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펄철 나는 김영희 PD에 대한 오해와 편견

 

지난 23일 중국에서 첫 방영된 김영희 PD<폭풍효자>1.59%의 시청률로 동시간대 1위를 기록했다. 중국판으로 제작되어 돌풍을 일으켰던 <나는 가수다>, <아빠 어디가>, <런닝맨>의 첫 회 시청률이 1.4-5%였던 것을 떠올려보면 괜찮은 성적이다. 웨이보에 올라온 댓글들도 반응이 꽤 뜨겁다. 댓글 중에는 제작진들의 프로정신이 존경스럽다는 내용도 있었고, “눈물을 흘리면서 봤다거나 따뜻한 혈육의 정이 느껴져 좋았다는 평가도 있었다.

 


김영희 PD (사진출처:미가미디어)

이제 첫 회 방영된 프로그램을 갖고 벌써부터 섣불리 성공을 운운하기는 어렵지만 그래도 후배들에게 창피한 프로그램은 안하고 싶다던 김영희 PD의 얘기에는 어느 정도 만족스런 결과가 아닐 수 없다. 만일 이 흐름으로 2회에 2%를 넘기면 <폭풍효자>는 중국 내에서 대박 콘텐츠가 될 것임이 틀림없다.

 

하지만 김영희 PD의 이런 중국행과 거기서 이루고 있는 일련의 성과를 바라보는 국내의 시각은 우려가 겹쳐져있다. 사실상 중국에 가서 중국 드라마나 영화에 출연하고 말 그대로 중국에서 자리를 잡은 연예인들은 이미 꽤 많이 있다. 추자현이 그렇고 박해진도 그렇다. 그들은 우리나라에서 찍은 드라마로 중국에서 주목받는 게 아니다. 중국 드라마에서 맹활약함으로써 주목받은 우리 연예인들이다. 그들의 성공을 바라보는 시각은 긍정적이다. 하지만 김영희 PD의 행보를 보는 시각은 다르다. 똑같이 중국에 가서 현지에서 활동하는 것인데 왜 이렇게 시각차가 존재할까.

 

그것은 김영희 PD의 중국 진출이 기술력 유출 혹은 인력 유출이 아니냐는 부정적인 시각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과연 이런 시각은 온당한 일일까. 기술력 유출은 분명 존재한다. 하지만 우리의 제작 노하우는 이미 포맷 수출과 함께 지속적으로 중국에 전파되어 왔다. <나는 가수다><아빠 어디가> 그리고 <런닝맨>도 모두 리메이크 권리만 중국 측에 준 것이 아니다. 거기에는 이른바 플라잉 PD라는 우리네 연출자가 현지에서 제작 노하우를 전해주는 것까지를 포함하고 있다.

 

김영희 PDMBC 재직 시 <나는 가수다><아빠 어디가>의 플라잉PD로서 중국 후난 위성TV에 파견되어 일한 바 있다. 그는 어차피 기술력이나 제작 노하우가 전해지고 그것이 중국과 평준화가 될 것이라는 걸 일찌감치 알고 있었다. 그것은 막을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대신 김영희 PD가 생각한 것은 창의력이다. 기술력은 평준화되어도 아이디어를 내고 그것을 구현해내는 창의력은 그렇지 않을 거라는 것이다.

 

인력 유출 역시 마찬가지다. 그 인력은 물론 중국에서 활동하지만 그렇다고 국내를 완전히 떠나는 걸 의미하는 건 아니다. 추자현이나 박해진 같은 중국 활동 연예인들이 그렇듯이 언제든 국내에서 기회가 되면 또 일을 할 수 있다. 중요한 건 김영희 PD가 왜 국내가 아닌 중국에서 활동을 하려하는 것이고, 그것이 제대로 된 성과를 얻을 것인가의 문제다.

 

김영희 PD는 중국 제작여건과 국내의 제작여건이 너무나 다르다고 말한다. 중국은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제작사들의 위상이 방송사와 거의 대등하다. 어떤 면에서는 저작권자가 가장 대우를 받는 구조로 되어 있다. 우리는 외주 프로덕션이 방송사에서 편당 얼마의 돈을 받아 프로그램을 납품하고 방송사가 광고 수익을 전부 가져가는 방식으로 되어 있지만, 중국은 저작권을 갖고 있는 제작사가 심지어 광고까지 수주해 그 수익을 방송사와 나누는 구조로 되어 있다. 우리네 프로덕션들이 방송사의 횡포에 의해 하청업체로 전락하고 있는 것과는 사뭇 다른 구조다. 제작자로서 김영희 PD가 중국이라는 시장을 매력적으로 보는 건 바로 이런 다른 환경이 그 첫 번째다.

 

또한 중국시장은 우리만이 아니라 유럽에서도 들어와 저마다의 글로벌 콘텐츠를 실험하는 장이기도 하다. 그 안에서의 성공은 글로벌 콘텐츠로서의 성공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영희 PD도 마찬가지다. 그가 이번에 제작한 <폭풍효자>의 저작권은 고스란히 김영희 PD에게 있다. 만일 이 프로그램이 중국에서 성공하면 오는 4월에 칸느에 가져갈 계획이라고 했다. 김영희 PD가 꿈꾸고 있는 건 글로벌 콘텐츠 기업이라는 것을 잘 드러내는 이야기다. 그는 중국에 기반을 둔 글로벌 콘텐츠 기업을 꿈꾸고 있었다.

 

워낙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PD였던 탓에 그가 중국에서 활동한다는 소식에는 그만큼의 오해와 편견들이 있다. 마치 한류를 국가 대항전처럼 여기는 시각이 거기에는 깔려 있다. 우리 것을 빼앗기는 것 아니냐는 것이고, 우리가 이러다가 지는 것 아니냐는 식의 관점이 들어 있다. 하지만 글로벌 콘텐츠 시장에서 국가를 드러내는 건 지난 번 쯔위 사태가 보여준 것처럼 시대착오적인 일이다. 김영희 PD는 바로 그 글로벌 시대를 위해서라도 중국이라는 시장을 제대로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실로 이런 변화 속에서 국가주의에 발 묶여 수구적인 자세는 오히려 우리네 콘텐츠를 약화시킬 수도 있는 일이 아닐까.

중국은 왜 김영희 PD를 좋아할까

 

쯔위 사태로 중국과 대만 그리고 우리나라가 시끌시끌하던 지난 19일 북경의 한 호텔 리셉션장에서는 이를 무색하게 만들기라도 하듯 한 자리에 중국인, 대만인 그리고 우리나라 사람들까지 함께 모여 새로운 프로그램의 런칭을 알렸다. 그 주인공은 다름 아닌 김영희 PD. 그가 중국에 진출해 중국의 연예인들과 함께 프로그램을 만들어 중국 현지에서 방영되는 <폭풍효자>라는 프로그램의 제작발표회였다.

 


김영희 PD(사진출처:미가미디어)

쯔위 사태는 마치 중국과 대만의 관계를 굉장한 갈등상황으로 보게 만드는 면이 있다. 하지만 <폭풍효자>라는 프로그램에는 그런 경계나 갈등을 전혀 느낄 수 없었다. 6명의 연예인들이 부모와 함께 자신들이 나고 자란 고향으로 내려가 56일 동안 그 부모의 입장을 이해하고 공감하며 소통하는 프로그램이다. 6명의 연예인들 중에는 중국인은 물론이고 대만인도 들어 있다. 당연히 고향인 대만 씬주에서도 촬영이 이뤄졌다. 국가 간의 정치적인 갈등의 불씨가 있다고 해도 중국에서 대만 출신 연예인들은 왕성히 활동하고 있고 또 많은 팬들을 확보하고 있었다.

 

흥미로운 건 이 제작발표회의 키를 쥔 인물은 김영희 PD와 우리네 제작진들이라는 것. 김영희 PDMBC를 퇴사하고 본격적인 중국 진출을 위해 중국제작사와 손잡고 남색화염오락문화유한공사(이하 남색화염)라는 회사를 설립했다. 국내에는 미가미디어를 설립해 모든 프로그램들을 기획하고 준비하고, 중국에서는 남색화염을 통해 직접 제작해 중국 방송사에서 방영하는 새로운 시스템이다.

 

중국인들이 김영희 PD를 바라보는 시각은 또 한 명의 한류스타나 다름없었다. 특히 인상 깊었던 것은 국적이나 언어를 뛰어넘어 중국인들의 김영희 PD에 대한 무한 신뢰였다. 이것은 중국 시청자들은 물론이고 중국의 방송인과 연예인, 제작자들 그리고 나아가 까다롭기 이를 데 없는 중국 관료들까지 마찬가지였다. 사실 한류 콘텐츠가 중국에서 열풍을 만들면 중국 정부는 이를 예민하게 받아들여 갖가지 규제를 만들어온 것이 작금의 현실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김영희 PD가 제작을 한다고 하면 오히려 적극 권장하고 은근히 밀어주는 분위기다. 왜 그럴까. 이것을 경제적 차원으로만 바라보면 중국이 우리네 기술력과 노하우를 얻어가기 위해 하는 제스처일 뿐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물론 그런 시각이 모두 틀렸다고 말할 수는 없다. 김영희 PD 스스로도 기술력 이전은 숨기거나 감출 것이 아니라 드러내놓고 하고 중국과 함께 동반성장하는 것을 고민해야한다고 말한 적이 있다. 김영희 PD는 그런 기술적 노하우는 어차피 공유되는 것이라고 했다. 다만 중요한 건 창의력이다. 기술력이 공유되도 창의력은 공유될 수 없다는 것. 바로 이 지점에서 우리가 중국과 대등하게 함께 커나갈 수 있는 가능성을 찾아야 한다고 김영희 PD는 믿고 있다.

 

중국이 김영희 PD를 좋아하고 그가 만들려는 콘텐츠를 독려하는 까닭은 그의 기술적 노하우 때문만이 아니다. 대신 그가 만들어내는 프로그램의 창의성이나 그의 프로그램에 대한 생각이 중국인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잘 맞아떨어지기 때문이다. 그것을 김영희 PD공익예능이라는 틀에서 찾아냈다고 보인다. 우리에게는 어딘지 촌스러운 느낌으로 다가올 수 있겠지만 중국의 사회적 분위기에 공익적인 면은 예능의 즐거움과 재미만큼 중요하게 받아들여진다.

 

<폭풍효자>의 제작발표회에서 프로그램에 대해 설명하기 위해 무대에 오른 김영희 PD는 첫 마디를 이렇게 열었다. “<폭풍효자>는 좋은 프로그램이 아닙니다. <폭풍효자>는 좋으면서 재미있는 프로그램입니다. 좋은 프로그램을 만드는 건 쉽습니다. 하지만 좋으면서 재미있는 프로그램을 만드는 건 어렵습니다.” 이 첫 마디 속에는 중국이 김영희 PD를 원하고 좋아하는 이유가 모두 들어가 있다.

 

다시 쯔위 사태로 돌아와 보면, 이제 국가 간의 장벽을 넘어 콘텐츠를 함께 만드는 일은 21세기에 피할 수 없는 일이 되었다. 문화적인 교류는 그래서 어떤 면으로 보면 국가 간의 장벽을 선제적으로 허물어내는 일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쯔위 사태가 보여준 것처럼 시대에 역류하는 20세기적 사고방식이 갑자기 튀어나와 화합과 통합의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는 일이 발생하기도 한다. 결국 따지고 보면 황안 같은 시대에 역행하는 인물이 이를 부추기지 않았다면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을 일이다.

 

서로 다른 환경에서 살아온 이들이 함께 살아가기 위해서는 그만큼 조심해야 하고 상대방에 대한 배려를 잊지 말아야 한다. 그것을 바탕으로 함께 해나갈 수 있는 일들을 고민하고 실행해갈 때 진정으로 함께 살 수 있는 길이 열리지 않을까. 이번 쯔위 사태가 보여준 문화적 교류에 발생한 국가적 갈등상황들의 해법은 거기 있을 것이다. 김영희 PD를 중심으로 우리네 제작진들과 중국인, 대만인이 함께 모여 부모 자식 간의 관계라는 국가를 초월하는 공감대 속에서 세 시간 가까이 웃고 박수치고 때론 감동에 먹먹해진 그 훈훈한 제작발표회에 갈등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쯔위 사태가 드러낸 잔인한 어른들의 세상

 

쯔위는 정말 아름답고, 정치는 너무 무섭다.” 중국의 어느 네티즌이 올렸다는 쯔위에 대한 동정적인 이 한 줄의 글은 이번 사태를 가장 적확하게 표현하고 있다.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의 사전 인터넷 방송에 출연한 쯔위에게 제작진은 대만 국기를 들렸다. 낯선 이국에서 그것도 낯선 방송에서 제작진이 준 소품에 무슨 의미가 있을까. 의미가 있다 해도 이제 갓 열여섯 살 소녀에게는 버릴 수도 거절할 수도 없는 일이었을 게다. 그래서 우리 국기와 대만 국기를 같이 들었다. 소녀가 국기를 통해 보여주려는 건 대만 독립의 의미가 아니라 국가를 뛰어넘는 화합의 의미였다.

 


사진출처:Mnet

하지만 대만에서 태어나 중국에서 활동하며 연예인들의 갖가지 정치적 이슈들을 건드리는 걸로 유명한 황안은 여기에 기막힌 정치적 의도를 뒤집어 씌웠다. 문제는 중국과 대만의 외교문제로 비화됐다. 마침 있었던 대만의 총통 선거는 불난 곳에 기름을 부었다. 중국에 광적 포퓰리즘이 일어나며 쯔위에 대해 쏟아진 비난 여론은 대만 선거에도 영향을 끼쳤다. 이로써 대만 독립 성향을 보인 민진당이 더 표를 얻었고 민진당 주석 차이잉원이 대만 총통으로 당선됐다. 그리고 그 사이에서 열 여섯 살 소녀는 정치적 희생양이 되어 짓지도 않은 모든 죄를 어깨에 짊어진 채 카메라 앞에 나와 고개를 숙였다.

 

중국이라는 시장의 쯔위에 대한 반응이 심각하다는 걸 깨달은 쯔위의 소속사 JYP엔터테인먼트의 박진영은 부랴부랴 공식 사과를 했다. 거기까지는 그럭저럭 이해될 수 있는 일이었다. 사업체의 오너로서 실리적 판단을 내리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 갓 열여섯 살짜리 소녀가 카메라 앞에 나와 고개를 숙이는 모습은 너무 과한 느낌이었다. 뒤늦게 이 사과에 대해 대중들의 비난여론이 생겨나자 그것이 본인의 의지였다고 JYP 쪽은 밝히고 있지만 그렇다고 해도 아직 미성년자인 그녀에게 그렇게 하게 방조한 건 피할 수 없는 책임일 것이다. 결국 JYP는 마치 중국 시장이라는 시장을 위해 어린 소녀를 보호하기보다는 홀로 앞에 나서게 한 것처럼 비춰지게 됐다.

 

결과적으로 얘기하면 이번 사태가 벌어졌던 프로그램의 제작진은 여태껏 이처럼 문제가 국가적 분쟁으로까지 비화되고 있는 와중에도 일언반구 입장표명을 하지 않고 있다. 소품에 정치적 의도를 덧씌워 몰아세웠던 황안은 따지고 보면 본인 스스로 정치적 의도를 갖고 있는 인물이었다. 아무런 의도가 없는데 의도가 있다고 몰아세우는 것. 그것이야말로 진짜 정치적 의도이기 때문이다. 이번 사태로 반사이익을 얻은 민진당도 또 총통 당선자도 그것이 정치적으로 흘러가는 것을 관망하기만 했다. 그리고 이국땅에서 생활하고 있는 쯔위의 부모를 대신해야할 소속사는 그녀가 카메라 앞에 홀로 서서 고개 숙이는 것을 적어도 방조했다.

 

쯔위는 정말 아름답고, 정치는 너무 무섭다는 표현이 왜 이번 사태를 가장 적확하게 말해주는가를 이 모든 사태의 양상들이 설명해주고 있다. 그저 국가의 차원을 넘어서 그것이 어디든 화합의 의미를 던지고 싶었던 쯔위의 그 마음은 정말 아름답다. 하지만 이 마음을 정치적 의도로 비화시키고 이용하고 묵인하고 자본 앞에서 무릎 꿇린 어른들은 그 행위들이 너무나 무섭다.

 

다행스럽게도 어른들의 이 무서운 세계를 들여다보며 쯔위에 대한 동정적인 시선을 갖는 건 우리만이 아닌 것 같다. 중국과 대만 내의 여론도 동정론으로 바뀌고 있다고 한다. 대신 중국과 대만의 화합 모드를 깨고 정치적 의도를 드러냈던 황안에 대한 비난 여론이 커지고 있다. 어째서 이렇게 상황이 반전됐을까. 그것은 아마도 어린 소녀가 거기 홀로 서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 소녀를 두고 여기저기서 자신들의 이익에 따라 아전인수했던 어른들이 하는 짓들을 더 이상은 그냥 보고 있기가 어려웠기 때문일 것이다. 쯔위 사태를 통해 우리가 목도한 것은 어른이라고 불리는 세상이 얼마나 잔인한가 하는 것이었다.



쯔위 사태가 말해주는 중국 한류의 딜레마

 

대만 사람이 대만 국기를 들고 흔들었다는 것이 이토록 큰일일까. 최근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에 나와 태극기와 대만국기를 함께 흔든 쯔위는 때 아닌 대만독립운동자로 지목되어 중국 네티즌들의 질타를 받았다. 결국 소속사인 JYP엔테테인먼트가 나섰고, 박진영은 공식사과문을 발표했다. 쯔위 역시 영상을 통해 사과했다.

 


'마이 리틀 텔레비전(사진출처:MBC)'

국기 한 번 흔든 것치고는 사과의 내용이 너무나 절절하다. 항간에는 너무 저자세라며 굴복이라는 표현까지 나온다. 사과 영상 속에서 쯔위는 금방이라도 눈물을 터트릴 것 같은 얼굴로 90도로 고개를 숙였다. 그녀는 거듭 사과하며 중국은 하나 밖에 없으며 난 내가 중국인임을 언제나 자랑스럽게 여긴다.”고 말했다. 그리고 중국활동을 중단하고 잘못을 돌아보겠다는 얘기도 남겼다.

 

이렇게 JYP의 박진영과 쯔위가 직접 나서서 한껏 고개를 숙여 사과하는 모습을 보여주자 이제는 국내의 네티즌들의 반발심이 생겨났다. 도대체 이렇게까지 사과를 할 필요가 있느냐는 것. 중국 시장이 무섭긴 무섭다는 얘기부터, 나아가 돈이 나라보다 더 중요하게 된 것 아니냐는 비아냥까지 나온다. 무슨 굉장한 범죄를 저지른 것도 아니고 대만 출신 가수가 그것도 중국도 아닌 한국에서 대만 국기를 흔든 것에 이토록 무릎을 꿇는다는 것이 우리네 대중들의 정서를 자극한 것이다.

 

속내를 들여다보면 쯔위 사태에 대해 이토록 JYP가 저자세를 보이는 까닭은 결국은 돈 문제다. 이것이 쯔위에게만 해당되는 일이 아니라 현재 일어나고 있는 반감으로 인해 향후 JYP엔터테인먼트 소속 가수들에게로까지 전이된다면 회사로서는 엄청난 손실을 입게 될 것이다. 그러니 이러한 사과는 어찌 보면 살기 위한 몸부림이 아닐 수 없다. 물론 중국시장이 전부는 아니겠지만 현재의 국내 소속사들이 중국시장을 도외시하고는 살아남기 어렵게 됐다는 건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한류에 있어서 중국은 엄청난 영향력을 갖게 됐다. 중국 팬들의 한류에 대한 관심은 국내 대중문화계의 새로운 힘이 되고 있는 건 분명한 사실이지만 그만큼 중국 의존도가 높아지고 있다는 것도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많은 국내의 스타들은 물론이고 제작자들까지 중국시장을 하나의 가능성으로 보고 그 진출을 노리고 있다. 이러다 보니 콘텐츠 자체도 국내가 아닌 중국에 맞춰지는 경향이 생겨나고 있다.

 

올해 우리나라 드라마들이 그간 그토록 염원해왔으나 이뤄지지 않았던 사전제작으로 제작되게 된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중국의 자본 때문이다. KBS에서 방영될 예정인 송혜교, 송중기 주연의 <태양의 후예>, 이미 이영애가 출연한다고 해서 범 아시아적으로 화제가 된 SBS<사임당 더 허스토리>, 박서준, 박형식, 고아라가 출연하는 <화랑 더 비기닝>, 중국 소설 원작인데 이준기, 김성균, 강하늘이 출연하는 <보보경심:>, 김우빈, 수지 주연의 <함부로 애틋하게>KBS에서 방영예정인 사전제작드라마다. 그런데 이렇게 사전제작이 된 까닭은 중국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사전심의를 해야 하는 데 그 기간이 꽤 길어졌기 때문이란다. 미리 제작하지 않으면 중국 시장 진출이 어려워지는 것.

 

중국인 멤버를 포함해 다국적 아이돌을 만들게 된 것도 콘텐츠의 차원에서 보면 중국시장이 어떻게 우리네 대중문화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가를 잘 보여주는 일이다. 하지만 이럴수록 국내 팬들의 마음은 마치 소외라도 받은 듯 씁쓸해진다. 결국 자본의 문제 때문이라고는 하지만 우리가 아닌 저들의 마음을 잡기 위해 뭐든 할 것 같은 모양새가 그려지기 때문이다.

 

윤은혜의 표절논란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에서의 승승장구를 바라보는 우리네 대중들의 마음이 그랬을 것이다. 그러려면 국내에선 활동하지 말라는 목소리는 중국이라는 거대 시장 앞에 높여진 국내 한류 스타들의 딜레마를 잘 보여준다. 살기 위해 중국시장을 나가야 하지만 어떤 갈등이나 분쟁이 생겨날 때 중국과 우리나라 팬들의 미묘한 정서적 충돌은 이제 피할 수 없는 일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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