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사남><캐리녀>, 동반 추락하는 까닭

 

도대체 무엇이 부족한 걸까. MBC 월화드라마 <캐리어를 끄는 여자>는 그래도 초반 9.6%(닐슨 코리아)까지 시청률이 오르기도 했지만 7.1%까지 추락했다. KBS <우리집에 사는 남자> 역시 10.6%까지 올랐던 시청률이 7.4%로 폭락했다. <구르미 그린 달빛>이 끝난 후 반사이익을 얻어 5.9%에서 9.8%까지 폭등했던 <달의 연인> 역시 9.0% 시청률로 주춤하고 있다.

 

'캐리어를 끄는 여자(사진출처:MBC)'

<달의 연인>이야 이제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기 때문에 새로운 시청자 유입이 여의치 않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캐리어를 끄는 여자><우리집에 사는 남자>는 다르다. 중반에 접어든 <캐리어를 끄는 여자>는 본격적으로 드라마가 힘을 발휘해야 하는 시점이고, 이제 시작인 <우리집에 사는 남자>는 초반의 관심을 이어나가야 할 시점이다. 하지만 어째 이 두 드라마는 점점 힘이 빠진다. 도대체 이유가 뭘까.

 

<캐리어를 끄는 여자>는 이야기가 중심을 잡지 못하고 있다. 함복거(주진모)의 과거에 얽힌 복수극을 그리려는 것인지 아니면 시험 공포증으로 변호사가 되지 못하고 사무장으로 살아가는 차금주(최지우)의 성장드라마를 그리려는 것인지 그것도 아니면 함복거와 마석우(이준) 사이에서 차금주와 벌어지는 삼각멜로를 그리려는 것인지 너무 애매모호하다.

 

사실상 이 모든 이야기를 풀어나가려는 것이 이 드라마의 욕망이지만 그것이 썩 자연스럽게 엮어져 있다고 보기가 어렵다. 드라마 중간 중간에 갑자기 나타나 드라마를 스릴러로 만드는 강프로 같은 캐릭터는 너무 뜬금없이 등장해 드라마의 몰입을 떨어뜨린다. 멜로와 스릴러, 성장드라마가 갖는 감정적 느낌은 잘 어우러지지 않으면 물과 기름처럼 분리되기 마련이다. <캐리어를 끄는 여자>는 그래서 마치 여러 개의 드라마를 억지로 묶어놓은 듯한 느낌을 준다. 이러니 드라마가 순항할 수가 없다.

 

새로 시작한 <우리집에 사는 남자>는 웹툰 원작답게 그 경쾌하고 발랄한 느낌이 초반 시청자들의 시선을 잡아끌었다. 수애의 연기 변신도 주목할 만했고, 김영광의 가벼움과 진지함을 넘나드는 연기도 괜찮아 보였다. 하지만 이 발랄한 느낌이 어떤 굵직한 한 가지 이야기를 담아내지 못하고 자잘한 에피소드로만 이어지면서 드라마가 마치 시트콤 같은 느낌을 주게 되었다.

 

새 아빠라고 갑자기 나타난 고난길(김영광)을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보며 그 정체를 파헤치기 위해 노력하는 홍나리(수애)의 이야기는 그 자체로는 궁금한 대목이 맞지만, 그 한 가지 에피소드에만 맞춰져 홍나리와 고난길이 벌이는 좌충우돌은 너무 지루하게 이어진다. 어머니의 기일에 맞춰 제사상을 차리는 고난길과 그가 가진 열쇠를 복사하기 위해 옛 남자친구인 조동진(김지훈)을 불러 그와 술을 마시고 취하게 만드는 설정은 아무리 코미디라고 해도 개연성이 떨어진다. 매회 긴장감을 유지할 수 있는 메인 스토리가 절실한 시점이다.

 

<구르미 그린 달빛>의 빈 자리가 너무 크게 느껴지는 건 이런 새로운 드라마들이 기대만큼의 성과를 보여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된 것은 <캐리어를 끄는 여자><우리집에 사는 남자> 모두 메인 스토리가 중심을 잡아주지 못한 데서 생긴 일이다. 동반 추락하고 있는 두 드라마는 과연 부족한 그 지점들을 채워 넣고 다시 반등할 수 있을까

법정극과 멜로 사이, <캐리어>의 애매한 위치

 

MBC 월화드라마 <캐리어를 끄는 여자>는 그 장르적 정체성이 애매모호하다. 시작은 스릴러가 곁들여진 법정극으로 보였다. 노숙소녀 살인사건이 그 시작을 알렸기 때문. 여기에 차금주(최지우)라는 변호사보다 뛰어나지만 시험공포증으로 사무장으로 살아가는 인물이 겹쳐지면서 법정극의 색다른 시도가 엿보였다. 간판 사회에 대한 비판적 시선이 담겨있는 차금주라는 캐릭터가 후에 어떻게 성장해 가는가에 대한 기대감도 충분했다.

 

'캐리어를 끄는 여자(사진출처:MBC)'

매회 한 가지 정도의 사건을 에피소드로 갖고 오는 이야기 구성은 마치 저 <동네변호사 조들호><굿와이프>가 보여줬던 법정극의 재미요소가 되기에 충분했다. 이 각각의 사건들은 차금주가 사무장으로 있다가 결국 퇴출된 오성로펌과 계속 연결되고, 오성로펌은 그 뒤에 오성그룹이라는 대기업의 하수인 역할을 하는 로펌이라는 게 드러나면서 하나의 스토리로 엮어진다. 과거 어떤 사건으로 법조계를 떠나 K팩트라는 파파라치 언론의 대표가 된 함복거(주진모)와 함께 차금주는 이 대기업과 로펌 그리고 정재계가 서로 얽혀있는 거대한 부정을 파헤쳐 나가게 된다.

 

이처럼 <캐리어를 끄는 여자>는 법정극의 요소들만 갖고 오면 권음미 작가의 전작들인 <갑동이><로열패밀리> 같은 작품들처럼 충분히 흥미진진한 면들이 있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캐리어를 끄는 여자>는 여기에 조금은 과한 삼각 멜로의 틀을 집어넣었다. 함복거와 마석우(이준) 변호사 사이에서 차금주를 멜로의 중심으로 세워둔 것. 직장상사로서 일을 앞세우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때때로 사심을 드러내는 함복거와, 대놓고 마음을 드러내며 직진하는 마석우 사이에서 차금주는 갈팡질팡하는 여성이 된다.

 

사무장에서 변호사가 되려는 꿈이나, 또 자신이 맡은 사건을 자기 이름이 남는 것도 아니면서 변호사보다 더 열심히 풀어나가는 차금주는 사실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매력적인 인물이다. 그런데 이런 일에 있어서의 매력을 보여주는 차금주를 함복거와 마석우라는 남성들은 자꾸만 여성으로 끌어 앉힌다. 일을 빙자해 연애를 하려하고, 심지어 같은 로펌의 대표와 변호사이면서도 연적으로서의 대결구도를 보인다.

 

물론 법정극이든 스릴러든 심지어 연쇄살인이 소재로 담겨진 드라마라고 해도 멜로가 없어야 한다는 공식 따위는 없다. 특히 요즘처럼 여러 장르를 뒤섞은 이른바 복합 장르물이 이제는 시청자들에게 그다지 낯설게 다가오지 않는 상황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하지만 멜로가 들어간다고 해도 법정물이나 스릴러가 주는 긴장감과 멜로의 이완은 적절하게 균형이 맞아야 하고, 또 그 이질적 장르를 연결해주는 맥락이 있어야 자연스러워진다. 과연 <캐리어를 끄는 여자>의 장르 혼용은 이런 자연스러움이 있을까.

 

차금주라는 캐릭터가 흔들리는 걸 보면 이 결합이 그리 자연스럽지 않다는 걸 느낄 수 있다. 즉 처음에 이 캐릭터에 기대감을 갖게 만들었던 일의 요소들은 점점 뒤로 밀려나고 대신 뜬금없이 이어지는 두 남자 사이의 멜로가 법정극 사이사이에 맥락 없이 들어가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는 점이다. 그래서 이 드라마는 자세히 들여다보면 법정극에서 멜로로 넘어갈 때나 혹은 그 반대로 넘어갈 때 마치 극이 툭툭 끊기는 듯한 느낌을 준다. 그저 두 장르를 이어붙인 듯한 안이한 구성과 편집 때문이다.

 

굳이 차금주라는 입지전적인 인물을 자꾸만 멜로로 주저앉힐 필요가 있었을까. 로펌 사장이라며 함복거가 그녀에게 9천만 원짜리 외제자동차를 선물하는 장면 같은 것들이 왜 필요하고, 사건 수사를 하러 성소수자들이 가는 바에 함께 간 마석우와 차금주가 굳이 갑자기 키스를 하는 장면이 왜 필요할까. 물론 그 멜로 자체가 나쁘다는 건 아니다. 다만 그것이 본 스토리가 갖고 있는 법정극의 긴장감을 과도하게 이완시킴으로써 드라마 전체의 느낌을 애매모호하게 만든다는 점이 드라마가 하려는 이야기의 본말을 전도시킨다는 것이다.

 

한때 본격 장르물은 안 된다는 게 지상파 드라마의 공식처럼 되어 있던 적이 있다. 그래서 멜로도 조금 넣고 가족드라마적인 요소도 넣으며 심지어 판타지도 넣게 되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장르물에 대한 갈증이 점점 높아지면서 이런 공식은 서서히 깨지고 있다. <시그널> 같은 본격 장르물이 tvN 같은 케이블에서 대성공을 거두는 걸 보라.

 

물론 <캐리어를 끄는 여자>가 법정물을 다루면서도 로맨스물의 성격을 더해 독특한 톤 앤 매너를 시도하려 했다는 의도는 분명히 보인다. 하지만 그러려면 좀 더 정교한 봉합이 있었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멜로를 넣더라도 먼저 차금주의 일에 있어서의 욕망이나 정의에 대한 갈망 같은 것들을 좀 더 전면에 내세우는 편이 지금의 드라마 트렌드에는 더 맞지 않을까. 연애하는 사무장이 아닌 변호사보다 더 열 일하는 사무장 차금주가 더 매력적이다.

<캐리녀> 최지우, 그녀가 캐리어를 끄는 까닭

 

근데 꼭 뭐여야만 하는 겁니까? 아무 것도 아니면 안 되는 거냐구요? 꼭 변호사, 검사, 의사 이런 게 되야 하는 거냐구요? 내가 좋아하는 일 하면 안 되는 거냐구요?” MBC 월화드라마 <캐리어를 끄는 여자>에서 차금주(최지우)는 직업을 묻는 형사에게 그렇게 되묻는다. 바람 난 남편 때문에 집을 나와 고시원에서 생활하는 그녀는 왠만하면 쿨하게 이혼서류에 도장을 찍으려 했다. 하지만 남편의 내연녀가 아기까지 가진데다 너무나 뻔뻔하게 이혼을 요구하는 모습에 분노해 남편의 차를 박살낸 죄로 경찰서에 오게 된다.

 

'캐리어를 끄는 여자(사진출처:MBC)'

조서를 꾸미는 형사는 변호사 사무실에서 일한다는 차금주의 말에 금세 목소리 톤이 바뀐다. “그럼 변호사님이셨어요?” 그러나 변호사 아니라는 말에 다시 말투가 바뀐다. 비서도 경리도 아니라는 차금주에게 계속 직업이 뭐냐고 추궁하자 그녀는 아무 것도 아니라며 누군가의 아내이자 바람 핀 남편의 아기가 곧 태어날 거란 사실에 분노한 사람이지만 그래도 될 자격이 있다는 걸 입증할 방법이 없는 사람이라고 자신을 소개한다.

 

이 짧은 장면은 <캐리어를 끄는 여자>가 갖고 있는 현실 인식이 담겨 있다. 무언가 간판을 요구하는 사회. 그래서 사회에서 인정받기 위해서는 시험을 봐 그 간판을 따내야 하는 현실. 법정드라마가 주인공인 차금주라는 인물을 변호사나 검사가 아닌 사무장으로 세운 건 그래서다. 그녀는 로펌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을 사실상 해결하는 인물이다. 찾아내지 못해 난항을 겪었던 사건의 결정적 증거를 찾아내고 거짓 증언을 하는 것에 죄책감을 느끼는 증인의 마음을 돌려 양심선언을 하게 만들기도 하는 인물.

 

그런데 이 드라마에서 실제적인 역할을 하는 차금주는 사실상 진짜 현실의 무대에서는 뒤편으로 밀려나 있다. 변호사가 있어야 사무장이라는 자신의 존재가 가능한 현실이기 때문에 지금껏 이복동생인 박혜주(전혜빈)를 변호사로 만들어 뒤에서 실제로 일을 해왔지만, 그녀는 박혜주로부터 사무장이라는 처지를 조롱받는 입장에 처해 있다. 이겨도 그녀의 사건이 되지 못하는 차금주의 아픈 처지를 박혜주는 가시 같은 말로 콕콕 찔러댄다.

 

이것은 일의 영역에서만이 아니다. 그녀는 남편을 위해 헌신해왔지만 그 남편은 그녀가 감옥에 다녀온 사이 다른 여자와 바람이 나 살림을 차린다. 사실상 자신이 다 꾸려온 집안이지만 그녀는 내연녀가 떡 하니 자리한 집을 나와 고시원에서 살아간다. 일에 있어서도 사랑에 있어서도 그녀는 그녀 스스로 자조하듯 아무것도 아닌사람이 되어버렸다. 그런 그녀를 경찰서에서 빼내 집까지 바래다준 함복거(주진모)에게 그녀가 자고 갈래요?”라고 불쑥 묻는 질문에는 그녀의 절실함이 담겨있다. 자신의 존재감을 그렇게 해서라도 느끼고 싶다는 것.

 

그녀가 늘 뒤편으로 밀려난 까닭은 이른바 시험 공포증으로 고시에서 연거푸 떨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변호사나 검사가 아니라도 그녀는 자신이 하고 있는 사무장이라는 일에 깊은 만족감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현실을 그렇지 못하다. 그녀 말대로 변호사, 검사, 의사가 아니라도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는 그녀를 세상은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이 드라마가 하려는 이야기는 이렇게 번드르르한 간판을 가진 직업이 아니라도 실제로 자신의 일을 좋아하고 거기서 능력을 발휘하는 삶에 대한 재조명이다. 도대체 직업의 위계라는 것이 어디에 있을까. 법정에서 변호를 하든 그 변호를 할 수 있게 현장에서 캐리어를 끌고 다니든 그건 똑같은 일의 하나일 뿐이라는 것.

 

그녀의 간판이 아니라 능력을 봐 주는 두 인물, 함복거 대표와 마석우(이준) 변호사와의 멜로가 판타지를 주는 건 그래서 단순한 남녀 관계의 차원을 넘어선다. 그것은 그녀의 진가를 알아봐주는 그 시선에서 만들어지는 판타지이기 때문이다. <캐리어를 끄는 여자>의 일과 사랑이 얽혀지는 그 지점에는 그래서 간판 사회에 대한 작가의 날선 비판 의식이 담겨 있다

<옥중화>, 괜찮은 소재의 발목을 잡는 불안요소들

 

MBC 주말드라마 <옥중화>는 첫 방에 꽤 높은 기대감을 갖게 만들었다. 2회 만에 20% 시청률을 넘긴 건, 이병훈 감독의 사극에 거는 기대가 그만큼 컸다는 걸 말해준다. 그리고 실제로 전옥서라는 조선시대의 감옥을 배경으로 우리에게 익숙한 토정 이지함(주진모)이나 전우치(이세창) 같은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하고, 그들을 통해 배우며 성장하는 옥녀(진세연)라는 캐릭터가 주는 기대감 역시 컸다.

 

'옥중화(사진출처:MBC)'

무엇보다 <옥중화>는 현재의 드라마 트렌드와도 잘 맞아 떨어지는 작품이었다. ‘감옥에서 피어난 꽃이라는 의미에는 현실 상황과 판타지가 잘 엮어져 있다. 즉 사극이 과거를 다루지만 현재에 어떤 의미를 던져주는 장르라는 점을 두고 보면, 현재의 어려운 삶을 살아가는 서민들의 현실이 <옥중화>에서는 을 의미할 것이고, 그럼에도 어떤 판타지를 꿈꾸는 대목이 의 의미가 될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단지 기획의도가 아니라 옥녀라는 구체적인 캐릭터로 그려져 있다. 옥녀는 어머니가 의문의 죽음을 당하고 전옥서라는 어두운 현실에서 자라난 인물이지만 그 공간과는 어울리지 않게 밝은 캐릭터다. 그녀는 전옥서에 들어온 많은 죄인들을 통해 배우며 자라난다. 토정 이지함이 밥 먹듯이 드나드는 전옥서는 거꾸로 비틀어진 현실에 바른 소리를 하는 이들이 모이는 곳으로 비춰진다.

 

하지만 <옥중화>는 아역을 연기한 정다빈에서 성인역인 진세연으로 옮겨가면서 옥녀 캐릭터의 힘이 많이 빠져버렸다. 물론 이것은 정다빈이라는 아역이 너무나 연기를 잘 해줬기 때문에 생기는 일이지만 극 중의 옥녀 캐릭터가 초반만큼 매력적으로 그려지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옥녀는 어머니의 죽음에 대한 의문을 품고 그 진실에 접근하려 전옥서 다모가 아닌 포도청 다모 시험을 보지만 오히려 너무 실력이 출중해 떨어진다. 그리고 지금의 스파이에 해당하는 활동을 하는 체탐인제의를 받고 훈련에 돌입하며, 그 마지막 관문인 붙잡혔을 때 절대 정체를 발설하지 않는 그 시험까지 통과해 체탐인이 되는 과정이 그려졌다.

 

문제는 체탐인이 되는 과정이 다뤄지면서 이야기가 살짝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간 듯한 느낌을 준다는 점이다. 사실 <옥중화>가 주목을 끌었던 건 전옥서라는 매력적인 공간과 그 안에 들어와 있는 매력적인 인물들이 향후 옥녀와 어떤 이야기를 그려갈 것인가가 흥미로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체탐인의 이야기는 전옥서만큼 현실적인 느낌을 주지 않는다. 전옥서 바깥으로 나와 체탐인으로서의 미션을 해나가는 옥녀의 이야기는 그래서 애초에 <옥중화>가 만들어낸 기대감과는 상당히 멀어지는 느낌을 준다는 것이다.

 

<옥중화>는 물론 여전히 흥미로운 이야기에 대한 기대를 갖게 하는 작품이지만, 그만큼 불안요소들이 조금씩 나타나고 있다. 이병훈 감독 사극의 패턴이라고 할 수 있는 미션-해결-성장의 이야기는 재미있긴 하지만 이제는 너무 쉽게 시청자들에게 읽히는 구성으로 다가오고 있고, 성인역으로 바톤터치되면서 연기자들의 연기력 논란(특히 악역들)이 조금씩 고개를 들고 있다. 연기력 논란은 연기자들의 문제이지만 동시에 이야기의 힘이 빠지고 있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물론 이제 겨우 초반 몇 회가 지났을 뿐이기 때문에 모든 걸 섣부르게 판단하긴 이르다. 하지만 4회 만에 패턴이 너무 읽히고 있다는 건 어쩔 수 없는 불안요소가 아닐 수 없다. 물론 이병훈 감독의 사극은 어느 정도는 그 결과를 다 알면서 즐기는 작품들이 대부분이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너무 익숙한 구도는 피해야 하지 않을까. 전옥서라는 매력적인 공간이 너무 단순하게 그려지는 건 안타까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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