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지노’, 최민식의 인생 도박 모험에 빠져들 수밖에 없는 이유

카지노

역시 최민식은 최민식이다. 3회까지 첫 공개된 디즈니+ <카지노>는 한 마디로 최민식의 아우라가 전편을 장악하고 있는 드라마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떤 상황에서도 결코 무너지지 않을 것 같은 단단함과, 깡패들 사이에서 보여주는 살벌함과 더불어, 최민식 특유의 쓸쓸하고 처연한 정서가 더해져 <카지노>의 주인공 차무식(최민식)은 종횡무진이다.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나 툭하면 사고를 치고 교도소에 들락거리는 깡패 아버지와 그에게 돈도 뜯기고 연일 두드려 맞으면서 기구한 일생을 살아온 어머니 사이에서 거친 삶과 동시에 인간적인 연민도 가진 인물, 차무식. 그의 80년대와 2000년대를 넘나드는 파란만장한 이야기가 <카지노>의 서사다. 그는 어쩌다 필리핀까지 가게 되어 그 곳에서 카지노를 운영하며 대부가 되는 인물로, 그 과정은 마치 인생이라는 도박판 위에서 그가 순간순간 던지는 레이스에 가깝다. 

 

시청자들로서는 상상하기 힘든 이 인생 도박 모험의 롤러코스터를 바로 이 차무식이라는 인물을 통해 체험하는 짜릿함을 경험하게 된다. 당시에 수백억씩 되는 돈을 주무르는 욕망의 레이스도 있지만, 돈과 연결된 범죄의 어두움과 거기서 나올 수밖에 없는 살벌한 누아르적 분위기도 빠지지 않는다. 최민식이 대단하다 여겨지는 건, 이 차무식이라는 인물에 입체적인 얼굴을 부여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건 친구들에게는 끈끈한 친구의 얼굴이지만, 여지없이 살벌한 범죄자의 얼굴이기도 하고 때론 어머니를 한없이 가엾게 바라보는 아들의 얼굴이기도 하다. 

 

그래서 시대를 뛰어넘어가며 이 여러 얼굴을 프리즘처럼 보는 와중에 시청자들은 자연스럽게 그 모험의 여정에 참여하게 된다. 여기에 그의 과거에 깃들인 복고적 풍경들과 사건들이 향수를 자극하고, 이미 그 시대를 겪었던 이들이라면 차무식이 하는 어떤 선택들이 일으킬 결과를 어느 정도는 예감하면서 보게 되는 기대감도 커질 수밖에 없다. 도박, 폭력이라는 소재 자체가 자극적이지만 <카지노>에 감성적인 요소를 부여하는 건 차무식의 이런 다차원적인 얼굴이다. 최민식의 아우라가 <카지노>를 쥐락펴락하며 끌고 가는 힘이 되는 이유다. 

 

스타일로 보면 <카지노>에는 여러 결들이 겹쳐져 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수리남> 같은 누아르적 분위기가 묻어나고, 마치 <나르코스> 같은 다큐 영상을 보는 듯한 실감나는 연출이 더해져 있다. 또 80년대와 2천 년대를 오가며 당대의 시대적 풍경을 담아내는 지점에서는 <파친코>가 떠오르기도 한다. 하지만 <카지노>를 <카지노>로 만드는 건 역시 최민식이다. 그가 만들어내는 거칠면서도 감성적인 정조가 <카지노>만의 차별적인 색깔을 부여한다. 

 

물론 최민식 이외에도 <카지노>에는 벌써부터 존재감을 제대로 보여주는 배우들이 즐비하다. 무식의 아버지 역할의 김뢰하는 물론이고 무식의 청년시절을 연기한 이규형, 필리핀에서 무식과 카지노 동업을 시작하는 민석준 역할의 김홍파, 국세청 조사 팀장 강민정 역할의 류현경, 무식의 진정한 은사로 짧지만 강력한 존재감을 보여준 진선규 등등 조연들의 활약이 빛난다. 그 누구보다 무식이 필리핀에서 만난 상구 역할의 홍기준은 <카지노>가 발견해낸 보석같은 배우임에 분명하다. 하지만 진짜 본 게임에 들어올 배우들은 아직 얼굴도 보이지 않았다. 이동휘, 손석구, 허성태, 김주령 같은 향후 어떤 연기를 보여줄지 기대되는 대목이다. 

 

3회만 먼저 공개되었지만 이미 서사의 몰입감은 다음 주를 못내 기다리게 만들 정도로 촘촘하게 쌓였다. <범죄도시>를 연출한 강윤성 감독은 액션 연출만 잘 하는 줄 알았는데, 인물의 감정을 촘촘히 그려내면서 서사를 쌓아가는 실력도 만만찮다는 게 느껴진다. 이 정도면 작품으로서는 분명 모두가 기대할만한 수작이다. 과연 디즈니+가 가장 기대했던 만큼, 그만한 파장과 화제를 불러일으킬 작품이라는 건 분명해졌다. 그간 좋은 작품을 내고도 생각만큼 주목받지 못했던 디즈니+가 이번에는 다른 결과를 낼지 궁금해지는 대목이다.(사진:디즈니+)

<휴먼다큐 사랑>, 코피노 민재가 보여준 사랑의 힘

 

굳게 닫힌 문 앞에서 아이는 발길을 돌리지 못했다. 문을 두드려보기도 하고 문짝에 귀를 대고 안에서 무슨 소리가 들리나 들어보려 하기도 했다. 소리 내어 아빠라고 부르면 문 저편에서 아빠가 나타날 것만 같았을 것이다. 그러니 어찌 발길을 돌릴 수 있겠는가. 태어나서 한 번도 본적 없는 아빠를 찾아오는 길은 멀고도 멀었다. 그 먼 길 끝에 아이가 맞닥뜨린 게 굳게 닫힌 문이라니.

 

'휴먼다큐 사랑(사진출처:MBC)'

민재는 고사리 같은 손으로 아빠를 만나면 건네주려 썼던 편지를 꺼내 그 닫힌 문틈 사이로 끼워 넣었다. 그렇게라도 자신의 마음을 전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돌아온 이야기는 아빠가 이사를 갔다는 것이었다. 그 집에는 다른 사람이 산다고 했다. 아이는 억지로 끼워 넣은 편지를 다시 애써 끄집어냈다. 그 편지만은 아빠에게 전해줘야 했기 때문이었다.

 

MBC <휴먼다큐 사랑>은 필리핀 엄마와 한국인 아빠 사이에서 태어난 코피노 민재의 이야기를 전해주었다. 이제 아홉 살. 세부의 빈민촌에서 살아가는 민재는 단 한 번도 아빠를 보지 못했다. 그가 태어나기 전 아빠는 한국으로 떠난 뒤 연락이 끊겼다. 아빠 몫의 사랑까지 채워주는 엄마 크리스틴이 있었지만 그녀마저 2년 전 구치소에 수감되면서 민재의 곁을 떠났다.

 

민재 부모의 빈자리를 채워준 건 이모와 이모부. 가난하게 사는 형편이지만 이모는 민재를 살뜰히도 챙겨주었다. 하지만 민재에게 아빠의 빈자리는 결코 채워질 수 없는 것이었다. 떠나버린 아빠에게 뭐라고 할 때마다 민재는 아빠 편이었다. 민재가 영어와 한국어 공부를 열심히 하는 것도 오로지 아빠를 만나 이야기를 건네고픈 마음에서였다.

 

떠난 아빠가 민재에게 해준 건 이름을 지어준 것 이외에 아무 것도 없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재의 아빠에 대한 사랑과 그리움은 변하지 않는 것이었다. 어찌 보면 그 가난하고 힘겨운 삶 속에서 민재가 살아갈 수 있는 힘은 한 번도 본적 없는 아빠에 대한 사랑 때문인 것처럼 보였다. 그 사랑이 아니었다면 민재는 아무런 희망도 꿈도 가질 수 없었을 테니까.

 

9년의 세월을 그렇게 그리워하다 찾은 아빠의 집. 민재를 맞아준 건 그러나 아빠가 아니라 할아버지였다. 할아버지는 필리핀에서 보내줬던 민재의 사진을 고이 간직하고 계셨다. 할아버지는 잘 자라준 민재를 보며 고마움을 표했고 민재에게 아빠의 방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민재는 결국 아빠를 만나지는 못했다. 대신 할아버지에게 그토록 하고 싶었던 아빠 사랑해요라는 말을 대신 전해주면서도 아이는 기쁜 얼굴이었다.

 

<휴먼다큐 사랑>이 코피노 민재를 통해 하려던 이야기는 무엇이었을까. 그 먼 길을 돌아온 민재가 아빠를 만나는 그런 감동적인 이야기는 없었다. 하지만 아빠를 못 만났다고 해도 민재의 사랑은 변치 않았다. 그 대가를 바라지 않는 순수한 사랑이 있어 살아갈 수 있다는 것. <휴먼다큐 사랑>이 민재를 통해 하고 싶은 이야기는 그게 아니었을까.

 

나한테 뭘 원하니?” 아빠를 만나는 연습을 하는 민재에게 그를 키워주고 있는 이모는 그렇게 물었다. 그러자 민재는 서슴없이 말했다. “사랑.” 아빠를 찾아 그 먼 길을 온 민재가 원한 건 그것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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