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법> 마다가스카르, 주말 예능의 면모

 

<정글의 법칙>, 도대체 어디까지 진화할까. 마다가스카르로 떠난 <정글의 법칙>은 주말예능에서 대중들이 무엇을 기대하는가를 정확히 보여주었다. 거기에는 신기한 식물들과 무수히 많은 독보적인 동물들이 가득한 마다가스카르라는 공간이 주는 압도적인 스펙터클이 있었고, 어느 한 명 빠지는 것 없이 꽉 찬 느낌의 일곱 명의 개성 강한 캐릭터들이 있었으며, 사막과 정글이 주는 팽팽한 긴장감과, 자연과의 공존이 주는 즐거움이 재미와 의미를 모두 만족시켜주었다.

 

'정글의 법칙'(사진출처:SBS)

그간 <정글의 법칙>은 참신한 시도는 좋았지만 주말 예능으로서 조금은 거친 느낌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툰드라편은 특히 그랬다. 아무 것도 없는 불모의 땅에 던져진 병만족들은 물론 고생을 감수하려는 마음을 갖고 있었지만 방송분량 자체가 나오지 않는 환경 때문에 난관에 봉착한 적이 있다. 주말예능으로서 즐거움을 선사해야 하지만 툰드라의 살풍경 속에서 힘겨워하는 연기자들만큼 그걸 바라보는 시청자도 불편함이 느껴지곤 했다.

 

그렇게 거친 영상들을 보았기 때문일까. 툰드라와 비교해 마다가스카르는 마치 천국 같은 느낌을 주었다. 수많은 희귀한 동식물들이 살아 숨 쉰다는 것만으로도 보는 이에게 활력을 주는 그런 생생함. 무엇보다 아이들과 어른이 함께 보며 웃고, 또한 나아가 생태 교육적인 효과까지 주는 그 긍정적인 인상은 주말 예능으로서 <정글의 법칙>이 제대로 된 진화를 했다는 증거로 보인다. 모두에 자막으로 걸린 것처럼, ‘도전’이 아닌 ‘보전’으로 가는 <정글의 법칙>에서는 한층 여유가 느껴진다.

 

일곱 명 최다 멤버가 투입된 것도 주목할 만하지만, 그들이 모두 저마다의 독특한 개성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은 마다가스카르에 간 <정글의 법칙>을 더욱 기대하게 만든다. 김병만을 위시해 류담과 노우진이 모두 합류함으로써 완성된 달인팀이 주는 기대감이 그렇고, 김병만을 보좌하는(?) 정글2인자로서의 리키김은 물론이고 새로 투입된 전혜빈, 박정철, 진운이 만들어내는 신선함도 좋다. 특히 진지함을 유지하며 여전사의 카리스마를 보여주는 전혜빈, 어딘지 허당의 느낌으로 웃음을 줄 것 같은 박정철, 또 기타 하나 둘러매고 서글서글한 웃음을 날리는 진운은 모두 단 한 회만에 그들만의 캐릭터를 드러냈다.

 

여기에 기대감을 더하는 것은 다름 아닌 <정글의 법칙> 제작진을 대표하는 이지원 PD가 좀 더 프로그램 속으로 들어와 있다는 점이다. 첫 날 분량에서 병만족들은 자신들만 덜컹거리는 트럭 뒷칸에 탈 수 없다며 이지원 PD를 강제로 태우는 장면이 방영되기도 했다. 미션을 제시하고 룰을 세우는 제작진들이 프로그램 속으로 함께 들어온다는 사실은 그들과 병만족 사이의 밀당이 좀 더 전면에 등장할 수 있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그 밀당 자체가 흥미롭기도 하지만, 제작진과 연기자들 사이의 동료애가 드러날 수 있다는 점은 주말예능에서 더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된다.

 

사실 현재 주말예능은 새로운 것에 도전하기보다는 익숙한 것들을 반복하는 경향이 짙다. <남자의 자격2>는 다시 합창단 미션을 시작했고, <승부의 신>은 <무한도전>의 하하와 홍철의 대결을 스핀오프했다. <나는 가수다2>는 시즌제로 돌아와 반복되는 같은 가수들의 무대들 때문에 주목되지 않은 지 오래다. ‘새가수 결정전’이 오히려 본 대결보다 더 흥미롭게 여겨지는 건 ‘새로움’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1박2일2> 역시 새로운 멤버들이 이제 적응하고 있는 게 분명하지만 그 형식이 너무 오래 반복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런 주말예능들과 비교해 볼 때, <정글의 법칙>은 확실히 저 스스로 진화를 멈추지 않는 새로운 도전으로 여겨진다. 그 누구도 발길이 닿지 않은 곳을 걸어가는 그 독보적인 행보. 그러면서도 주말예능이라는 본분에 충실한 <정글의 법칙>의 자세는 그래서 다른 주말 예능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여겨진다. 주말예능이라면 <정글의 법칙>처럼.

주말예능이 주말극보다 더 좋은 이유

드라마가 가지는 진정성과 리얼리티는 이제 옛말이 된 걸까. 주중의 드라마들이 그 두 가지를 모두 추구하고 있는 것과는 상반되게, 시청률 수위를 차지하고 있는 '수상한 삼형제'나 '천만번 사랑해' 같은 주말드라마들은 이 진정성과 리얼리티를 이제는 포기한 것 같은 느낌마저 준다. 오히려 진정성과 리얼리티는 적어도 주말에는 드라마보다 예능에서 찾아진다. '무한도전'이나 '1박2일' 같은 리얼 버라이어티가 전하는 이야기가 이들 드라마보다 더 진정성이 있고 리얼리티가 있다는 이야기다. 지금 드라마의 퇴행은 어디까지 가고 있는 것일까.

주말 전체 시청률의 수위를 차지하고 있는 '수상한 삼형제'는 30% 이상의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지만, 그것이 과연 저녁 8시라는 시간대에 방영되어도 좋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로 자극적이다. 문영남 작가의 개성이 그대로 묻어있는 이 작품은 해체되어가는 가족의 지지고 볶는(?) 이야기가 끝없이 반복된다. 이 드라마 속에서 연적은 거의 범죄에 가까운 수준으로 사랑을 방해하고, 시어머니는 학대에 가까운 수준으로 착한 며느리를 구박하고, 새로 들어온 못된 며느리는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손아래 며느리를 골탕 먹인다.

지질한 캐릭터들은 이 드라마를 움직이는 핵심적인 동인이 된다. 이 민폐형 캐릭터들은 열심히 살아가려는 다른 가족의 삶을 파탄 낼 정도의 패악을 보여준다. 이들을 대하는 부모의 태도는 두 가지다. 포기하거나, 그래도 제 자식이라고 두둔하거나. 그러니 그걸 바라보고 있는 시청자 입장에서는 분통이 터질 수밖에 없다. 가족드라마의 가족은 시청자에게 하나의 대안가족처럼 감정이입이 되기 마련인데, 그 속에 물을 흐리는 미꾸라지 한 마리가 끊임없이 문제를 만들어내는 식이다.

물론 가족드라마는 이러한 가족 간의 갈등을 다루기 마련이다. 하지만 그 갈등은 현재적인 의미를 담고 있을 때 공감대가 형성된다. '수상한 삼형제'의 갈등은 그러나 여전히 시대착오적이라고 할 정도로 과거의 것들을 반복하고 있다. 불륜, 장남에 대한 기대와 그 기대가 만드는 짐, 천편일률적인 고부 갈등 등등. 게다가 이 드라마의 갈등 상황은 외부에서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캐릭터 자체에 있다는 점에서 작위적인 느낌마저 준다. 즉 "저런 인간은 늘 저렇게 살아 간다"는 상투적이고 인위적인 설정이 갈등을 만들어내기 위해 의도적으로 활용된다는 점이다.

물론 공감대가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것은 이미 가족드라마에서 그토록 예전부터 반복되어온 갈등의 양상이다. 현재적인 새로운 의미를 부여할 수 없다는 점에서 이 반복적인 갈등 상황을 제시해 시청자의 눈과 귀를 붙잡아 놓는 이 드라마의 이야기는 퇴행적이라고 할 수 있다. 이것은 주말 드라마에서 두 번째 수위를 차지하고 있는 '천만번 사랑해'도 마찬가지다. 이 드라마는 대리모라는 설정을 활용해 전형적인 모성 신파극을 만들어낸다. 그런데 그 관계를 살펴보면 실로 거의 거미줄 같은 복잡함에 머리가 아플 지경이다.

대리모를 해서 아이를 준 집안이 하필 자신이 사랑해 결혼한 남자의 집안이라는 사실, 한 남자를 두고 자매가 동시에 사랑하게 되었던 상황, 대리모를 주선한 여자의 딸이 하필 그 아이를 준 남자와 불륜관계가 되는 상황 등은 아무리 양보해도 지나친 우연의 남발이 아닐 수 없다. 이렇게 복잡하게 얽어 놓았기 때문에 물론 갈등 상황은 끊임없이 벌어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것은 상식적인 선을 이미 넘고 있다고 봐야 한다.

지금 주말극의 수위를 차지하고 있는 '수상한 삼형제'나 '천만번 사랑해'에는 공통점이 있다. 그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관계가 작위적이라는 것이고, 그 주창하는 메시지 역시 현재적인 의미를 갖지 못하는 이미 닳고 닳은 것들이라는 점이다. 이 주말극들이 가지는 퇴행적인 모습에 주말 예능이 보여주는 리얼리티와 진정성은 많은 이야기를 해준다. '무한도전'이 보여주는 실험성, '1박2일'이 그려내는 작위성 없는 리얼리티, '일밤'이 보여주는 드라마나 다큐멘터리 못지않은 진정성. 이들 주말극이 갖지 못한 것들을 주말 예능들이 갖고 있는 형국이다. 주말극, 주말 예능처럼은 못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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