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째서 우리는 헨리를 예능으로만 소비했던가

어째서 우리는 이제야 헨리의 이런 음악적 진가를 발견하게 된 걸까. JTBC <비긴어게인2>는 헨리의 재발견이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그의 넘치는 음악적 재능을 가감 없이 드러내줬다. 그간 우리가 주로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봐왔던 그 모습과는 너무나 다른 면모가 아닐 수 없었다. 

이미 포르투갈의 어느 뮤직 카페에서 합주를 제안한 외국 밴드와 바이올린으로 멋진 즉흥연주를 보여줬을 때부터 어딘가 남다른 천재뮤지션의 예감을 갖게 했던 헨리였다. 워낙 아이처럼 엉뚱하고 장난치기를 좋아하는 아이 같은 모습이어서 우리가 잘 몰랐던 헨리의 진가. 하지만 그는 버스킹, 특히 즉흥연주를 통해 자신의 음악성을 여지없이 드러냈다. 

포르투갈을 떠나기 전 어느 전망대에서 외국인 커플에게 다가가 ‘I’m Yours’를 바이올린으로 연주하는 헨리의 모습은 그 장난기 많은 아이와 집시 같은 자유분방함에 뮤지션으로서의 재능을 모두 담고 있었다. 본래 음악이 무대만이 아니라 우리의 일상 속에 있다는 걸 드러내주는 프로그램이 <비긴어게인>이라는 점을 생각해보면, 헨리만큼 거기에 적격한 뮤지션이 있을까 싶은 정도의 자유분방함.

두 번째 여행지인 헝가리 부다페스트에 도착한 헨리는 그 클래식한 도시에 너무나 잘 어울리는 자신의 색깔을 보여줬다. 생애 첫 솔로 버스킹에 나섰지만, 혼자 하는 버스킹이 마치 여럿이 합주를 하는 듯한 버스킹으로 만들어진 건 그의 음악적 재능과 그걸 실현시켜주는 루프스테이션을 통해서였다. 연주한 부분이 반복 재생되는 기능을 활용하는 루프스테이션을 통해 헨리는 바이올린, 키보드, 목소리, 비트박스 등 다양한 소리들을 차곡차곡 쌓아 ‘오케스트라(?)’처럼 들려주는 흥미로운 버스킹을 선사했다. 

그 자리에서 그가 부른 god의 ‘길’은 그로 하여금 자신의 음악에 대한 길을 다시금 되돌아보게 하는 곡이기도 했다. 그는 공연을 끝낸 후, 노래 ‘길’의, “나는 왜 이 길 위에 서 있나”라는 가사를 음미하며 “자신이 왜 음악을 하고 있는가”를 되물었다고 했다. 그간 예능 프로그램에서 웃음을 주기만 했던 그 모습이 아니라, 진짜 뮤지션으로서의 자신의 길을.

숙소에 도착해 헨리가 피아노 앞에 앉아 무심한 듯 연주한 쇼팽의 즉흥환상곡과 영화 <말할 수 없는 비밀>로 유명해진 왈츠 7번은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마저 주었다. 그 피아노 소리에 이끌려 온 수현 앞에서 <라라랜드>의 그 유명한 피아노곡을 연주해주고, 또 수현이 즉석해서 치는 피아노 연주에 바이올린으로 합주를 해주는 모습 또한 아름답기 그지없었다. 

<비긴어게인>은 시즌2를 하며 벌써 여러 뮤지션들의 버스킹을 선보인 바 있다. 모두가 저마다의 개성적인 음악적 색깔들을 버스킹을 통해 드러내주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헨리가 두드러지게 보이는 건, 그가 가진 클래식한 음악적 재능들과 유쾌한 성격이 어우러져 <비긴어게인>을 고급스러우면서도 즐거운 음악 여행으로 만들어줬기 때문이다. 어째서 이런 인물을 우리는 예능으로만 소비했던가. 그의 음악을 접할 수 있는 더 많은 기회들이 주어지기를.(사진:JTBC)

‘더 마스터’, 음악장르는 달라도 저마다 감동을 준다는 건

클래식과 국악, 재즈, 뮤지컬, 대중가요, 밴드음악. 어찌 보면 우리는 이런 서로 다른 장르의 음악들과 그 음악들이 서는 무대가 저마다 다르다고 생각해왔다. 실제로 클래식 공연을 보러가면 느껴지는 건 숨조차 크게 내쉬지 못하는 진중함 같은 것이었고, 국악 공연하면 먼저 떠오르는 건 마당 같은 널찍한 공간에 둘러 앉아 그 절창의 목소리에 빠져드는 관객의 모습이었다. 또 재즈라면 어딘가 바 한 구석에 앉아 있어야 될 것 같은 기분이 들고, 뮤지컬이라면 감동적인 공연무대의 한 장면을 떠올린다. 이런 다른 느낌은 대중가요나 밴드음악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tvN <더 마스터-음악의 공존>은 이렇게 전혀 다른 무대를 떠올리는 음악 장르들이 한 무대 위에서 펼쳐지는 게 가능하고, 또 그렇게 다른 장르들이라고 해도 똑같은 관객들이 저마다의 감동을 받을 수 있다는 걸 보여준다. ‘음악의 공존’이라는 부제는 그저 그럴 듯한 수사가 아니라 이 프로그램이 도전적으로 시도하는 음악의 새로운 가치지향을 드러내준다.

매회 하나의 주제를 갖고 6명의 각 장르 마스터들이 자신들이 준비한 무대를 보여주는 <더 마스터>는 첫 회 첫 무대부터 놀라운 감동을 선사한 바 있다. 클래식의 마스터 임선혜가 들려주는 ‘울게 하소서’는 이미 일반 대중들도 잘 알고 있는 곡이지만 자유자재로 구사되는 고음과 특히 한 음 한 음 낼 때마다 저마다의 색깔이 다르게 느껴지는 음색을 통해 클래식의 묘미가 무엇인가를 제대로 보여줬다. 그리고 임선혜는 ‘사랑’을 주제로 한 2회에서 패티김의 ‘이별’을 담백하게 불러 클래식도 충분히 친숙한 장르라는 걸 확인시켜줬다. 

국악 마스터인 장문희는 2회에서 ‘하늘이여’라는 곡을 통해 아이를 잃은 엄마의 마음을 절절하게 표현해 관객들을 눈물짓게 만들었다. 국악 특유의 한이 서린 그 목소리가 가진 힘이 제대로 느껴지는 무대였다. 최백호는 ‘사랑 그 쓸쓸함에 대하여’를 불러 특유의 쓸쓸한 목소리에 관객의 귀를 집중시켰다. 대중가요가 갖는 대중적인 정서를 최백호다운 무대로 보여줬던 것.

<더 마스터> 2회에서 그랜드 마스터가 된 최정원은 에디뜨 피아프의 ‘사랑의 찬가’를 한 편의 뮤지컬을 보는 것처럼 소화해냈다. 실제 사랑했던 연인의 갑작스런 죽음에 대한 애도를 담은 이 곡을 대사까지 담아 &#47583; 연기하듯 해석해낸 것. 뮤지컬이 가진 장르적 매력을 가장 잘 보여준 무대였다. 

밴드 마스터인 이승환이 부른 자신의 곡 ‘내게만 일어나는 일’은 발라드지만 록 코러스와 하모니를 만들어 웅장하고 스펙터클한 무대를 선사했고, 재즈 마스터 윤희정의 ‘서울의 달’은 폭풍 성량을 가진 그 목소리에 재즈 특유의 다양한 변주를 보여줌으로써 재즈가 가진 자유로움을 잘 표현해냈다. 

매회 관객들의 가장 많은 표를 얻은 이를 선정해 그랜드마스터를 뽑지만 그건 그래서 전혀 순위적인 의미를 갖고 있지는 않다. 다만 다양한 장르들의 저마다 다른 색깔들 중 그 날의 무대에서 인상 깊었던 한 무대를 선정하는 것 뿐. 무엇보다 이 다양한 장르들이 한 무대에서 공연되는 것 자체가 자연스럽게 다가온다는 점은 <더 마스터>가 이미 성취한 음악 다양성의 가치를 잘 드러내준다. 흔히 음악하면 저마다 떠올리는 한두 가지의 장르들. 그 편견을 깨는 것은 물론이고 <더 마스터>는 저마다의 장르가 얼마나 색다른 음악의 매력을 드러내주는가를 감동적인 무대를 통해 설득시키고 있다.

일찌감치 시즌2 예고한 ‘팬텀싱어’, 어떤 숙제 남겼나

프로듀서 윤종신이 술회했던 것처럼 “조기종영만 하지 말자”고 제작진이 얘기했던 프로그램이지만, JTBC 오디션 <팬텀싱어>는 일찌감치 시즌2를 예고해놓았다. <팬텀싱어>는 그 파이널 무대를 마치면서 시즌2로 돌아올 것을 예고를 통해 못을 박았다. 

'팬텀싱어(사진출처:JTBC)'

그만큼 기대했던 것과 달리 <팬텀싱어>가 얻은 성과는 컸다. 시청률은 2%대에서 시작해 5%까지 치솟았고 프로그램은 갈수록 화제가 되었다. 이러한 성과의 중심에 선 건 다름 아닌 출연자들의 놀라운 기량과 프로그램에 혼신을 다하는 열정이었다. 이들이 정성껏 준비하고 부른 노래들은 시청자들의 귀를 넘어 마음을 어루만졌고 입소문은 속삭임에서 함성으로 커져갔다.

파이널에 오른 12명의 면면을 보라. 이번 <팬텀싱어>의 우승을 한 포르테 디 콰트로 팀의 고훈정은 뮤지컬 배우가 가진 특유의 감성을 살려 노래를 극적으로 구성하고 프로듀싱하는 팀의 리더로서 능력을 발휘했고, 성악가 김현수는 음악에 클래식한 품격을 세워주었으며, 손태진은 감미로운 바리톤의 매력을 새삼 시청자들에게 알게 해주었고, 이벼리는 연극인으로서 그저 노래가 아닌 몰입을 통한 연기를 하는 듯한 감동을 선사했다. 

2등을 한 인기현상 팀은 거의 운명에 가까운 커플(?) 백인태, 유슬기는 성악 베이스로서의 이태리 감성을 처음부터 끝까지 들려주었고 여기에 항상 안정감을 주는 바리톤 박상돈과 이번 <팬텀싱어>로 모창가수가 아닌 자기 목소리의 매력을 제대로 찾아낸 원킬 곽동현이 있었다. 3등을 했지만 흉스프레소 팀 역시 빼놓을 수 없는 남성 4중창의 진수를 보여준 팀이었다. 꽃미남 외모는 물론이고 가창력, 연기력까지 두루 갖춘 고은성과 역시 뮤지컬배우로서 록커 같은 고음까지 가능한 백형훈, 남성적 매력이 물씬 묻어나는 바라톤 권서경, 흑소라고 불릴 정도로 강렬한 테너의 매력을 보여주는 이동신이 그들이다. 

물론 이 12명의 파이널 팀에 들어가지 못했지만 <팬텀싱어>를 빛낸 얼굴들은 그 외에도 넘쳤다. 중학생이지만 놀라운 카운터 테너로 노래에 어떤 신비감까지 만들어줬던 이준환군. 뮤지컬배우로서 남다른 끼와 가창력을 선보였던 박유겸, 꽃미남의 외모에 특유의 저음의 매력을 들려준 류지광, 괴물성량의 성악가 최용호와 미성의 짜잔형 정휘 등등 그들은 파이널에 올라가지 못했어도 <팬텀싱어>의 진정한 주역들이었다. 

<팬텀싱어>가 이제는 식상해졌다는 오디션을 통해서도 이처럼 아낌없는 박수를 받을 수 있었던 건 이처럼 한 사람 한 사람이 저마다 갖고 있는 대단한 기량이 바탕에 있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러면서도 무대 하나하나에 혼신의 힘을 다해 정성을 들였기 때문이기도 하다. 최고의 기량들이 4중창으로 자신들의 장점들만을 모은 데다, 무엇보다 최고의 무대를 선사하겠다는 그 열정이 더해져 시청자들을 감동하게 할 수밖에 없었던 것. 여기에 뮤지컬배우, 성악가들이 합류하면서 지금껏 여타의 오디션에서는 경험할 수 없었던 클래식과 크로스오버라는 새로움을 느끼게 해줬다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이 오디션의 성공비결이다. 특히 이태리 뮤직은 <팬텀싱어>를 통해 새롭게 시청자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 모든 요소들이 합쳐져 이미 시즌2를 예고할 정도로 성공적인 프로그램이 되었지만 기대감이 한껏 올라간 만큼 남은 아쉬움과 숙제도 적지 않다. 특히 파이널 무대는 오디션 프로그램이 늘 겪던 음향 문제를 남겼다. 라이브 방송은 음향 보정 작업을 할 수가 없기 때문에 기존 녹화방송이 들려줬던 음향만큼의 음악적 질을 선사하지 못했던 것. 그간 귀호강 프로그램으로서 명성을 쌓아온 만큼 이러한 파이널 라이브 무대에서의 떨어지는 음향 문제는 <팬텀싱어> 시즌2의 큰 숙제로 남았다. 

또한 진행자들의 문제 역시 <팬텀싱어>의 오점으로 남았다. 전현무와 김희철은 녹화방송에서는 그 필요성을 느낄 수 없을 만큼 존재감이 희미했고 파이널 라이브 무대에서는 진행이 무대의 품격을 떨어뜨렸다는 냉엄한 시청자들의 평가를 받기도 했다. 클래식과 크로스오버라는 높은 품격의 무대들과 전현무, 김희철이라는 MC들의 성격이 어울리지 않는 면도 있었고, 특히 마지막 파이널 무대에서 성의 없어 보이는 시상은 심지어 시청자들을 불편하게 만들었다. 

<팬텀싱어>는 놀라운 기량을 가진 출연자들의 정성스런 무대를 통해 기대하지 못했던 엄청난 반향을 얻었다. 하지만 그 성과만큼 남은 숙제들은 더 많아졌다. 시즌1이 남긴 숙제들을 해결하고 시즌2는 더 멋진 출연자들이 만들어가는 드라마틱한 무대로 돌아오길 바란다. <팬텀싱어>는 크로스오버라는 새로운 음악의 세계를 열었고 그 세계의 매력은 이미 우리네 대중들의 가슴 깊이 새겨졌으니.

오디션은 식상해? <팬텀싱어>가 뛰어넘은 한계

 

듣고만 있어도 빠져든다. 뮤지컬과 클래식이라는 장르는 낯설기보다는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거기에는 가요와는 다른 무언가가 있었다. 듣는 이의 귀가 아니라 영혼을 건드리는 어떤 것. 요즘처럼 가슴이 턱턱 막히는 시국에 뮤지컬 <레미제라블>의 한 자락을 듣거나 <노틀 담의 꼽추>대성당의 시대같은 노래를 듣는다는 건 남다른 경험이 될 수밖에 없다. 마치 답답한 마음의 상처를 어루만지는 듯한 영혼의 손길이 느껴지는 그런 경험.

 

'팬텀싱어(사진출처:JTBC)'

JTBC <팬텀싱어>에 대한 반응이 심상찮다. 첫 회 시청률이 1.7%(닐슨 코리아)에 머물렀다는 건 시청자들에게 오디션 프로그램이란 형식 자체가 식상한 포맷이 되어버렸다는 반증이다. 하지만 그것이 일종의 선입견이라는 걸 깨주겠다는 듯 소름끼치는 실력을 갖춘 출연자들이 하나 둘 무대에 올라오면서 <팬텀싱어>에 대한 관심은 점점 높아지고 있다. 2회에 가볍게 2%를 넘긴 시청률은 3회에는 2.6%까지 상승세를 이어갔다.

 

보통의 오디션 프로그램을 보면 첫 회 첫 출연자에 대한 주의 집중이 성패를 가르는 중요한 관건이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래서 첫 출연자는 마지막까지 간다는 속설이 있을 정도. 하지만 <팬텀싱어>의 첫 출연자 무대는 사뭇 달랐다. 첫 출연자인 대학생 최경록이 <오페라의 유령>‘Music of the night’을 부르고 나자 윤종신과 윤상 같은 기존 가요 오디션 심사를 했던 심사위원들은 적이 놀라는 얼굴이었다. 하지만 뮤지컬 음악감독 김민정 심사위원은 달랐다. 그런 가창력의 소유자들이 많다는 것. 그래서 최경록의 첫 무대는 시청자들에게 이 <팬텀싱어>의 최고점을 보여줬다기보다는 일종의 기준점을 제시한 무대가 되었다.

 

두 번째로 나온 고은성은 마치 그 기준점을 넘어선 무대가 무엇인가를 보여주겠다는 듯 안정되면서도 속으로 꾹꾹 감정을 눌러 담으며 부르는 <노틀담의 꼽추> ‘대성당의 시대로 심사위원들을 소름 돋게 만들었다. 너무 독특한 카운터테너의 놀라운 기량을 보여줘 중창단을 뽑는 이 오디션에서는 떨어질 수밖에 없었지만 중학생 이준환 군의 무대는 마치 모차르트 시대로 우리를 돌려놓는 듯한 감동을 선사하기도 했다.

 

뮤지컬의 강점이 노래를 하는 것만이 아니라 연기를 통해 스토리를 전해준다는 점에서 듣는 이들을 더욱 몰입시켰다면, 성악은 갈고 닦여진 그 목소리를 자유자재로 구사해낸다는 점에서 놀라움을 안겨줬다. 윤민수의 보컬트레이너였던 성악가 유슬기가 부르는 ‘Granada’나 맨해튼 음대출신의 이동신이 부르는 ‘Nessen Dorma’ 같은 무대는 단번에 성악의 매력에 빠뜨리기에 충분했다.

 

여기에 이어진 건 김문정 감독의 지휘가 가진 마법 같은 힘이었다. 뮤지컬을 준비하고 있는 박유겸은 뮤지컬 <Love never dies>‘Till I here you sing’을 혼자 부를 때와 김문정 감독의 지휘를 받으며 들을 때 확연히 달라지는 무대를 확인시켜줬다. 결국 <팬텀싱어>가 추구하는 건 개개인의 역량을 바탕으로 하지만 그 역량들이 하나로 뭉쳐져 하모니를 이룰 때 비로소 완성될 수 있다는 걸 확인시켜준 무대였다.

 

<팬텀싱어>는 첫 출연자부터 현재의 11대결 미션 무대까지 점층적으로 뮤지컬과 클래식 그리고 가요가 엮어지며 만들어낼 수 있는 음악의 다양한 매력들을 하나씩 쌓아가며 보여줘 왔다. 뮤지컬의 묘미를 순차적으로 보여줬고 여기에 성악이 가진 매력이 곁들여졌으며 나아가 곽동연과 이동신이 함께한 카루소같은 록과 성악이 완벽한 조화를 만들어내는 하모니의 힘을 보여줬다.

 

확실히 요즘의 오디션 프로그램들은 이제 그 패턴이 읽힐 정도로 식상해진 게 사실이다. 그나마 새로운 출연자들이 등장한다는 것이 기대를 주기도 하지만 그 이상을 보여주기가 힘들어졌다는 것. 그러니 복면을 쓰거나 차양막에 가려진 곳에서 얼굴을 숨긴 채 노래를 하는 히든콘셉트가 오디션에 추가된 건 이런 읽히는 패턴을 지워내고 게임적 요소들을 가미함으로써 식상함을 넘어서려는 오디션 프로그램의 안간힘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그건 결국 오디션의 본질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결국 오디션은 음악이 주는 감동 그 자체에 맞춰질 때 힘을 발휘할 수 있다. <팬텀싱어>는 시청자들에게 상대적으로 익숙하지 않았던 클래식과 뮤지컬을 소재로 가져옴으로써 음악이 주는 감동이라는 그 오디션의 본질에 다가가고 있다. 결국 쏟아지는 오디션 프로그램의 숙제는 아직 대중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음악의 새로운 묘미나 매력들을 꺼내놓는 것에 있다는 걸 <팬텀싱어>는 그 영혼을 울리는 무대를 통해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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