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 디디면 빠져나올 수 없는 ‘더 존3’의 미로 같은 매력

더 존:버텨야 산다3

문이 열리고 들어선 곳에 갑자기 여러 사람들이 등장한다. 그런데 놀랍게도 모두가 똑같은 얼굴이다. 바로 유재석. 안내방송에는 유재석의 목소리가 계속 흘러나오고, 유재석의 얼굴을 가진 AI들이 출연자들을 공격한다. 다시 돌아온 디즈니+ 오리지널 예능 ‘더 존: 버텨야 산다3(이하 더 존3)’가 새롭게 선보이는 ‘존버’ 상황이다. 

 

이 시즌3의 첫 번째 에피소드에 담긴 건 바로 인공지능의 시대 깊숙이 들어온 삶이 주는 공포감이다. 이로 인해 일자리를 잃을 수도 있다는 두려움이 생겨나고 있고, 딥페이크 기술이 야기할 수 있는 범죄 같은 사회적 부작용들이 벌써부터 거론되고 있다. ‘더 존3’는 바로 이 상황을 특유의 게임 예능 방식으로 풀어냈다. 

 

4시간 동안 버티기만 하면 이긴다는 간단한 룰이지만, 중앙통제 AI에 의해 지시를 받는 로봇들이 우루루 몰려나와 출연자들을 공격하고 그들의 시계를 빼앗아 숨겨 놓는 상황이 펼쳐진다. 30분 안에 그 시계를 되찾아야 하고 모두가 시계를 빼앗기만 지는 게임이다. 잃어버린 시계를 찾기 위해 여러 방들을 찾아들어가야 하는데 그 방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유재석의 손바닥이나 눈 심지어 가슴을 인증(?)해야 하는 난감한 상황들이 펼쳐진다. 

 

역시 이런 게임 예능에 익숙한 유재석은 찰떡같이 그 난감한 상황들을 웃기게 만들고, 특유의 털털한 예능감을 드러내는 권유리의 활약도 두드러진다. 여기에 이번 시즌에 이광수 대신 합류한 김동현과 덱스는 힘쓰는 일(?)에 적극 나서면서 동시에 의외의 쫄보(?)의 면모를 간간이 드러내면서 웃음을 준다. 물론 덱스 특유의 멋진 모습과 더불어 유리와 함께 만들어내는 웃음 케미도 빼놓을 수 없다. 

 

게임 형식을 취하고 있지만 누가 이기고 지는가가 중요하기 보다는 도대체 이런 기발한 상황들을 어떻게 세트로 구성해냈는가가 놀랍다. 무수한 인공지능 복제 유재석들이 몰려다니는 상황을 보여준 첫 번째 에피소드도 그렇지만, ‘종이의 집’을 실제 종이로 구현해낸 세트로 만들어진 집이 등장하는 두 번째 에피소드나, 매 시즌 한 번씩 등장하는 것이지만 공포와 웃음을 동시에 안겨주는 폐가가 등장하는 세 번째 에피소드도 놀랍긴 마찬가지다. 

 

세트의 스케일이나 다양한 게임요소와 예능적 웃음의 요소가 곳곳에 숨겨져 있는 디테일한 장치들을 보다보면, ‘더 존’이 시즌3까지 오면서 보여주고 있는 건 사실상 이러한 도전상황을 구성하는 일이 과연 어디까지 갈 수 있는가가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든다. 그런 점에서 보면 ‘더 존’은 점점 스케일이 커져 하나의 세계를 구성해 놓고 그 안에 들어간 이들이 겪는 치열한 모험극처럼 진화했다고 생각된다. 

 

‘더 존’이 애초 기획됐던 건 코로나19라는 팬데믹 상황이 배경이 된 것이었다. 코로나19 같은 전 지구적 위기상황들을 세트로 구현해내고, 그 속에서 어떻게든 버텨낸다는 메시지를 담은 게임 예능으로 시작된 것. 하지만 코로나19가 끝난 현재에도 여전히 우리를 위협하는 상황들은 여전하다는 걸 ‘더 존3’는 말해준다. 첫 번째 에피소드가 인공지능이 가져온 신세계와 더불어 커지고 있는 위기감을 담았다면, 두 번째 에피소드로 등장한 ‘종이의 집’은 하우스 푸어의 현실을 담았다. 대출을 끌어모아 집을 샀지만 대출금 상환에 안식처가 되지 못하는 집을 풍자적으로 그려냈다. 

 

그저 흔한 흉가 체험처럼 보이지만 세 번째 에피소드 역시 출연자들이 해야할 미션으로 ‘팩트 체크’를 부여함으로써 결국 ‘가짜뉴스’의 폐해라는 문제의식을 그 흔한 예능의 서사 속에 담아냈다. 이른바 ‘아는 맛’으로서의 예능적 재미들이 넘쳐나지만 동시에 한번쯤 생각해볼만한 의미들도 놓치지 않고 있다는 뜻이다. 

 

더 커진 스케일과 팬데믹 이후 색다른 서사의 디테일이 있는데다, 출연자들의 케미까지 더해진 ‘더 존3’. 이제 이들이 미션을 성공시킬 것인가 아닌가보다 더 궁금해지는 건 과연 어떤 기상천외한 상황들을 보여줄 것인가 하는 점이다. 그러고 보면 ‘런닝맨’ 시절부터 유재석과 함께 게임예능의 일가를 이뤄온 조효진 PD는 ‘더 존’ 시즌을 거듭하면서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고 있다고 여겨진다. 그건 기발한 세트로 재현된 현실 공감의 상황들을 가져와 풀어내는 버라이어티쇼다. 한번 발을 디디면 빠져나올 수 없는 미로 같은 매력을 선사하는.(사진:디즈니+)

‘월드클래스’는 과연 새로운 오디션이 될 것인가

 

이 시국에 또 다른 아이돌 오디션 프로그램이 될까. 아마도 Mnet이 새로 시작한 <월드클래스>를 바라보는 대중들의 시각이 이러할 것이다. 최근 불거진 <프로듀스X101> 투표 조작 의혹 논란으로 인해 오디션 프로그램 자체에 대한 불신이 그 어느 때보다 커진 상황이다. 그러니 과연 이런 강행이 무리하게 여겨지는 건 당연한 일일 게다.

 

이런 논란이 터지기 훨씬 전부터 기획되어왔던 프로그램이지만, 제작진들도 이미 서바이벌이 강조되는 오디션의 피로감을 알고 있었던 듯하다. <월드클래스>는 그 첫 방 시작부터 이 프로그램이 ‘서바이벌’이 아니라는 걸 강조하고 나섰다. 그 근거로 ‘상대평가’가 아닌 ‘절대평가’라는 것. 서로가 서로를 이기기 위해 경쟁하는 구조보다는 서로가 서로를 도와 마지막 파이널 무대에 다 같이 서는 상생의 오디션을 추구하겠다는 것이었다.

 

물론 오디션이기 때문에 스무 명으로 시작한 프로그램은 최종 10명으로 추려져 한 팀의 아이돌 그룹을 탄생시킬 것으로 보인다. 다만 그 과정을 경쟁보다는 ‘협업’에 맞춘다는 게 <월드클래스>의 취지라는 것. 이런 기획의도는 그래서 우리가 흔히 봐왔던 오디션 프로그램의 형식들과 사뭇 다른 그림을 보여줬다. 한 명씩 나와서 서로를 견제하고 등급이 나뉘고 미션마다 등락이 결정되는 그런 그림 대신, 일단 출연한 20명을 소개하고 그들이 가진 저마다의 캐릭터를 부각시키는 예능 프로그램에 가까운 방송이 더해졌다.

 

아마도 <런닝맨>을 연출한 조효진 PD가 투입된 건 이런 새로운 형태를 염두에 둔 것이라 여겨진다. 그래서 스무 명의 연습생들이 미국에서 열린 KCON 행사를 참관하고 거기서 갑자기 소개되면서 전광판을 통해 미스티의 미션을 받고 그 미션을 수행하는 과정들은 한 편의 <런닝맨>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을 줬다.

 

이들은 미스티가 내는 미션들, 이를 테면 외국인이 헤드폰을 쓰고 K팝 노래를 따라 부르는 걸 맞추거나, K팝 댄스만을 보고 곡을 맞추고 또 주어진 노래를 부르는 와중에 만보기를 찾아내 모두 함께 1000보를 찍는 미션 같은 걸 수행하는 전형적인 <런닝맨>의 게임들은 이들의 춤이나 노래 실력 같은 기량을 보는 것과 남다른 개성들을 동시에 확인하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런닝맨>식의 미션 게임도 결국 저마다 찾은 ‘월클볼’들을 하나로 모아 다 함께 정해진 공간을 찾아간다는 점에서 경쟁보다는 화합이 더 강조됐다. 마침 비틀즈를 추모하는 공간을 굳이 그 월클볼 모으는 미션의 최종지로 선정한 건, 월드클래스 비틀즈의 의미에 명곡 ‘Imagine’이 담는 화합을 더하기 위함이었다.

 

이처럼 <월드클래스>는 지금껏 봐오던 아이돌 오디션 프로그램과의 차별성을 전면에 내세웠다. 무엇보다 제목에 담겨 있는 것처럼 아예 시작부터 대놓고 ‘글로벌 아이돌’을 지향했고, 해외의 유명 팝스타들과의 콜라보도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게다가 그 과정과 방식에 있어서도 서바이벌을 탈피하려는 노력을 담았다.

 

하지만 이런 차별화를 위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월드클래스>가 넘어야 할 산은 만만찮을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프로듀스X101>이 야기한 오디션 프로그램 자체에 대한 불신이 가장 큰 산이고, 아이돌 오디션 프로그램이라고 하면 떠올리게 되는 어떤 피로감의 선입견을 넘는 일 또한 작지 않은 산이다. 과연 <월드클래스>는 이런 만만찮은 산들을 넘고 본래 목표인 글로벌 아이돌을 탄생시킬 수 있을까. 향후 행보가 궁금해지는 대목이다.(사진:Mnet)

중국판 <런닝맨>의 승승장구와 유재석의 아우라

 

최근 만난 중국 관련 방송 콘텐츠 사업을 하는 한 예능작가는 중국 내 <런닝맨>의 승승장구를 얘기하면서 유재석 이야기를 꺼냈다. 중국에 불고 있는 예능 한류 속에 유재석의 존재감이 상당하다는 것이었다.

 

'런닝맨(사진출처:SBS)'

<런닝맨>이라는 프로그램을 수위에 올려놓고, 중국판 <런닝맨>에도 직접 참여한 조효진 PD는 애초에 <런닝맨>의 리메이크 제안이 중국쪽에서 한참 들어올 때 난색을 표했던 가장 큰 이유로 중국에는 유재석이 없다는 점을 들었던 적이 있다. 그만큼 유재석이라는 인물이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이라는 걸 조효진 PD는 실감하고 있었다.

 

이것은 중국 내에서 <런닝맨>의 리메이크를 두고 반대했던 중국인들도 비슷한 생각이었다. 제 아무리 비슷하게 판을 짜고 <런닝맨>을 중국판으로 만든다고 해도 원작이 가진 재미를 따라오기 힘들 거라는 것이었다. 그것은 <런닝맨>이 실상은 캐릭터 게임에 가깝고 따라서 그 캐릭터들을 대체할만한 중국측 인물이 가능할까 하는 의구심 때문이었다.

 

그 중에서도 유재석의 존재감은 압도적이다. 본인도 그 안에서 뛰면서 프로그램 전체의 흐름을 만들어내고 때로는 출연자들의 캐릭터를 잡아주기도 하는 그런 역할을 과연 중국판 <런닝맨>에서는 누가 할 수 있을 것인가.

 

그 역할을 맡은 인물이 중국판 <런닝맨>의 리더인 덩차오다. 덩차오는 중국 내에서 톱클래스 배우이자 영화감독. 잘 생긴 외모와 달리 평상시 우스꽝스런 모습을 보여줘 친근함을 주는 인물로 알려져 있다. 조효진 PD에 의하면 덩차오는 유재석에 대한 존경심을 자주 드러냈고 또 이런 상황이면 유재석은 어떻게 행동했을까하고 수시로 묻기도 했다고 한다. 그만큼 이 프로그램에서 유재석의 역할이 절대적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는 얘기다.

 

중국에서 유재석에 대한 인기는 <X> 시절부터 알려져 <무한도전>, <패밀리가 떴다>를 거쳐 <런닝맨>으로 정점을 찍고 있다고 한다. 최근 중국판 <런닝맨>에 유재석이 참여하면서 그 관심도가 급상승한 것은 그에 대한 중국 내 인기를 잘 보여준 일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중국인들은 왜 유재석에 이런 호감을 보내고 있는 것일까.

 

그것은 국내에서 유재석이 인기 있는 이유와 별반 다르지 않다. 그가 가진 재치나 입담, 몸을 아끼지 않는 노력 같은 것도 중요하지만, 그것보다 더 큰 것은 카메라 안과 밖이 똑같은 그 성실하고 반듯한 인성 때문이라는 것이다.

 

<무한도전>이 캐릭터와 실제 출연자의 모습을 오버랩시켜 인성조차 프로그램의 재미로 이끌어낸 이후로, 우리네 예능 프로그램들은 출연자들의 진짜 모습에 주목해왔다. 가식이 아닌 진심이 드러나는 이른바 진정성을 요구하기 시작했던 것. 최근 관찰 카메라 시대로 넘어오면서 이런 진정성의 요구는 더 커질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리얼 예능의 특징 때문에 예능 한류는 재능보다는 출연자의 인성에 더 주목하는 면이 생겨났다. 중국내 유재석의 인기는 바로 이런 진짜 모습을 담아내려는 우리네 예능 트렌드와 유재석이라는 성실의 아이콘이 만나 생겨난 일이다. 그런 면으로 보면 유재석은 인성까지도 한류로 만든 인물이 아닐까 싶다.

 

아시아 프린스, 광수의 매력에 대한 짧은 탐구

 

“베트남에서는 어떻게 이걸 받아들이고 리액션 해야 하는 지 몰랐어요. 너무 감사한데 말로는 제가 베트남어를 모르니 표현도 안 되고... 또 <런닝맨>을 찍어야 하기 때문에 미션 수행도 해야 해서 너무 얼떨떨했죠.” - 아시아 프린스(?)로 돌아온 이광수

 

도대체 이 갑작스런 환대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몰려드는 인파에 빠져나가는 것조차 힘들어 하는 런닝맨들의 풍경. 최근 <런닝맨> 아시아 레이스에서 마카오에 이어 베트남에서받은 열광적인 환대는 오히려 당사자들까지 당황하게 만들었다고 한다. <런닝맨> 출연자 모두가 그 주인공들이었지만, 특히 플랜카드를 들고 연실 이광수를 연호하는 현지 팬들은 모두를 놀라게 만들었다는데. 이 놀라운 이광수의 매력은 어디서 생긴 걸까. 우리에게 멱PD로 더 잘 알려진 김주형 PD는 그 이유를 캐릭터에서 찾았다.

 

“먼저 게임이라는 세계 공통분모가 있어서 해외 팬들도 <런닝맨>을 쉽게 좋아하시는 것 같아요. 또 인터넷을 통한 한류가 이미 있으니까 예능도 그 길을 따라간다고 보입니다. 특히 이광수를 좋아하는 건 그 캐릭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약간 측은한 캐릭터인데 그러다 발끈하는 반전을 보여줌으로써 더 좋아하게 되는 것 같아요. 왠지 감싸주고 싶은 캐릭터잖아요. 근데 늘 당하는 건 아닌.”

 

'런닝맨'(사진출처:SBS)

이광수가 확실히 보호본능을 일으키는 캐릭터임에는 틀림없다. 하지만 그런 그가 가끔은 김종국 같은 강한 캐릭터와 맞붙는 이변을 보여주기도 한다. 기린이란 별명은 그걸 잘 말해준다. 키가 190센티에 달하는 거구지만 어딘지 약해보이고, 그래도 그 장신이 가진 힘도 분명히 존재하는 그런 캐릭터. 덩치는 큰 데 약한 모습이 주는 코믹함과 페이소스가 있다. 임형택 PD는 이광수 캐릭터가 가진 엇박자적인 요소가 그 인기의 요인이라고 꼽았다.

 

“코드가 한국적인 코드라기보다는 외국적인 것 같습니다. 마치 ‘덤 앤 더머’처럼 줄곧 바보스러운 캐릭터로만 나오는 것도 아니잖아요. 모델 출신이라는 것도 엇박자죠(웃음). 언발란스한 면들이 함께 뒤섞여 있는 그런 캐릭터. 그래서 다방면으로 재미가 나오는 것 같습니다.”

 

정말 <런닝맨> 캐릭터에 있어서 이광수만큼 여러 결을 보여주는 캐릭터도 드물다. 하지만 정작 자신은 이번 아시아에서 본 팬덤이 아직도 얼떨떨한 모양이었다.

 

“저도 잘 모르겠어요. 사무실에서도 기자분들이 전화 와서 그 이유를 묻곤 한다는데 사무실 직원들도 제대로 답을 잘 못하겠던가봐요. 저한테 와서 “너도 모르겠지?” 하고 물으면 “저도 모르겠어요”라고밖에 답할 수가 없더라구요.”

 

왼쪽부터 임형택PD, 필자, 조효진PD, 이광수, 김주형PD

사실 이건 어쩌면 당연한 일일 수 있다. 싸이가 어느 날 갑자기 국제가수가 될 줄 누가 알았겠는가. 그것은 수많은 기존 한류의 흐름들이 만들어놓은 길에서 어느 날 갑자기 피어난 꽃과 같다. 이광수에 대한 해외의 반응도 마찬가지다. 이미 예능 한류는 <X맨>과 <무한도전>시절로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유재석에 대한 팬덤은 아마도 가장 클 것이다. 이른바 유재석 사단은 <X맨>에서 <패밀리가 떴다>로 이어져 지금의 <런닝맨>까지의 해외 팬덤의 계보를 만들고 있다. 이 꾸준히 만들어낸 예능 한류의 길이 있었기 때문에 이광수라는 캐릭터가 갑자기 주목받을 수 있었던 것. 조효진 PD는 실제로 이광수가 더 열광적인 팬이 많았지만 출연자들에 대한 고른 애정을 느낄 수 있었다고 했다.

 

“유재석은 말할 것도 없고 김종국, 하하, 개리, 송지효, 지석진까지 플랜카드는 다 비슷비슷한 숫자로 들어 있었어요. 다만 이광수를 연호하는 사람이 굉장히 많았죠. 즉 이광수는 좀 더 적극적으로 좋아하는 사람들이 더 많았다고 할 수 있죠. 김주형 PD는 그게 놀라워 자막에 이렇게 달았더라구요. ‘이광수라는 이름이 베트남어로 다른 뜻이 있는 거 아닌가’ 하고요(웃음). 같이 갔던 같은 소속사의 이동욱은 이광수 인기에 깜짝 놀랐더라구요. 결국 이광수 에스코트까지 자청해서 했죠.”

 

이광수는 처음 CF 모델로 데뷔했고 그러다 <지붕 뚫고 하이킥> 시트콤에 발탁됐고 <동이>에 출연할 때 <런닝맨>을 시작했다. 이광수는 당시 <런닝맨>을 하게 된 계기에 대해서 “그런 기회에 해보지 않으면 평생 이런 기회를 잡을 수 없을 것 같았다”고 말했다. 조효진 PD는 당시 이광수와의 첫 만남을 인상적으로 기억하고 있었다.

 

“사실 유재석, 김종국, 하하는 늘 같이 했던 식구지만 새로운 얼굴이 필요해 여러 명을 인터뷰했었죠. 이런 저런 새로운 얼굴들이 많이 왔어요. 이광수랑 송중기도 그 때 본 거죠. 처음에 딱 들어서는데 호피무늬 옷을 입고 왔더라구요. 그게 그냥 재밌었죠. 말을 하는데도 사람을 궁금하게 하는 면이 있었어요. 긴장을 해서 그런 건지 아니면 긴장을 안 한 건데 저렇게 말하는 건지 알 수가 없었어요. 요즘 나오는 모습이 그 때 그 모습이었죠. 당황하면서 한 마디 할 때 빵 터지는 그런 모습. 피디나 작가가 죽 서 있는 데 그게 쉽지는 않은 일이죠.”

 

조효진 PD는 이광수의 장점으로 습득력이 빠른 것을 꼽았다. 사실상 <런닝맨>이 예능을 처음 경험하는 것인데도 불구하고 그렇게 빨리 적응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라는 것. 하지만 그런 습득력 또한 이광수는 좋은 멤버들이 함께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의 캐릭터는 그렇게 <런닝맨> 멤버들과의 케미(관계)가 일조했기에 가능한 일이다. 이광수는 무엇보다 그것을 잘 알고 있었다.

 

“평소에 제일 자주 만나고 전화통화 자주 하는 건 종국이형이지만 그래도 두루두루 만나고 물어보는 편이에요. 이런 일 있을 때는 재석이형, 이런 일 있을 때는 종국이형, 이런 식으로요. 주로 개인적인 일들 때문에 전화하곤 하는데요, 모든 걸 다 털어놓고 얘기할 수 있는 사람이 흔하지 않죠. 또 제가 잘못한 일이 있을 때 혼을 내주는 선배도 많지 않아요. 그게 다 저한테는 엄청 도움이 되는 일이죠.”

 

<런닝맨>에서 이광수는 특히 김종국과 기린과 사자 캐릭터로 대립구도를 만들어 큰 웃음을 주고 있다. 두 캐릭터가 만났을 때의 상승효과는 분명하다. 즉 김종국의 강한 캐릭터를 때론 배신하고 눌러주는 이광수가 중화시켜준다는 점이다. 그래도 그 김종국 같은 능력자를 때로는 어떻게 이기는지 그 비결이 궁금했다.

 

“사실 종국이형이 저를 뜯으려고 작정했다 느껴지면 포기하게 되요. 그건 마치 그냥 교통 사고 난 느낌, 그런 거죠. 피할 수가 없어요. 방심도 거의 하지 않죠. 다만 제가 미치지 않고서야 그렇게 할 거라고는 상상을 못할 때가 가끔 있어요. 물론 제가 뭐 생각해서 그렇게 하는 건 아니에요. 저도 촬영에 몰입하다보면 거의 본능적인 욕구가 생기죠. 정말 이기고 싶은(웃음).”

 

<런닝맨>에서 유재석은 거의 독보적이다. 이광수가 그만큼 편하게 예능을 할 수 있는 바탕에는 그가 있었다고 한다. 이광수가 생각하는 유재석이 궁금했다.

 

“사실 방송보다는 방송 아닐 때 시청자분들이 그 평소 모습을 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해요. 정말 의지 많이 하고 개인적인 고민도 많이 들어주시고. 저한테는 카메라 안에서도 큰 힘이 되지만 카메라 밖에서도 큰 도움이 되는 그런 분이죠.”

 

함께 초창기에 <런닝맨>에서 뛰었던 송중기는 작년 대세가 되었지만 이광수와는 절친이다. 그래서 이광수는 같이 <착한 남자>를 찍으며 훨씬 더 몰입이 잘 되었다고 한다.

 

“평소 친해서 드라마 같이 찍을 때 편하기도 했고 몰입도 잘됐죠. 송중기는 되게 솔직해요. 남자답기도 하고 섬세한 면도 있죠. 그래서 많은 분들이 좋아하시는 것 같아요. <런닝맨>에 공효진씨가 나왔을 때 <착한 남자>에서 송중기씨는 되게 바쁜데 저는 한가하다고 한 적이 있어요. 그런데 작가 조카분들이 그걸 보고 작가님에게 전화를 해서 많이 써달라고 했나봐요. 작가님이 미안하다고 하더라구요(웃음).”

 

이번 아시아 레이스를 통해 아시아 프린스라는 별명을 얻었지만 정작 이광수는 그 모든 것이 다른 멤버들 덕분이라고 한다. 하지만 분명한 건 해외에서의 인기란 국내에서와는 달리 좀 더 객관적일 수 있다는 점이다. 즉 국내에서는 아무래도 출연진들에 대한 선입견이 있게 마련이지만 해외에서라면 그저 프로그램에서 얼마나 역할을 하느냐에 좀 더 초점이 맞춰질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예능을 하고픈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에 멤버들과의 관계를 얘기하며 주저하는 이광수에게 느껴지는 건 <런닝맨>에 대한 무한 애정이었다.

 

“잘 모르겠어요. <런닝맨>으로 시작해서 형들이랑 같이 이렇게 하고 있는데 다른 데서 다른 사람과 시작하라면 솔직히 자신은 없죠. 촬영하면서 굉장히 편한 게 아무렇게나 막 던져도 형들이 다 챙겨주니까 정말 편하고 자유로워요. <런닝맨> 안에서 그런 모습이 좋다고 말씀해주시는데 다른 데서 하는 것에 그만큼 할 수 있을지 자신이 없습니다. 저 혼자 만든 캐릭터가 아니잖아요.”

 

사실 이광수는 연기자다. 따라서 <런닝맨>이라는 예능으로 먼저 주목받은 것은 부담이 될 수도 한다. 하지만 작년 <착한남자>로 정극연기를 통해 이광수는 연기자로서의 가능성도 보여주었다. 코믹한 이미지와 진지한 이미지를 모두 갖추는 것만큼 연기자에게 좋은 건 없다. 그래서 이광수를 보다보면 마치 영화 <인생의 아름다워>의 로베르토 베니니 같은 배우의 이미지가 기대된다. 코믹하지만 계속 쳐다보면 코끝이 찡한 그런 배우. 이광수라는 배우의 매력은 아시아 프린스라는 별명을 얻고도 여전히 수줍고 선한 미소에 있는 것은 아닌지.(사진 : 전성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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