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의 다큐예능, SBS의 유-강 체제, KBS는?

 

KBS <해피선데이>는 위기다. MBC가 <아빠 어디가>의 성공에 이어 <진짜 사나이> 역시 첫 방에 7.8%라는 좋은 성적과 호평을 받고 있는데다가, SBS는 유재석이라는 발군의 MC에 의해 고정 시청층을 이미 확보한 <런닝맨>에 이어, 복귀한 강호동의 <맨발의 친구들>까지 가세한다. 리얼 버라이어티의 전성기를 구가했던 유-강 체제가 구축된 셈이다. 반면 KBS는 <남자의 자격>을 폐지하고 세운 <맘마미아>는 물론이고 최재형 PD와 김승우가 빠지고 이세희 PD와 유해진이 투입된 <1박2일> 역시 아직 제대로 자리를 잡지 못한 상태다.

 

'맘마미아'(사진출처:KBS)

도대체 어쩌다 <해피선데이>가 이런 지경에까지 이른 것일까. 몇 년 전만 해도 예능 프로그램으로서는 40%라는 경이적인 시청률을 기록했던 <해피선데이>가 아닌가. 하지만 지금 현재 <해피선데이>는 시청률 10%에 가까스로 머물러 있다. 물론 타 방송사의 시청률도 월등하진 않다. 겨우 13% 정도에 머물러 있을 뿐이니까. 하지만 프로그램에 대한 화제성에서는 너무나 큰 차이가 생겼다. MBC의 <아빠 어디가>나 신설 예능인 <진짜 사나이>가 모두 호평을 받고 있고, SBS의 <런닝맨>에 이어 앞으로 신설될 <맨발의 친구들>이 벌써부터 화제가 되고 있는 반면, KBS <해피선데이>는 그만한 화제가 되지 못하고 있다.

 

이유는 명백하다. MBC나 SBS의 주말예능은 끊임없이 무언가 새로운 실험과 도전을 해왔던 반면, KBS는 <해피선데이> 전성기 시절의 힘만 소진시키며 <남자의 자격>과 <1박2일>에 기대왔던 것이 사실이다. 시즌2를 세우며 MC를 바꾸고 PD를 바꿨지만 이건 변화라기보다는 소진되어가는 힘을 새로운 인물들로 충전시켰을 뿐이다.

 

가장 뼈아픈 건 <해피선데이> 전성기를 만들었던 인물들을 모두 빼앗겼다는 점이다. <1박2일>에 이어 <남자의 자격>을 런칭시켰던 이명한 PD, <1박2일>의 나영석 PD, <남자의 자격>의 신원호 PD 게다가 이 모든 예능 프로그램에 관여했던 이우정 작가까지 지금은 모두 CJ에서 새 둥지를 틀었다. 여기에 <1박2일>의 실질적인 힘이었던 강호동이 잠정은퇴를 선언하며 빠져나가면서 프로그램도 힘을 잃었고, <남자의 자격>은 신원호 PD가 나간 후 초심을 잃고 흔들리다 결국은 폐지되는 운명을 맞았다.

 

이제 <해피선데이>는 이른바 스타가 부재한 상황이다. PD도 MC도. 게다가 프로그램 역시 신선함을 잃은 지 오래다. <1박2일>은 사실상 시즌2를 치르면서 본래 갖고 있던 어딘지 구수하고 고향 같은 그 정서를 대부분이 잃어버렸다. 당장의 시청률에 급급해 복불복과 게임이 주는 재미에 너무 치중한 탓이다. 새 메가폰을 잡은 이세희 PD는 그나마 그 정서를 복원하려 노력하는 흔적이 보인다. 성시경과 <1박2일> 멤버들이 통영 비진도에서 현지 주민들을 상대로 한 미니 라디오방송은 오랜만에 그 정서를 느끼게 해주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단기간에 그 본래의 정서와 초심을 가져오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남자의 자격>이 폐지되고 새롭게 투입된 <맘마미아>는 사실 주말 예능에 그다지 어울리지 않는다. 아마도 MBC <아빠 어디가>를 의식해서 엄마를 대항마로 내세우겠다는 의도가 크지만 아무리 좋게 봐도 명절 특집으로 일회적으로 해야 어울릴 프로그램처럼 보인다. 형식도 너무 구식이라 MBC와 SBS가 한껏 트렌디한 상차림을 꾸리고 있는 것을 생각해보면 시간이 거꾸로 간 느낌이다. 차라리 이 시간대에 화요일 밤에 방영되고 있는 <우리 동네 예체능>이 어울릴 법 하지만, 그건 아마도 SBS에서 예능을 시작하는 강호동에게는 어려운 문제일 게다. 동시간대에 자신이 출연한 두 프로그램이 경쟁을 한다는 건 문제의 소지가 많다.

 

MBC가 다큐 예능이라는 새로운 형식 도전으로 대중들의 시선을 잡아끈 반면, SBS는 유재석과 강호동이라는 명MC들을 전면에 내세워 이에 맞서고 있다. 결과적으로 보면 <해피선데이>는 형식도 신선하지 않고 그렇다고 스타 MC도 부재한 상황이다. 결국 이런 위기에 처하게 된 것은 한 때 막강했던 맨파워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책임이 가장 크고, 그저 과거의 영광만을 쥐고 그 브랜드에만 매달린 도전정신의 부재 또한 그 책임이 적다 할 수 없을 것이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KBS는 <해피선데이>를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 <1박2일>은 그 형식 자체가 너무 훌륭한 것이기 때문에 그것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어떻게 하면 과거 이 프로그램이 대중들에게 부여했던 그 정서를 되살릴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주말만 되면 <1박2일>을 보며 그렇게 여행을 한 번 떠나고픈 판타지를 갖게 했던 그 정서 말이다. <맘마미아>는 여러 모로 편성의 실수다. 형식이 가진 의미는 이해되지만 방송3사 예능의 최고 격전지에 세우기에는 너무 역부족이다. <해피선데이>가 과거의 영광을 되찾기 위해서는 과거 초창기 <1박2일>과 <남자의 자격>이 시도되었던 그 시절의 도전정신을 다시 일깨워야 한다.

<응답> 이우정 작가, 예능 드라마 못하는 게 뭐야

 

이쯤 되면 연타석 홈런이다. <1박2일>로 한 방을 날리고, 그 여력을 모아 <남자의 자격>까지 세워놓음으로써 명실공히 <해피선데이>를 주말예능의 최강자로 만들었던 그녀였다. 당시 예능가에서는 <1박2일>과 <남자의 자격>, 이 남자들의 예능(?) 두 개를 실질적으로 이끄는 여장부로 이우정 작가라는 존재가 세간의 입에 오르내리곤 했다. 여러 다른 이유도 있었겠지만 이 두 예능 프로그램이 최근 들어 난항을 겪었던 것에는 아마도 그녀가 <해피선데이>를 빠져나온 것이 가장 큰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여겨진다.

 

'응답하라 1997'(사진출처:tvN)

그런 그녀가 이번에는 예능이 아닌 드라마로 홈런을 쳤다. tvN에서 방영된 <응답하라 1997>로 케이블로서는 어마어마한 5%에 육박하는 시청률을 거둔 것이다. 시청률도 시청률이지만 이 드라마는 첫 드라마라고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놀라운 디테일과 완성도를 보여주었다. 90년대의 대중문화사적인 풍경들을 청춘들의 성장담과 엮어서 깊은 울림을 만들어냈다. 대중문화가 가진 대중의식을 담은 드라마의 메시지는 재미를 넘어 의미까지 거두기에 충분했다 여겨진다. 도대체 그녀는 어떻게 이런 연전연승의 성과물을 낼 수 있었을까.

 

그것은 그녀가 가진 예능작가라는 위치에서 비롯된다. 사실 예능작가라고 하면 몇 년 전만해도 방송작가들 사이에서는 가장 밑으로 치부되던 존재였다. 그도 그럴 것이 예능작가들은 프로그램 속에서 거의 모든 일들에 관여하는 소모인력처럼 치부되기도 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작가라고 하면 무언가 어깨와 목에 힘이 들어가는 그런 자의식을 가질 만한 역할이 예능작가에게는 거의 없었다. 순간 순간 상황에 따라 대처해야 하는 예능작가로서 자의식보다 중요한 건 같이 손발을 척척 맞춰주는 그 공동작업에 있기 때문이다.

 

이 점은 그녀가 첫 드라마인 <응답하라 1997>을 성공으로 만든 가장 큰 원동력이다. 이 드라마는 그녀를 필두로 <해피선데이>의 작가들(모두 예능작가들이다)이 대거 참여한 작품이다. 그 작업과정을 들어보면 그것이 일반적인 드라마 제작방식과는 사뭇 다르다는 걸 알게 된다. 즉 일반적인 드라마라면 작가가 (일방적으로) 쓰고 연출자가 그것을 연출하며 연기자는 연기하는 식으로 역할이 분담되는데, 이 작품은 거의 함께 모여 머리를 맞대고 협업을 하는 이른바 ‘예능식’으로 작업이 이뤄졌다는 것이다.

 

수많은 아이디어들과 실제사례들을 모아서 그것을 캐릭터와 작품에 녹여내는 과정에서부터 작가들과 연출자가 머리를 맞대는 이 예능식 작업은 신원호 PD의 말대로 ‘한 순간도 허투루 보내지 않는 영상’을 가능하게 한 원동력이다. 매번 웃음을 주거나 짠한 느낌을 주는 것을 목표로 한 땀 한 땀 성실하게 채워 넣는 방식. 물론 그러면서도 전체적인 흐름과 조망을 놓치지 않는 그런 작업방식이 있었기에 <응답하라 1997>의 성과가 있을 수 있었다.

 

또한 예능작가 특유의 캐릭터를 끄집어내는 방식은 이 작품의 연기자들이 돋보이게 된 이유이기도 하다. 보통의 드라마 작가들이 캐릭터를 쓰고 그 연기를 연기자의 몫으로 돌리는 반면, 예능작가들은 연기자에게서 캐릭터를 발굴하는데 능하다. 서인국이나 정은지가 여타의 다른 작품에서보다 더 캐릭터가 살아날 수 있었던 것은 이런 예능작가가 가진 장점이 작품에 녹아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이것은 최근 들어 예능작가 출신 드라마 작가들이 승승장구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실제로 예능작가 출신인 박지은 작가의 <넝쿨째 굴러온 당신>을 보면 예능적인 감각(풍자와 콩트)과 캐릭터에 얼마나 발군인가를 느낄 수 있다.

 

이우정 작가는 이제 드라마라는 새로운 영역을 개척해놓고는 이제 다시 tvN이 준비하는 주말예능에 도전한다고 한다. 그런데 여기 참여하는 인력들이 주목을 끈다. 초대 <해피선데이>를 이끌었던 이명한 PD와 <응답하라 1997>을 함께 했던 신원호 PD는 당연히 참여하고 거기에 은지원, 이수근 같은 이들의 패밀리라 할 수 있는 연기자들이 들어온다는 점이다. 모두 <해피선데이>의 패밀리지만 어찌 보면 이것은 이우정 작가가 가진 인맥이기도 하다. 작가 하나가 가진 방송 프로그램에서의 힘은 이처럼 강력하다.

 

또 그 포맷이 버라이어티와 드라마 형식, 두 코너로 진행된다는 점은 이제 이우정 작가가 이 두 형식을 모두 소화할 수 있는(이미 결과물로 보여주었다) 대체불가의 작가라는 걸 입증해준다. 이우정 작가의 승승장구를 보면 그래서 그간 전면에 얼굴조차 나오지 않던 예능작가들이 가진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게 된다. 그리고 이우정 작가는 그 가능성의 길을 맨 앞에서 열어가는 작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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