어내는 기막힌 전개를 보여줬다. 

 

이른바 ‘벽치기’라고도 불리는 드라마 속 동의 없는 키스 장면들은 이제 ‘폭력’으로 간주되어 사라지고 있는 상황이다. ‘키스의 적법성에 관한 고찰’이라는 부제에 맞게 김유리는 자신의 키스가 김정호의 동의 없이 했던 것에 대해 재차 사과한다. 이건 이런 장면에서의 남녀 상황을 뒤집어놓은 설정을 가져와 이러한 친밀감을 표현하는 행위들에 사전 동의가 필요하며 그게 아니면 폭력이 될 수 있다는 걸 보여준다. 이 이야기는 가사도우미에게 아무런 동의 없이 스킨십을 하려한 집주인의 성폭력 사건과 연결되어 사안을 더 확장해서 보게 해준다. 

 

6회에 다뤄지고 있는 학교폭력 문제도 마찬가지다. 로 카페에 상담하러 온 폭력 피해학생이 ‘촉법소년’에 대해 물어오고 그건 그가 심각한 사건을 일으킬 수도 있다는 위기의 신호를 암시한다. 그 폭력을 옆에서 알아차린 역시 학교폭력으로 동생을 잃은 로카페 바리스타 서은강(안동구)이 피해학생을 돕겠다고 일부로 방화사건을 내고 그걸 가해학생들의 짓이라 거짓 증언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직접적인 보복도 법적인 해결도 아닌 이들이 제시한 제3의 선택이 어떤 결과를 보여줄지 궁금해진다. 

 

사실 <법대로 사랑하라>는 제목이 다소 어색하게 느껴진다. 그것은 주로 ‘법대로 하라’는 말이 법대로 ‘처벌하라’는 의미로 자주 쓰이곤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드라마는 ‘처벌’ 대신 ‘사랑’을 선택했다. 처벌이 가해자들에 대한 단죄를 말한다면, 사랑은 피해자들에 대한 사랑이 아닐까. 물론 심각한 사건들에서 가해자들에 대한 처벌은 당연히 중요할 게다. 하지만 그러한 처벌만큼 삶이 나아지려면 피해자들을 보듬어주고 살아갈 수 있게 해주는 사랑의 시선이 필요하지 않을까. 

 

그래서 <법대로 사랑하라>는 제목은 여러 가지 의미로 읽힌다. 김정호와 김유리의 관계로 보면 김유리를 사랑하지만 자신과(혹은 가족) 관계된 일 때문에 다가가지 못하는 김정호엑 이 드라마는 일단 법적인 문제들을 해결하고 당당해진 후 사랑하라고 말하는 듯 하다. 또 앞서 말했듯 ‘법대로’ 처벌만이 아닌 사랑을 하라는 의미로도 읽히고, 저 성폭력 사례의 적극적 동의의 관점으로 보면 법에 저촉되지 않는 방식으로(그것이 가장 안전한 것이기 때문에) 사랑하라는 의미로도 읽힌다. 여러모로 복수의 방식으로 법이 그려지곤 하는 시대에 색다른 선택이 주목되는 작품이다. (사진:KBS)

'마우스'가 또 뒤집은 반전, 사이코패스는 이승기였나

 

반전에 또 다시 반전이라니. 맞은 자리를 또 맞은 것 마냥 뒤통수가 얼얼하다. 그런데 기분이 그다지 나쁘지는 않다. 범죄스릴러는 역시 반전의 맛이 있어야 하는 것이니 말이다. tvN 월화드라마 <마우스>는 정바름(이승기)이 본래 자신이 사이코패스였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되면서 또 다른 국면으로 전환되는 반전을 선사했다.

 

첫 번째 반전은 정바름이 뇌 이식 수술을 받은 후 깨어나 새장 속의 새의 목을 잔인하게 꺾어 창밖으로 던져 버리는 장면에서 생겨났다. 길거리에서 약자들이 어려움에 처해 있는 걸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바른 순경이 바로 정바름이 아니었던가. 그런데 살인 충동을 점점 느끼게 되는 정바름은 그 이유가 사이코패스 살인자인 성요한(권화운)의 뇌를 이식받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이를 믿게 만든 건 살해된 줄 알았지만 살아있었던 대니얼 리(조재윤)였다. 그는 성요한의 뇌가 이식되어 정바름의 뇌를 잠식해나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래서 그 살인본능을 억제하려면 누군가를 죽여야 하고, 그럴 바에는 '죽어 마땅한 이들'을 살해하라고 했던 것. 하지만 거기에는 누군가의 지시가 존재했다. 다음 살인 대상을 알려주는 누군가의.

 

하지만 두 번째 반전이 숨어 있었다. 정바름은 자신이 성요한의 사이코패스 기질을 가진 뇌와 싸우고 있다고 여겨왔지만, 사실은 정바름이 진짜 사이코패스였고 성요한은 그걸 막으려 했던 인물이라는 게 그의 집에서 나온 여러 증거들에 의해 드러났다. 오봉이(박주현)에게 줬던 목걸이에 달린 팬던트가 고양이 이빨로 만든 것이었고(아마도 정바름이 고양이를 죽였다는 것), 고무치의 형 고무원(김영재)의 팬던트와 봉이 할머니의 브로치도 자신의 집에서 발견되었다.

 

결정적인 건, 뇌 이식 수술을 받고 깨어난 후 자신의 집 뒷마당에서 느꼈던 이상한 기분의 실체가 드러난 장면이었다. 그 뒷마당 화분 아래에는 비밀 공간으로 들어가는 문이 있었고, 그 안에는 실종됐던 아이 김한국의 시신과 여러 살인사건들의 사진들이 벽 한 가득 붙어 있었다. 정바름은 그 살인을 벌인 자가 성요한이 아니라 자신이었다는 걸 깨달으며 충격에 빠졌다.

 

그러고 보면 수성연쇄살인사건의 진범인 이재식을 갈대숲에서 잔인하게 죽이고 숨어 있던 정바름에게 고무치(이희준)가 던진 말은 일종의 복선이었다. "넌 네가 뭐라도 되는 줄 알지? 사람 죽이고 싶어서 콘셉트를 그렇게 잡았냐? 그래봤자 넌 사이코패스 연쇄살인마야 이 새꺄!" 이 대사는 마치 '다크 히어로'나 된 것처럼 여겨지던 정바름의 실체를 말하는 대목이니 말이다. 게다가 정바름을 키웠던 이모(강말금)가 아들과 함께 그의 눈치를 보며 도망치듯 마을을 떠난 이유도 이해할 수 있게 됐다. 이모는 아마도 정바름의 실체를 알고 있었을 거라는 것.

 

<마우스>가 보여준 이중 트릭은 이 작품이 연쇄살인마 같은 가해자들이 별다른 고통 없이 살아가는데 비해 피해자들은 평생을 상처 속에 사는 그 현실을 가져와 어떻게든 저들을 처단하고픈 욕망을 드러내면서, 동시에 그것이 결국은 사이코패스 연쇄살인마와 다를 바 없다는 걸 말해주는 대목이다. 욕망과 현실 인식이 부딪치는 것. 시청자들은 잠시간 정바름이 다크히어로처럼 '죽어 마땅한 이들'을 처단하는 것으로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됐지만, 그가 다름 아닌 진짜 사이코패스라는 걸 드러냄으로써 그것 역시 잔인한 살인에 불과하다는 걸 충격적으로 확인하게 됐다.

 

드라마 초반에 등장했던 정바름의 친구였지만 마술을 돕다가 상자 속에서 피투성이로 발견된 치국(이서준)이 의식불명 상태에 있다가 깨어났다는 소식은 이제 각성한 정바름에게는 충격적인 상황일 수밖에 없다. 그의 실체가 공개될 수 있는 위기이기 때문이다. 이중 트릭으로 반전에 반전을 더함으로써 20부작 드라마가 자칫 느슨해질 수 있는 후반부 스토리가 다시금 쫀쫀해졌다.

 

첫 번째 반전에서도 이승기라는 배우의 이미지는 주효한 면이 있었다. 워낙 바른 이미지를 갖고 있던 터라 그가 사이코패스가 되어간다는 사실이 충격적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후에도 이 인물에 대한 바른 이미지의 기대감은 여전했다. 그래서 사이코패스 잡는 사이코패스라는 상황에서 이승기의 바른 이미지는 법이 집행하지 못하는 걸 해주는 '정의의 사도'처럼 그려진 면이 있다. 하지만 두 번째 반전으로 그가 진짜 사이코패스라는 게 밝혀지면서 시청자들은 또 다시 충격에 빠질 수 있었다.

 

하지만 이 얼얼한 기분이 나쁘지 않은 건, 바로 이런 과감한 반전으로 드라마가 긴장을 계속 유지해나갈 수 있게 됐다는 사실과, 이를 통해 드라마가 하려는 메시지도 더 깊어졌다는 사실 때문이다. 사적 복수의 카타르시스와 더불어 그것이 결국 살인일 수밖에 없다는 인식이 두 번의 반전을 통해 메시지 속에 녹아들었으니 말이다.(사진:tvN)

'마우스'의 질문, 법은 과연 정의로운가

 

희대의 범죄자가 심신장애를 주장하고 그래서 감형 받아 만기 출소한 후 또 다른 범죄를 저지른다. 사이코패스 살인범은 체포된 후에도 아무런 죄책감이나 후회를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피해자들은 가슴을 치고, 그 후유증을 평생 안고 살아간다. 안타깝지만 이런 일은 드라마 속 이야기가 아니다. 최근 조두순의 만기 출소를 두고 벌어진 대중들의 공분을 보라.

 

tvN 수목드라마 <마우스>에 등장한 성범죄자 강덕수(정은표)는 그 현실의 인물을 드라마 속으로 고스란히 옮겨왔다. 만기 출소했다는 사실만으로도 그의 피해자였던 오봉이(박주현)는 공포에 질려버린다. 오래도록 갖가지 무술을 익힌 건, 그 범죄자에 대한 복수심 때문이기도 했지만 그건 어쩌면 피해 후유증으로서 두려움을 이겨내기 위한 안간힘이었을 게다.

 

법이 잡아넣어도 그만한 대가를 치르게 하지 않고, 심지어 다시 풀어주어 또 다른 잠재적 범죄를 야기하게 만드는 현실. <마우스>는 아마도 이런 현실에 드라마를 통해서나마 일침을 가하고 싶었던 듯하다. 사이코패스 성요한(권화운)의 뇌를 이식받고 점점 사이코패스의 본능이 살아나는 정바름(이승기)이라는 문제적 인물은 그렇게 탄생했다. 사이코패스 잡는 사이코패스의 탄생.

 

이 설정은 마치 연쇄살인마를 사냥하는 소시오패스 덱스트 모건을 다룬 미국드라마 <덱스터>를 떠올리게 한다. 하지만 <마우스>는 <덱스터>처럼 다소 경쾌하게(?) 이 사안을 다루지 않는다. 그보다는 더 무겁게 질문을 던진다. 과연 법은 정의로운가. 죽어 마땅한 이를 살해하는 건 과연 잘못인가.

 

사이코패스의 뇌를 이식받은 정바름이 강덕수를 추격해 그가 범행했던 대로 똑같이 그를 처단하는 이야기는 이런 질문들을 통해 탄생한다. 그런데 이 사건에는 그의 살인을 감춰주거나 덮어주려는 여러 인물들이 등장한다. 강덕수에게 끌려갔던 아이는 다리 밑 버려진 캐비넷 속에 자신을 숨겨주고 그를 살해한 인물이 정바름이라는 걸 알면서도 묵인한다.

 

강덕수와 사투를 벌였던 오봉이는 그의 사체 옆에서 천 원짜리 지폐를 발견하고 그를 죽인 인물이 고무치(이희준)라 생각하며 그래서 자신이 범인으로 몰려도 입을 다문다. 한 피해자 아이가 고무치에게 그 지폐를 주면서 가해자를 죽여 달라고 의뢰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지폐는 정바름이 증거보관소에서 꺼내 갔다가 현장에서 흘린 것이었다.

 

현장 근처에서 피투성이가 된 오봉이를 발견했던 최홍주(경수진)는 그를 차안에 옮겨놓은 후 그가 강덕수를 살해했다고 생각한다. 그의 손에 칼이 들려 있었기 때문이다. 다리 밑에서 강덕수가 죽어가고 있는 걸 확인한 최홍주는 그러나 오봉이의 부탁대로 앰블런스를 부르지 않는다. 대신 최홍주의 칼과 피묻은 옷을 숨겨 놓는다. 그 역시 강덕수의 죽음이 정당하다 여긴 것.

 

<마우스>가 정바름을 사이코패스 뇌에 잠식당해 점점 사이코패스화 되어가는 인물로 세운 건, 법이 처결하지 못하는 범죄자들에 대한 날선 비판을 담고 있다. 정바름은 과연 잔인한 사이코패스인가, 아니면 법이 행하지 못하는 정의를 비로소 수행하는 인물인가. 최란 작가는 정바름이라는 문제적 인물과 그의 살인에 암묵적으로 동의하고 지지하는 인물들의 이야기를 통해 에둘러 말하고 있다. 법은 과연 정의로운가. 피해자들의 고통을 충분히 헤아릴 정도로.

 

애초 먹구렁이가 들어있는 상자 속에 쥐가 들어가, 오히려 쥐가 먹구렁이를 공격하는 장면은 그래서 정바름의 변신을 통해 다시금 생각해보면, 우리의 불안한 사회를 은유한 것이라 보인다. 먹구렁이가 버젓이 활보하는 세상, 쥐들은 그저 두려움과 공포를 감수하며 살아가야 하는 우리네 선량한 이들을 상징한다. <마우스>는 그 쥐의 반격을 통해 우리네 사법 정의의 현실을 묻고 있다.(사진:tvN)

이승기, 예능·연기·MC 만능 연예인으로 새 전성기 맞아

 

최근 들어 이승기의 활약이 여러 분야에서 주목받고 있다. 가장 도드라지는 건 역시 tvN 수목드라마 <마우스>에서의 활약이다. 바른 청년이자 약자들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순경이었지만, 사이코패스의 뇌가 이식되면서 정체성의 혼란을 겪는 정바름이라는 인물 역할이다. <마우스>는 궁극적으로 사이코패스는 탄생하는가 아니면 만들어지는가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작품으로 결국 이 정바름의 어떤 선택이 작품의 메시지를 드러내는 중요한 열쇠가 된다.

 

사실 <마우스>로서는 정바름 역할에 이승기를 캐스팅한 것 자체가 신의 한수라고 볼 수 있다. 늘 바른 청년의 이미지를 가진 이승기가 아닌가. 그래서 <마우스>에서는 이 티 없이 순수해 보이는 인물이 순간순간 변화하는 모습을 통해 극의 긴장감을 끌어올리고 있다. 뇌수술을 받고 깨어난 정바름이 병실 한 편에 놓여진 새장 속에서 새를 꺼내 목을 꺾어 창밖으로 던지는 반전 장면은 그래서 시청자들을 소름 돋게 만든 바 있다.

 

항상 선한 역할만을 주로 해왔던 이승기가 돌변했을 때 오히려 더 큰 반전을 줄 수 있다는 걸 먼저 보여준 건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범인은 바로 너>였다. 시즌2에서 '꽃의 살인마'로 등장하면서 그 반전 매력이 가능하다는 걸 확인시켜 줬기 때문이다. 물론 그건 예능 버전이었지만, <마우스>는 그것이 드라마에서도 효과를 낸다는 걸 보여줬다. 이제 선한 역할만이 아닌 악역까지 연기의 스펙트럼을 넓혀가는 이승기의 배우로서의 가능성을 기대하게 만드는 대목이다.

 

과거 이승기는 가수로 데뷔해 '내 여자라니까'로 주목받았고, KBS <1박2일>과 SBS <찬란한 유산>까지 큰 성공을 거두며 이른바 '트리플 크라운(가수, 배우, 예능)'으로 불린 바 있다. 물론 그 후에도 꾸준히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을 이어왔지만, 그 이상의 어떤 성취들이 눈에 띄지는 못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이승기의 존재감이 새롭게 다양한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마우스>에서 보여준 연기 영역의 확장은 물론이고, JTBC <싱어게인> 같은 오디션 프로그램에서도 MC로서 확실한 존재감을 보여준 바 있다.

 

<싱어게인>에서 이승기가 중요한 역할을 한 건, 이 프로그램의 정체성과도 관련이 있다. 이 프로그램은 오디션 형식을 가져왔지만 대결과 경쟁보다는 서로가 서로를 지지하며 응원함으로써 저마다 최고의 무대를 만들어내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 이승기는 출연자들의 긴장을 풀어주기 위해 규현과 함께 농담을 주고받기도 하고, 출연자들의 노래에 맞춰 춤을 추기도 하며 백스테이지에서는 그들에게 다가가 진심어린 상찬을 해주기도 했다. 많은 출연자들이 이승기의 이런 진정성에 감동했다는 이야기를 내놓은 건 그가 얼마나 진심으로 이 프로그램에 임했는가를 말해주는 대목이다.

 

이미 <1박2일> 시절부터 예능에 남다른 재능을 보였지만 이승기는 SBS <집사부일체>, tvN <서울촌놈>, 넷플릭스 오리지널 <범인은 바로 너>, <투게더> 같은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여전한 예능감을 선보여 왔다. 그는 특유의 편안하고 기분 좋게 해주는 캐릭터이면서, 이제는 좀 더 주도적으로 상황을 만들어내고 풀어가는 베테랑적인 면모까지 갖추게 됐다. 과거 <1박2일> 시절과 비교해보면 확실히 성숙된 모습이 두드러진다.

 

<마우스>를 통한 연기자로서의 성장과, <싱어게인>으로 오디션 MC로서도 충분히 보여준 가능성 그리고 다양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보여주는 성숙해진 면모. 이것이 지금 현재 이승기의 새로운 전성기를 만들고 있는 이유가 아닐까. 과거의 트리플 크라운과 비교해보면 지금의 이승기는 확실히 성숙된 성장의 면모를 보이고 있다.(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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