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해방일지’가 해방시킨 배우들의 무한 매력들

나의 해방일지

김지원 하면 먼저 떠오르던 작품이 <태양의 후예>였다. 윤명주라는 캐릭터는 서대영(진구)과의 애틋한 사랑이야기로 사랑받았고 김지원은 인생캐릭터를 얻었다는 평가를 받은 바 있다. 하지만 이제 김지원의 인생캐릭터는 JTBC 토일드라마 <나의 해방일지>의 염미정으로 경신되지 않을까. “날 추앙해요”라는 처음엔 낯설었지만 이제는 거의 유행어가 된 대사가 한동안 김지원이라는 배우를 따라다닐 것일 테니 말이다. 

 

좋은 작품은 좋은 캐릭터들이 있기 마련이고, 좋은 캐릭터들은 배우들의 매력을 끄집어내기 마련이다. <나의 해방일지>가 그간 숨겨져 있던 배우들의 무한한 매력을 해방시키고 있다. 김지원이 염미정이라는 인생캐릭터로 툭툭 던지는 엉뚱한 말들은 묘하게도 이 배우가 가진 차분하면서도 내면에 뜨거운 용암을 품고 있는 듯한 매력이 뿜어져 나왔다. 

 

<나의 해방일지>에서 배우의 매력을 해방시키는 건 예사롭지 않은 대사들이다. “날 추앙해요”도 그렇지만 염미정이 구씨(손석구)와 함께 밤중에 산길을 오르며 깔리는 내레이션은 너무나 인상적이다. “어려서 교회다닐 때 기도제목 적어내는 게 있었는데 애들이 쓴 거 보고 이런 걸 왜 기도하지? 성적, 원하는 학교, 교우관계 고작 이런 걸 기도한다고? 신한테? 신인데? 난 궁금한 건 하나밖에 없었어. 나 뭐예요? 나 여기 왜 있어요?”

 

염미정과 함께 이른바 ‘추앙커플’로 불리는 구씨도 만만찮다. 아마도 <나의 해방일지>에서 가장 매력적인 캐릭터가 아닐까 싶은 이 인물은 대사도 별로 없고 일을 하거나 소주를 마시는 게 대부분인 행동들을 보여준다. 그러다 갑자기 멀리 뛰기 선수처럼 훌쩍 어떤 무한의 경계를 뛰어넘는 모습으로 시청자들의 시선을 확 끌어당기더니, 옆구리에 칼이 들어와도 꿈쩍도 안하는 자신을 염미정이 “쫄게 한다”는 말로 기막힌 추앙의 감정을 드러낸다. 

 

<마더>에서 강렬한 인상으로 등장했던 손석구는 <최고의 이혼>에서 이엘과 호흡을 맞추며(그러고 보니 <나의 해방일지>로도 인연이 이어지고 있다) 독특한 멜로의 분위기를 보여준 바 있다. <멜로가 체질>과 영화 <연애 빠진 로맨스>로 이어진 손석구의 이런 분위기 있는 연기는 <나의 해방일지>에서 드디어 귀결점을 찾은 듯한 느낌이다. 

 

염미정의 언니로 왜 날 아무도 사랑하지 않냐며 시종일관 투덜대지만 어딘가 그래서 귀여운 염기정 캐릭터를 입은 이엘과, 그 염기정과 조금씩 가까워지며 연인이 되어가는 조태훈(이기우) 역할을 연기한 이기우도 마찬가지다. 차였지만 찬 것 같은 기분에 좋아하는 조태훈 앞에서 어쩔 줄 몰라 하는 염기정이 드디어 조태훈과 연인 관계가 되는 순간은 역시 예사롭지 않은 박해영 작가의 대사로 두 캐릭터가 빛을 발했다. 

 

엉뚱하게도 머리만 밀면 해방될 것 같아 올 겨울엔 ‘아무나’ 사랑하든 머리를 밀든 둘 중 하나는 하자고 결심했다는 염기정에게 조태훈이 던지는 대사가 심쿵 그 자체다. “머리 밀지 마세요. 제가 할게요. 아무나.” 머리 밀지 말라는 대사도 곱씹어보면 너무 웃기고, 아무나라는 표현도 웃기지만 이토록 심쿵한 사랑고백이 있을까 싶다. 이러니 이 배우들까지 반짝반짝 빛나 보이지 않을 수가 없다. 

 

<나의 해방일지>에서 ‘인생캐릭터’를 이야기하며 염창희 역할의 이민기 역시 빼놓을 수 없다. 한없이 조잘조잘 투덜대며 하루하루의 스트레스를 잘근잘근 씹어대는 인물. 그런데 이 인물이 끝없이 던지는 이야기들은 기상천외하고 엉뚱하면서도 이상하게 공감이 간다. 그토록 노래를 불렀던 차, 그것도 5억이나 가는 차를 구씨를 통해 얻어 타게 된 염창희가 그런 경험이 자신을 ‘여유롭게’ 바꿔놓았다고 말하는 대사가 그렇다. 

 

할머니 산소, 동네 저수지 같은 곳을 혼자 그 차를 타고 다녔다는 염창희는 의외로 자랑하러 다닐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은 자신을 우연히 만난 헤어진 여자친구에게 털어 놓는다. “몰랏는데 나 운전할 때 되게 다정해진다. 희한하게 핸들 잡자마자 다정해져. 어려서 사회과부도 보는 거 좋아했거든? 희한하게 그것만 보면 시간 가는 줄 몰라.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도시를 머릿속으로 막 다녀. 춘천도 가고 광주도 가고 부산도 가고 울릉도까지. 꼭 그 때 같애.” 갈망할 때는 투덜대기만 했는데, 막상 하게 되니 여유로워지는 마음. 그걸 ‘다정’이라고 표현하는 대사로 염창희라는 캐릭터가 그걸 입은 이민기라는 배우가 더욱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물론 이들 뿐만이 아니다. 삼남매의 동네 친구로 지긋지긋한 도시의 삶을 질깃질깃하게 살아내는 지현아 역할의 전혜진, 염기정의 동창이며 조태훈의 누나인 조경선 역할의 정수영, 염기정 회사의 로또 선물하는 이사로 갈수록 매력을 드러내는 박진우 역할의 김우형, 진짜 그런 곳에서 싱크대를 만들고 있을 것만 같은 염제호 역할의 천호진, 역시 딱 진짜 같은 삼남매 엄마 곽혜숙 역할의 이경성, 미친 존재감을 드러내는 동네 카페 사장 오두환 역할의 한상조, 가끔 찾아오는 초등학교 교사 석정훈 역할의 조민국까지... 배우들이 저마다 빛난다. 작품 하나에 이렇게 많은 인생캐릭터라니... 배우들이 추앙할만한 작품이 아닐 수 없다.(사진:JTBC)

'비밀의 숲2', 이 갈수록 미궁인 숲에 기꺼이 빠져드는 건

 

갈수록 미궁이다. 하지만 그 미궁 속으로 빠져 들어가는 기분이 썩 나쁘지 않다. 어쩌면 조직 내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은 그것이 어떤 것이든 복잡한 양상을 띨 수밖에 없다는 걸 tvN 토일드라마 <비밀의 숲2>가 보여주고 있어서다. 거기에는 개인의 욕망에 조직의 욕망이 겹쳐져 있고, 그 욕망에 이합집산하며 때론 공조하고 때론 대립하는 일들이 벌어진다. 그래서 그런 욕망들에 휘둘리지 않는 황시목(조승우)이나 한여진(배두나) 같은 소신을 가진 이들은 그 플라스크 위에 얹어진 욕망들을 드러내는 진단시약 같은 역할을 해낸다.

 

검경협의회에서 검찰을 대표하는 우태하(최무성)와 경찰을 대표하는 최빛(전혜진)은 조직의 이익을 위해 수사권을 두고 맞붙는 역할로 등장했다. 그런데 그렇게 각자 조직이 좀 더 유리한 협상의 고지에 서기 위해 상대 조직의 비리를 파헤치기 시작하면서 문제가 시작됐다. 여기서 이제 지방으로 갈 위기에 처한 서동재(이준혁)가 어떻게든 버텨내기 위해 여기저기 줄을 대는 그 욕망이 더해지며 상황은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가기 시작한다.

 

서동재는 의정부 세곡지구대에서 벌어진 형사의 죽음이 동료형사들에 의한 살인의 정황이 있다는 건을 가지고 우태하와 줄을 대고는 수사를 이어가고, 한편으로는 자살한 이창준(유재명)의 아내이자 한조 그룹 회장인 이연재(윤세아)에게도 경영권 분쟁에서 도움을 주겠다며 접근한다. 그런데 서동재의 욕망은 건드리지 말아야할 과거에 벌어졌던 어떤 비밀에 접근하게 만든다.

 

그 와중에 서동재가 납치 실종되어 버리자 그 과거의 비밀과 연루된 이들이 조금씩 수면 위로 올라온다. 최빛은 실종되기 전 서동재가 통화한 기록에서 유독 '남양주 경찰서' 건만 주목해서 읽었고, 우태하는 서동재가 실종 전에 한조그룹 이연재 회장을 만났다는 이야기에 흥분한다. 그 사건은 아마도 이연재 회장을 처음 찾아갔던 서동재가 슬쩍 떠보는 말로 건넸던 '박광수 변호사 사망 사건'으로 추정된다. 한조그룹이 사외이사로 비밀리에 영입하려 했지만 박광수 변호사는 사망하고 당시 남양주 관할 경찰서장이었던 최빛은 이 사고를 그냥 덮고는 경찰청 정보부장으로 자리를 옮긴 바 있다.

 

서동재의 실종사건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한조그룹 이연재 회장과 최빛 단장 그리고 우태하가 하나로 묶여지는 건 결국 이들이 과거 그 사건을 덮는 과정에서 공조했기 때문이 아닐까. 그래서 검경 대립 구도 속에서 각자 조직의 이익을 대변하던 최빛과 우태하가 따로 은밀히 만나 나누는 대화는 이들이 검경으로 갈라져 있는 조직원이지만, 과거 사건에서는 한 배를 탔던 이들이었다는 걸 의심하게 만들었다.

 

<비밀의 숲2>는 애초 검경 대결을 소재로 가져왔지만, 그 안에서 서로의 비리를 찾아내기 위해 가려졌던 사건들이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오고 그 과정에서 그 검경 협의회의 협상 테이블에 선 수장들까지 과거의 비리와 연루되어 있다는 게 드러난 상황이다. 과거의 사건으로 묻힐 수 있었던 것이 수면 위로 올라오게 된 건 서동재의 욕망 때문이지만, 조직의 논리에 휘둘리지 않고 수사를 해내가는 황시목과 한여진이 있어 사건의 실체에 점점 접근하게 된다.

 

서동재를 납치 감금한 인물은 그가 접근한 사건의 진실을 숨기려는 자들일 수도 있고, 어쩌면 정반대로 그렇게 은폐된 사건을 다시 끄집어내려는 자의 소행일 수도 있다. '나는 설거지를 한 것이다. 이미 늦었다'는 납치범의 메시지가 올라온 것을 통해 추정해보면 어쩌면 은폐하는데 일조한 누군가가 이제는 위기상황에 몰려 벌인 일일 수도...

 

이처럼 <비밀의 숲2>는 명쾌한 사건의 정황을 쉽게 드러내주지 않는다. 그리고 그것은 조직과 조직이 부딪치고 그 안에 인물들의 욕망이 겹쳐지는 이런 사안이 결코 쉽게 설명될 수 없다는 걸 말해주는 것일 게다. 너무 복잡해보여 단순화해 보려했던 사안은 그래서 이 숲에 들어가면 그것이 결코 단순한 일들이 아니라는 걸 실감하게 해준다.

 

그래서일까. 갈수록 미궁인 그 사건들 속에서 흔들리지 않고 진실에 접근해가는 황시목과 한여진이 마치 그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미로 속에서의 횃불처럼 느껴지는 면이 있다. 그들이 결국 다다를 진실은 어떤 괴물의 모습을 하고 있을까. 미궁 속 깊숙이 들어가 봐야 드디어 볼 수 있게 될 그 모습이 갈수록 궁금해진다.(사진:tvN)

‘검블유’, 여성 캐릭터들의 진화 어디까지 왔나

 

tvN 수목드라마 <검색어를 입력했요 WWW(이하 검블유)>가 종영했다. 만남과 헤어짐의 반복과 일에 있어서의 아슬아슬함을 넘어 결국은 해피엔딩에 이른 <검블유>. 어찌 보면 우리가 익숙하게 봐왔던 로맨틱 코미디의 틀에서 그다지 크게 벗어나지 않은 드라마라 볼 수 있지만, 어째서 이 드라마는 다르게 보였을까.

 

그것은 캐릭터의 힘이 남달랐기 때문이다. 제목에 담긴 ‘WWW’가 세 명의 여성(Woman)을 뜻하는 것처럼 보일 정도로 이 드라마는 배타미(임수정), 차현(이다희) 그리고 송가경(전혜진)이라는 세 여성 캐릭터들이 중심이 되었다. 그 중에서도 배타미는 우리가 지금껏 봐왔던 착하거나 도덕적인 선택만을 하는 여성 캐릭터들과는 사뭇 다른 모습을 보여준 인물이었다.

 

즉 검색업계 1위인 유니콘에 있을 때도 그는 도덕적인 갈등이 없었던 건 아니지만 그래도 이기기 위해 현실적인 선택을 할 줄 아는 그런 인물이었다. 유니콘에서 해고되어 경쟁업체인 바로의 TF팀 팀장으로 왔을 때 차현과 대립하게 됐던 건 바로 그런 부분 때문이었다. 정의를 세우는 일을 중요하게 여기는 차현은 배타미의 현실 타협적인 면들과 부딪쳤다.

 

이런 면면은 늘 착함과 바른 선택만을 강요받으며 다소 수비적인 입장만을 드러내곤 하던 여성 캐릭터들과는 사뭇 다른 지점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배타미는 현실과 타협하면서도 동시에 싸울 줄도 아는 인물이었고, 자신과 반대되는 입장이지만 그것이 옳다면 옆에 두고 쓴소리를 들을 줄도 아는 인물이었다. 바로 이 점은 차현이라는 그와는 사뭇 다른 ‘정의의 화신’과 워맨스에 가까운 밀당이 가능한 이유이기도 했다.

 

또한 송가경 역시 기존 여성 캐릭터들의 면면을 온전히 뒤집어놓은 인물이다. 결혼을 꿈꾸거나 유지하기 위해 자신을 희생하곤 하던 여성 캐릭터와는 달리, 그는 자신의 삶을 위해 이혼을 결심하는 인물이다. 게다가 남녀 관계에 있어서도 결혼만이 유일한 행복이 될 수 있다고 말하는 인물도 아니다. 그는 오히려 이혼을 통해 자신을 찾았고, 그 과정에서 그걸 묵묵히 옆에서 도와준 남편 오진우(지승현)와 이혼 후 진정한 연애를 할 수 있게 되었다.

 

아울러 로맨틱 코미디에서 늘상 보여주던 남녀 캐릭터의 위치를 뒤바꿔 보여주는 묘미 또한 이 드라마가 캐릭터의 매력을 만들어낸 중요한 힘이었다. 비혼주의자인 배타미와 그럼에도 불구하고 직진남인 박모건(장기용)의 관계는 기존 신데렐라 틀을 뒤집어 놓았고, 특히 차현이 보호해주며 주도적으로 사랑을 이끌어낸 설지환(이재욱)이라는 캐릭터는 이 드라마가 끄집어낸 보물 같은 매력이 있었다.

 

여성 캐릭터들의 진화를 도전적으로 실험한 작품이지만 남는 아쉬움도 분명히 있다. 그것은 일의 세계에 있어서 초반부의 꽉 찬 긴장감이 뒤로 갈수록 조금씩 풀려버린 느낌이 있어서다. 정부의 실검 조작에 관여하려는 문제나 포털 사용자 정보열람 같은 사안은 현실성이 떨어지는 면이 있었다. 게다가 이들의 공격에 대통령이 사과하는 장면은 물론 사이다 설정의 드라마적 판타지라고는 해도 너무 간단하게 처리된 면이 있다.

 

또한 이런 색다르고 능동적인 여성상이 등장하면서도 이미 우리에게 익숙한 삼각 멜로 구도가 다시 들어가는 대목도 아쉬웠던 부분이다. 배타미와 박모건의 사랑 사이에 갑자기 들어와 그 관계에 위기를 만들어낸 피아노 선생님 정다인(한지완)이 그렇다. 굳이 이 새로운 관계와 인물을 가져온 드라마가 과거의 로맨틱 코미디 틀을 다시금 쓸 필요가 있었을까 싶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검블유>는 확실히 이 변화해가고 있는 시대에 로맨틱 코미디도 변화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인 작품이었다. 특히 차현 같은 우리 시대에 어울릴 법한 매력적인 새로운 여성상을 끄집어낸 것이나, 그 상대역으로서 설지환 같은 역시 바람직한 매력의 남성의 모습을 포착해낸 점은 이 드라마가 가진 가장 큰 성과가 아닐까 싶다. 김은숙 작가의 보조작가 출신답게 귀에 콕콕 박히는 대사와 멋진 캐릭터들을 그려내면서도 지금 시대에 어울리는 다소 도발적인 이야기를 과감히 시도해 보여준 권도은 작가의 향후 행보가 기대되게 만든 작품이었다.(사진:tvN)

‘검블유’, 임수정의 공정한 일과 멜로가 말하는 건

 

“그 이혼 선언한 며느리가 그럽디다. 포털을 조작하면 논란만 야기시킬 뿐 얻을게 아무 것도 없는 시대라구요. 맞는 말이죠?” tvN 수목드라마 <검색어를 입력하세요 WWW(이하 검블유)>에서 KU그룹 장회장(예수정)은 대통령을 독대한 자리에서 그렇게 말한다. 필요하면 실검을 삭제할 수 있다는 조항을 관철시키려던 담합이 무위로 돌아가게 되면서 만들어진 대통령과 장회장 사이의 긴장감이다.

 

물론 장회장은 포털 조작을 허용해주고 대신 얻어갈 것을 얻어가려 했지만 그걸 막은 건 바로의 배타미(임수정)와 유니콘의 송가경(전혜진)이었다. 배타미는 그 안건에 사인하려던 걸 저지했고 결국 대표직으로 돌아온 민홍주(권해효)에 의해 포털 조작 의도는 무산되었다. 또 본사의 힘을 얻어 유니콘의 대표자리에 오르게 된 송가경 역시 이 포털 조작에 반기를 들었다.

 

<검블유>는 제목에 담겨 있듯이 포털업체의 ‘검색’이라는 소재를 다루고 있지만, 액면을 들여다보면 능동적인 여성들의 일과 사랑이 진짜 이야기라고 볼 수 있다. 그 중에서도 중반을 넘어오며 점점 분량이 많아지는 건 역시 멜로 라인이다. 그래서 <검블유> 역시 결국은 멜로인가 하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게다.

 

하지만 <검블유>의 멜로가 다르게 느껴지는 건 포털 조작을 하려는 권력자들의 움직임에 맞서는 배타미와 송가경의 이야기를 통해서 드러나는 ‘공정한 경쟁’에 대한 부분이다. 배타미와 송가경은 한 때 같은 회사의 선후배로 지냈지만 지금은 경쟁업체에서 치열한 1위 다툼을 벌이는 경쟁자다. 그래서 때론 공정한 경쟁의 선을 넘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털업체 전체의 존폐를 좌우하는 사안 앞에서 똑같은 입장이 된다.

 

이런 지점은 <검블유>가 다루는 일과 사랑 모두에서 드러나는 부분이다. 예를 들어 배타미가 처음 바로로 왔을 때 팀원으로 일하게 된 차현(이다희)이 사사건건 반기를 들고 나서지만 그것을 감정적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다른 의견’으로 수렴해내는 쿨한 모습이 그렇다. 또 배타미와 송가경이 서로 각을 세우고 으르렁대면서도 어떤 지점에서는 마치 애증을 가진 애인들처럼 서로를 생각하는 부분이 드러날 때도 그렇다.

 

그리고 이것은 <검블유>가 다루는 멜로에서도 똑같이 드러난다. 배타미와 박모건(장기용)은 그 나이 차와 결혼에 대한 다른 생각 때문에 갈등을 겪지만, 이들은 그렇다고 서로에게 자신의 생각을 강요하는 방식을 취하지 않는다. 그들은 ‘공정하게’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면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사랑을 한다. 결국 이별을 통보하는 박모건에 있어서도 그것이 그가 표현하는 ‘사랑’이라는 게 느껴지는 이유다.

 

이런 부분이 더 극명하게 드러나는 건 송가경과 결국 이혼서류에 도장을 찍어주는 오진우(지승현)의 관계다. 그들은 처음부터 계속 이별하는 중이었지만, 그것이 또한 서로를 사랑하는 방식이었다. 법정을 나오며 송가경이 “그동안 함께 불행해줘서 고마웠다”고 밝히는 대목은 그래서 흥미롭다. 이 드라마는 결혼을 사랑의 끝점으로 바라보지 않는다. 대신 공정하게 서로가 좀 더 행복해질 수 있는 길을 선택해주는 것, 그것을 사랑이라 보고 있는 것.

 

<검블유>가 멜로드라마의 외피를 가지면서도 흥미로운 지점은 바로 이 ‘공정한 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어서다. 일에 있어서 치열하게 대결하더라도 최소한 공정한 경쟁을 유지하고, 권력의 힘으로 만들어지는 불공정한 일들에 대항하는 것처럼, 사랑 같은 사적인 관계 속에서도 자신의 입장만을 고집하기보다 공정하게 타인의 입장을 들여다보는 것. <검블유>는 이 지점을 제대로 집어내고 있다.(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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