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도> 웨딩싱어즈, 왜 하필 축가를 선택했을까

 

사실 <무한도전>에서 음악을 소재로 한 아이템들은 많았다. 대표적인 게 2년마다 치러지는 가요제이고 연말에 가끔 한 해를 보내는 의미로 하던 콘서트도 있었다. 최근에는 토토가가 또 하나의 음악 소재 빅 이벤트로 떠올랐다. 젝스키스가 다시 모여 했던 게릴라 콘서트는 그 다시 모였다는 자체만으로도 큰 감동을 주었다. 그리고 이 <무한도전>의 음악 소재 아이템에 이제 웨딩싱어즈가 포함되어야 할 듯 하다.

 

'무한도전(사진출처:MBC)'

물론 많은 다른 아이템들이 그랬던 것처럼 처음부터 웨딩싱어즈 특집이 이처럼 커질 것이라고 예상하지는 못했다. 팀이 꾸려지는 과정은 그저 소소해 보였다. 하지만 막상 실제 결혼을 앞둔 커플들의 사연을 받고 그들을 위한 특별한 이벤트를 하면서 아이템은 생각보다 훨씬 커졌다. 부랴부랴 <듀엣가요제>의 무대를 빌려 중간점검 경합을 벌인 건 어떤 면에서는 너무 많은 신청자들이 몰려 모두 챙기지 못하는 마음을 콘서트 형식으로나마 챙겨보려는 데서 생긴 일일 게다.

 

그리고 드디어 시작된 진짜 결혼식 이벤트는 특별한 재미와 감동을 선사했다. 첫 번째로 보여준 광희, 정용화, 이준이 꾸린 웨딩보이즈는 제자의 신청으로 스승의 결혼식에서 축가를 부르는 것으로 큰 감동을 주었다. 마치 대단한 작전이라도 치르듯 몰래 결혼식장으로 들어가 아무 것도 모르는 신랑 신부들 앞에서 정성껏 준비한 축가를 부른다는 그 마음 자체가 모두를 행복하게 만들었다. 환하게 웃는 신랑 신부와 이들의 등장만으로도 반색하는 하객들. 모두가 행복해지는 그 순간을 <무한도전>은 담담히 포착해냈다.

 

두 번째로 하하와 그의 아내인 별이 함께 축가를 부른 부산의 결혼식장은 눈물바다였다. 암 투병을 하시면서도 딸에게 좋은 결혼식의 기억을 남기고픈 아버지와, 역시 아버지에게 행복한 결혼식의 모습을 보여드리려는 딸의 이야기는 사연만으로도 뭉클하게 만들었다. 역시 결혼식 한 달여 만을 남기고 고인이 되신 별의 아버지 이야기는 그녀가 얼마나 이 사연의 주인공의 마음을 이해하는지를 잘 보여주었다.

 

사실 결혼식장에서 딸이 부모의 얼굴을 보는 것만으로도 울컥할 일이었다. 하지만 암 투병하는 아버지를 대하는 딸은 오죽할까. 하지만 행복한 결혼식으로 기억되기 위해 애써 눈물을 참는 딸과, 최대한 즐겁게 축가를 부르는 하하와 별의 모습은 그래서 더욱 감동적이었다. 여기에 사위가 장인에게 편지로 전한 마음은 결국 참았던 눈물을 흘리게 만들었다.

 

웨딩싱어즈특집은 노래와 춤을 경연하던 여타의 <무한도전> 음악 소재 아이템하고는 그 지향점 자체가 달랐다. 그것은 온전히 <무한도전>이 전하는 팬들에 대한 마음이었고, 결혼식이라는 누구에게나 클 수밖에 없는 이벤트의 순간을 통해 들여다보는 그 당사자들의 반짝반짝 빛나는 사연들이었다.

 

무엇보다 그 분들을 위해 행복한 하루를 만들어주겠다는 <무한도전>의 마음은 고스란히 그걸 바라보는 시청자들의 마음이 되었다. 그들의 행복한 표정을 보면서 같이 행복해지는 느낌. 그것은 <무한도전> 웨딩싱어즈가 생각보다 커져버린 감동의 정체다

봄철 시즌송 장범준과 예능춘궁기 <무도>의 만남

 

역시 예능춘궁기는 어쩔 수 없는 것일까. 봄철로 접어들수록 <무한도전>의 시청률은 갈수록 떨어진다. 123행운의 편지특집의 17.4% 시청률(닐슨 코리아)은 매회 조금씩 떨어져 326웨딩싱어특집에서는 11.5% 시청률을 찍었다. 35일과 15일 이 예능춘궁기를 아예 대놓고 기획으로 삼은 시청률 특공대편이 방영되던 시기에도 시청률은 13%, 12%로 떨어지고 있었다.

 


'무한도전(사진출처:MBC)'

이건 물론 <무한도전>만의 상황이 아니다. SBS <백종원의 3대천왕>130일 시청률이 9.5%를 찍었었지만 326일 현재는 7.7%까지 떨어졌다. KBS <불후의 명곡>은 프로그램 특성상(음악 프로그램이 대체로 그렇다) 시청률 등락이 출연가수와 특집 성격에 따라 늘 오르락내리락 해왔다. 그렇지만 앞으로는 이 프로그램도 어쩔 수 없는 춘궁기를 겪게 될 것으로 보인다. 결국 야외활동이 많아지는 시기가 아닌가. 애초에 TV 앞에 있는 시간이 적어지는만큼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무한도전> ‘웨딩싱어특집은 아예 이 봄철이라는 시즌을 기획 포인트로 잡은 것처럼 보였다. 패션을 선도한다는 의미로 멤버들이 봄철을 상징하듯 꽃 장식까지 한 과한 의상들을 입고 거리를 활보하는 콘셉트로 앞부분이 빠르게 편집된 후 갑자기 웨딩홀로 들어가 웨딩싱어이야기가 진행되었다. 어찌 보면 서로 다른 기획 특집을 이어붙인 듯한 느낌.

 

봄철 패션 콘셉트의 아이템보다 확실히 웨딩싱어특집은 시선을 잡아끌만한 요소들이 분명히 있었다. <무한도전>이 가장 강하다는 음악이 거기에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껏 <무한도전>이 이른바 대박 시청률을 가져갔던 아이템들을 떠올려보면 <무한도전> 가요제는 물론이고, ‘토요일 토요일은 가수다같은 음악 아이템이 있었다는 걸 확인할 수 있다.

 

<무한도전>의 음악 아이템들이 가진 가장 큰 특징이자 매력은 역시 관련 게스트들과 함께 하는 콜라보레이션이다. 이번 웨딩싱어특집에도 성시경이 나와 축가의 특징들을 설명해준데 이어, 정준하가 섭외한 정성화와 정상훈은 뮤지컬을 해왔다는 점에서 그 어떤 축가들보다 연출의 묘를 기대하게 만들었고, 광희가 섭외한 아이돌들인 윤두준, 정용화, 이준은 이들이 함께 모였다는 섭외만으로도 충분한 느낌을 주었다.

 

하지만 가장 놀라운 건 장범준과 박명수의 콜라보레이션이다. 일단 방송 활동을 거의 하지 않아온 장범준이 방송에 얼굴을 내밀었다는 것이 흥미롭다. 물론 방송을 통해 장범준 스스로 이건 2집 앨범 때문이라고 솔직하게 말하긴 했지만 그래도 이 예사롭지 않은 인물이 방송에 나오게 된 건 <무한도전>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 아니었을까.

 

장범준이 누군가. 봄철 시즌송으로 불리는 벚꽃엔딩의 주인공이다. 어찌 보면 <무한도전>이 그토록 두려워하는 예능춘궁기에 늘 부활하듯 되살아나는 인물이 장범준이다. 기가 막힌 이 조합은 여러모로 보나 예능춘궁기를 맞은 <무한도전>의 재기발랄함이 만들어낸 작품처럼 보인다.

 

물론 이런 노력이 예능춘궁기를 호락호락 넘겨주진 못할 것이다. 봄철을 맞아 야외 나들이를 가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이런 노력에서 느껴지는 <무한도전>의 진정성은 분명히 있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을까.

'우결'과 노래는 어떤 화학작용을 만들어낼까

'우리 결혼했어요(이하 우결)'에서 정용화는 서현을 생각하면서 노래를 만들었다며 들려준다. 이것은 아마도(어쩌면 분명히) 용서 커플의 노래로 발표될 지도 모른다. 지금껏 수많은 '우결'의 출연진들이 그래 왔기 때문이다.

조권과 가인은 '우리 사랑하게 됐어요'를 불러 각종 음원 차트에 올렸다. 곡도 좋았지만 조권 가인이 참여한 가사가 다름 아닌 '우결'에서의 두 사람의 스토리를 그대로 가져왔기 때문이었다. 그 가사는 '우결'에 출연하면서 둘 사이에 생겨난 설렘과 두근거림을 담았다.

'우결'을 통해 두 사람 사이의 스토리를 익히 알고 있는 대중들에게 이 노래는 더 친숙하게 다가갔을 것이다. 그래서 두 사람이 같은 무대에서 이 노래를 부르면 마치 '우결'의 번외편을 보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노래와 스토리가 만나면 이런 강력한 화학작용이 일어나기 마련이다.

'우결'과 노래가 인연이 깊은 건 이 프로그램의 출연자들이 대부분 가수들이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만큼 노래와 프로그램이 만났을 때 생겨나는 내적 외적 효과가 그만큼 극대화되기 때문일 것이다. 가수들은 프로그램을 통해 자연스럽게 노래에 스토리가 얹어지고, 가수들의 활동은 자연스럽게 그 프로그램을 연상하게 만든다.

아마도 '우결'에서 가장 처음 이런 효과를 보인 커플은 알렉스와 신애 커플일 것이다. 알렉스는 신애를 녹음실로 불러 러브홀릭의 '화분'을 불렀다. 워낙 좋은 노래지만 그다지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지지 않았던 이 노래는, 알렉스 특유의 자상함과 신애의 분위기가 어우러지면서 굉장한 화제를 불러 일으켰다.

그 후 크라운제이와 서인영은 'too much'를, 앤디와 솔비는 '러브 송'을, 환희와 화요비는 '사랑해'를, 전진과 이시영은 '바보처럼'을 그리고 김용준과 황정음은 '커플'을 불렀다. 재미있는 것은 '우결'에서 노래와 관련된 스토리들이 잘 전달되었을 때 그만큼 노래의 화제성도 커졌다는 점이다.

무엇보다도 누군가를 위해 노래를 만든다거나 혹은 불러준다거나 함께 노래를 부른다는 것은 두 사람의 관계가 그만큼 가깝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기 때문에 노래가 나오는 시점은 대부분 커플들이 상당히 가까워진 시점일 경우가 많을 수밖에 없다.

용서 커플이 이제 그들의 노래를 발표할 시점이라는 것은 그들 역시 초반의 어색함을 벗어내고 이제 가까워졌다는 말도 된다. 실제로 이들은 이제 대화에서도 편해졌고 스킨십도 어느 정도 자연스러워졌다. 아마도 쿤토리아(닉쿤과 빅토리아) 커플도 좀 더 가까워진다면 그들의 노래를 들을 수 있게 될 것이다.

혹자들은 이것을 그저 마케팅의 한 수단이라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가수들 입장에서도 그렇고 프로그램 입장에서도 노래는 그만큼 강력한 효과를 지닌다. 부정적으로 보면 가상 결혼에서 서로를 사랑하는 마음을 담아 노래로 전한다는 것이 가식처럼 여겨질 수도 있을 것이다. 다분히 그런 위험성이 있다. 만일 진정성이 의심이 된다면 그것은 거꾸로 가수들에게나 프로그램에게나 득보다는 독이 될 수 있다.

하지만 가상결혼이라고 해서 그저 설정일 뿐이라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물론 실제 부부처럼 모든 걸 나눌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해서 사람과 사람 사이에 오가는 감정 자체가 거짓일 수는 없을 테니까. 만나다 보면 누구나 좋은 감정이나 미운 감정이 생겨나기 마련이다. 그런 점에서 보면 가수인 이들에게 노래는 또한 자신들의 좋은 마음을 담을 수 있는 그릇이 되기도 한다.

결국 진정성은 노래에 담기기 마련이다. 그것이 노래에 느껴졌을 때 대중들의 마음은 움직일 것이다. '우결'의 몇몇 노래들이 그런 파장을 일으킨 걸 보면 이 프로그램이 보여준 출연진들의 마음이 그 진심을 담고 있었다는 얘기는 아닐까. 아마도.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