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좋은 점은 좀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이진주 PD의 진심

연애남매

JTBC X 웨이브 ‘연애남매’의 이진주 PD를 만났다. 인터뷰는 아니었다(그래서 사실 현장에서 찍은 사진 한 장이 없다). 그저 차 한 잔 마시며 이런저런 이야기가 나누고 싶었다. 도대체 이토록 따뜻한 리얼리티 프로그램을 연달아 내놓는 이 인물이 궁금했다. 이 사람의 어떤 태도와 시선이 그걸 가능하게 하는가가. 

 

‘환승연애’라는 공전의 히트 프로그램을 탄생시킨 이진주 PD를 처음 만났던 건 꽤 오래 전 일이다. 아마도 나영석 사단에서 ‘꽃보다’ 시리즈를 경험하며 조연출로서 색깔을 드러내기 시작했던 시절이었다. 기억하기론 당시 이진주 PD는 엉뚱하게도 프로그램 이야기보다는 음악에 대한 남다른 애정과 관심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리고 한참 후에야 알았다. 그것이 ‘환승연애’에서 ‘연애남매’로 이어지는 그의 프로그램에 어떤 색깔을 입히게 됐는지. 

 

음악에 리듬과 박자 같은 흐름이 중요하듯이, 이진주 PD는 프로그램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감정의 흐름이었다. 그래서 주로 멜로드라마가 그러하듯이 어떤 인물이냐가 가장 중요하고 그 인물이 어떤 상황에서 어떤 감정들을 갖게 되고 그것이 관계 속에서 어떤 변화들을 갖게 되는가가 자연스러운 흐름 안에 들어가야 한다고 그는 생각했다. 

 

채널 십오야 ‘빠삐용편’에 출연했을 때 나영석 PD가 이진주 PD에게 ‘제작비가 많이 들어가는 PD’로 소개하며 하지만 그만큼 ‘많이 벌어주는 PD’라 상찬한 건, 그의 연출방식이 인물의 감정에 집중함으로써 프로그램에 폭발력을 만드는 것이고 그래서 그 감정의 흐름이 끊기지 않게 하기 위해 몇 배의 제작비도 감수한다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떤 감정들을 어떤 이유로 보여줘야 할까. 여기에는 갖가지 기획의도들이 의미를 더해 붙여지곤 하지만, 사실 대부분은 연출자가 재미있어하고 그래서 시청자들에게도 보여주고 싶은 것들이 그 이유가 되곤 한다. 이진주 PD는 그걸 이런 말 한 마디로 담아 전했다. “출연자들을 여러 차례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가를 들여다보려 하는데, 문득 어떤 좋은 점들이 보일 때가 있어요. 가슴을 툭 건드리는. 이런 좋은 점은 좀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시청자분들에게.” 

 

이런저런 수다를 떨었지만 그 많은 이야기들 속에서도 이 한 마디가 유독 내 마음을 움직였고 이진주 PD와 그가 만들어온 프로그램들을 이해하게 해줬다. 이진주 PD는 사람에 애정이 깊은 연출자다. 그래서 사람을 들여다보고 싶어하고 그 사람이 가진 좋은 점들에 먼저 감정적 요동을 경험하는 것 같다. 그러고나면 그런 점들을 또한 시청자분들에게도 전해주고 싶다는 마음을 갖는 것이다. 

 

단순해 보여도 이 한 가지는 엄청난 출연 후보자들을 만나보고(그것도 여러 차례 다양한 방식으로 사전 인터뷰를 한다고 한다) 프로그램의 기획의도에 맞는 이들을 추려내며, 이들이 가진 ‘좋은 점들’을 끄집어내 시청자들도 느낄 수 있게 해주는 상황이나 미션들을 고민하고, 그렇게 찍어낸 수 백 개의 영상자료들을 매주 수십 명의 PD들이 달라붙어 편집을 통한 스토리텔링하며, 끝내는 하나의 관통되는 서사로 한 회분의 그 주 방영분을 내놓는 그 지난한 과정들을 즐겁게 견뎌내게 해주는 힘이 될 것이다. 

 

또한 이 인물의 ‘좋은 점들’을 시청자분들과 공유하고 싶다는 욕망은 프로그램을 따뜻하게 만드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연애남매’는 어쩌다 통념에 의해 ‘납작하게’ 소비되어 왔던 남매라는 관계를, 다양한 가족 구성과 정서적 관계를 가진 남매들을 출연시킴으로서 입체적으로 되살려낸 면이 있다. 겉으론 ‘킹받아’ 하면서도 속으로는 남다른 애정을 가진 남매들이나, 아예 대놓고 서로를 의지하는 존재라는 걸 드러내는 남매들이 등장해 보는 이들의 마음을 건드리는 ‘좋은 점들’을 꺼내보인다. 

 

연애라는 다소 사적인 지점에 가족이라는 보다 확장된 관점을 더함으로써 프로그램은 ‘연애 리얼리티’라는 틀의 한계를 벗어나 인간을 바라보는 ‘휴먼 리얼리티’로 나아간다. 그리고 이건 어쩌면 이진주 PD가 궁극적으로 나가보려는 세계일 것이다. 그는 연애는 하나의 좋은 계기이자 동력일 뿐, 궁극적으로는 사람을 들여다보려는 예능 PD다. 특히 사람의 ‘좋은 면’을. 

 

커피 한 잔을 마시며 수다를 떨던 와중에 문득, 이진주 PD가 하는 일이 내가 하는 일과 다를 바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프로그램(영상)을 보고 거기서 어떤 의미나 가치를 찾아내려 애쓰는 일이라는 점 때문이다. 그 많은 영상자료들을 통해 하나의 의미가 되는 것들을 연결해 스토리텔링하는 것이 리얼리티 프로그램의 방식이 아닌가. 그래서일까. 자꾸 수다를 떨며 이진주 PD를 나도 모르게 ‘이진주 작가’라 부르는 자신을 발견했다. 

 

그가 실제 인물들을 통해 써나가고 있는 작품의 세계에 우리가 깊게 빠져들어가는 건, 그 연출 필력이 만만찮은 이 작가와 우리가 같은 ‘좋은 점’ 속에서 공명하고 있다는 증거다. 우린 마치 음악을 듣는 듯 끊이지 않고 이어지는 그 좋은 감정의 흐름 속으로 기꺼이 빨려들어가고 있다. 그 좋은 점들이 주는 웃음과 눈물을 공유하며. (사진:JTBC)

‘연애남매’, 연애 리얼리티에 가족 서사가 붙으니 생겨난 것들

연애남매

“괜찮아?” 철현과 초아는 ‘남매의 방’에서 만나자마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서로에게 그렇게 물었다. 두 사람은 남매다. 함께 JTBC, 웨이브에서 방영되는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 <연애남매>에 출연했다. 이 연애 리얼리티는 남매가 함께 출연해 서로의 인연을 찾아간다는 색다른 차별성을 전면에 내세웠다. 방송을 보기 전까지만 해도 이게 과연 괜찮을까 싶었다. 남매가 함께라고?

 

남매라고 하면 어딘가 티격태격하고 서로를 위하는 마음을 드러내는 게 손발이 오그라드는 그런 관계를 먼저 떠올리기 마련이다. 게다가 혈육이 누군가를 향한 마음을 갖게 되고 그래서 그걸 표현하는 걸 옆에서 바라본다는 건 평소 모습과 달리 보일 게 뻔하다. 그래서 사랑이라는 마음을 다루기 마련인 연애 리얼리티에서 ‘혈육’이라는 키워드가 잘 붙을까 싶은 거다. 

 

하지만 이런 걱정이 기우에 불과했다는 건 여기 출연한 남매들의 면면이 하나씩 공개되면서 저절로 풀려버렸다. 이보다 따뜻하고 살뜰하게 서로를 혈육으로서 챙겨주는 마음을 가진 남매들이 있었던가. 깨발랄한 세승과 엉뚱한 재형은 툭탁대는 장난기가 가득한 남매로서 보는 이들의 마음을 밝게 만들고, 용우와 주연은 10살 차이가 나는데다 아버지의 부재로 인해 오빠가 거의 아버지처럼 여동생을 챙겨주는 그런 훈훈함이 절로 묻어났다. 

 

2회에 소개된 철현과 초아 남매의 관계는 더더욱 특별했다. 그들이 남매의 방에서 처음 보자 마자 “괜찮아?”라고 서로에게 물어본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가정불화가 있었고 어머니가 스무살에 암으로 돌아가셨단다. 그 엄마가 돌아가실 때까지 누나인 초아는 중학교 때부터 무려 7년 넘게 수발을 했다. 엄마 옆에 있기 위해 많은 걸 포기하며 살았다. 서울로 가려던 대학도 교환학생도 포기했다. 그런 누나를 옆에서 바라봐온 동생 철현의 마음이 어땠을까. 끝내 엄마가 떠나고 나자 철현은 갈등하는 누나를 데리고 서울로 상경했다. 그 곳에서 남매의 새 삶이 열렸다. 

 

이러한 가족의 서사가 있으니 이 <연애남매>라는 프로그램에서 철현과 초아 남매를 바라보는 시선이 남다를 수밖에 없다. 이들이 따뜻한 집에서 가족의 온기를 느낄 수 있었으면 하는 마음이 생기고, 나아가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행복해지기를 바라게 된다. 가족 코드가 들어가 있는 구성안을 기획하면서 제작진이 철현, 초아에게 그런 구성이 불편할 수도 있다며 사전에 미리 이들에게 상의를 한 부분 또한 제작진의 배려 가득한 마음이 느껴졌다. 

 

1회에 부모들이 챙겨주신 음식으로 첫 저녁식사를 함께 할 때는 몰랐었는데, 철현과 초아 남매의 이야기를 듣고 나서 그 장면을 다시 되돌려 보니, 이들이 느꼈을 소회가 남달랐다. “원래 이렇게 식사 모여서 자주 하세요?”라고 철현이 묻는 대목에 남다른 의미가 느껴졌고, 주로 혼자 먹는다는 철현에게 다른 출연자들이 같이 먹으니 어떠냐고 묻는 질문에 “너무 좋아요. 너무 단란하고.”라고 답하는 철현의 말이 새삼스러웠다. 

 

식사 도중 부모님의 전화가 온 세승의 모습을 보면서 그런 가족이 있다는 게 부러웠다고 솔직히 말하는 철현이 “되게 보기 좋으세요”라며 담담히 웃는 모습도 가슴을 건드렸다. 철현은 인터뷰를 통해 이를 지켜보는 게 대리만족도 된다며 “슬프기보다는 따뜻함을 많이 느꼈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그건 아마도 이 프로그램을 바라보는 시청자들의 마음 그대로였을 게다. 철현이 그 모습을 보고 슬프기보다는 따뜻함을 느끼기를 더 바라고 있었을 테니. 

 

이렇게 여기 출연한 남매들의 특별한 끈끈함을 확인하고 나니, 드디어 <연애남매>라는 연애 리얼리티가 가진 색다른 관전 포인트들이 점점 눈에 들어온다. 철현이 가진 매형에 대한 로망이 용우를 살갑게 대하는 모습으로 등장하고, 하지만 초아는 용우보다 대화가 통할 것 같고 진중한 모습을 보여주는 정섭에 마음이 간다며 혈육의 이상형과 본인의 이상형이 보이는 차이를 바라보는 색다른 관점이 눈에 띤다. 

 

물론 프로그램의 룰에 의해 혈육이라는 걸 드러내고 내색할 수는 없지만 한 발 떨어져 때론 안타까워 하고 때론 응원하려는 모습이 발견되는 순간들도 빼놓을 수 없는 관전 포인트다. 이 프로그램을 연출한 이진주 PD의 전작이었던 <환승연애>에서처럼 이 프로그램도 저녁 시간에 그 날 호감을 준 인물에게 익명의 메시지를 전하는 상황이 펼쳐졌지만 거기에도 혈육이라 더해지는 새로운 감정적 순간들이 등장한다. 메시지를 받고 즐거워하던 세승이나 정섭은 자신들의 혈육인 재형과 윤하가 하나의 메시지도 받지 못했다는 사실에 순간 굳어버린다. 

 

차라리 자신이 0표를 받고 혈육이 많은 표를 받기를 바라는 이 착한 남매들은 그래서 은근히 혈육을 챙기는 모습을 보여준다. 세승은 오빠인 재형에게 공유를 닮았다는 다른 여자 출연자의 말에 애써(?) 공감해주고, 정섭은 인터뷰를 통해 아무도 자신의 누나인 윤하에게 메시지를 보내지 않았다는 사실에 화가 났다고 솔직한 심경을 전한다. 그래서 혈육이 누군가와 썸의 신호를 보낼 때 이들은 숨어서 미소를 보낸다. 그 광경은 여지없이 관찰카메라에 담겨 시청자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만든다. 

 

어찌 보면 사랑은 개인적 감정이 우선이고 그렇기 때문에 남매 같은 혈육이나 가족과는 조금은 어우러지지 않을 것만 같은 느낌을 주기도 한다. 그래서 <연애남매>라는 프로그램의 제목은 어딘가 언발란스하게 다가오는 면이 있다. 하지만 그것 역시 하나의 편견이자 선입견일 수 있다는 걸 이 프로그램은 보여주고 있다. 가족 개념은 사랑의 방해자가 아니라 지원자가 될 수 있고, 그래서 <연애남매>가 더해놓은 가족의 서사는 프로그램을 개인적 사랑의 설렘과 애틋함에 이를 감싸는 따뜻한 온기로 채워놓는다. 

 

하루종일 일하고 늦게 귀가한 초아에게 “당장 앉아요”라며 저녁 식사를 챙기는 출연자들은 또한 또하나의 가족 같은 훈훈함을 보여준다. 그런데 그 속에서 정섭이 굳이 계란요리를 챙겨주는 애정과 그것을 옆에서 바라보며 흐뭇하게 미소를 짓는 철현의 가족애가 겹쳐지는 순간. 이토록 따뜻한 연애 리얼리티가 가능하다는 걸 이진주 PD는 <연애남매>를 통해 보여주고 있다. 역시 레벨이 다른 느낌이다. (사진:JTBC, 웨이브)

훌륭한 스텝분들이 있어 ‘윤식당2’가 가능했어요

tvN 예능 <윤식당2>는 끝났지만 그 아름다운 가라치코 마을과 따뜻했던 마을 주민들의 기억은 오래도록 여운으로 남을 것 같다. 이제 와서 생각해보면 도대체 스페인의 어느 섬에 있는 이런 예쁜 마을을 어떻게 찾아냈는지, 또 그 마을 속 ‘윤식당’이 어떻게 그 곳의 명물로 자리 잡았으며, 마을 사람들과 ‘윤식당’ 사람들이 어떻게 이런 끈끈한 정을 쌓았는지가 궁금해진다. 

이진주 PD는 <윤식당2>는 프로그램의 특성상 그 공간이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실제로 스페인의 테네리페섬은 그래도 더러 알려진 면이 있지만, 그 속에서 가라치코라는 마을을 찾아낸 건 이 프로그램의 신의 한 수였다고 여겨진다. 이진주 PD가 그 많은 나라 중 스페인을 선택하고, 그 스페인에서 테네리페섬을 그리고 그 속에서도 다른 곳이 아닌 가라치코라는 작은 마을을 찾아내게 된 건, 그 인연이 <꽃보다 할배-스페인편>으로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나영석 PD가 스페인에서 촬영을 하며 인연을 갖게 된 현지 코디에 대한 절대적인 신뢰가 있었고, 그래서 그 분과 함께 하면 분명 괜찮은 장소를 찾을 수 있을 거라 믿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번 <윤식당2>에서 그 현지 코디는 보이지 않는 굉장한 역할들을 했다고 했다. 테네리페섬 가라치코 마을에서 촬영을 하기 위해 현지 정부의 협조를 얻어내는 일부터 마을 사람들과 원활한 소통을 해내는 일까지 현지 코디의 헌신적인 노력이 있었다는 것. 결국 그에 대한 신뢰로부터 시작되어 테네리페섬까지 오게 되고 그 안에서 또 가라치코 마을이라는 보석을 찾아냈으며 그 마을 사람들과의 끈끈한 교류도 가능했다는 것이었다.

현지 코디만큼 이 프로그램을 위해 숨은 노력을 더한 건 ‘윤식당’을 사람들의 시선을 잡아 끌 수 있을 만큼 아름답게 꾸며준 미술감독(이 분은 <윤식당> 시즌1에서 가게가 철거되자 하루만에 2호점을 꾸며냈던 그 분이다)과, 그 곳을 다양한 앵글로 포착해내 환상적인 그림들을 잡아내고 나아가 시청자들에게까지 그 공간이 차츰 익숙하게 만들어준 촬영팀들이었다. 미술감독은 촬영이 들어가기 훨씬 전부터 가라치코 마을에 들어가 ‘윤식당’에 예쁜 색채를 입혔고, 그냥 영업을 위한 공간만이 아니라 촬영까지 배려한 공간으로 만들어냈다. 

이진주 PD는 특히 촬영팀에 대한 남다른 고마움을 표했다. 작은 마을이기 때문에 어찌 보면 너무 단순한 풍경들만 반복될 수 있었는데, 촬영팀들은 그래서 더 다양한 앵글을 시도하기 위해 갖가지 숨은 노력들을 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실제로 윤여정이 말한 것처럼, “현지에서는 그 곳이 그렇게 예쁜 곳인지 몰랐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예쁜 풍경들이 영상에 포착될 수 있었다. 우리의 시선으로는 잡히지 않는 것들을 카메라의 다양한 시선으로 잡아내 보여줬다는 것. 

촬영팀들이 만들어낸 다양한 앵글들이 가져온 효과는 <윤식당2>가 주는 특유의 이웃같은 편안함에 일조한 것으로 보인다. 그 안에 들어간 인물들의 동선까지를 포함해 가라치코 마을에 대한 친숙함이 만들어진 건, 이 다양한 앵글들이 이 공간과 그 속의 사람들을 입체적으로 잡아내줬기에 가능했던 일이었다. 

<윤식당2>의 성공적인 마무리에 대해 이진주 PD는 그 모든 공을 “훌륭한 스텝분들”에게 돌렸다. 물론 방송에는 등장하지 않지만 그 이면에서 노력한 그 분들이 있어 우리는 <윤식당2>를 통해 지구 반대편에 있는 어느 작은 마을을 마치 우리 바로 옆에 있는 이웃처럼 느끼게 됐다는 것. 그저 어느 외국의 마을에서 한식당 하나 여는 일 정도로 생각했던 <윤식당2>가 이만큼 시청자들의 열광을 이끌어낸 데는 이런 보이지 않는 정성스런 손길들이 존재했다는 걸 이진주 PD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사진:tvN)

창업의 설렘은 없고 경쟁만 가득한 현실이란

tvN 예능 프로그램 <윤식당>을 보며 우리는 한번쯤 생각했을 겁니다. 저런 곳에서 저런 가게를 열면 얼마나 좋을까. 인도네시아 발리, 그 곳에서 또 배를 타고 들어가야 있는 외딴 섬. 이 <윤식당>이라는 프로그램을 기획하게 된 이진주 PD는 바로 그 섬에서 휴가를 보내며 이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하죠. 바쁜 직장생활 속에서 잠시 짬을 내 가게 되는 휴가. 기껏 해봐야 3박4일 정도의 꿈같은 시간이 훌쩍 지나고 나면 어느새 돌아가야 한다는 그 우울함. 문득 이런 곳에서 가게를 열며 살아보면 어떨까 하는 그 바람이 이 프로그램을 탄생하게 했다는 거죠. 

'윤식당(사진출처:tvN)'

사실 가게를 오픈한다면 가장 먼저 중요한 건 입지조건일 것입니다. 하필이면 이진주 PD가 이 외딴 섬이 최적지로 여기게 된 건 놀랍게도 그 섬에 우리나라 사람들을 거의 발견할 수 없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사실 외부에서(그것도 해외에서) 진행되는 방송 촬영에서 가장 큰 난점은 팬들이 몰리는 사태라고 합니다. 그래서 <신서유기> 같은 아이돌이 게스트로 들어가는 프로그램은 촬영 당일까지도 어느 곳으로 간다는 정보를 꼭꼭 숨길 수밖에 없다고 하죠. 만일 그게 유출되면 해외에서의 촬영은 몰리는 팬들 때문에 어려워질 수밖에 없게 되죠. 

하물며 여행을 하며 돌아다니는 게 아니라 한 곳에 가게를 오픈하고 정착하는 <윤식당> 같은 프로그램은 팬들이 없는 공간을 찾는 일이 가장 중요할 수밖에 없죠. 나영석 PD는 그래서 <윤식당>은 국내에서는 아예 생각조차 할 수 없는 아이템이라고 하더군요. 생각해보세요. 배우들이 개업을 했다고 하면 아마도 엄청난 팬들이 몰려 자연스러운 가게 오픈의 풍경들을 잡아내기 어려울 겁니다. 

다행스럽게도 <윤식당>이 가게를 연 섬은 호주인들과 유럽인들이 많고 가끔 중국인 관광객 정도가 있는 정도였죠. 그래서 윤여정, 신구, 이서진, 정유미 같은 배우들이 버젓이 가게를 열어도 크게 촬영에 방해가 되는 점이 없었습니다. 

게다가 이 섬에는 한식당도 별로 없어 보였습니다. 그러니 <윤식당>의 불고기 단일 메뉴만으로도 외국인 관광객들의 입맛을 사로잡을 수 있었던 거죠. 이 점 역시 국내와는 완전히 다른 지점입니다. 국내에서 가게를 열었다고 생각해보세요. 조금만 잘 된다 소문이 나면 비슷한 레시피를 가진 가게들이 우후죽순 생겨나 결국은 자본 게임으로 넘어가게 될 겁니다. 보다 많은 자본을 가진 가게가 처음 새로운 아이템을 내걸고 연 가게를 먹어버리게 되는 거죠. 하지만 이 섬에는 그런 경쟁업체가 없습니다. 그러니 불고기 단일 메뉴를 하다가, 라면, 만두, 치킨 이런 식으로 메뉴를 넓혀갈 수도 있었죠. 

방송에서 이미 화제가 된 것이지만 <윤식당>은 오픈한 지 하루 만에 철거당하는 위기를 겪었습니다. 만일 이런 일이 실제로 벌어진다면(이건 그저 가상이 아닙니다. 우리나라에서 철거의 문제는 종종 벌어지는 일이니까요.) 다시 일어난다는 건 상상하기도 어려운 일일 겁니다. 하지만 <윤식당>은 가까운 곳에 2호점 자리를 내고 철거된 가게에서 미리 집기와 소품들을 꺼내와 단 하루만에 2호점을 꾸며 오픈하는 기적을 보여줍니다. 

이 정도 되면 <윤식당>이 보여주는 해외의 외딴 섬에서의 창업이 로망으로 느껴질 만한 대목입니다. 물론 이건 방송이지 실제 창업이 될 수는 없습니다. 결국 방송이 끝나면 철수되는 곳이고, 그 곳은 또 다른 이들이 들어와 장사를 이어가겠죠. 하지만 이 프로그램을 보면서 우리가 느끼는 설렘과 씁쓸함은 고스란히 우리네 창업 환경과 맞닿아 있습니다. 

취업은 갈수록 어려워지고, 수명은 점점 길어져 퇴직한 고령층들도 갈수록 늘어갑니다. 그 많은 이들이 모두 취업을 목표로 한다는 건 이제 불가능한 사회에 접어들고 있죠. 일본이나 유럽의 거리를 걷다보면 작지만 꽤 오래도록 전통을 이어오는 단단한 가게들이 있는 걸 보며 부러움을 느낀 분들이 적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처럼 작은 상점들조차 대자본이 들어와 프랜차이즈로 밀어내 사라져버리고, 그래서 작은 상점들이 당장 살아남기 위해 그들끼리 피튀기는 경쟁에 내몰리는 그런 현실과는 너무나 다른 낭만 같은 것이 거기서 느껴지기 때문이죠.

가게를 연다는 건 설레는 일이 아닐까요. 그것은 단지 장사의 차원을 넘어 무언가 새로운 걸 시작한다는 것이니까요. 하지만 우리네 현실이 그렇지 못합니다. 확고한 뜻과 꿈이 있다면 그것을 창업을 통해서 실현할 수 있는 그런 환경은 <윤식당> 같은 예능 프로그램 속 판타지에서나 가능한 일일까요. 그런 낭만을 꿈꾸는 사회는 어째서 요원하기만 한 일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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