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치 전성기 ‘1박2일’ 보는 듯, ‘신서유기6’의 익숙한 재미들

사실 어디선가 봤던 익숙한 재미들이다. 갑자기 시즌을 뛰어넘어 시즌6라 명명하고 시작한 <신서유기6>는 어찌 보면 그걸 노린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건 이 게임 예능이 가져온 게임들이 이미 KBS <1박2일> 시절이나 그 프로그램이 그 때 게임 소재를 가져오곤 했던 <가족오락관>의 그것들이기 때문이다. 

‘고요 속의 외침’은 사실 그토록 많이 반복된 게임이지만 항상 어느 정도의 웃음을 담보했다. 귀에 커다란 헤드폰을 끼우고 시끄러운 음악을 들으며 상대방에게 단어를 설명해 맞추는 게임. 시청자들은 뻔히 보이는 답이지만, 게임을 하는 당사자들은 엉뚱한 설명에 답변을 이어가기 마련이다. 어찌 보면 바보스러워 보이는 그 말과 행동들은 늘 예측 불가한 것들을 끄집어내 포복절도의 웃음을 만든다.

일본 홋카이도 후라노의 어느 숙소에서 용돈을 놓고 벌어진 이 게임에서 단연 큰 웃음을 준 건 희한한 설명 방식을 보여준 안재현과 설명을 하다 결국 화를 낸 블락비 피오다. 안재현은 홍길동을 “여기 뿅, 저기 뿅. 우리나라 영웅”이라고 설명해 강호동을 황당하게 만드는 것으로 웃음을 줬고, 피오는 처음 ‘인물퀴즈’를 하며 부담감에 맞히지 못했던 ‘도날드 트럼프’가 다시 문제로 나오자 “내가 틀린 거!”를 외쳐 갑자기 ‘자기반성의 시간’을 갖는가 하면, 절친인 송민호가 문제를 틀리자 진심으로 화를 내는 모습으로 큰 웃음을 줬다. 

다음 날 아침 기상미션도 복고풍(?) 게임으로 진행됐다. 전날 단체미션이라는 말만 듣고 은지원이 “줄넘기 아냐?”라고 얘기하고 실제로 그 미션이 단체줄넘기라는 게 나오는 장면은 이 프로그램이 얼마나 익숙한 재미들을 추구하고 있는가를 보여준다. 어찌 보면 너무 많이 봤던 장면들이라 뻔하고 식상해보이지만 이번 게임에서도 역시 도드라진 건 피오 같은 새로운 캐릭터가 보여주는 재미였다. 의외로 몸 쓰는 게임을 잘하는 안재현과 달리 들어가기만 하면 실수를 하는 피오의 모습은 하나의 캐릭터로서 웃음을 주었다.

후라노의 여러 곳을 다니며 주어진 게임을 하는 방식도 <1박2일>에서 그토록 많이 봤던 것들이다. 세 대의 차로 나뉘어 한국인 기사분, 일본인 기사분, 그리고 제작진이 각각 운전하는 차를 선택해 미션을 수행하는 이 게임도 새로울 건 없었다. 그토록 많이 했던 아메리카노 복불복이 반복됐고, 그림 제목 맞히기 같은 간단한 퀴즈 게임이 이어졌다. 그리고 항상 <1박2일>이 바닷가 같은 곳에 가면 하던 코끼리코 게임도 재현되었다. 그런데 그 흔한 코끼리코 게임이지만 이를 수행하는 송민호와 피오의 모습이나, 안재현이 보여주는 의외의 몸 개그 같은 요소들이 여전한 재미를 주는 건 마찬가지였다. 

이번 일본 후라노에서 보여준 <신서유기6>의 게임들은 마치 <1박2일> 시절로 돌아간 것처럼 보였다. 그래서 익숙한 재미들이고, 어찌 보면 새로울 것 없는 웃음들이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웃음에 기꺼이 빠져드는 건 왜일까. 너무 많은 의미 과잉의 예능 프로그램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어서가 아닐까 싶다. 그게 잘못된 건 아니지만, 그런 예능 프로그램들을 오래도록 보다보면 때론 아무 생각 없이 웃고 싶은 마음도 생기는 법이니까. 물론 보는 이에 따라서는 예능으로서 새로움에 대한 갈증은 아쉬움으로 남겠지만.(사진:tvN)

<추노>감독과 <용팔이> 작가가 지창욱을 만났을 때

 

드라마에서 액션을 기대하게 되다니. 이건 마치 한 편의 영화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것 같다. tvN 금토드라마 <더 케이투>의 곽정환 감독이 제대로 물을 만났다. 첫 회부터 지하철 격투신과 고층 건물에서의 고공 액션을 선보이고 2회에서는 홀로 무수한 경호원들을 뚫고 적진에 뛰어들어 벌이는 맨주먹 액션을 보여주더니 3회에서는 도심을 질주하는 자동차 액션의 끝을 보여줬다. 이 정도 되면 4회에서는 무엇이 나올까 자연스럽게 기대될 수밖에 없다.

 

역시 <추노>를 연출한 곽정환 감독의 저력이 돋보인다. 한 시간 내내 주인공이 달리고 싸우고 차를 질주해 나가는 그 일련의 액션들이 물 흐르듯 흘러간다. 그러니 시작했는가 하면 벌써 끝이다. 영화처럼 극장에서 보는 것이 아닌 드라마에서 이런 몰입감을 느끼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보통 드라마를 즐기는 것이 스토리에만 치중해 있었다면 <더 케이투>는 액션 역시 기대하며 보게 만드는 드라마다.

 

물론 이런 곽정환 감독의 액션 연출을 든든히 지지해주고 있는 건 장혁린 작가의 필력과 지창욱의 액션 연기다. 액션 연출이라는 것은 그저 몸과 몸이 부딪치고 차량이 질주하는 것만으로 이뤄지는 건 아니다. 거기에는 그런 액션을 추동하는 심리적이고 감정적인 상황들이 받쳐줘야 한다. 3회는 인물들의 감정적 변화들이 요동치며 액션의 흐름을 흥미롭게 만들었다.

 

자신과 관계된 무고한 사람들을 죽이려 했던 최유진(송윤아)을 홀로 찾아 들어가 총을 겨눈 김제하(지창욱)는 그 장소에서 최유진의 실체를 찍은 동영상이 24시간 후에 자동으로 메일로 발송되게 함으로써 자신을 함부로 죽일 수 없게 만들었다. 그리고 최유진을 인질로 해 그 곳을 빠져 나왔지만 오토바이를 탄 의문의 사내들의 추격을 받으며 전복된 차량에서 오히려 그녀를 구해냈다. 최유진은 이 일로 김제하에 대한 남다른 마음을 갖게 됐다.

 

테러를 겪은 최유진이 이 상황 자체 또한 자신의 남편인 장세준(조성하)의 정치적 입지를 위해 이용하는 대목 역시 흥미로운 장면이었다. 최유진은 기자들 앞에 나서는 장세준의 옷매무새를 마치 아내를 위해 잠 못 이룬 사람처럼 고쳐주었고 장세준은 기자들 앞에 나와 눈물의 정치 쇼를 보여줬다. 아내가 겪은 사건에 분노하며 테러와의 전쟁을 선포한 것.

 

액션의 볼거리가 어마어마하지만 그 액션들이 그저 일회적인 볼거리로 휘발되지 않고 인물의 감정과 동력으로 묶이게 되는 건 거기에 깔려 있는 스토리들이 그만큼 탄탄하게 받쳐주기 때문이다. 여기에 이 액션들을 마치 제 옷 입은 듯 척척 잘도 소화해내는 지창욱 같은 배우가 있으니 금상첨화다. <더 케이투>라는 영화 같은 액션 드라마가 가능하게 된 건 이 연출, 대본, 연기가 삼박자를 이뤘기 때문이다.

 

<추노> 이후 그다지 큰 성공작을 선보이지 못했던 곽정환 감독도, <용팔이>로 연출자에 대한 남다른 갈증을 갖고 있던 장혁린 작가도 그래서 이번 <더 케이투>는 남다른 작품으로 기억될 듯싶다. 정치와 액션이 뒤섞인 사회성 짙은 작품에 능숙한 장혁린 작가와 일찍이 액션 연출에 있어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했던 곽정환 감독의 만남. 그 시너지가 제대로 터졌다.

연기신들 초대해 의자뺏기 놀이? <무도>의 놀라운 자신감

 

정우성에게 이런 면이 있었던가. 그가 스튜디오에 들어서는 모습을 정준하가 과장된 표정으로 흉내 내자 정우성은 되레 정준하의 그 모습을 흉내 낸다. “본인이 잘 생겼다는 거 알고 계시죠?”하는 유재석의 질문에 거침없이 라고 답하는 정우성. 흔히들 잘생김멋짐이 폭발하는 이 배우가 어찌된 일인지 <무한도전>에서는 웃기기로 작정한 듯하다. 그는 저도 웃길 수 있어요. 웃기고 싶어요라며 의욕을 드러냈고, 그런 색다른 면면은 빵빵 터지는 웃음을 만들어냈다.

 

'무한도전(사진출처:MBC)'

사실 이번 <무한도전-신들의 전쟁>편은 영화 <아수라> 제작팀 막내들과 했던 경매쇼가 인연이 되어 이뤄진 것이다. 황정민, 정우성, 주지훈, 곽도원, 정만식, 김원해. 한 자리에 이런 배우들이 함께 모여 있다는 것만으로도 역대급이다. 이게 가능했던 건 <아수라>라는 영화에 이들이 모두 출연했고, 이 영화가 곧 개봉을 앞두고 있어 홍보시점이 잘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영화 홍보와는 상관없이 <무한도전>에 출연한 이 연기신들은 의외의 모습으로 큰 웃음을 주었다.

 

이것이 가능했던 건 이런 역대급 게스트들이 출연했음에도 불구하고 <무한도전>이 한 일련의 미션들이 너무나 소소한 것들이었기 때문이다. 영화 속 명장면들을 재연해 보여주고, 예능식의 춤 대결로 슬슬 분위기를 고조시키자 이 연기신들의 의외의 면들이 조금씩 드러났다. 정우성은 웃기기 위해 승부근성을 보였고, 황정민은 이에 질세라 춤을 추다 박명수에게 뽀뽀를 하는 무리수로 웃음을 주었다. 곽도원은 의외의 귀여움이 터지며 곽블리라는 애칭까지 갖게 됐다.

 

가장 놀라운 장면은 본 게임인 추격전에 들어가기 전에 일종의 적응훈련이라며 스튜디오에서 진행한 의자 뺏기 놀이였다. “쌀과 보리가 자란다-”를 고급진 재즈풍으로 가수가 불러주는 가운데, 의자를 가운데 놓고 돌면서 유재석의 진행에 따라 갖가지 동작들을 선보이는 장면은 그 언발란스한 모습으로 큰 웃음을 주었다. 이게 추격전에 진짜 도움이 되느냐는 의구심에도 불구하고 모두가 진지한 모습으로 의자 뺏기 놀이를 하고 있다니.

 

추격전에서는 병정게임을 응용해 누가 왕이 되고 누가 조커가 될 것인가를 두고 한참 동안 실랑이를 벌였다. <무한도전> 팀들이 뽑기로 그냥 정하자며 뽑았다가 왕이 마음에 안들고 조커가 마음에 안든다며 무한 반복해 뽑기를 하는 모습 역시 이 추격전이 얼마나 장난스러운 것인가를 잘 보여줬다. 하지만 이 장난스러움을 이런 역대급 배우들과 진지하게 하고 있다는 것이 웃음의 포인트가 되었다.

 

사실 이 정도의 배우들을 한 자리에 모았다면 어떤 굉장한 미션을 시도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무한도전>은 정반대로 나갔다. 굉장하다기보다는 너무나 장난 같은 미션들을 제시하고 그걸 의외로 열심히 하는 배우들의 모습에서 웃음을 뽑아냈던 것. 물론 이번 특집이 역대급이 된 데에는 역시 연기도 잘하는 배우들이 예능도 열심히 함으로써 의외의 면면들을 보여줬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이런 배우들을 데려다 소소한 게임을 시키는 <무한도전>의 놀라운 자신감 때문이기도 하다

이야기가 산으로 간 <사냥>, 그럼에도 돋보인 안성기

 

그 산에 오르지 말았어야 했다영화 <사냥>의 포스터에 적혀 있는 이 문구는 엉뚱하게도 이 영화의 뒤늦은 후회처럼 들린다. <사냥>의 이야기가 엉뚱하다는 의미로 산으로 갔기때문이다. 이 영화가 하려는 이야기는 명백하다. 말 그대로 사냥에 비유한 이야기다. 인간의 사냥과 동물의 사냥 그 차이를.

 

사진출처:영화<사냥>

갱도가 무너져 죽을 위기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하고 살아남은 문노인(안성기)은 산에서 우연히 금맥을 발견하고 그걸 캐러 들어온 엽사들과 비교된다. 그 질문은 단 한 가지다. 사냥은 무엇을 위해 하는가. 동물의 사냥은 생존을 위한 최소한의 선택이지만, 인간의 사냥은 생존과 무관한 욕망 때문이다.

 

문노인과 엽사들의 대결은 그래서 이 두 가지 차원의 사냥이 중첩된다. 문노인의 사냥은 지켜야할 목숨들을 위한 것이지만, 엽사들의 사냥은 금을 차지하기 위한 것이다. 어찌 보면 단순명쾌할 수 있는 대결구도지만 영화는 어찌 된 일인지 자꾸만 곁가지를 덧붙인다. 무너진 갱도에서 벌어진 일들까지야 이야기의 전제로서 기능하기에 충분하지만, 그 이전의 가족관계 이야기까지 괜스레 파고들어 본격 스릴러와 추격전이 갖는 밀도를 떨어뜨린다.

 

물론 문노인에게 숨겨진 비밀스런 설정 역시 인간과 동물의 사냥을 형상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이해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장르적 특성으로 보면 문노인의 이러한 비밀은 너무나 과한 느낌이다. 그것이 그려내는 상징적인 의도는 알겠지만 그 의도로 인해 장르가 어떤 기대감을 채워주기보다는 널뛰는 느낌을 만든 건 감독의 지나친 의욕의 결과다.

 

훨씬 더 단순화했어야 했다. 산이 있고 그 안에서 벌어지는 쫓고 쫓기는 추격전에 더 집중했다면 저 <최종병기 활>이 보여줬던 긴박한 재미들을 충분히 만들어낼 수 있었다. 하지만 사냥이라는 의미 부여를 과도하게 하려던 결과, 본연의 스릴러 장르의 재미들은 상쇄될 수밖에 없었다.

 

이 영화가 보이는 가족코드 또한 아쉬움을 남기는 대목이다. 가족 코드를 가져와 문노인의 절박함을 더하려는 의도 역시 나쁘다 할 수는 없지만, 거기서 한 발 더 나아가 굳이 출생의 비밀같은 틀에 박힌 설정까지 갈 필요가 있었을까 싶다. 그렇게 아귀를 맞추기보다는 차라리 조금 열어놓고 추격전의 디테일한 상상력을 끝까지 밀어붙였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최근 <시그널>로 주목받은 조진웅 같은 배우를 데려다놓고 굳이 쌍둥이 설정까지 했지만, 그것이 왜 필요한지도 의문이다. 그렇게 쌍둥이라면 그 설정이 주는 특별한 재미요소들이 있어야 했지만 <사냥>에서는 그걸 발견하기가 쉽지 않다. 결국 이렇게 연기 잘하는 조진웅의 연기 역시 영화는 잘 이끌어내지 못했다.

 

하지만 이 모든 결함들이 오히려 도드라지게 만든 건 안성기의 독보적인 연기력이다. 65세의 나이에 람보 영감이라고 불릴 정도로 산을 뛰어다니며 액션 연기를 선보이고, 한없이 흩어질 수 있는 이야기들의 결함을 섬세한 표정 연기로 일관되게 채워 넣는 그 저력은 역시 명불허전이다. 마치 <사냥>이라는 요령부득의 연기 미션 속에서 홀로 그걸 수행해내는 듯한 모습이라니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