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에나' 3류 김혜수가 이경영의 위선을 깨길 기대하는 건

 

“네가 감히 나를 협박하는데 끝까지 들어는 줘야겠지. 협박 끝에는 요구사항이 있을 테니까. 그게 3류변호사 정금자 딱 네가 하는 짓이니까.” 정금자(김혜수)가 전모를 알아차리자 송필중(이경영)은 그를 3류로 몰아세웠다. 하지만 정금자는 그런 반응을 통해 자신의 심증에 확신을 얻었고 송필중에게 선전포고했다. “협박 아니고요. 요구사항도 없습니다. 그냥 확인 차, 송필중이가, 송대표님이 도대체 왜 이러시는지.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얘기도 하고 싶었고. 끝이 아니라.”

 

SBS 금토드라마 <하이에나>에서 송필중은 숨기고 있던 이빨을 드러냈고, 정금자는 그 실체를 알아챘다. 송필중은 이슘그룹을 하회장(이도경)에게서 케빈 정(김재철)으로 통째로 넘기려 새 판을 짰고, 이를 위해 윤희재(주지훈)의 아버지 윤충연(이황의)과 이슘의 부정비리를 제보했다. 상속세 법안 통과를 반대하는 윤충연 대법관을 벼랑 끝으로 내몰고, 이슘의 주가를 떨어뜨려 케빈 정이 헐값에 사들이게 하려는 계획이었다.

 

송필중에게 선전포고를 하는 정금자가 갑자기 “송필중이가”라고 부르는 대목은 그를 3류로 취급하는 송필중의 실체를 드러내는 대목이었다. 겉으로는 송&김이라는 굴지의 로펌 대표로서 합법한 일들을 하는 인물인 체 하지만, 실제로는 청와대까지 움직여 대법관을 세우고 그 대법관을 쥐락펴락하며 정치인들을 움직여 필요한 법안도 마음대로 세우는 탈법을 자행하는 게 그의 실체였다.

 

윤희재 역시 송필중의 실체를 알게 되었다. 위기에 처한 아버지를 도와 달라 했지만 송&김은 나서지 않겠다 선을 그은 송필중이었다. 결국 송필중과 통화를 하고 허탈해진 윤충연은 모든 걸 놓은 얼굴로 윤희재가 보는 앞에서 차도로 뛰어들었다. 그간 송필중이 자신을 챙겨주는 것처럼 보였지만 사실은 이용하고 있었다는 걸 윤희재는 알게 되었다.

 

애초 송필중은 정금자를 스카우트하면서 그 이유로 때론 그가 하는 방식이 필요하다고 말한 바 있다. 정금자는 승소를 위해서라면 편법을 사용하는 걸 마다치 않는 인물. 그런 행동에 그를 마음속으로 좋아하게 된 윤희재 또한 비판적인 시선을 던지고 있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송필중 같은 거대한 판을 짜는 탈법자가 등장하면서, 정금자의 편법은 이제 그와 맞설 수 있는 유일한 대안처럼 보이게 되었다. 윤희재 또한 정금자와 손을 잡고 그의 방식으로 송필중과 맞서게 되었으니 말이다.

 

여기에는 <하이에나>가 세상에 던지는 비판적인 메시지가 들어있다. 돈과 권력을 다 틀어쥐고 판을 뒤흔드는 이른바 1류라 불리는 이들이 벌이는 탈법 앞에서, 정상적인 합법적 대응으로는 이길 수 있는 길이 없다는 메시지다. 윤희재는 지금 그 현실을 마주하게 되고 각성한 것이고, 정금자의 방식이 저들에게는 대안이 될 수 있다 여기게 된 것이다. 그리고 이런 시점의 변화는 시청자들도 똑같이 느끼는 대목일 게다.

 

이것은 또한 어째서 편법을 쓰며 우아한 길과는 거리가 먼 길바닥 방식으로 접근해 문제를 해결해온 정금자라는 인물에 우리가 이토록 매력을 느끼는가 하는 답이기도 하다. 그를 3류라고 부르지만 진짜 3류는 송필중 같은 더 엄청난 탈법을 마음대로 자행하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사냥개 취급을 받던 윤희재가 각성해 정금자와 함께 하이에나의 방식을 공감하고 그들이 함께 공조해 송필중을 물어뜯기를 기대하게 되는 건 그래서다.

 

하찬호의 이혼소송에서 상대편 의뢰인의 변호사로 섰던 윤희재와 정금자가 부적절한 관계를 맺었다는 걸 이유로 송필중이 그들을 변호사 윤리위에 출두하게 만들지만, 그들의 관계를 묻는 질문에 그들이 “사랑하는 관계”라고 말하는 대목은 이 통쾌한 복수의 공조가 두 사람의 멜로와도 절묘하게 엮어지는 장면이다. 이들 하이에나 커플은 과연 위선적인 송필중을 그들 방식으로 물어뜯어 그 실체를 낱낱이 폭로할 수 있을까. 자못 기대되는 지점이 아닐 수 없다.(사진:SBS)

주지훈과 전석호, '킹덤'을 보면 '하이에나'가 달리 보이는 두 배우

 

주지훈과 전석호는 언제부터 이런 찰진 콤비가 됐을까. 최근 방영되고 있는 SBS 금토드라마 <하이에나>에서 두 사람은 법무법인 송&김에서 각각 윤희재(주지훈)와 가기혁(전석호)이라는 역할을 연기하고 있다. 그런데 흥미로운 건 최근 넷플릭스에서 시즌2로 돌아온 <킹덤>에서도 두 사람은 이창(주지훈)과 동래부사 조범팔(전석호)로 콤비 연기를 보여준다는 점이다.

 

두 사람은 마치 돈키호테와 산초 같은 서로가 없어서는 안될 캐릭터로 등장한다. <하이에나>에서는 극을 이끌어가는 건 윤희재지만, 그의 친구이지만 어딘지 그가 잘 되는 것만을 바라는 것처럼 보이지는 않는 가기혁의 역할도 눈에 띈다. 윤희재가 정금자(김혜수)와 일과 사랑 모두에 있어서 서로 으르렁대면서도 조금씩 가까워지는 관계의 진전을 통해 드라마의 힘을 만들어내는 건 분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이 긴장감 넘치는 드라마 속에 가기혁과 심유미(황보라) 같은 감초들의 웃음과 두 사람 사이에도 벌어지는 엉뚱한 멜로는 깨알 같은 재미를 준다. 이런 사정은 <킹덤>에서도 마찬가지다. 조선에 창궐한 좀비떼들과 대결하며 숨 쉴 틈 없는 긴장을 유발하는 이창의 액션이 전면에 펼쳐진다면 그 속에서 숨 쉴 틈을 열어주며 웃음을 유발하는 조범팔의 활약은 이 드라마의 윤활유 역할을 톡톡히 해준다.

 

주지훈과 전석호는 각각의 필모그라피만 봐도 이제 연기의 전성시대를 맞이하고 있다는 데 의심의 여지가 없다. 주지훈의 경우 영화 <신과 함께>나 <암수살인>으로 그 연기 스펙트럼을 활짝 열어놓은 후 <킹덤>에 이은 <하이에나>로도 배우로서의 주가를 올리고 있다. 물론 주지훈은 과거 KBS드라마 <마왕>에서부터 잠재력을 보였지만, 최근의 연기를 보면 카리스마는 물론이고 적당히 유연해진 연기와 독한 악역까지 다채로워진 면모를 드러내고 있다.

 

전석호도 2014년 <미생>의 하대리 역할로 등장해 강렬한 존재감을 남긴 이후 <굿와이프>, <힘쎈여자 도봉순>, <우리가 만난 기적>, <라이프 온 마스> 등등 다양한 드라마에서 자기 영역을 넓혀왔다. 전석호의 연기 스펙트럼 역시 까칠한 악역에서부터 허술한 감초 역할까지 그 폭이 넓다. 이 짧은 기간 안에 자기만의 독보적 영역을 세울 수 있었다는 건 이 배우가 꽤 준비되어 있다는 걸 에둘러 말해준다.

 

결국 드라마든 영화든 주조연의 균형 잡힌 캐릭터가 보다 대중적인 완성도를 만들어낼 수 있다. 주인공이 만들어내는 긴장감이 극의 힘을 부여한다면, 이를 적절히 누그러뜨리는 조역이 있어야 관객이나 시청자들도 숨 쉴 여유가 생기기 때문이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주지훈과 전석호의 <킹덤>과 <하이에나>에서의 콤비는 주목되는 면이 있다.

 

주인공 역할로 서온 주지훈의 배우로서의 성장은 두말할 나위 없지만, 특히 주목되는 건 전석호의 미친 존재감이다. 그는 적당히 웃음을 유발하면서도 때론 그걸 뒤집어 소름 돋는 반전까지 보여줄 수 있는 캐릭터를 주조해 보여주곤 하기 때문이다. 충무로와 드라마판에 정평이 나 있는 미친 존재감 연기자들의 계보를 잇기에 충분한 배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사진:SBS)

‘하이에나’가 보여주는 선악, 갑을보다 직업적 성공 찾는 인물들

 

액면으로 보면 이들은 쓰레기 같은 인물을 변호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이들이 이기기를 바라게 된다. 이건 단순히 이들이 주인공이기 때문일까. 아니면 이들이 하는 행동이나 선택에도 그만한 납득되는 이유가 있기 때문일까.

 

SBS 금토드라마 <하이에나>를 보다 보면 관점에 따라 얼마나 보는 시각이 달라질 수 있는가를 실감한다. 그간 우리네 드라마에서 꽤 많이 등장했던 검사들이 주인공인 드라마들을 볼 때면 검거된 이들을 변호하는 변호사들은 도덕도 윤리도 없이 돈이면 다 되는 악당들처럼 보였다. 하지만 <하이에나>의 주인공들인 윤희재(주지훈)와 정금자(김혜수)가 변호사로 등장하자 이제는 검사들이 이들을 몰아붙이는 악당들처럼 보인다.

 

그것도 윤희재와 정금자가 변호해야 하는 D&T 손진수(박신우) 대표는 정금자의 표현대로 “쓰레기” 같은 인물이다. 엄청나게 많은 퇴사자들은 모두 손진수가 퇴근도 없이 일을 시키며 직원들을 착취해왔고, 일종의 ‘가스라이팅(상황을 조작해 상대방이 스스로를 의심하게 만들어 판단력을 잃게 하는 정서적 학대행위)’을 해왔다고 증언했다.

 

증인으로 나선 김영준(한준우)의 다이어리에는 손진수의 그런 행위들에 대한 것들이 낱낱이 기록되어 있었고 특히 개인정보 도용을 지시한 내용도 들어있었다. 그대로 법정에 간다면 손진수의 유죄는 거의 확정적이었다. 그만큼 손진수는 선악으로 봐도 악당이었고, 갑을관계에서도 갑질을 하는 오너였다.

 

그런데 윤희재와 정금자는 바로 이런 악당이자 갑질하는 인물을 변호해야 하고, 무죄를 받아낸 후 D&T 상장까지 성사시켜야 하는 미션을 부여받았다. 윤리적인 차원에서 또 사회정의의 차원에서 보면 처벌받아 마땅한 인물이지만, 드라마는 그런 윤리나 사회정의보다는 윤희재와 정금자가 처한 직업적 상황에 더 집중한다. 그들은 어떻게든 이 미션을 성사시켜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쓰레기라도 해도 변호해야 한다는 것.

 

결국 정금자는 손진수가 쓰레기라는 걸 인정하는 것으로 이 소송의 실마리를 찾는다. 그렇게 해온 갑질들 때문에 김영준이 앙심을 품었을 수 있고 그래서 그가 쓴 다이어리도 신빙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걸 강조한 것이다. 실제로 정금자는 자살한 직원의 대화 내용을 확보해 틀어줌으로서 김영준이 개인정보 도용을 한 범인이었다는 사실을 공개했다. 즉 손진수가 쓰레기이기는 하지만 이 사건에서 개인정보 도용을 한 범인은 따로 있다는 걸 밝혀낸 것.

 

<하이에나>가 손진수 같은 인물을 승소시키는 윤희재와 정금자의 공조를 다루고, 또 그 이야기에 우리가 몰입하게 되는 건 왜일까. 그것은 도덕교과서에 나올 법한 윤리적인 차원의 이야기들이 실제 현실과는 그만큼 거리가 멀다는 걸 드러내주면서, 이 살벌한 현실 속에서 어쩔 수 없이 해야만 하는 직업적 성취나 성공이 개인에게는 더 중요할 수 있다는 말해준다.

 

또한 악연으로 이어져 만나기만 하면 으르렁대며 입장 차를 보이던 윤희재와 정금자가 함께 사건을 맡게 되고 그 공동의 목표로 인해 공조하는 이야기 또한 그렇다. 조직에서 함께 성공시켜야 하는 목표는 종종 개인의 입장 차보다 더 중요한 일일 수밖에 없다. 하기 싫어도 해야하고 개인적 가치에 어긋난다 해도 조직은 그걸 회피하는 걸 용납하지 않는다.

 

그래서 <하이에나>가 그리는 현실은 훨씬 더 치열하게 다가온다. 윤희재도 정금자도 섣부른 정의감을 내세우지 않는 프로들이다. 그곳이 일단 이겨야 살아남을 수 있는 세계라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금자가 손진수를 찾아가 김영준을 그만 밟으라 으름장을 놓는 건 이런 직업적 선택과 달리 윤리적 선택을 한 것으로 보인다.

 

우리가 윤희재와 정금자의 선택과 행동에 공감하고 빠져드는 건 그것이 우리네 현실 그대로이기 때문이다. 막연한 정의감이 주는 판타지가 현실과는 너무나 다르다는 것. 개개인의 윤리적 선택이 달라도 일의 세계에서는 때때로 다른 선택을 해야만 하는 게 우리의 현실이라는 걸 <하이에나>는 윤희재와 정금자를 통해 그려내고 있다.(사진:SBS)

‘하이에나’, 물고 뜯던 그들은 과연 공조할 수 있을까

 

“우리 사이가 뭔데?” “우리? 사랑했던 사이.” SBS 금토드라마 <하이에나>에서 정금자(김혜수)의 질문에 윤희재(주지훈)는 갑자기 그런 고백을 한다. 그건 윤희재가 정금자의 의도적인 접근과 연인행세를 ‘사랑’으로 받아들였다는 의미다. 쿨한 척 그 관계를 부정해온 정금자도 윤희재의 그 돌발발언에 멈칫한다. 물고 뜯던 두 사람 사이에 묘한 기류가 흐르기 시작한다.

 

사실 장르드라마에서 멜로는 언젠가부터 불필요한 사족처럼 여겨지는 면이 있다. 예를 들어 ‘무늬만 의학드라마’라 불리는 드라마들은, 본격적인 직업의 세계를 다루지 못하고 대신 ‘가운 입고 연애하는’ 이야기를 담았다는 의미에서 비판받곤 했다. 이것은 검사나 변호사가 등장하던 드라마에서도 멜로가 잘못 쓰이면 나오던 비판들이다. 그리고 이런 비판들은 대부분 실제로도 정당하다.

 

그래서 장르드라마에 멜로가 들어가면 또 엉뚱한 방향으로 가는 거 아니냐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모든 드라마가 그런 건 아니다. 장르드라마라도 하려는 이야기에 따라 멜로는 절대적으로 필요하고 또 중요할 수 있다. <하이에나>가 그렇다. 정금자와 윤희재 사이에 조금씩 지펴지는 멜로의 기운은 어쩌면 이 드라마가 하려는 이야기에 꼭 필요할 수 있어서다.

 

정금자를 갑자기 송필중(이경영)이 송&김으로 끌어들인 이유는 뭘까. 그건 쓰다가 버릴 사람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송&김이 하는 일들은 지금껏 드라마에서 소개된 것처럼 늘 폼나게 법전을 통해서만 할 수 있는 일들은 아니다. 그런 금수저의 길을 걸어온 윤희재 같은 변호사들이 할 수 없는 일들, 일종의 편법까지 써야 하는 그런 일들을 송필중은 정금자에게 맡기려 한다. 그렇게 해서 적당히 이익을 얻은 후 팽하려는 것.

 

윤희재와 정금자가 비품실에 함께 숨어 들어가 나누는 각을 세운 대화에는 이들이 얼마나 다른 길을 걸어왔는가가 담겨있다. “여긴 네가 살던 세상이 아냐”라는 윤희재의 말에 “왜? 내가 검정고시 출신이라? 당신처럼 학벌, 인맥이 없어서?”라고 답하는 정금자의 말이 그렇다. 정금자는 학벌, 인맥도 없다. 그래서 윤희재가 말하듯 “쓰레기” 같은 방식, 즉 편법을 써서라도 무조건 이기려 달려든다.

 

가진 것 없는 이들이 이 태생부터 다른 송&김으로 대변되는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어떻게든 싸워 이기고 실적을 만드는 것이다. 그것은 하이에나의 삶이다. 늘 모든 걸 가진 채 살아온 윤희재는 그것을 ‘쓰레기 같은 방식’이라 말하지만 그게 아니면 정금자 같은 인물이 그 곳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는 걸 알고 있다.

 

이렇게 서로 다른 위치에 서 있기 때문에 정금자와 윤희재의 멜로는 의외로 중요해진다. 굳이 사랑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정금자를 바라보는 윤희재의 인간적인 시선이 더해진다면, 쓰다 버리려는 송필중으로 대변되는 그 세계에서의 이들의 공조가 기대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멜로는 관계를 달리 보게 만드는 하나의 장치로 활용될 수 있다.

 

결국 이 드라마가 하려는 이야기는 어째서 가진 것 없는 이들은 하이에나의 삶을 살아갈 수밖에 없는가 하는 점이다. 그래서 정금자의 뭐든 뚫고 나가려는 저돌적인 행동을 지지하고 공감하는 마음이 생기고, 또 그를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기 시작하는 윤희재에게도 매력이 생겨난다. 멜로가 사랑타령이 아닌 관계를 달리 보게 만드는 단초가 되기 때문이다.(사진:SBS)

+ Recent posts