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로스', 타임크로싱으로 이 작품이 담으려 한 현실

 

"지난 몇 달 동안 24시간 내내 10시 33분 그 1분만 기다리며 살았잖아요. 이젠 모든 시간에 충실하게 살길 있게 해달라고요." 별똥별이 떨어지는 걸 보며 한애리(이세영)은 김서진(신성록)에게 자신이 빈 소원을 말했다. 매일 밤 10시33분에 단 1분 간 연결되는 과거와 현재. 그것 때문에 한애리와 김서진이 벌어진 비극에 대한 후회와 이를 막기 위해 뛰어다니던 절실함이 그의 소원 속에 담긴다. 한애리가 결국 원한 건 그런 비극이 벌어지고 그래서 후회하게 되는 일 자체가 벌어지지 않는 것이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매 시간을 충실하게 살아야 한다는 것. 

 

MBC 수목드라마 <카이로스>가 종영했다. 최고 시청률이 불과 3.8%로 저조한 편이었지만, 단지 시청률로만 재단하긴 어렵다. 하루 1분 과거와 현재가 연결된다는 타임크로싱이라는 판타지 장르 설정을 가져와 이토록 묵직한 메시지를 여운으로 남긴 드라마도 없기 때문이다. 그저 우연적으로 휴대전화를 통해 연결되는 줄 알았던 김서진과 한애리는 그것이 그들 부모가 죽게 된 태정타운 붕괴 사고와 관계가 있다는 걸 알게 되고, 그것이 사고가 아닌 유중건설 유서일(신구)이 벌인 사건(범죄)이었다는 걸 밝혀나가는 과정이 <카이로스>가 그린 여정이었다. 

 

<카이로스>의 타임크로싱 판타지가 그저 재미를 위한 설정이 아니라, 우리 사회 현실에 대한 묵직한 메시지를 던질 수 있었던 건, 그것이 우리가 최근 수십 년 간에 걸쳐 겪은 무수히 많은 사건사고들을 떠올리게 했기 때문이다. 가까이는 세월호 참사부터 멀게는 삼풍백화점 붕괴, 성수대교 붕괴, 대구 지하철 참사 같은 사건사고들의 연속. 그런 일이 터질 때마다 '안전불감증'에 대한 경고들이 쏟아져 나왔지만 또 다시 벌어지는 사건사고들. <카이로스>는 그런 일들이 계속 재발하는 이유가 제대로 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이라고 에둘러 말하는 드라마였다. 

 

단 1분으로 연결된 한 달 전과 한 달 후의 인물들은 그 벌어진 일들의 비극을 경험한 후 어떻게든 그것을 막기 위해 한 달 전 인물들이 고군분투하지만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는 또 다른 비극이 계속 이어진다는 걸 확인하게 된다. 그 근본적인 문제는 태정타운 붕괴 사고를 일으키고 그 반사이익을 얻어 승승장구한 유중건설의 유서일 회장이었다. 그는 이제 심지어 그 붕괴사고에 대한 책임 운운하며 태정타운이 있는 도시의 재개발을 해 막대한 이익까지 챙기려 한다. 제대로 된 과거 사고(사실은 범죄)의 진상규명이 이뤄지지 않으면 반복될 수밖에 없는 비극을 이 상황이 보여준다. 

 

타임크로싱이라는 판타지 설정이 만들어내는 반전의 반전이 만들어내는 긴박감 넘치는 스릴러가 매회 이어지면서도, 작품은 애초 하려던 메시지를 잃지 않았다. 무엇보다 태정타운 붕괴사고의 피해자 가족이지만 유서일 회장이 그를 유중건설에서 채용해 최연소 이사로 만들고, 그가 피해자 가족이었다는 사실마저 도시 재개발을 반대하는 주민들을 설득하는데 이용하는 대목은 소름끼치는 현실의 한 대목을 끄집어낸다. 즉 진실을 제대로 알지 못하면 피해자가 나서서 그 진실을 은폐할 수도 있고, 가해자가 처벌받기는커녕 더욱 승승장구하게 만드는 아이러니가 벌어질 수 있다는 것. 이처럼 <카이로스>는 판타지 속에 현실의 문제들을 진지하게 탐구했다. 

 

사실 두 개의 시간대를 펼쳐나가고 그것이 연결되어 과거가 바뀌면 미래도 바뀐다는 설정은 시청자들에게 복잡하게 느껴질 수 있는 면이 있었다. 하지만 그 사건이 벌어지는 시간대를 혼돈하지 않게 보여주려는 연출과, 어찌 보면 한 달 사이에 엄청나게 다른 인물이 되는 사실상 1인2역 같은 연기를 보여준 연기자들이 있었다. 명품연기를 보여준 신성록, 이세영은 물론이고 서브로 등장했지만 강렬한 인상을 남긴 안보현과 남규리 그리고 신구, 고규필 같은 연기자들이 있어 작품은 흔들림 없이 흘러갈 수 있었다. 

 

익숙한 설정의 드라마가 아니었기 때문에 시청률은 조금 낮을 수밖에 없었지만, <카이로스>는 우리네 장르물들이 이제 그 재미적 요소만이 아니라 그 안에 우리의 정서와 사회현실까지 담아낼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이런 지점들은 물론 몇몇 성공한 장르드라마들이 계속 시도해온 것이지만, <카이로스>는 타임크로싱이라는 설정 자체를 주제의식으로 연결시킨 웰메이드 드라마였다. 작품은 종영했어도 10시 33분이면 어김없이 울리는 그 전화벨 소리가 여전히 들려오는 듯 묵직한 여운으로 남는.(사진:MBC)

'카이로스' 사고가 아닌 범죄, 그래서 진상규명이 필요하다는 건

 

이제 모든 퍼즐이 맞춰졌다. MBC 월화드라마 <카이로스>가 그 정체를 드러냈다. 밤 10시 33분 단 1분 간 전화로 연결되는 한 달 전의 한애리(이세영)와 한 달 후의 김서진(신성록). 이 판타지 설정을 통해 드라마가 하려는 이야기는 어떻게든 과거로 돌아가 향후 벌어질 비극을 막을 수 있는 '기회'가 부여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지기 위함이다.

 

애초 이야기는 아이가 유괴 살해되고 아내 강현채(남규리)마저 이를 비관해 극단적인 선택을 함으로써 절망에 빠진 김서진이 한 달 전을 살아가는 한애리를 통해 자신에게 벌어진 비극을 막으려 하는데서 출발했다. 그렇게 과거와 미래가 연결된 김서진과 한애리는 그 1분을 통해 위험에 빠질 수 있는 서로를 구해내려 한다. 김서진은 한애리에게 미래에 그가 어떤 장소에서 살해된다는 사실을 경고함으로써 그를 구해내고, 한애리의 어머니 곽송자(황정민)가 살해된 걸 발견하고 이를 알려줌으로써 그를 살려낸다.

 

한애리는 김서진에게 닥친 비극을 되돌리기 위해 주변인물들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그 사건의 진실을 마주한다. 즉 그 비극은 강현채와 믿었던 부하직원 서도균(안보현)이 꾸민 거짓 사건이었고 죽은 줄 알았던 강현채와 그의 딸은 살아있었다. 하지만 김서진이 그 진실을 마주하는 순간 죽을 위기에 처하게 되자, 한 달 전을 살아가는 한애리가 아이의 유괴 사건을 애초에 막아버림으로써 이 모든 비극의 씨를 지워버린다.

 

초반의 이 에피소드들은 <카이로스>가 과거와 미래가 연결된 두 사람을 통해 서로를 구해내는 전형적인 타임 판타지가 아닐까 생각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후반부로 오면서 <카이로스>는 드디어 진짜 하려던 이야기를 꺼내놓았다. 그건 19년 전 유중건설이 참여한 태정타운 붕괴사고의 진실이었다. 당시 붕괴사고 최후의 생존자였던 김서진은 그 일에 비관해 극단적인 선택을 한 아버지를 잃었고, 한애리 역시 아버지를 잃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유중건설 유서일(신구) 회장은 바로 그 사고가 있었던 태정시를 신도시로 개발하겠다는 야심으로 김서진에게 사업을 맡긴다. 유서일은 마치 그 사업이 태정타운 붕괴사고의 유가족들을 위해 새 터전을 만들어주는 것처럼 포장하고, 김서진은 자신 또한 그 사고의 피해자였다는 걸 드러냄으로써 그 개발사업에 반대하는 이들의 마음을 누그러뜨린다. 하지만 유서일은 당시에 피해자였던 김서진마저 이용하려 한 것이고, 사실상 과거 태정타운 붕괴사고의 배후였던 인물이다. 그 사고로 유중건설은 업계 선두로 올라섰다.

 

김서진은 태정시 개발사업을 맡게 되면서 유족들을 찾아가 설득하는 과정에 그 진실들을 하나씩 마주하게 된다. 그리고 그건 사고가 아니라 어쩌면 범죄였고, 자신의 아버지는 자살한 게 아니라 그 범죄의 증거를 갖고 있어 타살된 것이며, 그걸 주도한 건 유서일 회장이었고 자신 또한 피해자지만 그의 꼭두각시로 이용되었다는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된다. 한애리의 엄마 곽송자가 계속 도망 다닌 이유도 밝혀진다. 그건 김서진의 아버지가 그에게 맡긴 증거 때문이었다. 유서일 회장은 김서진의 수행비서인 이택규(조동인)에게 명령해 그 증거를 찾게 했던 것.

 

<카이로스>가 놀라운 건 과거와 미래를 연결해 시간을 중첩시킴으로 만들어내는 타임 판타지 스릴러에 머무는 게 아니라, 이를 통해 우리에게 벌어졌던 무수히 많은 재난들을 다시금 돌아보게 만든다는 사실이다. 재난이라는 이름으로 마치 천재지변이나 되는 것처럼 사고로 치부됐던 그 비극이 어째서 계속해서 비슷한 양상으로 터졌는지에 대한 질문이 그것이다.

 

김서진과 한애리가 하루 단 1분 간 연결된 과거와 미래의 시간을 통해 그들은 비극을 막으려 노력하지만 그것은 양상만 달라질 뿐 멈추지 않는다. 결국 김서진도 한애리도 깨닫는다. 보다 근본적인 사건의 진실을 아는 것만이 이 비극을 제대로 막을 수 있다는 사실이다. 무너진 것을 밀어내고 다시 세우는 것으로 비극은 지워지지 않고 멈춰지지도 않는다. 제대로 된 진상규명과 책임자에 대한 처벌이 이뤄져야 향후에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는다는 걸 <카이로스>는 타임 판타지를 통해 담아내고 있다.

 

우리는 무수히 많은 참사들을 겪었다. 그 때마다 안타까운 비극에 눈물 흘리고 분노했지만 그 비극들에 제대로 된 진상규명이 이뤄지지 않은 것들도 적지 않다. 비교적 최근 벌어진 세월호 참사도 그 중 하나가 아닐 수 없다. <카이로스>는 우리가 사고로 치부했던 일들이 어쩌면 범죄일 수 있는 사건이라고 경고한다. 그래서 제대로 된 진상규명이 이뤄지지 않으면 어떤 식으로든 또 다른 비극이 벌어질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심지어 과거와 미래의 시간을 연결하는 비현실적인 일이 가능하다고 해도 말이다.(사진:MBC)

'카이로스', 위험사회에서 가장 큰 위험요인은 인재라는 건

 

밤 10시 33분. 단 1분 간 현재를 살아가는 김서진(신성록)과 한 달 전을 살아가는 한애리(이세영)가 서로 통화할 수 있는 기회가 열린다. MBC 월화드라마 <카이로스>는 바로 이 하나의 판타지 설정을 세계관으로 갖고 있는 드라마다. 단 1분간의 통화지만, 두 사람이 겪고 있는 사건들은 이 1분에 대한 깊은 몰입감을 만들어낸다.

 

김서진은 딸이 유괴 살해당했고 그 소식을 들은 아내마저 극단적 선택을 함으로써 이 1분이 이 사건을 막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이 된다. 한애리는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진 엄마를 찾아야 하는데 한 달 후를 살아가는 김서진은 그의 엄마가 외딴 곳에서 사망한 사실을 알게 된다. 결국 김서진은 이 사실을 한애리에게 알려 이런 비극이 벌어지지 않게 하려 할 것이고, 한애리는 이를 막기 위해 김서진과의 하루 1분 공조에 기댈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 사건에 김서진의 회사 오른팔인 서도균(안보현)과 그의 수행비서 이택규(조동인)가 관련되어 있고, 김서진의 아내 강현채(남규리)와 서도균이 과거부터 알고 지내던 사이로 현재까지 불륜관계를 이어오고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또 한애리의 엄마 곽송자(황정민)가 사라지기 직전 마지막으로 만난 사람이 유중건설이 불량자재를 써서 난 화재 때문에 아이를 잃게 된 김진호(고규필)라는 사실 또한 드러난다.

 

이야기는 점점 유중건설이 과거 참여했던 태정타운 붕괴사고로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알고 보니 한애리의 아버지가 바로 그 태정타운 붕괴사건의 피해자였고 김진호 역시 그 사건과 관련이 있었다. 그리고 김서진 또한 아버지와 함께 그 붕괴현장에 있었다. 즉 아직까지 전말이 밝혀지진 않았지만 김서진의 딸 유괴사건이나 한애리의 어머니 실종사건 모두 과거 이 유중건설의 건물 붕괴사건과 연관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어떤 방향으로 이야기가 흘러갈지 현재 예측하긴 어렵다. 하지만 건물 붕괴 사건이 보여주고 있는 건 이 드라마가 현재 우리가 무수히 맞닥뜨리고 있는 위험에 대한 이야기를 바탕에 깔고 있다는 걸 말해준다. 이른바 '위험사회'라 불리는 세상의 살풍경한 모습이 그것이다. 김서진은 그런 위험이 자신과는 멀리 있다고 여겼지만 아이가 유괴되는 사건을 겪으며 그 위험이 너무나 가까이 있다는 걸 알게 된다.

 

또 그 사건과 연관된 일들이 건설현장에서 벌어진 붕괴사고와 불량자재로 인한 화재사고와 연루되어 있다는 사실은 그 위험의 실체를 드러낸다. 그건 사고가 아니라 사건이었다는 것. 위험사회의 가장 큰 위험요인은 결국 인재라는 사실이다.

 

<카이로스>가 김서진과 한애리 사이에서 한 달의 시간차를 두고 서로를 연결시키는 판타지를 설정한 건, 때로 우리 앞에 벌어지는 거대한 비극을 시간을 돌릴 수 있다면 인간의 노력으로 바꿀 수도 있다는 뜻이 담겨 있다. 그건 인간이 어찌할 수 없는 사고나 천재지변이 아니라는 것. 그래서 결국 우리가 처한 많은 위험요소들의 대부분은 막을 수도 있었던 인재였다는 걸 <카이로스>는 이 긴박한 1분의 스릴러로 말해주고 있다.(사진:MBC)

'카이로스' 과거를 바꾸려는 신성록, 미래를 바꾸려는 이세영

 

지금껏 시간을 넘나드는 판타지 드라마들이 적지 않았지만, 아마도 이런 드라마는 처음이 아닐까 싶다. MBC 월화드라마 <카이로스>는 한 달 후를 살아가는 김서진(신성록)과 한 달 전을 살아가는 한애리(이세영)가 하루 딱 1분 동안 핸드폰으로 연결되는 색다른 시간 판타지를 설정으로 가져왔다. 밤 10시 33분에서 1분 동안 연결되는 미래와 과거지만, 그 1분이 그들에게는 미래와 과거를 바꿀 절박한 기회가 될 수 있다.

 

김서진은 과거를 바꾸려 한다. 유중건설의 최연소 이사로 승승장구하고 있었지만 어느 날 딸이 유괴되어 살해되고 그 사실을 알게 된 아내 강현채(남규리)마저 자살하면서 모든 게 무너져버린 김서진. 그래서 자신 또한 삶을 포기하려 하지만 그에게 실낱같은 기회가 찾아온다. 그것은 한 달 전 과거를 살아가는 한애리(이세영)에게서 걸려온 전화다. 한 달 전을 살고 있다면 자신에게 벌어진 비극을 한애리가 막아줄 수도 있기 때문이다.

 

황당하고 믿기 어려운 상황이지만 그런 일이 실제로 벌어졌다는 걸 알게 된 김서진과 한애리는 공조하기 시작한다. 아이를 유괴한 자가 유중건설이 불법 자재를 사용함으로써 딸을 잃게 된 김진호(고규필)라는 사실을 알게 된 김서진은 한 달 전을 살아가는 한애리에게 그 사실을 알려주고 한애리는 한 달 전을 살아가는 김서진을 찾아가 김진호가 그런 일을 벌이지 않게 미리 만나 사태를 해결하라 충고한다. 하지만 이 황당한 이야기를 믿지 않는 한 달 전의 김서진은 연거푸 한애리의 경고를 무시한다.

 

한편 김서진은 한 달 후 한애리가 살인사건으로 감옥에 가게 될 거라는 사실을 알고는 한 달 전 한애리에게 그 사실을 알려 사건을 막는다. 수년 간 모아왔던 엄마 수술비를 사기를 쳐서 가져간 임건욱(강승윤)에게 살의를 느꼈던 한애리는 김서진의 충고로 인해 칼을 버리고 돌아선다. 대신 잃은 돈은 한 달 후의 김서진이 알려준 로또 당첨 번호로 채워진다.

 

과거를 바꾸면 현재가 바뀐다는 사실을 알고는 김서진이 여전히 자신의 가족에게 벌어진 비극을 돌릴 기회가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의 일에 개입된 한애리는 이제 겪지 않을 수도 있었던 위험에 노출되게 된다. 김진호를 찾아갔다가 살해당할 위기에 처하기도 하고, 김서진의 아내 강현채(남규리)가 김서진의 손발 역할을 해온 서도균(안보현)과 내연관계라는 사실을 알고는 찾아가려다 역시 살해될 위기에 처한다. 물론 그 때마다 한 달 후의 김서진이 미리 일어날 일들을 경고해줌으로써 위기를 벗어나지만.

 

<카이로스>가 흥미로운 건 과거에서 미래로 가거나 미래에서 과거로 오는 타임슬립이 아니라, 과거와 미래가 연결됨으로써 생겨날 수 있는 '작은 기회'가 예측할 수 없는 결과로 흘러가는 과정들이 담기기 때문이다. 김서진이 과거를 바꾸려 하고, 한애리가 미래를 바꾸려 하는 그 과정들을 보다보면 우리가 스스로에게 주어진 시간과 기회에 대한 많은 생각들을 하게 된다. 과거의 어떤 선택이 미래의 어떤 모습을 결정한다는 것을 드라마가 끊임없는 선택을 통해 그려내고 있어서다.

 

김서진과 한애리의 시간은 그 누구보다 절박하다. 그것은 이들에게 주어진 기회가 여전히 있기 때문이다. 물론 판타지 설정을 통해 주어진 기회지만, 그래서 절박해진 이들의 모습은 우리에게 무얼 말해주는 걸까. 그저 하루하루를 살아가며 무심코 했던 많은 선택들을 하나의 기회로서 다시금 보라는 의미는 아닐까. <카이로스>는 그래서 지금의 나를 만든 과거의 선택들을 다시 보게 만든다. 물론 지금의 선택이 미래의 나를 만들 거라는 의미에서 더더욱 절박한 시선으로.(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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