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도><1>이 여전히 최고인 이유

 

MBC <무한도전>은 떨어지는 시청률과 음주운전으로 인한 길의 하차 등으로 위기론이 대두된 적이 있다. 물론 <무한도전>의 위기론은 늘 조금씩 있어왔다. 팬덤의 힘에 의한 마니아 예능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얘기도 나왔다. 하지만 그 때마다 <무한도전>은 마치 화답하듯 새로운 아이템을 들고 나와 건재함을 과시했다.

 

'무한도전(사진출처:MBC)'

이번 선거특집<무한도전>에 한꺼번에 쏟아진 위기론을 일거에 불식시키고 명불허전’ <무한도전>의 위용을 다시금 보여주었다. 그저 그런 순위 아이템으로 생각했던 선거특집에는 세월호 참사는 물론이고 선거만 되면 보여주던 정치인들의 백태가 날선 풍자로 다뤄져 호평을 받았다. 게다가 실제와 거의 같게 진행된 투표는 지방선거와 맞물려 시의적절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또한 45만 여명의 투표를 받은 <무한도전>은 대중들의 변하지 않은 사랑까지 확인하게 된 셈이었다.

 

선거특집이 향후 10년을 이끌어갈 차세대 리더를 뽑는 과정을 통해 강조한 것은 <무한도전>의 초심이었다. 늘 시청자들의 의견을 경청하고 준엄한 꾸짖음조차 겸허하게 받아들이는 자세를 차세대 리더로 뽑힌 유재석은 곤장을 맞는 퍼포먼스로 보여주기도 했다. 논란을 만들었던 노홍철 장가가기프로젝트는 김태호 PD가 직접 곤장을 맞는 모습을 통해 앞으로도 책임지는 <무한도전>이 될 것을 은연 중에 드러내기도 했다.

 

선거 특집에 이어 방영되는 배고픈 특집역시 <무한도전>의 초심에 가까운 프로젝트로 여겨진다. 아마존에서 온 원주민으로 분한 <무한도전> 멤버들이 서울이라는 도심에서 벌이는 생존의 이야기는 독한 미션으로 돌아간 듯한 느낌을 준다. 이 아이템은 그 상황이 주는 큰 웃음은 물론이고 서울을 낯설게 바라볼 수 있는 의미 있는 시간이 될 가능성이 높다.

 

<12>은 유호진 PD가 새 사령탑이 되면서 부활했지만 갑자기 터진 세월호 참사로 인해 다시금 위기상황에 놓여지기도 했다. 하지만 이러한 위기상황에서 <12>의 선택은 초심으로 돌아가자는 것이었다. 과거 7년 전 첫 여행을 떠났던 영동으로 똑같은 콘셉트를 갖고 떠난 여행에서는 현재의 <12>이 있기까지 있었던 7년 간의 행적이 추억처럼 묻어났다.

 

뿌리 찾기 여행이라고 지칭한 것처럼 <12>은 자신들의 뿌리를 확인함으로써 앞으로 나갈 수 있는 새로운 동력을 모색하는 시간을 가졌다. 첫 복불복을 그대로 재연하면서 느낀 그 초심은 아마도 새로운 멤버들이나 제작진에게 의미 있는 시간이었을 것이다. 그것은 또한 7년 간이나 <12>을 봐온 시청자들에게도 마찬가지의 소회를 안겨주었다.

 

9년차 <무한도전>7년차 <12>. 결코 짧은 시간이 아니다. 그간 무수히 많은 위기들이 있었지만 그것을 뛰어넘을 수 있었던 건 최근 초심 찾기에 나선 이들 프로그램들의 그 한결같은 마음 때문이 아니었을까. 늘 정상의 위치에서도 첫 발의 그 느낌을 잊지 않는다는 것. 그리고 언제든 그 초심으로 돌아갈 자세가 되어 있다는 것. 이것이 그 오랜 시간을 지나오면서도 <무한도전><12>이 여전히 최고인 이유일 것이다.

<정글의 법칙>, 조작 논란이 가져온 후폭풍

 

만일 조작 논란이 없었더라면 어땠을까. 아마도 <정글의 법칙> 뉴질랜드편은 훨씬 더 흥미로웠을 지도 모른다. 뉴질랜드라는 무수한 판타지 영화에 등장했던 공간이 주는 막연한 동경이 있었을 것이고, 그 안에서 마치 대본 없이 찍은 한 편의 영화처럼 병만족의 ‘초심으로 돌아가자’는 원시 체험이 강렬한 인상을 주었을 것이다.

 

'정글의 법칙'(사진출처:SBS)

전사의 후예, 마오리족이 주는 강인한 인상이 뉴질랜드라는 나라에 대한 이국적인 정서를 만들어냈을 것이고, 그들에게 배우는 생존기술 또한 좀 더 팽팽한 긴장감을 동반했을 지도 모른다. 그렇게 아무 것도 없이 석기시대로 돌아간 초심의 이야기는 거꾸로 그 자체가 우리가 문명의 빛에 가려, 잊고 있었던 풍족한 자연에 대한 경외감을 불러 일으켰을 게다.

 

하지만 조작 논란의 여파는 컸다. <정글의 법칙>은 굳이 공개하지 않아도 될 제작과정을 공개할 수밖에 없었다. 장소 헌팅을 하는 과정에서 최대한 야생에 가까운 공간을 찾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이른바 ‘여행지 논란’을 사전에 차단할 수밖에 없었고, 마오리족에 대한 현대사를 미리 알려줌으로써(사실 이건 이미 누구나 아는 일일 것이지만 그래도 굳이) 원주민 섭외에 대해 생길 수 있는 논란을 미리 막을 수밖에 없었을 게다.

 

당연한 일이다. 조작 논란이 생겼으니 그만큼 예민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렇게 모든 제작과정을 낱낱이 드러내는 편집은 그 자체로 방송의 재미를 떨어뜨릴 수밖에 없다. 마치 영화를 보는데 영화 제작과정이 중간 중간 삽입되어 그 장면을 설명하는 것과 같다. 기왕에 논란이 생긴 상황에서 <정글의 법칙> 제작진이 어쩔 수없이 취할 수밖에 없는 편집이지만 이것은 어찌 보면 이 프로그램의 재미 또한 상당부분 희생될 수 있는 편집이 아닐 수 없다.

 

그나마 <정글의 법칙> 뉴질랜드 편에서 다행스러운 것은 이러한 논란이 벌어지기 전이었지만 병만족이 스스로 ‘초심으로 돌아가자’는 석기 체험을 선택했다는 점일 것이다. 아무 것도 없는 원시상태로 돌아가 생존하는 모습을 굳이 보여주겠다고 한 것은 이들의 방송에 대한 열정을 보여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고생스러워도 석기로 살아남는 체험을 보여주겠다는 것.

 

중요한 것은 이것을 대중들이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의 문제다. 만일 이 체험을 ‘리얼리티’의 측면만을 주목해서 바라보게 되면 실제가 그렇지 않다고 하더라도 자꾸만 의심과 조작의 눈초리로 보게 될 것이다. 그것은 이미 조작 논란이 불거지면서 대중들에게 생겨난 선입견에서 비롯된다. 이런 선입견으로 바라보면 이 체험은 생고생에도 불구하고 그다지 흥미를 주기 어려울 수도 있다.

 

하지만 이들이 왜 굳이 ‘초심으로 돌아가자’고 말하고, 며칠 동안의 석기체험을 하는가 하는데 대한 이유와 의미를 생각한다면 조금 다른 관전 포인트의 재미를 얻을 수도 있다. 결국 그 원시체험을 대리경험하면서 우리가 사는 문명이 주는 편리함이 새삼 떠오를 수도 있을 것이고, 또 문명 이전의 우리네 인류를 살아남을 수 있게 해준 자연(마오리족은 땅을 모든 걸 나게 하는 여자 즉 어머니로 보았다)에 대한 고마움을 생각하게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즉 어떤 시각으로 보느냐에 따라서 <정글의 법칙>은 이제 그 재미와 의미가 달라지게 되었다는 점이다. 모든 방송 리얼리티 논란이 다 그렇지만, 이것은 일종의 약속이 파괴된 데서 생겨나는 것이다. TV는 결국 ‘진짜 일거야(리얼이 아닌 리얼리티)’라고 시청자와 제작자 사이에 암묵적인 약속을 하는 것으로 그 재미를 줄 수 있는 매체가 아닌가. 물론 의도적인 조작은 비판받아 마땅하지만 그렇다고 방송 그 자체를 완벽한 리얼이라 생각하는 건 너무 순진한 생각일 것이다.

 

마치 동화의 한 장면처럼 <정글의 법칙>은 그 리얼리티를 믿는 사람에게만 보이는 프로그램이 되었다. 하지만 드라마든 영화든 혹은 다큐멘터리든 예능이든 그 재미는 바로 이 ‘리얼리티에 대한 암묵적인 믿음’에서 비롯되는 것일 게다. 이미 방송은 촬영되었고 그 촬영분량은 아무래도 조작 논란의 영향 하에서 상당 부분 이야기의 재미를 포기한 채 편집되어 방영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것을 어떻게 볼 것인가 하는 건 이제 시청자들의 몫이 되었다.

<정글>의 초심은 다큐가 아니라 예능이다.

 

<정글의 법칙(이하 정법)> 뉴질랜드편의 짧은 예고 속에서는 이번 논란의 시발이 되었던 박보영이 “언니 나 이거 안하면 안돼?”라고 하는 말이 짧게 삽입되었다. 아마도 뉴질랜드라는 우리들이 생각하기에 멋진 풍광의 지상낙원에서 뜻밖의 상황을 맞이한 그들이 겪게 되는 고생담이 이어질 것이란 예고다. 부제도 ‘뜻밖의 여정’이다. 뉴질랜드를 배경으로 피터 잭슨 감독이 찍은 <호핏 : 뜻밖의 여정>에서 따온 부제겠지만, <정법>이 뉴질랜드에서 맞닥뜨린 뜻밖의 상황을 말하는 제목이기도 할 것이다.

 

'정글의 법칙'(사진출처:SBS)

어딜 가든 여전히 힘들고 고생스러운 것은 아마도 <정법>의 현실일 게다. <정법> 아마존편의 마지막회에서 제작진들의 고생담을 편집해서 보여준 것은 이번 논란에 대한 제작진의 안타까움이 묻어난다. 정글에서 넘어지면서도 카메라를 놓지 않고 끝까지 촬영에 임하고, 때론 온몸이 긁혀 피가 나도 촬영을 포기하지 않는 제작진의 모습 속에는 논란에도 불구하고 그 고생담이 진짜라는 걸 보여주고픈 <정법>의 안간힘이 느껴진다.

 

사실 국내에서 1박2일로 여행을 간다 해도 그것이 촬영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면 그 자체도 고생일 수밖에 없다. 하물며 해외에서 20여일 가까이 강행되는 촬영은 오죽할까. 하지만 제 아무리 고생이라고 해도 그 안에서 느끼는 행복감도 있기 마련이다. <정법> 아마존편의 마지막회는 정글 속에서 오히려 느끼는 행복을 잘 보여주었다.

 

마지막날을 위해 김병만이 민물새우를 어떻게든 잡으려는 그 의지는 이미 가족이 된 병만족에 대한 그의 애정이 그대로 묻어났고, 그렇게 잡은 새우와 사유지 주인이 제공한 통돼지로 바베큐 파티를 벌이는 장면이나, 박솔미가 한 자 한 자 적어 보낸 진심어린 편지를 읽는 장면에서는 정글이기 때문에 더 느낄 수 있는 행복이 있다는 걸 보여주었다.

 

그리고 이것은 어쩌면 <정법>이 작금의 논란을 넘어설 수 있는 길처럼 보이기도 했다. 물론 제작진에게 정글에서 겪는 고생담은 상상을 초월할 수 있지만 적어도 프로그램에 있어서는 고생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드러내주는 것. 정글에서도, 아니 정글이기 때문에 느낄 수 있는 행복감을 알려주는 것은 <정법>이 지금 현재 처한 현실에서 어쩌면 꽤 중요한 일이 될 수 있다.

 

다큐적인 요소와 예능적인 요소가 섞여있는 것이 바로 <정법>만의 특징인 것은 사실이지만 그래도 그 둘 중 어디에 더 가까운가를 말하라면 아마도 예능일 것이다. 그 곳이 정글이라고 해도 우리는 여전히 김병만과 병만족을 통해 어떤 웃음을 기대한다. 사실 이 부분은 <정법>만이 갖는 특별한 매력이기도 하다. 처음 <정법>이 아프리카의 악어섬에 들어갔을 때도 우리를 놀라게 했던 것은 그 힘겨운 상황이 아니라 그 상황 속에서도 심지어 콩트에 가까운 예능을 선보이던 김병만의 모습이었다. 정글에서도 여전한 달인의 모습에 <정법>에 대한 기대감도 커졌던 것.

 

그 진위가 어떻든 이미 진정성이 훼손되어버린 상황에서 <정법>의 고생담은 어쩌면 시청자들에게 그다지 어필하지 못할 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실제로 겪은 고생담을 의도적으로 편집해낼 수도 없을 것이다. 그것은 거기서 실제 고생한 출연진과 제작진에 대한 예의가 아닐 테니 말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정법>이 작금의 어려운 상황 속에서 어떤 돌파구를 찾기 위해서는 그것이 고생담만이 아니라 그 안에 즐거움과 설렘, 심지어 행복감을 느낄 수 있는 요소들이 함께 했다는 것을 균형 있게 보여주는 일이다.

 

고생을 강조하다 보면 자칫 다큐적인 요소가 전면에 강조될 수 있다. 이것은 작금의 <정법>에게는 그다지 좋은 선택이 아닐 수 있다. 고생 보다는 ‘뜻밖의 여정’에서도 느낄 수 있는 행복감과 여유를 동시에 보여줘야 한다. 그리고 물론 고생스럽기는 하지만 이것이 결국은 예능이라는 것을 자연스럽게 드러내줘야 한다. 그러려면 그간 공개되지 않았던 정글에서 다른 곳으로 이동할 때 갖게 되는 휴식조차 프로그램의 일부로 끌어들이는 과감함이 필요하지 않을까.

 

고생과 휴식의 자연스러운 병치는 그 자체로 다큐와 예능의 상승효과를 만들어낼 수도 있다. 정글의 야생과 고생만을 집중해서는 정글이 또한 제공할 수 있는 행복감을 놓칠 수 있다. 마치 그 어떤 상황 속에서도 웃음을 전하려 애쓰던 영화 <인생의 아름다워>의 로베르토 베니니처럼, 혹은 달인이 되기 위해서 그토록 고생을 하면서도 그 고생담을 얘기하기보다는 대중들에게 오히려 웃음을 제공해왔던 김병만처럼, 정글 속에서도 웃음과 행복감을 전해 주려할 때, <정법>의 훼손된 진정성은 어쩌면 회복될 수 있을 지도 모른다. 속으로는 울고 있어도 겉으로는 웃음을 주는 예능의 정신으로 돌아가는 것. 그것이 진정한 <정법>의 초심이 아닐까.

변화보다는 초심을 추구한 <스타킹>, 강호동의 귀환

 

강호동은 <스타킹>으로 복귀하는 무대에서 과거 결과에 일희일비했던 자신을 반성했다. 방송출연을 하지 않는 동안, 그저 방송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행복인가를 깨달았다는 것. 결과보다는 과정 그 자체가 축복이라고 그는 얘기했다. 그래서였을까. 강호동은 물론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지만 그렇다고 부담감 때문에 지나치게 위축되거나 과장된 모습을 보이지는 않았다. 그저 예전처럼 늘 그래왔던 강호동의 모습이 거기 있었다.

 

'스타킹'(사진출처:SBS)

<만남>을 피아노로 연주하는 이벤트는 있었지만 강호동은 곧바로 <스타킹> 초창기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었다. <스타킹>의 형식도 아예 최초의 모습으로 돌아간 느낌이 강했다. 그간 <스타킹>은 어떤 위기의식을 가졌었던 것이 분명하다. 이미 우후죽순 각양각색의 오디션 프로그램들이 난립하게 되면서 <스타킹>은 너무 소소한 오디션처럼 여겨지게 되었던 것이 사실이다. 여기에 강호동이 빠져나가면서 그 힘이 급격히 빠져버렸던 것.

 

강호동이 첫 복귀 프로그램으로 <스타킹>을 지목했을 때 의외라고 생각됐던 것은 이처럼 이 프로그램이 하향곡선을 긋고 있다고 여겨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강호동이 복귀하는 <스타킹>은 과거와는 확연히 다른 새로운 형식이 될 거라 예측되기도 했다. 하지만 웬걸? <스타킹>은 새로움을 보여주기보다는 본래 초심으로 더 돌아갔다. 각종 오디션 프로그램과 대결하기보다는 <스타킹> 본연의 힘에 집중하기로 한 것.

 

리틀 싸이로 전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는 황민우군을 첫 무대에 세운 건 여러 모로 <스타킹>의 저력을 잘 보여준 선택으로 여겨진다. 황민우군은 다름 아닌 <스타킹>이 배출한 스타가 아닌가. 5살 때 <스타킹>에 출연해 보여준 그 끼는 7살의 리틀 싸이로 그를 성장하게 만들었다. 강호동은 특유의 리액션과 교감으로 그를 더 돋보이게 만들었다. 황민우군이 무릎을 꿇고 눈높이를 맞추고 있는 강호동의 양 볼 살을 잡아 돌리는(?) 장면은 강호동만이 가능한 리액션이다.

 

두 번째로 나온 봉투의 달인과 2PM의 봉투 붙이기 대결 역시 <스타킹> 본연의 모습에 가까웠다. 그것은 그저 출연자들을 무조건 상찬해주기보다는 어떤 대결을 통해 그 놀라운 실력을 돋보이게 해주는 방식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일반인 출연자와 대결을 벌이는 연예인이 얼마나 준비를 해왔고 또 얼마나 전력을 다하느냐다. 2PM은 몇 주 간 봉투 붙이기 연습을 실제로 해와 달인과 대결했고, 그랬기 때문에 그 과정은 더 흥미진진할 수밖에 없었다.

 

첫 무대가 흥을 돋워주었고, 두 번째 무대가 훈훈함과 놀라움을 동시에 안겨주었다면 마지막 무대에 나온 발달 장애를 가진 천재 피아니스트 민우군은 <스타킹> 본연의 감동을 선사했다. 피아노 연주가 주는 감성적인 분위기 위에서 이루마와 함께 가진 민우군의 합동 연주는 음악만으로도 충분한 <스타킹>만의 교감의 묘미를 만들어냈다. 결국 <스타킹>은 특별한 형식 변화를 갖기보다는 본래 형식을 강화하는 방식을 선택했고, 그것은 충분히 효과를 거둘 수 있었다.

 

그렇다면 그 위에서 새롭게 복귀한 강호동은 어떤 역할을 했을까. 강호동은 기존 <스타킹>이 보여준 리액션의 강도를 확실히 높여 놓았다. 먼저 무대가 주는 에너지를 높여놓았고, 일반인 출연자들과 연예인들을 밀고 당기며 분위기를 띄웠다. 그리고 이것은 새로운 것이 아니라 본래 강호동이 해왔던 그 모습 그대로다. 본인이 얘기한대로 결과보다는 과정 그 자체를 즐기는 모습은 <스타킹>만이 갖고 있던 본색을 찾게 해주었다. 물론 이것은 첫 걸음일 뿐이지만, 그 첫 걸음으로서 <스타킹>의 무대는 강호동의 존재감을 확실히 알려주었다. 그가 돌아왔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