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지컬:100’ 시즌2, 글로벌 흥행 비결

넷플릭스 예능 시리즈 <피지컬:100> 시즌2 역시 비영어 TV쇼 부문 글로벌 1위에 올랐다. 시즌1에 이은 연타석 글로벌 흥행이다. 흥행과 함께 ‘피지컬’이라는 키워드가 글로벌 코드로 떠올랐다. 과연 이 글로벌 흥행 코드는 앞으로도 전 세계가 주목하는 소재가 될까. 

피지컬:100 시즌2

시즌1에 이어 글로벌 흥행에 성공한 <피지컬:100> 시즌2

지난 2월 한국을 방문한 넷플릭스 최고경영자 테드 서랜도스는 ‘넷플릭스 사랑방 행사’에서 K콘텐츠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표하면서 <오징어 게임> 시즌2를 비롯해 새로 공개될 K콘텐츠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낸 바 있다. 그 자리에서 특히 인상적이었던 건 <피지컬:100> 시즌2를 가장 기대되는 프로그램으로 꼽은 대목이었다. 그리고 지난 3월18일 공개된 <피지컬:100> 시즌2는 여지없이 그 기대감을 채우는 성과를 냈다. 공개 일주일만에 610만뷰, 2530만 시청시간을 기록하며 넷플릭스 TV 비영어권 부문 1위에 오른 것이다. <피지컬:100> 시즌2의 글로벌 흥행은 어떻게 일찍이 예고되었던 것이고 또 그대로 실현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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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자신감은 시즌1이 불러 일으켰던 반향에서부터 출발한다. 작년 1월 공개된 시즌1은 시작부터 전 세계 시청자들의 화제를 불러 일으켰다. 스포츠스타부터 각종 스포츠대회에서 우승 전력을 가진 철인들은 물론이고 군인이나 소방관 같은 몸을 쓰는 직종에 있는 이들까지 망라한 100명의 남다른 피지컬을 가진 인물들을 한 자리에 모아 놓은 것 자체가 빅이벤트였다. 한국인이라면 이름 석자만 들어도 다 알 수밖에 없는 윤성빈이나 추성훈, 양학선 같은 스포츠스타들은 물론이고, 유튜브 등의 개인 채널을 통해 피지컬로 이미 명성을 얻고 있는 각종 직업의 인플루언서들이 거대한 콜로세움 같은 한 공간에 세워졌다. 그들 옆에는 저마다 자신의 피지컬로 찍어낸 토르소들이 세워졌는데, 그 광경 자체가 압도적인 장관을 이뤘다. 여기서 중요했던 건 피지컬이 가진 논버벌적인 힘이었다. 우리에게는 잘 알려진 인물들이지만 글로벌 시청자들에게는 낯설 수도 있는 인물들. 하지만 그런 건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들이 외적으로 보여주는 피지컬 자체만으로도 충분한 서사를 담고 있었기 때문이다. 

 

시즌2 역시 이 초반의 장관을 재연하는 것으로 문을 열었다. 한판승의 사나이로 불리는 유도 금메달리스트 이원희, 시즌1에서 고배를 마셨지만 각종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통해 대중적 인기를 구가해온 소방관 출신의 홍범석, 예능인으로 친숙하지만 실상은 한국인 최초 UFC 진출자이자 한국인 최다승 보유자 김동현은 물론이고, 배우지만 주짓수 브라운 벨트의 소유자인 이재윤, 운동으로 몸 좀 만들어봤다면 모를 수 없는 압도적 피지컬의 소유자인 타노스 김민수나, 도저히 인간의 몸인가 싶을 정도의 동작들을 해내는 크로스핏 스타 아모띠, 럭비 국가대표 선수로 유명한 안드레진 등등 참가자들의 면면 만으로도 쟁쟁한 서바이벌을 기대하게 만들었다. 

 

<피지컬:100>이 어떤 서바이벌 프로그램인가를 직관적으로 먼저 알려주는 건 사전미션이다. 시즌1에서는 수조 위로 띄워진 조형물에 50명씩 조를 나눠 매달리고 끝까지 오래 버텨내는 최후의 1인을 뽑는 사전미션을 보여줬다. 저마다의 피지컬을 자랑하는 50명이 일제히 매달렸다가 한 명씩 물로 떨어지는 광경은 장관 그 자체였고 곧바로 화제가 됐다. 이번 시즌2는 어둑한 지하 공간 같은 곳에 100개의 무동력 트레드밀 위를 100명의 피지컬이 달리는 모습이 펼쳐졌다. 턱까지 차오르는 숨을 버텨내고 땀이 줄줄 흘러내리는 피지컬들의 향연에 전 세계 시청자들의 아드레날린도 폭발하기 시작했다. <피지컬:100> 시즌2의 시작은 그처럼 시각적인 차원 그 이상의 자극으로 문을 열었다. 

 

벌크업된 스케일에 더해진 스토리텔링

사실 몸과 몸이 부딪치는 운동을 소재로 하는 방송 프로그램은 꽤 역사가 오래됐다. 아주 멀리는 <명랑운동회> 같은 운동 프로그램에서부터 <출발 드림팀> 같은 미션 세트를 동원한 서바이벌 프로그램까지 다양하게 만들어졌고, 그 계보는 최근에는 축구나 야구 같은 스포츠를 예능으로 가져온 스포츠 예능으로 이어졌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을 전후해 스포츠예능은 폭발적으로 증가했는데, 그건 비대면 상황이 만들어낸 스포츠에 대한 갈증을 예능이 수용한 데서 생겨난 변화였다. 대중들은 오히려 운동에, 피지컬에 더 관심을 쏟기 시작했다. 

 

일찍이 리얼리티쇼가 정착한 서구의 경우, 치열한 생존대결을 벌이는 서바이벌 프로그램은 그 원조격인 <서바이버>가 2000년에 첫 시즌을 시작했을 정도로 오래됐다. 물론 2010년대에 들어 힘이 빠지기 시작했지만 어쨌든 이 프로그램은 현재까지도 계속 시즌을 이어오고 있다. 또한 스포츠적인 요소가 강조된 <비스트마스터> 같은 서바이벌 프로그램도 다양한 시즌을 선보였다. <피지컬:100> 시즌1은 이런 서바이벌 프로그램의 전통 위에 보다 강화된 스토리텔링을 얹었다. 그저 세트로 마련된 미션장에서 펼쳐지는 피지컬 대결이 아니라, 그 광경만 봐도 어딘가 서사가 느껴지는 스토리텔링들이 더해졌다. 이를테면 패자부활전으로 치러진 자신의 토르소가 매달린 줄을 잡고 버티는 미션이 마치 자신의 삶의 무게를 스스로 지탱하는 광경으로 그려졌다면, 팀전으로 펼쳐진 1.5톤 배 끌기 미션은 불가능도 가능케 하는 연합의 힘을 스토리텔링했다. 특히 가장 압도적이었던 건 다섯 종류의 경기를 고대 신화를 모티브로 스토리텔링한 미션이었다. 바위를 들고 버티는 ‘아틀라스’, 단거리 장애물 트랙을 달려 불꽃을 잡는 ‘프로메테우스의 불꽃’, 계속 내려오는 외줄을 끝없이 올라가야 하는 ‘이카루스의 날개’, 100킬로 바위를 언덕 위로 굴러 떨어뜨려야 하는 ‘시지프스의 형벌’이 그것이었다. 

 

이러한 스토리텔링 가미는 아무래도 <피지컬:100>의 연출자인 장호기PD가 교양PD 출신이라는 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피지컬:100>은 ‘완벽한 피지컬은 무엇인가’라는 다소 교양적인 질문으로 문을 열었고 따라서 이 서바이벌은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과정으로 그려졌다. 교양적인 접근방식이 다양한 스토리텔링에 더욱 열린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가능하게 했던 것이다. 

 

시즌2는 ‘언더그라운드’라는 부제로 새로운 스토리텔링을 보여줬다. 질문은 시즌1과 다르지 않다. ‘완벽한 피지컬’을 찾는 것. 하지만 시즌1이 그 질문과 함께 스스로 몸을 정으로 치고 깎아 고통으로 만들어낸 몸을 형상화한 영상으로 문을 열었다면, 시즌2는 어딘가 천장이 뚫려 내려앉은 지하 공간의 형상으로 문을 열었다. 세 번째 퀘스트로 등장했던 광산 세트의 스펙터클한 모습이 슬쩍 소개되며 그 공간에 들어온 참가자들이 그 스케일에 놀라는 목소리들이 더해진 영상이다. 즉 ‘언더그라운드’라는 부제에 맞게 시즌2의 스토리는 여러모로 코로나19 시절 비대면이 일상화되며 마치 저마다의 공간에 갇혀 있던 우리들을 환기시킨다. 그러고 보면 사전미션으로 역시 거대한 지하 공간에 100개의 무동력 트레드 밀 위를 달리는 그 압도적인 광경이 전하는 스토리가 새삼스럽게 느껴진다. 그건 마치 비대면을 겪으면서도 오히려 몸 관리에 진심이 되어 저마다 ‘홈트레이닝’을 하던 그 시대의 풍경 한 자락을 떠올리게 하기 때문이다. 결국 ‘언더그라운드’란 이런 혹독한 디스토피아를 연상시키는 상황 속에서도 끝까지 버텨내는 ‘완벽한 피지컬’의 생존을 서사로 가져온다. 스케일은 시즌1에 비해 말 그대로 ‘벌크업’되었고, 그 위에 새로운 스토리가 얹어졌다. 저마다의 완벽함을 주장하는 피지컬의 소유자들 100인과 그들의 대결에 더해진 은유적 서사의 결합. 이 확실한 차별성은 <피지컬:100>이 시즌을 거듭하면서도 그 브랜드를 더욱 공고하게 만드는 이유다. 

 

글로벌 인기로 확장될 피지컬 스타의 탄생

오디션 프로그램의 성패가 결국 어떤 걸출한 아티스트를 배출하는가에 달려 있는 것처럼, <피지컬:100> 역시 피지컬 스타의 탄생이 그 관건이다. 사실 우승자가 스포트라이트를 받아야 하지만 <피지컬:100> 시즌1은 마지막 대결에서 불거진 재경기 논란으로 인해 우승자인 우진용이나 준우승을 차지한 정해민 모두 그만한 주목을 받지는 못했다. 대신 적지 않은 나이에도 인상적인 경기를 펼친 추성훈이나 막강한 피지컬을 다양한 미션에서 보여줬던 윤성빈, 여성 출연자지만 팀장까지 맡아 남다른 리더십을 보여준 장은실 같은 인물들이 피지컬 스타로 떠올랐다. 그렇다면 시즌2는 어떨까.

 

시즌2의 우승자인 아모띠는 준우승을 차지한 홍범석과 사전미션에서부터 치열한 경합을 벌였던 인물이었다. 크로스핏에 있어서는 이미 유명한 크리에이터인 아모띠는 사전미션인 무동력 트레드밀에서 3등을 차지했고 탈락 위기에 몰렸지만 패자부활전을 통해 레슬러 정지현이 꾸린 어벤져스팀에 들어감으로써 기사회생했다. 네 번째 퀘스트였던 어벤져스팀끼리 대결한 롤러 레이스에서 생존 1인으로 선발된 아모띠는 단박에 우승 후보로 떠올랐다. 그리고 파이널 퀘스트에서 토르소 버티기, 무한 스쿼트 그리고 기둥밀기 대결에서 끝까지 살아남아 최종 우승자가 됐다. “나를 죽이지 못하는 고통은 나를 더 강하게 만들 뿐이다”라는 니체의 말을 가장 좋아한다는 아모띠는 그 말 그대로 고통을 끝까지 버텨냄으로서 최종 우승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깎은 듯한 피지컬에 앳되어 보이는 잘 생긴 외모로 향후 아모띠의 가능성은 훨씬 더 열려 있다고 보인다. 아깝게 준우승에 머문 홍범석은 이미 각종 서바이벌 프로그램에서 대중들의 눈도장을 착실히 찍어온 인물로서 향후 이런 소재의 프로그램에서도 주목받는 인물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밖에도 예능인이 아닌 파이터로서의 면모를 드러낸 김동현이나, 배우지만 만만찮은 피지컬을 보여준 이재윤, 전 럭비 국가대표 선수로서 강렬한 인상을 남긴 안드레진, 패자부활전에서 레슬링이 얼마나 강력한 스포츠인가를 증명해낸 정지현 같은 인물들도 이번 시즌2가 배출해낸 피지컬 스타라 할만하다. 

 

코로나19 시절부터 촉발된 몸에 대한 대중들의 지대한 관심은 다양한 운동을 소재로 하는 ‘피지컬 예능’들을 등장시켰다. 김종국이 하는 유튜브 콘텐츠 <찐종국> 같은 예능들이 대표적이다. 갈수록 관심이 커져가는 피지컬 관리에 대한 대중들의 욕구는 이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는 콘텐츠들과 스타들을 탄생시키고 있다. 이번 <피지컬:100> 시즌2의 성공은 이 프로그램이 이제 하나의 브랜드로 자리했다는 걸 보여주면서 동시에 ‘피지컬’이라는 소재가 글로벌 흥행코드로서도 급부상했다는 예감을 하게 만든다. 논버벌로 언어의 장벽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 피지컬이라는 공통 분모가 가진 글로벌 잠재력이 바로 그 요인이다. 

 

이러한 잠재력이 실현 가능한 일이라는 걸 말해주듯이 <피지컬:100> 시즌2는 그 말미에 시즌3를 예고하는 듯한 영상을 집어 넣었다. 태권도를 비롯해 일본의 스모, 태국의 무에타이 같은 아시아 각국의 격투기 스포츠 종목들을 역동적인 애니메이션으로 보여주면서 <피지컬:100> 아시아라는 문구를 집어 넣은 것. 그건 마치 아시아권으로 출연자들의 풀을 확장한 다음 시즌을 예고하는 듯한 엔딩이었다. 만일 <피지컬:100> 아시아가 시즌3로 제작된다면 이건 이 피지컬 예능이 글로벌로 나가는 신호탄이 될 수 있다. 전 세계의 피지컬들이 한 자리에 모여 치열한 생존게임을 벌이는 광경이 펼쳐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피지컬이라는 공통분모를 갖고 있지만 동시에 저마다의 로컬 색깔을 가진 스포츠인들이 한 자리에 모여 때론 대결하고 때론 협력하는 광경을 볼 날도 머지 않았다. (글:시사저널, 사진:넷플릭스)

다시 달리기 시작한 ‘피지컬:100’ 시즌2, 기대감 키운 피지컬들

피지컬:100 시즌2

어두운 복도를 걸어 나오는 참가자들. 그들은 무엇을 봤는지 저마다 감탄사를 토해낸다. “피지컬:100 미쳤다. 진짜, 와!” “살명서 이렇게 된 걸 본 적이 처음인데..” “와 근데 진짜 대단하다 이렇게 준비를 했네, 이거를...” “이거 다 어디서 구했을까?” 도대체 이들이 본 게 무엇일까 궁금증이 한껏 커진 순간, 그 정체가 공개된다. 거대한 스튜디오를 가득 메운 100개의 무동력 트레드밀. 그 사이를 날아가는 카메라가 그 압도적인 광경들을 포착해낸다. 넷플릭스 예능 ‘피지컬:100’ 시즌2가 본격적으로 시작한다는 걸 알리는 신호탄이다.

 

시즌1에서도 시작과 함께 시선을 잡아끈 건 천장에 매달린 100명의 참가자들의 모습이었다. 그렇게 매달려 버티다 끝내 하나둘씩 물 위로 떨어져내리는 광경이 그것이다. 시즌2는 100개의 무동력 트레드밀 위를 100명의 피지컬들이 일제히 달리는 장관을 연출했다. 그 위를 달려 더 많은 거리를 기록한 이들이 살아남아 50위 ,10위를 차례로 가리고 최종 1위를 뽑는 사전 미션. 

 

숨이 턱에 타오르면서도 마지막 스퍼트까지 멈추지 않고 내달리는 100인의 피지컬들. 땀이 흘러내리는 팽팽해진 근육들은 단지 그 장관이 펼쳐내는 시각적 차원을 넘어 마치 시청자들 또한 그 운동을 하는 것만 같은 촉각적인 느낌으로 다가온다. 최종 1위는 전 시즌 참가자였던 소방관 출신 홍범석. 그는 시즌1에서 1대1 데스매치에서 져 아깝게 탈락한 후 마음을 다잡고 시즌2를 준비해왔다고 한다. 

 

시즌1에서 100개의 토르소를 세워둔 공간에 참가자들이 한 명씩 등장할 때마다 놀라움과 경탄이 쏟아졌던 것처럼, 이번 시즌2도 똑같은 형식으로 등장하던 참가자들만으로도 한껏 기대감을 높였다. 그 중에서도 단연 주목을 끈 건 김동현이다. 각종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면서 친근한 이미지로 알려진 인물이지만, 이 프로그램에서 그는 본색을 꺼내놓는다. 한국인 최초 UFC 진출자인데다 한국인 최다승 보유자가 그것이다. 40대의 적지 않은 나이지만 사전 미션이었던 무동력 트레드밀에서 선전해 최종 10위에 올랐다. 

 

지난 시즌에서 공 하나를 두고 격투를 벌이다시피 했던 1대1 데스매치는 UFC를 그대로 재연한 듯한 케이지가 새로 추가됐는데 김동현은 막강한 피지컬과 힘의 소유자인 임마누엘과 극적인 대결을 벌여 결국 승리를 따냈다. 미로 속에서 펼쳐진 팀 미션에서는 김동현이 리더가 되어 헌신적인 노력은 물론이고 승부사 특유의 판단력과 실행력으로 끝내 팀에 승리를 안겼다. 지난 시즌에서 추성훈이 프로그램의 최고 수혜자로 떠올랐던 것처럼, 벌써부터 김동현이 제2의 추성훈이 되는 건 아니냐는 이야기들이 나온다. 

 

하지만 주목되는 건 김동현만이 아니다. 사전미션에서 최종 1위를 거머쥔 홍범석은 시즌1에서 아픈 패배를 맛보게 했던 1대1 데스매치를 가볍게 이기고 팀전에서도 리더를 맡았다. 4화까지 공개된 현재 그 결과가 나오진 않았지만 과정에서 보면 홍범석이 시시각각 변화하는 상황에 맞게 전략을 바꿔 대응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만약 여기서 살아남는다면 홍범석에 대한 주목도는 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한판승의 사나이’로 불리는 유도의 이원희는 노장답게 침착하게 미션에 임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1대1 데스매치에서는 가라테 국가대표 박희준과 맞붙어 누르기 기술로 가볍게 제압하는 모습을 보였고, 팀전에서도 리더가 되어 세 개의 깃발 점령 중 과감하게 하나를 포기하고 두 개에 집중하는 모습으로 팀을 우승으로 이끌었다. 

 

이밖에도 우리에게는 배우로 더 익숙하지만 주짓수 브라운 벨트를 갖고 있는 이재윤이 케이지에서 벌인 1대1 데스매치나, 여성이지만 1대1 데스매치에서 남성 상대를 골라 끝내 이기는 놀라운 모습을 선보인 종합격투기 선수 심유리, 보기만 해도 압도적인 피지컬에 남다른 스피드까지 갖춘 타노스 김민수, 작다고 무시하지 말라는 듯 엄청난 괴력으로 명승부를 펼친 엉뚱한 매력의 소유자 역도선수 김담비도 시청자들의 눈도장을 찍기에 충분했다. 

 

시작부터 압도적인 스케일을 보여주는 장관이 펼쳐지고 그 장관 위에서 역시 압도적인 저력을 보여주는 피지컬들의 대결. 이것이 사실상 ‘피지컬:100’이라는 서바이벌 프로그램이 가진 강점이다. 그런 점에서 보면 이번 시즌2는 이 두 가지를 모두 강화하는 방식으로 돌아왔다. 시즌1에서는 신화적 상상력이 느껴지는 스토리텔링을 가미한 세트가 압도적이었다면, 이번 시즌2는 ‘언더그라운드’라는 부제에 걸맞게 지하세계라는 마치 디스토피아의 한계상황을 스토리텔링으로 가져온 듯한 세트가 세워졌다. 

 

그리고 그 위에 저마다의 매력을 가진 피지컬의 소유자들이 하나하나 자신들의 몸으로 써내려가는 스토리를 쓰고 있다. 과연 이번 시즌에는 누가 이 ‘언더그라운드’의 어둠 속에서 오히려 더 반짝반짝 빛나는 스타로 떠오를까. ‘피지컬:100’이 또 달리기 시작했다. 운동 좀 해야겠는데 싶은 욕망을 툭툭 건드리면서. (사진:넷플릭스)

‘마더’가 사회에 던지는 딜레마, 친모라고 엄마인가

그냥 이 엄마와 딸을 진짜 모녀 관계로 살게 해줄 순 없을까. 아마도 tvN 수목드라마 <마더> 시청자라면 수진(이보영)과 윤복(허율)이 그렇게 편하게 엄마와 딸로 살아가길 바라는 마음이 간절할 것이다. 하지만 그들이 처한 현실은 어떨까. 수진은 경찰에 쫓기는 유괴범이다. 그것도 딸 같은 윤복을 유괴한 인물. 

물론 수진이 윤복과 함께 도망치게 된 데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만일 수진이 방치했다면 윤복은 더 이상 살아갈 수 없었을 지도 모른다. 그의 엄마 자영(고성희)은 비정하게도 자신의 동거남 설악(손석구)이 윤복을 학대하는 걸 방치했다. 그리고 아이가 사라지자 찾아보려 하기보다는 아이의 사망을 기정사실화한다. 

윤복을 납치한 설악이 ‘눈물을 보이면 죽인다’는 자신의 룰을 이야기하며 과거 쓰레기 봉지에 넣어 윤복을 버린 일이 사실상 아이를 죽이려던 것이었다고 말하는 대목에서는 그 윤복을 구해낸 수진이야말로 진정한 어른의, 아니 엄마의 자격을 가진 인물이라는 걸 확인하게 된다. 자신이 죽을 수도 있는 위험한 상황 속에서도 윤복을 찾기 위해 그 속으로 뛰어드는 수진은 자신이 엄마라는 걸 그 행위로 증명한 셈이다. 

하지만 법은 이들을 엄마와 딸로 바라보지 않는다. 심지어 자영이 아이를 학대했다는 사실이 밝혀졌음에도 그는 여전히 자신이 혜나(윤복의 진짜 이름)의 엄마임을 드러내며, 수진이 유괴범이라고 주장한다. 이 사실은 이 사건을 처음부터 추적해온 형사 창근(조한철)이 그 누구보다 잘 아는 것이지만, 그 역시 자신의 직업이 해야 될 법적 의무를 저버리지 못한다. 그는 사실 수진이 혜나를 구해낸 것이란 걸 알지만, 그래도 그들을 추적한다. 

창근의 마음 속에도 하지만 어떤 흔들림 같은 것들이 조금씩 생겨난다. 수진의 혜나에 대한 진심이 그가 추적해온 일련의 사건들 속에서 고스란히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들을 추적하면서도 그 이유가 단지 범죄자를 체포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길바닥에서 얼어 죽지 않게 하기 위해서라는 이유를 더한다. 그에게는 범법자를 잡아야 한다는 마음과 함께 이들을 지켜내고픈 마음이 조금씩 겹쳐진다.

그리고 언론은 이런 구체적인 사건의 진실에 관심을 그리 두려 하지 않는다. 다만 한 아이가 유괴됐다는 사실과 그 아이를 유괴한 자의 엄마가 유명한 배우라는 사실에 더 관심을 갖는다. 이미 용의자로서 그 얼굴까지 공공연하게 노출된 수진은 이제 영락없는 유괴범으로서 사회에 낙인찍힌다. 그 과정을 상세히 봐왔던 시청자들로서는 이런 현실의 시선이 너무나 비정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과연 친모만이 엄마인가. 그래서 엄마로서의 역할을 하지 못하는 이들도 아이에 대한 권리는 온전히 친모만이 가질 수 있는 것인가. 아동학대는 더 끔찍한 범죄지만, 그 학대로부터 아이를 구해내 도망친 자가 유괴범으로만 지목되는 현실은 과연 합리적인가. 그 어린 시절 겪은 학대와 엄마의 자살로 인해 끔찍한 범죄를 계속 저지르게 된 설악의 최후는 과연 친모라고 해서 모두 엄마라고 말할 수 없다는 사실을 드러낸다. 

혜나를 수진이 보는 앞에서 죽이려 한 설악을 진홍(이재윤)이 성모마리아상으로 때려 쓰러뜨리는 장면과, 그렇게 도주하는 수진과 혜나가 절의 스님으로부터 도움을 받는 장면은 그래서 남다른 상징처럼 다가온다. 법이라는 인간의 잣대로서는 비정하기만 한 이들 앞에 펼쳐진 현실 속에서, 그들을 도울 수 있는 건 성모마리아나 스님 같은 종교적 차원의 시선이라는 메시지. 어쩌면 구원은 법적 잣대가 아닌 인간을 긍휼한 시선으로 공평히 내려다보는 그 관점으로부터 가능하다는 걸 드라마는 말하고 있는 듯하다.(사진:tvN)

<또 오해영>, 오해가 풀려도 비극은 끝나지 않는다

 

tvN <또 오해영>이 가벼운 로맨틱 코미디라고 생각했던 건 오해였던가. 그저 발랄하게만 느껴졌던 <또 오해영>에게서 진중한 비극의 냄새가 난다. 그것은 어쩔 수 없는 가녀린 존재로서의 인간의 운명이 그려내는 고통 같은 것이 배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오해영(사진출처:tvN)'

가벼운 로맨틱 코미디라면 분명한 악역이 존재해야하는 게 맞다. 하지만 <또 오해영>에는 악역이 잘 보이지 않는다. 물론 그냥 오해영(서현진)과 늘 비교되는 존재로 그녀를 괴롭게 만든 예쁜 오해영(전혜빈, 이하 전해영)이 있긴 하다. 하지만 전해영은 악역이라기보다는 밉상에 가깝다.

 

그녀는 이른바 예쁜 척 하는그런 캐릭터로 보인다. 가만있어도 남자들이 모여들고 늘 주목받는 존재이며, 사회생활에서도 부족함 없이 잘 나가는 인물이다. 이런 존재는 드라마 여자 캐릭터로서는 밉상으로 그려지기 마련이다. 어딘지 자기중심적인 캐릭터인데다 드라마 시청자들의 마음을 빼앗는 남자주인공을 현혹(?)시키는 존재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전혜영은 도경(에릭)이 오해영의 남자친구였던 태진(이재윤)을 파산시킨 것을 그가 자신을 사랑했다는 증거로 받아들인다. 하지만 이 대목은 그녀가 얼마나 자기중심적인가를 드러내는 장면이다. 그래도 오해영에게 친구라고 늘 밝은 얼굴로 다가가곤 했던 그녀가 아닌가. 하지만 그녀와 도경의 불행을 알면서도 전혜영은 자신의 입장만을 드러낸다.

 

그래서 밉상이지만 그렇다고 전혜영이 악의를 가졌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그녀 역시 겉으로는 늘 밝은 표정을 짓지만 그 이면에 숨겨진 아픔이 있기 때문이다. 도경의 어머니의 노골적인 반대는 전혜영이 도경과의 결혼을 포기하게 된 이유가 되었다. 게다가 그녀는 자신을 살갑게 챙겨주는 가족이 없다.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았지만 그래도 아버지라고 있는 장회장(강남길)은 도경의 엄마와 사귀면서 전혜영에게 더 이상 보지 말자고 말한다. 또한 도경과 가까이 지내지 말라고도. 전혜영 역시 의지할 데 없는 인물이라는 것이다.

 

<또 오해영>의 갈등이 선명한 악역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니라 이 드라마가 궁극적으로 하려는 이야기인 오해에서 비롯되는 것이란 점은 이 드라마를 그저 가벼운 로맨틱 코미디로 바라보게 하지 않는다. 제목과 인물의 이름이 말해주고 있는 것처럼 이 드라마는 오해가 얼마나 인간을 비극으로 몰아가는가를 담고 있다. 거기에서 느껴지는 건 운명 앞에 스러지는 인간들에 대한 연민과 동정이다.

 

전혜영이 결혼식 당일 나타나지 않은 것에 대해 도경은 깊은 오해를 했고 분노했다. 그래서 전혜영이 새로 사귄다는 남자 이야기를 듣고 그 남자를 파산시켰다. 하지만 그건 오해였다. 그 남자, 태진은 전혜영의 남자가 아니라 오해영의 남자였던 것. 그래서 태진 역시 결혼식 전날 오해영에게 사실을 알리지 않은 채 파혼 선언을 하고 구치소에 들어간다.

 

오해영은 태진이 자신을 사랑하지 않았다고 절망했지만 그것 역시 오해. 그녀 앞에 다시 나타난 도경은 자신이 저지른 원죄 때문에 오해영에 대한 연민과 동정의 마음에서부터 시작해 점점 사랑이 싹텄지만 나중에 이 모든 사실을 알게 된 오해영은 도경의 접근을 의도적인 것으로 오해한다. 그 사실을 알게 된 태진 역시 그렇게 오해하지만 그것이 결국은 똑같은 이름 때문에 생겨난 오해라는 걸 그도 오해영도 알게 된다.

 

이렇게 모든 것이 오해로부터 시작되었고 그래서 오해영도 전혜영도 또 도경도 태진도 비극적인 상황을 맞이하게 되었다. 안타까운 건 이 비극적 상황이 오해가 풀린다고 해서 해결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것은 오해로 시작되었다고 해도 그 과정에 보였던 많은 행동들이 그 진심을 의심받게 되었기 때문이다. 오해영은 여전히 도경이 자신에게 다가온 이유의 발단이 전혜영을 그토록 사랑했고 그래서 미워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것은 전혜영의 생각도 마찬가지다. 도경과 태진은 어쩌다 이 오해로 빚어진 사건의 가해자이자 피해자가 되어버렸다.

 

이처럼 악역이 존재한다기보다는 인간이 어쩔 수 없는 운명이나 한계 앞에서 비극을 겪게 된다는 점에서 <또 오해영>이 보여주는 갈등은 훨씬 근원적인 면이 있다. 마치 그리스 비극의 주인공들처럼 인물들은 그 작은 오해로도 삶이 송두리째 흔들리는 존재로서 고통 받는다. 그걸 전지적 시점에서 바라보는 시청자들은 연민과 동정을 느끼게 될 수밖에 없다. 이것은 <또 오해영>이 그리스 비극이 가진 힘을 닮은 구석이다.

 

그저 작은 로맨틱 코미디로 시작했던 <또 오해영>은 그래서 이제 인간의 운명을 슬쩍 들여다보는 비극의 틀로 확장되고 있다. 그러고 보면 이 드라마를 그저 달달한 남녀 관계를 다루는 가벼운 로맨틱 코미디로만 치부했던 것 역시 오해가 아니었나 싶다. 물론 그렇다고 이 드라마가 비극적 결말로 치닫는 걸 바라는 건 아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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