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느끼는 ‘유퀴즈’의 맛, 가슴이 따듯해졌다

유 퀴즈 온 더 블럭

“밤 10시에 한번 분만이 있어서 교수님께 전화를 드리고 애기 받고 집에 가셨는데, 한 1시쯤 또 분만이 있어서 또 전화를 드렸어요. 다시 집에 가셨는데 새벽 4시에 불러야 되는 상황이 온 거예요. 저는 그 때 너무 피곤하실 것 같고 너무 힘 드실 것 같았는데 그 때 분만장에 들어오시면서 콧노래를 부르면서 오시는 거예요. 그런 면이 되게 멋있고 환자를 진짜 엄청 사랑하시는 분이세요.” 

 

tvN <유퀴즈 온 더 블럭>이 ‘명의’편에서 소개한 산부인과 전종관 교수님에 대해 제자이자 지난 ‘슬기로운 의사생활’편에 출연하기도 했던 남궁혜륜 교수는 그렇게 말했다. 애초 ‘명의’라는 부제를 대놓고 달고 나왔을 때 약간의 선입견이 생겼던 게 사실이다. 그건 최근 워낙 여러 매체와 프로그램들을 통해 의사들이 등장하고(이른바 쇼닥터라는 말까지 생겼을 정도다) 그들에게 ‘명의’라는 칭호를 함부로 붙여 생긴 선입견이다. 

 

하지만 <유퀴즈 온 더 블럭>이 첫 출연자로 소개한 전종관 교수를 보자 그런 선입견은 눈녹듯 사라졌다. 오히려 이 프로그램은 진정한 ‘명의’란 무엇인가에 대한 진지한 질문을 던지고 있었다. 그 질문에 대해 전종관 교수가 보여준 건 한없는 환자에 대한 애정이다. 새벽에 계속 불러내도 콧노래를 부르며 기꺼이 분만실을 찾아갈 정도의 마음을 가진 의사. 

 

기억에 남는 환자를 묻는 질문에도 그의 답은 남달랐다. 그는 산모를 잃고 절망했던 사연을 들려줬다. 그런 일은 겪어보지 않으면 얼마나 괴로운지 모른다고 했고 그것 때문에 심지어 분만을 접는 의사도 많다고 했다. 전종관 교수는 “빚을 갚자는 생각”으로 “한 명이라도 더 살릴 수 있으면 살려야 되겠다”며 다시 시작했다고 한다. 그 산모가 결코 잊혀지지 않고 죽을 때까지 기억을 안고 가겠다며. 

 

산모에 대한 전종관 교수의 따뜻한 마음이 가장 크게 느껴진 건, 과학적 근거가 없는 속설로 얘기되곤 하는 산모가 안정을 취해야 한다거나, 혹은 태교를 해야 한다거나 하는 이야기를 강하게 거부하는 모습에서였다. 전종관 교수는 실제로 임신 12주까지 아기가 잘못 되는 경우가 많긴 하지만 그것이 안정을 취하지 않아서가 결코 아니라고 했고, 또 태교 역시 근거가 없는 일이라 권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런데 거기에 담긴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일하는 여성들이나 태교를 할 시간이 없는 여성들이 이 때문에 죄책감을 갖고 또 아이가 이상이 생겼을 때 태교를 하지 않아서 그런 일을 겪는 게 아니냐는 생각까지 하게 만들어서라고 했다. 전종관 교수는 그런 죄책감을 가질 필요가 없다는 것이었고 “엄마는 자기 일을 잘하면 그걸로 충분하다”고 했다.  

 

남다른 의술을 갖고 있어서보다는 남다른 환자에 대한 마음을 갖는 일. 그것이 명의라는 걸 실천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전종관 교수처럼 두 번째 출연자인 간담췌외과 강창무 교수 역시 “가족처럼 진료”하는 걸 자신의 모토로 삼고 있는 의사였다. 그런데 거기에는 남다른 사연이 있었다. 의과대 2년차 시절 어머니가 직장암 수술이 재발되어 마지막 한 달 간을 고생하다 돌아가신 경험을 한 것이었다. 

 

만일 “신의 손”이 있다면 무얼 하고 싶냐는 질문에 “정말 엄마를 살려주고 싶어요”라며 아이 같이 울먹이는 강창무 교수는 말기암 환자의 가족이었던 그 경험 때문에 환자와 그 가족들에 대한 남다른 마음을 갖고 있었다. 어머니가 책에 없는 가르침을 주고 떠나셨다고 생각하며 그 아픔을 이겨냈다는 그는 암이 생명을 끊을 수는 있겠지만 그렇다고 죽은 사람처럼 두려운 존재가 아니게 할 수는 있다고 말했다. 

 

환자의 마음에 대한 남다른 공감. 어쩌면 이것이 진짜 명의라는 걸 생식 내분비학 의사인 김미란 교수의 사례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본인이 유방암 투병을 했다는 그는 투병 와중에도 찾아오는 환자들을 봤다고 했다. 한 환자가 남긴 글에는 그가 얼마나 환자들의 마음을 생각하는지가 묻어난다. ‘내가 울먹이며 “잘 부탁드려요” 하니 웃으시며 발치에 있는 로봇기계를 가리키며 “저게 35억이야. 우리 00씨는 그것보다 가치 있는 사람이야.“하며 긴장을 풀어주셨다.’ 그는 이것이 자신이 환자로서 경험을 하면서 배운 것이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출연한 산간마을 슈바이처 양창모 선생님은 소양강댐 수몰지 주민을 위한 지원서비스의 일환으로 왕진을 해온 의사로 ‘의사로서의 일’이 단지 병을 고쳐드리는 것만이 아니라는 걸 들려줬다. 일일이 집집을 찾아다니며 진료만 보는 것이 아니라 계단을 만들어주기도 하고 난간을 만들기도 하며 때론 반찬 서비스도 해드리는 ‘돌봄’이 그가 해온 일들이었다. 관절염인데 좌식생활을 하는 어르신들을 위해 마을회관에 입식 테이블을 놔드리고, 미끄러워 자칫 넘어질 수 있는 화장실 바닥에 미끄럼 방지 패드를 붙여주는 일까지가 그가 하는 의사로서의 일이었다. “일어나볼 게요” 할 때 그제서야 커피를 내놓을 정도로 외로움을 느끼시는 산간마을의 어르신들을 이야기하며, 그는 명의가 “환자의 삶 가까이 있는 의사”라고 말했다. 

 

흥미로운 건 이번 ‘명의’ 편이 마치 <유퀴즈 온 더 블럭>이 애초부터 추구했고 또 앞으로도 가야할 길에 대한 초심을 담아낸 면이 있다는 점이다. 프로그램 말미에 방송을 정리하며 “명의란?”이란 자막을 넣은 <유퀴즈 온 더 블럭>은 그 답으로 ‘경이로운 탄생의 순간마다 언제든 준비가 돼 있는 의사(전종관)’, ‘의사이기 전에 환자의 보호자로 겪었던 애환 그 경험을 통해 마음을 어루만지는 의사(강창무)’, ‘타인의 아픔을 보듬기 위해 내 아픔을 누르고 진료에 나선 의사(김미란)’, ‘환자를 직접 찾아다니며 삶의 맥락 속에 고통을 짚어주는 의사(양창모)’를 제시했다. 

 

그러면서 ‘환자들에게 제 이름을 널리 알리기보다 환자들 이름 하나하나를 기억하려는 사람. 증상을 바라보는 것을 넘어 그것을 둘러싼 삶을 보는 사람. 명예를 좇기보다는 공감을 좇는 사람. 그럼으로 수많은 환자의 환부에 새살을 돋우는 사람. 굳이 저명하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타인의 삶에 따듯한 기억으로 남는 그 위대함의 또 다른 단어가 명의가 아닐까.’라는 답을 적어 넣었다. 

 

이 답은 <유퀴즈 온 더 블럭>이라는 위대한 서민들을 담아온 특별한 프로그램에게도 남다른 의미의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대단한 성공을 거둬 유명한 사람들보다는 제 자리에서 남다른 따듯한 마음으로 주변사람들에게 결코 작지 않은 희망을 전하는 사람들을 찾아내고 조명하는 것. 그래서 시청률 같은 수치가 아니라도 시청자들에게 따듯한 기억을 남는 그런 프로그램이 되는 것. 적어도 ‘명의’편이 보여준 그 위대한 초심을 앞으로도 계속 보고 싶다.(사진:tvN)

'골목식당' 백종원의 칭찬은 독이 되고 쓴소리는 약이 됐다는 건

 

백종원의 칭찬을 받았던 집은 신뢰를 저버렸고, 도리어 호된 질타를 받던 집은 더 믿음직해졌다? SBS 예능 <백종원의 골목식당>이 여름특집으로 보여준 긴급점검의 결과는 어째서 이런 반전을 보여줬을까.

 

서산 장금이라고까지 불리며 백종원의 총애를 받았던 돼지찌개집은 기대와 달리 큰 실망을 줬다. 물론 방송이 나온 후 사장님은 억울함을 토로했지만, 그래도 전반적으로 과거 그 가게가 보여줬던 훈훈한 풍경과는 달라진 건 분명해보였다. SNS에 올라온 후기에 담긴 실망 섞인 손님들의 반응처럼.

 

반면 방송 당시 워낙 센 모습을 보여줬던 사장님 때문에 불안 불안했던 서산 해미읍성 골목의 돼지곱창집은 걱정과 달리 한결같이 초심을 지키는 모습으로 백종원을 웃게 만들었다. 손님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음식도 변함이 없었다. 과거 방송 당시 백종원의 쓴소리를 들었던 가게가 맞나 싶을 정도로.

 

부천 롱피자집과 둔촌동 카레집 역시 방송 당시와 현재가 정반대의 상황이 되었다. 부천 롱피자집은 방송 당시 백종원의 복사기라는 칭찬까지 들으며 시키는 대로 모든 걸 지켜내려는 사장님의 모습을 보여준 바 있다. 그래서 계란을 활용한 새로운 피자 레시피를 알려주기까지 했지만 다시 찾아간 집은 위생도 최악이었고 사장님의 가게 관리도 소홀해졌다.

 

반면 방송 당시에는 그 누구보다 쓴 소리를 많이 들었던 둔촌동 카레집은 거의 모범답안에 가까운 가게의 성장을 보여줬다. 카레 맛은 한층 업그레이드 됐고 손님 응대나 보다 나은 음식을 제공하려는 마음에 있어서도 백종원을 흐뭇하게 만들었다. 마찬가지로 정릉 지짐이집 역시 방송 당시에 함께 가게를 운영하는 자매는 백종원의 호된 질책을 들었지만, 지금은 손발이 척척 맞아 돌아갈 정도로 잘 되고 있었고, 무엇보다 당시 거의 바닥이었던 위생상태의 놀라운 개선이 이뤄졌다.

 

어째서 이번 여름특집 긴급점검에서는 이런 반전들이 보여진 것일까. 거기에는 이런 극적인 변화를 보여준 가게들을 선정한 면도 작용했겠지만, 무엇보다 칭찬과 쓴소리의 역설이 작용한 면이 있었다고 보인다. 잘 한다고 극찬을 받았던 집들은 그 후로 손님들이 몰려 장사가 잘 되는 만큼 그 초심이 흐려질 위험성도 적지 않았다는 것.

 

하지만 쓴소리를 듣고 심지어 완벽한 솔루션을 제공했다기보다는 기본을 알려주고 알아서 업그레이드 해나가야 한다고 했던 카레집이나 지짐이집은 바로 그 점 때문에 가게가 계속 성장할 수 있었을 거라 여겨진다. 물론 저 포방터 시장에서 제주도로 이주하기까지 한 돈까스집처럼 극찬을 받고도 초심을 유지하기 위해 애쓰는 가게가 있지만, 그게 쉽지만은 않을 거라는 것이다.

 

그래서 이번 긴급점검이 보여준 메시지는 방송이나 솔루션이 가게의 매출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긴 하지만, 그것이 독이 아닌 득이 되기 위해서는 스스로를 다잡는 노력이 그 어느 쪽에서든 필요하다는 점이다.

 

그런데 이런 점은 <백종원의 골목식당>이라는 프로그램 자체에도 똑같이 적용되는 말일 수 있다. 최근 여름특집으로 마련된 긴급점검이 너무 지나친 자극적인 편집으로 비판을 받았다는 점이 그렇다. 가게들의 초심을 이야기하지만 프로그램 역시 초심을 지키려 노력해야 한다는 것. 이미 엄청난 영향력을 갖게 된 <백종원의 골목식당>에도 칭찬만큼 쓴소리가 필요한 이유다.(사진:SBS)

‘골목식당’, 백종원이 떠나면서도 끝까지 초심 강조한 이유

 

처음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이 군포 역전시장을 찾았을 때를 떠올려 보면 사람들이 줄을 서서 먹는 현재의 풍경이 놀라울 정도다. 처음에 충격적인 위생상태로 백종원도 시청자도 경악하게 했던 치킨 바비큐와 불막창집은 아예 업종을 닭꼬치 튀김집으로 변경했다. 금세 튀겨낼 수 있어 회전율이 좋기도 할뿐더러 기존 치킨 바비큐나 불막창에 비해 재료 관리도 간편해져 위생 관리도 용이해졌다.

 

닭꼬치 이야기가 그걸 튀기는 방식으로 하면 어떠냐는 아이디어가 더해져 만들어진 닭꼬치 튀김은 시장이라는 이 곳의 특성에도 잘 맞아 떨어졌다. 손에 간편하게 들고 다니면서 장을 볼 수 있는 메뉴이기 때문이다. 닭꼬치 튀김을 들고 다니는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시장의 전체 분위기를 좋게 만드는 선순환으로도 이어졌다.

 

이런 분위기 반전은 떡맥집(떡볶이+맥주)에서도 벌어졌다. 그저 평이한 떡볶이를 맥주와 함께 내놓던 이 집은 백종원으로부터 짜장떡볶이 레시피를 전수받고 특별함을 더할 어흥소스(매운 소스)를 추가함으로써 진정한 의미의 떡맥집으로 거듭났다. 떡볶이에 튀김을 안주로 놓고 둘러 앉아 맥주를 마시는 광경은 군포 역전시장의 매력적인 유인 요소가 될 수 있었다.

 

또 족발집은 백종원이 유명 족발집의 맛과 비교하게 해 더 나은 족발의 맛을 업그레이드시켰고, 여기에 모듬 내장을 새로운 메뉴로 추가시켜 이 집만의 특색까지 갖추었다. 지난주 방영된 방송에서는 최근 <이태원 클라쓰>로 주목받은 배우 안보현이 이 곳을 찾아 그 맛에 매료되는 모습을 보여줬다.

 

이렇게 군포 역전시장은 본래도 장사가 잘 안된 데다 코로나19까지 겹쳐 텅 비었던 그 초창기 모습과는 너무나 다른 시장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방송에 나왔던 그 음식들이 궁금해 찾아온 손님들로 줄을 섰고, 맛을 보며 만족해하는 모습이었다. 무엇보다 시장이 활성화된 그 광경은 시청자들도 흐뭇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이렇게 그저 좋게만 끝날 줄 알았다. 하지만 마지막 방송에 백종원은 일주일새 방심한 가게들에 덕담이 아닌 화를 내는 모습을 보였다. 초반에 워낙 호된 질타를 받은 닭꼬치 튀김집은 그 긴장감이 여전히 남아있어 청결과 위생을 습관화하고 있었지만, 지적보다는 칭찬을 많이 받았던 떡맥집과 족발집은 백종원의 따끔한 지적을 받았다.

 

애초 짜장떡볶이 레시피와 달라진 떡맥집에 백종원은 손님들이 몰려온다고 대충대충 하면 어떻게 하냐고 꼬집었고 그런 변화가 결국 가게를 망칠 수 있다는 걸 경고했다. 족발집은 손님들이 많이 늘어 미리 잔뜩 포장해 냉장고에 넣어둬 시든 상추를 백종원은 지적했다. 그런 초심과 멀어진 작은 변화들이 결국 안좋은 소문으로 이어지고 가게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거였다.

 

결국 지적을 받은 두 가게는 장사를 잠시 멈추고 초심을 다잡았다. 떡맥집은 만들어 놓았던 짜장떡볶이를 모두 버리고 원래 레시피대로 다시 만들어 내놨고, 족발집은 냉장고에 있는 상추들을 다 끄집어내 시든 건 버리고 나서야 장사를 재개했다. 마지막 방송이었고 떠나는 마당이었기 때문에 허전한 마음을 갖고 있던 가게 사장님들은 떠나면서도 끝까지 해준 백종원의 지적에 아파하면서도 공감했다.

 

거의 한 달 만에 환골탈태한 가게들이었고 그로 인해 변한 시장의 풍경이 아닐 수 없었다. 하지만 백종원은 그 변화가 끝이 아니라 이제 시작이라는 걸 분명히 했다. 변함없이 그 초심 그대로 자신을 다잡아가며 가게를 운영해야 방송하는 동안의 반짝 변화에 머물지 않을 거라는 것이다.

 

코로나19로 이제 위생과 청결은 강조할 때만 해야 될 일이 아니라 늘 지켜야 하는 일상으로 자리 잡았다. 방심하는 순간 늘 위기는 우리 옆에 존재한다는 것. 마찬가지로 <백종원의 골목식당>이 보여준 위기의 가게들은 솔루션을 통해 회생에 성공하지만, 그것 역시 방심하는 순간 또 다시 위기를 맞이할 수 있다는 걸 이번 군포 역전시장의 사례는 강조하고 있다.(사진:SBS)

‘골목식당’, 백종원이 긴급점검하자 그제야 초심인가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이 겨울특집을 맞아 시도한 거제도편 긴급점검은 백종원은 물론이고 시청자들마저 씁쓸하게 만들었다. 애초 손님만 오면 정성을 다해 초심을 잃지 않고 노력하겠다 약속했던 가게들이었지만, 1년도 채 되지 않아 엉망이 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보리밥과 코다리찜집은 곤드레 보리밥의 양이 현저하게 적었고 반찬들도 맛이 없는데다 빠금장도 뚝배기가 아닌 그냥 그릇에 담아 내주고 있었다. 코다리찜은 양념도 변했고 코다리 자체가 너무 짜서 이상한 맛이 난다고 했다. 과거 직접 코다리를 말려 내놓는다던 사장님은 코다리 상태가 이런 것도 잘 모르고 있었다.

 

손님들이 점점 줄어든 건 당연한 일이었다. 초심을 잃었고 그러니 애초의 맛도 바뀔 수밖에 없었다. 그 먼 곳을 일부러 찾아왔던 손님들이 SNS에 실망 가득한 후기들을 적어 올렸고 그건 가게에 손님이 줄어든 원인이 되었다. 그러면서 이 집 사장님은 백종원에게 여름철 메뉴에 대한 문의를 하기도 했다. 손님이 줄어든 원인이 본인에게 있으면서 또 다른 레시피를 원했던 것.

 

긴급점검으로 가게를 찾은 백종원의 얼굴을 보는 순간 사장님은 벌써부터 긴장한 티가 역력했다. 그리고 손님이 줄어든 것에 대한 이유로 스스로 “정성이 덜 들어가서”라고 말했다. 자신도 알고 있었던 것이다. 그 가게가 버린 초심 때문에 욕을 먹는 건 애꿎은 백종원과 프로그램 그리고 그 가게를 도와준 곤드레 보리밥 명인이었다. 사장님은 과연 자신이 버린 초심이 이런 결과로까지 이어질 걸 모르고 있었던 걸까.

 

하지만 백종원에게 더욱 큰 실망감을 준 가게는 도시락집이었다. 톳을 넣은 TOT김밥은 톳의 양도 적을뿐더러 간도 잘 맞지 않았고, 거미새 라면 역시 과거 백종원이 줬던 그 레시피의 맛과는 달라져 있었다. 게다가 들려오던 안 좋은 소문들은 모두 사실로 밝혀졌다. 매장에서 먹으려면 1인당 라면 하나씩을 시켜야 하고, 김밥만 시키면 테이크아웃만 가능하며, 1만 원 이하는 카드 계산을 요구하고 있었던 것.

 

왜 그렇게 했냐는 백종원의 질문에 사장님은 ‘회전율’을 위해서라고 했고 또 “욕심 때문”이라고 인정했다. 하지만 그 말은 과거 백종원이 지금의 김밥과 라면 레시피를 전수하면서 했던 이야기와는 너무나 다른 것이었다. 당시만 해도 손님이 없어 새벽부터 나와 고생하던 사장님이었다. 그래서 백종원도 이를 돕기 위해 연구해서 야심차게 내놓았던 레시피들이었다. 그런데 손님들이 좀 차기 시작하니 ‘회전율’을 얘기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게 백종원의 긴급점검은 씁쓸하게 끝이 났지만, <백종원의 골목식당> 제작진은 다시 거제도를 찾아 과연 이 가게들이 초심으로 돌아갔는가를 몰래 점검했다. 물론 가게들은 백종원의 지적대로 본래 초심을 찾아간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이렇게 불시에 점검을 꼭 해야 그제야 초심을 찾는 모습에서 이 가게들에 대해 대중들이 신뢰할 수 있을까. 잃어버린 신뢰를 다시 찾는 건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이들 가게들은 방송에 모습을 내보였으니 백종원이 내주는 솔루션이 당연하다 여길 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솔루션이 변치 않고 꾸준히 이어지지 않는다면 결국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걸 이번 거제도 긴급점검은 보여줬다. 그 먼 곳까지 손님들이 찾는 이유는 방송을 통해 보인 모습들 때문이다. 그런데 그 곳에서 달라진 가게를 경험하게 된 손님들이 느끼는 실망감은 더 클 수밖에 없다. 이 프로그램의 수혜를 입은 가게들이 늘 긴장해야 하는 이유다.(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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