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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국과 김종민, 그들의 공통고민은?

 

이제 김종국 없는 <런닝맨>을 상상하긴 어려울 것이다. 제리가 존재하기 위해서는 톰이 있어야 하고, 뽀빠이가 힘을 쓰기 위해서는 브루터스가 있어야 하듯이 이광수나 지석진 같은 초식동물들이 있는 <런닝맨>이라는 정글에서는 김종국 같은 육식동물이 반드시 필요하다. 운동으로 다져진 몸을 바탕으로 <X맨>에서 주목을 받은 그는 <패밀리가 떴다>를 거쳐 <런닝맨>에서는 확실한 예능의 ‘능력자’로 자리매김했다.

 

사진출처: 원오원엔터테인먼트

<런닝맨> 같은 게임 예능에서 김종국 같은 능력자가 부여하는 긴장감은 필수적이다. 그가 얼마나 <런닝맨>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가는 그가 없다고 상상해보면 바로 알아차릴 수 있다. 그가 없었다면 배신의 아이콘 광수도 없었을 것이고, 서로 만나면 형 동생 하면서 때론 짓궂은 장난을 치는 하하도 없었을 거다. 심지어 그와 대립각을 세우는 유르스 윌리스 같은 캐릭터도 그렇게 멋있게 포장되기 어려웠을 게다.

 

최민수 같은 공포(?)의 캐릭터가 나왔을 때 그 공포감을 더 극대화시켜주는 역할도 역시 김종국의 몫이다. 능력자인 그가 꼬리를 내리거나 게임에서 지게 되면 그를 이긴 게스트는 더 강하다는 것이 그 자체로 입증되기도 하니까. 한편 반전을 통해 놀라움을 안겨주기도 한다. 추신수와 류현진이 나왔을 때 모두가 벌벌 떨던 추신수의 이름표를 떼어냄으로써 그에게 승부욕을 자극한 것도 김종국이고, 얘기하는 척 하다가 갑자기 이름표를 떼 내면서 류현진이 가진 의외의 귀여운 면모를 끄집어낸 것도 김종국이다.

 

<런닝맨>은 물론이고 예능에서 능력자로 자리매김한 그지만 바로 예능에서 너무 뛰어난 기량(?)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은 그에게 고충이 되기도 한다. 그가 예능에서 확실히 자리를 잡을수록 그의 본업이라고 할 수 있는 가수라는 직업은 가려지기 마련이니까. 2010년 1월에 6집 ‘열한번째 이야기’를 발매하고 근 3년이 지난 올 10월 그는 7집을 발표했다. 다행히 반응이 나쁘지 않은 편이다.

 

예능 동료가 된 개리와 하하가 피처링한 ‘너에게 하고 싶은 말’과 마이티 마우스가 피처링한 ‘남자도 슬프다’에 이어 타이틀곡인 ‘남자가 다 그렇지 뭐’도 특유의 하이톤의 미성 보컬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하지만 예능에 출연하는 가수들이 모두 김종국 같은 것은 아니다. <1박2일>의 김종민은 그룹 코요테에서 끊임없이 새 곡을 발표하고 있지만 그다지 주목받지는 못하고 있다. 물론 이것은 코요테에서 거의 신지가 노래하는 분량이 절대적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가 워낙 <1박2일>을 통해 갖게 된 이미지가 강력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유독 가수 출신 MC들이 많았던 <1박2일>은 가수들이 예능을 통해 어떤 시너지를 낼 수 있는가를 보여줬던 프로그램이기도 하다. MC몽과 이승기, 김C, 은지원은 <1박2일>을 통해 갖게 된 확고한 캐릭터를 통해 자신의 음악활동에 활기를 불어넣기도 했다. 하지만 이 상황이 오래 지속되자 이들에게도 같은 고충이 생겼던 게 사실이다. MC몽은 물의를 일으키면서 하차했지만, 스스로 하차한 김C는 최근 한 인터뷰에서 예능으로 소비되는 자신의 이미지가 부담으로 작용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승기는 드라마를 통해 연기자로서의 발판을 만들었지만 역시 가수라는 본업에 아쉬움이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은지원도 <1박2일>을 하차하고 클로버를 결성해 좀 더 음악활동에 매진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길과 개리 그리고 하하 같은 예능인이 다된 가수들은 그 두 영역을 잘 넘나들며 균형을 맞추고 있지만 그게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슈퍼7>콘서트가 논란에 빠지자 길과 개리가 선뜻 하차를 표명하고 본업인 ‘좋은 음악’을 만들겠다고 한 것은 이들에게 음악이 얼마나 돌아가고픈 고향인가를 잘 말해주는 대목이다.

 

가수들에게 분명 예능은 하나의 기회가 된다. 그리고 이것은 이제 가수 활동의 한 영역이 된 상황이다. 성시경이 성발라에서 성충이가 되는 과정은 어쩌면 이 멀티 플레이어를 요구하는 연예환경 속에서 꼭 필요한 통과의례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도 성충이의 이미지가 너무 강해져 성발라가 잊혀지는 단계에 이르게 되면 고민이 될 것이다. 중요한 건 균형 감각이다. 어느 한 이미지가 다른 이미지를 덮어버리지 않게 양쪽을 공존하게 하려면 두 배의 노력이 필요하다. 물론 노래 하나로 승부해도 충분하다면 최선이겠지만, 예능이 가수로서의 활동에 어떤 도움이 된다면 그만한 노력을 기울일만한 가치는 분명 있을 것이다.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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밝은 이승기, 어둠까지 품는다면

 

이승기에게 <더킹 투하츠>는 그가 연기에 도전했던 이전 작품들과는 다르게 다가올 것이다. 물론 첫 연기 경험이었던 <소문난 칠공주>의 황태자 역이나, 그에게 트리플 크라운의 영광을 안겨준 <찬란한 유산>의 선우환 역, 그리고 코믹 연기의 가능성을 보여주었던 <내 여자친구는 구미호>에서의 차대웅 역에서 모두 이승기는 무난한 연기를 보여주었다.

 

 

'더킹 투하츠'(사진출처:MBC)

아니 무난하다기보다는 호평이었다. 거기에는 당시 이승기가 갖고 있는 독특한 위치가 한 몫을 차지했다. 즉 이승기는 본격적인(?) 배우는 아니었다. 가수가 본업이었고 <1박2일>을 통해 가수 이외에 예능인으로서의 새로운 매력을 드러내는 중이었으며, 여기에 배우라는 새로운 도전을 성공적으로 치르고 있다는 것이 호평으로 이어졌을 뿐이었다. 하지만 <더킹 투하츠>의 이재하 역할을 연기하는 이승기는 상황이 이때와는 다르다.

 

이승기는 사실상 그의 가치를 세워주었던 예능을 모두 접었다. <1박2일> 시즌2에 잔류하지 않았고, <강심장> MC도 내려놓았다. 가수로서의 활동도 전무하다. 오로지 <더킹 투하츠>라는 드라마 하나에 전력 질주하는 모습이다. 즉 이승기는 가수와 예능인을 잠시 접어두고 제대로 배우라는 영역에 도전하고 있는 셈이다.

 

그래서일 것이다. <더킹 투하츠>에서의 이승기의 연기가 이전의 연기와는 다르게 느껴지는 것은. 이 드라마에서 이승기는 꽤 준비된 연기를 보여주었다. 드라마 초반에 그는 어딘지 왕제와는 어울리지 않는 바람둥이의 모습을 얄미울 정도로 잘 연기해냈다. 김항아(하지원)에게 "넌 여자가 아냐"라고 하는 대사에서는 보는 이마저 화가 나게 할 정도였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갑자기 한 나라의 왕제로서의 모습을 보여주었을 때(예를 들면 미국의 간섭에 대해 속 시원한 한 방을 날렸을 때 같은)는 그 가벼운 겉모습 밑에 숨겨진 믿음직한 구석을 느끼게 해주었다. 자유를 구가하려던 왕제가 형의 죽음 이후 곧바로 왕위를 물려받으면서 겪게 되는 그 변화를 연기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게다가 이건 왕이 아닌가. 왕이라는 위치에서는 상당 부분 겉모습(왕으로서의 위엄을 갖추어야 하는)과 실제 내면(한 인간으로서의)이 다를 경우가 많을 수밖에 없다. 이재하는 그 양자를 오가면서 김봉구(윤제문)라는 희대의 악당과 때로는 대면해야 하고 그 고통 속에서도 웃으며 상대방을 제압해야 한다. 게다가 이제 결혼할 사이인 김항아와의 멜로도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 배우로 서려는 이승기로서는 제대로 된 역할을 만난 셈이다.

 

이승기는 잘 알려진 대로 그 특유의 노력과 근성으로 이 복잡한 연기를 잘 해내고 있다. 김봉구가 형인 이재강(이성민)을 죽였다고 제 입으로 말할 때도, 이승기는 그 분노를 억누르며 김봉구에게 맞서는 재하의 왕으로서의 면모를 드러내주었고, 믿었던 비서실장 은규태(이순재)의 배신 사실을 알고는 분노를 터트리면서도 그 마음 한 구석에 남아있는 믿음과 정을 놓지 않는 재하의 인간적인 면모도 보여주었다. 왕으로서의 얼굴과 한 인간으로서의 얼굴, 이 둘을 한꺼번에 보여준다는 것. 이승기는 확실히 이 작품을 통해 배우로서도 한 단계 더 내디딘 셈이다.

 

이처럼 배우로서도 이제 어엿한 면모를 보여주는 이승기에게 그러나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 연기는 물론 노력과 연습이 중요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채워질 수 없는 부분이 있다는 것. 연기자에게서 굳이 연기하지 않아도 뿜어져 나오는 그 특유의 느낌은 대본과 캐릭터를 연구하는 것으로 얻어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이것은 삶의 경험치에서 나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승기의 장점으로 여겨지는 늘 밝은 모습, 선한 심성 같은 이미지는 배우로서는 한편으로 단점이 되기도 한다.

 

아픔을 연기할 때 진짜 아프게 다가오는 건 그걸 표정으로 연기해내기 때문이 아니다. 그 연기자의 안에 있는 진짜 아픔을 끄집어냈을 때 그것이 비로소 전달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보면 왜 이승기가 이처럼 연기 호연을 펼치고 있으면서도 오히려 조정석의 눈물 한 방울에 더 가슴이 와 닿는가를 이해할 수 있다. 조정석은 밝은 이미지가 있지만 동시에 어두운 구석도 갖고 있는 배우다. 그것이 보는 이들에게는 그 자체로 마음 시리게 다가온다.

 

아마도 이것은 노력하는 이승기가 배우로서 서기 위해 마지막으로 넘어야할 한 가지가 아닐까 싶다. 인간적인 매력에는 밝은 면만 있는 게 아니다. 누군가는 그것을 '폐허'라고 표현했고 누군가는 그것을 '우수(憂愁)'라고 표현한다. 밝은 껍질 아래 무언가 아프고 무너질 것 같은 면면. 그것이 배우가 연기 연습을 통해 얻어내는 기술적인 성취만큼 중요할 수 있다. 그것은 능력이 아니라 매력의 영역이다.

이승기는 예능에서의 다분한 끼와 순발력, 가수로서의 감성 또 배우로서 갖추어야 할 성실성을 다 갖추었지만, 단 한 가지 그 자체로 뿜어져 나오는 (보는 이들로 하여금 한없이 보듬어주고픈 마음을 갖게 하는) 아픈 매력이 부족하다. 물론 지금도 충분한 다른 매력이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바로 이 '우수' 깃든 매력이 덧붙여진다면 이승기는 독특한 자신만의 아우라를 갖는 배우로서 설 수 있을 것이다.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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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2.05.20 11:10 dd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픈매력? 우수에 깃든매력? 신비주의를 해야된다는 건가..

    아니면 슬픈과거라도 지녀야한다는거? 제 눈엔 그저

    완벽하게만 보입니다.

  2. 2012.05.20 12:50 ㅎㅎ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살인하는 역할을 가진 사람한테 살인자가 되라는 말같아요..ㅡㅡ;

  3. 2012.05.21 01:28 동감임니다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랑 같은 생각을 하시네요. 저두 이승기 좋아해서 드라마 다 봤는데..
    승기씨 정말 노력하고 발전하는데 뭔가 부족함을 느꼈어요.
    연애와 실연, 좌절, 후회 그런 걸 못 겪어 본것 같은..
    풋사랑 한번에 고등학교까지 엘리트같이 자랐고 연예인 되고서도
    차근차근 올라가서 일찌기 정상을 찍었죠.
    그래도 그 정도면 정말 잘한다 싶어요.
    아직 나이가 어리고 일에만 몰두해서 그런거 같아요.
    나이가 들고 연륜이 생기면 진짜 좋은 배우 될거에요!
    그리고 이승기씨 너무 일말 열심히 하지말고 연애도 하고 좀 놀기도 했으면
    개인적으로 바라네요 ㅎㅎ

  4. 2012.05.21 10:36 참나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그래서.....결국은 같은 드라마에 출연하고 있고, 요즘 한창 뜨고 있다는 '조정석'이야기를 하고 싶었던건가?...... 조정석을 칭찬하려고 줄줄이 이승기 이야기를 했다는 건가?.........
    아우라?..... 제목만 바꿔 올리면 무작정 이승기 칭찬기사인 줄 알고 더킹팬들이 손바닥 누르겠어요~~~~~ 아픔이 없고 실패가 없는 사람, 고민없이 배부르고 행복한 사람은 세상 어디에도 없습니다. 지금도 이승기씨는 충분히 잘하고 있습니다. 그래왔고 앞으로도 그럴테니 아우라라는 웃기지도 않는 말장난으로 조종석씨와 이승기씨를 비교질이나 하지 맙시다....쯧쯧....글쓴다는 사람이.....

  5. 2012.05.26 15:07 ..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글쎄 굳이 우수를 굳이 보여줄 필요가 있을까??? 이승기는 시청자들에게 많이 노출된 배우임에도 이런 연기에서 공감을 얻은거고.... 조정석은 아직 노출되지 않았기 때문에 약간의 신비감이 있을 뿐인거지 그건 아우라랑 상관이 없을것 같다...........

    신비주의 연예인이 편하겠지만 수많은 노출을 하고도 좋은 이미지를 가지는건 정말 힘든일이기 때문에 이승기가 많은 인기를 얻고 있는것이다.... 조정석이 커나가려면 앞으로 좋은 연기 뿐 아니라 언론 노출 속에서 이미지를 어떻게 이어갈것인가가 중요한거지..... 멋진 역으로 순간 인기를 얻은 어떻게 보면 흔히 있는 일이니까.......

  6. 2012.06.05 17:37 BlogIcon 난 반대생각이야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근데 시린 아픔이 있을거 같다는 조정석은 배우아우라가 안느껴지는데 이승기는 원톱배우로 급부상한 느낌이라면 조정석은 그냥 조연하기 딱 좋은 비쥬얼과 아우라를 지녔음 실물로 조배우봤는데 화면이 훨 낫더라 키도 좀 아쉽고 ㅠ 배우아우라는 이승기가 더 있고 조정석이라는 배우보다 경력이 적은데도 압도했다 봄 이재하는 후덜덜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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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가 연기하고, 배우가 웃기는 시대

 

사실 몇 년 전만 해도 가수들의 드라마 진출은 혹독한 신고식을 치러야 하는 일이었다. 물론 지금도 연기 못하는 가수들은 이른바 연기력 논란을 겪기도 하지만 적어도 이제 가수들이 주인공을 맡는다는 그 사실 하나로 비판을 받지는 않게 되었다. 그만큼 드라마의 주인공으로 가수들이 많이 등장하고 있고, 또 성공사례도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고쇼'(사진출처:SBS)

이승기와 박유천은 드라마로 간 연기돌의 좋은 예다. '더킹 투하츠'에서 이승기는 깐족대면서도 때론 위엄을 보여주는 왕제 역할을 잘 소화해내고 있고, '옥탑방 왕세자'에서 박유천은 현대로 온 조선의 왕세자 역할을 코믹하게 보여주고 있다. '해를 품은 달'에서 주목받고 '적도의 남자'에서 매력이 확인된 임시완, '사랑비'와 '패션왕'에서 각각 활약하고 있는 소녀시대의 윤아와 유리 등등 지금 드라마의 중심에는 가수들이 있다.

 

물론 여전히 연기가 어색한 가수들도 있지만 그래도 과거에 비해 확실히 나아진 건 사실이다. 이것은 이제 가수들이 연기 영역에 진출하는 것을 쉽게 보지 않는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아이돌들 같은 경우에는 자체적으로 연기를 배우는 것이 하나의 코스가 되어 있다. 가수들은 캐스팅이 문제가 아니라 그 역할을 제대로 소화해내야 그만한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걸 알고 있다. 오히려 소화를 못했을 때는 연기력 논란으로 자칫 가수 활동 자체에도 악영향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가수들의 드라마행이 이제 보통의 일이 되어버린 반면, 작년부터 배우들의 예능러시가 주목된다. 엄태웅은 '1박2일'의 멤버가 되면서 그간 드라마나 영화에서 올리지 못했던 주가를 올렸다. 그는 영화 '특수본'에 이어 '건축학개론'에도 출연했고, 최근에는 드라마 '적도의 남자'에서 맹활약 중이다. 송지효 역시 예능을 통해 주가를 올린 대표적인 사례다. '런닝맨'은 '쌍화점'에서의 이미지를 털어내고 그 위에 송지효 특유의 편안한 매력을 부각시켰다. 그녀는 심지어 드라마 '계백'을 촬영하면서도 '런닝맨'에 출연하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이것은 사극에 있어서 전례가 거의 없는 일이다. 그만큼 송지효가 '런닝맨'을 얼마나 중요하게 여기는 지를 알 수 있었던 대목이다.

 

한혜진은 '힐링캠프'가 발견한 예능의 보석이 되었다. 상대방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면서도 자기가 할 이야기는 빼놓지 않고 콕콕 집어 말하는 직설어법은 '힐링캠프'에서 그녀만의 존재감을 세워주었다. 이러한 성공사례들 덕분일까. 배우들의 예능 러시는 가속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고현정이 자신의 이름을 딴 '고쇼'로 예능 신고식을 치렀고, 이동욱은 이승기가 떠난 '강심장'에 MC를 맡아 첫 회부터 공동MC인 신동엽보다 더 확실한 존재감을 만들어냈다. 물론 시트콤은 예능으로 분류돼도 드라마에 가깝지만 아직까지 이 분야에 발을 딛지 않았던 차인표(선녀가 필요해)나 류진(스탠바이)이 최근 여기에 합류했다는 것도 배우들의 예능 러시와 같은 궤로 바라볼 수 있을 것이다.

 

배우들 중 특히 여배우들의 예능 활약은 두드러진다. 사실 여배우들의 예능 출연은 대부분 그들의 작품 홍보 시기와 맞물려 출연하는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만큼 여배우라는 존재 자체가 예능에서는 하나의 블루오션처럼 되어 있었던 것. 여배우라면 흔히 떠올리는 여신 같은 이미지들이 있기 때문에 이것을 걷어내는 것만으로도 예능에서는 확실한 반전 효과를 줄 수 있다. 송지효나 고현정 같은 경우를 보면 그녀들이 본래 갖고 있던 이미지들을 예능을 통해 상당히 부드럽게 만들어낼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그렇다면 배우가 예능을 하고 가수가 연기를 하는 것처럼 연예인들이 점점 멀티 플레이어화되는 이유는 뭘까. 이것은 점점 퓨전화되고 섞이는 콘텐츠들의 시대적인 요구에서 비롯된다. 예능이 다큐나 드라마적인 요소와 섞이고, 드라마가 예능과 접목되는 등의 콘텐츠 퓨전화 경향은 그 종사자들인 연예인들의 자기 정체성 또한 하나에 머무르게 하지 않는다. 또한 경쟁이 그만큼 치열해지기 때문에 좀 더 다양한 콘텐츠를 통해 자신을 어필하려는 것도 연예인들이 다양한 분야를 넘나드는 이유가 될 것이다.

 

또 다양한 분야의 콘텐츠들이 섞일 때 그 연예인 당사자에게 그것이 시너지를 만들 가능성도 훨씬 높다. 과거에는 배우가 예능에 출연하는 것을 이상하게 생각하기도 했다. 이미지의 충돌이 생기기 때문. 하지만 요즘은 확실히 달라졌다. 예능 출연의 이미지와 영화나 드라마 출연의 이미지를 별개로 생각하는 경향들이 있기 때문이다. 엄태웅 같은 경우에 '적도의 남자'나 '건축학 개론'에서의 진지한 이미지와 예능에서의 편안한 이미지가 서로 부딪치지 않고 상생하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스타들에게 멀티 플레이어를 요구하는 이러한 사회의 변화는 물론 그만큼 치열해진 경쟁을 얘기해주는 것이지만, 또 한 편으로 특정 영역의 장벽이 허물어지고 뒤섞이는 문화적 변화를 말해주는 것이기도 하다. 콘텐츠의 퓨전화 경향처럼 이제 연예인들 역할도 퓨전화되고 있다. 가수가 연기하고 배우가 웃기는 시대다.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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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킹 투하츠', 이승기에 맞춤인 이유

 

'더킹 투하츠'에서 재하(이승기)는 왜 항아(하지원) 앞에서 자꾸만 마음이 변덕을 부리는 걸까. 자신을 거부한 항아에게 철저히 복수하겠다며, 그 마음을 빼앗은 후 헤어져 평생 잊지못할 상처를 주겠다는 엉뚱한 계획을 세우고 실제 실행에까지 옮기지만 재하는 막상 자신을 향해 돌진해 들어오는 항아를 보고는 마음 한 구석이 찜찜해진다. 거기서 진심을 봤기 때문이다. 그래서 조용히 우리는 이루어질 수 없는 사이라고 말하려는데, 불쑥 항아가 "약혼을 하겠다"고 하자 또 마음이 바뀐다. "너랑 왜 내가 약혼을 하겠냐"며 독설을 날린다.

 

 

'더킹 투하츠'(사진출처:MBC)

도대체 왜 재하는 이토록 변덕이 심한 걸까. 사실 이 부분은 이 드라마의 제목하고도 관련이 있다. 재하의 갈등은 항아에 대한 자신의 생각이 수시로 변하기 때문에 생기는 게 아니다. 재하는 제목처럼 두 개의 심장을 가질 수밖에 없는 인물이다. 그 하나는 남한의 왕제로서의 심장이고, 다른 하나는 한 남자로서의 심장이다.

 

그가 모의 훈련 중에 항아를 향해 총을 쏘는 상황은 이 재하라는 인물이 가진 두 개의 심장이 모습을 드러내는 장면이다. 남자로서는 차마 할 수 없는 일이지만, 한 나라의 왕제로서 인질이 되어 국익에 손실을 줄 바에는 총을 쏠 수밖에 없는 그런 상황. 물론 모든 게 모의훈련으로 드러났지만, 후에 재하는 항아와 행군을 하면서 그 때 상황을 얘기한다. 자기의 마음도 뻥 뚫리는 것 같았다고. 이것이 한 남자로서의 심장이 전하는 말이다.

 

재하는 이 두 개의 심장 사이에서 갈등한다. 그래서 남자로서 항아라는 알 수 없는 매력의 소유자에게 흔들리다가도, 남과 북으로 갈라져 오래도록 다른 환경에서 살아왔다는 점, 게다가 복잡한 정치적인 사안들과 맞물려 있는 결혼이라는 문제에까지 다다르면 또 마음 한 구석이 흔들리게 된다. 자신은 평범하게 살아가고 싶은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왕제로서 어떤 선택을 하게 되는 상황에 몰리게 되면 그는 또 개인이 아닌 왕제로서의 선택을 할 수밖에 없다. 기자회견장에서 갑자기 항아가 약혼을 하겠다고 발표해버리자, 그 즉시 부인할 수 없는 게 왕제로서의 그의 마음이다(거부하면 이것은 남부 간의 불편한 관계로 이어진다).

 

이 두 개의 심장을 가진 왕제, 재하라는 역할은 결코 쉬운 게 아니다. 때론 완전히 개념 없는 인간처럼 행동하는 모습을 보이다가도 어떤 순간이 오면 왕제로서의 근엄함을 유지하는 진중함으로 돌변해야 한다. 이것은 멜로 연기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날라리처럼 행동하다가도 때로는 마음을 찡 울리는 진심이 묻어나야 하는 인물이 재하라는 캐릭터다. 다행스러운 건 이 두 개의 상반된 이미지를 이미 이승기는 드라마와 예능, 가수 활동을 하면서 겪었다는 점이다.

 

그의 첫 이미지는 '황태자'였다. 그것도 누나들의 로망으로서의 황태자. 하지만 그 황태자가 '1박2일'이라는 예능을 통과하면서는 형들의 사랑을 독차지하는 막내가 되기도 하고, 때론 허술함이 드러나는 허당이 되기도 한다. 그러다 '찬란한 유산'을 통해서는 개념 없던 황태자가 진솔한 청년이 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고, '내 여자 친구는 구미호'에서는 사랑을 알아가는 순수한 청춘을 연기하기도 한다. 또 홀로 '강심장'을 맡았을 때는 이제 상대방의 약점을 파고드는 짓궂은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더킹 투하츠'는 이승기에게 이 황태자의 진중함과, 막내이자 허당으로서의 가벼움을 동시에 품게 하는 드라마다. 이 작품 속에서 이승기는 때론 지독할 정도의 악동의 모습이었다가 또 순간 진중한 모습으로 돌변해 그 악동 이면에 있는 왕제로서의(황태자의 삶으로서의) 쓸쓸함을 드러낸다. 이 두 가지 이미지의 통합은 '더킹 투하츠'의 두 개의 심장을 가진 왕제 재하라는 캐릭터의 연기를 통해 이뤄지고 있다.

 

그런 점에서 '더킹 투하츠'는 지금껏 가수이자 연기자이자 MC로 활약하며 다양한 모습을 끄집어냈던 이승기에게 이 이미지들을 통합해 한 단계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만들어주는 드라마라고 말할 수 있다. 진중함과 가벼움, 이 두 개의 심장을 가진 황태자의 탄생. 이것이 '더킹 투하츠'에 이승기가 맞춤인 이유다. 이승기는 지금 진정한 '킹'이 되기 위한 '투하츠'를 준비하고 있는 셈이니까.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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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2.04.09 10:18 ㅇㅇㅇㅇ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하, 제목에 그런 의미가 있군요.

    좋은 드라마인데 여러모로 아쉬움이 많아요.
    시청률잡기에는 제목부터 어렵고,
    중장년층이 몰입하지 못하게 자막이 난무하고,
    북한 사투리에 거부감 느끼는 분들도 많고,
    스토리도 단순하지는 않지요.
    그래도 좋은 드라마입니다.

  2. 2012.04.10 00:20 사랑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더킹의 매력을 많은 사람들이 모르고 있는거같아 많이 아쉽네요
    재하왕제로 빙의된듯한 이승기의 연기를 지켜보는것도 매주 더킹을 기다리는 이유랍니다
    공감이가는 글 잘읽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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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력 논란 없는 그들, 캐릭터가 답

도대체 이들은 언제부터 이렇게 연기를 잘했나. '더킹 투하츠'의 이승기와 '옥탑방 왕세자'의 박유천 얘기다. 흔히 가수들의 연기 도전에 꼬리표처럼 따라붙는 것이 연기력 논란이다. 하지만 이승기와 박유천의 경우, 논란이 아닌 호평이 대부분이었다. 물론 연기를 대단히 잘한다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캐릭터에 대한 몰입은 충분히 느낄 수 있게 해주고 있고, 또 상대적으로 적은 연기경력에도 불구하고 매 편마다 일취월장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도대체 그 비결은 어디에 있을까.

 

'옥탑방왕세자'(사진출처:SBS), '더킹 투하츠'(사진출처:MBC)

'찬란한 유산'에서 정극연기를 경험하고 '내 여자친구는 구미호'의 코미디를 거친 이승기에게 '더킹 투하츠'의 재하라는 캐릭터는 코믹함과 진지함을 둘 다 갖고 있다는 점에서 도전이면서도 발전의 기회가 된다. 사실 상대 배우들을 톱스타 반열로 올려놓을 정도로 연기호흡이 좋은 하지원과 함께 하는 연기는 이승기에게는 부담이기도 하다. 많은 이들이 하지원을 주목할 것이기에 자칫 그녀의 보조 역할로 전락하거나, 혹은 끌려가는 인상을 지울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우려는 보기 좋게 빗나갔다. 이 드라마 속에서 이승기의 존재감은 하지원과 거의 대등하게 나타난다. 두 사람은 팽팽하게 대립하면서도 알 수 없는 감정이 오고가는 상황들을 잘 표현해내고 있다. 특히 조금은 가벼운 듯 보이는 껄렁함 속에 왕재로서의 진중함과 그 굴레의 힘겨움을 숨기고 있는 재하라는 캐릭터는 이승기에게는 딱 맞는 옷처럼 잘 어울린다. 왕자 같은 귀공자 이미지이지만 '1박2일' 같은 예능 속에서는 한없이 천진한 장난꾸러기의 모습을 보이던 이승기 아닌가. 정극과 코미디를 넘나들 수 있게 된 점은 이승기가 이 작품을 통해 얻은 분명한 수확으로 보인다.

한편 '성균관 스캔들'로 첫 등장해 첫 연기라고는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의 몰입을 보여준 박유천은 '미스 리플리'의 정극을 경험한 후, '옥탑방 왕세자'라는 자신에게 잘 맞는 옷을 입고 돌아왔다. 사극과 현대극을 넘나들고, 코미디와 멜로를 넘나드는 연기는 결코 쉬운 것이 아니지만, 적어도 박유천에게는 다른 것 같다. 그는 본인이 진지해짐으로써 상황에 의해 웃음을 줄 수 있는 캐릭터 연기에 능수능란함을 보이고 있다.

사극 속에서 현대극으로 뛰어 들어왔지만, 여전히 자신이 사극 속의 왕인 줄 알고 있는 '옥탑방 왕세자'의 이각이라는 캐릭터는 그래서 마치 박유천의 연기 과정을 얘기하는 것만 같다. 그래서 '옥탑방 왕세자'는 '성균관 스캔들'을 연기하던 박유천이 현대로 뛰어넘은 것 같은 인상을 주기도 한다. 이 작품에서 박유천 역시 한지민이라는 든든한 상대역을 맞아 너무나 자연스러운 코믹 멜로 연기를 보여주고 있다.

둘 다 가수 출신이면서 연기력 논란이 없다는 점(아니 나아가 보통 연기자들보다 오히려 연기력이 좋게도 보인다)은 이들이 가진 특유의 연기에 대한 몰입에서 비롯된다. 아직 연기가 섬세하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완전히 그 인물에 동화되는 몰입이 좋기 때문에 보는 이들도 연기자보다는 캐릭터를 볼 수 있게 되는 셈이다. 이것은 타고난 것이라기보다는 전적으로 노력에 의한 것이다.

또한 중요한 것은 캐릭터다. 연기자가 연기를 하는 것만큼 중요한 것이 어떤 캐릭터를 연기할 것인가를 선택하는 일이다. 그런 점에서 이승기가 선택한 재하라는 캐릭터와 박유천이 선택한 이각이라는 캐릭터는 자신들이 도전하고 소화할만한 가장 적합한 선택으로 보인다. 가수와 연기자의 경계를 희미하게 만드는 두 사람. 이러다가는 가수와 연기자라는 본말이 전도될 지도 모르겠다. 혹시 이제는 거꾸로 '가수 맞아?' 하는 질문이 나올 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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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심장'과 '스타킹', 연명만이 최선일까

'강심장'(사진출처:SBS)

강호동의 잠정은퇴로 가장 큰 충격을 입은 방송사는 KBS도 아니고 MBC도 아닌 SBS다. KBS의 '1박2일'은 강호동의 빈자리를 나머지 연기자들과 제작진들이 충분히 채워주었고, MBC '무릎팍도사'의 빈자리는 '라디오스타'가 확실히 메워주었다. 하지만 SBS의 '강심장'과 '스타킹'은 다르다. 강호동의 빈자리는 너무나 컸고 그 여파는 아직도 진행형이다.

'강심장'은 본래부터 강호동을 염두에 두고 만들어진 프로그램이다. 20여 명의 게스트와 맞설 수 있는(?) MC로 강호동 만큼 적합한 인물은 없었다. '강심장'이 추구하는 강한 토크, 심장을 뛰게 하는 토크의 이미지와도 잘 어울렸다. '강심장'은 그래서 그 '강'의 의미가 온전히 강호동을 떠올리게 하는 토크쇼임이 분명했다. 물론 강호동 옆에 청출어람 이승기가 있었지만.

그런 강호동이 잠정은퇴로 빠져나간 것은 '강심장'으로서는 마치 기둥뿌리 하나를 빼낸 것과 다름없는 충격파였을 것이다. 프로그램의 중심이 사라진 것이니 말이다. 다행스러운 것은 그간 강호동 옆에서 착실히 성장해온 이승기가 그 충격을 상당부분 상쇄시켜주었다는 점이다. 이승기는 강호동과는 달리, 부드럽지만 상대방의 마음을 꿰뚫는 예리한 순발력으로 '강심장'을 계속 뛰게 해주었다.

하지만 이제 이승기마저 '강심장'을 떠난다. 새로 이동욱이 MC를 맡는다고 하지만(또 다른 MC가 대기중이라고 한다), 아직 검증된 것이 전혀 없는 인물이다. 무엇보다 '강심장'의 두 축인 강호동도 없고 이승기도 빠져나간 상황에서 전혀 새로운 인물을 투입한다는 것은 제작진에게는 너무 잔인한 일처럼 여겨진다. '강심장'이라는 좋은 프로그램이 자칫 연명을 거듭하다가 본래 명성조차 흐리게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스타킹'은 사정이 더 안 좋다. '스타킹'이 처음 시작했을 때만 해도 이 형식은 굉장히 참신하고 진취적인 것이었다. 연예인들이 거의 무대를 장악하던 시절, 일반인들을 무대에 올리고 오히려 연예인들이 보조를 맞춰주는 이 역발상은 '일반인 방송 출연시대'의 서막을 연 셈이다. 하지만 그로부터 5년여가 지난 지금, 방송 환경은 변해버렸다. 각종 오디션 프로그램과 리얼리티쇼가 방송 트렌드로 자리하면서 별의 별 일반인들이 무대에 오르는 것은 그다지 큰 화제조차 되지 못하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특히 '스타킹'을 감성적으로 뒤흔들어주던 놀라운 가창력의 '일반인'들은 이제 각종 오디션 프로그램의 빛에 가려져버렸고, 한 때 국민적인 관심을 가져왔던 숀리의 헬스 트레이닝 프로젝트 역시 이미 하나의 프로그램으로 빠져나간 상태다. 그러니 지금은 '성형술'이나 '목청킹(음치 탈출 프로젝트)' 같은 마이너한 아이템들이 이 프로그램에 남게 되었다. 물론 이 상황에서라도 강호동이 있었다면 결과는 많이 달라졌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강호동도 없는 자리에, 달라진 환경에 의해 소소해진 소재들은 '스타킹'이라는 프로그램이 본래 갖고 있던 그 혁신적인 이미지마저 지워버리고 있다.

과연 그럭저럭 시청률이 유지된다고 해서 대충 다른 인물을 끼워 넣어 프로그램을 유지하는 것만이 상수일까. 잔인한 얘기일 지 모르지만, 어떤 상황에는 연명하는 것보다 과감히 산소 호흡기를 떼는 것이 지금껏 고생한 이들에 대한 예의인 경우도 있다. 털어내고 새로운 것을 채워 넣는 것. 그것은 제작진들에게도 박수 받을 때 떠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일이다. 그리고 그것은 또한 제작진들이 새로운 것을 준비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는 일이기도 하다. '강심장'과 '스타킹'. 정말 괜찮은 형식이고 좋은 프로그램이었던 것만은 분명하다. 하지만 그저 연명하는 것으로 그 좋은 프로그램의 이미지마저 사라지게 되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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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2.03.29 04:26 부름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진정으로 부재를 절실히 느끼네요.
    그리고 이승기씨는 잘하기는 했지만 분명 강호동을 그대로 재현하고 있었죠.
    개성 없이 강호동이 잘 하던 진행방식을 그대로 재현해서
    강호동을 더 그립게만 했네요.
    스타킹은 말할것도 없죠.... 산만하고... 재미도 없어지고... 왜 엠씨가 3명이나..정말 정신없고 집중력을 떨어뜨리고... 박미선은 왜나오는지;;;
    강호동의 부재의 공허함이 더 심해지는듯...

  2. 2012.03.31 12:29 ㅇㅇㅇㅇ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호동이 오빠야 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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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연예대상', 어떻게 모두를 배려했나

'SBS연예대상'(사진출처:SBS)

방송3사 연예대상 중 맨 마지막에 했기 때문일까. 올해 'SBS연예대상'은 방송3사 연예대상 중 그나마 가장 논란이 적은 시상식이 되었다. 'KBS연예대상'의 대상이 애초 후보에도 없던 '1박2일' 팀 전원에게 돌아감으로써 거센 반발에 직면하게 됐고, 'MBC연예대상'이 대상을 개인이 아닌 '나는 가수다'에게 주자 생겨난 '무한도전' 팀의 상대적인 박탈감으로 인해 논란을 겪은 것과는 사뭇 다른 양상이다. 'KBS연예대상'이 너무 배려가 없었던 반면, 'MBC연예대상'이 너무 퍼주기식으로 시상을 했던 것도 문제가 되었지만, 'SBS연예대상'은 그런 비판 또한 빗겨가게 됐다.

그렇다고 'SBS연예대상'이 여느 시상식과 크게 달랐던 것은 아니다. 여전히 한 해 고생한 예능인들이 골고루 상을 나눠가졌고, 결국은 상을 타야할 이들이 상을 탄 지극히 당연한 결과를 보여줬을 뿐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SBS연예대상'이 돋보이게 된 데는 타 방송사의 연예대상과의 비교점 때문이다. 'KBS연예대상'이 배제했던 김병만은 'SBS연예대상'에서 최우수상(버라이어티 부문)을 받음으로써 더 주목받을 수 있었고, 'MBC연예대상'에서 대상이 아닌 최우수상을 받음으로써 어딘지 부족한 느낌을 주었던 유재석은 대상을 거머쥠으로써 더 도드라진 인상을 주었다.

게다가 물망에 오른 이승기, 이경규를 한 해의 공과에 따라 각각 최우수상(토크쇼 부문)과 프로듀서MC상을 준 것도 적절했다 여겨진다. 이로써 대상 후보에 오른 인물들은 대상을 받지 못했다고 해서 제외되는 상황 없이 전원 상을 받아가게 되었다. 이것 역시 타 방송사의 시상과는 다른 모습이다. 또 골고루 나눠 갖는 양상 속에서도 특별히 한 해 주목되었던 프로그램에 대해 더 많은 상을 준 것도 시상식에 균형을 만들어주었다.

즉 '런닝맨'은 대상은 물론이고 최우수 프로그램상, 우수상(김종국, 송지효), 베스트 엔터테이너상(하하), 방송작가상(박현숙), 신인상(이광수)을 거머쥐었고, '정글의 법칙'은 최우수상에 이어 공로상을, '강심장'은 최우수상, 우수프로그램상, 네티즌 최고인기상(이승기), 우수상(붐, 이특)을, 또 '키스 앤 크라이'는 최우수상, 특별상(김연아), 베스트 엔터테이너상(박준금)을 받았다. 그 외에 올해 SBS에서 주목되는 프로그램들도 잊지 않았다. 올해 가장 화제를 몰고 왔던 '짝'이 우수 프로그램상을 받았고, '힐링캠프' 역시 프로듀서MC상(이경규), 신인상(한혜진)을 받았다.

'SBS연예대상'이 개념시상식이 된 이유는, 올해 타 방송사에서 배제되었거나 홀대받은 인상을 준 김병만, 유재석, 이경규에게 골고루 상을 줌으로써 마치 전체 시상식의 아쉬움을 채워준 듯한 인상을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특히 유재석과 김병만에게 각각 대상과 최우수상을 준 SBS는 이 두 예능인에 대한 대중들의 응원을 고스란히 가져갈 수 있게 됐다. 또한 올해 잠정은퇴한 강호동을 그리워하는 방송3사의 예능인들이 유독 많았지만, 결과적으로 'SBS연예대상'의 수상소감을 통해 유재석이 언급한 강호동 이야기는 가장 주목되는 화룡점정이 되었다.

한 해의 시상식이 올해의 공을 상찬함으로써 내년을 바라보기 위한 목적이라면 여러모로 'SBS연예대상'은 올해 운이 좋았다고 여겨진다. 배제되는 이도 없었고 특별히 억지스런 구석도 없었다. 게다가 올해 유독 논란이 많았던 KBS와 MBC의 연예대상을 밑바탕에 깔아놓고 있었기 때문에 마지막에 'SBS연예대상'은 그 논란과 아쉬움을 채워주는 시상식이 되었다.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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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방도 막을 수 없는 '1박2일'의 즐거움

'1박2일'(사진출처:KBS)

여행 가서 비오면 뭘 할까. 어디 가볼만한 곳이 있어도 돌아다니기 뭐 하고 그렇다고 방구석에만 콕 박혀 뒹굴자니 어딘지 허전하고. '1박2일'이 떠난 영월 가정마을의 하룻밤은 그 답을 알려준다. 떠나는 과정에서 정확한 시간에 도착하는 미션을 치른 것을 빼고, 가정마을 편은 그들이 머문 베이스캠프를 떠나지 않았다. 심지어 비가 추적추적 내리자 카메라가 머문 곳은 다섯 사람이 누우면 꽉 차는 작은 방이 전부였다. 여기서 과연 예능이 가능할까?

가정마을편은 적어도 '1박2일'이라면 그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 한 회였다. 작은 방에서 갑자기 떠오른 이수근의 아이디어는 즉석에서 올림픽(?)을 연출하게 했다. 코끼리 코로 열 바퀴를 돈 후 벽에 만든 과녁에 검지로 인주를 찍는 이 기상천외한 경기는 좌중을 포복절도의 도가니로 빠뜨렸다. 비틀거리다 과녁에는 가지도 못한 채 넘어지고 쓰러지는 장면은 자연스럽게 몸 개그의 향연을 만들었고, 경기는 발가락으로 과녁을 찍는 것으로 업그레이드되었다. 두 평 남짓한 작은 방에서 벌어진 게임이라고는 상상하기 어려운 결과였다.

올림픽(?)이 끝나고 나자 이수근의 멤버들 행동관찰 내기가 이어졌다. 제작진이 바지에 커피를 쏟았을 때 김종민의 반응이 "괜찮아요"라는 걸 걸고 벌어진 내기에서 김종민은 거짓말처럼 "괜찮아요"를 반복했고, 음식을 먹는 장면을 보았을 때 3분 안에 "달라"고 할 거라는 은지원의 반응을 이수근은 기막히게 예견해서 내기에 이겼다. 사실 별거 아닌 내기지만 예견한 대로 딱딱 맞아 떨어지는 말과 행동은 충분히 재미를 주었다. 게다가 이를 '동물의 왕국'을 패러디해 연출해 넣자 효과는 만점이었다.

흥미로운 내기는 진한 페이소스를 남겼다. 즉 이 내기는 5년 간 전국을 돌아다니며 '1박2일'을 해온 멤버들의 끈끈함을 말해주는 것이니 말이다. 이제 그들은 어떤 상황에 멤버들이 어떻게 반응을 보일 것인지까지 척척 알고 있는 사이다. 그러면서 이것은 김종민의 착한 심성이나 은지원의 초딩스러움이 진짜 리얼이라는 것을 알게 해주는 몰래카메라이기도 하다. 물론 후에 자막으로 들어간 것이지만, 이수근의 야외취침을 걸고 한 이 내기는 '하룻밤쯤 걸 수 있는 그들의 애정'을 보여준 결과가 되었다.

이 작은 방에서의 '1박2일'의 절정은 기상미션에서 보여진 엄태웅의 반전이다. '제가 다 할게요'라는 메모를 갖고 있는 사람이 아침밥을 하는 미션에서 이승기는 메모를 은지원에게 주었고, 은지원은 이것을 이수근의 주머니에 넣었는데, 아침에 일어나보니 메모가 이승기의 주머니에 들어있었던 것. 이 기막힌 상황은 사건(?)을 오리무중으로 이끌었고 결과는 후에 촬영된 카메라를 되돌려본 데서 밝혀졌다. 엄태웅이 슬쩍 이수근의 주머니에서 메모를 빼내 이승기의 주머니에 넣었던 것. 이를 확인한 작가와 PD는 "소름이 돋는다"며 '유주얼 서스펙트'의 한 장면을 떠올렸다.

작은 방에서 벌어진 '1박2일' 간의 에피소드지만 거기에는 포복절도의 몸 개그를 보여준 게임이 있었고, 훈훈한 관계를 재확인해준 관찰 카메라가 있었으며, 마지막 드라마틱한 반전을 만들어낸 엄태웅의 심리 스릴러(?)가 있었다. 그리고 이 각각의 에피소드들은 다섯 명의 캐릭터를 공고하게 만들었다. 거기에는 잠시도 쉬지 않고 아이디어로 웃음을 만들어내며 동생들을 생각하는 이수근의 마음이 있었고, 초딩 같은 천진함의 은지원, 바보스러울 정도로 착한 김종민, 막내로서 형들을 따르고 챙겨주면서도 노래할 때는 황제 같은 면모를 잃지 않는 이승기, 그리고 맏형으로서 때론 버럭 하고 때론 우직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의뭉스러운 면모까지 보여주는 엄태웅이 있었다.

작은 골방에서 이뤄진 '1박2일' 가정마을 편은, 그저 다섯 사람만 모여 있으면 그 곳이 어디라도(심지어 작은 골방이라도) 사실상 한 회 분의 방송 분량 정도는 충분히 뽑아낼 수 있는 이 예능 프로그램의 저력을 과시했다. 여행? 어디를 가느냐가 아니라 누구와 함께 가느냐가 더 중요한 것이 아닐까. '1박2일'은 그것을 이 작은 골방을 통해 보여주었다.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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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 해체의 시대, 당신의 선택은?

'나는 가수다'(사진출처:MBC)

이승기는 가수일까 연기자일까 아니면 예능인일까. 최근 새 앨범을 낸 김종민은 가수일까 예능인일까. UV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는 유세윤은 개그맨일까 가수일까. TV 예능 프로그램을 장악하고 있는 아이돌들은? '제국의 아이들'의 광희는 아이돌 가수가 맞을까. 과연 노래 못하는 가수를 가수라고 부를 수 있을까. 왜 '1박2일'에서 강호동과 이수근은 그토록 "우린 코미디언 아이가!"하고 외치는 걸까.

사실상 장르의 경계가 허물어지면서 연예인들은 한 가지 영역에서 다른 영역으로 점점 확장해나가고 있지만, 이런 변화 속에서 정체성 혼란을 느끼고 있는 것도 분명한 사실이다. 이것은 연예인 당사자들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그걸 바라보고 있는 대중의 혼동이기도 하다. 그래서일까. 유난히 정체성에 집착하는 '나는 □다' 식의 제목과 그 패러디들이 눈에 띈다.

그 촉발점은 아마도 '나는 가수다'였을 것이다. 사실 누구나 느끼고 있지만 속으로만 생각해왔던 가수의 정체성에 대한 질문을 이 예능 프로그램은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그동안 각종 뮤직차트 프로그램을 가득 메웠던 아이돌가수들만을 봐왔던 시청자들에게, 놀라운 가창력과 최고의 무대를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하는 노력을 통해 그 진정성을 보여준 '나는 가수다'의 가수들은 대중들에게 새삼 가수란 존재의 다른 실체를 보여주었다.

'나는 가수다'가 던진 가수의 최고 덕목으로서의 가창력에 대한 질문은 거꾸로 가창력 없는 가수들에 대한 역질문으로 이어졌다. 이른바 "너는 가수냐"하고 질문이 되돌아온 것이다. 많은 아이돌 그룹에서 활동하는 아이돌들은 겨우 몇 초 노래를 하고는 예능 프로그램에서 과도하게 노출되는 것으로 그 정체성을 의심받게 되었다. 뒤늦게 가창력의 잣대로 다시 들여다보니 과연 가수가 맞나 하는 의구심을 대중들이 갖게 되었던 것이다.

하지만 가수의 정체성을 가창력으로만 판단하는 것은 잘못된 일이다. 가수는 가창력 이외에도 작곡능력이나 창조적인 퍼포먼스, 아니면 메시지 그 자체만으로도 가수라는 정체성을 획득할 수 있는 존재들이다. 즉 '나는 가수다'는 가창력을 가진 가수들의 정체성을 보여줬던 것뿐이지 모든 가수의 정체성을 그 예능 프로그램이 대변한 것은 아니다. 결국 '나는 가수다' 역시 음악 프로그램이 아니라 하나의 예능 프로그램이 아닌가. 지금 달라지고 있는 방송 환경 속에서 가수의 정체성은 좀 더 다양한 스펙트럼을 포괄해야 한다는 얘기다.

이것은 가수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1박2일'에서 "우린 코미디언 아이가"하고 강호동과 이수근이 외치는 건 거꾸로 말하면 점점 좁아지고 있는 코미디언들의 입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이미 리얼화되어버린 예능 프로그램은 이제 코미디언보다는 예능이 낯선 가수나 배우를 더 선호한다. 엄태웅이 '1박2일'의 순둥이가 된 것도, 양준혁이 '남자의 자격'의 새 멤버가 된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다. 그러니 개그맨들 역시 이제 타 분야에 눈을 돌리게 되었다. '달인'팀의 류담은 '선덕여왕'에 이어 '로열패밀리'에서 연기를 하고 있고, 개그맨 정성화는 뮤지컬 배우로 스타덤에 오른 후 영화 '위험한 상견례'에서 미친 존재감을 보이고 있으며, 유세윤은 'UV 신드롬'으로 말 그대로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다.

흥미로운 건 이러한 정체성 혼돈의 시대를 가까스로 붙잡으려는 몸부림처럼, '나는 □다'라는 제목과 패러디가 넘쳐난다는 점이다. tvN에서 '오페라스타'가 방영되자 '나는 오페라스타다'라는 문구가 등장했고, 오랜만에 '로열패밀리'에서 미친 존재감을 보여주고 있는 염정아에 대해 '나는 배우 염정아다'라는 찬사가 이어졌다. 가창력을 지닌 솔로가수들에 대한 주목에 대해 '나는 솔로가수다'라는 지칭이 등장했고, 심지어 '나는 아빠다'라는 영화는 굳이 그렇게 제목을 붙일 필요가 있었을까 싶은데도 '아빠의 정체성'을 볼모로 삼았다. 그러자 네티즌들은 비판적인 시선을 담아 '나는 관객이다'라는 댓글로 응수하기도 했다.

지금은 바야흐로 모든 경계들이 허물어지는 시대다. 과거에 가진 정체성은 이 변화 속에서 흔들리고 있고 새로운 정체성의 정립을 요구하고 있다. 혹자는 이 변화를 탐탁찮게 여긴다. 본질이 흐려진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물론 근본적인 것까지 변하는 것은 문제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 과거의 정체성만을 주장하는 것도 자칫 공허한 일이 될 수 있다. 그러니 이 혼돈의 시기에 그 경계 위에 선 이들은 스스로도 이제 자문해봐야 한다. 나의 정체성은 도대체 무엇일까, 하고.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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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심장'(사진출처:SBS)

'강심장'의 박상혁 PD는 "차세대 예능을 진두지휘할 MC는 가수에서 나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아직까지 강호동이나 유재석, 신동엽, 이경규 같은 개그맨들이 예능의 대표 MC들로 자리매김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그 자리에 가수들이 서게 될 것이라는 얘기다. 여기에는 현장에서 뛰면서 감각적으로 익힌 박상혁 PD만의 확실한 근거가 들어가 있다. 현재도 그렇지만 앞으로의 예능에 있어서 다양한 경험, 즉 연기나 노래, 예능까지를 해본 인물이 훨씬 더 유리하다는 것이다.

이 모델로서 박상혁 PD가 보는 인물이 바로 이승기다. '찬란한 유산'과 '내 여자친구는 구미호'로 연기를 경험했고, '1박2일'을 통해 예능의 내공을 다졌으며, 가수로서도 활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많은 경험은 토크쇼 등의 MC로서 더 많은 게스트들과 나누는 공감대가 그만큼 넓다는 걸 말해준다.

'강심장'에 출연한 장신영이 '나는 전설이다'의 마돈나 밴드로 실제 공연을 할 때 본래 앞쪽에 드럼을 세팅해주겠다던 약속이 깨진 사연을 얘기하자, 곧바로 이승기가 음의 조화를 위해 드럼은 뒤쪽에 놓여질 수밖에 없다고 말할 수 있었던 건 그가 가수였기에 가능한 얘기다. 또 연기자가 나와서 촬영이 끝난 후에도 몰입 때문에 힘들었다고 말하면 거기에 대해 자신의 경험을 얘기해줄 수 있는 것도 이승기다. 사실 이런 상황에서 강호동은 큰 리액션으로 호응을 해주긴 하지만 어떤 디테일한 접근은 어려울 수밖에 없다. 이승기의 다양한 경험이 MC로서의 자산이 되고 있다는 얘기다.

물론 예능에서 가장 중요한 건 순발력이나 끼로 대변되는 이른바 예능감이다. 그 점에 있어서 이승기는 거의 전적으로 강호동을 보며 배웠다고 말할 수 있다. '1박2일'에서 이승기의 변화는 괄목상대할 만하다. 초창기 거의 분위기에 적응 못했던 이 바른 청년은 놀랍게도 그 바른 이미지를 거의 망가뜨리지 않으면서도 확실히 예능에 적응했다. 강호동이라는 큰 형의 기에 눌려 있던 이승기는 이제 말 한 마디로 강호동의 의표를 찌르는 순발력을 선보이기도 한다.

'강심장'에서 강호동과 2MC로 서는 이승기는 말 그대로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애초부터 강호동을 상정하고 기획된 토크쇼인데다, 워낙 강한 캐릭터이기 때문에 자칫 병풍이 될 위험성이 분명히 있었다. 하지만 이 바른 청년은 공부하듯이 예능을 익혀나갔다. 박상혁 PD에 의하면 이승기는 대본에 미리 할 얘기들을 빽빽이 적어서 준비하고, 거기에 틈날 때마다 해줄 우스운 이야기를 열 개씩 준비한다고 한다. 녹화가 끝나고 "오늘은 네 개밖에 못 했다"며 아쉬워하는 이승기를 볼 때마다 이 청년이 어떻게 이 예능의 거목 옆에서 버티고 있는 지를 실감한다고 했다.

'강심장'에서 강호동과 나란히 서 있기 때문에 강호동이 게스트쪽으로 몸을 돌리면 이승기는 말 그대로 병풍이 된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승기는 이 지점에서 강호동의 등을 두드리며 딴지를 거는 인물이다. 따라서 어떨 때보면 만일 강호동 혼자 MC로 서 있었다면 가질 수 있었을 강호동의 독주를 적절히 유화시키고 막아서는 역할을 하는 이승기는 '강심장'에 꼭 필요한 존재로 인식된다.

이승기는 강호동의 청출어람이자 현재 변화하고 있는 예능 트렌드 속에서 주목되는 차세대 MC 감이다. 그것은 이승기가 그동안 해왔던 다채로운 경험들과, 예능 프로그램을 하며 준비해온 끈질긴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하며 자칫 최고의 위치에서 해이해질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노력하는 이승기의 모습은, 이런 장밋빛 예상이 꿈이 아닌 현실이 될 가능성을 발견하게 한다.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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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04.21 11:56 ㅎㅎ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왜 모든 기사나 블로그에서...이승기가 초반에 강호동에게 기에 안살렸다는 것이 많이 나오는지...엑스맨에서부터 일박이일, 강심장에서 이승기가 할 일은 뭔지 아시는지 모르겟네요..
    엑스맨도 이승기 사랑의 라이벌로 하고 강호동이 이승기 꼼짝도 못했고요..그래서 일박이일 추천했고...제작진도 이승기 영입할 생각을 하고 있는데...그리고 일박이일 처음 나올 때부터 이승기가 강호동에게 기를 못피지는 않았습니다. 할말은 할때는 강호동도 어떻게 못했습니다. 알고나 있으세요

  2. 2011.04.22 01:20 blue0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강심장에서 그냥 병풍으로 될 수도 있었는데, 이렇게 끊임없이 연구하고 노력하는 노력이 있었군요. 이 바른 청년이 잘 되는 것을 보는 것은 팬의 기쁨이랍니다.
    글 잘 읽고 갑니다. 수많은 자극성 기사 중에 더키앙님의 리뷰는 청정지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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