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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팔>, 평범해서 더 예쁜 안재홍-이민지 커플

 

tvN <응답하라1988>에는 못생김을 연기하는 이민지가 있다. 그녀는 덕선(혜리)의 절친으로 장만옥으로 불리는 미옥 역할을 연기하고 있다. 이민지가 못생김을 연기한다면 그녀의 남자친구 정봉 역할의 안재홍은 어눌함을 연기하고 있다. 어딘지 바보스러운 그는 그래서 웃음을 주지만 동시에 짠한 느낌을 선사하는 인물이다.

 


'응답하라1988(사진출처:tvN)'

미옥과 정봉이 만나서 사랑하게 되는 그 과정은 너무나 옛날식의 느낌을 준다. 비오는 날 갑자기 우산 속으로 뛰어 들어온 정봉이 그 만남을 운명이라고 미옥에게 말하는 장면은 과거 구닥다리 멜로의 한 장면처럼 그려진다. 물론 그건 <늑대의 유혹>을 패러디한 장면이지만 운명적인 만남이라는 그 설정은 지금의 청춘들에게는 어딘지 예스러운 느낌을 주는 것.

 

두 사람이 편지를 주고받으며 마음을 키워가는 장면도 그렇다. 지금처럼 스마트폰으로 얼굴까지 봐가며 화상통화를 할 수 있는 시대에 편지를 주고받는 이들은 거의 없을 것이다. 하지만 당대만 해도 전화기 앞에서 전화를 기다리는 건 다반사였다. 그런데 정봉과 미옥은 전화보다도 편지를 택한다. 미옥의 편지를 기다리며 우편함 앞을 서성이는 정봉의 모습은 그래서 더 절절한 느낌을 준다.

 

데이트를 하기로 한 날 층이 엇갈려 서로 다른 층에서 기다리는 장면도 지금의 커플들에게는 이해가 되지 않을 장면이다. 커피 한 잔이 다 식어갈 동안 하염없이 기다리는 그 마음은 휴대전화가 일상화되지 않던 시절을 겪은 이들에게는 아련한 추억의 하나로 자리하고 있을 것이다. 결국 기다리다 지쳐 돌아온 미옥에게 아직도 그 카페에서 정봉이 그녀를 기다리고 있다는 소식을 전하는 혜리의 안타까움이나, 그 얘길 듣고 카페로 달려가는 미옥, 그리고 추위에 손이 꽁꽁 얼어도 꽃다발을 꼭 쥔 채 그녀를 꿋꿋이 같은 자리에서 기다리는 정봉. 이런 풍경들은 아날로그 시대의 아련함을 전해준다.

 

꽁꽁 얼어 벌겋게 된 정봉의 손을 잡아주는 미옥과 그 가슴 설렘이 과연 사랑인가를 시험해보고 싶어 그녀에게 입맞춤을 하는 정봉의 모습은 그래서 그 어떤 멋진 커플들보다 더 아름답게 다가온다. 거기에는 어떤 삿된 계산도 의도도 들어가 있지 않은 순수한 사랑 그 자체가 느껴지기 때문이다.

 

<응답하라1988>이 정봉과 미옥 커플을 통해 보여주고 있는 못생김어눌함은 이 드라마가 추구하고 있는 하나의 미학처럼 보인다. 이 드라마에는 물론 잘생긴 택이(박보검) 같은 인물도 있지만 어딘지 평범해보여도 멋지게 느껴지는 정환(류준열)이나 선우(고경표) 같은 인물이 대부분이다. 이건 단지 젊은 역할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라미란과 김성균, 김선영과 최무성 같은 인물들은 지극히 평범해보여서 오히려 더 우리의 마음을 울리는 면면을 가진 인물들이다.

 

이것은 못생김과 어눌함의 미학일 것이다. 세상에서 주목받는 이들은 잘생기고 언변도 좋은 인물들이지만 이 드라마는 그런 특별한 사람들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오히려 지극히 평범하거나 아니면 평범 그 이하의 인물들에 주목하고 있다. 그래서일까. 그들의 평범한 보통의 이야기들은 어딘지 남 얘기라기보다는 우리 이야기처럼 다가오는 면이 있다. 그리고 이 드라마가 이제는 사라져가는 아날로그 정서를 건드리는 것도 상당부분 이 못생김과 어눌함의 미학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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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5.12.22 11:33 신고 BlogIcon Iam정원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음. 안녕하세요? 더키앙님 리뷰를 읽기만 하다 댓글 남깁니다. 제가 이 커플을 보고 눈물을 흘렸던 이유가 그거였네요. 어떤 계산도 의도도 들어있지 않은 순수한 사랑. 요즘시대에 어떤남자가 추운날 영업이 다 끝나고 지난 시간까지 한여자가 올때까지 기다릴 수 있을까. 미옥처럼 그런 사랑을 받아보고 싶습니다. 응팔은 뭔가 그시절의 아련한 따뜻함을 주는 드라마라서 좋아요.

개콘-아름다운 구속’, 막장과 범죄물 클리셰 버무리기

 

이 코너를 만든 개그맨들은 천재가 아닐까. <개그콘서트> ‘아름다운 구속은 평범한 경찰서의 형사와 범인의 취조현장을 다루면서 막장드라마의 패턴화된 멜로공식을 절묘하게 이어 붙인다. 형사와 범인은 마치 연인관계처럼 설정되고, 그들의 취조는 사랑처럼 그려진다. 그래서 서태훈 형사가 범인 김하늘(김대성)을 잊지 못하고 취조하고 싶어 하지만 이 취조는 안타깝게도(?) 늘 엇갈린다.

 

'개그콘서트(사진출처:KBS)'

저 자수하러 왔습니다. 얼른 취조해주세요.” 저 스스로 취조 받으러 온 김하늘에게 서형사가 너 만나고서 되는 일이 하나도 없어!”하고 외치는 장면이나, 김회경 형사가 김하늘에게 현장에서 나온 이 벽돌이 뭐냐고 묻자 마치 김하늘의 일거수 일투족을 다 안다는 듯이 중고 샀는데 사기 당했다고 말해주는 서형사의 진술은 전형적인 멜로드라마에서 자주 봐왔던 클리셰들이다.

 

그리고 본격적인 클리셰들의 패러디가 시작된다. 서태훈 형사가 취조해야 하는 류근지가 마치 멜로드라마를 보면 단골처럼 등장하는 재벌집 딸의 대사를 날리는 것. “서형사님 고작 이런 잡범 때문에 날 이렇게 무시하는 거에요? 정말 너무하시네요!” 그러자 마침 등장한 서장인 송준근이 시어머니 같은 대사를 김하늘과 서형사에게 던진다. “뭐야. 또 너니? 서형사. 너 류근지 얘 잡으면 진급 탄탄대로야 알아 몰라?”

 

펑범한 여자와 사랑에 빠졌지만 재벌집 딸과 결혼시키려는 시어머니의 반대. 막장드라마의 전형적인 구조를 그대로 패러디로 가져온 아름다운 구속은 그 이야기가 경찰서의 그것이라는 점에서 사회적 맥락을 담아낸다. 빈부 격차의 이야기는 멜로에서만 나오는 것이 아니다. 즉 범죄자들에게도 이른바 범털과 개털의 차이가 존재한다는 것. “어디서 천한 잡범 주제에 감히 우리 서형사한테 취조를 받으려 들어? 넌 내가 안 된다고 했지?”

 

멜로드라마의 클리셰와 경찰서 취조현장의 클리셰가 패러디로 겹쳐지면서 기묘한 웃음이 만들어진다. 그것은 패러디의 웃음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그 유사한 구조가 던져주는 풍자적인 웃음이기도 하다. ‘아름다운 구속이 그저 막장드라마를 패러디하는 대사의 재미에만 머물지 않고 어떤 통렬한 비판의식의 속 시원함을 동시에 던져주는 이유다.

 

멜로드라마에서 그토록 많이 나오는 빈부 격차의 집안이야기는 아름다운 구속에서는 조직의 이야기로 바뀐다. “이게 어디서 따박따박 말대답이야 너희 조직에선 그렇게 가르치니?” 송준근 서장이 그렇게 말하자, 김하늘은 저를 욕하는 건 좋습니다. 하지만 저희 조직은 욕하지 말아 주십시오.”라고 대꾸한다. 그리고 막장드라마의 공식 중 하나인 얼굴에 물 뿌리는 장면이 나온다. 김하늘이 마치 멜로드라마에서 어머님이라고 부르는 것처럼 서장님하고 부르자 송준근이 누가 니 서장이야?” 하고 발끈 하는 것.

 

막장드라마에 역시 단골로 나오는 긴박한 음악이 흐르면서 뒷목 잡고 쓰러지는 서장이 물러난 후, 역시 식상할 정도로 많이 봐온 사랑을 포기하는 남자의 이야기가 엔딩에 들어간다. 일부러 김하늘을 놓아준 김회경이 빨리 가서 잡아요라며 서형사에게 거수경례를 올리는 장면이 그것이다.

 

아름다운 구속이 취조현장을 통해 패러디하는 건 막장드라마와 늘상 비슷한 패턴만을 보여주는 멜로드라마의 클리셰들이지만, 거기에는 또한 법 정의에 있어서도 빈부격차로 나뉘는 사회 현실에 대한 풍자도 들어가 있다. 게다가 이 개그에는 남남커플의 게이코드 또한 들어있다. 최근의 패러디들 중에서 이토록 다양한 의미망을 가진 개그 코너가 있었을까 싶다. 이 코너를 볼 때마다 코너를 만든 이들이 천재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 이유다.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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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텔> 새 인물들의 활약, 그래도 느껴지는 백종원 빈 자리

 

백종원이 잠정적으로 하차한 후 <마이 리틀 텔레비전>1위 자리를 거머쥔 인물은 종이접기 아저씨 김영만이었다. 그는 추억이 방울방울 돋는 어린이 방송에서 익숙했던 종이접기로 2030의 취향을 저격했다. 과거 김영만과 함께 방송을 하기도 했던 신세경의 출연과 뚝딱이의 등장은 그 자체만으로도 당대를 살았던 세대들에게 시간을 되돌리는 마법 같은 장면들을 보여주었다.

 


'마이 리틀 텔레비전(사진출처:MBC)'

하지만 신세경이 전반전에서 빠져나가고 김영만과 뚝딱이의 만담으로 이어진 후반전 종이접기 방송은 결국 이은결의 마술방송에 1위 자리를 물려주었다. 김영만과의 추억이 즐겁기는 하지만 콘텐츠적으로만 보면 종이접기라는 아이템은 지속적인 재미를 주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반면 눈앞에서 벌어지는 놀라운 마술의 세계와 그것을 웃음 코드로 전화시키는 이은결 특유의 재치는 시청자들의 시선을 잡아끌기에 충분했다.

 

이미 백종원이 1위 자리를 고수하고 있을 때에도 이은결의 마술방송은 거의 유일한 대항마가 될 거라고 판단될 정도로 흥미로웠다. 백종원의 기미작가에 대적하는 초딩작가가 이은결의 마술방송을 통해 등장했고, 이은결 특유의 끼와 연기력은 각종 패러디를 선보이며 이 방송만의 재미요소들을 덧붙였다. 어찌 보면 백종원의 하차 후 이은결의 1위 탈환은 어느 정도 예상되는 그림이었다.

 

백종원의 빈 자리를 채우는 새로운 인물들도 속속 등장했다. 에이핑크 김남주는 의외로 털털한 모습을 보여주며 노래와 춤으로 시선을 잡아끌더니 후반전에 들어서 화술수업 게스트로 출연한 김현아 교수와 함께 그 어떤 개그프로그램보다 더 웃긴 장면들을 보여주었다. 발성 연습을 위해 옆으로 덤블링을 하며 시낭송을 하고, 입으로 독침을 쏘고 피하는 연기를 하면서 김남주와 모르모트 PD는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을 수가 없었다.

 

연기와 발성을 위해 몸을 풀어주는 것은 분명 화술수업에 중요한 것들이다. 그러니 교실에서 만일 그 수업을 한다면 자못 진지한 장면이었을 수 있다. 하지만 <마이 리틀 텔레비전>이라는 웃음의 무대 위에서 권위 따위는 내려놓은 듯한 깨는동작을 보여주는 당사자가 교수라는 사실은 빵빵 터지는 웃음을 만들어냈다. 그녀가 저 박사 받은 교수예요라고 진지하게 얘기할 때마다 웃음은 더 터질 수밖에 없었다.

 

<복면가왕>의 가면을 만든 인물로 유명한 황재근은 앞치마를 리폼한 옷을 만들어 기미작가에게 입히는 것으로 의외의 웃음을 만들었다. 너무 꽉 끼는 옷을 억지로 입으려는 기미작가가 변명하듯 백종원의 음식을 많이 먹어서 살이 쪘다고 말하는 장면은 그 방송의 백미가 되었다. 여성스런 말투로 내뱉는 의외의 독설은 황재근의 반전 매력을 돋보이게 해주었다.

 

백종원의 독주체제가 깨지고 새로운 인물들이 만드는 새로운 이야기와 재미들이 훨씬 많아진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그래도 백종원의 공백이 느껴지는 건 어쩔 수 없는 현실이었다. 이 현실은 시청률의 추락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는 일이다. 그가 하차한 후 <마이 리틀 텔레비전> 시청률은 7.2%로 떨어졌고 그 시청률은 다시 6.0%까지 떨어졌다. 다양한 재미들이 많아졌지만 백종원처럼 묵직한 한 방이 부재하다는 얘기다.

 

일단 보면 빵빵 터질 수밖에 없는 웃음의 강도와 밀도를 보여주는 <마이 리틀 텔레비전>인 것만은 분명하다. 하지만 기대감을 갖고 채널을 고정시키게 해줄 수 있는 백종원 같은 인물을 찾아내는 일은 인터넷 방송이 아닌 지상파 프로그램으로서는 어쩔 수 없는 이 프로그램의 숙제가 되고 있다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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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5.08.10 20:50 BlogIcon 게시글 잘봤습니다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근데 백종원 사라지고나서 갑자기 재미가 없어짐 ㅠㅠ...

  2. 2015.08.10 22:02 BlogIcon 양정화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백주부 다시 보고 싶다.

  3. 2015.08.10 22:35 BlogIcon 그레이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백주부내놔~!!

  4. 2015.08.11 00:29 BlogIcon ㄴㄷㅅㄱ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시청률은 떨어졌다해도 내용면에서 알차게 보이는게 좋은거 아닌가. 티비방송 보고 시청률 지상주의라고 뭐라고 하면서 시청률 떨어지면 또 뭐라고 하더라. 시청률이 다인가?

  5. 2015.08.14 02:09 BlogIcon 김성민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제발 사람이 먼저인 세상이 됩시다
    인기ᆞ돈이 먼저인 백주부 같아서ᆢ
    연좌제아녀도 전 충남교육감 아버님으로
    힘든 피해자를 생각합시다
    학교 재단 이사장님 백종원씨!
    당신 학교의 학생들은 무슨 생각을 할까요?
    요즘 대두되는 학교 성추행사건에!!!!
    이것이 악플로 치부되어야 하나요?
    자중합시다
    백씨 아

<무도> 식스맨, 패러디에서 시작해 새로운 프로젝트까지

 

도대체 <무한도전>의 진화는 어디까지일까. <무한도전> 식스맨 특집의 시작을 떠올려보라. 이 아이템은 영화 <킹스맨>의 패러디 정도로 보였다. 물론 거기에는 새로운 멤버를 뽑는다는 결코 작지 않은 목적이 들어 있었다. 하지만 이 이야기가 지금 현재 기성멤버와 후보들이 팀을 이뤄 각자 스스로 기획한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이야기로 진화될 줄 누가 알았으랴.

 

'무한도전(사진출처:MBC)'

최종 후보 5명으로 뽑힌 장동민, 광희, 강균성, 홍진경, 최시원이 각각 기획한 아이템들은 그 자체로 하나하나 프로그램화될 수 있는 특집거리였다. 세기의 대결(?)을 꿈꾸며 연예계 전설의 주먹들을 찾아 나선 장동민은 박명수와 팀을 이뤄 주먹들의 승부근성을 살살 건드려주는 것으로 프로젝트 성사의 가능성을 높였다.

 

연예계에 알려진 주먹인 이훈, 이동준을 찾아간 장동민과 박명수는 그들의 화려한 무용담을 듣는 시간을 가졌다. 하지만 그들이 테스트를 위해 준비한 펀치기계 앞에서 긴장하는 모습은 웃음을 선사하기에 충분했다. 어찌 보면 소소하게 시작한 것처럼 보이지만 만일 진짜로 대결이 벌어진다면 의외의 빅 이벤트가 될 수 있는 아이템이었다.

 

패션 테러리스트, 아니 나아가 패션 쓰레기를 찾아 변신을 시켜준다는 광희의 아이템은 얼핏 진부한 느낌을 주었으나 실제로 그들을 만나 꾸며가는 이야기는 의외의 재미를 선사했다. 이 재미는 상당부분 광희와 정형돈의 독특한 케미에서 비롯됐다. 스타제국 직원과 조정치 그리고 유병재가 차례로 등장하고 그들의 스타일을 하나하나 곱씹어보며 보여주는 광희와 정형돈의 호들갑은 <무한도전>식의 깨알 같은 재미를 선사했다.

 

유재석과 팀을 이룬 강균성은 단발머리 특공대를 조직해 일 때문에 쉴 여유가 없는 분들을 찾아가 대신 일을 해주는 미션을 수행했다. 이 아이템 역시 그리 특별하게 보이지는 않았지만 유재석이라는 든든한 지원군이 있어 흥미로워졌다. 단발머리 특공대에 김숙, 신봉선, 남창희가 차례로 들어오면서 분위기는 점점 뜨거워졌다.

 

인맥을 동원해 월드스타를 찾아간다는 야심찬 기획을 내놓은 홍진경은 정준하와 함께 중화권 스타들을 찾아 나섰다. 반복되는 실패로 고심하던 두 사람은 간신히 정준하의 지인을 통해 임달화와의 만남을 기약할 수 있었고 나아가 알란탐을 만날 기대감에도 부풀어 올랐다. 한편 세계적인 인맥을 자랑하는 최시원은 하하와 팀을 이뤄 자전거로 서울을 일주하며 맛집 먹방을 통해 기부를 하는 여러 아이템이 접목된 기획을 선보였다. 계속 자전거를 타야하고 또 먹어야 한다는 부담감에 고통스러워하는 하하의 모습과 먹방 특유의 재미가 곁들여져 프로그램을 다채롭게 만들었다.

 

이처럼 식스맨을 뽑는 과정은 마치 청문회를 치르는 듯한 스튜디오 대결을 선보이더니, 이제는 실제 아이템들을 수행하는 모습으로까지 진화했다. 본래 <무한도전>의 백미는 알래스카에서 김상덕씨 찾기를 시도했던 것처럼 작은 이야기가 실제 현실이 되는 상황을 보여줄 때다. 식스맨의 이야기는 이 흐름을 그대로 보여준다. 패러디처럼 시작해 멤버 한 명을 뽑는다는 목표로 스튜디오에서의 선거전을 방불케 하는 대결을 보여준 후, 이제 아예 실전으로 들어간 셈이다.

 

이 과정은 이미 여기 다섯 사람으로 압축된 식스맨 후보들이 <무한도전>과 함께 하고 있다는 걸 보여줬다. 누가 최후의 일인이 되든 그들은 이미 <무한도전>의 프로젝트를 같이 만들어가고 있다는 것. 꼬리에 꼬리를 무는 아이템의 진화는 그래서 식스맨을 뽑는 목표에 집중시키기보다는 오히려 그 과정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이야기로의 확장을 보여주고 있다. 이것은 마치 <무한도전>10년 간 걸어온 길의 축소판처럼 보인다. 소소함에서부터 시작하지만 끈질긴 노력을 통한 확장으로 거대한 프로젝트까지 나아가는 것. <무한도전>에는 특별한 진화의 유전자가 들어있다.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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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도> 식스맨, 흥미롭지만 남는 아쉬움

 

이미 방송 시작 전부터 화제부터 논란까지 벌어졌던 MBC <무한도전>식스맨’. 그 첫 방송에는 기대만큼 남는 아쉬움도 많았다. 첫 회에 식스맨 물망에 오른 이들은 장동민, 김영철, 전현무, 데프콘, 광희, 주상욱이었다. 이밖에도 예고편에 등장한 인물들은 이서진, 유병재, 강균성, 홍진경, 홍진호 같은 인물들이었다.

 

'무한도전(사진출처:MBC)'

여기 등장한 후보들은 이미 예능 프로그램에서 어느 정도 인지도를 쌓은 인물들이다. 장동민이나 전현무, 데프콘 같은 인물은 이미 대세라고 표현될 정도로 갖가지 예능 프로그램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고, 유병재나 강균성 같은 인물은 새롭게 등장했지만 역시 타 프로그램에서 발군의 활약을 통해 자신만의 캐릭터를 만든 존재들이다.

 

사실 식스맨은 <무한도전>의 필요에 의해 진행되는 기획이다. 길에 이어서 노홍철이 음주운전으로 하차하게 되면서 남은 다섯 명으로는 여러 미션들을 수행하는데 있어서 한계를 만들기 때문이다. 여섯 명은 되어야 팀을 나눌 수도 있고, 두 명씩 짝을 지어 미션을 수행할 수도 있다. 하지만 다섯 명은 어딘지 애매하다.

 

노홍철을 복귀시키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논란이 나왔지만, <무한도전>이 그런 무리수를 쓸 이유는 전혀 없어 보인다. 유재석은 이런 논란을 의식한 듯 절대 그런 의도가 아니라는 것을 밝히며 선을 그었다. 필요에 의해 진행되는 기획이고, 기존 멤버를 복귀시키려는 의도가 아예 없다면 이제 남은 건 어떤 인물이 식스맨이 되어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이다.

 

하지만 먼저 첫 방송에 나온 인물군들을 보면 각각 자기만의 영역을 가진 후보들이 분명하지만, 그것이 <무한도전>과 잘 어울릴까 하는 의구심을 남기기에 충분하다. 사실 자기만의 영역을 갖고 있다는 것은 <무한도전> 고유의 분위기와 부딪칠 가능성이 있다. 자기 색깔을 내다보면 <무한도전>과 마찰이 생기고, 그렇다고 <무한도전>에 맞춰주다 보면 자기 색깔이 흐려질 수 있다는 점이다.

 

물론 이미 바깥에서 만들어져 들어온 새로운 캐릭터가 <무한도전>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해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무한도전>의 팬들이 원하는 것인지는 알 수 없다. <무한도전>이 독특한 것은 거기 출연자들이 거의 무명에서부터 시작해 성장해오는 과정들을 팬들과 함께 공유했다는 점이다. 그런 멤버들 속에 새로운 인물이 들어와 분위기를 바꿔 나간다면 그건 자칫 논란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또한 잘 나가는 예능인들 중에서 한 명을 뽑아 식스맨으로 넣는 건 <무한도전>의 색깔과도 맞지 않는 일이다. 잘 나가는 이들이 저희들끼리 이리저리 모여 잘 나가는 건 <무한도전>이 그리는 세상이 아니다. 그들 역시 잘 못나갈 때 평균 이하로 시작해 지난한 노력을 통해 지금 현재의 최고 위치에 올라왔던 것이 아닌가. 그러니 식스맨은 여러 모로 잘 나가는 예능인을 뽑기보다는 오히려 예능에서는 존재감이 없거나 신인에 해당하는 인물을 들이는 것이 합당하지 않을까.

 

<무한도전> 식스맨이 패러디하고 있는 영화 <킹스맨>에서 애거시라는 청춘은 멋진 스파이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인물로 시작했다. 다만 스파이로서의 자질과 가능성을 갖고 있었을 뿐이다. 마찬가지로 <무한도전> 식스맨은 그런 자질과 가능성이 있으되 대중들에게는 아직까지 예능인으로서 자리하지 못한 인물군에서 나오는 편이 훨씬 의미가 있을 것이다. 그렇게 막내로 들어와 조금씩 성장해가는 과정을 보여줄 때, 그 인물은 실제로 <무한도전>의 멤버가 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무한도전>의 기존 멤버들이 그러했던 것처럼.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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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5.03.16 20:17 BlogIcon 김유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광희~~김영철~~~~

  2. 2015.03.16 21:47 BlogIcon ^^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홍진호를 응원합니다.

  3. 2015.03.16 23:01 BlogIcon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SNL코리아 정상훈

  4. 2015.03.17 09:40 BlogIcon 뿅~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유병재....풍부한아이디어를 숨긴 찌질함이 매력이 될것같음....게다가 잘 찌그러짐 ㅋㅋㅋ

  5. 2015.03.18 13:15 신고 BlogIcon 단적비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김영철이 좋은뎀 ㅋㅋㅋ

능력 잃은 <런닝맨>, 게스트 없으니 펄펄 나네

 

간만에 느껴보는 <런닝맨>만의 묘미. 아마도 SBS <런닝맨> 히어로 특집을 접한 시청자라면 이런 생각을 가지게 되지 않았을까. 마치 슈퍼히어로 만화에 들어간 듯한 설정은 <런닝맨>이 반짝반짝 빛나던 전성기 시절을 떠올리게 만들었다. <런닝맨>이 그저 단순한 게임 버라이어티가 되지 않았던 것은 적극적으로 영화나 드라마 같은 기존 콘텐츠들을 끌어와 게임으로 패러디하는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런닝맨(사진출처:SBS)'

그 과정에서 <런닝맨>유임스본드같은 캐릭터를 얻을 수 있었고, ‘배신자 클럽이 만들어지기도 했다. ‘초능력자 특집에서는 예능 사상 초능력을 아이템으로 사용하는 획기적인 기획을 보여주었고, ‘셜록 홈즈 특집에서는 추리 형식의 스토리텔링을 차용해 흥미진진한 추리극을 선보이기도 했다. 이게 게임이야 아니면 한편의 영화야 하고 묻는 그 지점(물론 패러디의 웃음으로 만들어진)에서 <런닝맨>만의 독특한 재미가 만들어졌다.

 

히어로 특집은 정말 오랜만에 이러한 캐릭터 플레이와 콘텐츠 패러디가 어우러져 스토리도 미션도 흥미로울 수 있었다. 100년 간 냉동상태로 있다가 깨어나 능력을 잃어버린 히어로들이라는 설정 자체가 기발했다. 유퍼맨(슈퍼맨 유재석), 지트맨(배트맨 지석진), 꾹버린(울버린 김종국), 원더우멍(원더우먼 송지효), 하길동(홍길동 하하), 개오공(손오공 개리), 광바타(아바타 광수). 이 능력을 잃어버린 캐릭터는 그래서 슈퍼히어로에 걸맞지 않은 미션을 수행하는 것만으로도 큰 웃음을 만들었다.

 

자판기 밑에 굴러 들어간 기념주화를 꺼내달라는 시민의 요청을 받고 동전을 꺼내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광바타나, 마치 주차 게임처럼 복잡하게 얽혀있는 차들 속에서 신혼여행을 떠나야 하는 이들의 차를 꺼내주는 미션을 수행하는 꾹버린, 지나는 행인의 근육을 풀어주는 유퍼맨, 60층짜리 호텔을 지으려 하는데 밭에 숨겨둔 땅문서를 찾아달라는 미션을 부여받고 삽질을 하는 워더우멍, 어린이집에서 동화 읽어주고 화장실 가고 싶다는 아이 챙겨주는 지트맨, 생크림 케이크 만드는 개오공 등등.

 

슈퍼히어로 설정이지만 현실은 능력 없어 이상한 복장이나 하고 다니는 이들은 마치 벌칙 수행을 하는 듯한 우스운 상황을 만들어냈다. 이 미션 상황을 통해 <런닝맨>은 자연스럽게 일반인들과 어우러지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함께 참여한 시민들은 의외로 열심히 이 어딘지 어수룩한 히어로들을 도와주기도 했고, 돌발적인 웃음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두 번째 미션인 담력 테스트는 제작진의 영민함이 돋보인 미션이었다. 하늘을 날던 슈퍼히어로들이 눈에 안대를 하고 건물 옥상에 연결된 사다리 하나를 건너지 못해 벌벌 떠는 모습은 반전 웃음을 주었고, 그들이 건넌 사다리가 건물과 건물 사이가 아니라 그냥 옥상에 있는 것이란 사실은 또 한 번의 반전웃음을 만들었다. 게다가 당한 만큼 다른 히어로들에게 돌려주겠다는 듯 속이기 위해 열연을 펼치는 모습은 마치 몰래카메라의 또 다른 버전을 보는 듯한 느낌마저 주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어진 버스와 벌인 이어달리기 대결은 이제는 향수로 느껴지는 <무모한 도전>의 한 대목을 보는 듯 했다. 도심을 달리는 이상한 분장의 히어로들은 이름표 떼기라는 늘 해오던 게임이 아니라도 충분히 긴박감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걸 보여줬다. 무엇보다 게스트 없이 이런 충분한 재미가 가능하다는 것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만든다. 새로운 드라마나 영화를 홍보하기 위해 출연한 게스트들과의 마치 야외에서 벌이는 <명랑운동회> 같은 단순한 게임으로는 이런 <런닝맨>만의 묘미가 가능하지 않다는 것.

 

이번 히어로 특집은 <런닝맨>이 처한 상황을 그대로 보여주는 듯 했고, 또 그 상황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는지 그 가능성도 보여준 한 회였다. <런닝맨>이 그동안 대중들을 열광하게 했던 그 좋은 능력들은 왜 점점 사라지게 되었을까. ‘100년 간의 냉동상태란 그래서 특별한 아이디어 없이 무감하게 기획되어 방영된 그간의 게스트 초청 단순 게임을 해온 <런닝맨>의 상황을 떠올리게 만든다. 도대체 왜 이 좋은 웃음의 능력들을 그들은 봉인한 채 보여주지 않았던 걸까.

 

히어로 특집은 그런 점에서 그간 봉인되어 왔던 <런닝맨> 본연의 묘미를 느낄 수 있는 기회가 되어주었다. 보다 적극적인 스토리텔링과 지금껏 시도하지 않았던 기획. 이것이 아니라면 <런닝맨>은 다시 ‘100년 간의 냉동상태로 돌아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간만에 부활한 <런닝맨>이 누워있지 말고 앞으로도 이렇게 달려 나가기를.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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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디한 <개콘>, 현실부터 유행까지 섭렵

 

개그맨 김준호는 필자에게 개그의 방식은 늘 반복된다고 말한 적이 있다. 사실상 개그의 웃기는 방식이라는 것이 한정적이라는 얘기다. 그런데 신기한 일이다. <개그콘서트>는 그토록 오랜 시간동안 대중들과 함께 호흡하며 승승장구하고 있으니 말이다. 그 해답은 개그 소재 그 자체가 아니라, 그 소재를 어떻게 현실과 녹여내고 또 당대의 트렌드와 함께 호흡해내느냐에 있다. 이번 <개그콘서트>가 새로 들고 온 미안해요 형’, ‘렛잇비’, ‘쉰 밀회’, ‘연애능력평가는 그 장수의 비결을 제대로 보여준 코너들이다.

 

'개그콘서트(사진출처:KBS)'

미안해요 형은 이상구와 곽범이 1+1으로 아는 형의 사업체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엉뚱한 상황들을 담고 있다. 잔뜩 긴장해 있는 곽범이 계속해서 과도한 군대식 리액션으로 웃음을 터트리고 이상구는 미안해요 형을 반복하며 자신의 무식을 드러내 사장 형을 곤란하게 만드는 이야기다. 전형적인 말 개그의 하나처럼 보이지만 청년 실업이라는 현실적인 문제를 에둘러 담아내면서 현재적 의미를 담아낸다. 말장난 속에서 아르바이트생과 사장 형과의 권력관계가 살짝 살짝 무너지는 것이 주는 카타르시스가 포인트다.

 

쉰 밀회는 최근 김희애의 특급칭찬이야가 유행어가 될 정도로 화제가 된 드라마 <밀회>의 패러디다. 트렌디한 <개그콘서트>의 발 빠른 순발력으로 보여주는 코너로 김대희라는 최고참 개그맨의 활용이 돋보인다. 21살이라고 주장하지만 좀 되어 보이는 연식을 반전 요소로 삼아 웃음을 만들어낸다. 후배들에게 볼이 꼬집히고 머리채를 쥐여가며 고군분투하는 김대희의 개그 투혼을 새삼 느끼게 하는 코너다.

 

쉰 밀회가 김대희의 개그 스타일에 최적화된 코너라면 연애능력평가는 박성호의 개그 스타일에 최적화된 코너다. 기발한 상상력이 돋보이는 박성호는 연애라는 소재를 수학 공식으로 풀어내는 기막힌 발상을 선보인다. 이 코너는 또한 최근 대중들에게 특히 관심을 끌고 있는 연애라는 소재를 끌어옴으로서 트렌디한 유행을 끌어들이고 있다. 대면 접촉이 점점 사라지는 최근 젊은 남녀들의 상대적으로 폭증하는 연애심리에 대한 관심을 웃음으로 전화시킨다.

 

렛잇비<개그콘서트> 특유의 음악 개그에 현실을 담아냄으로써 이번 새로운 코너들 중 가장 주목되는 코너다. 많은 이들이 제2뮤지컬이 나왔다고 얘기하지만, 여기에 얹어진 현실공감은 뮤지컬보다 오히려 더 진화한 듯 보인다. 노래의 꿈을 키웠지만 직장인으로 살아가는 현실, 직장인을 꿈꿨지만 커피나 타는 여직원의 현실, 쉬는 주말에도 상사와 등산을 가야 하는 고역스런 현실 등이 반전을 주는 노래에 담겼다.

 

막내 사원의 현실을 모르는 행동과 발언은 기묘한 카타르시스를 주며, ‘렛잇비라는 노래가 주는 긍정과 위로를 무표정한 네 사람이 부르는 현실의 불편함으로 뒤집은 것도 흥미롭다. ‘그냥 내버려두면 된다렛잇비라는 노래의 주제와 개그 코너가 주는 아이러니는 웃음과 함께 씁쓸한 페이소스까지 만들어낸다.

 

<개그콘서트>의 새 코너들이 보여주는 것처럼 사실 개그의 방식이 새롭다고 볼 수는 없다. 하지만 그 방식에 채워지는 소재들이 얼마나 현실 공감을 불러오고 또 트렌디 한가 하는 점은 <개그콘서트>가 반복되면서도 새롭게 느껴지는 이유다. 팍팍한 현실을 가져오면서 동시에 지금 대중들의 트렌드와 유행까지 잡아내는 <개그콘서트>. 이것이 그토록 오랫동안 <개그콘서트>가 저력을 잃지 않은 힘이다.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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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4.06.03 15:02 신고 BlogIcon ㄴㅂ허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잘 보고 갑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박명수에게서 광대의 기질을 느낄 때

 

마치 찰리 채플린이 <독재자>라는 영화를 통해 세상의 독재자들을 희화화했듯이 <무한도전> 선거특집의 박명수는 선거에 즈음해 벌어지는 온갖 정치인들의 행태들을 풍자하는 듯 보였다. 선거에 목적이 있는 게 아니라 유재석 저지를 목표로 하고 있다는 발언으로 네거티브 선거 운동에 대한 뾰족한 풍자를 보여주었고, 수박 한 통을 사면서도 가격을 깎는 모습이나 그걸 들고 선배 한무를 찾아 선거운동 청탁을 하는 장면도 예사롭지 않았다.

 

'무한도전(사진출처:MBC)'

흥미로운 건 박명수가 자신을 ‘MBC의 성골로 캐릭터화 했다는 점이다. MBC의 순수혈통, MBC의 가족, MBC의 상징으로 자신을 내세운 박명수는 후배들을 챙기는 모습을 캠페인 영상으로 내보냈지만, 공개된 메이킹 필름 속에서는 후배들에게 명령하고 호통 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정치인들의 거짓 이미지를 에둘러 비판했다.

 

자신의 지지율이 별로 없어 당선 가능성이 사라지자 노홍철과 유재석을 오가며 자신의 이득만을 챙기는 철새 정치인의 모습을 연출해 보여주었고, TV 토론회에서는 갑자기 유재석 지지를 선언했다가 이를 철회하고 시민 논객으로 둔갑하기도 했다. 난데없이 스튜디오에서 전화연결을 해 토론회에 참여하다 진행자인 정관용과 대립하는 모습으로 웃음을 주기도 한 그는 갑자기 정관용의 팬을 자처하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이번 선거 특집을 통해 보여준 박명수의 모습은 한 마디로 망가짐에 대한 두려움이 없고 거침이 없다는 것이다. 그는 정치인들의 거드름을 희화화시키기도 했고 성골을 자처하며 관계를 내세우는 정치인들의 유착을 풍자하기도 했으며, 거짓 이미지 정치와 철새 정치인들을 비판하다가 나중에는 시민논객으로 변신하는 등 끊임없는 변화를 보여주었다. 이 변화의 과정에서 그가 보여준 정치 풍자의 폭은 입체적으로 다양해질 수 있었다.

 

이것은 유재석이 기본에 충실하자고 외치고 노홍철이 투명성을 강조하며 또 정형돈이 소탈한 서민적 이미지를 계속 보여주고 하하의 의리를 내세우는 그 일관된 모습과는 사뭇 다른 행보다. 박명수는 당선에 대한 의지보다는 오히려 자신을 정치인의 희화화된 모습으로 한없이 망가뜨려 풍자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이것이 가능한 것은 박명수가 지금껏 일관되게 해왔던 캐릭터 때문이다. 그는 1인자를 꿈꾸는 모습을 보여준 적이 있지만 결코 1인자가 된 적은 별로 없었다. 게다가 유재석처럼 늘 긍정적이고 바른 이미지를 보여준 적도 없다. 호통치고 때로는 부정적인 이미지를 구사하면서 욕을 먹으며 웃음을 주는 캐릭터가 바로 박명수라는 것.

 

바로 이 웃음을 주기 위해 기꺼이 욕먹는 캐릭터라는 지점은 박명수가 풍자와 패러디를 소재로 했을 때 그 누구보다 더 빛을 발하는 이유가 된다. 박명수의 의도적인 부정적 이미지는 정치인 풍자 같은 경우에 있어서 더 자연스럽고 강력하게 다가온다. 그것이 박명수의 진짜 모습인지 아니면 정치인 풍자인지가 애매해질 정도로 자연스러워질 때 풍자의 강도도 높아진다는 점이다.

 

박명수가 선거 후보자에서 시민의 대표를 자처하고 나섰을 때 순간적으로 정치인과 보통 사람들 사이의 경계가 해체된다. 정치인이라고 특별할까. 박명수의 지극히 세속적이고 현실적인 모습은 그래서 선거 후보자 같은 캐릭터 설정의 이면으로 드러날 때 일종의 폭로의 쾌감을 선사한다. 박명수는 그 희화화를 통해 말하고 있는 듯하다. 잘난 사람들이라고 다를 바 없고, 오히려 못한 경우가 더 많다고.

 

본래 예전부터 광대가 대중들에게 웃음을 주는 기제는 그 낮은 자세였다. 대중들보다 더 낮은 위치를 보여줌으로써(이를 테면 바보 같은) 보는 이들에게 우월감을 심어주는 것. 하지만 여기서 광대가 상황을 뒤집는 경우도 있다. 때때로 임금 흉내를 내며 희화화할 때다. 대중들은 그 순간 임금을 다른 존재로 여겨지게 만들어 놓은 시스템이 무너지며 광대와 동질화되는 쾌감을 느낀다. 박명수가 때로는 유재석보다 더 멋지게 느껴질 때가 바로 그 때다. 그가 광대의 기질을 드러낼 때.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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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찾사>, 한 번 웃기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시청률 5%는 그렇다 치고, <웃찾사>는 화제가 잘 되지 않는 걸까. 우리는 <웃찾사>에서 어떤 유행어가 나오는 지 잘 모른다. 무명의 일반인이 올린 동영상이라도 재미가 있거나 뒷통수를 치는 무언가가 있다면 화제가 되는 세상이다. 하물며 지상파다. 금요일 밤 11시가 워낙예능의 격전지인 건 맞지만 그래도 이렇게 유행어 하나 뜨지 않는다는 건 문제가 있다.

 

'웃찾사(사진출처:SBS)'

재미가 없어서? 아니다. 분명 <웃찾사>를 한 번 마음 먹고 본다면 이 코미디 프로그램이 생각보다 재미있다는 걸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현재 <웃찾사>에서 방영되고 있는 몇몇 코너들을 찬찬히 살펴보면 공감도 되고 재미도 있는 코너들이 꽤 많다는 걸 확인할 수 있다. 이를테면 열혈강호같은 전형적인 몸 개그 말 개그형 <웃찾사> 표 개그 코너에서도 이제는 현실이 보인다.

 

이 코너는 강호의 고수들이 서로 대결을 벌이는 것으로 웃음을 주지만, 이 고수들 사이에서 등 터지는 서민들의 이야기로 현실을 담는다. “그깟 최고수 자리가 뭐길래 힘없는 백성들만 죽어나고...” 같은 남호연의 읊조림은 이 아무 맥락 없어 보이는 개그를 현 정치판에 대한 풍자로 느껴지게 만든다. 당하기만 하던 서민 김정환이 갑자기 본 모습을 드러내며 강호의 고수들을 물리치는 장면은 그래서 의미심장하게까지 다가온다.

 

응답하라 1594’<응답하라 1994>를 제목의 패러디로 가져왔지만 내용은 사실 현 세태를 풍자를 담고 있다. ‘걸 떼거지(걸 그룹)’ 에피소드에서는 은근한 연예 비즈니스 한탕주의나 걸 노출 문제를 비판하고, ‘면상 개조원(성형외과)’ 에피소드에서는 너도 나도 성형에 줄서는 성형공화국과 외모지상주의를 비판한다. ‘부산특별시같은 코너는 서울과 지방을 뒤집어놓은 상황을 통해 서울 중심적인 사고방식을 비꼬기도 한다.

 

<웃찾사> 개그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는 몸 개그와 말 개그 역시 살아있다. <별에서 온 그대>를 패러디한 별에서 온 그놈은 천송이와 소시오패스 재경을 흉내 내는 홍윤화와 김건영의 연기가 큰 웃음을 준다. ‘체인지의 남자 같은 여자 박진주와 여자 같은 남자 장홍제도 예사롭지 않다. ‘우주스타 정재형의 자칭 스타라며 너스레를 떠는 정재형도 주목되고, ‘누명의 추억의 이동엽이 보여주는 “25년 전이었어...”하며 시작되는 엉뚱한 말을 쏟아내는 스피디한 말 개그도 흥미롭다. ‘굿닥터의 주원 흉내로 주가를 올리고 있는 안시우도 빼놓을 수 없다.

 

<웃찾사>는 분명 재미있다. 그런데 문제는 재미가 재미에서만 머물 뿐 화제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무엇이 잘못된 걸까. <웃찾사>의 안철호 PD는 이 프로그램의 인기 하락 이유에 대해 공감개그를 준비하지 못한 것이 침체 원인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근거 있는 분석이다. <웃찾사>가 한때 <개그콘서트>와 함께 경쟁을 하다가 점점 인기가 시들해진 이유는 맥락 없는 유행어의 반복으로 마치 개그가 말장난처럼 여겨졌기 때문이다. 맥락 없는 개그는 처음에는 관심을 끌지만 조금 지나면 식상해져버리기 마련이다.

 

물론 지금의 <웃찾사>는 확실히 위에서 언급한대로 과거에 비해 현실 공감이라는 측면이 훨씬 강화되어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말 개그가 워낙 강해서인지 현실 공감은 말의 상찬 앞에 가려 잘 보이지 않을 때가 많다. 이런 경우 재능은 오히려 독이 된다. TV로 방영되는 개그는 공연으로 하는 무대 개그와는 다르다. 공연이라면 그 순간 얼마나 웃겼는가가 그 자체로 중요하지만 TV 개그 프로그램은 그것이 얼마나 오래도록 회자되는가가 더 중요하다.

 

분명 쏟아지는 말 속에서 웃기는 웃었는데 지나고 나면 무엇 때문에 웃었는지 잘 알 수 없다면 그것은 화제가 될 수 없다. 무수히 쏟아놓은 재치 있는 말의 상찬보다 더 중요한 것은 임팩트 있는 말 한 마디다. 유행어 역시 마찬가지다. ‘민기네 경비아저씨같은 코너는 그 때 그 때 던져지는 전해 줘-”, “기운 내-” 같은 말이 웃음을 주지만 그것이 강하게 기억에 남지는 않는다. 그것은 유행어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그 유행어가 나오는 상황이 어떤 현실을 반영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유행어를 하기 위한 코너가 되어버린다.

 

유행어를 만든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웃찾사>는 그걸 그리 어렵지 않게 만들어낼 정도로 개그의 기량을 충분히 갖추고 있다. 중요한 건 그 기량으로 만들어낸 유행어가 현실을 반영한 공감 가는 상황을 만나 오래도록 울릴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는 점이다. 만일 그 유행어를 담아낼 수 있는 공감 가는 상황이 더 이상 여의치 않다면 코너를 접는 것도 한 방법이다. <웃찾사>가 반복적인 느낌을 주는 건 한 번 자리 잡은 코너가 적절히 변주되지 않으면서 동시에 새로운 코너 발굴이 지속적으로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다.

 

<웃찾사>는 지금 시청률이 문제가 아니다. 또 코너의 재미 그 자체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시급한 건 일단 한 코너라도 대표 코너로서 화제가 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고, 재미만큼 공감 가는 현실 상황을 끌어와 더 오랜 여운을 남기면서 반복적인 느낌을 없애줘야 한다는 점이다. 한 번 웃기는 것보다 더 중요한 건 지속적으로 웃기는 것이다. 그것만이 <웃찾사>라는 개그 프로그램의 브랜드를 확고히 해줄 수 있기 때문이다.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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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아와 안현수, 숟가락만 얹는 부끄러운 대한민국

 

너는 김연아가 아니다. 너는 48초 동안 숨죽인 대한민국이다. 너는 11번을 뛰어오르는 대한민국이고 너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대한민국이다. 너는 1명의 대한민국이다. 대한민국이 대한민국을 응원합니다.’

 

'패러디영상(사진출처:Olive Oh)'

대한민국이라는 단어가 무려 여섯 개나 들어가 있는 모 기업의 이미지 광고는 지금 대중들의 엄청난 비난에 직면해 있다. ‘너는 김연아가 아니다라는 도발적인 문구가 너는 1명의 대한민국이라는 표현으로 바뀌는 이 광고는 김연아를 상찬하는 것 같지만 그 자체로 지나친 국가주의적인 생각이라는 것이다.

 

실로 김연아가 그 정상에 오르기까지 국가가 해준 것은 별로 없다. 지금까지 그녀가 해온 일들은 그녀의 가족과 그녀 자신이 피땀 흘려 노력한 결과이지 제대로 된 국가의 지원을 받아 이룬 성과가 아니기 때문이다. 오히려 어느 날 갑자기 정상에 서게 된 김연아라는 세계적인 선수를 통해 대한민국의 이미지가 해외에 알려지는 판이다.

 

그런데 김연아가 아니라니. 김연아라는 개인을 부정하고 대신 대한민국이라는 국가를 투입시키는 건 너무 노골적인 국가주의 마케팅이다. 물론 김연아는 대한민국라는 등호는 그만큼 김연아 선수가 대한민국 그 자체일 만큼 대단하다는 의미일 것이다. 하지만 대중들의 생각은 다르다. 대한민국이라는 국가의 호명이나 칭호가 그다지 달갑게 여겨지지 않기 때문이다.

 

이번 소치 동계 올림픽에서 러시아로 귀화해 금메달을 딴 안현수 선수가 만들어낸 국내 빙상연맹에 쏟아지는 후폭풍은 지금 현재 국가에 대한 민심을 드러낸다. 세계적인 선수가 귀화를 결심하고 마치 보란 듯이 절치부심해 금메달을 따는 과정은 마치 국가에 대한 한 개인의 투쟁처럼 보여진다. 우리 선수들과도 경쟁해서 따낸 금메달이지만 지금 우리네 대중들은 러시아 국적을 가진 안현수 선수를 거꾸로 응원해주고 있다. 왜 그럴까.

 

국가라는 이름을 호명해 자리 하나씩을 차고 앉아 있는 관료들의 행태를 이미 대중들은 보지 않아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안현수 선수의 귀화는 그래서 국가를 저버린 행위가 아니라 국가로부터의 탈출로 받아들여진다. 지긋지긋해서 살기 싫다며 이민을 생각하는 수많은 이들이 갖는 그 생각.

 

국가가 무언가를 해주는 것을 대중들은 이제 그다지 바라지 않게 되었다. 다만 그냥 내버려두길 원하는 것이다. 잘 하는 이들이 그저 잘 할 수 있게 내버려달라는 것이다. 김연아 광고에 쏟아지는 비난과 안현수 선수에 대한 응원 속에는 해준 것 없이 숟가락만 얹으려는 국가에 대한 반감이 들어가 있다.

 

국가는 국민입니다!”라고 <변호인>에서 일갈했을 때 그 단순한 말 한 마디가 대중들의 마음을 울렸던 것은 국가를 제 멋대로 해석해 그 권력으로 국민을 심지어 고문하기도 하는 세상에 대한 당연한 분노가 공감되었기 때문이다. 국민이 우선이 아니라 국가가 우선인 세상에 대한 분노.

 

그래서 김연아 광고를 뒤집어 놓은 한 패러디에는 국가에 대한 대중들의 혐오와 그 어려움 속에서도 최고의 경기를 보여주는 김연아라는 개인에 대한 찬사가 들어가 있다.

 

당신은 대한민국이 아닙니다. 당신은 피겨약소국의 한 운동선수입니다. 당신은 언제나 최선을 다하는 챔피언이고 당신은 어린 후배를 위해 기꺼이 다시 뛰어오르는 선구자입니다. 당신은 김연아입니다. 당신이어서 고맙습니다.’

 

힘겨운 대중들에게 그래도 할 수 있다는 힘을 늘 안겨주는 김연아 선수의 선전을 기원한다.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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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4.02.20 10:35 BlogIcon 아린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하나하나 맞는 말입니다. -ㅅ-
    한 명의 유명세에 묻어가려 하는 모습이 눈살이 찌푸려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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