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면가왕>, 복면을 쓰고도 자신을 드러낸다는 건

 

<복면가왕>7대 가왕도 결국은 화생방실 클레오파트라에게 돌아갔다. 항간에는 넘사벽(넘을 수 없는 4차원의 벽)’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그 누가 나와도 클레오파트라의 복면을 벗기기는 어려울 거라는 것. 실제로 이번 무대에서 그가 부른 부활의 사랑할수록은 관객과 연예인 패널들을 모두 감탄하게 만들었다. 잔잔히 시작해 폭풍처럼 몰아치는 클라이맥스의 고음까지 클레오파트라는 마치 하나의 악기처럼 노래했다.

 


'복면가왕(사진출처:MBC)'

클레오파트라의 정체는 이미 99%가 김연우라는 심증이 거의 확증이 되어가고 있다. 인터넷에는 그가 <복면가왕> 무대에서 부른 노래와 다른 음악 프로그램에서 부른 노래를 비교하는 증거들이 넘쳐난다. 물론 1%의 변수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김연우라는 생각을 갖고 클레오파트라의 노래를 들어보면 누구나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이쯤 되면 복면이 무슨 소용이 있을까 싶다. 하지만 복면의 효용가치는 대중들이 이미 그 정체를 어느 정도 감지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존재한다. 얼굴을 드러내고 부르는 모습은 또 다시 가수가 이전에 갖고 있는 막연한 이미지들을 떠올리게 할 것이다. 하지만 얼굴을 가리자, 심증 99%가 김연우라고 해도 노래에만 더 집중하게 된다.

 

여기서 가정을 해보자. 만약에 클레오파트라가 김연우라면 그는 왜 <나는 가수다>의 첫 무대에서 초고속 탈락하는 비운을 맛봤을까. 그는 당시도 지금도 최고의 가창력을 가진 가수다. <나는 가수다>에서 그의 무대를 보던 임재범은 그가 더 소리를 지를 수 있는데도 내지 않는다며 대단한 가수라고 그 가창력을 인정한 바 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그는 첫 출연에서 급 탈락하는 충격적인 결과를 받아들여야 했다.

 

이유는 역시 그에 대한 막연한 선입견 때문이 아니었을까. 고음까지도 말끔하게 뽑아내는 그 놀라운 가창력은 거꾸로 무감정하다는 평가까지 들었다. 여러 토크쇼에 출연하면서 그는 지금 현재 굉장히 친근한 이미지가 되었지만, 당시만 해도 잘 모르는 대중들에게는 조금 날카로운 인상을 주었던 것도 사실이다. 호주에서 벌어졌던 탈락가수들의 재도전 무대에서 칼을 갈고 나온 김연우가 1등을 하자 거기에 대한 비난이 나오기도 했던 것 역시 그에 대한 비뚤어진 편견과 선입견이 깔려 있었기 때문이다.

 

만일 김연우가 <나는 가수다>에서 복면을 쓰고 나왔다면 어땠을까. 그는 지금 클레오파트라가 하고 있는 것처럼 오롯이 가창력만으로 연전연승을 하지 않았을까. 이건 실로 복면의 마법이 아닐 수 없다. 복면 하나 씌워놓았을 뿐이지만, 그 결과는 어마어마한 차이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물론 이것은 아직 밝혀지지 않은 가정일 뿐이다. 클레오파트라가 김연우라는 건 아직까지 추정에 불과하니 말이다. 하지만 만일 그것이 사실로 밝혀진다면 이것은 김연우라는 가수에게는 가장 큰 의미로 다가올 수 있을 것이다. 그는 선입견과 편견을 지우기 위해 복면을 썼고, 오로지 가창력만으로 그 편견을 뚫고 본인이 김연우라는 걸 일찌감치 보여준 것이니 말이다. 그는 복면을 벗지 않고도 가창력만으로 자신을 드러낸 유일한 가수가 되지 않을까. 만일 그가 김연우라면 말이다. 아마도.



<복면가왕> 정체 궁금하지만 노래 좋으면 됐다

 

클레오파트라는 김연우인가. 타 프로그램에서 김연우가 오페라의 유령을 부르는 장면과 <복면가왕>에서 부른 장면을 비교한 동영상은 클레오파트라의 정체가 김연우라는 심증을 갖게 만들기에 충분하다. 목소리나 발성이 너무나 똑같기 때문. 그래서 이미 인터넷은 클레오파트라의 정체가 김연우라는 얘기가 공공연히 돌고 있다.

 

'복면가왕(사진출처:MBC)'

그런데 클레오파트라가 3연승을 기록하면서 이런 확증에 가까운 심증이 <복면가왕>이라는 프로그램에 어떤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그가 만일 진짜 김연우라면 그의 장기집권(?)을 막는다는 건 쉽지 않을 일이다. 그의 가창력은 이미 대중들에게 정평이 난 지 오래다.

 

그렇다고 계속 해서 그가 우승을 한다면 자칫 <복면가왕>이 갖고 있는 두 가지 의미가 퇴색될 수도 있다. 그 하나는 다양성이다. 결국 복면까지 하고 무대에 오른 건 좀 더 다양한 인물들이 다양한 목소리를 낼 수 있게 하기 위함이 아닌가. 다른 하나는 정체에 대한 궁금증이라는 <복면가왕>만이 가진 핵심적인 재미 포인트가 희석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미 정체를 다 알고 노래를 듣는다면 그건 콘서트지 <복면가왕>이 아니다.

 

그래서 항간에는 몇 주 연속 우승을 하게 되면 스스로 가면을 벗는 룰을 만들어야 한다는 얘기도 나온다. 장기집권은 이번 클레오파트라에게서 발생하는 위의 두 가지 문제를 계속 만들어낼 수 있다. 그러니 아예 이참에 다양성과 프로그램 정체성을 위해 합당한 룰을 세우는 게 향후에도 좋을 수 있다는 의견이다.

 

하지만 룰을 바꾸거나 세우는 건 또한 민감한 문제다. 과거 <나는 가수다> 초창기에 김영희 PD가 겪었던 해프닝을 떠올려보라. 룰은 게임이 진행되기 전에 이미 마련되어야 하는 것이다. <복면가왕>처럼 이미 쉬지 않고 굴러가는 게임에서 룰을 변경한다는 건 위험할 수도 있는 일이다.

 

그런데 사실 클레오파트라가 김연우면 또 어떤가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 <복면가왕>은 물론 가왕을 뽑는 과정을 다루기는 하지만 누가 이기고 누가 지는가에 대해서 그리 민감한 프로그램은 아니다. 즉 성패와 무관하게 자신의 기량을 다 보일 수 있는 무대 그 자체를 복면이라는 장치를 통해 가져갈 수 있다는 점이 <복면가왕>의 핵심적인 재미라는 것이다. 만일 클레오파트라가 매번 노래를 통해 대중들을 감동시킬 수 있다면 계속 볼 수 있는 것도 대중들의 권리라는 점이다.

 

물론 <복면가왕>에서 복면 뒤의 정체는 궁금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복면은 장치일 뿐이지 그것이 이 프로그램이 진정으로 보여주고자 하는 건 아니라는 점이다. 진짜는 노래에 있다. 어떻게 하면 편견 없이 부르고 듣는 노래를 즐길 것인가가 <복면가왕>이 진짜 보여주려는 것이다. 그러니 클레오파트라가 김연우라고 하더라도 좋은 노래라면 그것으로 족할 일이다. 물론 그보다 더 좋은 복면의 등장이 기대되기는 하지만.

 

<복면가왕>에 대한 고마움과 씁쓸함

 

MBC <복면가왕>은 스스로를 미스테리 음악쇼라고 부른다. 복면 뒤에 누가 있는가를 추리한다는 의미에서 미스테리라는 말을 붙였고 복면 쓴 그들이 한바탕 즐거운 쇼를 보여준다는 면에서 음악쇼라 붙였을 것이다. 그런데 이 프로그램을 계속 보다보면 도대체 이렇게 많은 실력자들이 왜 복면이 씌워진 채 대중들에게는 잘 보여지지 않았던가 하는 의구심을 갖게 된다. 필자에게 <복면가왕>이 주는 미스테리는 바로 그런 의미다. 무엇이 이들을 가리고 있었던 것일까.

 

'복면가왕(사진출처:MBC)'

일반적으로 쉽게 편견이라고 지칭해서 말하지만 거기에는 그간 우리네 음악 산업이 갖고 있는 불균형과 불평등이 그 밑바탕에 깔려 있다. 또한 거기에는 음악 산업 종사자들이 늘 해왔던 안전한 선택들 역시 존재한다. 그러다 보니 오히려 스스로가 스스로의 잠재력을 가려왔던 것 또한 보인다.

 

기획사들도 많이 달라졌다고는 하지만 그들은 여전히 아이돌 그룹에 집착한다. 물론 그만한 파괴력을 가진 유닛 형태를 발견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연습생 과정을 거치는 기획사 시스템 때문에 20대를 넘어선 가수 지망생들은 아예 설 기회조차 사라지는 환경이 만들어지기도 했다. <슈퍼스타K> 같은 오디션 프로그램들이 이들 소외된 20대들을 끌어 모아 힘을 발휘했던 건 우연이 아니었다.

 

아이돌 그룹에 들어간다고 해도 그 안에서 자신의 기량을 100% 발휘할 수 있는 아이돌은 드물다. 최근 <복면가왕>의 무대가 주로 아이돌의 재발견으로 이어진 것은 아이돌 그룹에 합류한다고 해도 여전히 그 틀 안에서 소외되는 아이돌들이 있다는 걸 잘 보여준다. 유닛 속에서는 자신의 역할이 규정되기 마련이다. 그 역할을 벗어나면 다른 멤버의 영역이 침해된다. 아이돌이란 틀은 파괴력이 있지만 동시에 어떤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

 

음악 프로그램들은 한 때 순위를 내세우지 않는 등의 변화를 보여줬지만 최근 들어 다시 순위가 부활하고 있다. 그 순위에 들어간 음악들은 과거로 회귀하고 있다. 아이돌 일색으로 바뀌고 있는 것. 최근 벌어진 한 음악 프로그램에서 빅뱅과 엑소의 1위를 둔 대결이 팬과 팬 사이의 심각한 갈등으로까지 이어진 건 순위 프로그램이 가진 한계를 드러낸다. 무엇보다 이렇게 트렌디한 음악 프로그램에서 아이돌의 음악만 반복해서 들려주는 건 심각한 왜곡이 아닐 수 없다.

 

아이돌의 음악이 잘못됐다는 것이 아니다. 다만 더 많은 음색과 가창력 그리고 개성과 끼의 소유자들이 배출될 수 있는 무대가 점점 사라지고 있다는 얘기다. <복면가왕>이 주목을 넘어 열광적인 반응까지 얻어내고 있는 건 다름 아닌 이 다양한 가수들의 무대를 이 음악쇼가 가능하게 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거기에는 이제 한 물 갔다고 여겨진 십여 년이 넘게 활동을 안 하던 가수가 올라오기도 하고, 여전히 전설이지만 설 무대가 없어 방송에는 거의 나오지 않았던 권인하나 고유진 같은 가수가 등장하기도 하며, 때로는 가수 뺨치는 아마추어들의 기량에 놀라기도 한다.

 

<복면가왕>이 이를 가능하게 한 것은 다름 아닌 복면을 씌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것은 기이한 장면이 아닐 수 없다. <복면가왕>은 노래와 이미지가 엇박자를 이루는 프로그램이다. 노래는 기가 막힌데 그들이 쓴 복면은 우스꽝스럽기 이를 데 없고 간간히 진행되는 인터뷰에서도 변조된 목소리는 경박하게까지 느껴진다. 결국 복면은 가수가 가진 아우라의 이미지를 상당부분 깨는 역할을 해준다. 결국 가수들은 이미지를 포기함으로써 무대에 서서 제 기량을 발휘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복면가왕>은 편견을 지운 무대를 강조한다. 하지만 그 편견은 가수들이나 시청자들이 만든 것이 아니다. 오히려 몇몇 기획사 중심으로 굴러가는 권력적인 가요계의 흐름과 이들에게만 집중하는 음악 프로그램들의 반복적인 노출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 더 많다. 심지어는 <복면가왕>조차 아이돌의 재발견의 장이 되고 있지 않은가. 그런 점에서 <복면가왕>은 너무나 고마운 프로그램이지만, 동시에 만만찮은 가요계 기득권층의 힘을 보여주는 씁쓸함이 있다. 이제 전설들도 복면을 쓰고 나와야 무대에 설 수 있다.

 

<집밥 백선생>, 백종원이 보여주는 요리 신세계

 

“참 쉽쥬?이 말은 <집밥 백선생>에서 참 많이 나오는 말이다. “얼마나 간편한지 한번 보세요.” 이 말도 마찬가지다. 백종원은 단 20여분 만에 달래간장, 두부졸임, 꽈리고추볶음, 마늘쫑 볶음, 네 가지의 밑반찬을 뚝딱 만들어내면서 연실 쉽고 간편하고 빠르다는 걸 강조했다.

 

'집밥 백선생(사진출처:tvN)'

그렇다면 맛은? 뚝딱 만들어냈지만 맛 또한 기가 막히다. 제자들은 저마다 백선생이 만든 밑반찬을 먹어보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시청자들도 아마 똑같은 느낌을 가졌을 것이다. 화면으로 보는 비주얼만으로도 그 맛이 느껴질 정도니까.

 

이것은 <집밥 백선생>만이 보여주는 요리의 마력이다. 마치 마술사나 된 것처럼 뭐든 그 손에 닿기만 하면 평범한 재료들이 맛있는 요리로 변신한다. 냉장고를 열어보면 그 어느 집에서나 있을 법한 그런 재료들이다. 고추, 두부, 달래, 마늘쫑 같은 흔한 재료들이 어떻게 간단하게 밥도둑이 될 수 있는가를 백선생은 너무나 자연스럽게 보여준다.

 

요리라고 하면 우리는 이상하게도 일품요리를 떠올린다. 잘못된 편견이다. 뭔가 거한 요리 하나가 주는 임팩트만을 떠올리기 때문이다. 사실 우리가 삼시세끼를 주로 챙겨먹는 일품요리라기보다는 밑반찬 같은 소소한 것들이다. 어쩌면 일품요리는 좀 배워서 할 수 있는 사람도 밑반찬 만드는 건 서툴 수 있다. 그건 말 그대로 엄마들의 노하우가 묻어나는 것이기 때문이다.

 

백선생은 이 노하우를 선선히 보여준다. 돼지고기 간 것에 간장과 설탕을 넣고 끓여 만든 이른바 만능간장의 레시피를 알려주고, 그거 하나면 거의 모든 재료들을 요리로 바꿀 수 있다고 얘기한다. 사실이다. 요리란 늘 받아먹기만 했을 때는 엄청나게 어렵고 특별한 일처럼 보이지만 실상 해보면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닐 수 있다. 물론 거기에는 백선생처럼 요리경험이 충분한 스승이 주는 약간의 배움이 필요하다.

 

쿡방이 대세라지만 <집밥 백선생>은 화려한 요리의 세계를 다루지는 않는다. 그것을 못해서가 아니라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기 때문이다. 요리의 일상화. 요리는 엄마가 해주는 것이라거나, 요리사가 하는 것이라는 편견을 깨는 것. 누구든 약간의 팁만 안다면 쉽고 빠르면서도 맛있게 만들어낼 수 있는 게 요리라는 걸 <집밥 백선생>은 보여준다.

 

4명의 제자들은 그래서 이 일상의 요리 신세계가 신기한 시청자들이 빙의될 수 있는 인물들로 꾸려졌다. 투덜투덜 대고 아는 척 하지만 요리는 처음인 김구라나 요리 좀 아는 것처럼 보였지만 실제는 4차원의 세계에 빠져있는 듯한 박정철, 아무 것도 못할 것처럼 보였지만 의외로 습득력이 좋고 응용력도 보이는 손호준과 아예 아무런 요리의 기본도 갖고 있지 않지만 그래서 앞으로의 성장이 더 기대되는 윤상. 이들은 요리의 세계에 한 번도 발을 딛지 않았던 시청자들이라면 더더욱 몰입이 되는 인물들이다.

 

이런 제자들에게 몇 가지 팁만으로도 요리의 신세계를 경험하게 만드는 백선생은 그래서 이를 시청하는 일반인들에게도 새로운 경험을 가능하게 해주는 고마운 존재다. 그의 초간단 초강력 레시피는 요리무능자들에게 실제로 해보고 싶은 욕망을 건드린다. 요리가 이렇게 쉬울 수가... 이러다가 누구든 요리 한 가지씩은 뚝딱 해낼 수 있는 그런 시대가 도래 하는 건 아닐지. 요리는 특별하지도 특별한 사람들만의 전유물도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일상에 닿아있는 백선생의 요리 꿀팁은 더더욱 의미 있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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