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트하우스', 이게 정말 15세 시청가 맞나요?

 

SBS 월화드라마 <펜트하우스> 이야기의 모티브는 JTBC <SKY 캐슬>과 유사하지만 이야기 전개는 극과 극이다. <SKY 캐슬>이 보다 진지하게 우리네 사교육의 문제를 극적인 이야기 구성으로 흥미진진하게 풀어나갔다면, <펜트하우스>는 그 이야기 틀을 가져와 학대와 폭력 그리고 불륜 같은 자극의 전시장으로 풀어놓고 있다.

 

최고층 주상복합 헤라팰리스에 살아가는 이들은 어른이나 아이들이나 모두 악마의 탈을 쓰고 있는 이들이다. 실력은 없지만 돈과 권력이 있어 선민의식을 갖는 인물들. 천서진(김소연)은 부모찬스로 오윤희(유진)가 차지할 1등을 가로챈 인물이고, 심수련(이지아)에게서도 남편 주단태(엄기준)를 유혹해 불륜을 저지르는 인물이다. 그래서 첫 회의 부제 '도둑년'은 바로 천서진을 지목하는 말이다.

 

그런데 그건 천서진과 오윤희 사이의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 그들의 자녀인 하은별(최예빈)과 배로나(김현수)가 청아예고에 들어가기 위해 성악 시험을 보는 과정에서도 이들의 과거가 재연된다. 실기시험의 시험관으로 들어간 천서진은 블라인드 시험에서 목소리와 신발을 통해 그게 오윤희의 딸 배로나라는 사실을 알고는 시험관들을 움직여 불합격시킨다.

 

주단태 역시 악의 축이다. 헤라팰리스를 만든 그는 약자들의 터전을 강제로 철거해 그 위에 빌딩을 세워 돈을 쓸어 모으는 인물. 천서진과의 불륜은 물론이고, 아이들에게 상습적인 학대를 저지르는 인물이기도 하다. 그의 딸 주석경(한지현)이 시험지 답안에 답을 쓰지 않고 낸 사실을 알게 된 그는 체벌을 하기 위해 마련된 밀실로 그를 끌고 들어가려 하고 대신 맞겠다는 쌍둥이 오빠 주석훈(김영대)을 체벌한다.

 

부모들이 이 지경인데 아이들이 온전할 리 없다. 헤라팰리스에 과외선생으로 온 민설아(조수민)는 석경에 의해 도둑으로 몰려 아이들에 의해 집단 폭행을 당한다. 수영장에 빠뜨리고는 돈을 던져 세탁비에 보태 쓰라는 석경의 모습은 중학생 아이의 모습을 하고는 있지만 막장드라마 속 어른들이 하는 행동을 그대로 한다는 점에서 더 충격적이다.

 

하지만 폭력적인 장면은 그게 끝이 아니다. 사실 아이들과 동갑인 중학생이라는 사실이 밝혀지자(개연성이 너무나 떨어지는 설정이다) 주단태에게 뺨을 맞고 아이들에 의해 폐차에 감금된 채 집단적인 괴롭힘을 당하는 장면이 등장한다. 아이들이 사실상 악마들처럼 그려지는 이 상황들은 시청자들이 불편함과 불쾌함을 느낄 수밖에 없는 과한 장면이 아닐 수 없다.

 

물론 <펜트하우스> 그리려는 건 저 <SKY 캐슬>이 다루었던 우리네 교육문제와 이른바 상위 1%라고 불리는 이들의 허위의식 같은 것일 게다. 하지만 너무 과한 설정과 과장, 개연성 떨어지는 이야기들 속에서 자극을 위한 자극적 상황들이 연달아 벌어지면서, 그런 주제의식은 가려져 버린다. 대신 남는 건 불쾌함이 가득한 자극일 뿐.

 

결국 메시지는 보이지 않고 자극만 남는 본말이 전도된 드라마가 지향하고 있는 건 시청률만이 아닌가 하는 의심하게 만든다. 실제로 이 드라마는 2회 만에 10%대 시청률을 기록했다. 하지만 드라마를 보는 시청자들에게는 피로감만 가득하다. 전반적으로 높은 데시벨을 가진 드라마 속 인물들의 악다구니 속에서 악마 같은 아이들의 행태를 보고 있는 처참함이라니. 이런 드라마가 과연 15세 이상 시청가능하다는 게 납득이 잘 가지 않는다.(사진:SBS)

‘리턴’, 엽기적인 범죄? 이면에 담긴 피해자들의 억울함

사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드라마지만 이제야 그 본래 하려던 이야기를 알겠다. SBS 수목드라마 <리턴>의 제목이 왜 그렇게 정해진 것인지도. 

이 드라마는 이른바 악벤져스라 불리는 권력층 자제 4인방의 갖가지 폭력과 범법 행위들을 전면에 드러내며 시작했다. 그래서 시청률은 치솟았지만 지나치게 자극적이라는 비판을 받았고, 급기야 이 4인방에 과하게 집중된 스토리는 이야기를 너무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가게 했다. 

하지만 주연배우가 바뀌는 파행을 겪으며 새롭게 최자혜 역할에 박진희가 투입되면서 이야기는 전반부와는 다른 양상을 띠었다. 가장 큰 변화는 최자혜라는 인물의 미스터리한 과거사가 드러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결과적으로 보면 이 악벤져스를 둘러싼 갖가지 사건들, 이를테면 그들과 늘 함께 해왔던 염미정(한은정)의 죽음과 그 사체가 그들의 차 트렁크에서 발견되어 이를 유기하게 된 일이나, 염미정의 살인용의자로 강인호(박기웅)가 지목되고 그의 무고함을 밝히기 위해 경찰서로 가던 서준희(윤종훈)를 오태석(신성록)과 김학범(봉태규)이 붙잡아 죽이려고까지 했던 일, 그들이 염미정의 사체를 유기하는 장면이 찍힌 블랙박스영상으로 돈을 요구하다 오태석에 의해 자동차 딜러 김병기(김형묵)가 살해된 일 같은 것들이 모두 최자혜가 그린 복수의 큰 그림 안에서 벌어진 일들이었다. 

악벤져스 4인방에 의해 교통사고를 당한 후 바다에 던져진 소녀가 최자혜의 딸일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이런 모든 사건들을 의도적으로 벌어지게 만든 이가 바로 최자혜였다는 게 점점 수면 위로 올라오고 있는 것. 그 소녀의 죽음과 부검결과를 속인 담당형사와 부검의까지 모두 살해당한 사실이 이 모든 사건의 출발점이 그 소녀의 죽음과 연관되어 있다는 걸 말해준다. 

여기에 역시 악벤져스에 의해 여동생이 끔찍한 성폭력을 당하고도 그들이 무죄로 풀려나는 현실에 억울함을 토로하던 김정수(오대환)가 최자혜와 공모해왔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당시 판결에 동석했던 최자혜 판사는 그렇게 판사 법복을 벗고 변호사가 된다. 이미 그 때부터 이 모든 복수의 설계를 두 사람이 해왔다는 걸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그래서 결국 이 드라마가 하려는 이야기는 무엇일까. 그건 바로 법이 있어도 재력과 권력에 의해 덮어지고 피해자는 그 상처를 평생 가진 채 살아가야 하지만, 가해자들은 버젓이 갖가지 범죄적 행태를 하면서도 잘 살아가는 현실에 대한 항변이다. 최자혜 변호사는 법조계에 있었지만 그 법의 무력함을 알고는 이제 법 바깥에서 정의를 구현하려 한다.

그런데 그 방식이 독특하다. 그저 악벤져스들을 직접 살해하는 방식이 아니라 모두에게 다 잊혀졌던 과거의 그 사건들을 다시금 환기시키고 끄집어내는 방식이다. 다 옛날 일이라며 그저 현재를 잘 살아가려던 악벤져스들은 그 과거와 마주하면서 다시 고통에 빠져버린다. 과거로부터 벗어나 한 가족의 가장으로서 건실하게 살아가려던 강인호나 그 과거의 잘못을 마음 한 구석에 죄의식으로 갖고 있던 서준희가 뒤늦게 참회의 눈물을 흘리게 되는 건 그래서다. 

그래서 이 드라마는 제목처럼 과거의 그 추악한 사건의 전말로 기억을 되돌리는(리턴) 이야기를 담고 있다. 엽기적인 범죄의 연속으로만 여겨졌던 사건들이 알고 보면 묻혔던 과거의 기억을 환기시키는 방식으로 최자혜가 꾸민 큰 그림 안에서 벌어지고 있었다는 것. 어쩌다 많은 파행과 난항을 겪으며 그 완성도에 균열들이 생겨나게 된 걸까. 본래 하려던 이야기가 갖고 있는 메시지가 충분한 의미가 있었다는 사실은 이런 파행들을 더더욱 안타깝게 만든다.(사진:SBS)


‘감빵생활’, 감방만 비춰도 갑질 세상이 보이네

본래 영상은 프레임 안의 이야기만을 담는 것이 아니라고 했던가. tvN 수목드라마 <슬기로운 감빵생활>을 보면 이 이야기가 실감난다. 이 드라마의 카메라가 포착하고 있는 건 거의 90% 이상이 감방 안이다. 그러니 어딘가 답답할 법도 하고, 이야기도 한정적일 것 같지만 <슬기로운 감빵생활>은 전혀 그렇지 않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이 감방 안에 거의 카메라를 드리우고 있는 드라마가 이토록 다채롭고 세상 바깥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것에 놀라게 된다. 

그 비밀은 감방 안에 들어오게 된 인물들에게서 나온다. 저마다 독특한 캐릭터를 가진 인물들은 저마다의 사연을 갖고 있고 그 사연은 그들이 감방에까지 들어오게 됐다는 사실에서 사회적 함의를 갖기 마련이다. 이를 테면 주인공인 제혁(박해수)이 감방에까지 들어오게 된 사연 자체가 그렇다. 정당방위가 과잉방어가 되고 그래서 감방에 들어와 야구 은퇴 선언까지 하게 된 스타 프로야구선수. 겉보기엔 화려해보이지만 그것을 얻어내기 위해 죽을 만큼 열심히 노력해온 그는 ‘꿈을 위해 죽을 만큼의 노력을 요구하는 사회’의 한 면을 보여주는 인물이다. 

물론 제혁은 성공한 인물이지만 그렇게 노력을 아무리 해도 성공은커녕 계속 갑질을 당하고 억울하게 감방생활을 하는 이들도 있다. 고박사(정민성)가 그런 인물이다. 건설회사 재무팀 과장으로 지내다 자신은 저지르지도 않은 배임 횡령죄로 감방에 들어왔다. 그의 가족을 챙겨주겠다는 회사의 제안을 받아들여 그 문제들을 홀로 책임지게 된 것. 하지만 회사의 갑질은 감방에 들어왔다고 해서 끝나지 않았다. 회사에 문제가 또 터지자 그것마저 고박사가 떠안으라는 편지가 날아온 것. 없는 자는 더 핍박받는 우리 사회의 고구마 현실을 고박사라는 캐릭터는 그대로 보여준다. 

사병을 때려 숨지게 했다는 누명을 쓰고 감방에 들어오게 된 유대위(정해인) 역시 마찬가지다. 그가 있던 부대에서 백이 있다는 이유로 계급과 상관없이 마음대로 폭력을 행사해온 오병장은 박일병을 때려죽인 후 부대원들을 협박해 그에게 누명을 씌운 것. 유대위는 군대라는 조직에서조차 권력자의 백이 우선하는 사회의 면면을 드러내는 인물이다. 군대가 저 정도이니 사회는 오죽할까. 고박사는 유대위 같은 인물은 그래서 사회생활이 감방생활과 별반 다를 바 없다는 걸 보여준다. 어찌 보면 감방생활이 더 따뜻하게 느껴질 정도.

하지만 제 아무리 현실이 ‘감방생활’이어도 ‘슬기롭게’ 대처해나가는 것으로 이 힘겨움을 버텨낼 수 있다고 말하는 드라마가 바로 <슬기로운 감빵생활>이다. 자신이 그 정도로 쉬운 인물이었다는 걸 절감한 고박사는 그래서 면회를 온 도부장에게 반격을 가한다. 스스로 회사의 비리를 털어놓게 하고 그 내용을 감청해 오히려 도부장을 협박한 것. 또 유대위의 형 유정민(정문성)은 끊임없이 당시의 부대원들을 찾아다닌 결과 증인을 찾아낸다. 사실 당시의 중대원 전부가 오병장이 박일병을 죽인 걸 목격했던 것. 

물론 이건 드라마가 가진 다소 판타지적인 해결이지만, 그래도 이들의 감방생활이 어딘가 우리네 사는 모습과 그리 다르지 않다고 여긴 시청자들로서는 잠시나마 시원한 느낌을 가졌을 게다. 어찌 보면 어딘가 소외되어 있어 더더욱 서로의 처지를 이해하고 그래서 갑질하는 세상에 함께 머리를 맞대 일격을 가하는 그 이야기에서 시청자들은 은밀한 동지의식 같은 걸 갖게 된다. 

<슬기로운 감빵생활>은 프레임 안에 담긴 감방 이야기를 통해 프레임 바깥의 세상을 이야기하는 드라마다. 거기에는 갑질하는 세상의 부조리한 현실들이 담기고, 그것들이 우리가 사는 세상이라는 공감대를 불러일으킨다. 그리고 드라마의 방식으로 답답한 고구마 세상에 한 방의 사이다를 날리며 갑질 세상에 핍박받는 을들을 위로한다. 시청자들이 감방 이야기에 이토록 공감하고 매료될 수 있는 이유다.(사진:tvN)

‘부암동 복수자들’, 세상은 넓고 복수할 일들은 넘쳐난다

이 통쾌함과 훈훈함은 어디서 오는 걸까. tvN 수목드라마 <부암동 복수자들>은 ‘복수’라는 장르적 틀을 충실하게 따르는 드라마다. 분노를 일으키는 대상이 있고 그들에게 당한 이들이 있다. 그래서 그 피해자들이 모여 ‘복수자 클럽’을 만든다. 그리고 응징한다. 전형적인 복수 장르의 틀이다. 

'부암동 복수자들(사진출처:tvN)'

그런데 <부암동 복수자들>이 주는 ‘복수’의 양태는 그 정서적 느낌이 다르다. 그것은 이 복수자가 된 이들이 가진 저마다의 사연이 환기시키는 현실 때문이다. 재벌가의 딸이지만 어느 날 갑자기 다 큰 아들을 들인 남편 때문에 분노하는 정혜(이요원), 서민으로서 자식을 위해 갑질 앞에서도 눈물을 참고 무릎을 기꺼이 꿇는 도희(라미란) 그리고 겉으로 보기엔 점잖은 교수이지만 술만 마시면 폭력을 행사하는 남편으로 고통 받는 미숙(명세빈)은 각각 외도와 갑질과 폭력이라는 사회적 사안을 환기시킨다. 

그것은 여성이라는 위치에서 특히 공분할 수 있는 사안들이지만 크게 보면 폭력을 행사하는 세상이 주는 분노라는 점에서 보면 딱히 여성에게만 해당되는 이야기는 아니다. 어쨌든 이들이 저마다 가진 사안들이 환기시키는 현실들은 이 복수가 사적인 차원의 것 이상으로 다가오게 만든다. 복수 자체가 현실에 대한 강력한 풍자이며 비판으로 느껴지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이 복수자 클럽에 이수겸(준)이라는 유일한 남성이 들어와 있다는 사실이 흥미롭다. 물론 이수겸은 아직 고등학생이라는 미성년으로서 그 자체가 사회적 약자다. 그런 점에서 이 여성들과의 연대가 그리 이질적이라고 여겨지지 않는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 흥미로운 건 이 미성년의 인물이 복수하려는 대상이다. 그건 다름 아닌 자신을 낳아준 부모들. 이건 무슨 의미를 담고 있는 걸까. 

낳아주기만 하면 부모가 아니라는 것을 그는 말하고 있다. 자신을 온전히 키워준 할머니가 그에게는 유일한 부모다. 그래서 자신을 낳고는 사실상 버린 부모들은 복수 대상이 된다. 그 부모들이 이수겸을 현재 원하는 이유는 그가 아들이기 때문이 아니다. 아버지인 이병수(최병모)는 대를 이어 재벌가에서의 입지를 가지려는 것이 목적이고, 생모인 수지(신동미)는 아들을 통해 한 몫 잡으려는 속셈이다. 심지어 수지는 할머니가 있는 산소 땅과 집마저 팔아버리려 한다. 자본의 힘은 자식마저 이용하는 비정함을 드러낸다. 그래서 이수겸의 복수가 말해주는 건 자본화된 비뚤어진 세상에서 잘못된 어른들에 대한 응징이다. 

<부암동 복수자들>은 이 네 명의 복수자 클럽이 완성되는 걸 보여주는 첫 복수전으로서 성추행을 일상으로 아는 교장을 그 대상으로 세웠다. 물론 그 복수의 방식은 엉뚱한 면이 있다. 교장의 성추행 사실을 공개적으로 드러내고 그 처벌을 받게 하는 방식이 아니라 의자에 접착제를 붙이고 설사약을 먹여 곤혹스런 상황을 만드는 것이니 말이다. 물론 그건 이 복수자 클럽이 던지는 경고 메시지였지만 그래도 진정한 복수라고 보기에는 부족한 면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암동 복수자들>은 그 몇몇 소극적인 복수의 장면들만으로도 어느 정도의 통쾌함을 선사하는 것이 사실이다. 그렇게라도 어떤 응분의 대가를 받는 이들이 현실에서는 보기가 더 힘드니 말이다. 또한 복수와 함께 이 복수자클럽의 구성원들이 서로의 사정을 이해하고 공감하며 위로하는 그 연대의 모습이 주는 훈훈함을 빼놓을 수 없다. 어찌 보면 복수 그 자체보다도 <부암동 복수자들>에 시청자들이 매료되는 지점은 바로 그들 간의 연대가 아닐까 싶을 정도다. 현실화되기 쉽지 않은 복수보다 서로에 대한 공감대가 더 큰 힘이 될 수도 있고, 그 힘은 어쩌면 그 복수를 현실화시킬 수도 있으니.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