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재석과 <런닝맨>, 상 받고도 절치부심한 까닭

 

“2016년 동시간대 1위 꼭 해내겠다.” <SBS 연예대상>에서 김병만과 공동으로 대상을 수상한 유재석은 이례적으로 이런 각오를 내보였다. 연말 연예대상에서 늘 여유로운 미소를 잃지 않던 것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대상을 받아서 기쁘기는 하지만 마냥 기뻐할 수는 없다는 내색이 역력했다.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모습이어서인지 거기서는 비장함까지 느껴졌다.

 


'SBS 연예대상(사진출처:SBS)'

유재석의 대상에 앞서 <런닝맨>시청자가 뽑은 최고 프로그램상을 수상했다. 임형택 PD는 기뻐했지만 역시 마냥 기뻐하기보다는 내년에 대한 각오를 털어놨다. 부족하다는 것을 안다고 말했고, 상이 더욱 무겁게 느껴진다며 앞으로도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사실 이번 <SBS 연예대상><런닝맨>의 무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그 존재감이 두드러졌다. 지석진이 우수상을 받았고, 송지효과 개리가 최우수상을 받았다. 중국 소후TV에서 생중계됐던 만큼 <런닝맨>에 대한 관심은 더 높을 수밖에 없었다. 지석진은 중국노래를 불러 팬서비스를 하기도 했다.

 

관심도 지대했고 최고의 상도 받았으나 정작 임형택 PD나 유재석이 절치부심하는 모습은 보인 건 왜였을까. 중국판 <런닝맨>이 엄청난 화제를 모으며 예능 한류의 새로운 길을 트고 있는 반면, 국내의 <런닝맨>은 과거의 영광에 비해 소소해진 까닭이다. 유재석이 동시간대 1의 각오를 다질 만큼 시청률도 뚝 떨어졌고 화제성 역시 많지 않은 편이다.

 

<런닝맨>이 이렇게 된 건 초창기 시도했던 다양한 게임 도전이 어느 순간부터 게스트를 초대해 벌이는 단순한 게임의 반복으로 바뀌기 시작하면서부터였다. 물론 그 상황을 이해할 수 없는 건 아니었다. 예를 들어 <셜록>을 끌어와 시도했던 추리 게임이나, 초능력자 콘셉트로 의외의 재미들을 만들었던 초능력 게임들은 굉장한 화제를 만들었지만 일반 시청자들에게는 낯설다는 평가를 받았던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마니아적인 느낌을 벗어나려 했던 것이 <런닝맨>이 평이해진 이유가 되었다.

 

하지만 그렇게 몇 년이 지나가는 사이 <런닝맨>은 시청자들의 흥미를 끌지 못하는 프로그램이 됐다. <무한도전>의 한 지류라고 할 수 있는 추격전 콘셉트를 가져와 무한 게임 도전이 될 것 같았던 <런닝맨>은 야외에서 벌이는 그저 그런 소소한 게임 예능으로 전락하는 모습이었다.

 

사실 중국에서 <런닝맨>이 화제가 되지 않았다면 폐지될 가능성이 높은 프로그램이었다. 하지만 중국의 인기는 국내의 <런닝맨>을 되살려야 하는 새로운 이유가 되었다. 최근 들어 <런닝맨>은 조금씩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100 vs 100’ 특집처럼 인해전술을 써보기도 하고, <무한도전>에서 실패했던 좀비특집으로 화제가 되기도 했다. 또 추억의 <X>을 소환해와 <런닝맨>과 콜라보레이션하는 시도를 보여주기도 했다.

 

올해의 <SBS 연예대상>의 유재석, 김병만 공동수상은 초유의 결과라는 점에서 당사자들도 또 시청자들도 깜짝 놀라게 만들었다. 둘 다 받을만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지만 둘 다 준 건 무리했다는 얘기가 나온다. 사실이다. 시청자들 입장에서 보면 그래도 공동수상은 상을 받아도 찜찜해지는 결과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SBS 입장에서 보면 공동수상에 그만한 노림수가 있다는 건 분명하다. MBCKBS에서 모두 대상을 받지 못한 유재석이 SBS에서 대상을 받았고, 그가 내년의 각오로써 화답했다는 건 의미가 깊다. 또한 김병만은 그간 <정글의 법칙>으로 해온 독보적 행보는 물론이고 <주먹 쥐고 소림사>에 이어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새로운 도전에 대한 격려로서 대상의 의미는 충분했다 여겨진다. 결국 SBS 연예대상의 공동수상은 무리를 하면서도 이 두 사람을 전면에 포진시키는 효과를 만들어냈다.

 

흥미로운 건 지금껏 어디서도 보이지 않았던 유재석의 절치부심이 과연 내년에는 어떤 결과를 만들어낼 것인가에 대한 궁금증이다. 그는 과연 각오를 다진 대로 동시간대 1위 기록을 달성할 수 있을까. 또 주춤해진 관심을 다시 새로운 시도들로 끌어 모을 수 있을까. 내년의 <런닝맨>과 유재석의 행보가 자못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런닝맨>, 새로운 변화를 준비 중이라면

 

<런닝맨>이 무언가 달라지고 있다. 아직까지 그것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말하긴 어렵다. 이제 그 변화가 시작되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단지 이벤트성으로 한두 번 새로운 시도를 한 것인지 확인되려면 조금 더 두고 봐야 알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런닝맨(사진출처:SBS)'

‘100 vs 100’ 콘셉트로 시도된 지지난 번 아이템은 실로 무리하다 싶을 정도로 그 새로운 의욕을 느낄 수 있었다. 액션배우, 씨름선수, 프로레슬러, 유도선수, 태권도단으로 꾸려진 100명의 적수들과 출연자들이 즉석에서 모은 친구들과 100명이 대결을 벌인다는 시도는 금세 그것이 엄청난 혼돈을 가져온다는 걸 보여줬다. 유재석이라는 발군의 MC가 있지 않았다면 자칫 어려운 손님들을 모셔놓고 병풍들만 잔뜩 만들 수 있는 위험성이 있었다. 물론 유재석은 역시 위기에도 강한 면모를 보여줬지만.

 

하지만 이 ‘100 vs 100’ 콘셉트는 확실히 지금껏 <런닝맨>이 해왔던 방식과는 조금 다른 모습이 들어있었던 게 사실이다. 늘 해왔던 패턴들인 게스트가 출연하고 그들이 함께 게임을 하는 모습은 같았지만, 많은 인원들이 모이게 되자 의외로 잘 알려지지 않은 인물들이 소개되었다는 점이다. <런닝맨> 패턴 안에서 점점 대중들의 시선에서 멀어진 가장 큰 건 게스트 홍보성 프로그램이라는 시각 때문이었다. 이런 시각 안에서 이들이 벌이는 놀이 한 판은 저들만의 놀이가 되어버린다.

 

물론 이미 중국에서는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고 국내에서도 그 존재감을 확실히 만들어온 <런닝맨>이 게스트를 데려왔을 때 홍보는 어쩔 수 없는 따라붙는 일이 될 수 있다. 하지만 그 홍보가 시청자들이 보기에도 고개가 끄덕여질만한 대상에게 이뤄지는 것과 이미 유명한 스타들을 초빙해 그 후광효과를 가져가려는 것과는 사뭇 다를 수밖에 없다. 물론 스타들 역시 방송을 통해 홍보효과가 있으니 윈윈이라고 말할 수 있지만, 여기서 중요한 건 방송사 좋고 스타들 좋은 일이 과연 시청자들에게도 좋은 일인가 하는 점이다.

 

그런 점에서 보면 이번 <웃찾사> 팀과의 개그 레이스 미션은 그 게스트가 알게 모르게 고생하는 개그맨들이라는 점에서 시청자들의 공감을 사기에 충분했다. ‘100 vs 100’처럼 이번 콘셉트 역시 우리가 잘 몰랐던 <웃찾사>의 개그맨들의 면면들을 한바탕 함께 어우러지는 게임을 통해 알 수 있었고, 나아가 그들의 고충까지도 이해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것은 이제 어느새 최고의 위치에 오르게 된 <런닝맨>이 그저 그 패턴의 반복에만 머물 것이 아니라 갖게 된 위치만큼 낮은 곳에 있는 이들에게 나눠줄 수도 있다는 걸 확인한 순간이 아닐 수 없다. 어찌 보면 놀이와 웃음보다 먼저 <런닝맨>에게 필요한 건 그들이 그렇게 게임을 하며 즐기는 것에 대한 공감대가 아닐까 싶다.

 

물론 <런닝맨>이 초창기에 보였던 많은 모습들은 일과 놀이에 대한 우리의 편견을 깨주기에 충분했다. 일터로만 여겨지는 공간에서 이름표 떼기 같은 놀이를 하는 모습은 그 자체로 통쾌한 면이 있었다. 하지만 이제 그 틀을 어느 정도 깨버리고 제 위상을 세운 <런닝맨>이 해야 될 일은 놀이가 해줄 수 있는 또 다른 역할들이 아닐까.

 

힘겨운 현실이라고 한다. 그러니 그 힘겨움 속에서 웃음을 잃고 감히 놀이를 즐길 여유조차 없는 이들이 실로 많을 것이다. <런닝맨>은 이제 그런 사람들과 그런 공간을 찾아가 보는 건 어떨까. 잘 나가는 스타 연예인들을 데려와 그들끼리의 놀이에 몰두할 일이 아니다. 이미 한참 멀리도 달려왔지만 <런닝맨>은 아직도 달리지 않은 곳이 더 많이 남아있다



표절논란에서 불통으로 불똥 튄 윤은혜

 

다음 주가 기대되지 않나요? 사실 한 번 1등 한 것뿐인데 마치 내가 늘 1등 한 것처럼 얘기하네요. 어쨌든 감사합니다. 히히의상 표절 논란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던 윤은혜가 웨이보에 올린 짧은 글 하나는 오히려 논란의 불씨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되었다. 동문서답(東問西答). 표절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는데 난데없는 ‘1등 운운이라니.

 


윤은혜(사진출처:KBS)

국내에서의 윤은혜에 대한 대중들의 감정이 극히 안 좋은 상황에 히히라는 장난스러운 문구를 덧붙인 건 대중들에 대한 무시를 넘어 차라리 도발에 가깝다. 대중들이 심지어 정신적인 문제를 갖고 있는 건 아니냐는 의구심까지 표현하는 데는 그런 감정적 도발이 야기한 불편함이 깔려 있다.

 

이 한 줄의 문구 속에는 마치 윤은혜의 관심사가 ‘1에만 쏠려 있는 듯한 인상을 남긴다. 이 이야기는 나아가 표절논란에는 무관심하다는 뉘앙스로 이어진다. 항간에는 윤은혜가 이 사태의 심각성 자체를 잘 모르고 있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그럴 법 하다. 이처럼 동문서답에 대중들의 감정 따위는 배려하지 않은 대응에 그 누가 고개를 끄덕일 수 있을까.

 

표절 논란은 윤은혜가 생각하는 것만큼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처음 윤춘호 디자이너가 문제제기를 한 의상만이 아니라 다른 의상 두 벌에 대해서도 표절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지금까지 네 벌을 만들었는데 그 중 표절 논란 혹은 의혹이 제기된 옷이 세 벌이라면 그건 분명 무언가 문제가 있다는 걸 말해준다.

 

하지만 문제가 이렇게 점점 비화하는 건 단지 의상이 비슷하다는 점 때문만이 아니다. 이번 사태에 대해 윤은혜와 소속사측이 해온 일련의 대응들이 하나 같이 대중들의 감정 따위는 들여다보지 않은 일방적인 주장이거나 무시로 비춰지고 있기 때문이다. 처음 소속사측이 했던 오히려 윤은혜라는 이름을 이용해 노이즈 마케팅을 하지 말라는 적반하장식의 대응이 그랬고, 이번 웨이보에 올린 거의 장난에 가까운 문구가 그렇다.

 

한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소속사가 밝힌 것처럼 그 웨이보에 올린 글이 윤은혜 본인이 했다고는 믿어지지 않는다. 또 중국 현지에서의 방송이 정신없이 돌아가다 보니 대응도 늦고 또 그 대응이 적절하지 않았다는 것에서도 일정 부분 이해가 가지 않는 건 아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이 정도의 소통 부재는 너무 심각한 건 아닐까. 제 아무리 윤은혜가 중국에서 바쁜 스케줄을 소화한다고 해도 요즘 같은 SNS시대에 제대로 된 사과의 말 한 마디를 던지는 게 그리 어려운 일일까.

 

소속사는 더 큰 문제다. 윤은혜가 자리를 비웠다고 해도 소속사는 이 문제에 대해 윤은혜를 대신해서라도 적극적으로 대중들과 소통하려는 노력을 보였어야 한다. 하지만 소속사가 오히려 더 불통의 이미지를 굳히고 있는 모양새다. 지금 현재 윤은혜의 소속사인 제이아미엔터테인먼트의 인터넷 사이트는 트래픽 초과 상태로 접속이 불가하다는 공지가 떠올라 있다. 어쩌다 이런 지경에까지 이르게 됐을까.

 

윤은혜 사태가 일파만파 커진 가장 큰 이유는 콘트롤 타워의 부재다. 애초에 표절 논란 같은 문제의 불씨를 만들지 않았어야 한다는 것이 그 첫 번째지만 이런 문제는 언제든 터져 나오는게 요즘 세상이다. 그러니 소속사가 필요한 것이 아니겠나. 물론 표절이 사실이라면 그건 윤은혜의 도덕적인 문제가 되겠지만 그게 아니라면 이건 대중들과의 소통 능력이 부재한 소속사의 부실한 대응이 만들어낸 문제일 수 있다.

 

물론 기획사에 따라서 연예인이 사실상 모든 걸 결정하는 슈퍼갑인 경우가 적지 않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논란의 불씨가 커져가는 것 정도는 일단 잡아놓고 윤은혜의 직접적인 목소리를 듣게 해줬어야 하는 게 아닐까. 중국 방송으로 국내에서 자리를 비운 사이, 윤은혜는 점점 더 돌아올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암살>, 상업성과 역사 사이의 절묘한 줄타기

 

일제강점기를 오락물로 풀어내는 건 가능한가. 사실 영화는 어떤 시기든 소재로 담을 수 있다. 하지만 일제강점기라는 시간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즉 이 시기를 다루는 방식은 대부분 민족주의적인 입장이었던 것이 사실이다. 반일감정을 자극하고 애국주의적인 시선을 담아내는 방식. 그러니 일제강점기를 소재로 하는 콘텐츠는 비장한 분위기를 자아낼 수밖에 없었다.

 

사진출처:영화<암살>

하지만 <암살>은 일제강점기라는 시기를 가져오지만 그것을 암울하고 비장하게만 다루지는 않는다. 나아가 이 영화는 케이퍼 무비(Caper movie. 범죄 영화의 하위 장르 중 하나로, 무언가를 강탈 또는 절도 행위를 하는 모습과 과정을 상세히 보여주는 영화)의 장르적 성격을 취하고 있다. 이것은 <도둑들>을 통해 케이퍼 무비의 성공방정식을 보여준 최동훈 감독의 장기이기도 하다.

 

조선주둔군 사령관인 카와구치 마모루와 친일파 강인국(이경영)을 암살하려는 독립군의 이야기. 하지만 이 이야기 속에 마치 만주 웨스턴의 캐릭터들을 보는 듯한 저격수 안옥윤(전지현)이나 속사포(조진웅), 하와이 피스톨(하정우) 같은 인물들이 대거 등장한다. 이들은 저마다의 욕망과 목표를 갖고 이 암살의 과정 속에 뛰어들어 이야기를 다채롭게 만들어낸다.

 

케이퍼 무비의 특성 중 하나인 배신 역시 빠지지 않는다. 하지만 그 배신은 사적 관계의 배신이 아니라 국가와 민족에 대한 배신이라는 점에서 다시금 일제강점기가 갖는 비장함과 맞물린다. 그래서 이 케이퍼 무비가 갖는 유쾌함은 일제강점기의 비장함과 얽혀 기묘한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이것은 <암살>이라는 영화가 가진 가장 빛나는 지점이면서 동시에 가장 상업적인 지점이기도 하다. 이 영화는 철저히 상업적인 지향을 보여준다. 그것은 일제강점기라는 사뭇 우리의 감정을 자극하는 시기를 끌어오면서도 그 안에 오락적인 재미를 펼쳐놓는 최동훈 감독의 연출을 통해 극명하게 드러난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그 밑바탕에는 당대의 독립군들이 가졌을 그 암담함과, 초개처럼 자신을 던지는 그 비장함이 주는 먹먹함 역시 느껴진다. 그것을 가장 짧게 인상적으로 그려낸 건 암살 미션을 받고 떠나기 전 안윤옥과 속사포 그리고 황덕삼(최덕문)이 함께 포즈를 취하고 사진을 찍는 장면이다. 그들은 마치 죽음을 향해 달려가는 사람들처럼 카메라 앞에서 비장하다. 하지만 카메라 셔터가 눌려지기 직전, 그들은 애써 웃음을 짓는다. 어딘지 어색하면서도 진심이 느껴지는 그 장면은 영화 전체가 케이퍼 무비의 오락 속으로 빠져 들어갈 때도 마음 한 구석에 이물감처럼 남는다.

 

배신과 처단은 물론 케이퍼 무비 특유의 장르적 재미를 담고 있지만, 동시에 일제강점기가 끝나고도 친일파 청산을 제대로 하지 못한 우리네 아픈 역사를 되돌아보게 만든다. 물론 케이퍼 무비의 오락적 요소들을 극점까지 보여준 후, 이렇게 역사적인 문제로 마무리하는 것 역시 상업적 선택이다. 그것은 과거 민족주의적인 관점으로 일제강점기를 다루던 콘텐츠들이 대중들을 격동시키던 그 이야기방식을 닮아있다.

 

<암살>은 또한 다분히 중국시장을 겨냥하고 있다. 전지현이라는 배우를 전면에 내세운 건 우연이 아니다. 이미 <별에서 온 그대>로 중국에서 열풍을 만들어낸 전지현이 아닌가. 게다가 영화는 일제와 싸우다 스러진 독립군의 이야기를 담는다. 상하이를 배경으로 일제와 싸우는 액션이란 중국의 관객들에게도 충분히 어필될 수 있는 이야기다.

 

이처럼 <암살>은 잘 계산된 상업적인 영화의 모범답안 같은 면면을 갖고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것이 재미에만 치우쳐 일제강점기와 현재를 바라보는 의미를 놓치고 있다는 얘기는 아니다. 어찌 보면 <암살>은 그 상업성과 역사 사이의 절묘한 줄타기를 성공적으로 그려내고 있는 작품처럼 보인다. 일제강점기를 오락물로 풀어낸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지만, <암살>은 그 가능성을 놀라운 균형감각으로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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