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규를 보면 예능의 흐름이 보인다

 

이경규가 SBS <아빠를 부탁해>에 출연한다고 했을 때 기대보다는 우려가 더 많았다. 딸 예림이와 함께 출연한다는 사실은 이런 우려를 더욱 크게 만들었다. 마치 이 프로그램이 예림이의 연예인 만들기처럼 비춰질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프로그램이 방영되면서 이런 오해는 사라졌다. 이 프로그램은 제목에 담겨져 있는 것처럼 아빠의 삶에 더 포커스가 맞춰져 있다. 물론 그 아빠를 보는 시선은 딸의 시선이지만.

 

이경규(사진출처:KIBS)

하지만 필자를 더 놀라게 만든 건 이런 기대와 우려가 아니라 이경규의 행보 그 자체였다. 사실 이경규는 KBS <남자의 자격> 이후에 그리 주목되는 프로그램에 등장하지 못했다. SBS <힐링캠프>는 이미 토크쇼 트렌드가 사라진 현재 별다른 존재감을 보이지 못하고 있고, 종영된 KBS <가족의 품격>은 지상파에서의 집단 토크쇼를 선보였지만 역시 한계를 보였다. 그런데 그가 다시 <아빠를 부탁해>를 통해 확실한 존재를 드러내기 시작한 것이다.

 

이경규는 MBC <일밤>과 함께 버라이어티쇼의 전성기를 구가했던 개그맨이었다. 당대에 이경규는 스튜디오 안에서 하는 토크쇼에서도 펄펄 날랐고, ‘양심냉장고몰래카메라’, ‘이경규가 간다같은 현장으로 뛰어 들어가는 프로그램에서도 확고한 자기만의 색깔을 만들어냈다. 그러면서 버라이어티쇼가 고개를 숙이고 리얼 버라이어티의 시대가 열리자 이경규는 다시 이 새로운 트렌드에 뛰어들었다.

 

SBS <이경규 김용만의 라인업>MBC <무한도전>에 도전장을 내밀었지만 쓰디쓴 실패를 맛보게 했다. 하지만 이경규는 KBS <남자의 자격>으로 다시 리얼 버라이어티쇼 트렌드에도 안착하는 놀라운 적응력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이제는 <아빠를 부탁해> 같은 프로그램을 통해 새롭게 열린 리얼리티쇼 트렌드 속으로 그는 들어오고 있다.

 

그가 예능을 통해 보여주고 있는 모습은 트렌드에 따라 변화해왔다. 과거 버라이어티쇼 시절에는 말 그대로 캐릭터를 보여줬다면, 리얼 버라이어티쇼 시절에는 그 캐릭터에 진정성을 얹으려 노력했다. 그리고 지금 현재 <아빠를 부탁해>라는 리얼리티쇼에서는 그간 우리가 몰랐던 그의 일상적인 모습들을 보여주고 있다. 방송에서 버럭대던 그의 캐릭터는 온데간데없고 딸 예림이와 보내는 조금은 어색하지만 그래도 친숙해져가는 그 과정은 보는 이들의 마음을 훈훈하게 만들고 있다.

 

버라이어티쇼에서 리얼 버라이어티쇼로 그리고 다시 리얼리티쇼로 적응해가는 이경규의 모습을 보고 있지만 이 예능인이 왜 독보적인가를 깨닫게 된다. 사실 이런 적응력을 보이는 예능인은 거의 없다. 최고의 MC로 추앙받는 유재석, 강호동도 리얼 버라이어티의 시대가 가고 리얼리티쇼가 열리는 지금 현재, 이런 변화에 쉽게 적응하지 못하는 모습이 아닌가.

 

물론 지금 당대로서는 이경규에 대한 호불호가 있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훗날 우리 시대를 회고하게 된다면 분명 이경규라는 이름 석 자가 가진 존재감은 독보적일 것으로 생각된다. 이토록 급변하는 트렌드의 변화 속에서도 밀려나지 않고 자기만의 영역을 계속 유지하고 있다는 것은 실로 놀라운 일이지 않은가. 그의 행보는 많은 후배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클 것이다.

 

일요예능, 편성보다 내용에 신경 쓸 순 없나

 

MBC <일밤>이 편성시간을 10분 또 앞당겼다. 그 이유는 KBS가 지난 20410분에 방송을 시작한다고 고지해놓고 43분에 시작하는 변칙편성을 했기 때문이란다. 사실 시청자들은 이제 누가 잘했고 잘못 했으며 그 원인 제공을 누가 했고 그래서 이런 변칙편성을 하게 됐다는 이야기는 그다지 관심이 없어졌다.

 

'아빠 어디가(사진출처:MBC)'

그도 그럴 것이 이 편성 전쟁에서 철저히 배제되어 있는 건 다름 아닌 시청자들이기 때문이다. 그 어느 시청자도 거의 4시간에 달하는 주말 예능을 보기를 원하지 않는다. 영화 런닝 타임보다도 더 긴 시간이다. 과거 예능이 두 시간 남짓 했던 것을 생각해보면 사실 3시간도 적지 않다. 그런데 4시간이다. 이건 결코 시청자를 배려하는 일이 아니다.

 

오로지 시청률 경쟁에만 혈안이 되어 있는 양상이다. MBC <일밤>이 시청률에서 우위였을 때 KBS <해피선데이>가 편성시간을 앞당기고 <아빠 어디가>와 유사한 <슈퍼맨이 돌아왔다>를 같은 시간대에 배치해 재미를 본 건 사실이다. 지금은 시청률에서 <해피선데이><일밤>을 앞서고 있기 때문.

 

물론 거기에는 늘 비슷한 패턴을 보여주던 <아빠 어디가>에 비해 다양한 스토리를 엮어낸 <슈퍼맨이 돌아왔다>에 대한 호응이 있었다. 하지만 이번 편성전쟁에서도 드러나듯 변칙편성은 여전하다. 이미 현장에서 PD들은 늘어난 방송 분량 때문에 고충을 토로하고 있다. 말 그대로 승자 없는 출혈경쟁인 셈이다. 고작 1,2% 차이에 희비가 엇갈리는 시청률 전쟁이 뭐가 그리 중요할까.

 

방영시간이 이렇게 늘어나면서 생기는 부작용도 만만찮다. 양이 늘다보니 질이 떨어지는 건 당연한 일. 방송3사의 일요예능이 전반적으로 밀도가 떨어진다는 얘기가 많다. 실제로 <아빠 어디가>는 최근 들어 아빠들의 분량이 많이 늘어났다. 물론 물오른 예능감을 보여주는 아빠들의 모습이 그 이유이기도 하지만 <아빠 어디가>의 본령은 아이들에 대한 집중에서 나왔던 과거를 생각해보면 사뭇 달라진 편집이다.

 

<슈퍼맨이 돌아왔다>는 새로운 인물이 들어오고 또 있던 인물이 나가는 게 <아빠 어디가>보다 상대적으로 자유로워서인지 늘어난 방송분량에 그다지 큰 신경을 쓰는 것 같지가 않다. 게다가 일상이 여행보다는 더 이야깃거리도 많은 법이다. 늘어난 시간만큼 <슈퍼맨이 돌아왔다><아빠 어디가>보다 유리한 데는 그런 콘텐츠적인 이유도 들어있다.

 

<룸메이트>에서 최근 벌어진 논란들은 어찌 보면 이 늘어난 방송분량과 무관하지 않다고 여겨진다. 즉 어쩔 수 없는 방송분량을 만들려다 보니 인위적인 설정이 자꾸 들어가게 되고 그러다 보니 무리한 방송이 나올 수 있었다는 것이다.

 

즉 편성전쟁이 광고와 밀접한 방송사들의 이익에 달린 문제라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시청자들에게 전가되고 있다는 점이다. 상대방이 먼저 반칙을 했으니 우리도 어쩔 수 없다는 MBC의 입장이나, 개의치 않는다는 KBS의 입장이 전혀 공감을 주지 못하고 시청자들에게 짜증만 유발시키는 건 바로 이런 시청자를 배제한 배려 없는 방송사들의 행태 때문이다. 지금이라도 방송3사가 만나 어떤 식의 가이드라인을 정하고 그걸 지키는 모습이 절실하다.

 

이경규는 왜 유재석처럼 방송에 임하지 않았을까

 

이경규는 자타공인 예능의 달인이다. 콩트 코미디에서부터 버라이어티쇼로 넘어오는 시기에도 이경규는 늘 전면에 서 있었고, 버라이어티쇼에서도 몰래카메라나 이경규가 간다같은 캠페인형 공익 예능이라는 새로운 트렌드를 줄곧 주도해왔다. 리얼 버라이어티라는 새로운 트렌드가 생겼을 때 잠시 주춤하는 듯 보였지만 이경규는 <남자의 자격>이라는 리얼 버라이어티쇼로 다시 화려하게 부활하기도 했다.

 

'힐링캠프(사진출처: SBS)'

그런데 그런 이경규가 요즘 잠잠해 보인다. 방송을 안해서가 아니다. 지금도 SBS <힐링캠프>, <붕어빵>KBS <풀하우스>를 하고 있다. 중요한 건 존재감과 임팩트다. 과거 <남자의 자격>을 했을 때만큼의 이경규 존재감은 어느 프로그램에서도 잘 나오고 있지 않다. <붕어빵>이야 이미 육아 예능이 나오는 시대에 그 트렌드가 그리 뜨거운 프로그램이라고 할 수 없고, <힐링캠프> 역시 토크쇼의 황혼 시대를 맞아 점점 고개를 숙이고 있다. <풀하우스>는 종편에서 열풍처럼 만들어지고 있는 집단 토크쇼의 KBS버전처럼 보이는 프로그램이다. 그 어느 것도 지금 트렌드에서 벗어나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경규가 출연하는 프로그램도 점점 사라지고 있다. tvN<화성인 바이러스>가 종영했고 JTBC에서 새로 시작한 <한국인의 뜨거운 네모> 역시 단 10부로 마감했다. 과거의 이경규를 생각해보면 이런 식의 종영은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최근 방송 현실은 과거처럼 기다려주지 않는다. 실적이 나오지 않으면 가차 없이 잘라내는 것이 요즘 방송의 흐름이다.

 

사실 이경규에게 가장 아쉬운 건 종영된 <남자의 자격>이라는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이 좀 더 유지되고 진정성을 살려냈다면 이경규는 충분히 새로운 전성기를 맞이할 수 있었다. <무한도전>의 유재석을 떠올려보라. 유재석은 자신이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성실하게 방송에 임하기만 한다면 아마도 <무한도전>과 함께 행복하게 늙어갈 것이다. <무한도전>의 아저씨판처럼 보였던 <남자의 자격>도 충분히 이경규를 그렇게 만들어줄 수 있었다.

 

그렇다면 이렇게 된 가장 큰 원인은 무엇일까. 무엇보다 이경규 자신의 책임이 가장 크다고 보인다. 이경규 하면 먼저 떠오르는 것이 날방의 이미지. 방송을 하다가 재미없으면 빨리 끊으라고 보내는 사인은 이경규의 캐릭터 중 하나다. 물론 이것은 캐릭터화 되면서 웃고 넘어가는 느낌을 만들지만 사실 제작진들에게는 심각한 사안이다. PD가 멀쩡히 있는데 출연자가 커트를 날리는 것만큼 당황스런 일이 있을까. <남자의 자격>을 처음 연출했던 신원호 PD는 그래서 초반에 이를 두고 상당한 신경전을 벌였다고 토로한 바 있다.

 

다행스럽게도 <남자의 자격> 초반에는 이경규 스스로도 위기의식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상당 부분 PD의 입장을 따르는 편이었다고 한다. 그렇지만 신원호 PD가 나가고 <남자의 자격>이 자리를 잡는 순간부터 방송은 어딘지 방만하게 촬영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이것을 모두 이경규의 책임이라 말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가장 어른으로서 조금은 솔선수범하는 자세였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유재석이 <무한도전> 위기론이 나올 때마다 보여주는 것처럼.

 

사실 50이 넘은 나이에 현역으로 여전히 예능의 중심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이경규의 대단함을 말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쉬움을 말하는 것은 이렇게 뛰어난 MC가 향후 60에도 70에도 계속 현역으로 활약하는 모습을 보고 싶기 때문이다. 많은 이들이 증언하는 걸 들어보면 이경규 만큼 프로그램 장악 능력이 뛰어난 MC도 드물다는 것이다. 이것은 어찌 보면 예능 MC의 힘이 점점 약화되는 요즘 더더욱 필요해진 덕목일 것이다.

 

하지만 한 가지 남는 문제가 있다. 그것은 진정성의 문제. 요즘 같은 리얼리티 시대에 진정성은 하는 것처럼 보이는것만으로는 충족되지 않는다. 예민한 시청자들은 이제 그것이 진짜인지 아니면 진짜처럼 보이는 것인지를 단박에 눈치 챈다. 그런 점에서 이경규에게 시급한 것은 이미지라도 날방의 느낌을 진정으로 날려버리는 적극적인 자세가 아닐까 싶다.

 

지금까지 계속 해서 변화해온 예능의 흐름을 들여다보면 거기 분명한 이경규의 자리가 보인다. 하지만 그것이 과거의 전설로 남기보다는 현재 진행형으로 앞으로도 계속되기를 기대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과거에 만들어진 관성을 과감히 벗어버리고 뛰어넘으려는 고통이 반드시 따를 것이다. 하지만 그것을 넘어서기만 한다면 이경규는 진정한 우리 예능의 기둥으로 추앙받을 자격이 충분할 것이다.

 

일요예능, 늘어지는 4시간보다 촘촘한 3시간을

 

이러다 4시부터 시작하는 거 아냐. 이런 예감을 가졌던 분이라면 지금 현재 실제로 4시에 거의 가까워진 일요 예능 시작 시간대가 놀랍기만 할 것이다. 본래 두 시간 방송의 일요 예능은 이로써 거의 4시간 방송으로 확대됐다. 420분 시작 공지를 먼저 내버린 KBS <해피선데이> 때문에 MBCSBS도 방송시간을 앞당기기 시작했고, 지난주에는 방송3사가 모두 420분 편성을 공지했다.

 

'1박2일(사진출처:KBS)'

하지만 점입가경인 것은 이런 공지조차 제대로 지켜지고 있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주 KBS17분이나 앞당긴 43분에 방송을 내보냈고, SBS412, MBC418분에 방송을 내보냈다. 10분 정도야 이해될 수 있는 부분이지만 17분이라는 시간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결국 이렇게 되자 이번 주 SBS45, MBC410분 편성 공지를 내보냈다. KBS420분으로 시작 시간을 공지했지만 지금껏 해온 행태를 통해 보면 이것이 지켜질지는 실로 믿기 어려운 부분이다.

 

처음 이 편성전쟁의 시작은 KBS<해피선데이><슈퍼맨이 돌아왔다> 시작 시간대를 지난해 121일 편성 고지보다 13분 빠른 오후 442분에 방송하면서 시작됐다. 이후에도 조금씩 점점 시간대가 앞당겨지더니 지난 1월에는 아예 430분에 방송이 시작되었다. MBCSBS가 가만히 있을 리가 없었다. 방송 시작이 앞선다는 건 시청자들을 선점하는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시청률과 광고에도 고스란히 영향을 미친다. 결국 울며 겨자 먹기로 MBCSBS도 방송 시간대를 앞당기기 시작했다.

 

편성 경쟁이 지나치다는 여론이 생기자 KBS는 아예 지난 달 30일부터 오후 420분으로 또 MBCSBS는 같은 달 23일과 16일부터 오후 430분으로 방송시간을 변경 고지했다. 그리고 이 시간 역시 점점 앞으로 당겨지더니 420분으로 결국에는 45분으로까지 당겨지게 됐던 것. 이렇게 된 데는 KBS의 책임이 크다. 이 편성 꼼수 전쟁을 촉발시킨 것도 KBS이고, 3사가 합의를 하려고 시도했지만 그것이 결렬된 것은 KBS측의 거부 때문이며, 최근에는 아예 공지된 편성시간까지 지키지 않고 있는 것 역시 KBS이기 때문이다.

 

현장에서 뛰고 있는 PD들의 고충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MBC 예능국에서는 지금이라도 방송3사가 모여 몇 가지를 합의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 하나는 지금처럼 예능 두 편을 한 프로그램으로 묶어놓은 것을 이제는 각각 나눠야 한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그 방송 분량이나 시작 시간대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SBS <일요일이 좋다> 제작진은 점점 늘어나는 방송 분량이 주는 압박감을 토로했다. 이것은 제작도 제작이지만 시청자를 위해서도 결코 좋은 일이 아니라고 했다.

 

5시부터 8시까지 하던 3시간도 사실 적은 시간은 아니다. 그런데 거의 4시간이라는 것은 지나친 양적인 팽창이 아닐 수 없다. 아마도 4시간 동안 집중해서 예능 프로그램을 쳐다볼 수 있는 시청자는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프로그램이 주는 몰입감은 따라서 떨어질 수밖에 없다. 영화관에 가도 겨우 두 시간 남짓이다. 중간에 쉬는 시간을 주는 것도 아니지 않은가. 제작진은 말 그대로 죽을 맛이다. 위에서 내려오는 지시니 거부할 수는 없는 일이지만 똑같은 분량을 찍어와 방송을 한 시간 가까이 더 만든다는 건 아무래도 부실해질 수밖에 없는 이유가된다. 결국 피해는 고스란히 시청자들에게 돌아간다. 고무줄처럼 늘리면 늘리는 대로 왜 시청자가 봐야 하는가.

 

드라마의 경우 72분 룰이라는 것이 존재한다. 사실 방송 분량은 광고를 넣을 수 있는 편수와 비례하기 마련이다. 시간을 늘리면 광고도 더 넣을 수 있기 때문에 방송 분량을 조금씩 늘리는 편법을 사용한다. 그리고 이것은 시청률에도 무관하지 않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조금씩 시간을 늘리다보면 결국 프로그램의 완성도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방송3사에서 머리를 맞대고 일종의 협의를 한 것이 ‘72분 룰이라는 것. 물론 가끔 이 룰도 깨져 문제가 되지만 그래도 드라마판은 어느 정도 이 룰을 지키는 편이다.

 

이번 일요 예능 편성 전쟁 역시 그 해법은 드라마처럼 방송3사가 머리를 맞대고 어떤 가이드 라인을 만드는 것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회동을 원하는 MBC, SBS와 달리 KBS는 협의 자체를 거부했다. 공영방송인 KBS에서 이런 독불장군식의 행보는 좋게 보일 수 없는 일이다. 시청자들에게도 일요 예능 4시간은 너무 피곤한 일이다. 시간은 줄여야 하고 또 두 개의 프로그램이니 각각 나누어 방영하는 것이 정석이다. 그토록 시청자를 위한 방송을 강조하는 지상파3사가 아니던가. 시청자들의 정서를 고려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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