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이제훈

실패가 허용되는 삶 “가라, 가서 마음껏 실패하라.” 이종필 ‘탈주’북한의 최전방 군부대에서 10년 만기 제대를 앞두고 있는 규남(이제훈)은 탈북을 꿈꾼다. 부모님은 모두 돌아가셨고, 제대 후에도 그의 출신성분으로 할 수 있는 일은 ‘하급 노동’뿐이다. 이미 미래가 결정되어 그 어떤 선택들도 가능하지 않은 삶. 규남이 철책을 넘어 지뢰지대를 뚫고 남으로 가려는 이유다. 하지만 규남의 탈북을 어떻게든 막으려는 현상(구교환) 역시 그 상황이 그리 달라 보이지 않는다. 귀족에 해당하는 출신성분으로 러시아 유학까지 다녀와 보위부 소좌로 권력을 누리고 있지만, 그 역시 피아노에 대한 꿈을 접었다. 무엇 하나 선택할 수 없고 정해진 운명대로 살아갈 수밖에 없는 삶. 이종필 감독의 ‘탈주’는 그 감옥 같은 삶으로부터 탈주하려는 청춘들의.. 더보기
이제훈의 탈북에서 우리네 청춘들의 탈주가 읽히는 까닭(‘탈주’) ‘탈주’, 이제훈과 구교환 그리고 홍사빈이 담아낸 처절한 청춘들의 상황극(스포일러가 있습니다) 한 마디로 말하면 이종필 감독의 영화 ‘탈주’는 우리네 청춘들의 상황극에 가깝다. 군사분계선 너머의 북한을 배경으로 하고 있고, 그곳을 탈출해 남한으로 넘어오려 하는 규남(이제훈)의 처절한 사투를 그리고 있지만, 이를 통해 정작 하려는 이야기는 우리네 청춘들이 처한 감옥 같은 속박과 그 곳에서 탈주해 뭐든 스스로 선택하는 삶에 대한 욕망을 담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북한이라는 배경은 일종의 상황이고, 그 곳으로부터 벗어나려는 규남이 겪게 되는 일련의 사건들은 하나의 상황극처럼 보인다. 치밀하게 지뢰지대에 매설된 지뢰 위치를 밤마다 일일이 표시해놓고 탈주의 거사를 치를 계획을 짜는 규남이 왜 그토록 탈북을 하.. 더보기
‘수사반장 1958’, 불의의 시대와 싸운 낭만 형사들의 수사활극 ‘낭만닥터 김사부’ 이전에 낭만 형사 박반장이 있었다. 1971년부터 18년 간 방영되며 최불암을 국민반장으로 만들었던 레전드 수사물 ‘수사반장’의 주인공 박영한이 바로 그다. 경찰 재직 기간 동안 1300여명의 범죄자를 체포해 ‘수사의 전설’이자 ‘포도왕’으로 불렸던 실존인물 고 최중락 총경을 모델로 한 박영한 형사는 당대를 살았던 이들이라면 그 인간적인 면모가 여전한 여운으로 남을만큼 낭만적이고 휴머니즘 가득한 형사였다. 오죽하면 ‘수사반장’이 수사극이 아니라 휴먼드라마라는 이야기까지 나왔을까. 지금이야 범죄자가 왜 그런 짓을 저질렀는가에 대한 이야기를 담으면 서사를 제공한다며 비난받기 마련이지만, 당대에는 극악범죄보다 생계형범죄가 많아 때로는 그 눈물겨운 사연을 들어주는 박반장의 따뜻함이 오히려 도.. 더보기
이제훈, 수사반장으로 돌아온 순수 청년 ‘수사반장 1958’, 순수한 청년 형사라는 서민 영웅의 탄생“파하-” 이제훈이 그렇게 웃는 모습에 최불암의 모습이 겹쳐진다. MBC ‘수사반장 1958’의 한 장면이다. 1971년부터 89년까지 방영됐던 레전드 드라마 ‘수사반장’. ‘수사반장 1958’은 그 리메이크작으로 극중 최불암이 연기했던 박영한 반장 역할을 이제훈이 맡았다. 당시 ‘수사반장’에 첫 출연했던 최불암의 나이는 삼십대 초반이었지만, 박반장이라는 지위에 걸맞게 극중 연령은 좀더 많은 40세로 설정되어 있었다. 원작을 그대로 배경으로 가져왔다고 하면 이제훈이 맡아서 연기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어 보이는 배역의 연령이다. 그래서 이 작품은 시간을 과거로 더 되돌렸다. 1958년. 박영한 반장의 이십대 시절이다. 어떤 과정을 거쳐서 이 인물.. 더보기
'사냥의 시간', 사냥감이 되어버린 청춘 이제훈의 선택은 ‘사냥의 시간’, 도망칠 것인가 맞서 싸울 것인가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영화 은 정확한 시간적 배경을 드러내지 않는다. 다만 머지않은 미래라는 것이고, 또다시 벌어진 금융위기로 인해 일상이 처절하게 파괴된 상황이라는 걸 황량한 거리를 통해 보여줄 뿐이다. 특정한 시공간을 적지하지 않고 있어서인지 이 영화는 암울한 미래의 청춘들이 겪는 현실을 은유한 가상처럼 여겨지는 면이 있다. 윤성현 감독은 어떻게 그런 공간들을 헌팅하고 축조한 것인지 현재의 공간이면서도 동시에 디스토피아적인 근미래의 공간 같은 그 느낌을 포착해낸다. 분명히 우리가 어디선가 봤던 공간이지만, 영화가 연출하고 편집해낸 영상 속 그 공간은 그 현실과 살짝 뒤틀려 있어 보는 이들을 긴장하게 만든다. 사실상 이 특별하게 다가오는 지점은 바로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